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조금 쌀쌀하고, 맑음


1. 책 이별식


오늘은 모처럼 동네 주민센터에 보낼 책을 추려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방 한쪽에 쌓아놓은 책을 톡하고 건드렸더니 일부가 와르르 무너졌다. 그중에 다시 안 읽을 책을 추렸다. 그렇다고 표가 나지는 않는다. 


코로나 전엔 괜찮은 책은 중고샵에도 팔곤했는데, 중고샵으로 보내든 주민센터로 보내든 꼭 해야하는 일이있다. 그건 책마다 다닥다닥 붙여놨던 북마크를 떼어내는 일이다. 읽을 당시에는 중요한 것 같아서 해놓지만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으니 떼어내야 하는데 그것도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종의 이별식도 된다.   


알라딘제 북마크는 비교적 내구력이 좋아 저렇게 떼어 놓으면 다음 책 읽을 때 재활용이 용이하다. 그런데 재활용되는 북마크 저렇게 붙여놓으니 전선위의 참새 같다는 느낌 안 드나?  

나만 그러나...? ㅋ 




  


2. 기계치

그래서 저렇게 인증샷을 남겨 보았다. 그런데 흑백이다. 어떻게 흑백사진이 됐는지 모르겠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싱글테이크라는 게 있어 눌러 보았더니 여러 장이 연속해서 찍힌다. 그리고 뭐 하나를 눌렀더니 아마도 그때 흑백으로 찍힌 것 같다.

어째든 의도한 것이 아니라 휴지통에 버리려고 했는데 또 보니 나쁘지 않다. 솔직히 좀 폭격맞은 느낌이긴한데 컬러라면 더 적나라하지 않은가.ㅋㅋ 

그 와중에 프레이야님의 책도 보인다.

다시 흑백으로 찍으라면 못 찍을지도 모른다.ㅠ


3. 인기서재 재등극


한때는 인기서재에서 밀려나 본 적이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언제적 이야기던가. 그리고 언젠가 모르게 사라졌다. 그런데 얼마만인가? 재등극하기는. 하도 신기하여 캡처해 남겨본다. 

할렐루야!ㅋㅋㅋ   

   

 알라디너 인기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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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6 2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흑백사진이 분위기가 좀 있죠? ㅎㅎ 눈썰미 없는 저는 북마크 못보고 지나쳤다가 글 읽고 다시 봤네요. 근데 전선위의 참새같지는 않은데요. ㅎㅎ
인기서재 재등극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쭈욱 유지하시길 바라며 화이팅 한사발 보냅니다. ^^

stella.K 2022-11-16 20:28   좋아요 2 | URL
아, 그건 그래요. 컬러였다면 전선위의 참새처럼 보일 거예요.
그점은 좀 아쉽긴한데 저도 흑백사진 좋아해요.ㅋㅋ

에이, 뭐 새삼스럽게...
그냥 알라딘 서재에서 보이길래.ㅋ
예전 같은 열정은 없어진지 오래여유.
그래도 바람돌이님 화이팅 한 사발은 고맙구먼유.^^

북프리쿠키 2022-11-17 1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 주민센터 보내는 일도
귀찮고 번거로울텐데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텔라님을 보고 또 한번 절 돌아보게 합니다 ㅎ

stella.K 2022-11-17 15:02   좋아요 3 | URL
ㅎㅎ 아뮤, 부끄럽습니다.
그것도 코로나로인해 3년만에 하는 일인 걸요.
저도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중고샵에 나가 팔기도 할 텐데
이제 그짓은 못할 거 같습니다.
대신 낡은 책은 버리고 상태가 좋다 싶은 건 마트나 산책 나가는 길에
주민센터에 보내려구요.
그렇게 자리를 내야 또 새로운 책을 채우죠.
다 꿍꿍이 속이 있는 거랍니다.ㅋㅋ

페크pek0501 2022-11-27 14: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인기서재 등극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어떻게 아는 건지요?

저는 이달 초에 25권을 책장에서 빼서 버렸답니다. 다시 읽지 않을 책 같아서요.
그런데 버린지 모르고 찾을까 봐 ‘버린 책 리스트‘도 작성해 놨어요. 노트 뒤에. 이젠 제 기억력을 믿을 수가 없어서 말이죠.

stella.K 2022-11-27 20:45   좋아요 2 | URL
앗, 모르셨어요? 알라딘 서재 들어가시면
왼쪽 중간에 ‘알라디너 인기서재‘ 나와요.
F5 새로보기 누르시면 조금조금씩 누가 인기서잰지
바뀌어요.
이날 이후 전 또 인기서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요.
제가 그렇지요 뭐.ㅋㅋ

저도 주민센터에 몇권 보내긴 했는데
아직도 다시 안 볼 책들이 많아요.
넘 오래된 책들은 버리고 상태가 괜찮은 책들은
또 보내려고요. 보내긴 하는데 밑줄친 책들이 있어
그게 좀 걸리긴 해요. 뭐 밑줄 거서 열람할 수 없다면
알아서 버리겠죠.
근데 오래 전 가서 보니까 제 책이 열람실에 꽂혀있긴 하더군요. ㅎㅎ

저도 버린 책 리스트를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게을러서 안하고 있어요. 어느 날 문득 무슨 책이 필요해서
있나 찾다 없으면 보냈구나 하면 되는데 좀 놀라긴하겠죠?
그땐 뭐 다시 사던가 주민센터에서 빌려보던가 그래야죠.
정말 책이란 살 때만 좋지 애물단지어요.ㅠㅠ

mini74 2022-11-30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축하드려요. 뜸한 사이 이렇게 좋은 소식이 ~ 저도 흑백사진이 더 이별정서에 와닿는거 같아요 ~

stella.K 2022-12-01 13:24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하지만 뭐 제가 게을러서 다시 인기서재에
등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ㅠ
흑백사진 아련하고 좋죠?
그런데 저 사진은 흑백이어서 더 폭격 맞은 느낌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ㅋㅋ
 

0. 대체로 흐린 하루였으니 오후 들어 맑아짐.


1. 다롱이가 왔다. 진짜 온 건 아니고 꿈속에서. 꿈이 너무 생생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근데 두 번 다 모습은 볼 수 없고 녀석이 내 이불속에서 꼬물거리기만 했다. 


녀석이 어렸을 때 몇년간 밤이면 내가 데리고 잤다. 그러면 이불속에서 자다가도 꼬물대곤 했는데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한 것이다. 자는 중에서 녀석이 어떻게 왔을까 신기했다. 그 꿈을 깨고 어찌나 허무하던지. 


그리고 이틀만에 또 다시 꿨다. 이번엔 녀석이 내 어깨있는데서 꼬물락 거린다. 그때는 꿈속에서 나도 알겠다. 이건 꿈이야. 빨리 깨어나야 한다고. 나 스스로가 말했고 다행히도 곧 꿈에서 깨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노모에게 말했더니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하는 말. "거 개꿈이네." 한다. 나는 조용히 밥을 먹었다. 내가 가을을 탄다.


2. 

무슨 책이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평소 기자의 글에 관심이 많아 겁없이 덤빈 책인데 깨갱하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모처에서 협찬 받은 책이라 리뷰를 쓰긴 해야겠는데 뭐라고 써야할지 좀 막막하다. 딱 하나 인상 깊었던 건, 박지원이 취재를 의해 글을 써야하는데 지필묵은 있는데 물이 없다. 그러자 술은 있어 물 대신 술을 벼루에 부어 묵을 갈아 글을 썼다고. 이 대신 잇몸이라고 그런 기지를 발휘하다니. 괜히 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외엔 딱히 기억나는 게 없다. 아무래도 연암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고 했는데 그건 욕심이었다. 아까 낮에 백탑파가 언급됐길래 못다 읽은 김탁환 소설이나 다시 읽을 걸, 내 주제에 무슨 조선 대기자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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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1-14 2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 대신 술이라니! ˝좀˝ 보다 더 많이 멋진데요^^ 박지원말고도 왠지 옛 시절, 그리했던 이들이 더 있었으리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

stella.K 2022-11-15 09:52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워낙 풍유를 좋아하는 양반이니 물은 없어도 술은 있었겠죠? 역시 멋있는 양반입니다.^^

초란공 2022-11-15 0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래간만에 뵈요! ^^ 저도 연암 선생이 고북구 장성 어느 담벼락에 술갈아서 낙서한 대목을 가장 좋아합니다. 고북구 장성에도 가보앗는데 도대체 이 양반은 어디에다 낙서를 했을까요 ㅋㅋ

stella.K 2022-11-15 10:00   좋아요 3 | URL
앗, 오랜만에 오셨네요.^^
고북구 장성이면 전라도인가요? 대단하시네요. 거기도 다녀오시고. 저는 잊고있던 백탑파 나오니까 김탁환의 월하광인인가? 그게 읽고 싶어지더군요. 김탁환은 제가 유일하게 전작하고 싶은 작가거든요. 저도 가보고 싶네요. 고북구.😊

호우 2022-11-15 07: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흥미를 끌긴 하네요.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 거 같아요. 제목이 흥미를 끌어서 표지가 시선을 끌어서 펼치게 되는 책들.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없거나 지루하거나 해서 이걸 끝까지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물 대신 술을 부어 먹을 갈다니 좀 낭만적이네요.

stella.K 2022-11-15 10:05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그런 책있죠.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이책은 잘 쓴 책 같아요. 근데 제가 워낙 연암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보니 이 사단을 맞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또 그런 책 있잖아요. 당시엔 잘 안 읽혔는데 시간가서 읽으니 좋은거. 그렇게되길 바라며.^^

mini74 2022-11-15 0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취해서 비틀거리진 않았을까 혼자 웃어봅니다. 개꿈은 맞는데 그리운 개꿈이네요. 오늘날이 찹니다. 따시게 입고 다니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tella.K 2022-11-15 10:12   좋아요 3 | URL
ㅎㅎ 전 거기까진 생각 못했는데 역시! 전 오히려 먹이 제대로 갈릴까? 그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ㅋ
다롱이는 죽었을 당시엔 슬픔과 편안함이 교차했는데 지금은 온전히 그리움만 남네요. 가끔 녀석의 털 촉감이 그립더라구요. 목욕 막 씼기고 드라이로 말려주면ᆢㅠ
미니님도 따신 하루요~😊

프레이야 2022-11-16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다롱이 생각 많이 나시나 봐요. 몸이 기억하는 거죠. 고 작은 게 이불 속에 들어와 저의 맨발에 털이 닿는 촉감 넘 따시하고 부드럽고 그냥 사랑이지요. 울집은 냥이지만 비슷하겠죠 ^^. 가을 타시나 봅니다 ㅎㅎ
연암 안 그래도 멋진데 술을 물 대신. 전 술을 물 대신 마시는 걸루다가 좋아하는데 요샌 마시면 다리가 아픈 거 같아 와인 조그만 마십니다. 오늘도 날씨는 너무 좋으네요. ^^

stella.K 2022-11-16 13:3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 거겠죠? 녀석을 데리고 잔 건 그리 오래지 않죠.
처음 한 5,6년...? 버릇을 들여 놓으니까 밤에 지가 알아서
제 방을 찾아 오는 게 기특하고 신기했어요.
근데 제가 녀석한테 코 꿰었네요. 울컥~

술 좋아하시는군요. 역시!
하긴 우리가 갱년기잖아요. 몸조심해야할 때죠.
리뷰 써야하는데 이러고 있네요.ㅠ

레삭매냐 2022-11-16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이고 곧 겨울이네요.

리뷰의 압박!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읽고
쓰는 리뷰와 압박 리뷰는
차원이 다르지 않나 싶습
니다.

전 위화의 신간을 읽습니다.

stella.K 2022-11-16 14:08   좋아요 0 | URL
전 왜 겨울이 오지 않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은 11월. 가을이더군요.
모기도 안 죽어요.
그래도 11월 말 되면 정말 춥겠죠?
최근 몇년간은 겨울이어도 별로 춥지 않아 올해도
그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위화의 신간이 나왔군요. 그레이엄 그린의 <코미디언스>
북펀딩하던데 안 하시나요?^^
 

0. 맑은데 미세먼지 나쁜 하루


1. 지난 주말 모처럼 친구들을 만났다. 요즘엔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신나고 즐겁다. 특히 그 모임엔 20여년만에 만나는 친구가 나왔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우린 교회 청년부에서 만난 친구들인데 말하자면 청년부 동창회라고나 할까. 


이렇게 친구 하나가 새로 합류하게 되니 청년부 때 추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렸고 그렇게 옛일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우린 정말 젊어지는 느낌이었다. 왜 그런 심리학 실험도 있다지 않은가. 서로 알고 지내는 노인들에게 젊었을 때 즐겨 입었던 옷을 입고, 젊었을 때 살았던 집에 살게 했더니 진짜 젊어졌다고. 당연한 거 아닌가. 뭐 꼭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젊었을 때 만났던 친구들과 옛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친구들과 이런 얘기 저런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무슨 얘기 끝에 내가 요즘 애들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성격상 아이들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아이들을 보면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그러자 친구들이 하는 말이 참 다르다. 젊었을 때 이런 얘기를 하면 시집 갈 때가 돼서 그런 거라고 얘기하겠지. 그런데 지금은 너도 나이를 먹는구나 한다. 하긴 내가 지금 가임기는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는 친구를 탓하랴, 가는 세월을 탓하랴. 


2.이태원 압사 사고 같은 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겠지만 그건 그저 바람일뿐이지 그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늘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사고를 요리조리 피하고 무사히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니 생각하기 싫지만 그래도 대비를 해야 한다.


나도 지난 월요일 아침 뉴스를 보다 알았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 만일의 응급 상황을 위한 방책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즉 스마트폰 <설정>에 들어가면 '안전및 긴급'이란 항목이 있다. 그리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의료정보, 재난문자'라고 써 있다. 그것을 누르면 '의료정보'라는 것이 제일 먼저 뜬다.(나의 휴대전화는 그렇다. 갤럭시폰이라면 다 그렇지 않을까.) 거기에 자신의 기본적인 의료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이를테면 혈액형, 현재 무슨 약이나 치료를 받고 있는지. 무엇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기입할 수 있다. 


또한 그 밑에 긴급 연락처가 있다. 거기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했을 때 누가 나를 대신해서 연락을 해 줄 수 있는 연락처를 입력할 수 있다. 난 우리집 전화번호와 가족중 한 사람의 이름을 기입했다. 물론 죽을 때까지 이런 연락은 하지 않게 되길 바라지만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일 아닌가. 이건 휴대전화가 잠겨 있어도 연락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연락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참사 사고에도 3백명 넘는 사상자가 났지만, 4천 통이 넘는 전화가 몰렸다지 않은가. 이런 거 미리 해 두면 혼선을 조금은 줄여줄 수도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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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9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대폰에 이런 기능이 있는줄 몰랐네요. 지금 제 휴대폰 보니까 있어요. ^^
남편한테도 얘기하면서 야 우리 이거 넣어놓자 이러고 있어요. 이걸 쓸 일이 없는게 제일 좋지만 정말 사람일이란걸 알 수가 없으니말이죠.

2022-11-09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2-11-09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기능 아이폰에도 긴급구조설정으로 들어가면 있어요. 전 지금 확인해 보니 해뒀네요. 사람 일 진짜 모르겠고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니 필요할 수 있겠어요.
청년부동창 만나 20년 젊어지며 즐거웠겠어요 스텔라님.

stella.K 2022-11-10 09:5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그때 제가 그 뉴스를 봤기에 망정이지 저같은 기계치는 평생 모르고 살았을 거예요.
나이 드니 젊었을 때 기억이 간절할 때가 많더군요. 정말 즐거웠어요.^^

Falstaff 2022-11-10 0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혈액형 A+, 그리고 이렇게 쓰여 있군요. ˝심폐소생술 하지 말아 주세요. 생명연장 시술 사양합니다.˝
긴급 전화번호는 아이들하고 며느리만. 아내는 뺐습니다. 너무 깜짝 놀라서 숨 넘어갈까봐요. ㅋㅋㅋ

stella.K 2022-11-10 09:58   좋아요 2 | URL
A형이라굽쇼? 저는 문트님 O형이실 줄 알았는데. 하긴 문트님 은근 까칠남이시잖아요.ㅋㅋ
저도 얼마전에 안 건데 생명 연장시술이 문제가 많더군요. 과연 생명연장시술을 안할지 모르겠지만 저도 추가해 놨습니다.
저도 노모가 계셔서 우리집 전화는 안 썼습니다. 집 전화는 무조건 울엄마가 받으시거든요.

페넬로페 2022-11-10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휴대폰에 이런 기능이 있군요.
당장 설정 들어가야겠습니다^^

stella.K 2022-11-10 18:03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도 모르셨군요.
잘하셨습니다.^^

레삭매냐 2022-11-16 1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느 방송에서 들으니,
바로 표가 나지 않는 예산
들을 모조리 삭감하고 있
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안전 비용 같은
거지요. 항상 드는 생각이
지만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짓을
하고 있지 싶습니다.

옛친구들을 새로 만난다는
표현이 있더군요. 저도 지
난달에 오랜 친구들을 만나
니 그냥 좋더군요.

stella.K 2022-11-16 14:08   좋아요 1 | URL
지금 돈을 물 쓰듯 쓰고 있잖아요.
코로나도 그렇고, 이태원 참사도 있고.
그러니 그런 것에서 삭감 안하면 어쩌겠어요?
그렇게 써도 괜찮은 건지 그걸 모르겠더군요.

그날 식구들 밥만 아니었으면 더 있다오는 건데
밥 해 주러 가야한다니까 친구들이 막 웃더군요.
저한테 안 어울린다면서.
저는 손 끝에 물도 안 묻히고 사는 줄 아는가 봐요.
참말로 좋으셨겠어요.^^

mini74 2022-11-30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들어가보니 이미 되어 있네요 저도 기계치라 폰은 그저 전화 문자 검색 ㅠㅠ
 

이 영화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눈물을 자아내는 영화일 것이 분명해 보이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의외성이 강했다. 우선 생각보다 최루성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고, 스토리는 그다지 새로워 보이진 않는데 담백하다. 새로워 보이지 않는 대신 과연 이런 엄마가 있을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이를테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아선호 사상에 남아 있지 않은가. 더구나 배경이 전라도 깡촌이다. 그렇다면 그 보수적 경향 때문에 여느 엄마라면 아들을 더 끔찍이 여겼을 법한데 영화는 반대로 딸을 더 끔찍이 여긴다. 내 새끼. 내 새끼 하며 불면 날아갈까 그런 애지중지가 없다. 


나름에 이유는 있다. 

엄마가 이 영화의 화자인 지숙을 낳기 전 얼굴도 모르는 언니를 낳았지만 얼마 안 있어 죽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자신이 태어났는데 엄마가 거의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퍼붓는 것이다. 그런데 비해 지숙의 남동생은 거의 학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구박을 한다. (아들이야 구박은 해도 그 기저엔 남아선호가 깔려 있으니 그러려니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만하면 엄마의 딸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돈지 짐작이 갈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서사를 따라가기보단 인물에 집중해 보는 것이 좋다. 엄마 역의 김혜숙 배우의 연기가 단연 압권이다. 워낙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건 이미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입증한 바 있으니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 시골 깡촌의 촌부 역을 그야말로 찰떡 같이 소화해 낸다.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다.


      

    우리네 엄마들은 왜 그렇게 바리바리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시는 건지...



이 엄마의 딸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하냐면, 원래 종교가 천주교다. 신부에게 고백성사를 하는데 딸을 그렇게 지켜주고 싶다면 묵주나 십자가 목걸이라도 해 줄 일이지 자꾸 부적을 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죄라는 걸 아니 자꾸 고백성사를 하는 것이다. 신부는 그러면 안 된다고 단단히 충고하려 하지만 답답증에라도 걸린 걸까? "아, 신부님도 아를 낳아 보쇼. 내 맴을 알텐께. 아참, 신부는 결혼을 안 하니 아를 못 낳제. 그러니 나 마음을 알리 없지." (뭐 이 비슷한 대사를) 하며 속죄소를 박차고 나간다. 



그만큼 딸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나 같으면 그런 사랑 줘도 안 받고 숨이 막힐 것 같은데 적당한 사랑만 준 울 엄마가 얼마나 고맙던지. 솔직히 요즘에 과연 이런 엄마가 있나 싶다. 할머니라면 가능할 것 같긴 하다.


어쨌든 지숙도 엄마가 자신을 사랑해주니 사랑은 길을 잃지 않는다고 못지않게 엄마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정말 나만이 하는 사랑이다. 그렇게 사랑하면 누구에게 말해도 부끄럽지 말아야 하는데 지숙은 촌스러운 엄마가 자기 엄마라는 걸 차마 남에게 드러내지 못한다. 그래서 학부모 참관수업을 위해 나름 학교에 조신히 차려입고 온 엄마를 거의 쫓아 보내듯 돌려보낸다. 문득 이 지점에서 난 그 옛날 나의 외할머니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학급 환경미화를 위해 물품을 준비해야 했는데 조그만 나의 몸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니 일단 나는 학교에 먼저 가고 엄마는 마침 집에 와 계신 외할머니를 시켜 그 물건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지금 같으면 퀵을 시켰겠지. '학교에 누구를 보내겠다고? 외할머니를...?' 그건 안 될 말이었다. 내가 외할머니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누구한테 내보일 만큼 자랑스러워했던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할머니는 나름 오랫동안 한복에 쪽진 머리를 하고 계셨다. 

그때 외가가 부천에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곳은 꽤 시골이었다. 시골이야 나이 든 여성들이 한복에 쪽진 머리가 흔했으니 그걸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는데 문제는 할머니가 그다지 예쁜 스타일은 아니었다. 입도 크고, 코도 큰 그야말로 여장부 스타일이라 가끔 뵈면 어린 마음에도 놀라곤 했다. 물론 그건 할머니가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면 이내 가려지곤 했지만 그게 또 남의 눈도 가릴 만큼은 아니었으니 누가 할머니를 알게 되는 것이 싫었다. 어린아이의 눈도 눈 아니겠는가. 


할머니는 학교에 5분도 채 계시지 않았을 것이다. 물건만 담임 선생님께 바로 넘겨 드리고 가셨으니. 그런데 왜 내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지. 아마도 그때가 내가 위선을 처음으로 경험한 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날 집에 돌아와 할머니한테 얼마나 미안했던지. 용서를 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모른 척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가 떠오르면서 영화 속 지숙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가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사랑하면 신도 시샘을 한다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자신의 사랑으로 딸이 승승장구하고, 시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해 토끼 같은 손녀도 낳아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싶을 때 하필 딸이 췌장암에 걸린다. 처음엔 아무런 이유 없이 혼자 친정에 온 딸이 그저 반가울 뿐이었는데 사랑하면 직감은 더 예민해지는 법이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는 것도 수상하지만 결정적인 건 딸이 욕실에 들어간 사위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그 후 지숙의 투병과 이를 간호하는 엄마를 통해 모성을 보여주려 했다면 그렇고 그런 뻔한 드라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제 보면 다시 못 볼 엄마를 만나고 기차에서 헤어지고 바로 딸의 장례식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딸을 먼저 보낸 엄마의 절절한 슬픔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본지 하룬가 이틀 후에 이태원 압사 사고를 뉴스를 통해 접했다. 처음에 그 보도가 참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나름 치안이 잘 되어 있다고 하는 나라. 밤을 낮 삼아 돌아다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은 몇안 되는 (아마도 거의 유일할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16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났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차라리 세월호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물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사람이 다니는 좁은 골목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압사 사고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다소 못 살고 후진 국가라면 이해할 것도 같다. 이런 선진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뉴스는 건조하라만큼 사고 경위와 사상자를 보도하고 있는데 눈에선 알 수 없는 눈물이 자꾸 흘렀다. 내가 이 정돈데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는 어떤 마음일까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내가 이런 소식을 접하려고 그 영화를 봤던 걸까? 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2, 30대의 피해가 가장 컸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생각이 전혀 도움은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하나 아니면 둘 낳는 시대에 그들의 부모는 어떤 자식에게서 이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을까. 그 자식을 가슴에 묻기까지 또 얼마나 가슴 쓰리고 참혹한 시간을 보내야 할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영화는, 엄마가 딸의 장례식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엄마의 일상은 이미 예전의 일상과 같지 않다. 이제까지의 일상은 사랑으로 충만한 일상이었다면 앞으로의 일상은 하늘나라에 간 딸을 만나기 위한 부서진 일상을 사는 것이다. 영화는 저 세상으로 간 딸에게로 가기 위한 첫날을 세는 것에서 끝이 난다. 

오늘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며칠에 해당하는 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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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1-04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보고 엄청 울었던 영화에요. 지금 일이 있어 시청에 왔더니 합동분향소가 있네요. 헌화했습니다. 많이들 찾으시네요.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보고 말하고 걱정하는 관점이 어찌나 제각각 다른지 놀랍고요. 그게 당연하겠지만요.

stella.K 2022-11-04 14:10   좋아요 1 | URL
역시 보셨군요.
전 의외로 담백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ㅠ
관점이 다르니까 할 얘기도 많은 거겠죠?
김혜숙 씨 연기가 참 인상적이더군요.

시청에 오셨군요.
그래도 슬픈중에 위로가 되는 건
이렇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 알지도 못하지만 같이 슬퍼한다는 거겠죠.
현장에선 심폐소생술도 같이 했다고 그러고.
잘 하셨네요.^^

프레이야 2022-11-04 15:23   좋아요 0 | URL
아뇨 영화는 담백하고요. 이번 사건 사고를 두고 보는 초점과 하는 말들이 다양해요.

stella.K 2022-11-04 16:50   좋아요 0 | URL
이크, 제가 오독했네요. 제가 이렇습니다. ㅠ

바람돌이 2022-11-04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부님과 엄마의 대화가 재밌네요. 우리 옛날 어머님들 진짜 딱 저러셧을걸요.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은 어떻게 해도 극복이 안될거 같아요. 이태원사건 이후 계속 우울해서 무슨 말을 하기도 어려웠는데 아마도 제가 나이가 들어 희생자분들의 주 연령대가 우리집 애들 나이이다 보니 더 참담해지는듯 합니다.

stella.K 2022-11-04 16:57   좋아요 1 | URL
뭐 그만큼 딸을 사랑한다는 표현일텐데 재미있죠? 저는 이제 저의 엄마를 말리지 않습니다. 정말 이고 지지 못 할 때가 올 테니까. 대신 지난번처럼 정류장에 나가 있으려구요. 운동삼아서. ㅋ
맞아요. 다 비슷한 연령대 부모, 자식들이라 남의 일 같지가 않죠. 영화도 이런 식으로 연결이되고. 에고~ 그냥 한숨만 나오네요.ㅠ

라로 2022-11-04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를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뭐 그건 그렇고, 쭉 읽어 내려오면서 묵직하게 글을 쓰셔서 그런가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 생각은 못했는데 이태원 사고의 희생자들의 부모에겐
어쩌면 단 하나인 자식일수도 있겠군요.ㅠㅠ
자꾸 알아갈수록 참담한 마음입니다.

stella.K 2022-11-04 17:01   좋아요 0 | URL
자식이 열이 있어도 한 자식 없으면 다 마음 아픈거죠. 근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 죽어간 분들의 부모는 어떻게 사나 걱정이되더라구요. ㅠㅠ

페넬로페 2022-11-04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보면서 울 것 같아요.
자식을 먼저 보내는 상황은 언제나 슬프고 힘들잖아요.
세월호도, 이번 이태원 참사도 젊은 사람들이 희생되어 안타까운 맘이 크지만 그들을 잃고 비통해 할 부모의 마음까지 생각되어 더 맘이 무겁네요^^

stella.K 2022-11-04 19:1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이 영화 지금은 보지 마세요.
저는 사고 전에 봐서 그냥 담담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고 보면 슬퍼질 것 같아요.
울고 싶을 때나 덤덤할 때 보세요.
2, 30 때면 한창 예쁘고 보기 좋을 땐데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어갔다는 게 넘 마음이 아프네요.
다신 이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말이죠.ㅠ

2022-11-07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7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가의 인생 공부 - 잘 쓰기 위해 잘 살기로 했다
이은대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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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책은 보통 세 부류의 사람이 내는 것 같다. 문학 그것도 주로 소설가가가, 자기계발이나 성공학 분야에서 내거나 또는 신문 기자들이 내거나. 이 책은 두 번째에 해당하지 않나 생각한다.

요즘엔 워낙에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와 다 읽을 수는 없고, 자신에게 맞는 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나도 한때는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제법 읽었고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읽으려고 하는데, 내가 선호하는 쪽은 문학이나 기자들이 쓴 책들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었다는 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제목에 끌려서다. 그저 단순히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것인가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보단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어 관심이 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구성이나 발상은 좋은데 나처럼 이 분야 의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굳이 추천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새롭게 관심을 갖는다면 읽을만하다. 글쓰기에 관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기존의 그것과는 색다른 측면이 있어 그 점은 좀 높이 사고 싶다. 즉 문장의 구성요소를 가지고 삶의 관점에서 대입시켜 보는 것이다. (그것은 이 책의 목차를 참조해서 보면 금방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그게 나름 노련하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저자는 글쓰기 강사로도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르칠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시종일관 경어체로 썼다. 한 쳅터씩 읽을 때마다 꼭 저자가 미지의 독자 아니 미래의 작가에게 편지로 조언을 해 주는 것 같다. 특히 매 꼭지 말미에 네댓 줄로 내용을 요약하기도 하는데, 꼭 제자에게 보약 달여 먹이는 스승의 느낌이 들어 저자는 가르치는데 진심이구나 싶다. 단지 (자기계발 책들이 그렇듯) 너무 나이스한 게 좀 아쉽달까.

앞서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이 글쓰기에 관한 책을 낸다고 말했는데, 그 세 분야가 결이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문학은 진지하고, 주로 성공을 가지고는 말하지 않으며 은밀하고도 음습한 것을 쓰라고 독려하는 반면, 기자들은 특성상 진실과 객관성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있다. 그리고 자기계발 쪽은 뭔가의 확신, 개조란 측면을 강조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저자도 문학책 꽤나 읽었나 보다. 그 분야는 주로 위로를 많이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긴 한때 문학이 그런 경향을 보였고, 지금도 그건 여전하다. 그게 또 어찌 보면 문학의 한 기능 아니겠는가. 아무튼 그런데 비해 자기계발 책들은 등짝을 후려치듯 단호함이 있어 선호하게 됐고 말한다. 과연 그렇기도 하겠구나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의 경험들을 재료 삼아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작가가 뭔가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그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일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글 쓰기는 성공 가지고 말하기보단 실패 가지고 말해야 하는 게 작가의 숙명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읽어가다 '마감'(154p~)이란 챕터에 눈이 머물렀다. <작가의 마감>이란 책이 따로 있을 정도로 작가에게 마감이란 상당히 스트레스며 동시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마감에 '책임지는 인생'이란 부제를 달아 놓기도 했다. 전에 나는 작가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게 원고료를 받느냐 아니냐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 마감에 있지 않나 싶다.

소싯적에 나도 작가가 돼보려고 이것저것 써놓은 게 좀 있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러니 공모는 고사하고 누구에게 내 작품을 읽어봐달라고 부탁도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교회에서 짧은 극본을 쓰게 됐고 이게 참 나를 여러모로 바꾸는 개기가 되었다. 물론 그 일은 힘들면 안 해도 되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의 일엔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힘들어서 포기하는 일과 힘들어도 해내게 되는 일. 나는 포기가 빠른 인간이다. 조금만 힘들고 어려워도 금방 손들고 나가떨어진다.

그런 내가 이 일만큼은 끝까지 해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게 꼭 원고료가 주어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전에 마감이 있어서다. 원고를 잘 쓰건 못 쓰건 주어진 분량을 주어진 시간내에 써 내야 한다. 글이 안 써질 땐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뛴다. 그런데 어느 때가 되면 내가 쓴 작품이 무대에 올라가 있다. 그때마다 내가 느끼는 희열? 뭐 그것도 만만치 않지만 그보다 난 내가 쓴 글을 마무리하는 걸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어느새 그 상황이 익숙해져 마감의 스릴을 즐길 줄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난 그 일을 그만둔 적이 있는데 안 하니까 처음 얼마간은 좋았지만 다시 그 일이 그리워졌다. 몇 년 전 요즘 젊은 작가들 사이에 유행하는 이메일로 글을 배달하는 구독 서비스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을 겁 없이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마감의 스릴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일은 나름 오래 했고, 내 보잘것없는 글을 구독해 주신 분들께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의뢰받은 글은 어떻게든 쓰는데 혼자 쓰는 글은 여전히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작가에게 마감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작가는 혼자 글을 쓰면 안 된다. 공저를 하든지 출판사의 독촉을 받든지, 함께 그룹을 만들어 공언하고 서로서로 이끌어주든지 해야 한다. 말의 힘을 믿어야 한다.

사실 어떤 사람이 작가냐는 건 논란의 여지가 좀 있다고 생각한다. 책 한두 권 냈다고 해서 그게 과연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스펙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에게까지 작가라고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또한 작가가 된다는 건 정말 평생을 걸어야 하는 일인데 마치 지옥에서 천국으로 인도해 줄 것처럼 너무 희망적으로 얘기해도 되는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근래에 들어 글을 쓰겠다는 사람은 많아졌다. 하지만 읽는 사람은 여전히 그리 많아진 것 같지는 않다. 이 균형을 어찌해할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쓰려면 읽어야 한다. 한쪽에서 이렇게 글쓰기를 강조하면 자연스럽게 읽는 인간도 늘어나려나. 무엇보다 난 평생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은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옛말이다. 사람은 죽기 전에 책을 남겨야 한다.

 

저자가 이런 말을 한다. 생각과 행동 사이 거리가 멀수록 평범하거나 실패하는 인생이고, 생각과 행동 사이 거리가 좁을수록, 즉 실행에 옳길수록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실행력의 중요함을 말하는 것이리라.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그에 걸맞은 태도와 삶을 살도록 되어있다. 작가는 확실히 멋진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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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0-28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잉? 스텔라 님께서 이런 책을 읽으셨다고요? 아이고.....
지금 충분히 잘 쓰시는데 나 참, 밋칩니다. 경어체 많이 쓰는 인간들을 조심하세요. 그거 사람 죽이는 겁니다. ㅋㅋㅋㅋ

stella.K 2022-10-28 20: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미쳤나 봅니다. ㅠㅠ ㅋㅋ 근데 문트님 경어체 쓰는 사람에게 되게 당하신 적 있으셨나 봅니다. 다음부턴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Falstaff 2022-10-28 20:2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제가 가끔 경어체로 글을 올리거든요. 그럼 반응이 무척 좋아요.
아하, 이래서 사기꾼들이 그렇게 친절하고 반듯하구나... 하고 알았습지요. ㅋㅋㅋ

stella.K 2022-10-28 20:28   좋아요 3 | URL
ㅎㅎㅎ 정말요? 저 못 본 거 같은데... 다음부턴 조심해야겠는데요? 제가 사실 경어체 쓰는 사람만 보면 쓰러지거든요.🤣

mini74 2022-10-30 1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자에게 보약 달여먹이는 스승에서 웃었어요.

stella.K 2022-10-30 16:46   좋아요 2 | URL
ㅎㅎ 역시 미니님은 리액션이 좋으셔. 알라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