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친구가 몽골로 갔습니다.  

남편이 몽골 주재원으로 발령이나 먼저 떠나고, 이제 그 친구와 두 자녀가 함께 살기 위해 간 것입니다. 글쎄요, 말로는 한 2년 있을 거라는데 그건 가서 살아봐야 아는 일이고, 솔직히 조금 허전합니다.  

이 친구와는 12,3년 알고 지낸 사인데, 물론 국내에 살고 있다고 해서 더 잘 만나고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친구도 시집 가기 전이나 자주 만나는 거지, 그동안 1년에 한 두 번이나 만나는가요? 어느 해는 1년에 한번도 못 만나고 서로 전화로만 살아 있는 안부를 물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멀어지고 연락이 끊어진 친구도 몇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왜 이렇게 되나 이쉽기도 하지만, 그것이 순리라면 맡기는 수 밖에요. 서로의 끌림과 관심이 있지 않은 다음에야 일부러 인위적으로 가까워질려고 노력하는 것도 부질없다 싶기도 합니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나를 보고 해바라기 마냥 밝게 웃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내가 그렇게도 좋았을까요? 우리가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이미 학교 졸업하고 막 사회 초년병으로 세상의 파도를 타야했을 때  과연 새로운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어 볼 마음의 여유나 있었을까요? 솔직히 저는 이 친구가 좋긴 했지만 마냥 호들갑 떨만큼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러다가도 또 어느 때가 되면 헤어지게 될 걸 대책없이 좋아하다 그 마음을 추스르기도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의 문을 반만 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친구가 나를 좋아했던 건, 제가 자기와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해서 좋아했지요. 서로 다르기도 했지만, 날이 서 있고 그러면서 동시에 정이 많은 면은 그 친구와 제가 같은 면이기도 합니다. 

그 친구는 늘 나의 긍정적인 면들을 한결 같이 봐 줬던 친구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친구는 때가 되면 멀어지고, 좀 사귈만한 친구들은 좀 안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단점도 쿡쿡 찔러대곤 하는데, 어떻게 이 친구는 그럴 수 있는 것인지, 항상 깊이 공감해주고, 격려만 해 주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하지만 어떤 땐 이렇게 좋은 면만을 봐 주는 그 친구에게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주 만난 건 고작 1,2년 정돈데 그때 저는 이 친구에게 너무 좋은 면만 보여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마나 못되고, 사람들에게 쌀쌀맞게 구는지 그 친구는 알지 못합니다. 꼭 바랐던 건 아니지만, 이런 모습도 보고 그러고도 나를 여전히 친구로써 좋아해 줄지 말지를 결정해 준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묘한 욕심 같은 게 제 안에 있었던 거죠.   

하지만 이 친구가 저를 좋아해 주는 건 거의 신앙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절대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순수함'을 말하는 거죠. 그렇게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순수하게 나를 좋아해 주던 친구가 몽골로 떠난 것입니다. 

그 친구나 그 친구의 남편이나 우리나라 최고학부를 나와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 가정을 꾸리고 살지만, 너무 깊은 곳에서 삶을 체득하고, 몸부림쳐야 하는 감수성을 가졌기에 결혼 초기는 그다지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남편은 더 없이 좋은 사람을 만났지만, 시댁 식구 특히 동서와의 갈등. 너무도 잘나고 독특한 면을 가진 아들 때문에 겪어야 했던 마음 고생, 교회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등, 때문에 한동안 우울증에 속병까지 덤으로 떠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것을 그저 덤덤히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저는 이 친구는 어쩌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유유히 신앙에 의지해서 살아야 할 사람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혹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글쎄요, 세상에 결혼해야 할 사람이 따로 있고, 결혼하지 말아야할 사람이 따로 있을까요? 하지만 그때는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언제까지나 자신의 상태를 이대로 방치해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시댁 식구들 앞에 자기선언도 하고, 상담 공부도 하고,  장구도 배우며, 시야를 외부로 돌리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몰랐던 자기 자신 을 발견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자신을 치유해 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예전에 제가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봤던 그 해바라기 같은 얼굴을 회복했습니다. 정말 절망과 상처의 바다를 헤엄쳐 나온 사람의 얼굴이 저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 드는 생각은 결혼하는 사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결혼한 그 친구가 얼마나 편안해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가 몽골을 간다고 했을 때 이 친구를 위해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책 선물  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불현듯 이 책을 선물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념의 인간 야곱>과 <신앙의 사람 요셉>을요. 

저자가 카톨릭 신부이기도 한데 마침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작년 저는 소위 말하는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에 꼽기도 했구요. 

성서에서, 야곱은 요셉의 아버지이기도 한데, 둘 다 자기 고향에서 살지 못하고 타국에서 힘들 게 삶을 산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야곱은 점점 쇠하여 간 사람이지만, 요셉은 점점 성하여 간 사람으로 둘이 묘한 대조를 이루기도 하지요. 아마도 이 두 권의 책이 먼길 떠나는 친구에게 여러모로 신앙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물했습니다. 

몽골은 물질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척박한 땅입니다. 물론 최근 경제 부흥 운동으로 성장하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 뒤져있을 뿐만 아니라, 고산지대에 겨울엔 영화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도 많아 모자를 쓰지 않으면 머리에 혈관이 터져나갈 수도 있는 나라라고 합니다.  한동안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넓은 땅에 교회 찾기가 쉽지 않을텐데 마침 작고 소박한 교회를 만났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런 친구에게 이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 저도 강한 뭔가의 이끌림에 선물을 한 것이니 전혀 무해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에게 이 책들을 선물하면서 저는 이런 쪽지를 남겼었습니다.  

oo야, 이책은, 작년에 나에게 많은 도전과 은혜를 준 책이야.  

분명 하나님이 너를 몽골에 보내시는 뜻이 계시리라 믿는다.  

그 길에 이 책들이 도움이 되길 바래.  

그리고 넌 하나님이 나에게 보내주신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해.  

언제나 꿋꿋했고, 은혜안에 살기를 원했던 너를 기억할게. 잘가라, 친구!^^

그러자 친구는 순간 누시울이 붉어졌다고 했습니다. 잘 다녀오라 말하지 않고 잘 가라고 해서 약간 뜨아했다고 했습니다. 글쎄요, 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그런가 봅니다. 다시 못 올 곳을 떠나는 것처럼. 다시 돌아 왔을 때 내가 거기 그대로 있을지 약속도 못하겠으니. 무의식 중에라도 그렇게 썼나 봅니다.  어차피 사람의 인생이 순례자인 것을, 우리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누가 알겠습니까? 다만 잘 가란 말밖에.     

그 친구가 그곳에서도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고, 복된 삶을 살고 있는지 새록새록 알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쪽에서 그 친구는 저쪽에서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또 어느 지점에선가 만나겠지요.    

지금쯤 공항에서  그리운 남편과 반가운 해후를 했겠군요.

아, 이제는 제가 누시울이 붉어질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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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7-2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수쟁이라 글 중에서 '교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라는 부분이 마음이 걸립니다.
교회는 쉼을 얻어야 하는 곳인데 스트레스가 많은 곳이기는 하지요.
요즘 읽을 책의 어느 구절에 이런게 있었습니다.
옳은 선택에 연연해 하기 보다 일단 선택을 했으면 옳은 것으로 만들어 가라구요.
난제이지요.
요즘 묵상하고 있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친구분은 그래도 stella09님이 있어서 행복하겠습니다.

stella.K 2010-07-24 10:34   좋아요 0 | URL
과정인 것 같아요. 교회도 사람 모이는 곳이니.
그리고 그땐 그 친구나 저나 지금 보단 나이가 어렸으니
지금이라면 왠만한 것 통과하고 다녔을텐데 말이죠.
근데 그래서도 기성세대라고 욕을 먹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식이 살아있는 때는 젊으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제가 오히려 그 친구가 있어서 행복했죠.
떠나보면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안다잖아요.^^

프레이야 2010-07-24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친구군요.
삶은 참 뭐라 단정할 수 없으니 그게 매력일까요? 고통일까요?
친구분에게도 님에게도 마음의 평화가 함께 하길요.
저에게도요.^^

stella.K 2010-07-24 10:3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도 저에겐 좋은 친구이십니다. 아시죠?^^

2010-07-24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4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0-07-25 11:51   좋아요 0 | URL
그렇기도 하겠군요. 정말 오랫동안 계셔 주시는 분들이 고맙게 느껴지네요.

Seong 2010-07-2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만간 한 명을 떠나보내야하는데, 어떻게 보내야할지 걱정이에요. 이번에 가면 아예 그곳에서 살 것 같은데... 워낙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잘 정착하길 바랄뿐이에요. 저도 책 선물을 준비해야 겠습니다.

stella.K 2010-07-24 10:43   좋아요 0 | URL
언젠가 서로를 기억하면 꼭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서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좋아졌잖아요.
인터넷 전화도 있고, 이메일도 있고, 또 여차하면
토멕님이 그 친구 있는데로 날아갈 수도 있고.
너무 걱정 마세요. 모르긴 해도 그 친구분 잘 살 거예요.
토멕님이 이렇게 응원하고 계시잖아요.^^
 

몰랐다. 나의 영화 취향이 어떤지를. 

나도 여자니 그냥 예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저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엊그제 <배트맨 비긴즈>을 보면서  쏙 빠져버렸고, 보면서 최근에 보았던 일련의 영화들이 생각났다.   

이를테면 <다크 시티>나 <트와일라잇> 그리고 더 오래는 배트맨 시리즈까지. 

이들의 하나 같은 공통점은 밤의 이미지를 사용거나, 어쨌든 음산하다는 것이다.  

물론 재작년이던가? <다크 나이트>도 보긴 했는데 이 영화는 별로 할 말이 없는 영화였다.  

<배트맨 비긴즈> 같은 경우 보면서 느낀 것은 이런 훌륭한 배트맨이 고담시에 있는데 그 도시의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하긴, 다 영화적 장치고 범죄가 줄어들면 배트맨도 종말을 고하게 되겠지. 

어찌보면 이 영화를 보면서 금방 떠올릴 수 있는 한 핏 줄 영화라면 <스파이더 맨>을 들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특히 줄을 타는 것은 두 영화가 같다. 하지만 '스파이더 맨'은 이 영화 보단 밝은 느낌이다.  

배트맨 시리즈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미셀 파이퍼가 캣우먼으로 나왔던(2탄이었나?) 그 영화가 제일 좋다. 

  

물론 뱀파이어 시리즈는 꼭 밤의 이미지를 극대화하진 않지만 음산한 건 사실이다.  

사살 난 미드를 그다지 즐겨보지는 않는다. 그것을 즐겨보는 때는 따로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채널을 뒤지다 우연히 <뱀파이어 다이어리>를 발견했고, 지금 너무 재밌게 보는 중이다.    

<트와일라잇>이 생각났고, 뭐 드라마가 다 그렇듯 너무 섹시즘을 강조하는 것 같아 좀 거시기 하긴 하지만, 뱀파이어 영화는 인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거리를 줘서 좋아한다.     

지난 세월 동안 뱀파이어 영화는 진화해 왔다. 옛날 이야기의 변형이 아닌 적극적으로 오늘날 현대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변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얼마 전 '구미호'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해서 '여우누이뎐'이 나왔다고 하는데 보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옛날 이야기에 매어있다.  

이야기는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 좀 더 고민해 봐야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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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7-2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파이어 다이어리는 트와일라잇과 별로 다를게 없어 보여서 안 보고 있어요.
구미호는, 저는 그냥 한복이 보고 싶어서 가끔 멍하니 쳐다보고는 합니다.ㅋㅋㅋ
전에는 못 느꼈었는데, 요즘은 한복이 다들 이쁜 것 같아서 말이죠.^^

stella.K 2010-07-21 13:05   좋아요 0 | URL
그렇긴 해요. 그냥 차이점을 두자면,
트와일라잇이 조금 더 고급스럽고
사람 죽이는 장면이 거의없는 반면, 뱀다는 섬짓한 장면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죠. 그래서 약간 싼티가 나긴해요.ㅎ

Seong 2010-07-24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의 욕망과 내 비전이 합쳐지는 지점. 그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

stella.K 2010-07-24 10:45   좋아요 0 | URL
오, 멋진 말이군요!
그래야 하는데 꼭 가다가 길을 잃기도 해요. 그져?ㅋ
 

가끔, 임신한 여자가 무엇인가를 불현듯 뭔가가 먹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고 한다. 또는 임신 내내 그것만 집중적으로 먹거나. 예를들면 한 겨울에 수박이나 딸기가 먹고 싶다고 하거나, 10개월 내내 돼지족발만 먹었다는. 기타 등등의 이야기.   근데 그게 임산부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겠는가? 우리도 불현듯 먹고 싶어지는 음식들이 있다. 그럴 경우 보통 그 음식에 들어 있는 특정 영양소가 필요해서 그 음식을 먹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책은 어떤가?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평소 땐 가만 있다가 어느 때 불현듯 보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음식이야 내 몸이 원해서 먹는다고 하지만 책은 나의 무엇이 부족해서 원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얼마 전부터 이 책이 갑자기 읽고 싶어졌다. 물론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읽을 책을 바닥에서 천장까지 쌓아놓고 이 책을 또 사서 읽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디 이 책뿐인가? 어떤 책을 읽을려고 뽑아 들면 나머지 놈들이 왜 나는 읽지 않는냐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그럼 꼭 말하곤 한다. '넌 아직 아냐. 좀 기다려.'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내 속에서는 피눈물이 난다. 책을 좋아한다는 것과 내가 어느 정도까지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는 별개일 수도 있다. 한때 책을 미친듯이 모은적이 있다. 언제 읽을지도 모르는 책을 생기는데로 사기도 하고, 누가 준다고 하면 거절 안하고 받았다. 그리고 자위하듯 말한다. '나는 책을 좋아하니까 언젠간 읽을 거야.' 하지만 언젠가 읽겠다는 책은 그 언제가 되어도 읽지 않는다. '언젠가'란 시간은 현실의 시간이 아니라 미지의 시간, 우리가 차마 시간이라고 말하지 못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독서에도 계획이 필요하며, 지금 읽지 않을 책이라면 그책이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나를 위한 책일 수 없다.  

아무튼 난 왜 이제와 왜 이 책이 갑자기 땡기는 것일까? 여름이면 추리 소설이니까 나도 그 바람을 맞는 것일까? 아니면, 이 책의 평들이 하나 같이 좋던데 무엇보다 3대를 아우른다는 역사 소설이기도 한 때문일까? 아니면 가족 소설이라는 누군가의 리뷰에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 책은 딱 내 취향이야! 했던 것일까? 또 그렇지 않으면 저 '피'라는 말에 꿈틀대는 뱀파이어의 데자뷰를 느꼈던 걸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철분이 모자랐나...?  

암튼 이 책이 무척 읽고 싶어졌는데 차마 못 읽고 있다. 하다못해 중고샵에도 나왔던데 장바구니까지 담고 결국 마지막 결제 버튼에서 다른 책으로 교체했다. 이 책은 나와 인연이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만일 얼마 후에 나의 간택을 받는다면 또 분명 다른 책들이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경관의 피만 책이냐? 나도 책이다. 나를 읽어라. 나를... 흐흑~"  

기왕 마실 나온김에, <김대중 자서전> 두 권이 삼인에서 나왔다. 두께도 두께지만 상당히 심플하고 럭셔리하게 나왔다. 그에 비하면 오래 전, 김영사의 같은 김대중 자서전이라고 해도 참 많이 차이가 난다. 나오기는 2005년도에 나왔다는데 분위기는 참 80년대스럽다.  과연 사 볼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고백하자면,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살아생전에 김대중 대통령을 싫어하셨더랬다. 왜 싫은지에 대해 나는 한 번도 여쭤보질 못했다. 하기야, 정치인은 원래 국민의 호불호 속에 사는 법이다.  

하지만 얼마 전,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아버지가 그렇게 까지 싫어하지 않아도 될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나야 언제나 그렇듯 정치에 관심이 없으니 정치인에 대해 관심도 없는 거야 당연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무지하지 않나 하는 자책도 해 보았다. 사람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책을 읽으면 우리 현대사의 한 단면을 볼 수도 있는건데 말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 <김대중 자서전>은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이라.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를 미스터리로 리메이크한 것인가 본데, 나는 이렇게 새롭게 창작한 작품 보다 기존에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작가의 상상력이 어느 정돈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다.  

여름은 추리의 계절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추리를 읽지 않는 나라지만 적어도 이 책 정도는 읽어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어제 서재를 돌아 다니다 좀 놀랬다. 로버트 맥기가 이런 책도 썼단다. 로버트 맥기가 누구냐면,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쓴 사람으로,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들에겐 바이블로 통하는 책이고, 미국의 한다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그의 문하를 거쳤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로버트 맥기가 그 로버트 맥기가 많은 것인지? 헷갈린다. <내안의 위대한 나>는 기독교 신앙 서적이기 때문에. 하긴, 그런 책을 썼다고 이런 책을 쓰지 말라는 법 없겠지만 너무 매치가 안되는 상황이라 잠시 어리둥절 했다. 확인을 해 보고 싶은데 현재 <내 안의 위대한 나>는 품절로 나온다. 

또 놀라운 사실은, 어제 만치님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책을 고르는 중 우리의 위대한 석학 이어령 교수께서 번역도 하셨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는 작가들의 단편을 번역한 것이기도 한데, 언제 또 소설 번역까지 했는지, 그의 지식욕은 실로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이어령 교수의 책을 안 읽은지가 오래긴한데 이 소설과 함께 <장군의 수염>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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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1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관의 피가 스텔라님을 부르고 있군요~~~ 읽으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실 거예요^^
간택에 도움이 되실지 모르지만~ 펄벅의 대지만큼 그 시대상과 가족의 이야기를 찐하게 느끼실 수 있어요..더불어 나름 추리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답니다*^^* 이 작가의 다른책이 번역되어 나오길 바라는 저의 뽐뿌질에 동참하길 바랍니다~

stella.K 2010-07-18 16: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어떻게 해요. 이거 완전히 제가 제 발등을 찍었습니다.
pjy님 이리 말씀하시면 완전히 낙였다능...ㅜ

건조기후 2010-07-18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저 80년대스러운 자서전 사 본 사람 여기 있어요.ㅎㅎ

stella.K 2010-07-18 21:28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하긴 뭐 껍데기 보단 내용이 더 중요하지요.
그런데 저렇게 두 권짜리가 나오고 보면 더 없어보이는 것도
사실이어요. 눈이 보배랄 밖에...^^

프레이야 2010-07-1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불현듯 읽고 싶어지는 책 보이면
읽던 거 접어두고 그거 집어들어 펼쳐요.
그래놓은 책이 벌써 여럿이네요.ㅋㅋ

stella.K 2010-07-18 21:29   좋아요 0 | URL
읽을 책이 많으면 보통 그렇게 되나봐요.
저도 그래요.^^

비연 2010-07-1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관의 피>만 읽었다는. <운명이다>는 서점에서 뒤적뒤적. <경관의 피> 추천요!

stella.K 2010-07-19 10:24   좋아요 0 | URL
운명이다 함 읽어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경관의 피 꼭 읽어보도록 하겠슴다. 흐흑~

자하(紫霞) 2010-07-1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관의 피>보관함에 쏙~
구입은 알 수 없음~~

gimssim 2010-07-1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장군의 수염>을 다시 읽어보았어요.
이 분이 못하시는 것은 뭘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지요.

stella.K 2010-07-20 11: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신은 불공평해요. 그져, 중전님!ㅜ

마녀고양이 2010-07-2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들을 다 사신거여염?
<경관의 피> 리뷰 한번 읽어봐야게따,, 저두 땡김...... ㅠㅠ

stella.K 2010-07-20 11:08   좋아요 0 | URL
아뇨. 보고 싶다구요. 경관의 피 그냥 질러버릴까봐요. 흐~

꿈꾸는섬 2010-07-2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은 책을 보면 안 지를 수가 없죠.ㅎㅎ 지름신이 강림하고 계신거군요.ㅎㅎ

stella.K 2010-07-21 13:06   좋아요 0 | URL
그 보단 생각중에 있어요.
혹시 꿈섬님도 지르시게 되거든 꼭 땡스투요! 히히~
 
좋지아니한가 - Skeletons In the Close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정윤철
주연 : 천호진, 김혜수 외

유감스럽다. 무엇보다 영화가 잘 만들었는지 못 만들었는지는 관객 보다 그 영화를 만든 제작진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영화에 까지 관객으로써 리뷰를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아픔을 주는 것 같아 차라리 말을 안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악플 보다 견디기 힘든 건 무플이랬다고, 무관심이 되느니 미움의 대상이 되는 게 더 나은 거라고 자위하고 싶다. 그리고 뭐 리뷰라는 게 본 것을 매개로 자기 얘기를 자유롭게 하자는데 의의가 있지 않은가?  

어줍잖게 (잠깐) 시나리오 공부를 하고 드는 생각은, 앞으로 절대로 영화 만드는 사람들 생각해서 함부로 욕하지 않겠다고 다짐한적이 있다. 특히 시나리오 작가한테는.  이 공부를 하기 전에는 시나리오 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으니까. 그런데 요즘 개인적으로 골라보는 영화마다 실패를 해서 일까(몇편 보지도 않았지만), 불쾌지수가 높아서일까? 그 다짐을 깨고 욕을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또, 정윤철 감독하면 <말아톤>을 만든 감독이 아니던가? 그 영화는 그다지 영화적 기교는 없지만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영화였다. 그러니 그런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쉽게 불평을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닌듯 하다. 사람이 한때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는 거지, 영화 하나 잘못 만든 것 가지고 욕을 하고, 불평을 해서야 쓰나. 뭐 그런 생각도 들더란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관객들이 왜 잘못 만든 영화에 욕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건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안타까움이 있는 것이다. 영화를 찍을 때 드는 공력이 얼마인지 알기에 그것에 비하면 도무지 간지가 나오지 않으니, 잘 좀 만들지 이게 뭐냐?는  안타까움이 베어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물론 이건 또 내가 입장료를 내고 개봉관에서 보지 않은 이유도 다분히 포함되어 있는 발상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 한편 보는데 한 두 푼 드는 것이 아니고, 차비까지 포함한다면 젊잖게 넘어갈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영화 매니아일수록 더 하지 않을까?  



영화는 사춘기 나래이션을 맡은 소녀의 읊조리는 수준. 딱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듯 하다. 이 영화는 감독 보다는 시나리오에 더 많은 결함이 있어 보인다. 미장센을 위한 영화도 아닌데 왜 그리도 사물이나 특정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부족하고 매 에피소드의 힘의 안배에서 균형을 잃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한 집안의 가장 그것도 교육자가 어느 날 한 여학생을 도우려다 원조 교제로 누명을 썼다. 부제처럼 또는 표어처럼, "쪽팔려도 고개를 들라. 우리는 가족이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누명을 벗기위한 필사의 노력. 그야말로 쪽팔려도 황당 어드벤처 무비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쪽팔려도 참자, 우린 가족이다." 는, 그저 어디에 붙혀도 어색한 페이소스 가득한 영화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쪽팔려도 참자. 우린 가족이니까. 하는 도덕적 이유를 강요하는 영화처럼 재미없는 영화가 또 있을까? 안 그래도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데, 영화는 그런 이유에서 해방을 줄 수 있는 판타지여야 하지 않는가? 

조금 웃겼던 건, 집에서 키우던 잡종개와 동네 공터에서 고기를 구워 먹다가 어느 집 혈통 좋은 푸들과 거시기를 한 것 가지고 동네 패싸움이 벌어지게 된 것인데, 그것도 패싸움이란 군중신이 아니다. 우습게도 그래봐야 천상 개와 개끼리 하는 흘레 장면이 우스웠다. 그런데 비해 작위적인건,  고작 누명을 쓴 남편을 대신해 아내가 동네방네 큰 소리로 남편의 결백을 주장하며 그게 안 서서 못한다고 하니, 과연 그걸 영화 속 동네 사람이 믿어 줄지 의문스럽다. 동네 사람이 믿어주면 관객도 믿을텐데, 동네 사람이 의심스러우니 관객 또한 믿기 어렵다. 그러니 작위적이랄 밖에. 그래서 그 신은 해프닝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냥 아무 설득력 없이 그래? 그럼 믿어주는 수 밖에. 가 되어버린 것. 확인 불가능이니 말이다.  

 남편과 아내가 오래 살면 그냥 가족 같고, 오래된 가구 같다고 한다. 오죽하면, 어떤 여자는 남편의 키스를 받고 싶어 입술을 오무리고 다가가는데 남편이 하는 말이, "쉿! 가족 끼리는 그런 거 하는 거 아냐."라고 했다며 흐흐대고 웃을까? 그런데 그런 남자가 실제 그럴 의도는 없다지만,  꽃봉오리 같은 여자애와 여관방에 있었다는데 끝까지 무슨 믿음이 있어 끝까지 남편을 옹호한단 말인가? 그것을 옹호한다면 불구라는 것을 인정하는 딜레마적 상황 아닌가?  

가족은 알아도 모르는 척, 어딘가 빠지는 듯한 사람을 끝까지 감싸야 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완벽한 가족이 어딨겠는가?  명망있는 재력가나 권력가도 감방을 드나들어 가문에 먹칠을 하는 마당에 쪽팔려도 견디는 게 가족이 아니던가? 

꼭 이 영화 같지는 않은데, 영화의 패싸움을 벌이는 그 군중신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가 동네 싸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나 어렸을 적에 살았던 동네는, 시절이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동네가 그래서 그런 건지 가끔씩 싸움 구경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 원래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제일 볼만하다지 않는가? 어느 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났다 하면 동네 사람들이 벌떼 같이 모여서 그 싸움을 구경하거나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그런 싸움에 엄마가 주인공이 된 것이다. 발단은 별 것도 아니었다. 여름에, 동네 야채를 파는 젊은 아줌마한테서 고구마를 샀는데 너무 퍽퍽해 다른 것으로 바꿔 줄 수 없겠냐고 했다가 이 여자로부터 돌팔매질을 눈을 다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자칫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텐데 다행히도 상처만 냈을 뿐 크게 상하지는 않았다. 마침 외할머니도 와 계셨는데 분한 마음에 여자를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고 그 사이 예의 동네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와 대문앞에 장사진을 친 것이다.   

지금이야 웃고 넘어갈 일이지만 당시로는 얼마나 황당하고 창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때 한창 자라느라 먹성 좋은 우리 4남매만 아니었다면 엄마는 그런 여자에게서 고구마 같은 것은 사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런 폭력은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외할머니 역시 노구에 딸의 역성을 들어주시겠다고 육탄전을 벌이며 일순간 슬리퍼가 벗겨져 나가고, 땅바닥에 주져 앉아 고래 고래 고함을 치지도 않으셨을 것이고. 두 분 다 그 점잖은 성격에 말이다. 그야말로, 쪽팔려도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본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히고 하고 받기도 한다.  그들은 다 어느 집 가장이고, 딸이고, 아들이다.  자신 혼자면 상관이 없는데, 그 여파는 가족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그럴 때면 내가 그 사람의 가족이고 보면 '쉬바, 가족이고 뭐고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내 한 몸 건사하는 것도 벅찬데 왜 내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안아야 거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은 울타리임에 틀림없다. 가족이 없으면 세상에서 받는 온갖 학대와 부당함을 당할 수 있다.  가족이 없으면 외로움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가족 중엔 못 난 사람도 있지만, 잘난 사람도 있다. 또한 못나고 힘 없다고 해서 언제나 약한 존재로 있는 것도 아니고,  잘난 존재가 늘 가족을 지켜주는 것도 아니다.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게 가족간의 영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어느 때는 죽일 것처럼 싸우다가도 어느 순간 보듬는 것이 아닌가?  

영화가 일견 재밌는 건 아들내미가 난 분명 어디선가 주워왔을 거란 상상 속에 사로잡혀 산다는 것이고 그건 금세 나 역시 동화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난 정말 어렸을 때 언뜻언뜻 그런 상상을 많이하며 살았었다. 그러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았다.  게다가 알고 봤더니 어느 부잣집 핏줄이었다는 드라마 같은 상상.  그건 분명 나의 가족을 배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인간성을 가진 내가 우리 엄마의 딸이고, 언니, 오빠의 동생이고, 한 사내 녀석의 누이라면, 그래도 그들은 나를 받아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난 그들의 가족이니까. 가족은 그런 것이다.   

별 두개 이상 줄 수 없는 영화에 내가 봐도 리뷰는 참 야물딱지다. 그래도 이 영화 보지 말라고 할 참이다. 차라리 정윤철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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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7-1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전 이 영화 참 재미있게 봤거든요.
3년전이네요. 페이퍼로 리뷰 써 두기도 했는데요.
싱글과 결혼녀가 느끼는 부분이 좀 다를 것 같아요.
전 많이 공감되고 좋았어요.ㅎㅎ
우야튼 스텔라님의 야물딱진 리뷰에는 추천요!

stella.K 2010-07-18 21:26   좋아요 0 | URL
ㅋㅋ오, 그런가요?
난 도무지 좀 그랬는데...
암튼 고마워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 Antiqu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민규동
주연 : 주지훈, 유아인, 김재욱

원래 원작이 유명하면 그것을 영화나 드라마화하는데 많은 부담감을 갖게 마련이다. 잘하면 본전이고, 원작 보다 낫다는 말 듣기는 아예 마음을 비우는 것이 좋다. 그렇게 보자면 이 영화는 나름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뮤지컬을 차용했다는 점과 CF를 보는 것 같은 여러가지 촬영 기법을 총망라하여 보는 즐거움을 배가 시켰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인물과 각 인물이 갖는 스토리에 치중한 반면, 아무래도 케익이 갖는 사실감은 떨어질수밖에 없다. 그런데비해 영화는 케익의 화려함을 십분 살려, 케익의 향연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은 판타스틱 그 자체다. 그리고 현란한 뮤지컬. 뭐 일단 그 정도라면 나름 먹어주는 영화가 아닐까?

하지만 캐릭터는 만화가 훨씬 낫다. 물론 나름 신경 써서 배우 캐스팅에 공을 드렸다는 건 인정하지만 실사다 보니 인물에 대해 더 이상의 환상을 가질수가 없게 되었다. 더구나 그렇게 케익이나 뮤지컬, 배경이 되는 장소에 그토록 신경을 썼으면서 각 캐릭터가 갖는 이미지는 거의 살리지 못하고 대충 뭉게고, 케익 속에 파묻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는 짐작이 갈듯도 하다. 미국이나 다른 여타의 선진국에선 동성애 영화가 이미 자리를 잡은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정착되지 못한데다 아예 동성애 영화라고 하지 않고 19금으로만 분류 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건 감독의 연출의 한계인지 아니면 배우의 부담인건지 암튼 인물이 충분히 살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도 영화에서 꽤 비중있는 역할을 한 마성의 게이 민선우 역의 김재욱의 열연이 나름 돋보이긴 했다. 그런데 내가 이 배우를 어디서 보았더라? 생각해 보았더니 그 유명한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다. 와플 굽던 그 총각. 그땐 뭐 저리 곱상하게 생긴 사람이 다 있나 별로 탐탁찮게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드라마에선 워낙 공유라고 하는 미끈하게 잘 생긴 배우가 상종가를 치고 있으니 이런 배우가 눈에 들어 올리가 없다. 그런데 그는 게이의 마성 보단 중성의 마성을 지녔다. 지금 모 드라마에서 재벌집 망나니 2세로 열연중인데, 제법 눈에 띄게 연기를 잘한다. 하지만 또 그건 어쩌면 그의 미끈한 몸매가 받혀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울퉁불퉁한 근육남으로는 보이진 않지만 정말 조각같은 몸매를 가졌다. 그의 몸매는 볼 때마다 감탄할 정도다.  

아무튼 그런 그가 영화에선 프랑스 남자랑 키스도 하고, 베드신의 끝자락을 연기했다. 어쩌면 본인으로선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연기를 나름 애써 진지하게 연기했다. 물론 보는 나도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건 설정일뿐 주가 되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건 각 등장인물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다. 영화는 주요인물 네 명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트라우마가 있다. 저 김재욱이 맡은 민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게이였는데,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한 선생님이 어머니와 한낮에 정사를 벌이는 것을 목격한 후 그 선생님으로부터 사랑에 실연 당했다는 아픔을 가지고 있고, 민선우의 자타공인 제자 양기범은 이름있는 권투 선수였지만 어떤 병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없는 아픔을 지녔다. 이 영화의 화자 겸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주인 진혁(주지훈)은 어린 시절 유괴 되었다 살아 돌아온 트라우마가 있다. 그는 그 트라우마 때문에 늘 잠잘 때 가위 눌리는 꿈을 꾸었고,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을 만나고자 바로 그런 가게를 연 것이다. 범인이 한번쯤은 자신의 가게를 다녀가지 않을까? 그를 만나면 자신의 이 이유없는 가위 눌림도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에. 그리고 진혁을 도련님이라 부르며 졸졸 따라 다니는 수영도 아픔이 있다.   

아무튼 그렇게 진혁이 납치범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그가 납치되던 비슷한 나이대(10살 안팎)의 아이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형사는 납치범을 잡는 것이 주된 임무겠지만 진혁은 자신을 납치한 사람을 만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두려운 건 그 과정에서 피를 봤던 것인데 그것이 자신이 오히려 납치범에게 피해를 가했던 그 죄책과 맞닥뜨릴까봐 겁이 났던 것.  



이야기는 약간 복잡하기도 하다. 그것은 아마도 트릭을 위한 것인 것 같기도 한데, 결론은 저 흰수염 노인이 애초에 자신의 아이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될 트라우마를 진혁에게 심어줬다는 것과 진혁을 자신의 아이라고 착각한 저 흰수염 노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케익을 납치되어 있는 동안 매번 진혁에게 먹였다는 것과, 그리고 진혁이 납치된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 그것을 잊었지만 그렇게 매번 가위눌림과 케익을 끔찍히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통 가운데서도 케익샵을 내고 사람을 지극 정성으로 대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면들을 발견해 간다는 점에서 진혁은 박수 받을만 하다. 

특히 진혁이 맨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사람은 행복한 것을 더 즐기기 위해 케익을 먹는다(나 뭐라나). 하지만 내가 볼 때 상처가 있는 영혼에게 달콤한 케익을...!이란 건배의 의미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인생은 미스터리라고 하지 않는가? 그것을 퍼즐 맞추듯이 하나 하나 해답을 찾아나갈 때 통찰력이 생기고 기쁨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케익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게 좀 괴롭긴 하겠지만, 보고나면 묘한 포만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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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10-07-1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지훈 참 괜찮았는데 말이죠!

stella.K 2010-07-12 10:40   좋아요 0 | URL
주지훈이가 이거 찍을 무렵 안 좋은 일 있지 않았나요?
근데 보니까 작년에도 영화를 찍었더라구요.
계속 나오는 건지, 아님 연예계에서 퇴출된건지 미스테리어요.

자하(紫霞) 2010-07-15 09:29   좋아요 0 | URL
주지훈이 지금 군대를 갔죠.
마약했다고 해서~~
갔다와서 다시 복귀했으면 하는 게 저의 갠적인 바램이지만...
어찌 될지는...

마녀고양이 2010-07-1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면 배고프다고 했죠? 케익이 얼마나 이쁜지.
나두 김재욱이 좋더라구여~

stella.K 2010-07-12 10:42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렇죠? 김재욱 묘한 매력이 있어요.
잘 커줬으면 좋겠다 싶은데 어떨지...^^

무스탕 2010-07-1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러 이 영화 안봤어요. 그냥 책으로 100% 만족하고 그 이미지 깨기 싫어서요.
암만해도 요시나가 후미상이 제 뇌리에 콱-! 박힌 탓이지요 ^^

stella.K 2010-07-12 10:43   좋아요 0 | URL
ㅎㅎ 알만 합니다. 하지만 영화도 나쁘지 않아요.
이담에 기회되시면 한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