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모든 역사 : 세계사 - 1월에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12개월의 모든 역사 1
이종하 지음 / 디오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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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하나의 살아있는 이야기이지만, 후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는 역사는 그저 활자 속에만 갇혀 있는 사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학교 다닐 때 연대순으로 외우지 못해 쩔쩔 매다가 역사가 딱딱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물 흐르듯이 연결된다는 것을 알곤 겨우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흠이라면 그 때가 고3 때였다는 것이 좀 문제였지만 그 때의 기억은 아주 생생하다. 특히 내겐 한국사가 쥐약이었다. 수치스러울 정도로 약해 빠졌던 조선의 역사가 너무나 배우기 싫어서 온몸으로 항거했던 때여서 수능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였다면 결코 타협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나중에는 이해할 만하니까 재미있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사와는 달리, 처음부터 내게 사랑을 받은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세계사이다. 이상하게도 같은 역사인데 세계사는 귀에 들리는데로 쏙쏙 머리에 와 박혔다. 거의 노력 없이 쉽게 이해하고 쉽게 외웠는데 그것은 아마도 한국사보다 내용이 듬성듬성했던 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고등학생 때는 세계사라면 동경하다 못해 무조건 좋아보이는 장미빛 환상에 젖어 살았고, 한국사라면 진저리 치며 도망다니며 보냈다. 그 이유가 대부분 역사를 '살아있는 현실'이 아닌 '죽은 사건'으로 바라보는 교육계 현실에 있다고 본다.

 

내가 한국사에 조금 취미를 붙일 수 있었던 것도 고3 때 아주 재미나게 국사를 이야기식으로 풀어서 잠깐 설명해주신 한국사 선생님 덕분이었다. 막연하게 바보 같은 국사라고만 생각했던 그곳에서 살아 숨쉬는 우리네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었단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3이라는 특성 탓에 시간이 없었던 관계로 선생님의 그 구수한 입담을 많이는 듣지 못했지만 잠깐 풀어주신 그 장면이 아직까지 뇌리에 생생하다. 외국 교육 시스템처럼 역사를 배울 때 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연극이나 신문으로 표현하거나 그에 대해 토론하는 식의 아주 능동적인 방법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 학습에 따라갈 자신도 없고.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역사를 딱딱한 사건이 아니라 재미난 이야기로 바꿔 한 자락 구연동화해주실 수 있는 선생님을 발굴해서 아주 어릴 때부터 역사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식이라도 심어달라는 것이다. 내가 만난 이 한국사 선생님도 너무 실력이 좋으셔서 고3만 담당하시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고1 때는 전혀 뵐 수가 없었던 것이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쨌든 그러저러한 사건들로 인해 내가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역사책에 기웃기웃거렸는데 특별히 깊이 있는 책을 볼 정도는 아니여서 깊이 있는 접근은 제대로 못해봤다. 역사의 범위가 무척이나 방대하다 보니까 이것저것 다 볼려니 오히려 벅차다는 느낌에 지레 겁을 먹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역사는 어떤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삶의 흐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우리의 매일 매일이 역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1월의 모든 역사 : 세계사> 는 1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세하게 파헤쳐주는데, 이제껏 읽어왔던 그 어떤 세계사책보다도 훨씬 많은 내용의 이야기들을 전달해주었다. 몇 백 년 전 오늘이나 몇 십 년 전의 오늘에 일어난 세계사를 바라보면서 그저 상식적으로 알게 된 역사적 사건들이 바로 '오늘' 일어난 사건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당나라 때 일어난 유명한 '황소의 난'이라는 사건이 881년 1월 8일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접하면, 예전에는 과거의 모호하고 막연하게만 여겨졌던 먼 나라 이야기에서 어느 덧 생생하게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덧입혀졌다. 당나라의 멸망을 가져온 중요한 난이기만 했던 그 역사에 슬픔과 아픔이 있는 이야기로 변하면서 그 역사에 참여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 때 좋아했던 애드가 알런 포우가 1809년 1월 19일에 사망했던 소식 앞에서는 그가 어떻게 그런 음울하고 소름끼치는 작품을 쓸 수 있었을지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고, 꼭 읽어봐야지 했던 <미국 민중사>의 저자인 하워드 진이 2010년 1월 27일 타계하셨단 소식 앞에선 안타까울 뿐이다.

 

이 역사책 시리즈는 매달의 매일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것인데, 이것이 가장 최근의 일까지도 대부분 수록되어 있어서 현장감도 받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러나 아주 큰 단점이 있다면 1월부터 12월까지 다 보지 않으면 그 많은 역사를 다 섭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짤막한 글로 진행되고 있고 순차적으로 볼 필요가 없으니 발췌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틈틈히 시간이 날 때마다 한 권씩 사모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금 지나면 2월이니까 슬슬 준비가 들어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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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01 : 경제학 입문 내인생의책 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1
바바라 고트프리트 홀랜더 지음, 김시래.유영채 옮김, 이지만 감수 / 내인생의책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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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제의 ABC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어쩌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을 짚어주고 있어서 그런지 무척이나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여타의 청소년 용 경제책과는 다르게 채 100페이지 되지 않고 속표지까지부터 매우 아름답게 구성되어 있어서 내가 절대로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던 청소년 시기에 봤어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총 네 권이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부담이 없을 만큼의 분량에, 단단한 하드 커버로 만들어진 양장본이라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제목이 '청소년을 위한'이라고 붙어있긴 하지만 분량이 짧은 것과 쉽게 편집된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초등학생 때부터 전질 총 4권을 사놓고 10년은 두고두고 봐도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집에서부터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정이 바뀌기 전에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목차 순서가 정말 이상했다. 경제 관념이나 경제 교육은 돈을 쓸 줄 알 때부터 시켜서 몸으로 체득하는 지혜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경제 교육도 별로 시키지 않았고, 게다가 학교에서도 경제에 관련된 사회 목차가 중학교 3학년 1학기 기말쯤에 편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뭔가 금융이나 경제 지식을 체득하기엔 다소 늦어진 때가 아닐까 했다. 그런데 그랬던 과거의 교육과정이 바뀌었다고 하니까 조금은 기대가 된다. 아예 초등학교 교과서에 경제의 가장 기초적인 용어만이라도 접하게끔 한다면 수요니, 공급이니 하는 소리가 중학생이 되어서는 저절로 이해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 책은 초등학생이 봐도 좋을 만큼 잘 만들어졌다. 물론 '서브프라임 대출'이니 '뱅크런'이니 요즘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말이 더러 더러 들어가 있기는 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 용어가 몇몇 등장하기는 한다. 그런 것도 자주 반복해서 보면 될 일이고, 어른과 같이 이야기하듯이 만들어가면 될 일이기에 초등학생이 봐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소 우려가 되는 것은 총 네 권짜리 시리즈 중 첫 권만 본 것이고, 처음 1권이 산뜻하고 깔끔하게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 깔끔하게 이해되는 책일지는 모르겠다는 점이다. 특히 나는 이번 책 1권만 본거라 <02 금융시장>, <03 경제주기> <04 세계화> 등의 다소 깊이가 있는 경제책은 다소 초등학생들에겐 어렵겠다는 판단이 든다. 그래서 구비해놓을 책들은 총 네 권이지만, 부모가 먼저 읽어봐서 아이의 수준에 맞게 골라서 이야기해주면 경제 영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또 마음에 드는 것은 뒷부분에 삽입되어 있는 "화폐의 역사"란 코너이다. 돈이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하고 소유되어 왔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연표대로 해왔다. 그리고 맨 뒤에 있는 "용어 정리"코너가 있어서 한 눈에 용어만 정리할 수 있게 편집되어 있어서 순간적으로 까먹을 때 이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색인"이 있어서 찾아보는 것도 수월하다. 예전에 봤던 책엔 색인이 없어서 내용을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짧은 데다가 잊지 않도록 모든 것을 구비해놓아서 어린 아이들도 충분히 제 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제껏 많은 청소년용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이 가장 귀여운 것 같다. 디자인이 제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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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전사 칭기즈칸, 실크로드를 정복하다 실크로드로 배우는 세계 역사 2
프리실라 갤러웨이.돈 헌터 지음, 양녕자 옮김 / 아카넷주니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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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로 배우는 세계 역사] 두 번째 시리즈인 『위대한 전사 칭기즈칸, 실크로드를 정복하다』는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통치했던 칭기스칸에 다루고 있어서 실크로드의 역사 뿐만 아니라 몽골족의 위대한 전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로마 제국보다도, 이슬람 제국보다도 더 넓은 지역을 다스렸던 칭기스칸은 항상 내게 신비로운 대상이었다. 로마나 이슬람처럼 살기 좋은 동네를 다스렸던 것도 아니니까 그의 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물론 다른 민족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는 분명 잔인했을 것이고 어쩌면 야만적인 느낌까지도 주었을 테지만 자국민의 입장에서는 그런 영웅은 다시 없을 존재일 것이다. 어떻게 그런 척박한 땅에서 살면서 고비사막에서 유럽을 아우르는 통솔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그가 죽은 후에 네 나라로 분열된 것만 보더라도 그의 리더십은 아마 탁월했을 것이다. 나는 평소 위대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지식인과 같이 리더급 되는 인물들을 흠모해왔다.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글쟁이도 꽤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랬기에 과거 인물들 중 특출난 능력을 발휘한 인물들을 보면 항상 궁금증이 앞섰다. 어떻게 같은 인간이면서 저런 능력을 낼 수 있었을까 하고. 탁월함에 대한 동경이 지나쳐서 그들의 능력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런 것들은 분명 허무한 일들이다. 지금으로부터 몇 천년 전, 몇 백년 전의 위대한 인물들이었을지라도 지금은 그의 이름만 남았을 뿐,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어쩌면 천 년 전의 어떤 사람이 이름은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았을지라도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감사하며 주권자에 대한 찬양과 경배를 하며 즐거이 산다면 그것이 더 나은 인생일 것이다. 그래서 처음 내가 추구했던 인간의 탁월한 능력보다는 이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사할 줄 아는 능력, 겸손할 줄 아는 능력, 자신의 내려놓을 줄 아는 능력 등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위대한 정복자 칭기스칸은 행복한 사람이었을까. 확실하지는 않겠지만 그가 황제가 된 이후에도 자신의 조강지처인 보르테를 버렸다는 기록이 없으니 아마도 아내와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었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랬다면 가정 안에서도 평안했겠지.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던 몽골도 13세기에 언어를 만들지만 현재로서는 자신의 언어는 남아있지 않고 중국의 문헌에 기록된 것으로만 몽골의 역사를 파악하는 실정이라니, 인간의 부귀와 영화는 정말로 헛된 것이다. 100년도 제대로 유지되지 못할 부귀 영화는 그저 없는 것과 같지 않을까. 다른 것보다도 그 언어가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데, 그것은 진짜 몽골의 기록과 역사가 사라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역사로 남아있는 흔적이 과연 정확할까. 그래서 잔인했을 것이라고 짐작하긴 하지만 몽골의 평가가 더 나빠진 듯한 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인간의 가장 큰 발명품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바로 언어라는데 언어도 없이, 아니 황제 본인 조차 언어를 쓸 줄 모르는 상태로 거대한 제국을 정복해왔고 다스렸다는 것이 더 놀랍기는 하다. 언어는 없었고, 혹은 있다고 해도 쓸 줄 몰랐어도 제국을 통일하는데는, 즉 제국의 언어나 도량형, 화폐 단위를 통일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려가지만 알려주는 사람들이 없으니 이만 접겠다. 어쨌든 이런 모든 사실로 인해 칭기스칸과 그 백성들은 신비롭게만 보이는 종족들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위대한 일에 앞서는 역경과 고난이 아니 생길 리가 없다. 먼저 칭기스칸 어릴 적 이름인 테무친은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위기 속에서도 어머니와 동생들을 지켰고, 야생마를 조련하는 능력을 증명해보였으며, 납치당한 자신의 아내를 다시 구해오는 등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럼으로써 다른 부족장들에게 자신이 부족을 통일할 그릇이 됨을 보이고 실제로 많은 부족들을 통합해나갔다. 그런 후에 서하나 금나라, 그리고 지금은 문헌에도 들어보기 어려운 거대한 제국 호라즘까지 격파시켜 거대한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칭기스칸이 일찍이 실크로드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금나라에는 보지도 못할 가공할 신무기가 있다는 것도 실크로드를 통하는 상인들을 통해서 소문으로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세력보다 먼저 정보가 풍부했다. 그래서 실크로드에 군대를 보내 노략질을 하는 산적들을 소탕하고 상인들을 보호하여 좀 더 많은 문물이 오고갈 수 있도록 유도한 것도 칭기스칸이다. 남들보다 먼저 그 중요성을 알았던 탓에 실크로드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세력을 넓혀나갔고 이전까지는 아무도 사막을 건너 침략해올 줄을 알지 못했던 허점을 파고들어 금나라까지도 싹쓸이를 할 수 있었다. 항상 자만하지 않고 돌파구를 해결나가야 할 것을 생각을 거듭 거듭해내니 그 아이디어가 비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줄은 모르겠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난 그가 계속 전쟁을 치르러 나가야 되니까 자식들의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선대에서 열심히 정복했던 제국을 네 부분으로 쪼개어서 다스릴 생각을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어쨌든 먼저 선점한 실크로드 덕에 칭기스칸은 세계 최고의 황제가 될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정보의 중요성은 한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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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영혼들의 우체국 - 시대와 소통하는 작가 26인과의 대담
정진희 지음 / 서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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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명의 작가들을 한 사람 한 영혼으로 만나는 인터뷰어 정진희 씨는 늦깎이 수필가로, <에세이 플러스>에서 ‘화제 작가’ 코너를 맡아 인터뷰를 지속적으로 해가고 있는 이이다. 그가 쓴 글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글에서 바람 냄새가 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초월한 듯한 느낌으로 세상을 관조하며 인간사 흩어져가는 바람처럼 생각하는 그의 글은 어쩐지 바쁜 요즘의 세상에서 위안과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듯 하다. 불혹을 바라보는 21세기가 열리는 첫 날에야 겨우 국문학과에 들어가 문학의 맛을 본 위인이니, 이미 가지고 있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무념무상 같았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 작가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흔 시간은 훌쩍 투자하는 그에게서는 삶으로 살아내는 문학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손에 쥘 때는 고은이라는 위대한 시인의 이름이 있어서였다. 그 외에도 권지예, 김탁환, 장석주, 전경린, 정호승, 조용헌, 조정래, 한창훈 등이 이름도 알고 몇몇 작품은 읽기도 했는데 그 외에 17명의 작가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본 이들이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국소설은 어렵기만 한걸. 그렇다고 찾아다 손에 들려주면 안 읽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찾아서 읽을 정도로 부지런하고 그 분야에 끌리는 것은 아닐 뿐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읽는 아니니까 그것에 만족하고 이렇게 여러 작가의 인터뷰집이나 찾아서 읽으련다.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된 작가는 단연 고은 시인이다. 예전에 모 방송국에서 나온 다큐멘터리에서 고은 시인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그의 이름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시와 친하지 않아서 그가 외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인지도가 있다는 것이 놀라워 그 프로그램에 시선을 고정하고 보았지만 처음부터 시청한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는데 이 책으로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 얻은 중요한 정보 하나, 고은 시인은 단지 시인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실천적인 문학인으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마치 터키의 아지즈 네신처럼 글을 쓰고 그 내용으로 감옥에도 몇 번 갔다 온 실천 문학의 대가였다. 글로는 누구나 쓸 수 있고 아는 것은 얼마든지 읊어보라고 해도 가능한 청산유수일 수 있지만,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은 그 아는 대로 행하는 사람일 것이다. 시 몇 편 썼다고 감방 다녀오고, 유폐되고, 연금 조치까지 된 사람을 우리는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근에 펴낸 <만인보>는 그 당시 방영된 다큐멘터리 속에서도 얼핏 흔적을 찾을 수 있었는데 다 쓴 것도 아니여서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만인보>가 총 30권, 총 4,001편으로 된 ‘민족대서사시’인 것을 나니까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노동일 텐데 연배가 높으신 분이 대단하시단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없지만 상에 연연해할 필요 없이 대단한 작가들이 많이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미안해졌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미국소설이나 일본소설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소설에는 그다지 취미가 없고 또 옆 나라 일본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우리는 아직 못 받았냐며 타박만 했는데 그것은 내 무지가 빚어낸 일일 뿐이라는 걸 느꼈다. 먼저 작품을 음미할 독자층이 두터워져야 나중에 노벨상을 타도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문제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아서 이젠 마음이 조금 바빠졌다. 여기 소개된 26인의 작가들의 책을 한 권씩만 읽어도 올해는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먼저 이경희 씨의 수필 <현이의 연극>을 보고 싶다. 전에 중학교 교과서에 실릴 때 읽고는 무한한 감동을 받았는데 그것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아쉬워서 그녀의 작품을 먼저 읽으면 그 감동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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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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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마다하고 십수년 전에 떠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김유나 씨는 천연염색에 꽂혀서 한국의 색을 찾기에 이르렀다. 청바지 한 벌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물이 12,000리터나 되고 그 때문에 아랄 해가 90%나 말라버렸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그녀를 "천연" 염색에 몰아대기도 했고, 우연히 보게 된 웹툰 하나가 그녀의 인생 항로를 결정지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 번에 천연염색에 꽂혔다. 물론 그녀가 일했던 뉴욕이나 그녀가 살았던 캐나다에서도 천연염색이 있긴 하겠지만 한국을 떠나 있어도 한 번도 한국을 잊어본 적 없는 그녀이기에 조국의 색은 어떤 것인지, 한국의 천연염색은 어떤 과정으로 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든 것을 두고 훌쩍 떠나온 것이다. 누구는 좋은 직장과 좋은 경력과 기회를 버린 별 미친 짓 다보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청춘이니까 가능한 미친 짓이 아닐까 싶은 이 일은, 어쩌면 21세기 친환경과 맞물려 여러 분야에서 각광을 받는 새로운 아이템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확실히 조금씩 명맥이 이어져 내려온 천연염색이 80년대만 해도 그 중요성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90년대로 지나오면서 점차적으로 그 가치가 새롭게 발견되어 오고 있기에 현대와 잘 접목만 시킨다면 천연염색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할 것이다.

 

한국의 음양오행에서 말하는 기본적인 색인 오방색을 파트 1으로, 그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오간색을 파트 2로 설명하고 그 이후에는 자신의 인생 역정에 색을 입혀서 정리해주는 파트 3가 구성되어 있다. 총 359페이지의 만만치 않은 분량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컬러로 구성되어 있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찍힌 사진들이 즐비해서 금방 읽히는 편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올 컬러인 책들이 빳빳한 종이로 되어 있어서 무거운 반면에, 이 책은 그에 비해서는 가벼워서 훨씬 읽기가 쉬웠다. 오방색의 백색, 청색, 황색, 적색, 흑색 다섯과 오간색의 녹색, 벽색, 홍색, 유황색, 자색 다섯을 알려주는 데 전국 각지에 다리 품을 팔아 알게 된 천연염색 공방을 하나씩 연결지어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이 책의 주요 골격은 설명문이 아니라 수필에 훨씬 더 가깝다. 자신이 한국에서 어떻게 캐나다로 갔는지, 또 거기에서 뉴욕으로 갔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부터 대구 반짇고리 공부의 김순자 대표에게서 배운 자신의 깨달음을 낱낱히 까발리는 이 책은 단순히 염색에 대한 정보 전달을 하는 책은 아니어서 읽다 보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색을 워낙 좋아해서 읽게 된 책이지만, 염색에 대해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않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저 여기 나온 많은 공방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겠다.

 

그러나 색이 좋고 특히 우리 천연염색에 관심이 조금씩 생기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천연염색에 대한 기대를 마음껏 부풀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천연염색이 원래는 화학염색보다 채도가 높게 나와서 선명한 색감으로 옷을 지어 입을 수가 있다는데 직접 보고도 못 믿을지경으로 샛노랬다. 그렇게 화려한 색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전혀 몰랐던 과오 때문에 이제서야 빛을 볼 수 있는데, 어쨌든 물도 많이 안 쓰고 자연에서 나온 것들로만 사용할 수 있고 특히 알레르기가 있던 사람들이 깨끗하게 낫기까지 한다니 더할 나위가 없겠다. 앞으로는 여러 방면에서 천연염색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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