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아는 지인을 동네 카페에서 만났다. 

난 이런 시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덕분에 나의 루틴은 오늘 하루 공치긴 했다. 

어제 눈이 많이 올거라고 했는데 다행히도 거의 오지 않아 길은 말라 있었다. 

날씨는 제법 추운데 이게 과히 싫지는 않았다.

문득 우린 앞으로 추운 날을 그리워하며 살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또 어쩌면 앞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겨울을 추운 날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게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야, 옛날엔 겨울이 추운 날이었대."

"추운 날...? 그게 뭔데?"

" 추운 날도 모르니? 추운 날이 추운 날이지 뭐긴 뭐냐? 바보."

"그러니까 추운 날이 뭐냐구?"

뭐 대충 아이들의 이런 대화를 듣게 되지 않을까? 

그때 우리 어른들은 대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근데 왜 그런 날이 없어졌어요?"

"아, 그건 말이지..."

뭐라고 말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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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2-07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씨에요.. ^^;;

stella.K 2020-02-07 14:57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썼던 그제 보다는 많이 풀렸더라.
이제 추운 날은 없겠지? 대신 미세먼지가...ㅠ
 
우리 한자어사전 - 한자어 속뜻 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재운 외 엮음 / 노마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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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이야 온라인 검색창에 자신이 알고자 하는 단어를 입력하면 휘리릭 알아서 찾아준다. 아날로그 시대 땐 사전 찾는 법을 따로 배워야 했다. 또 두껍기는 얼마나 두껍던지. 학창 시절엔 뭐든지 필요에 의해서 배우는 곳이라 국어사전보다는 영어 사전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지금은 보지도 않는 중학교 때 산 벽돌 같은 영어 사전을 아직도 가지고 있지만, 변변한 국어사전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온라인에서 사전을 수시로 찾아본다.


글은 쓰면 쓸수록 단어에 대한 집착이 편집증처럼 강해진다. 이미 아는 단어도 다시 찾아보게 된다. 내가 혹시 잘못 알거나 대충 알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또한 이 문장에 이 단어를 써도 되나 확인 차원에서 알아보게 된다. 얼마나 좋은가. 책으로 된 사전이었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을 인터넷이 가능하니 손쉽게 할 수 있다. 대신 단점이 있기는 하다. 꼭 내가 알고자 하는 단어만 알 수 있지 그 외의 것을 에둘러 알아보지는 않게 된다. 책으로 된 사전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항목별로 나열되어 있어 에누리로 몇 개의 단어를 더 읽어 볼 수도 있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는 제의를 거치기도 한다. 뭐 그게 꼭 아니더라도 어휘가 풍부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멋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사전은 누가 만드는 걸까. 읽는 것 자체도 지난한데 그걸 편찬하는 사람은 얼마나 지난한 작업을 할지 짐작도 할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려고 하니 언젠가 보았던  <행복한 사전>이란 일본 영화가 생각났다. 주인공으로 마츠다 류헤이의 캐스팅은 적절하다 못해 정말 훌륭하기까지 했다. 그는 정말 치밀하고 꼼꼼한 서생처럼 생겼다. 과연 이런 일을 하기에 딱 어울리는 이미지다. 아니면 시계를 만들거나. 나 같은 사람은 도저히 못할 것만 같지만 뭔가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점에선 새삼 존경스러움이 느껴진다. 이 책의 엮은이도 그렇다. 엮는 작업과 사전 편찬의 수고로움이 무슨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새삼 존경스러움이 느껴졌다. 그걸 또 이번에 처음 펴낸 것도 아니다. 비슷한 작업을 전에도 했고 이것만도 증보판이다. 그가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를 머리말에 밝혀놓고 있는데 과연 이럴 수 있나 싶기도 하다. 이것 말고도 소설도 썼다. 


"...... 나는 우리 어휘를 써서 소설을 써온 작가로서 누구보다 우리말에 가까이 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1994년부터 우리말 사전 시리즈를 편찬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 한자어 사전>을 2005년에야 초판이 나올 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거의 10년간 한자어를 연구하고 수집하고 검증하여 겨우 초판을 만들어 세상에 선보였다.

 3년 만에 2판을 낼 때는 더 집중하여 관련 어휘를 1000개로 늘렸고, 이번 3판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에서는 생활 어휘를 더 추가하여 2000여 개 어휘로 확 늘렸다. "


과연 이것을 언제 다했을까 싶다. 특별히 자신이 한자어 공부를 한 연유를 밝히고 있는데, 어렸을 때 서당 다니던 형을 따라 천자문과 통감을 웅얼거리고, 고등학교 때 한문 서적을 많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한문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더구나 후배가 8년간 수천만 원을 들여 사들인 한문 고서적 1만여 권을 그의 서재로 보내 마음껏 읽게 해 준 이야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대학원 시절 스승인 서정주 시인에게 여쭸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스승님 같이 시를 잘 쓸 수 있냐고, 그러자 미당은 시를 잘 쓰려면 이런 거 저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일단 한문 공부부터 하라고 조언하더란다. 그래야 우리글의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우리말 그릇이 본디 한자어고, 한자어는 한문으로 길들여진 말이니 그 그릇이 튼튼해야 서양 공부든 동양 공부든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이쯤 되면 한자어는 그의 운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 운명에 확실한 쐐기를 밖은 건, 우리 국어사전에 한자어가 70%란 통계가 있더란다. 하지만 그 70%의 한자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대부분 일본 한자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원래 쓰지 않았던 것을 일제강점기의 친일파와 일본 유학생들이 쓰던 그들만의 한자어라는 것이다. 그다음 말은 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운명이 사명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수록된 단어는 본뜻과 자구 해석, 바뀐 뜻, 보기글로 세분화되어 있는데 비교적 간단명료하지만 어떤 건 그 단어가 유래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한다. 정말 읽어 볼만하다. 그건 또 거의 대부분 고대 중국에서 유래된 것들이 많다. 그렇다면 작가가 지적한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국어사전을 쥐고 흔들만한 단어는 뭐가 있었을까. 한 예로 방송(放送)이란 단어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어다. 이것의 본뜻은 죄수를 감옥이나 유배에서 풀어주다의 뜻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방송국이 생기기 전인 1920년대까지 방송은 석방(釋放)과 같은 뜻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영을 내려 시행한다는 의미로 '방송을 명한다'라고 했다. 이것의 바뀐 뜻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장교가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었는데 후에 이것이 영어의 '브로드캐스팅'을 번역한 말로 채택되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용어가 지금의 전파를 송출해서 내보내는 통신용어가 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7년 경성방송국이 개국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아직도 설을 구정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다. 종종 있다. 구정이야 말로 일제 강점기 때 썼던 말인데 지난 세월 이런 우리 국어에서 일제의 잔재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완전히 없앤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가 보다.


읽다가 매춘(賣春)이란 단어가 생각보다 흥미롭다. 원래 춘이란 단어가 중국 당나라에서 쓰이던 말로 좋은  뜻이란 뜻이란다. 대개 술은 정월에 빚어 봄이 가기 전에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의 자구 해석은 좋은 술을 사다인데  여자가 남자를 그리워하는 정을 춘이라고도 했단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매춘이란 단어다. 그렇다면 '위안(慰安)'이란 단어는 어떨까? 남의 종기를 불로 지져 치료해 주는 사람이란 뜻의 위와 편안하게 해 주다는 뜻의 안이 하나가 된 단어다. 이는 또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일본군들이 성노예로서 위로하고 편안하게 해 준다는 뜻으로 썼다. 문득 이 매춘과 위안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듯하면서 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렇게 우리가 알듯 모를듯한 단어를 새롭게 또는 확실하게 안다는 건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다. 가까이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또는 머리가 복잡할 때 조금씩 읽어 두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이 지난한 일을 한결같은 자세로 임했을 이재운 작가와 함께한 이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박수를 전하고 싶다. 여담이지만, 난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편인데 종이책의 묵직함이 사전은 잘 안 찾아질 것 같다. 전자책으로 보는 것이 훨씬 활용도가 높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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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0-01-31 0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안녕하세요.^^

사전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밑도끝도 없겠지만
오래 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촉망받던 소설가, 김소진씨의 국어사전 공부가 생각나는군요.
전공이 영문학이었던 한겨레신문 기자로 소설을 쓰기 위한 공부가 국어사전이여서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설가 뿐 아니라 문학가라면 대부분 김소진씨와 비슷한 노력을 하겠지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니르바나도 종이사전 애호가입니다.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저의 집에도
사전이라고 이름 붙은 책이 한 50종은 될 듯 싶은데요.(일종의 책부심입니다.ㅎㅎ)


stella.K 2020-01-31 15:28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그렇지 않아도 리뷰 올리면서 소설가 한 사람을 생각했는데
그게 김소진 작가였어요. 머리속에서 뱅뱅 돌았습니다.ㅋ
그런데 사전을 그렇게 많이 갖고 계시다니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네요.
저도 종이책 애호간데 요즘 제가 손목이 시여서 이런 무거운 책은
이제 욕심낼게 못되겠다 싶더군요. 그래도 이 시리즈 욕심이 나긴 납니다.

참, 제가 올해 니르바나님께 새해 인사 드렸던가요?
늦었지만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 빌겠습니다.
변함없이 서재에서 가끔 뵈어요.^^

cyrus 2020-02-0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님의 글을 읽으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사전들을 소개하고 싶은 글을 써보고 싶네요. 저는 특별한 주제와 내용이 있는 사전들을 가지고 있어요. ^^

stella.K 2020-02-02 18:47   좋아요 0 | URL
엇, 정말! 궁금하네. 난 사전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아서
무슨 사전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
기대할게.^^
 
음악, 좋아하세요?
엄상준 지음 / 호밀밭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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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의 물성을 좋아한다. 내내 블로그나 카페에서 보던 글도 종이책으로 보면 그 느낌이나 질감이 다르다. 그건 아마도 내가 아날로그 세대여서 인지도 모르고 디지털이 아무리 발전해도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엔 일반인들도 책을 내는 시대라 내내 인터넷에서 보아 온 글도 종이책으로 보면 또 달리 보이는 게 있다. 


이 책의 저자와는 한때 운이 좋아서 같은 사이트의 블로그를 사용(인터넷 서점 알라딘)하고 있어 한동안 글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땐 저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 주로 음악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쪽의 애호가는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책으로 마주하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책 표지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아 사인본까지 받았다. 난 그때서야 알았다. 그가 한 방송의 음악 프로그램 PD라는 걸. 그러자 그 시절 그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이해가 갔다. 음악과 책을 한 쳅터 안에 엮는 솜씨도 뛰어나지만 문장이 정말로 좋다. 각 글의 제목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세상에 무슨 짓을 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음악은 늘 우리와 함께한다. 우리가 의식하든 안 하든.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저렇게 음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 어렸을 적 내가 음반을 가까이할 수 있었던 건 이사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당시 신상품이었던 스테레오 전축을 들여오면서부터 였다. 물론 전에도 전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래되기도 했고 고장이 나서 그 위에 다른 세간살이를 올려놓는 등 받침대 역할 밖엔 하지 못했다. 게다가 나는 너무 어려 그런 물건에 관심도 없었다.


그때 아버지는 음악을 들으려고 전축을 산 것이 아니었다. 약간의 허세를 즐겨하셨던 아버지는 음악보다는 전시 효과를 위해 그걸 집안이 들이셨다. 덕분에 호사를 누리건 우리 4남매였다. 그때 언니는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두 살 터울인 오빠도 발동이 걸리려고 폼 잡고 있는데다 난 또래보다 다소 조숙했다. 사춘기가 시작했다는 건 그 안에 문예부흥이 시작됐다는 말도 된다. 그동안 TV나 라디오에서 간헐적으로 듣고 알았던 것들이 허기로 느껴지면서 소유욕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언니는 엘비스 프레슬리나 닐 다이아몬드, 폴 모리아 악단 같은 팝 음악을 모으기 시작했고, 오빠는 락을 좋아했으며, 나는 고상하게도 클래식을 좋아했다. 내 동생은 아직 코찔찔이라 음반 보단 만화를 더 좋아했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나중에 음반에 대한 조예는 나를 훨씬 능가하긴 했다.              


내가 한때나마 클래식 음반을 좋아했던 건 부모님이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오직 나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하신 것에 기인한다. 단지 안타까운 건 내가 피아노를 배우기 전 먼저 클래식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했다면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한창 백건우와 정명훈이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을 땐데 부모님은 그들이 어떻게 피아노를 치는지 나에게 들려준 적이 없으면서 무조건 그들과 같은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라고만 하셨다. 그때 난 백건우나 정명훈보다 내 몸의 다섯 배쯤 되는 시커먼 피아노가 더 무서웠다. 그래도 그때 배웠던 몇몇 피아노곡은 아주 싫지만은 않았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내가 속한 반이 합주반이었다. 그때 우린 서울 지역의 초등학교와 합주 경연을 해야 했는데 몇 번의 예선을 거쳐 본선 최종 엔트리에 올라 마지막 경합을 벌여야 했다. 그때 우리의 출전곡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이었다. 사실 난 처음엔 이 합주를 못할 뻔했다. 왜냐하면 피아노를 그만두고 얼마 있지 않아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가 와서 이제 악기를 연주한다는 건 내 생애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합주 구성 악기 중 멜로디혼 파트가 있었는데 그건 본래 한 손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그런 거라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바로 그것이다. 음악을 알려면 먼저 그렇게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이후로 나는 음악을 듣다면 꼭 클래식만 들었고 음반도 꼭 클래식만 사 모았다. 아마도 초등학교 6학년 때 그 경험이 없었다면 더 나아가 피아노 수업 경험이 없었다면 클래식은 내 생애 없는지도 모른다. 또한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과 그 곡을 직접 연주해 본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왜 부모들이 할 수만 있으면 자기 자녀들에게 음악을 시키려 하는지 알 것도 같다.     


하지만 클래식은 확실히 약간의 노력과 의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물론 늘 클래식 음악만 흐르는 가정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말이다. 이건 정말 노력하지 않으면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후로 줄곧 클래식만 들을 것 같던 내가 어느새 듣는 음악이 팝송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 최동욱, 이종환, 김기덕, 김광한, 전영혁 등 전문 DJ 또는 팝 칼럼니스트가 라디오에 등장해 춘추전국 시대를 이루었다. 클래식은 영원하지만 대중음악은 그때가 아니면 안 된다. 책의 저자는 라디오는 복지라고 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 매일 틀어주는데 듣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일이다.  


귀동냥이 무섭다고 괜찮은 음악은 제목과 가수 이름을 메모도 하고, 녹음테이프에 녹음도 했다. 아마 공부를 그렇게 했더라면 S대 아니야 하버드대도 갔을 것이다. 게다가 그 시절엔 각 다방마다 DJ 박스가 있어 음악 신청도 할 수가 있었는데, 친구와 함께 다방에 갔다 내가 신청한 음악 리스트를 DJ가 보고 예사롭지 않은 선곡이라며 한껏 띄워주는 바람에 우쭐한 적도 있다. 왜 그런 일은 학점 인정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그런 내가 90년대 들어서면서 음악 듣기가 시들했다.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하다못해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 놨는데도 난 그다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냥 그런 음악이 있나 보다 할 뿐이다. 더 이상 들을 게 없는 것처럼 모든 게 시큰둥이다. 하긴 아무리 좋은 것도 시간이 흐르면 권태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엄밀히 생각해 보면 열광만 안 했다 뿐이지 난 그때도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듣고 있었을 것이다. 아 맞다. 생각해 보니 난 그 시절 가스펠, 복음성가를 즐겨 들었다. 그건 물론 내가 기독교인이기도 하지만 송정미나 하덕규, 박종호 같은 90년대 기라성 같은 가스펠 가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의 음악은 종교음악이라는 특정에 갇혀 있어서 그렇지 편곡이나 음악성은 웬만한 메이저 가수들 못지않은 기량을 갖추고 있다. 그러니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음악을 들어준다면 난 언제나 가스펠이었다.     


그러다 음악을 다른 관점에서 듣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연극에서 음악은 어떤 곡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좀 더 생산적으로 듣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그건 새로운 경험이고 지금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떤 음악이 어떻게 쓰이나를 관찰하는 버릇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난 정말 약속처럼 클래식 음악으로 돌아와 있었다.


언젠가 문학수 기자가 클래식을 듣는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난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인생을 두고 고행이라고도 하지만 가끔은 선물 같은 때가 있다. 그게 또 인생이다. 음악도 그런 것 아닐까. 아무리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모든 음악을 다 좋아할 수는 없다. 음악을 듣다 보면 문득 '얻어걸리는'게 있다. 그게 바로 선물 같은 순간일 것이다. 그것으로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은 시작되고 자란다. 나를 보라. 초등학교 시절 내가 속했던 반이 합주반이 아니었다면 그때 내가 멜로디혼 파트를 자청하지 않았다면 요한 슈트라우스가 무슨 행진곡을 어떻게 작곡했는지 알지 못했거나 훨씬 나중에 알았을 것이다. 그건 정말 지금 생각해도 선물 같은 때라고 생각한다. (물론 합주 연습을 했던 당시는 정말 지난했다. 추억이 선물이었을 테지.)     


솔직히 어렸을 때 나의 음악 교육은 실패였다. 그건 나의 실패이기도 하지만 나의 부모의 실패이기도 하다. 물론 부모님은 내가 피아노를 배워서 훗날 뭐에라도 써먹길 바라셨을 것이다. 또한 기왕이면 원대가 꿈을 가져주길 바라셨을 것이고. 그건 또 여느 부모라면 다 갖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단 어떻게든 이 아이가 생을 즐길 줄 알고 누릴 줄 알고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살아주길 바라서 음악을 가르치는 거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모든 것엔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성취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누리면서 배우는 것과 목적 성취를 위해 배우는 건 그 시작부터가 다른 것인데 말이다. 책을 읽다 정말 공감하는 말이 있어서 밑줄을 쳤다.


어린 시절에는 사람들이 알만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 나이가 되었다. 어떤 삶은 그냥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희망이고 성공이다. 봄 그늘 아래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어여쁜가. (103p)  


과연 어여쁜 깨달음이고, 어여쁜 말이다. 우리는 이것을 깨닫기 위해 얼마만 한 인생을 되돌아왔을까. 음악을 왜 들어야 하냐는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말자. 음악은 내가 태어나기 수천 년 전부터 있어왔고 불려 왔으며 들어왔다. 음악을 듣고 아는 건 각자의 선택이고 알아서 할 일이다. 음악을 알아서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라면 알지 않을 이유가 없다.


책이 정말 좋다. 읽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저자의 책이 이제야 나왔다는 게 너무 늦은 행보는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 만큼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지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는데 오탈자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곧 2쇄가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땐 바로 잡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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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1-21 0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어머니의 교육열에 떠밀려서 피아노 학원에 다녔어요. 그땐 피아노를 배우기 싫었어요. 그런데 계속 학원을 다니다보니까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IMF가 왔던 해에 학원을 그만뒀어요. 이제 막 피아노 연주하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학원의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이 울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너무 아쉬워요. 피아노 학원을 나오지 않고 계속 다녔으면 고급 수준의 피아노 교본에 있는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을 거예요.

stella.K 2020-01-21 14:50   좋아요 0 | URL
아깝게 됐네.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성인이 되서 피아노나 바이올린 배우는 사람도 많더라구.
꼭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뭐라도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
기타는 어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님 아예 남이 잘 안하는 걸 개척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런 거 배워두면 모임에서 꿀리지 않고 좋을 거야.^^

후애(厚愛) 2020-01-2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정말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따뜻한 오후 시간 되세요.^^

stella.K 2020-01-21 16:55   좋아요 0 | URL
아유, 뭘요...책이 정말 좋죠.
고맙습니다.
후애님도 좋은 시간 되시길.^^

2020-01-21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1-21 18:08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저도 그래요.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시큰둥 했던 사람이
비틀즈를 능가한다던 BTS가 뭘하든 그런가 보다 하죠.
책에 소개된 곡들을 보면서 저도 유튜브로 찾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음반 사 모으는 시대가 아니라는 게 좀 섭섭하긴 해요.^^

2020-01-22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2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2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2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3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3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01-24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즐거운 명절연휴 보내시고
새해복많이받으세요.

stella.K 2020-01-24 15:55   좋아요 1 | URL
앗, 서니님, 고맙습니다.
서니님도 복된 설 보내시고,
새해 복 듬북듬북 많이 받으세요!!!^^
 
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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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렸을 때부터 고전을 읽으라는 말을 들어서일까 성인이 돼서도 그것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또 고전을 읽으라면 그건 서양 고전이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일까? 최근까지 중국의 5대 기서 즉 삼국지연의를 제외하고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어떻게 하면 고전을 넘어 기서라는 말까지 듣는 건지 중국은 놀라운 나라긴 하다)이 있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지낸 것 같다.


특히 금병매와 홍루몽은 좀처럼 눈에 띄지도 않는다. 이 소설이 지구 상에 존재한다는 말을 들은 건 그 옛날 내가 중학생 때였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야하니 이담에 성인이 돼서 읽으라고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도 읽지 않는 건 꼭 잊고 있어서만도 아니다. 난 야한 건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그 때문에 더 빨리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아이들은 청개구리 심리가 있으니 정말 이걸 선생님의 말씀을 어기고 그때 당장 읽었으면 어땠을까? 압수당했을까? 그도 그럴 것이 난 그 무렵 D.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학교에서 몰래 읽다가 한쪽 귀퉁이를 선생님께 들켰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선생님은 그 책을 압수하지 않았다. 하이틴 로맨스는 압수 대상인데 말이다. 이유는 한 가지. 로렌스의 소설은 에로티시즘의 고전이라 서다. 하이틴 로맨스는 야한 장면 하나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그러니 중국의 5대 기서 중 하나인 금병매와 홍루몽은 어떨지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쉽게 살 수 있는 책도 아니거니와 한 두 권이 아니었다. 로렌스의 소설도 헉헉대고 읽었는데 그것의 몇 배나 되니 읽어낼 자신이 없었다. 내가 학생 신분이니 서점 주인이 아무리 돈이 궁하다고 해도 팔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로렌스의 소설은 어쩌다 얻어걸린 책이지만 내 취향이 아닌 책을 붙들고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러다 최근 이 책이 고맙게도 다시 나와줬다. 원래 요약본이나 좋아하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꼭 무슨 차에 무임승차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 다 읽지도 않았으면서 읽은 척하는 거, 솔직히 안 읽으면 안 읽었지 지조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이 마중물이 되어 진짜 정본으로 읽게 될지. 우리가 서평집을 왜 읽는가. 다 그러자고 읽는 것 아니겠는가. 또한 책이 워낙 많으니 아무리 책이 좋아도 다 읽을 수는 없다. 거르고 줄이고 요약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때 유용한 게 서평집이다. 이를테면 요약본도 그런 역할을 훌륭히 잘 해내고 있다.    


아, 근데 이 책 요약본이 아니다. 그러면 그렇지. 책 자체는 500페이지 정도라 결코 얇은 건 아니지만 이 한 권의 책에 수호지와 금병매, 홍루몽을 다뤘다면 요약으로 가능하지 않다. 해설집이었다. 그렇게 보니 저자는 책 하나하나에 꼼꼼한 각주를 더 해 자세한 해설을 했다. 그런 저자의 작업엔 경의를 표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중국 5대 기서에 그다지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라 호기심을 끌기엔 다소 역부족은 아닌가 싶다. 차라리 요약본을 읽는 것이 기서를 읽는데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관심이 있으면 정본을 읽고 이 해설집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나는 너무 무림의 고수의 이야기 같아 일단 해설집이라도 읽어 봤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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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7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요약해설서였군요. 한권에 다 나오려면 요약서일 수 밖에 없겠네요. stella.k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stella.K 2019-12-27 19:25   좋아요 1 | URL
아, 서니님. 서재 달인된 거 축하해요.
서니님도 연말 잘 보내시고 희망찬 새해 맞이하시길 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균호 2019-12-2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stella.K 2019-12-27 19:45   좋아요 0 | URL
저는 약간 주저되는데 님께서 읽으시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평점이 높긴한데 각주도 많고해서...;;

수연 2019-12-2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번쩍번쩍! 크크 읽어봐야겠어요!

stella.K 2019-12-27 19:47   좋아요 1 | URL
ㅎㅎ 이거 보다 차라리 요약판에서 정본으로 넘어가는 것이...
요약판이 있더라구요.

hnine 2019-12-28 0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루몽은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래요. 삼국지, 수허전 같은 것이 한국인에게도 중국 못지 않게 사랑받아오고 있는 것에 반해 홍루몽은 그렇지 않은 편이라서 그게 이상할 정도라고 하더군요. 금병매와 같이 약간 통속적인 내용의 소설에 속하지만 홍루몽이 훨씬 시적이고 중국 전통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다고요.
그런데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어요. 중국에서 TV시리즈로도 여러 버젼으로 만들어졌다니 기회가 되면 중국 드라마로 한번 볼까 생각은 하고 있지요.

stella.K 2019-12-28 06:39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솔직히 전 이 책 내용은 좋은데 재미는 없더라구요.
설명만 많아서 오히려 읽기에 방해가 되었어요.
시작이 안 좋으면 나중에 본격적으로 작품을 읽는데 꺼려되는 게 있어요.
또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남성적 시각에서 쓰였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겠더군요.
금병매와 홍루몽은 몰라도 나머지 3편은 정말 중국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지긴
했어요. 그런데 잘 안 보게 되더군요. 한국 드라마도 헉헉대고 보는지라...
나중에 저도 한번 챙겨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재의 달인된 거 축하하구요, 올해도 변함없이 h님과 소통할 수 있게 되서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희망찬 새해 맞으시기
바랄개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9-12-28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12-29 14:30   좋아요 1 | URL
아유, 그 어찌 민망한 말씀을...
인사도 제가 먼저 드렸어야 하는 건데 번번히 선수를 놓치는가 봅니다.ㅠ
올해도 변함없이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년에도 무탈하시어 계속 알라딘에서 뵐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한해 수고 많이하셨구요. 내년에도 더욱 복되시길.^^

희선 2019-12-30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 하면 서양 소설이 먼저 생각나기도 합니다 중국이나 한국에도 있는데... 그렇다 해도 고전은 거의 안 봤습니다 stella.k 님은 사춘기 때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보셨군요 선생님은 어떤 책이냐에 따라 빼앗기도 뺏지 않기도 하셨네요 책을 다 본 건 아니라 해도 해설집을 본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stella.k 님 올해 남은 날 편안하게 보내시고 새해 잘 맞이하세요 새해 첫날은 좀 춥다고 하더군요 몸이든 마음이든 아프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희선

stella.K 2019-12-30 15:29   좋아요 1 | URL
<채털리 부인...>는 포르노 보단 에로스고 예술 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정말 그걸 모르는 선생님이었으면 압수 당했을 거예요.ㅎ

희선님도 따뜻하고 건강한 새해 맞으십시오.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19-12-31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올해도 좋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오늘 밤에는 송구영신 예배로 새해 맞으시겠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후애(厚愛) 2020-01-0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추운 날씨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편안한 오후 시간 되세요.^^


stella.K 2020-01-01 18:13   좋아요 0 | URL
아유, 부탁은 제가 드려야지요.ㅎ
후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0-01-10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백 쪽이 넘다니 부담스러운 분량이군요. 해설서도 나름대로 읽을 만한 책 같아요. 저도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읽다가 관심 가는 책이 생기면 사 보면 되고요.

몸을 아끼시길 바라고,
새해 건필을 기원합니다.

stella.K 2020-01-10 13:55   좋아요 1 | URL
해설서는 해설서인 것 같아요. 그게 재밌을 리는 없죠.
저는 축약본을 기대했던 것 같아요.
축약본과 해설서는 같은 게 아닌데...

어제부터 손목에 손수건을 대고 키보드를 치고 있는데
좀 낫긴하더군요.
몸에 없던 증상이 하나씩 나타나면 서글퍼져요.ㅠㅠ
한편 더 아프기 전에 뭐라도 해놔야 하는 거 아닌가 조바심도 나구요.
이래서 갱년긴가 싶기도 하네요.
고맙습니다. 언니도요.^^

transient-guest 2020-01-1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와나미 시리즈를 계속 모으고 있는데 순전히 다치바나 다카시 탓입니다.ㅎㅎ 이걸 다 읽으면 비로소 기본적인 교양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ㅎ 이번에 저도 이 책을 받았는데 길더라구요. 뭔가 했는데 해설서라니..-__-: 아직 원전을 읽지 못했으니 달리 할 말은 없습니다만 해설서가 500페이지면 무척 길다고 느껴지네요.

stella.K 2020-01-15 18:32   좋아요 1 | URL
금병매와 홍루몽이 같이 있는 거라서 반반이라고 보면
그리 긴 것도 아니죠. 원서에 비하면.
줄거리를 밝히긴 했지만 줄거리는 줄거리라 재미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님이시라면 재밌게 읽으시지 않을까요?^^

후애(厚愛) 2020-01-16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너무 춥지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보내세요.^^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구요.^^

stella.K 2020-01-16 15:48   좋아요 0 | URL
네. 후애님도요.^^
 

먼저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

곡선으로 직선을 그려라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사랑하라

왜 가장 원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가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매일 죽으나, 두려워하지 않으면 단 한 번 밖에 죽지 않는다.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 30분만 더 버텨라

 

어제 미세먼지가 자욱한데도 불구하고 옆동네에서 강연회가 있어 모처럼 다녀왔다. 그동안은 병원엘 다니느라 웬만큼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다. 이렇게 안 다니던 강연회도 다니는 걸 보면 그만도 많이 낫다 싶다. 더구나 강연회 장소가 강남역인데, 한강을 넘어가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는 슬슬 다녀주는 것도 좋지 싶어었다. 더구나 중고샵 안에서 하는건데 강연회 전후로 책도 구경할 수 있으니 괜찮은 코스 같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강연회가 생각 보다 일찍 끝나서 책 구경 조금만하고 가려다 그만 정호승의 저 책에 꽂혀 결국 업어가지고 왔다.

 

정호승은 알다시피 시인이며 수필가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에세이는 상당히 감성적이기도 하다. 나는 대체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문장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매번 정호승의 문체에 무릎을 꿇고 만다. 

 

아, 어찌할꼬, 읽겠다고 조금씩 건드려 놓은 책도 많은데 저 책을 건드려 놓았으니...

 

그러고 보니 오빠가 세상 떠나던 해에 오빠 방에서 발견하고 조금 조금씩 읽다 이내 푹 빠져버린 <항아리>가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읽었을 당시도 누렇게 바래진 책이었는데 두어달 전 오래된 책을 처분했을 때 저 책도 보내리라 다짐했던 걸 끝내 버리지 못했다. 

 

문득 십여년 전쯤, 나의 글 선생님을 10년 넘어 다시 뵈었을 때 좋아하는 작가가 있냐고 기습적으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난 너무도 당당하게 좋아하는 작가가 없다고 했었다. 김훈 정도는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워낙 급작스러 준비도 안 됐거니와, 난 작가가 될 사람은 자기 글 외에 남의 글은 좋아하면 안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역시 덜여문 자의 덜떨어진 대답이다. 그때 정호승을 알았더라면 난 냉큼 "정호승이요." 했을 것이다.

 

감히 김훈과 정호승을 비교한다는 게 가능하진 않겠지만(워낙 그 결이 달라서) 정호승을 알게되면 감성적이면서도 위로적인 문체에 무릎꿇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 나를 무조건 위로하고 격려하는 글을 읽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더구나 누가 좋다더라 해서 읽고 이내 빠지는 책도 나쁘진 않지만 이렇게 우연찮게 발견하고 빠져버리는 건 더 좋지 않을까.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 가운데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는 아닐까. 내가 원하던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매력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말이다. 내겐 정호승의 책이 그런 책 같다. 매번 읽을 때마다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고 나를 무릎꿇게 만드는 책. 그런 한 권쯤 가슴에 품고 사는 독자가 되어보는 것도 독자가 누리는 권리이자 행운 아닐까.  

 

위의 책 맨 마지막 문장을 보며 최근에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가수가 생각이 났다. 누군가 죽을 결심을 했던 그들에게 30분만 버텨보라고 했더라면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혹시 모르니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입버릇처럼 저런 말을 해 줘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아픈 곳이 많이 나았지만 대신 이번엔 팔목이 아프다. 여기가 낫는 것 같으면 저기가 안 좋고, 저기가 낫는가 싶으면 또 새로운 곳이 아프다. 어제 약국에도 들렸는데 필요한 약만 사고 팔목 감아 줄 밴드 하나 사 볼 생각도 못했다. 약도 그렇고 다른 물건도 그렇고 꼭 사던 것만 사게 된다. 나이들면 문제해결을 위해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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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12-1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하세욧! 아프지마시공

stella.K 2019-12-19 15:40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9-12-2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아픈 데가 생기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이죠. 동병상련.
저는 좋아하는 작가를 물으면 말할 작가가 많습니다.
스텔라 님과 다르게 저는 글쟁이들은 작가를 흠모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잘 지내고 계시죠?

stella.K 2019-12-23 16:21   좋아요 0 | URL
작가들끼리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글을 본적이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도 먼발치에선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알면 실망하게 될까 봐.ㅋㅋ
근데 근래 들어 서재로의 발걸음이 뜸하신 것 같습니다.
별고 없으시죠?
어느덧 갱년기다 보니 남 아픈 게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올해도 얼마 안 남았어요. 해 놓은 것도 없이.ㅠ

모쪼록 뜻 깊은 성탄되시고,
한 해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후애(厚愛) 2019-12-2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크리스마스날 대구에 첫눈이 내리면 좋겠는데 그럴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ㅎ
감기 조심하세요.^^

stella.K 2019-12-24 18:58   좋아요 0 | URL
아, 네.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9-12-2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책꽂이에 오래전부터 있는 저 책 표지 반갑네요.
한 해가 또 기울고 있어요.
우리는 알라딘묵은지 ㅎㅎ
스텔라님 새해에도 여전하게 뵈어요.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19-12-28 14:17   좋아요 1 | URL
ㅎㅎ 알라딘 묵은지...! 맞네요.
바쁘신 중에도 저의 서재에 들러주시고
인사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책 요즘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좋더라구요. 기회되면 정호승 전작하면 좋겠다 싶어요.
프레이야님도 가지고 계시다니 반갑네요.

이제 2019년도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가는 줄 알았으면 좀 더 아껴주고 사랑해 줄 걸.
이제 가면 다시 못 오는데 말입니다.ㅠ
가는 건 아는 거고, 오는 건 또 올테니 내년엔 더 사랑해 주고
아껴줘야겠습니다.
프레이야님도 새해 바라는 소망 다 이루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