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극장 '명사와 함께하는 예술강좌'

  • 연합뉴스
    입력시간 : 2008.02.24 17:28


    • 국립극장은 예술계의 명사들이 참여하는 ’명사와 함께 하는 토요 예술강좌’를 3월 15일부터 11월말까지 운영한다.

      이 강좌는 명창 안숙선, 가야금 명인 황병기, 원로 연출가 임영웅 등 명망있는 예술계 인사를 특별 강사로 초빙, 이들의 예술세계를 진솔하게 들려주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유민영 단국대 명예교수의 ’한국 연극 백년사’, 명창 안숙선의 ’판소리 배우기’, 신선희 국립극장장의 ’한국 고대 극장사’, 서연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의 ’한국의 민속극’, 신봉승 예술원 회원의 ’역사를 소재로 한 연극 또는 드라마’,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황병기의 가야금의 세계’,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한국 창작 무용의 미래’,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의 ’산울림과 소극장 운동’, 전인평 중앙대 창작음악과 교수의 ’아시아 음악의 이해’ 등.

      수강료는 전액 무료이고, 수강생에게는 국립극단의 ’햄릿’과 국립창극단의 ’춘향’, 국립무용단의 ’코리아환타지Ⅲ’ 등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 한편 국립극장은 ’청소년 연극교실’, ’전통무용 강좌’ 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청소년 연극교실’은 아이들이 연극체험 활동을 통해 상상력과 표현력,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 연극교육 전문가인 최지영 연극놀이연구소 놀자 대표에 의해 진행된다.

      전통무용 강좌는 국수호(디딤무용단 이사장)의 입춤, 정용진(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의 정재만류 살풀이, 고선아(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의 강선영류 태평무 등 3개 과정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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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한국 시나리오 선집 -하 - 제24권 2006 한국시나리오선집
    영화진흥위원회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과연 우리나라에 시나리오 책이 얼마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검색을 해 봤다. 그랬더니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제법 많이 나와 있었다. 그래도 희곡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권수를 자랑하고 있다. 얼마 전, 나의 사부님께 인사겸 찾아 뵜을 때 이 부분에 대하여 의문반, 걱정반으로 여쭤 보았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이 영화 자본주의의 논리지. 영화시장은 돈이 안될 것 같으면 관심을 두지 않거든."  어찌보면 선생님의 그 말씀은 나라도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씁쓸했다. 그저 어딜가나 돈.돈.돈. 과연 돈 가지고 예술을 논하고, 예술을 생산해 낼 수 있을거라는 게 뭔가 맞지 않아 보인다. 이 땅엔 돈에 영혼을 판 좀비만이 득실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젠장!

    그러면서 남의 나라 부러워할 자격이 과연 있는 걸까? 얼마 전, 허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을 우리는 신문지상을 통해 접해서 알고 있다. 그 기사를 접하고 나는 좀 놀라웠다. 그쪽 나라 작가들이 그토록이나 입김이 세단 말이야? 오죽했으면 난다 긴다하는 배우들까지도 보이콧을 하고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것에 대해 나의 사부님은 얼마 전 '씨네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엄청 부러운 일이라고 솔직히 고백하셨다.

    그분은, 우리나라 시나리오 작가들은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다. 지금 기억에 남는 말은, 어떤 작가가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되어서 500만원에 어느 영화사에 판권을 넘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영화사는 시나리오만 사 들였지 7년 동안 그 작품 가지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영화사에 팔려고 했는데 판권을 이미 넘긴 상태라 작가는 아무런 권한이 없으므로 법의 저촉을 받는다고 했다. 뭐 이런 엿 같은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내가 쓴 시나리오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니...지금 우리나라에 시나리오 작가의 위상은 영화판에서 타이피스트 정도 밖에 안 된다고 성토 하셨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좋은 영화도 만들텐데 시나리오 작가들을 키우질 않는다. 설혹 좋은 시나리오를 쓸 자질을 갖춘 사람이 있으면 뭐하겠는가? 영화 제작자들이 그 시나리오 보고 이리 가위질하고 저리 가위질을 해 작가의 창작 의욕을 꺽고 있는데...그것은 영화판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때 음지에서 연극 대본 하나 써 보겠다고 멋 모르고 길을 나섰다 깨진 나였으니 그 상황이 어떨지 감히 상상이 간다. 그러고 보면 난 김수현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엔 김수현 같이 깐깐한 작가가 더 많이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현 씨를 보라. 그는 너무나 완벽한 대본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쯤되고 보니 우리나라의 연출가도 쥐락펴락 하지  않는가? 그만큼 작가는 자기 작품에 최선을 다 해야하고 그것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다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 처음부터 영화제작자들에게 말랑말랑해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거든 그렇게 해라. 그러나 내 작품에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거든 영화판 김수현이 되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사실 시나리오는 문학의 한 장르가 아니다. 그것은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하나의 설계도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예전에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웠는데도 기억에 남는 것은 몇개되질 않는다. 그 상태에서 워크샵에 낼 시나리오를 쓰려니 쓰면 쓸수록 자신이 없었졌다. 나는 시나리오 용어 조차도 제대로 쓰지 않은 채 그저 지문에만 의존해서 글을 써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글 쓰기를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구? 소설은 서술과 문체라 마구 자유롭게 늘려써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다(물론 그렇다고 소설 쓰기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나리오는 고도의 테크닉과 러닝 타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매우 함축적이고 그 짜임새가 촘촘하다. 난 그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래서 비록 습작이지만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거기엔 나의 의지박약도 한 몫하고 있음을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영화 중흥기를 맞으면서 영화 시나리오는 그 어느 때보다 내용면에서나 아이디어면에서 탁월한 끼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니 기가 죽을 수 밖에.

    그러나 읽으면서 내내 만화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마치 영화 자체보다 제작일지가 더 흥미를 자극하는 것처럼 수록된 작품을 읽어내는 것은 마치 X-파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대사나 지문, 영화용어에서 그런 흥취를 더하였을 것이다. 특히 내가 감동적으로 읽었던 시나리오는 <천하장사 마돈나>다. 나는 이 작품을 영화로도 봤는데 인상 깊고도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시나리오로 읽는 기분은 어떨까? 다음은 그 작품을 일부다.

       
     

    아버지: 쓸데없는 짓 했다..건방진 놈.

      이를 악무는 동구. 다시 침묵이 이어지는 식탁.

      아버지, 갑자기 한쪽 엉덩이를 들고 방귀를 뀐다. 길고 요란하게, 뿌웅----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꾹 참는 동구.

      고문이 따로 없는 밥상인데, 아침 햇살은 곤혹스러울 만큼 따뜻하다. (282p)

     
       

     장면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것을 상상만 하는 것으로도 묵직한 뭔가가 느껴진다.또 다른 곳을 보면,

       
     

    엄마: ...내가 왜 당신이 싫은지 알아...?

    아버지: ...

    엄마: 맨날 술 먹어서 싫고...맨날 소리 지르고 집어던지고...당신...너무너무 싫은 사람인데...무엇보다 진짜싫은 건...당신은 당신 자신을 너무 미워해...

    (중략)

    엄마: 근데...동구는...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아. 나 그거 되게 감사해. 알아, 앞으로 동구가 얼마나 힘들게 살게될지...아마 지금보다 더 많이 싸우면서 살아야겠지...근데, 난 결정했어. 그 싸움, 말리기보단...잘 싸울 수 있게 응원해 주기로.(중략)

      아버지, 껑충 짧게 타버린 꽁초를 힘겹게 빤다. 그 모습을 잠시 보는 엄마.

    엄마: ...아프지도 말고...죽지도 마...

      아버지를 보는 엄마. 두 눈에 고이는 눈물.

    엄마: 당신 아파도 안 볼 거고...당신 죽어도...안 볼 거니까...그냥 그대로...살아 있어...

      아프게 듣고 있는 아버지. 얼굴에 한 줄기 눈물이 뚝, 흐른다.

    엄마: ....당신 우는 거 보니까 이상하게 맘이 편하다.

      눈이 반짝이는 엄마, 그러나 끝내, 눈물을 참는다.(342p)    

     
       

    이 부분은 대사도 좋고, 그림도 그려진다. 그러니 나 같은 문자중독자(?)는 영화를 소장하고 싶기 보다 시나리오 대본집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선다. 그렇다면 내가 애초에 이 글 초두에서 말했던 작자들이나 출판인들은 영화 제영화시장의 자본의 논리 틈새를 공략할 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엔 드라마와 소설을 동시에 팔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은 일반대중이 그 어느 때보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비해 안타깝게도 그들은 시나리오를 일반 대중에게 팔겠다는 의지도 마케팅도 없어 보인다.

    당장 이 책의 장정을 보라. 페이지는 거의 500페이지를 육박하고 있지만 표지디자인도 웬만한 동인지 정도로 후지고 허접하다. 이래가지고서야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이젠 잘난 영화 DVD로만 간직하게 하지말고 책으로도 소장할 수 있도록 예쁘게 만들줄도 알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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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발상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퀴즈쇼에 나가 문제를 다 풀고 거금의 상금을 받아야하는데 도리어 경찰에 체포되어 변호사 앞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진술하는 것으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자기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체험과 인도 문화의 이면을 엮어 술술 잘도 풀어나가고 있다.

    사실 그동안 외국 소설이라고 하면, 주로 일본, 중국, 미국과 서유럽 지역이 주로 번역되어 나오는 실정이고 보면 인도 소설은 확실히 제3세계 소설로 나오자마자 상종가를 치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마이너리티 소설의 선전이요, 우리나라도 문학을 보는 지평이 넓어졌다고 해야할까?

    그 소설은 (비록 그 나라에 가본 건 아니지만) 인도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건 거의 다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싶다. 인도하면 빠지지 않는 타지마할에 관한 이야기, 인도 국민이 영화를 좋아하느니만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 편수를 자랑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배우 지망생의 친구 살림이나 주인공이 인도의 유명한 여배우의 집에서 종 살이를 한다는 설정에서 그 나라가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는가를 작가는 능청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가난 때문에 압제 당하는 인도 여성에 관해서도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인공의 이름이 독특했던만큼 인도의 종교문제도 건드려 주고 있다.

    더구나 이 소설은 주인공 람 모하마드 토마스가 태어나자마자 버린 받은 고아 소년의 성장기다. 물론 고아라는 사실이 주인공에겐 힘겨운 삶을 부과하고 있지만, 어느 것에도 눈치볼 것 없고 거칠 것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란 점에서 소설적 인물로는 더 없이 매력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읽다보면 꼭 모험담을 보는 것 같아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친구와의 진한 우정. 갱단과의 한판승, 창녀 애인과의 신의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마치 무슨 버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지루하지가 않았다.

    단지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너무 많은 얘기를 다룰려고 해서일까? 읽다 보면 중간에 뭔가가 뒤섞여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 든다. 그래도 나중엔 해피앤딩으로 끝나고 있으니 나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면서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 본듯한 느낌이다. 가히 추천할만 하다.  

    사족: 이 책 읽으면서 퀴즈쇼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에서 매주하고 있는 퀴즈쇼에 이와 비슷한 함정과 의혹이 있지는 않을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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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돌이 2008-02-04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보고싶던데... 도서관에 신청해놨더니 아직 안 사주네요. ^^

    stella.K 2008-02-04 10:41   좋아요 0 | URL
    저런...이런 책은 빨리 빨리 사 놓고 순환해야할텐데...
    재밌어요. 꼭 읽어보세요.^^
     
    심산의 와인 예찬 - 내 인생의 와인들
    심산 지음, 이은 그림 / 바다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저자 심산은 나의 사부님이시다. 언젠가 사부님의 홈피를 방문했다가 놀라운 발견을 했다. [와인셀러]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으시고 모 영화잡지에 연재한 와인에 대한 글을 올려 놓으시는 거다. 그리고 그 분량이 제법된다. 

    문인들 중 주당들이 많고 사부님 역시 빠지지 않는 주당이시라는 걸 알고 는 있었지만, 13년 전 짧은 기간동안 그분의 문하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사부님은 늘 맥주만 드셨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 오전 시간을 이용해서 일주일에 한번 사부님을 만나고, 낮시간에 점심겸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술이 맥주 밖엔 없었으리라. 그러던 사부님이 어느 날 나를 포함한 몇몇의 동기 문하생 앞에서 데낄라 음주법을 시연해 보이셨다. 산이 좋아 당신의 존함 조차도 산으로 명명하셨고,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혁명가 체 게바라를 좋아하시는 사부님에게 데낄라는 또 얼마나 잘 어울리는 술이었을까? 손등에 뿌려진 하얀소금을 혀에 살짝 데시고 데낄라를 원샷하시곤 레몬 한쪽 쭈욱 짜서 베어 무시는 그 모습에서 묘한 야성미가 느껴졌다. 그런 사부님이 와인이라니...?

    주당들에게도 자기 좋아하는 술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술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는 나지만 데낄라를 마시던 사부님을 알기에 와인은 좀 의외였다. 이를테면, 데낄라는 남성적인데 비해 와인은 섬세한 여성을 닮은 술이 아닐까? 그렇다. 나의 사부님은 그렇게 남성적이셨다. 그러신 분이 작심하시고 와인을 공부하시고 이젠 아예 와인을 강의하시며, 와인을 예찬하시고 나오신다. 도대체 와인이 뭐길래 이토록 사부님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최근 몇년 사이 와인 붐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꾸준히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난 와인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고 앞으로도 관심을 갖지 않을 확률이 농후해 보였다. 그런데 나의 사부님이 이렇게 와인과 사랑에 빠지셨으니 웬지 모르게 관심이 갔다. 아마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나 나의 가족중 누가 와인과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난 별 관심이 없었을 게다. 그러나 사부님께서 사랑에 빠지셨다니 괜시리 여인네 질투심일까? 적어도 와인의 무엇이 그토록 사부님을 사로잡는 걸까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책의 특징은 여느 와인책과 달리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와인에 대하여 직설화법으로 풀지 않고 와인에 사람의 이야기를 접목시켜 설명하고 있다. 예를들면 이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와인 중 '시라'라고 하는 포도주가 있다. 이것은 원래 프랑스의 '론'이라고 하는 지방이 원산지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그냥 설명하기 보다 책속에 화자가 자신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이 여인을 시라라고 하자...' 하며 자신이 만난 여인을 빗대어 포도주를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같은 여성이라고 해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여성은 덕스러운 반면, 어떤 여성은 섹시하고, 어떤 여성은 고고한 반면 어떤 여성은 야성적이고, 어떤 여성은 변덕스러울 수 있다. 그것을 와인의 품종과 맛에 비유 했으니 독특한 발상이고 기발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여성과 포도주를 한데 엮었으니 내가 와인의 무엇이 사부님을 사로잡았을까 관심을 가질 밖에. 그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글들이 사부님의 홈피에 올라 가기 시작하면서 화자는 분명 사부님일테니 과연 그 연애에 대한 추억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가 허구냐를 놓고 갑을논박 댓글 전쟁(?)이 벌어졌다. 물론 사부님은 끝까지 이것은 어딨까지나 이미지일 뿐이라고  일갈하신다. 그렇다면 또 그렇게 믿는 수 밖에.ㅎ 그만큼 글은 관능적이고 매혹적으로 첫 3분의 1정도를 장식한다.

    하지만 말했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능과 매혹으로만 일관하지는 않는다. 뒤로 갈수록 남자들만이 느낄 수 있을 법한 진한 우정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고, 그 밖에 저자가 만난 사람등 주변의 이야기도 끼어들어 책의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어찌보면 이 책을 통해 와인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사람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약간은 헷갈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 같이 와인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벽안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와인이 이러 이러한게 있었구나 아는 것만으로도 유익할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개기로 얼마 전에 열렸던 사부님의 강연회에 다녀왔다(그때 나의 사부님은 우리가 와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10가지 키워드로 강연하셨다.). 거기서 알았던 건 와인은 살아 있는 술이며 4천 가지가 넘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와인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와인이 살아있는 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와인은 사람의 생의 단계와 함께 할 수 있다. 즉 예를들면 내가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났다면 그 아기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포도주를 12병들이 박스로 사다놓고, 그 아기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여자아이인 경우 첫월경을 할 때, 중학교 졸업, 고등학교 졸업, 대학교 졸업, 취직  때, 결혼할 때 등 해서 기념할만할 때 딴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와인이 그 사람의 생애와 가족의 돈독함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깨달았다. 왜 나의 사부님이 그토록 책의 첫머리 3분의 1을 할애해 가면서 여성을 빗대어 와인을 설명했는지를. 그것은 바로 와인이 살아있는 술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은 섬세하게 다루어 주지 않으면 안된다. 여성은 섬세하고 여성은 그렇게 섬세하게 배려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와인도 그런 술이 아닐까?

    이 책에 나오지 않는(그것은 그분의 싸이트에서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즉 '전직애인연합'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저자가 여자만 보면 사귀자고 했고, 실제로 사귀었다 이러 저러한 이유에서 헤어진 여자들끼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친구가 되어 속칭 연합을 만들고 자신을 씹고 있더라는 것이다. 나는 그 얘기를 읽으면서 킥킥대며 정말 많이 웃었다. 여자만 만나면 사귀자고 했을 사부님이 귀여웠고(이런 말해도 되나...?), 전직애인 연합이 조직되었을 정도니 자신이 한 일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어느새 이 부분에서 신화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와인도 그러지 않았을까? 처음엔 그저 치료를 목적으로 했던 술이 지금은 세계적인 명품의 반열에 올랐고, 호사가의 멋과 풍유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을뿐만 아니라 이젠 일반인의 관심을 독차지 하다시피했다. 와인에 관심을 가질 정도면 우리나라도 꽤 잘 살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와인과 국민소득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나름 아쉬운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 와인 못지 않게 우리나라 전통주도 김치만큼이나 세계적인 주목을 가질만도 한데 왜 전통주는 아직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조상 대대로 마셨던 막걸리는 살아 숨쉬는 술이 아니라 죽은 술이라고 단언했을 때 아쉬움이 컸다.

    이 책의 장점은 스토리텔링 기법을 가지고 썼다는 것외에도 저자의 문체의 적확함이 이 책을 더 빛나게 한다. 솔직히 난 이점 때문에 읽으면서도 가슴을 쓸어내렸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 이 책은 글쓰기를 공부하는 사람에겐 참고가 될만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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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10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2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왕의 투쟁 - 조선의 왕, 그 고독한 정치투쟁의 권력자
    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조선 역대 임금 중 세종, 연산군, 광해군 그리고 정조의 파란만장한 삶과 정치적 투쟁을 역사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사실 읽기는 그다지 수월한 편은 아니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위인전기나 최근 역사 드라마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인물이나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흥미위주로 다루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위인전기는 그 시람의 훌륭한 점만을 부각시키고, 역사 드라마는 극적인 부분만을 너무 극대화시키려고 하다보니 사실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거나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위인전기나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들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는데 확실히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그것을 해소시키는 것은 요즘의 역사 출판물인 것 같다. 드라마가 해소시켜주지 못하는 것을 책이 대신하기도 하는 것이다. 역사물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출려고 하는 노력들은 확실히 반갑기는 하다. 드라마가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단초를 제시한다면 그것을 책이 풀어준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하지만 어느새 출판물 역시 상업성을 무시할 수 없는지라 해당 출판물중 드라마만큼이나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책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모양인가 보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그 얄팍한 심리가 보여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것이다.

    이 책의 경우  그렇게 읽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덕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저자가 각각의 임금을 다룸에 있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시야를 견지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세종을 다룸에 있어서 우리는 그가 한글을 창제했고, 어진 임금이고 그가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지만, 그의 가리워진 부분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드러내주고 있고 그것을 흥미꺼리를 위해 다룬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정황들도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예로, 우린 연산군이 그저 폭군으로만 알고 있는데 그가 폭군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엔 반드시 생모인 폐비윤씨에 대한 연민과 그를 모함했던 주변인물에 대한 적대감으로만 알고 있지만, 당시 그야말로 뻑하면 대신들의 사직상소 역시 그가 폭군이 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어 냈다던 정조 역시도 지혜롭고 용맹하며 업적을 칭찬하는데 그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 그들 임금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역사적 조명 또한 다루고 있어 어찌보면 오랫만에 역사 교과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런 면에선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 것엔 그만큼 쉽게 풀어내지 못하고 딱딱함 또한 있다는 것을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으로 지적하고 싶다. 아니면 내가 너무 말랑말랑한 책에만 익숙해졌다고 하면 지나친 겸손이 되려나?

    어쨌거나 나는 역사의 대중화를 반기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다. 그것은 역사 드라마의 독주와 맹신을 끌어내릴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미지와 비주얼로만 승부수를 두겠는가? 시청자가 이렇게 똑똑해지고 있는데 당해낼 제작진과 작가가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드라마 '이산'이나 '대왕 세종'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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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 2008-01-3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기 쉽진 않았지만 정말 잼나게 읽었어요. ^^
    드라마를 못 봐 그런지 더 재밌게 느껴지더라구요.

    stella.K 2008-01-31 17:53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