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언론이 참 지랄 맞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영화 1987에서 처럼 칠판에 분필로 적혀 있는 보도 지침을 지우면서, 언론을 뭘로 보고, 사실대로 써라고 일갈하는 언론을 상상했던 내가 너무 순진한 것인지 아니면 철이 없는 것인지...언론의 역할은 감시의 역할이어야 하지, 결코 여론을 조장하여 누군에게 이익을 주어서는 안된다. 가령 누군가에게 이익을 주기 위하여 애를 쓴다고 해도 그 대상은 재벌이나 권력자가 아닌 정말 힘없는 약자들을 위해서여야 한다.

 

  그런데 요즘 언론이 참 지랄 맞다. 기레기라는 말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기레기라는 말이 원래는 "기성용 쓰레기"로 시작했던 말로 기억한다. 기성용의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라는 발언을 싸이월드에 기재했던 2013년 경의 일로 인해 기성용의 도덕성을 이야기하면서 기레기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별명이 여기저기에 나오기 시작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이다. 처음에 아무 것도 몰랐던 나는 도대체 기성용이 또 어떤 말을 했기에 기레기라는 용어가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가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 기레기가 기성용 쓰레기가 아니라 기자 쓰레기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기성용이 좋아하겠다라는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면서 킬킬댔던 기억이 있다.

 

  기레기라는 용어에 담긴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불편함, 이것을 뛰어 넘는 반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요지부동이다.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마치 사탄의 세력이 음해하는 것이라는 말로 뭉개는 일부 목사들처럼, 자신들에 대한 공격은 좌빨들의 선동이라는 말로 깔아 뭉갰다. 조중동에 반기를 들거나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좌빨로 매도되었고, 사상 검증을 위해 "김정일 개객끼"를 외쳐야 했다. 국방부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때아닌 신앙고백을 해야 했다. 물론 신앙 고백문은 "천안함은 북한의 소행이다. 김정일 개객끼해봐."였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에 대해서 그 어떤 언론도 날카롭게 비판하지 않고 좌빨들이 설친다면서 때아닌 매카시즘을 조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언론이 장춘기 백일장으로 그 밑바닥을 드러냈다. "충성 충성"을 외치는 그들의 충성의 대상은 누구이며, 왜 사주가 아닌 삼성의 임원에게 승진되어서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내야 하는 것인지...

 

  그 충성심의 발로였는지 날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을 까대기 시작했고, 결국 낙마시켰다. 그런데 그 의혹이라는 것이 옐로페이퍼 수준이다. 왜 도대체 그렇게 목숨걸고 씹어댔을까? 자한당이라면(그들은 자한당이라 부르지만 나는 자유당이라 혹은 자해당이라 부르고 싶다.) 이해가 가겠지만, 삼성이라면 이해가 가겠지만 도대체 삼성의 특혜를 철폐하고 금융을 바르게 세우겠다는 김기식을 향하여 맹공을 퍼부은 이유가 무엇일까? 여전히 네이버에 김기식을 치면 "김기식 여비서"라는 연관어가 먼저 뜨는 이 상황을 보면서 그의 가족들은 얼마나 답답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기식의 낙마 이후, 이제는 조국을 향한 공세를 시작했다. 정권 초기 임종석에 대한 언론의 공세에 이어 조국에 대한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그 덕일까?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임종석과 조국이 차기 대통령이라고, 비선 실세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이러한 생각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 참 가지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언론이 팟 캐스트에서 "왜 그래? 그건 언론이 아니잖아"라고 말을 하면 너희들이 언론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격할 때에는 언론이라는 프레임으로 그들을 처벌하려고 애를 쓴다. 이건 기울어져도 너무 기울어져 있다. 어떻게든 바로 잡아 보려고 불매 운동도 하고, 사장 교체를 요구하기도 하고, 방송사 앞에서 시위를 해보지만 그들은 요지부동이다. 정권이 바뀐 다음에나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은 더 커져만 간다. 그런 나에게 언론이 그 지랄맞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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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5-0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론사가 그 유지비를 광고에서 대부분 가져오면서 이미 주도권이 넘어갔다고 봅니다. 물론 일종의 공생관계이기도 하고 갑을관계가 역전되기도 하지만 장충기사건을 보면 결국 큰 광고주가 다 잡고 흔드는 걸 막을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기자다운 기자보다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고 2030이든 4050이든 결국 월급쟁이 이상의 수준을 기대하긴 힘든 것 같네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뉴스를 가려 보고 듣는 혜안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필수조건이 활발한 독서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니까 답답하네요..
 

미투 운동이 한창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한국의 미투 운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각계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범조계, 문학계, 연극게, 이제는 정치계까지... 그동안 쌓여왔던 적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하여 한꺼번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온갖 권력으로(그것이 직위가 되었든 재물이 되었든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찍어 누르던 것들을 더 이상 찍어 누를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르러 터져나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렁이가 밟히다 밟히다 꿈틀 한번 한 것이며, 쥐가 죽으면서 찍 소리 내보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 무엇인가? 자기 이름 걸고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는 뜻이 아니던가? 한국 사회처럼 약자를 보듬어 안아 주는데 인색한 사회 속에서, 더구나 여성 피해자에 대해서는 더한 한국 사회 속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내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 목숨을 걸고 돌진하는 저항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니 내가 최소한 너에게 상처라도 하나 남기고 죽겠다는 옥쇄(3.1절이 지난지 1주일이 안되었는데 이런 말을 쓰기가...그러나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이다.

 

그 처절함 때문일까 과거와 달리 미투 운동이 사회에 끼친 영향이 만만치 않다. 나아진 것이 뭐가 있느냐 반문하겠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성폭력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니던가? "성폭력=성폭행=강간" 이런 등신같은 등식을 보편적인 상식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강간당한 것이 아니니까 괜찮지 않느냐, 혹은 청바지를 입었는데 강간이라니 당치 않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법원에서도 흘러나오지 않는가? 미투 운동은 이런 암담한 현실 속에 한 줄기 빛과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미투 운동이 진행되면서 언젠가부터 물타기가 시작되고 핵심쟁점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아픔과 용기에 공감하기 보다는 얼굴을 보면서 품평회를 한다. 페미냐 아니냐 말하기 시작하고, 한남이냐 하니냐, 남성 공격이냐 아니냐 등등 여러가지 불필요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미투 운동이 정치권으로 옮겨붙으면서 색깔론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어제 안희정 지사와 관련된 사건을 보면서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 되기 시작했다. 참다 못한 비서가 용기를 내어서 고백했다. 안희정 지사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 강간이 아니라 화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팩트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공작이다 아니다, 김어준이 알고 있었느냐 아니냐 등등 여러가지 말하는 것들은 미투 운동의 핵심을 가리는 일이다.

 

안지사 사건의 핵심은 이거다. 강간인지 화간인지는 아직 모른다. 거의 대부분의 성폭행 사건이 그러하듯이 피해자는 강간이라 주장하고, 가해자는 화간이라 주장한다. 그런데 증거는 없다. 자기가 증거라고 한다. 앞으로 재판이 난항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것은 안희정 지사는 성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딱 여기까지가 팩트다. 나머지는 진행되는 사안을 바라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섣불리 판단하고,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돌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진흙탕 싸움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지 주시하고, 이 일을 통하여 모든 미투 운동을 덮고 가려는 세력이 있는지, 혹은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여전히 유지하려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물타기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물타기는 바다에 가서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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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3-06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간이 뭔가 했습니다.ㅋ
고은 시인도 그렇습니다. 상습적이진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거기에 완전히 비껴가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차라리 어느 정도 잠잠해질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그나마 나을 것도 같은데.
어쨌든 이런 진흙탕 싸움이야 예상했던 바고
이 운동이 뭔가 획기적인 전환이 되길 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랄뿐입니다.

saint236 2018-03-06 16:37   좋아요 0 | URL
잘못했는데 상습적이지 않았다, 좋아서 했다 그러면 죄가 없어지는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어쩌면 이 기회에 정치권으로 미투 운동이 번져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국회에서 테러 방지법 때문에 시끄럽다.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이 된다 만다는 이야기가 있고,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몸으로 저지하기 시작했다. 몸으로 저지했다고 하지만, 과거처럼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아니다. 필리버스터라는 적법한 절차를 가지고 저지를 시작한 것이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사람들이다. 나도 말을 자주하는 사람으로서 연단에 서서 몇 시간을 연설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않다. 한 시간만 해도 목이 갈라지는데 몇 시간을 이어가고, 은수미 의원은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연설을 하면서 이 분야의 신기록을 세웠단다. 그들이라고 그렇게 하고 싶을까? 그럼에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말 말그대로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온 국민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대통령은 무식한 소리를 하면서 자신의 밑바닥을 온 국민에게 드러내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기가 막힌 현상이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기가 막힌 일이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책상을 탕탕 쳤단다. 몇번을 쳤는지 정신나간 기자들은 그 횟수를 세었다. 과거 몇번이나 기립박수를 했는지를, 그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를 기사로 다루었던 기자들의 정신 세계와 수준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씁쓸하다. 그런데 우리 공대생 대통령께서는 정말로 필리버스터가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기가 막힌 일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일이 이미 역사가 오래된 일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최소의 필리 버스터는 로마 시대의 정치인 카토(그를 3차 포에니 전쟁 시의 카토와 구분하기 위하여 소 카토로 부른다.)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이사르에 반대했던 카토는 당시 원로원의 회의가 해가 지면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해가 질 때까지 몇 시간이고 연설을 했던 전적이 있다. 아마도 내 기억에는 이것이 역사가 기록하는 최초의 필리버스터라고 생각한다. 근대적인 필리버스터는 1854년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24시간 이상을 연설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64년 故 김대중 대통령이 5시간이 넘는 시간을 연설하였던 전적도 있다. 네이버 시사 상식 사전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의회 안에서의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라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2012년 개정한 국회법 106조의 2에 보면 이에 대한 관련법이 있어서, 필리버스터가 합법적인 행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며칠 사이에 국회법 106조의 2와 필리버스터, 카토가 인기 검색어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 106조의 2를 모른다고 할지라고 조금이라도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게다가 자기 아벚와 그렇게 싸웠던 故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상식이 있다면 이것이 낯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텐데,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그가 얼마나 지식이 얄팍한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필리버스터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국회의원들고 있음을 가르쳐 주었으며, 특히 은수미 의원의 마지막 발언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은수미 의원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한 마지막 발언이 이번에 처음 한 발언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몇 달전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 등장에서 청년 실업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했던 이야기임을 알 것이다. 청년과 연관 검색어가 글자 수 세기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던 그녀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그분은 알기나 하나 모르겠다.

 

  과거 나는 친박이다라는 팟캐스트가 있었다. 꽤나 재미있게 들었던 팟캐스트였는데 진행자들이 했던 말 가운데 아직도 기억나는 촌철살인의 말이 있다.

 

  "이명박은 해 본 것이 많아서 문제고, 박근혜는 안해 본 것이 많아서 문제고, 국민들은 아는 것이 많아서 문제다."

 

  당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었던 말인데, 이 말이 아직도 유효하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이 해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청년들의 삶이 어떤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어떠지 당최 알지를 못하고, 책상만 탕탕 쳐대면서 국회가 딴지를 건다는 천박한 말이나 해대는 것이겠지. 제발 자신의 지식이 얇고 가늘다는 것을 온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테러방지법을 몸으로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필리버스터라는 것이 꼼수이지 해결책은 아니다.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이지 그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깨닫고 그냥 감동하지 말고, 그들을 응원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자녀들에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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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5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6-03-03 18:17   좋아요 1 | URL
문제는 그걸 모른다는 것이지요. 금붕어도 아니고....
 

  1907년 평양!

 

  한국 기독교에 있어서 이 두 마디는 잊을 수 없는 단어이다. 교회 부흥운동이 시작된 해와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을 계기로 한국의 기독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10년전 Again 1907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었다. 그 프로젝트를 보면서 어찌나 그리 창피하던지! 당시 모였던 장소가 상암이다. 집회 장소 밖에서는 홈에버 해고자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기독교의 거두라는 사람들은 죄다 경기장 안에 오며서 회개를 외치고 있었다. 그 안에는 김성수 회장을 추켜세웠던 큰 목사님들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절망스럽고 부끄럽던지.

 

  1907년 평양의 대부흥 운동도 마냥 좋았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 진정한 영적 각성 운동이라면, 진짜 기독교라면 당시 민족의 아픔 앞에서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하지 않았었을까? 신비주의, 성령운동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쪽으로만 치우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평양 대부흥운동의 가장 아쉬운 점이 이것이다. 국가의 독립을 위해 싸워야할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고, 기독교의 사회적인 책임을 제거하여 일제에 순응하는 기독교로 전락하게 되어버린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12월 5일 광화문에서 민중총궐기가 있었다. 조계종 화쟁 위원회에서 발벗고 나섰단다. 그럴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많은 관심이 조계사에, 그리고 화쟁 위원회에 쏠렸다. 그 결과는 우리가 보는 바와 같다. 종교가 할 수 있는 영역에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라는 그럴듯한 변명과 함께 사실상 한위원장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것이고, 그들을 탓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민중총궐기가 평화롭게 진행되기 위하여 화쟁 위원회에서 참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평화 집회를 위해서 경찰에도 시민단체와 민주노총에도 요청을 했으며, 차벽대신 사람벽을 만들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나는 문제를 삼고 싶다는 것이다.

 

  화쟁이라는 말, 불교의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그럴듯한 말을 통해서 문제의 핵심이 가려졌다고 본다. 차벽을 설치하는 것이 불법이라면 종교계에서 차벽을 치우라고 요청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차벽대신 사람벽을 만들겠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가? 국민들이 왜 그 자리에 모이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갑자기 끼어들어서 평화시위를 요청한다는 말은 내가 위에서 이야기한 평양 대부흥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시위를 하면서 평화롭게 하는 것도 좋다. 시위를 하면서 질서를 지키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그 시위의 목적이 평화롭게 집회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진정 조계종에서 이 문제를 화쟁의 정신으로 풀고 싶었다면 더 근본적인 차원으로 들어가야지 표피적인 단계에 머물러서 평화를 요구한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말할 것이라면 차라리 끼어들지 말았어야 한다. 그렇게 끼어든 조계종 때문에 민중총궐기는 평화롭게 모였다가 흩어진 집회가 되었다. 무엇을 위해서 모였는지도 없고, 그냥 평화롭게 모였다가 흩어진 집회가 되었다. 고작 이 기사 한줄 내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것일까?

 

  그냥 묻고 싶다. 그날 우리는 무엇을 위해 모였던 것일까? 조계종의 진정한 속내는, 그리고 그 기사를 대서특필하는 언론의 속내는 무엇일까? 내가 전혀 몰랐던 도법이라는 이름을 굳이 알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상균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도법이라는 이름만 남은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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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8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6-01-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았습니다 제가 트위터 안한지 몇년이 되어가는데 감사합니다
 

  아침에 중앙일보에 실린 뉴스를 보았다. T-50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미국에서 훈련기 교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 있는데 여기에 T-50을 수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계약이 이루어지게 되었을 때 미치는 경제 파급효과는 17조라는 골자의 기사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17조라는 효과이다. 아마도 기사가 다분히 그러한 효과를 노리고 제목을 뽑은 것 같다. 아마 그 기사의 의도대로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읽으면서 17조의 굥제효과를 불러 일으키다니 대단한걸 이라면서 지지율이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17조라는 단어를 보면서전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어지간히도 신뢰를 하지 않고 있는가 보다.) 내가 17조효과라는 단어를 보고 떠 올린 생각은 "이거 어디서 본거 같은데. 또 17조 효과야?"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미래부에서 전파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그 파급효과가 17조원이라고 했다. 특별히 700MHz 주파수 분할에 관해서 17조의 경제 효과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이에 관한 기사 내용의 링크는 이렇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40526501(한국경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70610821(한국경제)

 

  한중일 FTA 체결 효과로 17조의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는 기사도 있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economy/201210/e2012102417470470070.htm(

 

  정부 규제개혁으로 17조 효과라는 기사도 있다. 메이저 신문에서도 이야기했을텐데 찾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 신문사의 기사를 링크한다.

http://news.tf.co.kr/read/economy/1406246.htm(더팩트)

 

  언제는 팔려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제2 여객터미널을 만든단다. 그리고 그 효과도 17조란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9261372i(한국경제)

 

  이 외에도 찾아보면 많이 나오겠지만 재미있는 것은 17조란 숫자에 억지로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은 10년간 17조의 효과 어느 것은 30년간 17조의 효과 이런 식이다.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이 17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건 마치 지난 이명박 대통령 정권 시절에는 22조에 모든 것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4대강도 22조, 세종시도 22조 등등.(이런걸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보다 딱 5조원만큼 스케일이 크다.)

 

  당장 17조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수출이 성립되면 발생하는 효과다. 그리고 그 수출이 성립되는 것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우리나라에서 전투기를 사오는 나라가 미국이다. 게다가 그 미국은 자국의 군수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방국들에게 전투기를 비싼 값에 강매하고 있는 나라이다. 기술도, 군수산업을 지탱해야할 이유의 절심함도 한국보다 강력한 나라에서 자국의 비행기를 두고 굳이 한국의 훈련기를 살 이유가 있을까? 결론은 미국이 한국의 비행기를 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고, 고로 17조의 경제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 17조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인가 말것인가는 차후의 문제로 치고 말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그런 기자회견을 한 것일까? 그것도 비행기를 뒤에다 두고 말이다. 밀덕 중의 밀덕인 노무현 대통령도 탱크나 비행기 프라모델을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실제 비행기를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배짱은 꽤 오랫만인것 같다. 왜 이런 배경까지 동원을 했을까?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멋있고 그럴듯한 사진 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이슈가 잠잠해질 때쯤이면, 혹은 자신의 존재감이 많이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대통령은 패션 모델인 것처럼 화보를 찍어 오셨다. 지난달에는 파리까지 다녀오시면서 화보를 찍으셨다. 요즘 안철수, 문재인 등등 야당의 이슈로 신문이 도배된다. 여당에게 나쁠 것이 하나도 없지만 대통령은 이러한 현실이 불편하셨나보다. 그래서 사진 한장을 찍으시면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하고 계신다.

 

"나를 돌아봐 그대 나를"(듀스의 나를 돌아봐를 배경음악으로 깔면 좋을 듯)

 

  그럴리 없겠지만 나처럼 삐딱하니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17조의 효과도 그저 사진 한장 찍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늘 그래왔듯이. 너무 뻔해서 이젠 기대감이 많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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