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이 악역으로 나오는 걸 본건 이 영화가 처음은 아닐까 싶다. 이전에도 악역을 했었나? 악역이기도 하지만 변태이기도 하다. 어쩌면 자기 아내와 자식을 그런 식으로 피를 말리는지. 그런데 그 악역을 나름 괜찮게 연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동건 보단 류승룡을 위한 영화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부성애든 모성애든 모든 상황에서 다 용납되고 아름다운 건 아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몰살시킨 백치 같은 악역도 있다. 그전에 실수로 달리는 차에 뛰어든 아이를 죽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니 살기를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그는 사형수가 됐지만 사형이 집행되기 전 마지막으로 아들을 만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들 역은 고경표가 맡았는데 촌스러운 까까머리에 고뇌를 잔뜩 뒤짚어 쓴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류승룡의 고군분투하는 역이 하도 인상적여 별 세개 반은 줘야할 것 같다.  


난 정유정 작가를 그다지 안 좋아했는데 영화를 보니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낮의 밝음 보단 밤의 어둡고 음산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 





 언젠가 일본 영화로 본 것 같기도한데 가물가물하다. 강동원과 김의성이 출연한 한국판을 봤는데 뭐하나 겹치는 게 없다. 그럼 안 본 건가? 점점 기억이...ㅠ 


암튼 영화가 시작은 좋은데 갈수록 좀 만화 같다는 느낌도 들고 신파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역시 강동원과 김의성이 고생하는 연기를 보니 나쁜 평은 하고 싶지가 않다. 특히 악역 전문 배우 김의성이가 여기선 사람을 돕는 선한 역할로 나와 좀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엔딩이 참 인상적이다. 


누군가 나의 신분을 도용해 악당으로 만들고 나쁜 놈으로 몰아간다면 어쩔 것인가. 다소 만화 같은 소재지만 아주 불가능한 소재도 아니다. 물론 이런 일은 실제론 잘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을 못된 놈 만들면 누가 착한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소설은 그다지 보고 싶지는 않다. 


나도 나이를 먹는지 얼마 전부터 습관적으로 시니어 토크쇼 <<황금연못>> 재방송을 보기 시작하더니 그 여파 때문일까? 괜히 노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나의 옛 추억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세대가 아닌가. 게다가 울엄니도 요즘 들어 부쩍 옛날 이야기를 많이한다. 어쨌든 그런 그런 분위기를 타고 이 영화까지 보게 되었다. 2015년 작품이니 무려 10년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그런데 워낙 노인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스토리 자체는 별로 시간을 타지 않는 느낌이다. 요즘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휴먼 드라마 내지는 노인 멜로로 봐도 되겠지만 약간의 미스터리를 가미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엔 무슨 이야기가 이렇게 불친절한가? 무슨 필름을 뚝뚝 잘라 먹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중에 마무리는 나름 잘 됐지만. 노인성 치매에 관한 접근도 나름 나쁘지 않게 했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이런 영화도 만들다니 좀 놀랍기도 했다.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시도가 좋은 영화란 생각은 들지만 이런 영화가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면 소재를 좀 더 다양화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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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4-09 0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두 권 예전에 읽어서 많이 잊어버리기도 했네요 《7년의 밤》과 《골든슬럼버》... 그때는 책을 읽고 쓴 지도 얼마 안 됐을 때기도 했네요 책도 잘 못 보고 제대로 쓰지도 못했네요 지금도 못 쓰지만... 책을 봤다는 건 기억하네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희선

stella.K 2024-04-10 11:00   좋아요 1 | URL
희선님 벌써 그러시면 어쩌십니까? ㅎㅎ
어쨌든 장르소설 좋아 하시는 희선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골든 슬럼버는 모르겠는데 7년의 밤은 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나중에 읽어 볼까합니다.^^

페크pek0501 2024-04-14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본 두 영화가 있어요. 메이 디셈버, 파묘.
영화관에서 봤는데 전자가 더 좋았어요. 파묘는 무섭기보단 약간 만화영화 같단 생각을 했어요.

stella.K 2024-04-14 20:07   좋아요 0 | URL
부지런하시네요.
저는 이제 극장에 가는 일이 있을까 싶기도해요.
극장엘 안 가니 리뷰를 써도 개봉한지 한참 된 영화를 보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옛날 영화도 본 것 보다 안 본 영화가 많아요.
월정액을 끊어서 보면 비교적 최신 영화를 볼 수도 있는데
그럼 다른 것 못하겠더군요.
이래저래 영화는 저의 애증물인 것 같습니다.ㅎㅎ

파묘가 그렇군요. 저도 감독의 전작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별로 저랑 안 맞는 것 같아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근데 이 영화는
꽤 성공했던 모양입니다. 지난 번에 유퀴즈에도 나오고 그랬더군요.
 
세계 문학 필독서 50 - 셰익스피어에서 하루키까지 세계 문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14
박균호 지음 / 센시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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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을 이리 써 놓으면 안 그래도 고전을 잘 안 읽는 사람은 더 안 읽을지도 모르겠다. 함부로 읽지 말라는데 어떻게 읽느냐며 내심 회심의 미소를 띨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뜻에서 쓴 말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고전문학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무턱대고 읽겠다고 덤비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다가 (어떤 책은) 큰코 다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그냥 있는 말이 아니다. 고전을 읽을 때도 이 말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무슨 책을 읽어도 저자의 들어가는 말이나 프롤로그를 읽게 된다. 하물며 우리는 고전을 읽을 때 그 나라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다. 그럴 때 먼저 이런 좋은 해설서를 읽고 읽으면 실패하지 않는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전을 읽으려고 하면 먼저 학창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학교 때 고전을 열심히 읽으라고 선생님들이 그렇게 외치기만 했지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따로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니 새삼 두 가지 정도로 현타가 왔다. 그건 그렇게 선생님이 고전을 읽어라, 읽어라 할 때 청개구리처럼 안 읽었던 것 같은데 또 돌아면 아주 안 읽지만은 않았다는 것. 반복 효과 때문이었을까? 또 좀 놀라웠던 건, 옛날 같으면 감히 알지도 못했을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이 되었다는 거다. 당연한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전의 범위는 넓어지는구나를 새삼 깨닫게 된다. 더구나 지금은 21세기다. 앞으로 어떤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르며 다음 세기를 맞이하게 될지 궁금하다. 모르긴 해도 저자가 50권을 선정하는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장점은 우선 정리를 잘 했다는 것이다.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가 잘 정리되어 있어 읽으면서도 감탄했다. 또 그런 만큼 내가 몰랐던 지식을 전해주고 있어 읽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과연 저자는 언제 이런 것들을 다 알아내어 썼을까 놀랍기도 하고.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단점도 없지 않다. 그건 아는 척하기 딱 좋다는 것. 고전문학 한 번 읽으려면 큰 숨 한번 내쉬고 읽어야 하는데 이건 날로 먹기 딱 좋다 싶다. 물론 고생스럽게 고전을 읽는 사람이 보면 얄미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해설서만이라도 읽는다는 게 어딘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도 있다는데 읽은 척하는 것도 능력이다. 아무리 천하에 없는 독서광이라도 세상에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그러니 누가 읽은 척하더라도 너그럽게 봐줘라. 그게 읽은 사람의 겸양이고 덕목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장점이 더 많다. 오히려 반대로 이 책을 읽다 고뤠? 하며 그동안 한 번도 읽어 볼 생각이 없는 원본을 펼쳐 볼 확률이 더 많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 작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교정해 준다. 사실 난 나보코프의 <<롤리타>>에 대한 인상이 굉장히 안 좋았다. (공교롭게도 난 아직 책으로 읽지 못하고 영화로 봤다.) 특히 난 주인공 험버트가 작가인 나보코프의 페르소나는 아닐까 그런 의심을 했더랬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작품이 세계 명작이 될 수 있는지 한때 금서가 되기도 했다는데 영원히 햇빛을 보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벼라별 생각을 다했다. 이 책에서도 나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문학은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반영하는 게 대부분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에 대해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이 소설은 소아성애자를 옹호하는 소설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을 합리화하는 소아성애자를 비판하는 소설로 읽을 수 있다고. 험버트가 자신의 소아성애적 행각을 나름대로 합리화하지만, 이 변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독자는 거의 없을 거라고도 했다. 더 나아가 나보코프는 소설로 도덕이나 철학 따위를 주장하는 작가를 혐오했으며 자신의 소설이 단순히 소설 그 자체로 읽히기를 원했고, 작품으로 교훈을 주기보다는 문학적 실험과 탐색에 집중하는 작가라고 했다. 내가 좀 팔랑귀이긴 하지만 저자가 이렇게 쓰고 있으니 내가 좀 예민했나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문학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겠구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마도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나보코프를 잘못 알고 있었을 것이다. 조만간 진짜 나보코프를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이례적(?)인 건 저자가 하루키를 50의 명단에 넣었다는 것이다. 물론 거의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오히려 제외하는 게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꼭 모든 독자에게 다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나도 마냥 좋아라 하는 작가는 아니다. 본국에서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한다. 이를테면 대중적으로 인기는 많지만 순수문학 분야의 최고봉인 아쿠타가와상을 아직 받지 못한 것과 일본이 당면한 현실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는 점 등.

사실 하루키는 이제 '하루키 월드'라는 하나의 문화를 구축했지만 그렇게 하루키를 즐기려 할 뿐 그에 대한 변변한 평론은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하루키 성격에 누가 자기 작품을 가지고 평론을 쓰던 뭘 하든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지는 않지만, 나 같이 초기에 약간의 관심을 가졌다 지금은 거의 냉담으로 돌아선 독자로선 그를 좀 객관적으로 알아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나도 내 취향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너무 무관심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문학은 취미로 읽을 수 있지만 종국적으론 취향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뽑아든 책이 문학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작품을 문학사적으로 조망하는데 어느 만큼의 시야를 확보해 주기도 한다.

또한 이 책은 고전 읽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게 만든다. 예를 들면 '돈키호테'나 '모비 딕'같은 작품은 너무 두꺼워 읽기가 꺼려진다. 게다가 언젠가 누가 썼는지도 모를 리뷰에 부정적인 말 한마디 발견했다고 아예 접어둔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당장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완독까지 이어진다면 뿌듯하겠지.

한 가지 발견한 팁 아닌 팁이 있다면 고전문학도 거의 대부분 작가의 경험이나 본 것을 가지고 썼다는 것. 당연하지만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을 읽으면 독자가 되고, 쓰면 작가가 된다.

책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갈수록 편견과 편독이 심해지고 있다. 그건 하루에도 몇십 권씩 쏟아지는 책의 바다와 그에 비해 나이 들수록 읽을 수 있는 책은 점점 한정되어 갈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때가 되면 자기만의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목록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 난 아직도 읽지 못한 고전들이 너무 많다. 정말 내가 죽기 전에 이 책들을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도 이 책이 더 고맙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게 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책을 읽는다는 거 아닌가? 짐승은 책을 읽지 않는다. 어차피 죽을 건데 책은 읽어 뭐하나 하는 건 짐승같이 살다 죽겠다는 말과 같은지도 모르겠다. 그보단 한 권, 아니 한 페이지라도 더 읽기 위해 작은 몸부림이라도 치는 게 더 인간답지 않을까. 그래서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저러 한 이유로 그 책 목록에서 일찌감치 제외했던 책들을 슬그머니 끌어와 목록 속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다 읽고 나면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을 뷔페로 즐긴 듯 포만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고전 명작이 50권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저자의 다음 50권엔 어떤 책을 포함시킬지 궁금하다. 기대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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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2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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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2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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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2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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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2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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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2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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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2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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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2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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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26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고전이다 하지만, 그 소설이 나왔을 때는 대중소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를 잘 나타내고 어떤 건 재미있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을 읽을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런 거 모르고 봐도 괜찮은 것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지만, 저도 고전은 별로 안 보는군요 어쩌다 보니... 이 책을 보면 읽고 싶은 고전이 생길 것도 같네요


희선

stella.K 2024-03-26 14:47   좋아요 1 | URL
저도 전엔 뭐 읽겠나싶은 책들 이 책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책 좋습니다.^^

페크pek0501 2024-03-27 1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이렇게 많이 내시다니... 박균호 님은 능 력 자, 이십니다.
노력이 중요하지만 타고난 능력이란 게 있지 싶습니다. 아무래도...^^

stella.K 2024-03-27 16:36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부럽기도 합니다. ㅋ

transient-guest 2024-04-05 0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선생님이 또 책을 내셨네요. 저도 구해서 읽어보겠습니다. 깊이있는 독서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그래도 책을 꽤 많이 읽는 저도 이런 책을 읽을때마다 듣도보도 못한 책이 많음에 새삼 놀라곤 합니다. 이렇게 잘 쓴 정리를 보면 원전에 대한 흥미가 생겨 더 찾아보게 됩니다.

박균호 2024-04-05 08: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이번엔 괜찮은 책이어야 할텐데요 ㅎ

stella.K 2024-04-05 19:45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래서 이런 해설서가 필요하더라구요. 박 작가님 정말 부지런 하시죠?^^
 

              

그러고보니 한때 조폭 영화 제작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게 영 탐탁치가 않았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조폭이 뭔가 조폭이 하며 혀를 끌끌 찼었다. 그러다 어제 이 영화를 보니 조폭 영화 열풍은 여전히 마땅치 않은데 사람이 왜 조직의 일원이 되길 바라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조폭이라기 보단 고등학교 불량써클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14,5년 전 영화다. 지금도 일진회 같은 불량써클이 있는지 모르겠다. 워낙에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 사회를 살다보니 불량써클도 없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저 영화가 만들어졌을 당시는 무전기만한 휴대폰과 삐삐가 함께 사용되어졌던 때다. 아무래도 불량써클에 입단하게 되면 학교가 주는 그 답답함에서 뭔가의 일탈이 좀 더 용이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는가. 공부를 안 해도 같이 안하고, 뭘 해도 집단으로 움직이니 뭔가 심리적 안정감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짱구(정우 분)가 어떻게 불량써클에 가담하게 되고 졸업할 때까지 3년을 지내왔는가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처음 들어 가 꼬붕에서 2년차인 중간자 즉 후배와 선배를 함께 다스리고 섬겨야하는 입장과 위에 더 이상 선배가 없는 3년차를 차례로 보여준다. 스토리 자체가 좀 오래되고 조폭 영화라 별 기대는 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볼만한 요소가 많아 끝까지 보게 됐다. 


아무래도 오래된 영화는 지금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배우들의 성장기를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정우라는 배우가 어떤 필모를 쌓으며 지금까지 왔는지, 배우로서 탄탄한 성장 스토리의 한 대목을 볼 수 있어 옛 영화가 주는 향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마치 빛바랜 앨범을 꺼내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찡한 느낌도 든다. 


특히 요즘 이웃집 아저씨나 어느 회사 대리 뭐 이런 식의 조연으로 나오는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 이름은 잘 몰라도 척 보면 알만한 사람들이다. 이때는 좀 슬림하게 나오긴 했지만 그때나 이때나 얼굴의 변화는 거의 없다. 그런 배우들을 고등학생으로 분한 건 좀 심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 시절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 봤다면 이건 고등학생을 모욕하는 거라며 반기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ㅋ 


또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 힘은 음악에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청춘 영화인만큼 젊은 감각의 음악을 쓸 법도한데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국악을 사용했다. 특히 가야금. 이 묘한 조합이 희안하게도 영화를 보는 힘을 끌어준다. 재밌는 건, 영화 초반에 짱구를 비롯한 네 명의 아이들이 요주의 인물이 돼서 결국 선생님한테 대걸레자루로 엉덩이를 흠씬 쳐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마나 웃기고 실감나던지 웃음이나서 혼났다. 역시 학창시절하면 빠지지 않는 추억이 이런 거 아니겠는가. 어떤 선생님한테 어떻게 맞았는가 하는. 지금은 선생이 애들 건드리면 큰일나는 세대가 되었지만. 


아무튼 이 영화 별 네 개도 줄 수 있는데 난 반 개를 깎았다. 아무래도 조폭은 내 정서상 그다지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고 빛바랜 감이 있어서. 그래도 추천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길동의 이미지 때문에 주인공의 신출귀몰한 활약상을 기대했다면 접어두길 바란다. 코믹 액션 느와르를 표방하지만 오히려 실수를 연발하며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나온다. 영화가 좀 길고 아무래도 느와르인만큼 사람을 어떻게 하면 많이 멋있게 죽이느냐가 관건인지라 뒤로 갈수록 좀 피곤한 느낌을 살짝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는 80년대 빈티지한 느낌과 만화적 느낌을 살려 그 점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등장인물도 만화적이지만 나름 멋지고 그럴듯하게 나온다. 주인공 역을 맡은 이제훈은 정말 그를 위한 영화가 아닐까 싶게 연기를 잘한다. 이런 내공을 쌓으며 드라마 '모범택시'까지 왔겠구나를 생각하면 이젠 정말 믿고 보는 배우가 되지 않았나 싶다. 


2016년작이다. 그때 벌써 이런 영화를 만들 정도라면 홍콩하면 느와르라고 하지만 우리만의 K 느와르를 개척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감독이 예전에 송중기, 박보영이 나왔던 <<늑대소년>>을 만든 조성희 감독이다. 나는 옛날 감독 몇명은 알아도 요즘 감독은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던데 영화가 감독의 예술인만큼 이 감독 정도는 기억해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크게 감동할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영화 수준이 여기까지 왔구나 새삼 확인차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 말순 역을 맡은 조그만 김하나 배우가 이제는 사춘기 소녀가 되었다. 영화에서 결코 아이답지 않은 대사를 지나치게 되바라지지도 않으면서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어 인상 깊었다. 하지만 이 작품 이후에도 몇 작품에 출연 했지만 아직 챙겨보지 못해 어떻게 성장해 갔는지 모르겠다. 

별 세 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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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3-05 1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은 영화를 많이 보시니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저는 요즘 영화를 볼 시간이 없네요. 짬짬이 유튜브 시청은 합니다. 영화는 두 시간 이상을 잡고 봐야 해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요.
조폭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런 것 아닐까요? 우리가 그런 세계를 잘 모른다는 점. 모르는 세계를 영화를 통해서나마 접할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stella.K 2024-03-05 12:58   좋아요 1 | URL
ㅎㅎ 그나마 요즘은 드라마를 못 보니 영화라도 보자는 쪽으로 기울어져서 그래요. 드라마는 더 시간 걸리잖아요. 영상소설 본다는 셈치고 보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책 읽을 짬이없네요. 영화를 보고 일케 짧게 감상기를 남기는거랑 본격적인 영화 에세이를 쓰는거랑 다른것 같아요. 마침 그걸 가르쳐 주는 곳이있던데 가볼까하다가 주저하게 되네요. 가만히 생각하니까 제가 이제 나이가 많아 그런거 등록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거예요. 어쩌면 좋습니까? ㅎㅎ

아, 영화 바람 재밌어요. 이순원 작가의 작품도 생각나고.

레삭매냐 2024-03-09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바람> 짤이 하도 많이 돌아서
볼까 싶기도 한데, 제가 요즘 지긋하
게 앉아서 영화 보는 인내심이 극도
로 떨어지는 바람에 그만.

<듄2>도 보러 가야 하는데 돌비 극장
입장료가 19,000원이라는 말에 그만
호곡.

stella.K 2024-03-09 10:08   좋아요 1 | URL
헉, 진짜요? 와~ 글치않아도 요즘 관람료가 어떻게 되지? 평일 낮이면 15000쯤하지 않나 했더니 돈없는 사람 극장도 못 가겠군요. 충격입니다.ㅠ

언제고 기운없는 날 바람 보세요. 나름 재밌습니다.

transient-guest 2024-03-19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에서 손호준배우가 100만원인가 받았다는 얘길 전에 응사로 유명해지고 어느 예능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여러 번 본 영화인데 정우배우보다는 최근 ‘거란전쟁‘에서 양규장군으로 나온 지승현배우가 더 유명해진 것 같습니다.ㅎㅎ

stella.K 2024-03-19 11:10   좋아요 1 | URL
엇, 바람을 아시는군요. 저도 영화 꽤 보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보고 의외로 좋았습니다. 한 15년쯤 전 영화고 손 배우 신인이었을테니 그래도 100만원이면 싸긴 싸죠? ㅋ 거란을 아직 못 봤는데 조만간 봐야겠네요. 😂

transient-guest 2024-03-19 11:55   좋아요 1 | URL
내 광상 김정완이다 대사가 유명하죠 ㅎㅎ

2024-03-24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24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솔직히 메릴 스트립은 미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연기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마거릿 대처 역을 충실히 잘 했다고 생각한다. 싱크로율도 높고. 

처음 늙은 대처가 나왔을 때 이제 메릴 스트립도 늙는구나 했는데, 젊은 대처로 나올 땐 오, 생각 보다 안 늙었네 했다. 

메릴 스트립하면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생각 나는데 그때에 비하면 곱게 늙는구나 싶은 것이다.

별 기대 안하고 봤는데 생각 보다 몰입도가 좋다. (별로 볼 것 같지는 않지만) 순간 평전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별 세개 반.



아무래도 이 영화는 이병헌과 김윤석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고 하겠다. 그런만큼 시나리오 역시 탄탄하고 미장센도 좋다. 또 그래서일까? 등장인물도 굉장히 진지하게 연기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고수는 상대적으로 비중에 별로 높지 않아 좀 아쉬웠다. 

잘 만든 영화는 막 박수쳐 주고 싶다. 물론 우리나라 치욕스런 역사를 다룬만큼 다소 우울하지만 비장미가 있다. 강추!

별 네개.       





나쁘진 않는데 위의 두 영화 때문일까? 상대적으로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냥 킬링 타임용 정도.

이 영화가 2016년에 나왔다니 벌써 그렇게 됐나 싶다. 조재현 미투로 통 볼 수가 없던데 이 영화에서 보니 좀 기분이 묘하다. 연기 잘하는 배우였는데.

요즘 유승호는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별 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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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2-25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릴 스트립, 이병헌, 김윤석!
세 배우 모두 연기력이 넘 좋아 제가 좋아하는 배우예요.
이번 ‘노량‘에서 김윤석 배우가 살짝 안 어울리는 것 빼고 다 좋아요.
저는 ‘추격자‘도 좋았지만 ‘완득이‘에서도 김윤석 배우 넘 좋았어요.
이병헌은 유일하게 사생활을 용서할 수 있는 배우입니다 ㅎㅎ

stella.K 2024-02-26 10:04   좋아요 1 | URL
ㅎㅎㅎ 사생활! 그 부부가 좀 독특하긴 하더군요. 그래도 뭐 아직까지 잘 사는 거 보면 용서가 되긴 하죠.ㅋ 열심히 하는 배우 보면 정말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4-02-2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릴 스트립과 MT의 이미지가
상당히 비슷하네요...

<남한산성>은 숭명사대주의자
들이 실력은 1도 없으면서 대의
명분 타령만 하다가 결국 나라
를 망친 경우에 대한 조명이 아
닌가 싶습니다.

저는 다음달에 개봉한다는 <듄2>
를 기대하고 있답니다.

stella.K 2024-02-27 12:4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보고 있으면 속터져 죽습니다. ㅋ 그나마 이병헌과 김윤석이 같은 사안을 가지고 첨예하게 간언하는데 그게 참 인상 깊더군요.
세배구고두레인가
그거 보면 속 뒤집어지죠. 암튼 함 보십시오. 영화 괜찮습니다.
전 에스에프는 영 시큰둥해서...😂
참 내일 유퀴즈에 티모시 살라메가 나온다는군요. 그
배우 묘한 매력이 있어요.

페크pek0501 2024-02-28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네 개인 남한산성을 봐야겠군요. 영화는 잘 보게 되질 않아 작정을 하고 봐야 합니다.
넷플릭스로 볼 것도 많은데 말이죠.ㅋㅋ

stella.K 2024-02-29 10:03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죠.
그런 날은 둘중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것 같아요. 영화
아니면 독서.
그 두 가지를 다한다는 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 남한산성 강추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 인생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힘이 되어 준 열 명의 그녀들
이화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전에 사 놓고 잊고 있다 최근 읽었다. 꽤 괜찮은 책이다. 

우리가 알만한 여성 작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저자의 탄탄한 문장이 담았다. 

이런 류의 책이라면 <다락방의 미친 여자>나 <여전히 미쳐 있는>을 떠올릴 것이다. 또한 이 절판된 책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싶기도 하지만 위의 두 책은 두껍다. 여성 작가를 다룬 좀 두껍지 않은 책을 원한다면 이 책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  

읽고나서 좋은 음식을 먹은 것처럼 그득한 느낌을 받았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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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2-23 0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개정판으로 나왔군요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로 제목이 바뀌었는데, 이것도 품절이에요 예전에 읽고 쓰기도 했어요 찾아보니 안 보여요 여기엔 안 썼나 봅니다 나중에 쓴 거 올려보고 싶기도 하네요 못 썼지만...


희선

stella.K 2024-02-23 09:50   좋아요 0 | URL
아, 희선님도 이 책을 읽었군요.
그러게요. 두 책 다 절판이라 아쉬운데 중고샵엔 아직 있는 거 같더군요.^^

페크pek0501 2024-02-23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바뀌어서 큰글씨책으로 나와 있는 게 있네요. 그런데 큰글씨책은 비싸요.ㅋㅋ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갑니다.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오래전 읽었어요.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살고 싶다면 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stella.K 2024-02-24 18:13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그래서 더 이상 눈이 나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ㅋ
이 책 읽으면서 뿌듯했어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어 보고 싶었는데 넘 두껍기도 하고 넘 비싸서 중고샵에 나오길 바라고 있는데 기회가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