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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리뷰해주세요.
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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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라? 솔직하게 나는 핀란드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핀란드하면 막연하게 두개가 떠오르는 정도랄까? 하나는 휘바를 외치면서 춤을 추는 광고로 우리에게 익숙한 모제과회사의 껌 자일리톨이며, 다른 하나는 사우나이다. 이 두가지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정확하게는 잘 모른다. "핀란드에서는 광고대로 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나보다. 습식 사우나를 핀란드식 사우나라고 부른다더라." 이정도가 핀란드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전부가 아니겠는가? 아! 하나 또 있다. 휴대폰 업계의 선두주자 노키아! 물론 많은 사람들이 노키아를 일본 기업으로 착각하지만 분명히 핀란드 기업이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우리나라의 영미식 복지제도의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북유럽식 복지국가라는 정도?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밑도 끝도 없이 핀란드에 대한 동경을 심워줬다. 마치 그곳에서 오래 산 것처럼 그리움까지 느낄 정도이니 이 책이 주는 영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핀란드의 상품을 소개한다. 그러나 그 상품이 얼마짜리인지 소개하는 맥심 광고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 얼마짜리 상품인지가 아니라 이 상품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의 의미가 무엇인가하는 의미의 문제에 천착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란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 겉모습을 좋게 포장하는 것이라 생각하던 나에게 이 책은 가히 충격적이다. 디자인은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전략이나 포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요, 철학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참신하다.  

  오랫동안 핀란드에서 살아온 저자는 핀란드의 디자인을 소개하면서 핀란드의 철학과 문화를 소개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단순한 디자인 책이 아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핀란드의 철학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고 최소의 한도내에서 사람의 손길을 가미한다. 새들과 사람이 계절을 번갈아가면서 쓰는 헬싱키의 선착장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환경을 생각하여 물건을 재활용하는 글로베 호프의 디자인, 공원의 벤치하나 바꾸는 것도 오랜 시간을 들여 설문조사를 하고, 시장조사를 하여 천천히 바꾸어가는 모습들, 과거의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그것들을 후대에 남겨줄 문화 유산으로 생각하는 도시계획과의 디자이너들의 모습은 너무나 부럽기만 하다. 에코 디자인, 공공 디자인, 철학을 담는 디자인을 통하여 핀란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답으로 저자의 글을 한토막 옮겨 적는다. 

   난 오랫만에 찾은 서울에서 광화문 거리를 지나친다. 그리고 무언가 섬뜩한 변화에 갑자기 혼돈하게 된다. 아! 난 나무 그림자를 잃었다. 그곳에 멋들어지게 있던 나무가 뽑혀 버렸다. 그리고 어색한 시멘트 덩이들이 태양 빛 아래 곤혹스러운 얼굴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 어디선가는 물이 넘쳐 흐른다. 사람들은 물놀이를 즐긴다. 대낮에 도심 한복판이 어색한 놀이터로 변한다. 나무 그림자 사라진 도로 한복판에 놀이터가 생겼다. 물은 차 다니는 도로까지 철철 흘러넘친다. 사람들도 차들도 서로 엉켜 있다. 그곳이 놀이터인가? 놀이터가 어찌 차 다니는 도로 한복판에 있단 말인가? 왜 사람들은 도로 한복판에서 사적인 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일까? 차도로 흘러넘치는 물을 보니 난 갑자기 목이 마르다. 온 세계가 가까운 미래에 극심한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지금! 난 순간 묻고 싶어졌다. 그 공간 디자인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금 다른 사람들처럼 그곳에서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일까? 진정으로 그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즐길 마음으로 나무 그림자를 지워버린 것일까? 디자이너가 어떤 공간 디자인을 해야 한다면 디자이너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곳을 먼저 생각하고 마음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디자인한 공간에서 진정으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랑스러움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좋을만큼 겸손해야 한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 시선으로 사람가 사람 사이에서 늘 통하기 때문이다.("나 홀로 벤치" 중에서 인용) 

  한국의 공공 디자인에 대한 일갈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이 무엇인가? 과연 그 안에 마음을 담았는가? CF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 안에 마음을 담았는가? 하나같이 네모 반듯한 한강변의 아파트에 자연이 담겨 있는가? 랜드마크랍시고 고층빌딩만 주구장창 지어대는 모습 가운데 자랑스러움이 있는가?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그 위에 물을 흘려 보내면서 청계천 복원이라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운가? 시민에게 닫혀 있는 서울 광장이 정말 자랑스럽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인가? 디자이너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하여 수도없이 그곳을 찾아와 살릴 것은 살리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가? 창피하지만 아니다. 걸리적 거리면 무조건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박정희식 경제발전 이후로 한국의 디자인이 포기하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창피함이 아닌가? 기껏 공공 디자인이라는 것이 해마다 도로를 갈아 엎고, 표지판 바꾸는 것, 유모차와 하이힐 신은 여자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돌로 포장하는 미친 짓이 아닌가? 

  다이나믹 코리아, 오고 싶은 코리아,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을 기치로 걸고 관광산없 육성을 위해 목숨을 건다. 그러나 기것 한국에 와서 뉴욕과 비슷한 모습을 본다면 굳이 올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한국적인 문화와 철학과 생활을 포함한 디자인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디자인은 함께 즐길 공간을 만드는 것이고 그 안에 마음이 담겨 잇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ps. 이 책 자체도 하나의 멋들어진 디자인 작품이다. 사진과 글자의 배치, 그리고 풍경과 디자인 물품의 배치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일상 생활과 번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펴보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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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의 원근법>을 리뷰해주세요
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서경식 지음, 박소현 옮김 / 돌베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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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동화가 어둡냐고요? 그게 진실이니까요? 아이들에게 감춘다고 능사는 아닙니다. 좋은 글은 읽고나면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故 권정생) 

  지식 e를 통해 알게 되었던 故 권정생 선생님의 글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바로 이 말이 떠올랐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예쁜 그림, 보기 좋은 그림을 원한다면, 그리고 그림에 대해서 약간의 지식을 습득하고 싶다면, 혹 여자 친구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다면 절대로 이 책을 펴보지 말라.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불편함을 넘어 혐오감을 줄 수도 있다. 오직 이 책은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사회를 똑바로 바라보고 싶은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저자는 "왜 한국에는 예쁜 그림, 보기 좋은 그림만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책을 시작한다. 예전엔 미처 몰랐던 사실이지만 저자의 물음을 듣고 생각해봤다. 미술쪽에 원체 문외한이라지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봐왔던 그림들이 대체로 두 가지 종류였다. 모나리자와 같은 예쁘고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면, 몬드리안이나 피카소 같은 추상화였다. 피카소의 그림도 물론 게르니카같은 것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전쟁화는 대체로 민속화였기에 박물관에나 어울리는 그림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 왜 그럴까? 왜 한국에는 전쟁화를 그리는 사람이 없을까? 왜 심미주의 작품에서 바로 초현실주의로 넘어가는가? 저자는 이것을 집단 책임회피 내지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 지적한다.  

  현실주의를 건너 초 현실주의로 나아가는 것은 시대의 조류를 따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불편한 진실과 힘든 작업으로부터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미술은 원래 아름다운 것이다, 미술은 자기의 생각을 추상적으로 늘어 놓는 것이다라는 말은 비겁한 변명일뿐이고, 자기 위안일 뿐이다.  

  이런 시각을 가진 저자가 근대 독일의 화가들을 중심으로 책을 풀어 가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1차 대전, 2차 대전이라는 인류의 비극적인 사건을 바라보면서 현실로부터 눈을 돌릴 수 없으며 그렇다고 타협할 수도 없었던 화가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는가? 자기의 목숨을 걸고,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의를 고발하지 않았는가?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 무엇인가? 재발견, 재해석이라는 딱지가 붙는다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가? 살아 생전에는 그림 하나 팔 수 없어던 이들이 사후에 그들이 고발했던 시기에 대한 반성과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말이 아닌가?  

  상당히 미련해 보이는 이들이었지만 그들이 왜 이런 길을 선택했는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자기 신경을 갉아 먹고, 자기가 교수형 당하는 그림을 그리고, 시골로 스스로 유폐되고, 퇴폐화가라는 딱지가 붙었을지라도 그들에게 그림은 밥벌이가 아니요, 재화를 벌어오는 수단이 아니다. 오직 사회를 바라보는 프리즘일뿐이다. 시대가 녹아 있기 때문에, 차별과 전쟁의 광기와 폭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그들의 그림은 불편할 수밖에 없고, 고약할 수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이들 중 단 한 사람만이라도 이 시대를 살았다면 어떤 그림을 그렸을 것인가? 용산 철거민을 그렸을 것인가? 아니면 성난 화물연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을 것인가? 아니면 가스통을 들고 위협하는 꼴 보수의 모습을 그렸을 것인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 그림 또한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것 또한 불편한 진실로 가득할 것이다. 자기들의 말을 완전히 뒤집어 권력에 아부하는 그런 사람들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누가 고뇌의 원근법이라는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 볼 것인가? 누가 그 한 사람이 될 것인가? 그 사람이 될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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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왜 비쌀까 - 미술품 경매에서 위작소동까지, 미술에 대해 당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몇 가지
피로시카 도시 지음, 김정근.조이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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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다. 속이고 속는 것이다. 사기 중에서도 고등사기이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

  古백남준의 말이다. 예술은 원래 사기다. 이만큼 예술을 잘 정의하고 있는 말이 더 있을까? 예술이란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보여주는 면에서 본다면 신기루이고 한편의 멋진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자유로운 정신을 거기에 심는 것이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에게 유쾌한 파국을 주는 것이 예술의 본질일 것이다. 우리가 프랑스의 축구를 일컬어 아트(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2002년 86억 5천만원)싸커라고 부르고, 음식을 정말 잘하는 사람을 일컬어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아무도 모르게 관객들을 속여 넘기는 마술사를 보면서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말하는 이유가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한마디로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과 모든 감각을 사로잡아서 현실에 대한 감각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세계에 있다는 열광을 줄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예술은 철저하게 사기가 되어야 한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들 수 있는 고등 사기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요즘 세간에 시끄럽게 회자되고 있는 삼성의 모든 사건들도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도록 교묘하게 사람을 속여 넘기는 수법도 대단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아니라고 잡아 떼며 사실을 없는 것으로 만드는 삼성의 모습과 국회의원들의 모습 또한 예술의 한 경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의 비자금을 이야기하면서 대두된 것이 미술품 사재기이다. 예전부터 말은 많이 돌았다. 삼성그룹의 미술관에는 수많은 예술품들이 소장되어 있다고, 그 중에는 암거래를 통하여 불법적으로 획득한 물건도 있을 것이라고. 하루 이틀의 소문은 아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거 가쉽으로 처리가 되었던 것이다. 썬데이 서울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로 치부되었는데 삼성특검을 통하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소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제일 큰 쟁점은 리히텐슈타인의 1964년 작 "행복한 눈물"이라는 미술품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번 사건이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리히텐슈타인이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며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이 그렇게 유명한 것인지 몰랐을 것이다. 그저 만화책에 나오는(씬시티 류의) 한 장면을 보고 똑같이 그렸나 보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하여 행복한 눈물이 얼마나 고가의 그림인지 알게 되었다. 2002년 11월 한 익명의 사람에 의해서 715만 9500달러(한화로 약 86억 5천만원)에 판매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도 그 행방을 몰랐는데 이 그림이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문제의 핵심인 삼성에서 말이다. 삼성의 것이 아니라고 서미 갤러리 대표 홍송원씨가 말했다지만 한국에서 아무도 그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분명 삼성의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삼성의 수법은 이젠 고전이 되어서 더이상 예술의 경지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정말 별 것도 아닌 작품을 사는데 86억 5천만원을 쓰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가 이해가 안된다. 모나리자같은 르네상스 시대의 원본을 사는데 이정도 돈이 든다면 그래도 이해가 되지만 1964년 작을 사는데 이정도의 돈이 든다는 것 솔직하게 이해가 안된다. 도대체 미술품이라는 것이 그리 비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현대화가의 작품이 그렇게 비싸게 팔리는 것도 이해를 못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무슨 정신구조로 이런 것을 사는 것일까? 단돈 몇 백만원이 없어서 학교를 휴학하고 군대에 가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면서, 88만원 세대에 살고 있는 20대의 젊은이들을 바라보면서(이 미술품을 사는 가격이면 88만원 임금을 받는 사람 9830명의 임금이다) 저깟 그림이 이렇게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이 과연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런 생각에 이 책을 샀다. 왜 미술품이 가격이 비쌀까? 원판이 복사판보다 낫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현대 작가의 작품이 오랜 세월을 버틴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보다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하여 이 책은 대답을 해주고 있다. 미술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결국은 돈의 논리, 자본의 논리라는 것이다. 예술을 예술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환산하여 본다는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얼마나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이것이 얼마나 비쌀까? 몇년 후에 팔면 얼마만큼의 이익이 보장될까? 이러한 자본의 논리를 가지고 예술을 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치라는 사람은 온갖 것들을 팔아 치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본이 예술가를 키우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참 웃긴 일은 한 작가가 이러한 세태에 일침을 가하기 위하여 통조림에 자신의 똥을 담아서 전시를 했다는 것이다. "미술가의 똥"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출품했는데 이것마저도 돈을 주고 사버렸다는 것이다. 이미 예술은 돈이 좌우하고 있다. 정치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조금 비틀어 본다면 예술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그것을 사는가? 왜 명품에 열광하는가? 자기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백만장자가 되었는데 유서깊은 혈통도 아니고 자신에 대한 고귀함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돈으로 예술을 사고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자신이 마치 고귀한 존재인양 행동하는 허영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도오하에 나오듯이 허영에 빠져서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리라. 이런 면에서 본다면 古백남준 화백의 이야기는 정확하게 예술을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물론 그 내용은 정반대의 것이겠지만 말이다. 예술은 그것을 돈을 주고 삼으로 인해서 자신을 마치 고귀한 존재인양 허영에 빠지게 만드는 진정한 사기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졸부 근성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된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인다 해도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미술품 수집은 졸부근성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된다. 진정한 고귀함을 갖지 못하고 고귀함을 가진채 하기 위한 비싼 사치품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을 덮으며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다. 속이고 속는 것이다. 사기 중에서도 고등사기이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라는 古 백남준 화백의 이야기가 귀를 떠나지 않는다. 당당하게 예술은 사기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진정한 고귀함, 자유로움이 그 안에 묻어 있기 때문이 아닐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안받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술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는 자유 정신, 창조 정신의 자신감이 아닐까? 예술을 바라보는 우리 안에도 이러한 자유와 창조의 정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예술은 사기"라는 古 백남준 화백의 이야기를 진정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ps. 참고로 이 책의 번역이 너무 어렵게 되어 있다. 미술에 관한 대중적인 책이라면 용어와 학파에 관한 이야기도 설명을 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또한 말이 너무 어렵다. 조금은 쉽게 번역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마치 학생들에게 번역 숙제를 내주고 그것을 모아 책을 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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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면서 2011-06-2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故백남준으로 쓰셨더라면 조금 더 좋았겠고요.

지나오면서 2016-02-2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古박남준 무식한시빡세끼

saint236 2016-02-25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에 대해서 이렇게 몰상식하게 말하는 사람은...자신도 오타를 내고 있다는 것은 아는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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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 이런 말이 있다.

"원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

영화를 좋아하는 본인으로서는 매우 공감하는 말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서 갖게 된 생각이 딱 이것이다. 지금가지 1~3권과 그리스에 길을 묻다 가지 보았는데 그 중에 가장 가볍운 책을 꼽으라면 단연코 4권을 꼽겠다. 헤라클레스라는 영웅에 집중한 것은 좋지만 집중이 심층적인 것이 되지 못하고 여기저기 조금씩 건드려 놓은 느낌이 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내가 책을 보면서 그 속에 감추어진 저자의 생각을 읽어내는 눈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가지의 인기에 기대어 살짝 가볍게 여긴 것인지? 아무튼 1~3권까지에서는 신화를 작가의 눈으로 해석하고 이야기해 주었기에, 그래서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의 본고장을 여행하면서 가이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느낌을 갖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4권에서는 현저하게 이것이 약하다. 단순히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어로 풀어서 전해주는 그런 느낌은 무엇일까?

솔직히 올림푸스 가디언을 보는 것보다 못하다 느끼는 것은 나만인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한다면 저자는 확실하게 전편들보다 수고를 덜한 것이리라.

전작들과 비교하여 변하지 않은 것은 비주얼이다. 세계 명작과 동상들을 통하여 여러가지 신화의 볼거리들을 제공해 주는 것은 변함이 없다. 만약 이마저도 약화되었다면 정말 돈이 아까웠을 것이다.

헤라클레스에 관한 신화를 알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에 관한 신화를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을바에는 솔직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예술계의 거장들이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큰 의미로 다가오겠지만 말이다.

다음 권에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이윤기씨의 팬으로서, 그의 이야기꾼의 감성이 다시 살아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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