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도토리 데굴데굴 (도토리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Fri, 23 Oct 2026 16:02:34 +0900</lastBuildDate><image><title>도토리</title><url>https://image.aladin.co.kr/img/blog2/manage/profileimg.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도토리</description></image><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그 살인, 본격 미스터리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그 살인, 본격 미스터리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81192</link><pubDate>Mon, 19 Oct 2026 20: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8119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1178&TPaperId=175811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0/74/coveroff/k35213117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1178&TPaperId=1758119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 살인, 본격 미스터리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a><br/>가타오카 쇼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br>실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인위적으로 가공해서 '미스터리 소설' 속 사건처럼 연출해 나간다면 어떨까?탐정 지망생이자 추리 작가 '아가사'의 오타쿠인 부우는 이 집안의 메이드로 취직하고, 우연히 이 집안의 장남이 위의 연출을 이용해 여동생 살해를 모의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우는 이 살인을 막고자 '머더 미스터리' 연출 기획자를 찾아내버리고, 계획된 살인을 막고자 위장 살인 작전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시작한 일은 결국 실제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고 만다.<br>왜 이 작품이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는지는 알 것 같다. 《명탐정 코난》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기이한 저택, 밀실 트릭,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살인, 그리고 다수의 용의자. 본격 미스터리의 정석이라 할 만한 클로즈드 서클의 요소가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여기에 부우와 머더 미스터리 기획자 야마이누의 티키타카가 더해져, 작품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어두워지지 않고 비교적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살인 사건을 미스터리극의 한 장면처럼 재연출한다는 설정 자체도 퍽 신선하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는 작가의 이력 덕분일까, 도면을 활용한 서술과 빠른 전개는 사건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페이지를 수월하게 넘기게 한다. 이 책이 가진 부인할 수 없는 장점이다. 미스터리물에서 기대할 법한 복잡한 인간관계와 복수의 서사 역시 빠뜨리지 않는다. 확실히 가지고 가야하는 것들은 가지고 그 위에 독특한 콤비를 얹어 여타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br>그러나 할 말은 해야겠다. 소설 속 캐릭터가 독특한 개성을 갖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서사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다. 독자가 400 페이지에 달하는 긴 분량을 함께 견디며 읽어나가려면 서사도 서사지만 '주인공이나 특정 캐릭터를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 이 책의 중요한 흡인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부우라는 인물이 오히려 이야기의 몰입을 반복적으로 방해한다.<br>부우라는 캐릭터는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캐릭터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일본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민폐를 끼치면서도 스스로 멈추지를 못하는 푼수 같은 오타쿠의 전형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결점이 귀엽거나 사랑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엉뚱하고 과장되며 오지랖까지 넓은 행동이 인물의 매력으로 이어지기는커녕, 다음의 행동을 읽어 나가는데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가 된다. 미스터리의 핵심적인 재미를 전달해야 할 캐릭터가 오히려 그 재미를 가로막는 것이다. 독특하고 코믹한 인물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과도하게 튀는 행동과 설득력 부족은 결국 작품 전반의 호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br>그럼에도 캐릭터라는 장벽을 뚫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단연 사건 설정의 기발함에 있다. 살인 사건을 '미스터리 연출'로 바꾼다는 설정은 분명 독특한 재미를 준다. 도면과 트릭이 맞아떨어지는 쾌감, 만화같은 상상력과 다소 라이트한 유머가 섞인 경쾌함, 어딘가 허술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콤비가 주는 개성. 다만 이 책은 정통파 미스터리의 치밀한 추리 과정만을 기대하기보다는, 독특한 상상력과 코믹한 캐릭터성이 결합된 이야기에 방점을 찍고 접근하는 편이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br>+ 읽는 독자층이 어떤 사람들이냐에 따라 호불호가 좀 나뉠 듯한 책인데, 비교적 라이트하고 미스터리를 잘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미스터리물의 매력에 빠질 수 있게끔 안내해주는 느낌으로는 좋아보인다. 정말 갖추어야 할 것들이 어지간한건 다 있는 푸짐한 밥상이라서.<br><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0/74/cover150/k35213117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07453</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서울 밖 감정 - [서울 밖 감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75269</link><pubDate>Fri, 16 Oct 2026 14: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7526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131796&TPaperId=175752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0/82/coveroff/k04213179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131796&TPaperId=1757526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서울 밖 감정</a><br/>성해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10월<br/></td></tr></table><br/><br>"내게 서울은 다른 무엇보다 교보문고가 있는 도시였다"<br>서울과 지방을 둘 다 살아본 경험이 있기에 이 문장은 선명하게 다가왔다. 서울에는 여러 교보문고 지점이 있지만, 이전에 살았던 곳에는 교보문고가 아예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풍경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쉽게 누릴 수 없는 경험이 된다는 것. 서울과 서울 밖의 차이는 그렇게 구체적인 장소 하나에서도 드러난다.<br>그러나 책이 다루는 건 서울 밖의 단순 지리적 풍경이 아니라 '감정' 이다. 교통이나 문화 인프라의 차이에 머물지 않는다. 서울은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이 모인 도시인 동시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라고, "너도 어서!"라고 재촉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임선우 작가는 수록된 산문 「너도 어서!」 에서 이렇게 말한다.<br>p.108 |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때때로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유는 어쩌면 한국 사회가 말하는 성공적인 삶의 지표가 지나치게 일률적이기 때문 아닐까.<br>성인이 되기 전부터 '인서울' 진학이 중요한 목표가 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서울에 속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다음 단계로 성공적으로 나아갔다는 증표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서울은 어느새 단순히 장소를 넘어, 내가 얼마나 잘 살아가고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br>물론 서울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서울이 사람들을 끊임없이 채근하며 트랙으로 떠미는 것은 비극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사람들에게 그곳은 분명 에너지를 준다'(116)고 말한다. 나는 이 양면적인 시선이 좋았다. 서울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시작하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br>나 역시 서울에서 살 때 하나의 트랙 위에서 빠르게 달리는 기분이었다. 나에 대한 걸 충분히 생각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리고 있으니 나도 달려야 할 것 같았다. 반면 지방에서는 그런 압박감을 상대적으로 덜 느꼈다. 마음 편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었지만, 그 편안함 속에서 불안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서울에 있는 친구들이 특별한 성취를 거두어서가 아니었다. 계속 시도하고 경험을 쌓아 간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설령 시도한 일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 테니까. 계속해서 도전하는 삶의 모습을 나는 부러워했다.<br>지방이라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함께 달리는 쪽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흐름 속에서는 그럭저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지만, 그 흐름에서 벗어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멈춰 서곤 했다.지방에서의 생활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곳에서의 시간이 편안하고 좋았다는 마음과, 그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시도해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동시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 때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때의 나는 나름대로 일상을 살아갔고,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어떤 환경에서 움직이고 어떤 상황에서 주저하는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니까.<br>서울과 지방을 모두 경험한 뒤에도 어느 한쪽이 더 나은 삶의 터전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서울의 조급함은 때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게 하고, 지방의 편안함은 내가 타인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다. 중요한 건 어느 곳에 사느냐가 아니라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놓치는지 알아차리는 일이다.<br>-서울에서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렸고, 지방에서는 멈춰 선 자신을 바라보며 불안해했다. 두 공간에서 경험한 감정은 달랐지만, 기저에는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답을 내리지 못한 채 타인의 속도를 기준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울 밖 감정』은 어느 곳이 더 나은지를 판정하는 대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견디는지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내 안으로 향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그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쩌면 내가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찾아야 했던 것은 더 나은 장소가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엇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0/82/cover150/k04213179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308264</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환상사회 - [환상사회 - 이상적 이미지를 넘어 자기-세계를 만드는 15가지 방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68932</link><pubDate>Tue, 13 Oct 2026 04: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689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1384&TPaperId=175689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3/42/coveroff/k59213138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1384&TPaperId=175689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환상사회 - 이상적 이미지를 넘어 자기-세계를 만드는 15가지 방법</a><br/>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br>우리는 언제부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되었을까. 스마트폰을 켜면 멋있는 사람들의 정돈된 일상과 성공의 기록들이 쉼 없이 교체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삶을 실시간으로 관람하고, 비교하고, 욕망하는 시대. 남들의 화려한 순간이 편집된 필름을 지켜보는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흘러가던 나의 오늘 하루는 문득 부족하고 뒤처진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조급해진다.<br>질투와 이미지가 우리의 욕망을 건드리고 시장을 움직이는 현상, 현실의 나보다 인터넷 속 이상적 이미지를 더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이란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환상사회』는 현실보다 SNS 속의 이상적인 '이미지'를 더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호모 판타즈마(Homo Phantasma)’라 이름 붙이고, 우리가 어쩌다 이토록 초조해지고 자신을 잃어버리는지를 논리적으로 해부해나간다.<br>이전에는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나 짐작하던 삶의 가능성을 이제는 손가락 움직임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만큼 시야의 폭과 함께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동시에 자신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판단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내가 갈망하는 것은 진짜 그 삶일까, 아니면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일까? 누군가의 성취는 나 역시 이루어 두어야 할 과정처럼 보이고, 다른 이의 취향은 미처 내가 발견하지 못한 '나다움'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삶을 참고하는 사이, '나다움'은 점차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다움'으로 바뀌어간다. 환상사회의 무서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군가 강제로 정해준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게 만들면서 우리를 '이미지의 노예'로 만드는 것.<br>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해버리지 않는다. 예쁘게 편집된 이미지들이 무한히 공급되는 알고리즘 환경에서 인간이 완전히 자유롭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산속으로 들어가라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는 없다. 이때 2부의 내용이 필요하다. 환상사회를 외면하거나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식의 텅 빈 격려를 읊는 대신, 환상을 깨달으면서도 현실에 단단히 두 발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15가지의 구체적 매뉴얼을 제시한다.<br>세상에는 닮고 싶은 삶이 많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넘쳐난다. 갓생을 사는 법과 예쁘고 단정한 일상 브이로그가 넘쳐나는 시대, 남들의 완벽한 편집본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는 동안 내 마음의 구멍을 갉아먹으며 크기를 키워가고 있다면 그 삶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완벽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이 정도면 삶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여길만한 도착점도 살아가는 내내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이런 시대에야 말로 타인의 기준을 무작정 거부하는 것도, 세상에서 도망쳐 스스로를 격리하는 것도 아닌, 그 안에서 자신만의 판단과 선택을 지켜내는 방법이 필요하다. 더 나은 나를 증명하고 타인의 이미지를 욕망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해버린 이들이 더 이상 환상과 이미지가 그려낸 허황된 카탈로그만을 뒤적이며 살지 않도록.<br>+ 개인적으로는 2부보다 1부가 훨씬 재밌었고, 1부만으로도 이 책에 가치를 크게 두고 있다. 1부에 공감하며 줄 죽죽 긋지 않는 사람 거의 없을거라고 확신함.<br>++ 독서노트 진짜 꽉낌. 특히 '우리 시대 온라인에서의 관계가 유령의 관계라면, AI와 맺는 관계는 오히려 유사 인간관계에 가깝다.'라는 말이 진짜 오래 남았다. 화면 맞은편에 사람 있다는 거 알지만 솔직히 관념적인 개념일 뿐이고 점점 살갗으로는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오히려 AI에게 시시콜콜한 일이나 고민들을 더욱 편하게 상담하며 인간들과 했던 상호작용을 하고 있으니까.<br>p.110 | 우리는 마치 좀비들이 가득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혼자 살아남은 존재처럼, AI라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AI에게 위로받는다. AI는 그 유명한 '아첨 현상'을 견지하면서 우리가 더욱 자기 자신에게만 매몰되도록 만든다. 우리는 AI가 주는 위로 안에서 자기 고립에 갇히게 된다. AI와의 대화는 일종의 끝없는 '자기 대화'다.<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3/42/cover150/k5921313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734270</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에케 호모 - [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59387</link><pubDate>Wed, 07 Oct 2026 18: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5938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131276&TPaperId=175593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8/32/coveroff/k26213127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131276&TPaperId=1755938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a><br/>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자극적인 도파민이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이 주를 이루는 여느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사와 달리,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에케 호모』는 불친절할 정도로 여백을 두고 잔잔하게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간다. 인류의 99%가 사라진 세계, 살아남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문명의 재건일까, 아니면 단 한 사람을 향한 다정함일까.<br>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반복되는 문장이 있다. "너희들은 변하지 않아." 인류의 99%가 사라지는 대재앙인 '강림'을 겪었음에도, 살아남은 인간들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프라임을 신으로 숭배하여 종교를 만들고, 누군가는 번식과 재건에 집착하며, 또 누군가는 멸망한 세상의 법과 질서가 사라진 틈을 타 가장 약한 여성과 아이를 향해 추악한 폭력을 휘두른다.인간의 욕망과 야만성은 종말 앞에서도 개과천선하지 않는다. 노먼의 말처럼 "아흔아홉 명이 우물을 깨끗하게 써도 한 명이 거기에 독을 풀면 이제 그 물은 아무도 마실 수 없게 되"(79)는 법이다. 개별적인 다수의 선의와 무관하게 존재 자체로 시스템을 오염시키는 독극물 같은 사람은 반드시 있기 마련인지라 여전히 절망적인 비극이 되풀이 된다.<br>성서에서 예수를 향한 조롱의 말이자, 니체가 인간에 관해 질문한 책의 제목인 '에케 호모(이 사람을 보라)'. 하지만 서브를 지키는 보호자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노먼(No Man)'이다. 독자는 이 사람을 보라는 제목 하에서 노먼의 행동과 그들의 여정을 계속 따라가게 된다. 노먼은 황폐해진 세상에서 서브에게 생명에 대한 윤리나 생존하는 방법들을 가르치고, 단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어린 서브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법도 윤리도 무너진 세계에서 서브의 손을 잡고 엑스포로 향하는 노먼의 등은 다정과 책임감이라는 사랑의 형태를 띄고 있어, 독자에게 "인간으로 산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곱씹게 만든다.<br>그리고 이 무너진 세계의 끝에서, 서브는 무용한 물건에 불과해보이는 책을 모으기 시작한다. 빵 한 조각, 기계 부품 하나가 생사를 가르는 폐허 속에서, 당장의 생존이 중요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종이 뭉치인 책은 가장 무용한 물건이다. 이 역시 어쩌면 사랑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악함으로 오염된 인류일지라도 그들이 한때 남겨놓았던 가장 아름다운 감정과 문명의 흔적을 잊지 않으려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읽혔다.<br>그러므로 이 책은 두 가지의 사랑을 말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사랑과 사람이 인류라는 종의 흔적을 기억하기 위해 모으는 거대한 사랑. 추악함과 폭력으로 가득했던 오염된 우물 속에서도 인류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행위. 그것은 문명 재건이라는 거창하고 오만한 껍데기를 벗겨내고서야 드러나는 사랑의 본질이자, 인간이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지켜내야하는 유산이 아닐까.<br><br>+ 아니 더 쓰고 싶은데 솔직히 너무 스포일러라 쓸 수가 없고 근데 이 스포일러를 알아야 이 책이 심장에 콱 박혀버리는데 아주 진짜 환장하겠다 이거예요. 스포 발사해버리고 글 무한정 확장해버리고 싶음<br>++ 성폭행 장면에 대해서는 뭐... 다른 책처럼 이게 포르노나 욕구 배설의 느낌이 나지는 않고 건조하게 쓰레기같은 인간을 표현했다고 생각해서...그러나 심사평처럼 왜 위원들이 긴 토론을 했을지는 알 것 같음. 어쨌든 서브는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그냥 읽는 내내 저 새끼를 죽여줘 프라에몽🔪 이런 생각만 함<br>+++ 내가 읽은 그 어떤 아포칼립스 책과는 궤가 달라서 너무너무너무 좋았음 진짜 독특한 책이었다<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8/32/cover150/k26213127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83261</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의 첫 번째 액션 - [[세트] 나의 첫 번째 액션 1~2 세트 - 전2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58236</link><pubDate>Tue, 06 Oct 2026 23: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582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1183&TPaperId=1755823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9/88/coveroff/k15213118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1183&TPaperId=175582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트] 나의 첫 번째 액션 1~2 세트 - 전2권</a><br/>주성철 외 지음, 한국영화감독조합 외 기획 / 한겨레출판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br>우리는 매일 매끄럽게 편집된 남들의 A컷을 소비하며, 혹은 볼 만한 B컷을 소비하면서 살아간다. SNS에는 성공의 정점만을 잘라낸 하이라이트 영상이 넘쳐나고, 그 화려함과 나의 일상을 비교하다 보면 문득 거대한 무력감이 밀려온다. 전 세계의 찬사를 받는 영화계의 거장들 역시 처음부터 완벽한 프레임 안에서 삶을 시작한게 아님을 알면서도.<br>『나의 첫 번째 액션』은 바로 그 화려한 레드 카펫 뒤편, 먼지만 날리던 거장들의 초창기 ‘B컷 필름’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실 B컷으로도 편집될 만한 솔직한 이야기도 많았다. 12년 전 절판되었던 『데뷔의 순간』을 개정증보해 31명이나 되는 감독의 스타트 라인을 담아낸 이 인터뷰집은, 포장된 교훈이나 웅장한 성공 신화를 가감 없이 걷어낸다. 대신 그 자리에는 긴장해서 슬레이트에 새끼손가락이 끼이던 봉준호, 47세까지 아내의 가게 문을 여닫으며 글을 쓰던 강윤성, 그리고 남의 영화를 보며 "저 배우들 데리고 몇십억 퍼부은 게 저따위야? 그 돈의 10분의 1만 나한테 줘도, 어우 젠장" 이라며 찌질한 험담으로 밤을 지새우던 박찬욱의 날것 그대로의 고백이 놓여 있다.<br>저런 인물의 비하인드 컷이 가져오는 매력은 선량하고 아름다운 노력만을 연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박찬욱 감독의 고백처럼, 때로는 잘나가는 이들을 향한 시기와 질투, "내가 저 사람보다 못할 게 없다"라는 착각이 앞이 보이지 않는 미완의 시간을 견디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금의 결과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 모든 일이 하나의 과정처럼 보이지만, 당시의 그들에게는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현재였을 것이다.<br><br><br>그렇기에 이 책이 남기고 있는 건 '성공한 사람들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따위의 뻔한 위로가 아니다. 핵심은 그들 역시 자신이 보내는 시간이 훗날 무엇으로 남을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아무것도 되지 않은 채 암전된 듯한 시간이 언젠가 자신의 시작으로 기억될지, 끝내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 채 공백으로 남을지, 당시에는 누구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br>어쩌면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일의 불안과 선택이 훗날 어떤 장면으로 기억될지는 현재의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잘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고, 지금까지의 시간이 쓸모없었던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한 가지는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의 시간을 실패한 장면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br>정해진 답도, 객관적인 시험도 없는 판. 무수한 변수 사이에서 내 의지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때, 이들이 선택한 건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었다. 그저 스스로를 향한 치기 어린 믿음 혹은 당장 내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든 밀어붙이는 무모함이었다.결국 31명의 감독이 복기하는 첫 번째 액션은 영화인들만의 특수한 일화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무언가가 되기 직전,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을 느끼는 모든 이들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에 관한 기록이다. 첫 컷부터 OK 사인을 받는 감독은 없다. 수많은 NG와 엎어지는 프로젝트, 제대로 된 자리가 없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그들은 기어이 다음 장면을 향해 카메라를 돌린다. 이 치졸함과 무모함을 보고 있자면 지금 내 인생의 화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빨리 편집 버튼을 누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완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모든 이들이 현재 찍고 있는 이 장면이 무엇으로 남을지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될 테니까.<br><br>**하니포터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9/88/cover150/k15213118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498868</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질투 수련 - [질투 수련 - 내게 없는 것으로 삶과 맞서는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57567</link><pubDate>Tue, 06 Oct 2026 17: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575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131667&TPaperId=1755756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8/93/coveroff/k6521316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131667&TPaperId=175575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질투 수련 - 내게 없는 것으로 삶과 맞서는 법</a><br/>이예지 지음 / 세미콜론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br>평소 나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지고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타고나기를 텐션이 낮고 무던한 편이다 보니,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사람이나 매일 아침 몸을 일으켜 열정적으로 운동을 해내는 사람들을 볼 때면 은근한 시샘과 부러움이 일었다.<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스마트폰만 열어도 그런 타인의 활기찬 삶이 쏟아진다. 저 물건을 사면, 저 에너지 가득한 일상을 흉내내면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책에서 말하듯 나 역시 남이 가진 '삶의 방식'을 욕망하고 샘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금세 치졸한 열등감처럼 느껴져, 들키기 전에 서둘러 감추고 덮어버리고 싶어진다.<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이예지 작가의 『질투 수련』은 외면하던 부끄러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작가는 30인의 인물을 통해 자신이 품었던 시샘과 부러움을 고백하며 말한다. "질투는 억눌러야 할 감정이 아니라 갈고닦아야 할 기술"이라고.<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우리가 느끼는 질투는 보통 모호한 감정의 형태로 마음 안에서 부유한다. 무엇이 부러운지, 어떤 점이 샘나는지 알지 못하니 내 안에서 그저 막연한 열등감과 무기력함으로 남아 사람을 갉아먹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때 작가가 거친 정제 과정이 필요하다. 모호한 덩어리를 잘게 해체하여 내가 그 사람의 어떤 점이 부러운지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것. 질투의 대상과 이유가 선명해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기만 하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려주는 좌표가 된다. 나아갈 길의 이정표가 뚜렷해지면 내가 당장 무언가를 시도해 볼 여지와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즉, 책에서 말하는 수련이란 대단한 돌파나 질투를 억누르는 행위가 아니라 삶의 아주 작은 태도를 이식하는 일이다.<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그런 식으로 질투를 불꽃같은 동력으로 삼아 자신을 증명해 온 작가의 저돌성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다른 질투심을 안겨주었다. 질투만 할 뿐, 그것을 곧장 삶의 에너지로 바꾸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에. 작가의 그 솔직함마저 질투하는 내가 뭔가 슬프고 게으른 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 역시 패션지 에디터로서 '질투를 파는 세계' 한복판에서 허무함을 겪었기에, 무엇을 질투하고 무엇을 놓아줄지 가려내는 분별력을 비로소 얻게 된 것임에도.<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그래서 이 책의 질투는 단순한 부러움과는 조금 다르다. 무작정 타인의 것을 탐하여 내 삶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바라보며 내 안에서 무엇이 자극 받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자아 탐구에 가깝다.<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결국 작가의 솔직함과 저돌성에 압도되었던 것은, 내 안에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숨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록 당장 '질투는 나의 힘'처럼 감정을 동력 삼아 나아가지 못할지라도 타인을 보고 샘을 내는 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내가 진짜 닮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그 솔직함이야말로 이미 '질투 수련'이 시작되었다는 증거일 지도 모르겠다.<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8/93/cover150/k6521316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689316</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끝나지 않는 노래 - [끝나지 않는 노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37638</link><pubDate>Sat, 26 Sep 2026 14: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3763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1663&TPaperId=175376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6/92/coveroff/k32213166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1663&TPaperId=1753763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끝나지 않는 노래</a><br/>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br>읽기 전에 접했던 김인숙 소설가의 평은 독하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독했던가. 물론 독했다. 기구했다. 그러나 그게 저 시대 여성 대다수의 삶이었을터다. 당시 한국 사회가 보편적으로 부여하던 독함이었다. 즉 인물 개인이 유난히 독하게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와 사회적으로 개인에게 가하던 폭력의 농도가 그만큼 독했다는 뜻에 가까울 것이다.과장된 비극이 아니라 당대 여성들이 몸으로 버텨낸 보편적인 역사, 그 보편성 자체가 가장 독하고 기구한 진실이다. 작가는 자극적인 비극을 쥐어짜는 대신 사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그렇기에 소설은 더욱 강력한 설득력과 몰입감을 가지고 다가온다.<br><br>최근 대중문화나 소설에서 과거를 다룰 때 현대적 정서와 윤리를 입힌 '사이다'형 캐릭터를 배치하는 경향이 뚜렷하나, 최진영 작가는 그 손쉬운 유혹을 철저히 거절한다. (이 소설이 2011년에 나왔음을 감안하더라도) 누군가의 손에서 이 이야기가 쓰인다면 저 멀리 시집간 언니를 찾고 싶었던 두자는 언니를 찾아갔을 지도 모르고, 수선은 어머니 두자에게 한번은 반항했을 것이고, 봉선은 수선의 손을 잡고 같이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자는 자신을 버린 전남편에게 돌아가 쌍둥이를 오히려 독하게 매질하며 키우고 수선은 두자에게 순종하고 봉선은 그렇게 나가고도 수선에게 돈을 보내며 계속 남자를 만난다.<br>어쩌면 당찬 캐릭터가 있었다면 읽는 당장은 카타르시스를 느꼈을지도 모르나 그랬다면 이 소설은 과거 우리의 실제 여성사가 아니라 단순한 대리 만족용 판타지가 되지 않았을까. 답답하리만큼 지금의 눈에는 어리석게 보이는 그 모습들은 미화되지도, 정당화되지도 않은 당시 여성들이 실제로 취할 수 밖에 없었던 한계이자 생존 방식이다. 지독하게 현실을 펼쳐낸 이야기라서 그 무력함과 한계마저도 묵직한 사실감이 된다. 작가는 시대를 뛰어넘는 영웅을 조형하는 대신, 구조적 폭력에 짓눌려 일그러진 채 어떻게든 살아남았던 여성들을 기록했다. 그 야속하고 답답한 인물들의 삶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br><br>이 보편적 수난사의 끝에서 은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은하의 비극적인 죽음이 있기에 이 책의 제목이 『끝나지 않는 노래』로 완성된다. 그 비극은 앞세대가 사회적 폭력, 가난 속에서 살기 위해 감내하고 억눌러왔던 모든 상처들이 가장 약하고 무력한 막내 세대인 은하에게로 고스란히 몰려든 결과에 가깝다. 은하는 현대 사회의 가난한 젊은이가 내몰리는 밀폐된 공간인 고시원에서, 문을 막아서고 흉기를 휘두르는 남성과 타오르는 불길에 갇혀 도망치지 못한다. 사회적 무관심과 남성 폭력의 결합이 '화재'라는 가장 극단적인 사건으로 종장을 맞이하는 것이다.은하의 이야기는 두자부터 시작되는 기나긴 세월의 서사 속 중간중간에 아주 긴박하게 삽입되어 있다. 마치 100년 넘게 축적되어 온 이 비극의 무게가 한 인물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는 걸 말하는 것처럼 비극성을 극도로 끌어올리며. 은하는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 시간, 그 장소에 가장 힘없는 약자로 존재했기 때문에 그 모든 폭력을 몸으로 받아내며 죽어간다. 어떠한 포장도, 과한 자기 연민도 없이 원초적 생존의 몸부림으로 찬 은하의 기록들을 읽다보면 덤덤해서 오히려 가슴 한구석을 참담하게 짓누른다. 이 비극의 굴레는 지금 끝나있는가?<br><br>인물들에게 어설픈 개성을 부여하거나 연민하지 않고 시대가 강요했던 껍데기와 상처를 있는 그대로 그려냈기에 읽는 내내 나는 이 인물들이 어떠한 개별자가 아니라 수많은 옛날 여성들의 고유명사처럼 느껴졌다.소설은 그런 기구함을 다루면서도 거대한 담론을 주장하거나 세상을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저 시대를 견뎌낸 사람들의 삶을 포장이나 연민 없이 거칠면 거친 대로, 일그러졌으면 일그러진 대로 묵묵히 3대의 이야기로 엮어두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서사는 힘을 잃지 않는다.화려한 트렌드나 유행을 타는 자극적인 글은 빠르게 타올랐다가 소진되겠지만, 지독한 사실감으로 삶을 직시해낸 작품은 우리가 왜 과거에 지나간 폭력을 기억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입증한다. 유행을 타지 않기에 더욱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 이야기,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의 얼굴을 정직하게 담아낸 노래는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힘을 잃지 않은 채 오래도록 독자의 손에서 끝나지 않고 불릴 것이다.<br><br><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6/92/cover150/k32213166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669228</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인간 판박이 - [인간 판박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31945</link><pubDate>Tue, 22 Sep 2026 23: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3194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131679&TPaperId=1753194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6/5/coveroff/k87213167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131679&TPaperId=1753194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간 판박이</a><br/>아베 코보 지음, 곽형덕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br><br>"하지만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즐겁지 않나요. 자신을 화성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니······."<br>화성인(주장남)의 맹렬한 플러팅과 속으로 '이 거북한 미치광이 새끼'하면서 태클거는 주인공의 환장조합<br><br>아베 코보의 문학세계는 언제나 구체적인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모래의 여자』가 모래 구덩이라는 물리적 지형으로 인간 개인의 정체성을 시험했다면 『인간 판박이』는 오직 작은 무대 위에서 말과 논리만으로 사람들이 약속한 관념을 뒤흔든다.<br>이야기는 단순하다. 라디오 기획자인 '나'에게 어느날 본인을 화성인이라 주장하는 남자가 들어선다. 이 둘의 대화로 인해 이 작은 방은 순식간에 인간의 심리와 본성, 그리고 상식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밑바닥에서부터 뒤흔드는 정밀한 실험극의 무대로 뒤바뀐다. 자칭 화성인이 던지는 화성 토지 매매나 자서전 같은 제안은 단순한 궤변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을 찌르고 공략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연출적 도구이다.화성인은 완벽히 정상인이다. 화성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빼면 폭력을 휘두르거나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며 기괴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를 이해하고, 차분히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말 속 허점을 파고든다. 상대의 반론을 예상하고 역으로 당신이 인간이라는 증거를 대라고 요구하는 집요함 앞에서 독자는 스스로에게도 물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인간이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지.<br>남자가 자신을 가리켜 칭하는 '인간 판박이'라는 개념은 이 소설이 휘두르고 있는 실존적 칼날이다. 남자는 형태가 달라도 원료와 만드는 방식이 같다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정교한 논리를 들고나온다. 기묘하게 들리지만 설득력 있는 이 논리 앞에서, 원본과 복제본을 가르려던 기존의 구분법은 무력화된다. 겉모습은 물론 사고의 제조법마저 인간과 다를 바 없다면, 과연 무엇을 근거로 '진짜 인간'의 우위를 주장할 수 있는가. 주인공이 집착하던 상식은 증명 불가능한 자만에 불과했음이 밝혀지고, 존재를 심판하려 했던 판정관의 지위는 어느덧 피고인의 자리로 역전된다.<br>소설의 결말에서 던져지는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곳은 실화의 세계입니까, 우화의 세계입니까?"라는 질문은 이 밀실극이 단순한 상상력 놀이에 그치지 않음을 증명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실화와 우화의 구분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은 무모한 자기 확신보다는 자명하다고 믿었던 자신과 현실에 끊임없이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확신에 찬 신념과 정교하게 조작된 허구가 진실보다도 더 매력적으로 진실의 자리를 차지하는 오늘날, 아베 코보의 이 질문은 더욱 날카로운 시의성을 얻는다. 『인간 판박이』라는 언어로 만들어낸 실험실이 우리가 진실이라 확신하며 서 있는 현실 자체가 얼마나 허약한 모래성일 수 있는 지를 폭로하고 있지 않은가.<br>+솔직히 그냥 미치광이 토크쇼. 이게 엄청 재밌어서가 아니라 너무 이상해서 다 읽게 됨<br><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6/5/cover150/k8721316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260534</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아르고스 - [아르고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06241</link><pubDate>Wed, 09 Sep 2026 23: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5062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441&TPaperId=175062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21/coveroff/k3421304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441&TPaperId=175062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르고스</a><br/>이승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8월<br/></td></tr></table><br/><br>흔히 AI 시대의 디스토피아를 말할 때 ‘인간성의 상실’을 경고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 인간성의 자리에 사랑, 공감, 도덕 같은 숭고한 단어들이 쉽게 배치된다. 그러나 『아르고스』는 그 편안하고 안전한 프레임을 단숨에 부순다. 이 소설이 마주하는 인간은 착하거나 숭고하지 않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타인의 불행을 발판 삼아 재기를 꿈꾸며, 스스로의 몸을 갈아 넣어 자본을 좇는 표독한 인물이다. 재미있게도 이야기는 바로 그 추악하고 생생한 욕망이야말로 규격화될 수 없는 인간의 본질 중 하나임을 증명해 낸다.<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경남 김해의 대성동 고분군 바로 옆에 밤낮으로 멈추지 않는 물류센터가 있다. 이곳의 AI 관제 시스템 '아르고스'는 감정도 악의도 없다. 그저 목표 물동량을 달성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잠을 빼앗는 주파수를 쏘아낼 뿐이다. 가족을 위해, 혹은 삶의 재기를 위해 자발적으로 불면을 택한 노동자들은 점차 꿈을 잃고 감정이 마모되어 이 거대한 기계의 부품으로 변해간다.<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주인공 재일은 이 비극의 구원자가 아니다. 그는 잠을 잃어가는 노동자들의 피를 뽑아 불면 혈청을 만들어 강남으로 복귀하려는, 끝까지 속물적이고 계산적인 인물이다. 즉 세상을 구하기 위한 정의감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 계산과 생존 본능에 의해 행동 양식이 결정된다. 이런 인간의 이기심이 최첨단 시스템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이 설정은 이 작품을 여타 디스토피아물과의 독특한 차별성을 만들어낸다.<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폭우로 1500년 전 가야 고분이 무너지며 유골들이 물류센터 컨베이어 벨트 위로 휩쓸려 들어오는 장면은 상당히 크리피하면서도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을 상당히 직설적인 장면으로 보여준다. 로봇은 인간의 유골을 택배 상자처럼 무게로 측정하여 분류하고, 두개골이 바코드 스캐너를 지날 때마다 에러음이 울린다. ‘삑, 삑, 삑.’ AI에게 인간의 역사와 죽음은 인식 불가능한 오류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귀에 이명처럼 울리는 기괴한 에러음은, 어떻게 보면 효율과 수치라는 시스템 안에 결코 가두어질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비명으로도 읽힌다.<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color: rgb(12, 16, 20);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아르고스》는 현 시대에 가장 첨예하고 예민한 화두를 거침없이 관통하며 묻는다.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우리는 지금 무엇을 잃어가고 있으며, 스스로를 어떤 기계적 부품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가. 규격화될 수 없는 욕망과 꿈을 가진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바코드 스캐너의 에러음과 흙탕물 속에서 코를 골며 자는 소리가 오랫동안 귓가를 맴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21/cover150/k3421304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12119</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사랑과 안정 - [사랑과 안정 - '결혼'이 만드는 꿈과 불안, 그 너머 관계의 기하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487091</link><pubDate>Tue, 01 Sep 2026 17: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4870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638&TPaperId=174870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1/48/coveroff/k75213063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638&TPaperId=174870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랑과 안정 - '결혼'이 만드는 꿈과 불안, 그 너머 관계의 기하학</a><br/>안희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8월<br/></td></tr></table><br/><br><br>한동안 하향하던 혼인 건수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할때, 미디어는 이를 흔히 사랑과 희망의 회복으로 포장하곤 한다. 그러나 안희제 작가의 『사랑과 안정』은 그 화려한 숫자의 이면을 드러내며 사회에 정직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청년들은 과연 순수한 낭만과 행복의 결실로 결혼을 선택하고 있는가?전작 『망설이는 사랑』(오월의봄, 2023)에서 사이버 렉카와 알고리즘이 휩쓰는 온라인 공론장의 폭력 속에서도 자신만의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분투를 벌이는 팬들의 망설임을 들여다 보았던 저자는 이번엔 청년들이 결혼이라는 하나의 문으로 몰려드는 현상의 기저에 단순 사랑만이 아닌 지독한 불안과 안정에 대한 열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파헤친다. 전작이 단죄와 퇴출이라는 손쉬운 정답 대신 윤리적 사유의 자리를 지켜냈듯, 이번 책 역시 ‘결혼’이라는 정해진 해답 뒤에 가려진 청년들의 다층적인 불안을 끈질기게 청취한다.<br>오랫동안 우리는 결혼을 퍽 얄팍한 프레임으로 소비해왔다. 하나는 모든 현실을 낭만으로 포장해버리는 '사랑의 결실' 이고, 최근에서야 말이 나오기 시작했던 또 다른 하나는 개인을 틀에 가두는 '가부장제의 재생산' 이라는 비판적 시선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을 살아가고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촘촘하게 들어보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집값 상승과 고용 불안, 점점 파편화되고 개인화 되는 사회적 고립 속에서 청년들에게 결혼은 낭만의 완성이 아니라, 이 혹독한 사회에서 최저선의 안정망을 법적,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선택하는 2인 1조의 동맹에 가깝다. 주거와 자산, 대출 문제, 돌봄과 의료 동의권 등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사회 제도를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목적 하에 결혼은 효율적인 사회보장 제도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br>9명의 인터뷰를 읽어보며 우리는 결혼을 향한 청년들의 선택이 단순한 의무나 타성이 아닌, 다양한 조건을 살피고 고립을 피하려는 치열한 생존 전략 중 하나임을 알 수 있게 된다. 각자의 강박과 체념을 안고 안정적인 삶을 구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 중 하나일 터지만, 제도는 이 다양한 욕망을 하나의 툴로 획일화해버린다. 단지 사회가 허락한 이성애적 법적 결혼만이 안정이라는 사회의 통념에 저자는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망설이는 사랑》에서도 다른 시선으로 사람들을 보았듯, 저자는 법적 테두리 외에서도 이미 서로를 지탱하는 다채로운 연결이 존재하고 있음을 청년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달한다.인터뷰이들의 삶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이미 혼인 신고라는 제도 바깥에서 서로에게 기꺼이 버팀목이 되어주고, 경제적 그리고 정서적 돌봄을 나누는 다채로운 관계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회가 오직 결혼 제도만을 정상적인 것으로 승인할 때, 우리가 일상에서 맺고 있는 수많은 소중한 관계의 안정성은 이레귤러로 평가절하되고 다른 형태의 삶을 상상할 가능성마저 차단당하고 만다.<br>결혼이라는 제도를 향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 사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공동체가 필요했고, 소속이 필요했고, 재산과 신체를 함께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으며, 이것이 모두 오래 지속되도록 법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들을 동시에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이 결혼이었다. 결혼이 하는 일은 사랑을 지키는 것보다 안정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 p. 64<br>저자의 정직한 통찰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결혼이라는 낭만이라는 포장지를 뒤집어 씌운 침묵을 깨부순다. 사랑이라는 말 뒤로 숨겨두었던 청년들의 불안과 현실적인 계산을 직시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렇다면 내게 필요한 안정을 위해 나는 어떤 모습을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끔 만든다. 대답은 시원스레 나오지 않아도 좋다. 고개를 돌려 이미 사회 여기저기에서 자라나고 있는 다양한 연결과 돌봄의 자리들을 발견해내는 것, 그리하여 결혼이라는 정해진 답에 갇히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안정과 삶의 형태를 다시 상상하는 것. 단지 그 뿐일지라도 제도를 보는 시야를 더 넓힐 수 있게 만드는 첫 발자국을 안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사회에 남긴 가장 값진 발견이 아닐까.<br><br>+ 확실히 2~30대의 청년이 읽으면 좋을 책<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1/48/cover150/k75213063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314814</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상처에 시럽 뿌리기 - [상처에 시럽 뿌리기 - 셋셋 2026]</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475403</link><pubDate>Thu, 27 Aug 2026 17: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4754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130733&TPaperId=174754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54/coveroff/k60213073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130733&TPaperId=174754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상처에 시럽 뿌리기 - 셋셋 2026</a><br/>이영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8월<br/></td></tr></table><br/><br><br>한겨레출판의 '셋셋'이라는 시리즈를 어쩌다보니 3년째 꾸준히 발맞춰 따라 읽고 있다. 매년 한국문학의 샛별이 될 수 있을 작가들을 한발 먼저 소개한다는 취지는 매력적이지만, 솔직히 늘 큰 만족감만 남았던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신인들의 첫인상을 모은 앤솔러지라 그런걸까, 작품 간의 편차가 유독 크게 느껴졌기 때문일터다.작년에 썼던 『셋셋 2025』의 평에는 '현실은 냉혹하고 우리는 일상을 버텨야 하고,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은 평범함에 건네는 위안이 내게는 너무나 밍숭맹숭하게 느껴졌기에 인상적인 작품이 적었다.' 라는 감상이 남겨져있다. 상처를 그저 응시하거나 방관하는 글들은 퍽 공감은 갔으나 깊은 인상을 받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이다.<br>그러나 올해 만난 『상처에 시럽 뿌리기』는 작년과는 결이 달랐다.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보통 약을 바르는 게 상처이고 혹은 고통을 배가 하기 위해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라는 관용어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시럽이라니. 상처를 낫게 하려는건지 그 위에 달콤한 기억으로 덧칠을 하려는 건지, 혹은 덧나게 하려는 건지.확실한 것은 하나다. 상처는 상처대로 놓아두고 그저 살아가자는 게 아니라 일단 그것를 직시하고 상처 위에 무언가를 해보려는 능동성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르는 척'의 사정거리 밖으로 걸어 나오고(이영주, 「모르는 개 산책」), 보이지 않는 눈에 끝까지 랜턴을 비추어 눈동자에 빛을 보여주는 (신은솔, 「그림자 밟기」) 저마다의 시도가 이어진다. 그 행위들은 딱지가 되어 상처 위에 내려앉을 수도, 혹은 그렇지 못하고 흘러내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각자의 시럽을 쥐고 행동하려는 이 능동성이야말로, 작년에 내가 '셋셋' 시리즈를 읽으며 느꼈던 밍밍한 위안과는 명확히 다른 선을 그어낸다<br>아마 이런 인상을 갖게 된 데에는 첫 발자국을 뗀 이영주의 「모르는 개 산책」이라는 단편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은 강남이라는 공간 속에서 '모르는 게 상책'이라는 방어기제를 고수하며 살아간다. 아들 친구의 학교폭력도, 본인이 '개 산책'을 하고 있는 알바 의뢰인이 가끔 보여주는 어긋난 부분에도 전부 눈을 감아버린다. 하지만 주인공은 의뢰인의 죽음 이후, 매일 같이 걸으며 온기를 나누었던 의뢰인의 개 '초코'를 구하러 나선다. '모르는 개'가 비로소 '아는 개'가 되는 순간, 철통같던 '모르는 게 상책'이라는 방어막에도 균열이 간다. 타자의 고통을 애써 외면하던 삶에서 무언가를 감당해보기로 한 이 서툰 용기의 시작이 '아는 개'라는 키워드에 모두 담겨있는게 인상적이었다.<br>이어지는 원영원의 「여름의 갈래에서」 역시 그 능동성이 '이해'라는 시간의 축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여름 냄새와 함께 보여준다. 안 팔리는 만화가 아버지와 외도 직전의 어머니, 그리고 그 여름날 어린 아들의 기억. 소설의 결말에서 부모는 결국 미래의 우울증과 다툼 끝에 이혼에 다다른다. 완벽한 해피엔딩은 없다. 그러나 소설은 훗날 남들이 보기에 실패했다고 여기는 사랑의 모양이 될지라도, 과거의 여름밤 두 사람이 서로를 껴안으며 흘렸던 눈물과 찰나의 온기는 진짜였다고 일러준다. 실패한 결말이 지나온 사랑의 진심까지 훼손할 수 없다는 말은, 상처를 끌어안는 또 하나의 '시럽'일 것이다.<br>살면서 마주하는 상처에 우리는 모두가 다르게 반응한다. 누군가는 그저 바라만 볼 수도, 덮어버릴 수도, 꿰매려 노력할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상처를 보고 무언가를 하려는 행위 자체가 아닐까. 『상처에 시럽 뿌리기』의 다양한 화자들처럼 상처 위에 슬그머니 시럽을 올려둘 수도 있고 말이다. 유의미하게 치유하거나 사라지게 할 수 없다 한들, 적어도 상처를 바라보고 손을 내미는 그 미련하고도 아름다운 의지가 문학이 건네는 일종의 응원으로 읽혔다. 완벽하게 아물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다 하더라도 손에 쥐어본 시럽의 끈적하고 달콤 쌉싸름한 감각은 오래도록 남을테니까.<br><br>**하니포터 13기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54/cover150/k60213073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845474</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강수의 괴이도감 - [강수의 괴이도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430401</link><pubDate>Mon, 03 Aug 2026 17: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43040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9348&TPaperId=174304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81/36/coveroff/k90213934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9348&TPaperId=1743040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강수의 괴이도감</a><br/>현찬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br>훤칠한 키에 단정하게 생긴 이목구비는 그 자체로도 이목을 끄는 것이었지만 궁녀들이 모인 것은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다. 정리되어 있지 않은 수풀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하얗고 두꺼운 뿔이 나 있던 것이다.— p.218,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현찬양, 엘릭시르)<br><br>훤칠한 키, 잘생긴 얼굴 그러나 이마 위로 난 뿔. 작가의 전작인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에서 나오는 '강수 선생'을 묘사한 글이다. 당시에는 그저 신비로움만 남기고 스쳐 지나간 이 인물을 주인공으로 끌어올린 이야기가 바로 이 『강수의 괴이도감』이다.<br>작가가 제목에 귀신이나 요괴가 아닌 '괴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서늘한 공포 대신 온기와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흘러넘치는 동양 판타지다. (내 기준 '궁궐 괴담' 시리즈가 차라리 더 공포에 가까웠다) 한국의 쌍두사목이나 인어(그 인어 아님 진짜 아님), 이무기 등 낯이 익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기도 하는 괴이들이 와글와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br>즉,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건 관습적으로 오컬트 서사가 밟아온 퇴마의 길을 거부하고 선과 악, 인간과 비인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 대신 인간의 언어와 틀로는 규정되지 않던 존재들의 생명력이다. 인간 중심적인 시선에서 정상적이지 않고 별나며 괴상하다는 뜻의 괴이라 불렸던 존재들은 퇴치해야 할 공포가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또 다른 삶의 주체로 조명된다.이 지점에서 강수가 작성하는 '도감'은 대상을 인간의 지식 아래 통제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존재가 가지는 다채로운 성질을 그대로 인정하고 기억하기 위한 일기 같은 기록물에 가깝다.<br>인상적인 에피소드는 '흉내문어'의 이야기였는데, 바다에 사는 이 흉내문어는 여인들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었다. 과거 선원들은 거친 풍랑을 만날 때마다 용왕을 달랜다는 명목으로 여성을 제물로 바다에 던졌다. 그러나 사람을 던진다고 잠잠해질 풍랑이 아니었기에, 결국 여성이 빠진 뒤 배도 난파되어 남자들 역시 바다로 떨어지곤 했다. 흉내문어의 눈에는 그 광경이 여성을 먹기 위해 남성이 뒤따라 뛰어내리는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그리하여 문어는 남자를 유인해 잡아먹기 위한 미끼로 스스로 여인의 형상을 취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잔혹한 관습과 비극이 괴이의 생태와 물물교환하듯 얽혀드는 과정은 기묘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br>무엇보다 현찬양 작가는 전작 『식탐정 허균』이나 궁궐 기담 시리즈에서도 증명했듯 '콤비 서사'를 구축하는 데 탁월한 강점을 보인다. 겉보기엔 멀쩡하다 못해 수려하지만 엉뚱하고 허약한 소공자 '강수', 그리고 겉으론 툴툴대도 세상의 풍파를 다 겪어낸 엉터리 맹인 점복사 '두타비'. 흔히 콤비물에서는 어느 한쪽의 뛰어난 능력을 강조하느라 다른 한쪽이 병풍으로 전락하거나 도구로 소비되기 쉬운데도, 너무나도 확연히 다른 두 인물이 서로의 약점을 교차하며 메워주는 상호보완적 균형이 절묘하다. 티격태격 투닥거리는 케미 속에서도 서로를 지켜내는 관계성은 서사를 끌고 가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br>세상을 깊이 알고싶어 하는 강수와, 세상을 굳이 다 밝혀내지 않아도 그 자체로 흘러가게 두는 두타비, 세상을 보는 눈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간 기묘한 동행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직접 책장을 넘겨 그들이 다다를 도착지를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br><br>p.312 | 삶은 고통이니 오로지 망각만이 그를 구원하리라. 그가 끝없는 망각 속에서 순간순간 행복하기를 두타비는 빌었다.<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81/36/cover150/k90213934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813659</link></image></item><item><author>도토리</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우리 동네 흉가로 놀러 오세요 - [우리 동네 흉가로 놀러 오세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409175</link><pubDate>Fri, 24 Jul 2026 13: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59534167/174091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12130173&TPaperId=174091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39/70/coveroff/k51213017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12130173&TPaperId=174091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 동네 흉가로 놀러 오세요</a><br/>전건우 지음 / 시공사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제 2의 '곤지암'을 노리는 시골 마을의 흉가 조작기<br>버섯 농사 망해서 마을 망하게 생긴 '파읍리'. 우울증 치료차 내려온 대학생 '세훈'이 마을에 덩그러니 남은 폐가를 "대박 흉가 콘텐츠"로 포장해서 관광지로 마을을 키워보자고 제안한다. 노인들에게 SNS 사용법을 가르쳐서 가짜 살인마 괴담을 뿌리고, 흉가 체험 코스를 짜고, 어르신들까지 귀신 연기를 하게 동원해서 유튜브를 넘어 방송국 진출까지 성공.<br>여기까지는 시골 어르신들의 조작 콘텐츠 도전기 정도의 코미디가 아닌가 생각했으나문제는 방송국에서 촬영 온 날, 귀신 역할을 하기로 했던 아재가 진짜 천장에 목을 매달고 나타나버렸다는 것이다. 그 이후부터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데 언제나 이 뒤에는 이 재앙이 폐가의 저주라고 외치는 '황무당'이 있다. 마을 사람들의 죽음은 과연 폐가에 산다는 귀신의 짓일까, 사람의 짓일까. 사람의 짓이라면 대체 누가? 여기는 버섯 농사 망한 노인들이 가득한 동네인데 🍄<br>재밌는 지점은 이후에 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물의 관계에 있다.탐정 역할은 진로 방황 중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 세훈이가, 그리고 그 조수 역할에는 관절염 때문에 걷기도 힘들지만 카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드는 팔순의 순미 할머니가 맡아서 둘은 콤비 아닌듯 콤비를 이룬다. 전직 형사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 어딘가 무기력하고 삐그덕 거리는 2인조가 마을을 덮친 비밀을 추적해 나간다. 순미 할머니가 더 날카로운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귀가 잘 안들리는 관절염 할머니와 우울증 대학생의 조합이 또 나름 귀엽긴 했다. (순미 할머니...할말 목구멍 끝까지 막 차오르는데 말은 차마 못하고 책만 퍼덕이고 있음 아니 할머니 ㅇ0ㅇ?!)<br>'흉가 조작'이라는 다소 뻔뻔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신선한 코미디로 유쾌한 소동극의 막을 열었으나, 가짜 괴담이 현실을 침범하는 순간부터는 이게 지금 노인들이 가득한 시골마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개가 몰아친다. 과연 방치된 폐가에 넘쳐나는 것은 억울한 원혼의 저주일까, 아니면 은밀하게 감춰진 파읍리의 섬뜩한 진실일까.<br><br>+ 인물들이 노인들이라 폐허 주작기라 뚝딱거리며 핸드폰을 다루는 것도 귀엽고 나름 이 마을에 공식 SNS가 있는데 왜 관리 안됐냐고 물어보니까 만든 사람이 작년에 돌아가셨대 아ㅠㅋ<br>++ 전건우 작가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빠른 속도감이다. 특히 이번 소설은 예측할 겨를조차 주지 않은 채 폭풍처럼 전개되는데, 엎치락뒤치락하는 반전과 진실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본격적인 추리물 분야에서도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작가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사실 개인적으로는 직전 『흉담』이...전에 독후감에 썼듯 이런 속도감 있는 서술이나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스타일이 내게는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아서 이런 추리물을 더 써주셨으면 좋겠다...<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39/70/cover150/k5121301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397099</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