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컷은 갈등해요
  • ‘수컷 선택’ 달라… 농게 암컷, 위험할땐 생존 유리한 수컷 택해
    자식 생각하면 훌륭한 유전자가 낫고…
    내 인생 생각하면 편안한 수컷이 낫고
  •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 공작 수컷은 화려한 깃털로 암컷을 유혹한다. 사슴 수컷은 머리가 휘청거릴 정도의 커다란 뿔로 자신을 뽐낸다.

      화려하면 적의 눈에도 잘 띄는 법. 결국 수컷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목숨을 거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암컷은 수컷의 화려한 외모에 끌리는 것일까. 멋지지 않은 수컷은 암컷에게 전혀 매력이 없는 것일까.

      1. 생명체는 유전자 전달 위한 도구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Darwin)은 모든 생물은 생존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수컷의 화려한 외모는 생존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다윈은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性) 선택’에서 수컷 입장에서는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이지만, 결국 암컷을 유혹해 자손을 퍼뜨리므로 번식이라는 또 다른 생물의 ‘생존 이유’에 맞게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 진화생물학자 도킨스(Dawkins)도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는 생명체를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자손을 남기려는 이기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생명체는 그것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 ▲남성 20명의 얼굴로 만든 평균 남성의 사진. 왼쪽 사진은 좀더 여성적인 모습으로 바꾼 것이며, 오른쪽은 남성적 모습이다. 가임기 여성은 남성적 얼굴(우)을 선호하지만, 평소엔 여성적 얼굴(좌)을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英성앤드루대 제공

    • 화려한 외모와 힘, 먹이를 구하는 능력은 우수한 유전자의 징표다. 결국 암컷은 이런 외적인 조건을 따져 수컷을 고르고, 결과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암컷의 평가 기준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후손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준다는 ‘간접적 이익’뿐 아니라 암컷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직접적 이익’도 배우자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 위험할 땐 안전한 수컷이 최고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김태원(33) 박사와 최재천(53) 석좌교수, 파나마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의 존 크리스티(Christy) 박사 공동연구팀은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 5월호에서 “파나마의 갯벌에 사는 농게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 암컷은 위험이 닥칠 때는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수컷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컷 농게는 자신의 굴 앞에서 커다란 집게발을 흔들어 암컷을 유혹한다. 이때 일부 수컷은 굴 위로 두건 모양의 모래성을 쌓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갯벌에 새들을 끌어들이는 개 사료를 뿌려놓았을 때 암컷이 모래성을 쌓은 수컷과 쌓지 않은 수컷 중 어느 쪽의 구애를 받아들이는지 관찰했다. 게들은 새가 공격을 하면 모래성 뒤로 숨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실험 결과 한 지역에서 모래성을 가진 수컷이 암컷을 끌어들이는 ‘구애(求愛) 성공률’은 평소엔 79%였다. 그러나 개 사료에 새들이 모여들어 위험도가 증가하자 그 비율이 92%까지 상승했다. 반면 모래성이 없는 수컷은 구애 성공률이 60%에서 50%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암컷은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일단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직접적 이익’을 배우자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 ‘뉴사이언티스(Newscientist)’지와 미국의 인터넷 과학뉴스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 등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로 소개했다. 김 박사는 “암컷이 상황에 따라 배우자 선택 기준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3. 여성의 배우자 선택은 ‘같기도’

      인간 역시 상황에 따라 배우자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1998년 영국 성앤드루대의 데이비드 페렛(Perrett) 교수는 여성들에게 남성의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을 한 결과 난자가 나오는 배란기 때는 남성적인 얼굴을 선호하지만 평소엔 여성적인 얼굴을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페렛 교수는 “임신이 가능한 배란기에는 건강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남성적 외모를 선호하지만, 평소에는 긴밀하고 오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여성적 외모의 남성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요즘 유행하는 개그처럼 여성의 선택 기준은 유전자를 위한 것만도 아니고, 자신을 위한 것만도 아닌 ‘…같기도’인 셈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주 월요일에 본 영화.

    뭔가 할 말이 많은데, 말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용서를 주제로 했다구?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통의 부재를 다뤘던 감독의 전작 <오아시스>랑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전도연이든, 송강호든, 거기에 나오는 기독교인이든 서로가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간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신이 어떻게 용서할 수 있냐고 물을만한 건가?

    이창동 영화는 언제나 그랬지만, 보고나면 찝찝하다.

    이제 가급적 이 사람 영화는 안 보고 싶다.

    그래도 전도연의 연기는 빛난다.

    하지만 전도연이도 그랬다지? 뭘 말하는건지 모르겠다고...

    굳이 모르겠는 영화에 출연해서 진을 뺄 필요가 있나?

    영화가 감정에 충실했다고 명화는 아니지 않겠는가?

    한가인이 <마녀유희>를 끝내놓고 자기가 출연한 드라마에 혹평을 했던 것 같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배우가 작품에 도구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명세기 사람인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꾸역꾸역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이쁘게 봐달라는 것은 더 없는 기만이다. 

    배우의 벌거벗은 임금님식의 연기는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한가인의 발언은 대단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끝내놓고 그런 말하는 거도 좀 그렇지 않나? 에잇, 모르겠다.

    칸을 뭐라고 할 건 못되지만,  거기는 우리나라 영화에 대해 굉장한 호감과 신비함을 가지고 있나 보다.

    좋다고 해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진달래 2007-06-1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통의 부재라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 신이든 인간이든 속물의 사랑이든 모두 증오하며 무관심하며 그렇게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는 게 아닐까...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최고의 작품상을 받을만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이었고 전도연의 연기는 최고상을 받을만 했다고 생각했어요. ^^* 시간 없다고 늘 핑계만 대고 영화 못 봤는데, 이거 보고 나선 그래도 다른 영화들이 막 땡기네요. ^^;;

    프레이야 2007-06-1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참과 거짓의 관점으로 보신 분도 있더군요. 아주 공감되는 글이었어요.
    스텔라님의 소통의 부재 라는 해석도 상당히 끌립니다. 분분한 해석이 나쁘지
    않지요.. 가만 생각해보면 그것들이 다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들이더군요...

    부리 2007-06-1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교에서 끝내 구원을 얻지 못하는 게 혹시 불편하시진 않았나요? 영화 보면서 믿음에 충만한 삶을 사시는 스텔라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stella.K 2007-06-1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달래님/진달래님이 이런 작품을 좋아하시는군요. 흐흐.
    혜경님/이 영화가 말이 좀 많죠?^^
    부리님/하하. 영화 보시면서 저 생각하셨다니 기쁘옵니다. 전 이창동 감독이 좀 더 진지해졌으면 좋겠더라구요. 보면서 아쉽고 찝찝하고 그랬습니다. 언제고 백세주 마시면서 부리님이랑 이 영화에 대한 진지한 소회를 나누고 싶군요.^^
     

  • 3T가 ‘대박 열쇠’
  • 베스트셀러의 공식 <上> …‘반기문 총장 일대기’ 통해본 3T
    Timing… 반 총장 당선때 출간, Title… 반 총장처럼하면 성공
    Target… 청소년 부모를 타깃
  •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 장르 불문하고 문화계는 늘 베스트셀러를 꿈꾼다. 특히 출판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베스트셀러의 꿈을 꾼다.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 메커니즘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우연히 탄생하기도 하지만 기획부터 베스트셀러의 씨를 심기도 한다. 세 차례에 걸쳐 베스트셀러의 공식을 연재한다.

      ■‘입소문’에서 ‘마케팅’으로 

      몇 년 전만 해도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독자들의 ‘입소문’이었다. 2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사회평론)는 출간 석 달이 지나 입소문이 나면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120만 부가 팔린 ‘설득의 심리학’(21세기북스)은 출간 몇 년이 지난 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영사 한상준 주간은 “요즘은 출간 후 1주일 만에 책의 운명이 결판나는 단기전의 시대”라고 말했다. 대신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졌다. 더난출판 박정하 주간은 “마케팅만으로 책을 띄울 수는 없지만 마케팅 없이 책이 뜨기란 매우 어렵다”며 “어떤 마케팅 지원을 받느냐에 따라 1만 부 나갈 책이 3만 부, 5만 부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밍, 타이틀, 타깃 

      출간 1년 만에 100만 부가 팔린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는 기획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출판사는 이 책을 출간하기 전부터 온라인 서점·블로그·미니홈피 등 인터넷을 통해 책 내용 중 가장 감동적인 부분을 일부 공개하면서 네티즌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선물용으로 적합하다는 마케팅 포인트를 정하고 생명보험회사 담당자 앞으로 증정본을 보냈다. 위즈덤하우스 김현종 홍보팀장은 “중국의 무명 저자가 쓴 책이지만 기획마케팅 전략을 통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다”며 “효도 이벤트, 감사 이벤트 등 ‘인터넷 이벤트’에 주력한 것도 성공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출판계에선 베스트셀러를 내는 공식으로 ‘3T’를 말한다. 타이밍(timing), 타이틀(title), 타깃(target)이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일대기를 담은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명진출판)는 ‘3T’ 전략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주인공이 UN총장이 되자마자 출간해 ‘타이밍’을 맞췄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 5개월 만에 30만 부가 팔린 힘은 ‘타이틀(제목)’과 ‘타깃’ 설정에서 나왔다. 자녀를 반기문 사무총장처럼 키우려는 청소년 부모를 타깃으로 정했고, 제목도 ‘반기문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반면 같은 시기에 나온 ‘조용한 열정, 반기문’(기파랑)은 독자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타이밍’은 좋았지만 제목과 타깃 설정이 타이밍을 따라가지 못했다. 80만 부가 팔린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더난출판)는 심리학자가 쓴 책이지만 자기계발서로 성격을 바꿔 출간해 성공했다. 이른바 ‘포지셔닝(positioning)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감성을 파고 든 전략이 주효했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기록한 ‘인생수업’(이레)도 원서는 ‘인문서’로 분류된 책이지만 ‘마음서’로 성격을 바꿔 출간해 성공했다.

      ■영화·드라마 만나면 ‘시너지 효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문학동네), ‘향수’(열린책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 ‘향수’는 1991년 처음 출간됐을 당시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국내 독자들에겐 낯선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지난 3월 영화가 국내 개봉되면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까지 5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지난해 영화 개봉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소설로는 4년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며 90만 부가 팔렸다. 위즈덤하우스 김현종 홍보팀장은 “영화제작자들이 빠르고 손쉬운 대안으로 검증된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양물감 2007-06-1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수가, 성공못한 책인줄은 몰랐네요. 그 책이 나왔을 때 제 주위 사람들은 다 읽었거든요... 게다가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 비둘기, 콘트라베이스 등등이 다 히트작이지 않았나요????

    stella.K 2007-06-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양물감님! 여기서 뵈니까 더 반가운데요? ㅎㅎ.
    저는 오래 전에 쥐스킨트 작품 하나 읽은 것 같은데 뭔지 기억은 안 나고, 어쨌든 그때 저랑은 잘 안 맞는다 싶어 그 이후 읽은 것이 없어요.
     

  • 소외지대… 문학이 보듬는다
  • 검색어로 읽는 오늘의 문학… 1. 고시원
    빈곤층의 ‘쪽방’… 2000년대 들어 시대의 자화상
  •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 지금은 검색어(檢索語) 시대다. 21세기 한국문학을 꿰뚫는 검색어는? 2000년대 젊은 작가들의 관심영역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검색어들을 찾아간다. 그것은 작품 속에 반영된 우리 시대를 조명하는 다른 방식이다. 시리즈 ‘검색어로 읽는 오늘의 문학’의 첫 순서로 ‘고시원’을 선택했다.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이 이곳에서 산다/ 가족들을 잊기 위해 산다/ 가족들을 잊지 못해 산다/ 가족들과 영영 헤어지기 위해 산다/ (…)/ 뼛속을 빼고는 관 속처럼 아늑하여라/ 창문 없는 내 방이여’(차창룡의 시 ‘고시원에서’ 부분)

      문학 작품 속의 공간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거주 형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고시원은 2000년대 한국 문학을 앞 시대 문학과 구별 짓는 공간을 대표한다. 고시원은 원래 고시 공부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식 시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용직 중장년 근로자에서부터 취업이 안된 청년 백수들에 이르기까지 살 집이 없어 떠도는 빈곤층의 ‘쪽방’으로 통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시원은 우리 시대의 소외 지대를 압축한 공간이다.


    • 한국 소설 문법에 당돌한 충격을 던진 소설가 박민규의 단편 ‘갑을고시원 체류기’는 고시원이란 새로운 공간이 배출한 인간형을 제시하면서 사회 현실을 고발한다. ‘1센티 두께의 베니어로 나뉜 칸칸마다 빼곡히 남자나 여자들이 들어차 있다. 그 속에서 다들 소리를 죽여가며 방귀를 뀌고, 잠을 자고, 생각을 하고, 자위를 한다. 생각할수록 그것은 하나의 장관이다.’(소설집 ‘카스테라’에 수록)

      소설가 김영하가 조선일보에 연재 중인 소설 ‘퀴즈쇼’의 주인공 이민수도 고시원에 살고 있다.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청년 백수인 그는 1.5평짜리 골방에 자신의 존재를 맞춰가면서 살고 있다. 창문도 없는 골방이지만 그는 매일 ‘윈도우’에 들어간다. 창문이 있는 방은 더 비싸기 때문에 그는 ‘현실의 창 대신 빌 게이츠의 창,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우를 선택’ 한다. 햇빛은 못 봐도 인터넷은 매일 검색해야 하는 세대는 가상 공간 속에서 비루한 현실(고시원과 취업난 등등)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서울 고시원 203호에서 창문을 열면…’이라며 시작하는 신예 작가 김미월의 단편 ‘서울 동굴가이드’는 ‘방음은커녕 날이 갈수록 뛰어난 통음(通音) 효과를 자랑하는 이곳의 널빤지벽 시스템은 오직 서라운드 입체 음향에 익숙한 자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고시원의 밀실의 아이러니를 묘사한다.

      70~80년대 한국 소설의 문제적 공간은 아파트였다. 최인호의 ‘타인의 방’이 대표작이다. 80년대에는 양귀자의 ‘원미동사람들’처럼 수도권 신도시가 소설에 등장했고, 90년대 이후 박상우의 ‘내 마음의 옥탑방’이 눈길을 끌었다가 이제는 고시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파트와 고시원 세대의 문학 차이에 대해 평론가 신수정은 “선배 작가들의 ‘방’이 개인성의 수호 공간으로 기여한 측면이 있는 반면, 고시원은 일말의 개인성도 수호할 수 없는 다수 인간들의 빈번한 침입을 고발하고 끔찍해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시대 인간 조건의 가장 정직한 현실적 반영이자 점차 개인성의 수호가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윗이 던진 돌
    허대혁 지음 / 스타북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성경의 대표적 인물을 가지고 강해설교를 한 일종의 설교집이다. 사실 난 설교집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을 기꺼이 읽으려 했던 건 왜 일까? 그래도 모름지기 교인인데 가끔씩 은혜가 충만한 경건 서적 한 권씩 읽어주면, 생각도 정화되고(이를테면 세속에 찌들은 생각의 때를 벗겨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영성도 새로워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니까 이런 책 읽어 주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경건 서적 읽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다. 이건 평소 나의 독서습관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류의 책만을 읽으려고 하니까. 그나마 그 방면의 책도 미처 독파하지 못한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이런 경건서적은 내가 애써 일부러라도 읽어야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좋아서 읽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내의 습관은 그렇다고는 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왜 일까?  저자가 70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목사고, 나름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아 읽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나름 뭔가 있어 보인다'는 내 기준은 뭐였을까?

    나는 인물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 책에서는 12명의 성경인물을 다루고 있다.  목사나 또는 여타의 기독교 저술가들이 성경인물을 다룰 때 꼭 빠지지 않고 즐겨 다루는 몇몇 인물들이 있다. 이를테면, 아브라함, 모세, 요셉, 여호수아, 다윗 등. 저자도 이런 인물은 빠뜨리지 않고 다뤘다. 그밖에 예레미야나 마리아, 요시야 같은 인물까지  비교적 폭넓게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나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을 느낀다. 이건 이제 막 기독교에 귀의한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평이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했던 뭔가 있어 보일 것 같은 기대에서 비껴난 것마는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나빴던 것만도 아니다. 어느 부분은 꽤 공감 가는 부분도 있어 나름 밑줄을 거 놓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저자의 언어 구사가 그다지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 어랍쇼. 내가 뭐라고 저자의 언어구사를 걸고 넘어지는 것일까?

    요즘들어 내가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특별히 기독교 커뮤니케이션. 과연 기독교 커뮤니케이션은 세상을 이해시키고 있는가? 세상과 유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예를들어, '은혜'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자. 이 말이 세상에 비기독교인들에겐 얼마나 생뚱맞아 보이는 단어일까? 이것은 기독교 진영으로 들어와야 비소서 이해될 수 있고, 받아드릴 수 있는 말이다. 그것을 세상이 알아 먹을 수 새로운 의미로 쓰일 수는 없을까?

    하지만 더 근본적인 건, 단어 하나가 그 속성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새로운 의미로 바뀔 수 있느냐만을 따지려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분야든 전문 용어는 있다. 즉 나는 화학 계통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화학에서 다루는 용어들은 잘 모른다. 그러므로 그것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이다. 그것은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대중화의 노력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아마 이것은 며칠 전에 본 영화 '밀양'의 탓도 있을 것이다. 그 영화를 보고나 온 찝찝함이란...그래서 할 말이 많은데 또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내가 이 책에서 기대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비교적 젊은 목사니 그 언어가 좀 더 신세대쪽에 가깝고, 안 믿는 사람에게도 신선하게 와 닿을 수 있는 그러면서 날카로운 영성을 보여주는 거라면, 내가 생각하는 '뭔가 있어 보이는것' 에 부합했을텐데 그 기대를 비껴가고 있다는 느낌이든 것이다. 어느 부분은 권위를 가지고 잔소리한다는 느낌이 들어 약간은 눈에 거슬렸다. 결국 이 책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일정수준에 봤을 때 그냥 평이한 수준의 설교집이고, 쉽게 말하면 '범작'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없을 것 같다.

    기독교 저술은 대체로 목사님들이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난 좀 그들의 권위를 벗어버리고 안 믿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저술 좀 많이 써 줬으면 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6-10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