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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 - 시장주의와 반공주의를 넘어, 비판적 중국 연구의 새로운 시각
이반 프란체스키니.니콜라스 루베르 지음, 하남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중국은 세계의 일부인가? 서구의 많은 정치 담론과 미디어, 대중의 인식에 따르면 그 대답은 '아니오'로 보인다. (첫 문장)
현 중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까. 나는 중국과 관련된 학과를 나왔는데, 확실히 그때와 지금의 세계적 정서가 다름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인식은 매 순간 바닥을 치고 있고, 쏟아지는 중국의 거대한 자본에 수많은 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빠르게 부상하는 중국의 위치는 자유주의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국은 정말 그렇게 무시무시한 곳일까. 중국인들은 타 국가 사람들과는 본질적으로 아예 다르고 중국 체제는 그렇게나 세계를 역행하면서 사람들을 억압하는 곳일까. 중국은 확실히 특수한 국가이지만 기존의 연구들은 그걸 너무 부풀리고 확대해석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중을 넘어 혐중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21세기 황화론(黃禍論)이 불 붙듯 붙는 현 시점에서 특히 왜곡 없이 중국을 연구해야 오래된 진영론을 벗어나 더 나은 '공동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은 어떻게 타자화되고 외부화되고 있을까. 위가 현재 영향력 있는 세 가지 경쟁 프레임이다. 어떤 입장이든 이러한 관점들은 중국을 외부화되고, 분리된 '타자'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을 분리할 수 없는 세계의 일부로 재개념화해야 중국의 발전이 세계인들에게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의 동역할을 이해하려면 일정 수준의 특수주의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화되고 맥락화되지 않은 분석은 피상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p.36)
그렇기에 제안하는 것이 방법론적 접근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이다. 한 지역을 보편화해서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상호 참조하여 상대화함으로서 세계를 다원적으로 인식하는 것. 흔히 '중국적'이라고 보이는 문제들이 실제로는 복잡한 역학 관계와 상호 연계의 결과이므로, 세계 속의 중국과 중국 속의 세계를 모두 조명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저서는 이러한 방향 전환을 위해 다각도로 중국을 바라보고자 한다. 중국 노동 체제, 감시 기술로 보는 중국의 사회적 신용 시스템,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과 신장 위구르 지역의 대량 억류 사태의 연관성과 유사성, 기존 서구의 모델을 모방하고 참조한 중국의 새로운 제도 등 중국의 특수함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그들도 세계화의 영향을 받고 압박을 받고 있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시사하는 바는 단 한가지 사실로 오늘날 중국에서 노동권과 노사 관계와 관련된 문제들이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깊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p.67)
예를 들면 중국의 사회적 덤핑,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정말 중국만의 특징인가. 중국이 노동계약법을 발표했을 때 글로벌 자본들은 그 법이 노동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 기업들의 중국 신규 투자나 기업 활동 지속을 재고하게 될 것'(57)이라는 압박을 주었다. 노동계에 있어 '바닥으로의 경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중국만이 정말 맞는걸까. 오명을 중국에게만 씌우고 자신은 고고한 척 발을 빼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 사태에 과연 책임이 없을까.

물론 중국은 폐쇄적인 국가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확실히 다른 특수성이 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의 감시와 압박은 인권을 강하게 탄압하고 있는 면이 있다. 그러나 중국을 세계와 똑 떼어내어 살아갈 수 없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이 세계의 다원적 모습을 이해할 수 없는 시기에 근시안적인 관점은 혐중 감정만을 부추기며 무기력함을 학습시킬 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적이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근거 없는 공포감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 더욱 더 폭 넓은 시각으로 중국을 연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이 연구 저서는 그를 위한 첫 걸음이자 방향 제시가 될 것이다.
+ 중국을 둘러싼 논의가 '본질주의'적 프레임과 '그쪽이야말로주의'적 프레임 사이에서 점점 더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웠다. 나는 중국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에 대해 깊은 소양은 없지만 저런 시각이 과연 도움이 될까. 배제와 무관심으로 밖에 읽히지 않아 저 관점을 고수하는 측의 주장이 궁금해졌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