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끄럽구요!"

 

  "정통 시사 주간지!"

 

  주진우에 대해서는 이 두마디면 족하다. 나꼼수에 얼결에 등장했다가 김총수의 찰거머리에 걸려들어서 주저 앉은 주진우! 매번 나올 때마다 "부끄럽구요"를 말하던 그는 말 그대로 부끄럽지는 않다. 그의 학식이나 실력이야 잘 모르겠고, 내 관심사도 아니고. 확실한 것은 그는 꽤 양심있는 기자라는 것이다. 자기 수입에 대해서 주진우 기자가 했던 말을 보고 이 사람 대단하군, 꽤 양심있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내 월급은 기사 써서 받는 돈 20퍼센트, 사회에 보탬 되는 일 하고 받는 돈 30퍼센트, 나머지 50퍼센트는 약자 얘기 들어주는 것으로 받는 대가다."

 

  투철한 기자 정신의 발로요, 이게 진짜라고 보여주는 말이다. 기업의 꼬투리를 잡아서 삥을 듣어가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어던 사람들은 어떤 이득을 바라고 권력에 아부하고, 재물 앞에 꼬리를 친다. 그러면서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알량한 펜의 힘을 믿고 한없이 뻣뻣하다. 그런데 주진우는 반대로 행동한다. 가진 자들에게는 한없이 뻣뻣하다. 그게 마초주의에 근거한 것이든지, 아니면 똥폼이든지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는 그렇게 돈과 권력 앞에서 뻣뻣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없는 자들에게 대해서는 한없이 유하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들어주기만이라도 한단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 욕이라도 해준단다. 그러면서도 전화해서 욕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언론 파업을 보면서, 조중동을 보면서 무슨 기자가 저러냐 실망하던 나에게 주진우는 기자다운 기자다. 노종면과 같은 부류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기자란 어떤 사람인가? 기자가 아닌 내가 학적으로 기자에 대해서 논할 수도 없고, 논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독자인 내가 생각하는 기자, 성인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기자는 사회에 제대로 짱돌을 던지는 사람이다. 조용한 호수에 진실의 돌을 던져서 파문을 일으키는 사람이 기자요, 절대 권력과 자본 앞에 짱돌을 던져서 아직 너희들이 이 사회를 전부 차지한 것은 아니라고 찍 소리라도 낼 수 있는 사람이 기자다. 이런 객기가 없고, 이런 무모함이 없다면 기자라고 할 수 없다. 권력이 불러주는 대로, 예 맞습니다라면서 글을 쓴다면 그게 무슨 기자겠는가? 그런 받아쓰기는 초등학생도 하는 일인데...

 

  주진우는 짱돌을 집어들고 절대 권력에 대항한다. 그들을 거꾸러 뜨리지 못해도 흠집이라도 내 준다. 자기가 고소를 당하고, 피해를 봐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못한다. 절대 타협하는 법이 없다. 그것이 주진우가 기자이면서도 연예이처럼 사람들에게 자기 책에 사인을 해 줄 수 있는 비결이 아니겠는가? 자기 책을 내는 기자는 많다. 그렇지만 그 책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 책에 사인을 해 줄 수 있는 기자는 극소수다. 게다가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팬을 몰고다니는 기자라면 주진우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인기를 가지고 주진우는 오늘도 짱돌을 집어든다. 흔히 인기를 얻으면 다른 길로 빠지기도 할텐데 빠지지도 않는다. 외곬이다. 큰 기업에 대해 짱돌을 던지고, MB가카에게 짱돌을 던진다. 큰 목사님에게도 거침없이 짱돌을 던지고, 큰 주먹에게도 쫄지 않는다. 그게 내가 주진우를 좋아하는 이유고, 그게 이 책을 읽은 이유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ransient-guest 2012-12-06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짱돌을 집어들지 않더라도, fact에 근거한 정확한 기사를 써내기만 해도 좋겠습니다. 원, 언론사에 기자들보다는 매설가들이 잔뜩 진을 치고 있는 세상이잖아요. 저도 주진우의 강단과 정신이 부럽습니다. 이 시대의 협객같아요.ㅎㅎ

saint236 2012-12-06 07:31   좋아요 0 | URL
주진우의 짱돌이 아픈 이유는 fact에 근거한다는 것입니다. 주진우는 뭐랄까? 우루루 조직을 몰고 다니는 김두환이나 이정재 보다는 혼자 독고다이로 돌아다니던 시라소니 같은 느낌이랄까요?

transient-guest 2012-12-08 03:15   좋아요 0 | URL
네, 좀 독고다이 기질이 강하죠. 이 사람이라면, 만약 나꼼수와 딴지일보가 권력화되어 조중동화 된다면, 이를 파는 기사를 쓸 수 있는 사람 같아요. 진짜 언론인, 요즘 보기 드문 사람이죠.
 
만화 박정희 특가 세트
시대의창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귀환!

 

  자고로 귀환이라는 이름이 붙은 영화 치고 장엄하고 화려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중에서 마지막 편인 "왕의 귀환"이 그렇고, 스타워즈 시리즈 6편 "제다이의 귀환"이 그렇다. 주인공이 오랜 세월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드디어 화려하게 제자리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장엄하고, 통쾌하고, 눈물 나는 장면이 귀환의 핵심이다.

 

  그런데 요즘 그다지 반갑지 않은 귀환을 접하게 된다. 일명 "왕의 귀환"이다. 물론 이 왕은 "박정희"다. 박정희를 왕이라 불러서 불쾌하다고? 전혀 불쾌할 필요가 없다. 왜? 박정희의 귀환을 바라는 사람들이 박정희를 이미 왕으로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백성을 먹고 살만하게 해 준 아주 고마운 성군! 북괴의 도발로부터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한 성군!" 이게 박정희 향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박정희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니던가? 감히 그분의 흠결을 들추어 내는 것은 무례한 짓이요, 방자한 짓이다. 그분이 양주를 금하던 시절에 여자를 불러 놓고 시바스 리갈을 마시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사실을 들추어내는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영화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빨갱이들의 선동작품일뿐이다. 절대로 그분은 그러실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오매불망 여린 백성을 먹여살리실 궁리만 하신 애족 애민의 화신이다. 그렇기에 그분의 탄신일에 국가의 예산을 들여서 탄신제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며, 그분의 생가를 성역화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더 크게, 더 화려하게 보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분의 딸이(그네 언니) 대통령이 되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분의 후계자가 대통을 이어 받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된단 말인가?

 

  "5.16은 구국의 결단"이라는 그네 언니의 말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는데 이 또한 망측한 일이다. 만일 그때 구국의 결단으로 5.16 혁명을 일으키지 않았면 이 나라는 이미 김일성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분이 치부한 것들(정수 장학회, 대공원, 경향 신문 등등)이 왜 문제가 되는가? 나랏님이 자기 것을 가져 가시는데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냐고? 아니다. 위에서 열거한 것들, 박정희 향수에 젖어 사는 분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다. 박정희를 반대하는 것은 "철없는 어린 것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나대는 것이지 그 시절을 살아봤다면"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 아니던가?

 

  박근혜 주변에 7인회라고 있다고 한다. 내가 하는 말도 아니고, 박근혜를 끌어 내리려는 빨갱이들의 음해도 아니다. 동아일보 2012년 5월 28일자 신문에 보도 되었다.(http://news.donga.com/3/all/20120528/46561244/1) 물론 박근혜는 모른다고 답변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던가?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렇다.

 

  55세 이상은 박근혜 주변 5.5m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는 말이 무색하게 가장 어린 사람이 66세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먼저 김용환(80세) 새누리당 상임 고문은 박정희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김용갑(76세)은 육사 출신으로 5공시절 안기부 기획조정실장과 청와대 민정 수석을 지냈다.(노무현 시절 민정 수석을 지낸 문제인을 노무현의 남자라 부르는데 그럼 김용갑은 전두환의 남자인가?) 최병렬(74세)은 유신시대 청와대 출입기자였고, 민정당 의원으로 국회에 입문, 노무현 탄핵의 선봉이다. 안병훈(74세)은 유신시절 청와대 출입기자였으며, 김기춘(73세)은 중정부 파견 검사 시절에 유신헌법 제정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경대(73세)는 "박근혜의 남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민정당으로 11,12대 국회의원을, 민자당으로 14대 국회의원을, 한나라당에서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의원을 5선 하는 동안 오로지 여당에만 몸을 담은 그의 경력이 신념이 있다고 해야 할까? 강창희(66세)는 하나회의 막내기수라고 한다. 이 정도면 3공과 5공의 모든 세력들이 결집해서 박근혜를 민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니다. 미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들은 박정희의 가신들로 박근혜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유산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박근혜 측의 대선 정책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왕의 복귀" 즉 박정희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진보 정치의 아이템 선점"이다. 전자는 노년층을, 후자는 젊은층을 공략하는 것인데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정책이 묘하게도 "왕의 성은"이라는 말로 모아진다. 그녀의 모든 정책 속에는 박정희가 아주 뿌리 깊게 박혀 있으니 왕의 귀환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박정희의 귀환은 왕의 귀환이 아니라 망령의 귀환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정신대 문제와 강제 노역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았고, 차라리 폭파시켜서 없애자던 독도도 여전히 소란스럽다. 부산일보와 정수장학회, 경향신문, 육영재단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는 여기에 대해서 묵묵부답이며, 혁명, 구국의 결단 운운한다. 과거사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지만 그 길은 요원해 보인다.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권력을 잡고 있고, 권력 재창출을 노리면서 역사를 왜곡하며, 올바른 평가를 내리지 못하게 한다. 이 정도면 왕의 귀환이라기보다는 망령의 귀환이다.(물론 반대쪽에서도 여전히 노무현의 이름을 걸고 나오니 한국 정치는 산사람들의 정치가 아니라 망자대 망자, 망령대 망령의 정치가 아닌가? 혹 이러한 표현에 불편해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박정희에 대한 바른 평가! 여기에서부터 오늘의 역사와 정치의 희망이 시작된다. 공은 공으로, 과는 과로 평가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박정희라는 망령의 그늘이 우리의 마음에 드리우게 될 것이다. 이는 왕의 남자 "전두환의 귀환"까지 불러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 책은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데 있어서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할 책이다. 특히 그의 어린 시절과 대통령이 되기 전의 과거에 대해서 역사적인 사실에 기초한 내용은 박정희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문득 전두환 역할을 담당했던 이덕화씨의 극중 대사가 생각이 난다.

 

  "왜 나만 갖고 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 전두환 - 전2권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어린 시절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의 편린들을 끄집어 내본다. 첫째 9시 땡치면 "전두환 대통령께서는"으로 시작되는 대통령의 근환에 대한 뉴스가 항상 처음을 장식했다. 소위 말하는 땡전뉴스다. 둘째 참 매웠다. 어쩌다가 시내에 나갔다가 매캐한 연기가 날리는 것을 보았다. 곧이어 눈이 따갑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이게 최루탄이구나" 생각했다. 며칠 뒤 학교에 갔는데 운동장에 까맣고 조그만 플라스틱 파편들이 떨어져 있었다. 친구들하고 이게 뭐야 신기해 하면서 가지고 놀다가 이마에 난 땀을 훔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따가워지더니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수도가에 가서 물을 틀어 놓고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 그 까맣고 조그만 플라스틱은 최루탄 파편이었다. 셋째, 교과서에 인가, 교실 전면에서인가 훤한 이마를 드러내놓은 전두환 대통령의 사진을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내게 전두환의 시대는 기억의 저편에 있는 빛바랜 사진이다. 그런 빛 바랜 사진에 색을 칠하고 다시 복원을 해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복원해 낸 전두환의 시대를 무엇이라 표현할 것인다.

 

  야만의 시대!

 

  전두환의 시대를 평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다. 인간적인 상식이나, 수치심, 예의는 모두 실종되어 버리고 오로지 권력에 대한 욕망이 모든 것을 덮었다. 그러다보니 정치적인 스캔들이 많았고, 무리수가 많았으며, 고문과 폭행이 난무했다. 박정희의 시대가 어떠한지 살아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박정희의 길을 짧은 시간 안에 가자 충실하게 따라갔던 사람이 전두환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말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지만 청출어람이라고 하겠다.

 

  광주 민주화 운동, 부천서 성고문 사건, 김근태 고문, 이한열 사망,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굵직한 사건들만 뽑아도 5공의 시절은 폭력과 고문으로 점철된 시대이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하나 꼽자면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이다.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8년 1월 13일 치안 본부 대공분실 수사관들에게 잡혀갔고 폭행과 고문을 받던 중 1월 14일 고통 속에 사망하게 되었다. 박종철의 죽음을 조용히 덮으려던 수사관들의 음모를 알게된 중앙일보 신성호 기자를 통하여 사건이 기사화 되었으며, 다음날 치안본부장 강민창은 “냉수를 몇 컵 마신 후 심문을 시작, 박종철군의 친구의 소재를 묻던 중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져, 중앙대 부속 병원으로 옮겼으나, 12시경 사망하였다.”고 공식발표를 하였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저 유명한 말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도 안되는 말을 공식발표랍시고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목숨이나 존엄성이 아니라 자기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아니라, 권력 유지를 위해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었다.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이용했다. 전 국민적인 공포감을 조장하여 코묻은 아이들의 주머니돈까지도 빼앗아 갔던 평화의 댐 모금 운동, 프로 스포츠, 영화와 성의 상품화라는 3S 정책! 어디에도 인간에 대한 눈꼽만큼은 찾아볼 수 없다. 오늘날까지도 마찬가지다.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시시때때로 골프를 치러 다니시는 그분의 대범함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으며, "왜 나만갖고 그래!"라는 억울한 항변은 그분의 정신구조가 이미 일반인의 상식으로 진단이 불가능한 대인배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일까? "전두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필두로 한 전두환 각하 슈퍼맨 만들기 프로젝트는 감히 무엇이라 평할 수 없는 고차원의 코미디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에 이르러서 진정한 코미디가 완성된다.

 

  워낙 대인배이신 저들이야 종이 다르다고 치자! 대인배이신 그분들은 자신들에게 예의는 거추장스러운 것임을 이미 선언하셨으니 말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에 대해 내가 말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다. 다른 사건은 둘째 치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만 집중해 보자.

 

  박종철의 죽음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감을 느낄 사람이 하나 있다. 박종운이다. 박종철이 고문을 받고 죽어가면서까지 감쌌던 인물이다.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을 고문했던 이유는 박종운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런 그가 2004년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었으며, 지금도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다. "시장경제를 지키고 북한을 민주화하는 것이 박종철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는 드립질을 해대고 있다. 최소한 박종철에 대한 책임감이나 예의가 있다면 그가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 그의 이런 행동은 박종철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말이 많이 과격해졌다.)

 

  안상수도 마찬가지다. 당시 검찰을 지휘했던 검사 가운데 한 사람이 안상수이다. 그런 이유로 1995년인가 안상수는 박종철의 고문 치사 사건에 관한 책을 펴냈고 이를 통해서 권력과 단호하게 맞서서 경찰의 사건 은폐를 막은 장본인이 자기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사건 은폐를 막은 사람은 안상수의 상관이었던 최환 부장 검사였고, 이때문에 그는 이후 수사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오히려 안상수는 재판 과정 속에서 박종철 사건을 축소하는데 일조했다는 이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내 책의 인세를 전부 박종철 기념 사업회에 기부하겠다."는 그의 제안을 박종철 기념사업회는 거부하면서 안상수는 박종철의 죽음을 자기의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서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 또한 사자에 대한 예의는 아니며, 나아가 인간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공식적으로 5공화국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 실세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근혜의 주변에 모인이들이 3공과 5공의 실세라는 소문은 소문이 아니지 오래되었다. 아무리 박근혜 주변 5.5m안에 55세 이상은 발을 들이지 말라는 엄명을 내려 놓았지만, 그의 참모들이 3공과 5공 실세들이라는 것은 이 바닥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29만원 밖에 없다면서 골프를 치러 다니고, 육사 생도들의 사열을 받는 것, 광주에 대한 발포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 쿠데타 세력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현충원에 묻히는 것, 이 또한 인간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이다. 예의가 뭐 어려운가 최소한의 염치를 아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는가? 청산되지 않은 5공, 5공의 모태이며 동일하게 청산되지 않은 3공, 과거를 팔아 현실의 성공을 구하는 기회주의자들 염치를 모르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이들이 이 시대를 다시 야만의 시대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야만의 시대는 세련되게 포장되어 은밀하게 우리의 삶 속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말이 절실하게 와닿는 여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용민이 보수를 판단다. 판다는 의미는 보수가 어떤 집단인지 연구를 해본다는 의미란다. 김용민에 의하면 보수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모태보수, 권력 의지를 가지고 변절한 기회주의 보수, 아무 것도 모르고 끌려 다니는 무지몽매 보수란다. 이 모든 보수 위에 자본주의 보수가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잘난 놈, 잘 나고 싶은 놈, 자기를 모르는 놈, 자기밖에 모르는 놈! 잘난 놈과 자기밖에 모르는 놈들은 매우 친하다. 왜?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노는 물이 거의 같으니까? 잘 나고 싶은 놈은 인생의 목적이 잘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이용한다. 과거 자기의 행적도 마케팅 용으로 기꺼이 내놓는다. 자기를 모르는 놈은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이리 저리 끌려 다닌단다. 자기를 모르는 놈 가운데에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놈과 자기가 잘난 줄 착각하는 놈이 섞여 있다.

 

  판다는 두번째 의미는 세일즈라는 말이란다. 보수들이 어떻게 보수를 파는가? 이익을 가지고 상대방을 유혹한다는 것이다. 그 이익이 비록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할지라도 상관없다. 낙장불입, 환불불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떨이 상품을 싼 가격에 산 것이기 때문에 손해봐도 무방하다고 넘어갈 수 없다. 우리 인생의 5년이 하번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보수의 실체를 까발린다. 그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하는지, 그들에게는 어떤 철학이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공부를 안하는지, 그들의 지배 구조가 어덯게 바뀌어 가는지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보수의 몰락이 멀지 않았으니 진보여 꼼꼼히 준비하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한가지! 정말 그럴까? 진보가 꼼꼼히 준비하기만 하면 되는가? 이 무슨 사흘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들어가는 소리란 말인가? 진보는 어떤가? 보수의 몰락이 과연 진보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인가? 아니다. 내가 보기엔 보수와 진보는 동시에 몰락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 진보라고 말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동 구조 또한 보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다. 보수보다 못하다. 보수는 이득을 위해서라면 자기 동료까지도 잘라내는 과감성이 있지만(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국민에게 이렇게 비쳤기 때문이다.) 진보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흠이 있어도 내편이라는 논리로 그들을 감싸기에 바쁘다. 나는 전자를 질나쁜 정치로 보고 후자를 질나쁜 패거리 주의로 본다.(요즘 통진당 사태를 보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김용민이 보수를 팔았듯이 나는 진보를 팔아보련다.

 

  진보가 무엇인가? 진보에는 세부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 잘났다고 생각하는 놈, 둘째 조금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놈, 셋째 아주 잘났다고 생각하는 놈! 차이가 무엇인지 알겠는가? 없다. 전혀 없다. 다만 자뻑의 수준의 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진보라고 생각하는 부류들은 모두 자기가 잘난 줄 안다. 그래서 자기들이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가 자기들이 잘나서 국민들에게 시혜와 은총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진보는 잘난 자기들이 무지몽매하 국민들을 계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김용민의 책을 통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용민도 자기가 잘난 줄 안다. 그래서 무지 몽매한 이들을 깨워서 그들을 바른 길로 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혜와 계몽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하게 대중을 바보로 안다. 그러니 대중들의 소리가 귀에 들리리 없다. 민노총의 일시적인 지지 철회도 심각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왜? 그들은 무지 몽매한 대중은 갈대와도 같아서 조만간 자기를 지지할 것이라 착각한다. 잠시 소나기만 비하면 될 뿐이라는 점도 보수와 어쩜 그리 똑같은지...

 

  진보를 어떻게 세일즈하는가? 패거리 정신과 꼰대 정신으로 세일즈한다. 일단 우리편만 되면 무슨 부정을 저지르든지 지켜주겠다고 한다. 부정선거도 이기기 위한 전략적인 행위일뿐 심각한 룰 위반이 될 수 없다. 마지막까지 지켜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도, 당규도 무시한다. 무엇보다 패거리 정신이 최우선 한다. 꼰대 정신은 무엇이냐? 위에서 말한대로 무지몽매한 대중에게 잔소리를 해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못된 태도이다. 진보가 매력이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 혼자만 군자연한 태도로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다.

 

  진보에 희망이 있는가? 없다. 자정 능력도 상실해 버린 진보에 무슨 희망이 있으며, 그게 무슨 진보인가? 언제부터 민주당이 진보였으며, 언제부터 진보 세력들이 민주당에서 쿠사리 먹어가면서 똑바로 못하냐고 비판을 듣게 되었는가? 그럼면서 무슨 진보란 말인가? 꼴통 보수가 넘치듯이 꼴통 진보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이 강하다. 보수에 이명박, 오세훈의 셀프 빅엿이 있다면 진보에는 이석기와 김재연의 셀프 빅엿이 있다.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을 바라보는 나는 둘 다 팔아버리고 신선한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까지 안철수를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이제부터 안철수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정용재.정희상.구영식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1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스폰서: 1. 행사 운동 경기, 자선 사업 따위 기부금 내어 후원하는 사람.

             2. [방송] 전파 매체,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에서 프로그램 제공하는 광고주.

 

  포털 사이트에서 스폰서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위와 같은 설명이 나온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인가부터 여기에 한가지 뜻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용법이 아닌 암암리에 사용되는 은어로 "물주"를 뜻한다. 물주라는 말이 뭐가 잘못되어서 숨겨서 사용해야 하는가? 돈을 대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기 때문이다. 그것도 불법적으로 말이다. 어떤 사람은 몸, 즉 성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돈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향응을 제공받는다. 그리고 그 대가로 불법적인 일체의 행위들을 해 준다.

 

  법을 집행하는 검사라면 이런 불법적인 커넥션을 색출해 내서 처벌해야 하지만 도저히 그럴 계제가 아니다. 그들도 스폰서를 두면서 불법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질스럽고, 화끈하게 놀았다는 사실과 덧붙여서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그들의 행위가 한심스러워서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건 뭐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견찰, 떡검, 섹검! 검찰을 조롱하는 말은 매우 다양하다.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 샤넬 여검사 등 그들이 커버하는 범위도 점점 넓어진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거리낌도, 미안함도, 그렇다고 조폭만큼의 의리도 없다. 그냥 즐기면 된다, 검사니까 이정도 쯤이야, 주는걸 안받으면 병신 같은 생각을 하나 보다.

 

  검사와 스폰서라는 책은 그동안 말로만 떠돌았던 검사에 대한 불측한 소문들이 낭설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을 드러내 주는 책이다. PD수첩을 통해 몇번이나 보도 되었지만 결국은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나버린 검찰의 수사와 특검의 수사에 반발하여 진실을 밝히겠다는 일념 하나로 기록한 책이란다. 그래서인지 상세하게 실명을 거론하면서 검찰과의 불법적인 커넥션의 실체를 하나하나 자세하게 까발린다. 여기에 이름이 올라온 검사들 꽤나 곤혹스럽겠다는 생각을 해봤지만 쓸데 없는 생각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실체를 까발린 사람만 나쁜 놈이 되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잊혀져 갔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다는 것은 그가 고발한 검찰들로부터 확실한 보복을 당한다는 사실과 마찬가지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공익에 유익하다면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주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김용철 변호사도 그렇고, 이 책의 저자도 그렇고 감히 검찰과 맞섰지만 그들은 꼼짝도 않고 괜시리 고발자들만 바보가 되었다. 계속 이런 상태에 머무른다면 검찰의 모습 또한 구태에 머물 뿐이요, 검찰 개혁은 말의 잔치가 될 뿐이다.

 

  이 책에 대해서 평가하자면 검찰과 스폰서라는 불법적인 관행을 폭로했다는 의의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시종일관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 변명을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짜증이 난다. 검사들의 불법적인 행위도 왜 문제가 되는가라고 깊이있게 묻기보다는 의리없는 놈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쉽게 읽히는 것,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 기록 보관용 정도가 아니라면 구입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그냥 PD수첩 영상을 찾아서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묻으려면 제대로 묻어야지 어설프게 묻으니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제대로 묻을 자신이 없으면 제대로 파헤쳐야지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대처하니 비웃음을 사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확실하게 묻어서 차라리 몰라서 속이라도 편하게 하든지, 아니면 제대로 파헤쳐서 법의 공정함과 검찰의 자정 능력을 보여줌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든지! 개인적으로 후자였으면 소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