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지향 - 공부하지 않아도, 일하지 않아도 자신만만한 신인류 출현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순분 옮김 / 열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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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지향?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느낌이다. 상류지향도 아니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고 아니고 그렇다고 겸손하다는 의미도 아닐텐데 무슨 의미일까? 88만원 세대라는 책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말해서 샀는데 이건 무슨 이야기일까? 솔직히 그 의미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열었다.

 

하류지향!

다음으로 느낀 것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하류지향이라는 말만큼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겠구나 생각했다. 이미 우리 나라에서 친숙한 프리터족(놀랍게도 우리가 자조 섞인 말로 사용하는 프리터족도 하류지향은 아니었다.)은 물론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본 사회의 사회적인 병폐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게 된다. 한달내내 열심히 일해야 평균 임금 88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리 나라 20대를 이야기하는 88만원 세대보다 더한 니트족들의 이야기는 끝간데 모르고 바닥으로 가라앉는 젊은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젊은이들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면서 이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고한숨을 쉰다.

니트족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계형 알바 88만원 세대를 지나가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일해야 자신의 가치보다 낮은 평가와 임금을 받는 일이 계속되다 보면 일본형 니트족처럼 노동으로부터 도피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은 살만하다. 언젠간 좋은 날이 오겠지. 조금만 참자."라는 생각에서 "이런 일을 왜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으로 전환되게 된다면 생계형 알바에 매진하고 있는 우리네 20대들은 니트족으로 전환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남의 이야기같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있다. 지금에서 한발만 더 나가면 하류지향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류지향.

모르겠다. 내 생각에 이미 한국 사회는 하류지향으로 들어섰다. 하류지향의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 교육과 노동이라는 권리이자 의무를 시장경제에 맡겨버리는 순간 하류지향의 기본원칙은 작동되는 것이다. "왜 이런 것을 배우나요? 이것이 얼마나 쓸모 있나요?"라는 질문들의 이면은 "이것을 통해 얼마나 벌 수 있나요? 돈으로 환산 가능한가요?"라는 의미라는 필자의 지적은 가볍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이공계가 죽는다. 그리고 인문철학은 이미 죽었다." 말한다. 교사가, 의사가, 판검사가 인기 직종으로 떠오른다. 돈 많이 벌면 행복하다는 맘모니즘이 주위에 넘쳐난다. 또한 이것과 맞물려 자기 인생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자기 결정 페티시즘"이 넘쳐난다. 이 모든 것의 결과는 하류지향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모르면서도 당당함이 넘쳐나는 사람들이 이 사회에 가득하게 되는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특수가 아닌 보편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아니 무식과 용감이라는 개념조차도 사라져 모두가 하향 편준화 하는 사회가 이미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제 대선을 치뤘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었다. 정말 힘들었던 대선이었다. 정책은 실종됐고 개싸움이 난무한 대선. 정책은 사라지고 정파만 남았던 정치판, 의사봉은 사라지고 전기톱과 지팡이만 있었던 국회. 이러한 혼란 가운데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바라며 이명박씨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것일까?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핵도, 친미도 반미도 사라지고 오직 남은 것은 경제뿐이다. 이젠 무한 경쟁의 논리로 모든 것을 덮었다. 7% 성장과 300만개 일잘기 창출이 모든 비리와 더러움을 덮었다. 아마 경제의 색깔은 검정일 것이다. 모든 것을 겊으니. 각설하고 이제 한국 사회도 경제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다. 과연 이러한 무한 경쟁의 논리에서 88만원 세대는 어디로 갈 것인가? 마음이 무겁다.

 

어쩌면 한국은 이미 하류지향의 운명을 선택하고 그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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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미래 - 앨빈 토플러 (반양장)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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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미래(앨빈 토플러/청림출판)

 

"모든 사항을 고려 했을 때, 이것도 한 번 살아볼 가치가 있는 환상적인 순간이다. 미지의 21세기에 들어온 것을 뜨거운 가슴으로 환영한다!"

 

부의 미래를 끝맺는 말이다. 앨빈 토플러의 미래에 대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부는 시간과 공간과 지식에 의하여 형성되고 창출될 것이라 말한다. 모든 것들은 변화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가운데에서 시간과 공간과 지식을 잘 이용하는 것이 절대 빈곤을 퇴치하고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제공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 말한다.

 

  여러가지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동시화(모든 과정들을 일련의 시간 과정 가운데에서 적합하게 조정하는 과정들 도는 행위), 비동시화(일련의 과정 가운데에서 조정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파국들이나 현상들), 무용지식(우리가 습득하는 지식은 숙달된 당시에는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 쓸모없는 지식이 되어버리다.), 프로슈머(생산과 소비를 같이 하는 비화폐 경제의 일들로 화폐경제에 편입되기도 하고 화폐 경제를 변형시키기도 한다.) 등 생소한 단어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러한 단어들을 익숙하게 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물론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위에 정의한 단어들은 나의 정의일 뿐이다.

 

  생소한 단어를 대충 정리하고 나자 토플러가 하고자 하는 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는 변화하는 과정 가운데에서 창출될 것이며 이것들을 가능하게 하며 가속화 하는 것은 IT와 컴퓨터, 통신, 등 첨단 과학 기술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오직 과학만이 자기를 부정하고 개선시켜나갈 여지가 있는 이유에서다. 이것들을 보면서 역시 과학 기술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지식인 혹은 과학만능주의자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것인지...

 

  또한 토플러는 미국은 세계를 제패하는 제국주의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도 분열을 앓고 있는 실험실이라 말했다. 미국을 제국주의로 몰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그들은 변화라는 체제와 여기에 대한 저항이라는 사회적인 면을 무시했기 때문이라 비판한다. 그러나 교묘한 논리 가운데에 미국의 제국주의를 옹호하고 변호한다고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부의 미래는 미래의 부의 창출 시스템이 혁명적으로 바뀌어 갈 것이며 그 가운데에서 절대 빈곤을 퇴치하는 시스템에 대한 선구적 시각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지금가지 나왔던 토플러의 책들을 읽었다면 토플러의 말이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모든 것을 부의 잣대로 평가하는(본인은 아니라 말하지만 교묘한 논리 가운데에 숨어 있는 것은 부가 모든 기준의 절대치가 된다는 것이다.) 토플러의 부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막연한 기대감, 반대 급부에 대해서는 눈 감고 있는 막연한 부에 대한 기대감이 토플러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의 근거이다.

 

  "미래는 점점 부를 추구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이미 국가의 손을 떠난 것이다. 당장 이라크 전쟁만 해도 미국의 힘보다는 민간 기업과 NGO의 힘이 더 강하다."는 논리를 통하여 미국의 패권을 교묘하게 포장하는 모습,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세계화를 해야 할 것이며 실제로 재세계화는 기업에 의해서 지금도 이루어 지고 있다."는 논리는 세계화를 꾀하는 미국의 논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도 세련되게 미국과 미국에 있는 민간 기업은 별개라는 말을 하면서.

 

  만일 부의 미래라는 책이, 미래의 부에 관한 책이 남미나 인도를 포함한 제 3세계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같은 제목이지만 매우 다른 내용이지 않았을까? 훨씬 더 미국을 공격하고 세계화를 공격하는 내용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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