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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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글이 서평이 맞는가? 

이 책의 맨끝에 나오는 보론 부분을 맡은 변정수님은 '서평'과 '독후감'을 구분해 줄 것을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서평은 말 그대로 그 책을 평하는 것이고, 독후감은 그 책을 읽고난 느낌이나 생각 등을 자유롭게 정리해서 쓰는 것이라고 했다. 기실 그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부턴가 독후감이란 말대신 '서평'이란 말을 일상어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또 서평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고깝게 보이겠는가? 하지만 또 '서평'을 쓰는 일반독자의 입장에선 '독후감'은 왠지 지난 세기의 구식어처럼 느껴져 어색하게 느껴진다. 지금이 무슨 유신세대도 아니고.  

나에게 있어 '서평'이란 단어가 뇌리에 강하게 박힌 건, 비슷한 시기에 각 인터넷 서점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블로그 활동을 적극 독려하면서 사로잡기 시작한 단어는 아닐까 싶다. 어찌보면 일반독자의 그 책에 관한 이야기가 자기네들 매출과도 직결되는 문제고, 독자 또는 고객의 그 책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높이 사 '서평'을 좀 더 일반화 시킨 것은 아닌지? 사실 일반독자들 가운데 전문 서평꾼 못지 않은 글솜씨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않은 바에야 감히 '독후감'이란 단어를 붙이기도 어색한 일일 것이다.  

인터넷과 블로그가 생기면서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활발해졌다. 그전엔 책 한 권을 사려면 신문의 한쪽 귀퉁이를 장식한 신간 안내란이나, 서점에 직접 발품을 팔아 이 책이 나에게 유익한 책인지 아닌지를 취사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 대한 주례사가 참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활발해진 인터넷에서의 커뮤니케션 덕분에 우린 앉아서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정보가 출판사의 요란한 선전문구가 아닌 일반독자의 손끝과 혀끝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이제 그들은 책 선택의 절대권력은 아닐까?  

나 역시도 얼마 전, 누가 뭐라던 끝까지 도도하게 버텨보리라던 하루키의 <1Q84>의 아성에 무릎꿇게 만들었던 건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었다. 어느 날 문득 보게된 어느 독자의 '서평'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 사람은 하루키 예찬론자라면, 나는 비판은 하지 않더라도 냉담했던 사람이었다. 그만큼 일반독자의 입김이 세 진 것이다. 돌아앉던 부처님도 다시 바로 앉게도 만드는 게 일반독자라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그에 비해 진짜 서평꾼들의 서평을 눈여겨 보는 예는 일반독자들로선 거의 드문일일 것이다. 그 수준이 거의 문학평론 수준이라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 참고 삼아 읽게되는 것이다. 아,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이클 더다나 고 장영희 같은 분들은 그 유려하고도 위트 넘치는 문체에 반해 '이 사람이 말하는 책이라면' 하며 혹해서 책을 사고 싶게도 만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쓰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겠는가? 

독자들이 읽지 않는 글.  즉 소통할 수 없는 글은 그 글쓴이가 아무리 유명하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쓰는 서평이 서평이 아닐리 없고, 일반독자들 중 본인의 글을 서평이라고 하기에 부담스럽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간극은 어떻게 좁혀 볼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쓰는 책에 관한 글은 책세이일 것이다.         

 사실 '서평'이란 단어도 마음에 썩 드는 단어는 아니다. 변정수님의 말도 있고, 너무 딱딱하고 권위적이기도 하다. 아무나 취해선 안 될 것만 같은. (그러나 취해 보고 싶기도한) 그래도 '독후감' 보단 낫긴 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세이'란 말이 돌기 시작했다.  그건 이름하여 책+에세이의 합성어이고 <100인의 책마을>을 기획한 리더스 가이드에서 유포하기 시작한 단어인 것 같다. 적어도 난 그렇게 알고 잇다. 거기서부터 듣기 시작했으니까. 누가 유포했건 확실히  '서평'이란 단어 보단 훨씬 편안하고 격식을 갖춘 느낌이다.  

물론 책세이라고 해도 '과연 내가 책에 관해 에세이를 쓸만 한가?' 반문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게 싫으면 '책잡담', '책수다'도 좋을 것이다. 책을 읽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 것이다. 그게 자신의 신변잡기일 수도 있고, 평소 생각했던 어떤 소신이나 비판일 수도 있다. 자신만의 프리즘으로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독자들, 블로거들에겐 더 먹힌다는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이란 게 그런 것이 아닌가?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간 책들이 꽤 있다. 그런 책들은 처음엔 주목을 끌지 못했다. 아무리 출판사에서 "이 책 너무 좋습니다" 해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읽어 본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런 적도 있다. 입소문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고,  출판사에서 일반독자를 상대로 책을 나눠주고 서평을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때 적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꽁짜로 책을 받고 험한 말을 할 수가 있냐고 착한 마음을 품은 독자들도 많았다. 나 역시도 그랬고. 하지만 반드시 현금이 안 들어간다고 그것이 공짜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시간도 돈이다. 아니 때론 그 보다 더한 가치를 지녔다. 읽는 시간. 서평 쓰는 시간. 그 시간을 뺀다면 분명 다른 책을 읽었거나 다른 활동을 했을 거다. 내 시간이 중요하면 남의 시간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갖는 건 나약하고 무책임한 소리다. 중요한 건 책을 무조건 좋게 말하는 것에 있지 않고, 내가 느끼는 진실을 말하는 것뿐이다. 독자의 말한마디가 출판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좋은 것에도 나쁜 것이 있으며, 나쁜 것에도 좋은 것은 섞여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별 다섯 개를 줄 수 있는 훌륭한 영화에도 옥에 티는 있는 법이다.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고, 과자를 먹으면서 그 영화에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얘기하면서, 왜 책은 그러면 안되는 것인가? 책이 어떻게 하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여 책의 디자인 혁명은 가히 눈물 겹고 놀랍까지 하다. 악평 보다 더 나쁜 건 무관심이라 하지 않는가? 그 책이 사람들 기억속에 잊혀지지 않기 위해 들어가는 땀방울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어느 책에선가, 한 사람이 열보를 가기 보다, 열 사람이 한보를 가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유려한 한 편의 전문 서평 보다, 일반독자 10명이 책을 가지고 한마디 잡담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래서 책세이 또는 책잡담이 더 중요해졌다.  

책에서 사람이 보인다.            

이번에 펴낸 <100인의 책마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책에서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사람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말고 글이 그 사람을 증명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 더 추가할 것은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이다. 이것은 전문 서평가도 해 보지 못한 일이다. 그들은 오로지 책에 관한 이야기만 할 수가 있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못한다. 해도 아주 단편적으로 할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보니 책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보였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특이하게도(?) 나는 책에 소개된 저자들 중 몇몇은 오프에서 만난 적이 있다. 책이 좋아 만나기 시작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책에 대한 얘기 보단 딴 얘기로 흘러간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정확히 이 분들이 지금까지 뭐에 관심이 있으며, 무슨 책을 읽어왔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었을 때야 비로소 아, 이 분들이 이런데 관심이 있었구나 새삼 그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을 새롭게 아는 것. 또 그 사람을 통해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는 것. 이것처럼 즐겁고 기쁜 일이 또 어딨겠는가? 이 책은 확실히 그런 부분을 충족시켜 줬고, 평소 관심 분야나 인생관을 책으로 말하고 있어 좋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사회나 교육에 관심이 많은 김이준수님이나 전재훈님의 글이 와 닿았고, 특히 김이준수님의 약간은 까칠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글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생태 환경에 관심이 많은 김원국님이나 소일님의 글도 새롭게 와닿았고, 이 분들이 '이 책 읽어 볼만해요'라고 내미는 책들이, 평소 인터넷 서점을 서핑하다 이미 알고 있는 책들이지만 이 분들의 입담을 거치니 더 읽고 싶어졌고 새로웠다. 개중에 어떤 책은 평소 그다지 마음을 두지 않았던 책인데 '그래?'하며 나의 촉수를 건드리는 책들도 많았다.  

또한, 강한 영적 체험을 지성의 칼날로 다듬고 계신 권성권님이나,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많은 짙은 잿빛구름님, 무엇보다 인생을 다른 패러다임으로 살고자 원했던 은이후니님은 한번쯤 만나 그들의 솔직한 세계관이나 인생관을 듣고 싶어졌다. 또한, 과학은 늘 나의 열등분야고 취약분얀데 그리 어렵게만 볼 것은 아니겠구나라며 생각을 바꾸게 만들어준 김보일님의 문장은 가히 명문이다 싶다. 그 밖에 지면상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저자들의 글들은 마치 나에게, "책에 대한 관심을 포기하지 마세요.  시야를 넓혀 보세요."하고 응원해 주는 것 같다. 사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책을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 책의 사용법에 관하여(또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책 중에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여름언덕)이란 책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난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해 이 책에 관해서 뭐라고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골자는 뭐 대충 그런 거다. 책에 대해서 말할 때 꼭 읽고 얘기해야 하는 것인가? 읽지 않고도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몇가지 방법을 제시해 놓고 있다. 사실 나는 책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 앞에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처럼 오해를 받고 살아왔다. 결코 많이 읽은 것이 아니라고 솔직히 말해도 믿지 않는다.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나도 공동저자로 참여했지만 개중 한 두권은 내가 아직 실제로 읽지 않은 책임을 이 지면을 빌어 고백한다. 이것이 나중에, 몇년 전 사회 유명인들의 학력 위조 파문에 버금갈 사태를 불러 올런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또 어디선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읽은 양 떠들고 앉아 있을 확률에 매우 높다. 그것은 내가 이 책 <100인의 책마을>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무려 439권의 책을 다루고 있는데, 내가 그 중 몇권은 읽은 양 떠들고 앉아 있지 앉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으랴? 나는 그렇게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으며 어쩌면 난 이 순간 이 책을 공범자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읽지 않아도 읽은 양 할 수 있는 책. 책에 대한 편견을 깨트려 주는 책. 그래서 유식한 척 할 수 있는 책. 그런다고 누가 흉보고 비난할 수 없는 책. 왜냐구? 부제처럼, 책잡담이고, 책수다고, 책에세이니까.  음하하하~   

오랜만에 사람 만나는 것도 좋지만 만나면 나누는 얘기 안 봐도 비디오다. 결혼한 사람은 자식 얘기, 남편, 시댁시구들 얘기. 남자들은  시국 얘기 아니면 주식 얘기, 건강 얘기다. 소모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꿀 먹은 벙어리인 양 할 수 없으니 떠들어 댄다. 그러지 말고 책 얘기하면서 인생을 논하고, 사회를 걱정하고 이러면 멋있지 않나? 그냥 이상이라고만 말하지 말고 실천해 봤으면 좋겠다.    

여기서 돌발퀴즈!  이 책에 공동저자들 중 다수가 가장 많이 권한 책은 어떤 책인가?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잠시 뒤 이 글 말미에서 확인해 보시길.

나의 글에 대한 변명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쓴 글은 도저히 읽어 줄 수가 없어 뛰어 넘어갔다. 내 글이 인쇄되어 책으로 나오면 좋을 줄 알았다. 그래도 명세기 사람으로 태어나서 작가가 되어보고 싶은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내가 쓴 글을 인쇄되어 나와도 못 읽는다는 걸. 그건 내가 세상을 다시 태어나 문단을 쥐락 펴락하는 인기 작가가 되어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가장 못 보는 것 중의 하나가 내가 박힌 사진 보는 건데 꼭 그 느낌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은근히 때론 호들갑스럽게 자랑했다.  아마 이 책의 공동저자들 중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뭐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 아니다.  기회가 오면 또 도전하고 싶다. 대신 더 잘 써야지.

무엇보다 초야에 묻힌 서평의 고수들(나는 좀 그렇지만) 그들을 이름하여 '재야의 고수'라고도 하는데 이들을 기어이 끌어내어 빛을 보게 해 준 리더스 가이드 제작진 여러분께 이 지면을 빌어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아직도 재야의 고수들은 많다. 그들도 발굴해내 빛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잡담을 더 재밌고 유익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감스럽게도 100인이라고 해 놓고 23인 밖에는 안 나오지 않았는가.  

돌발퀴즈 정답: 다수의 공동 저자들이 권한 책은, 데이빗 소로의 <월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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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09-12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평'이라는 말이 썩 맘에 들지 않았었는데 말이죠~^^

2010-09-12 0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9-1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사람이 보인다는 말.... 참 좋네요.
그런거 같아요. 책은 하나의 방어막 같으면서도, 정말 많은 것을 보여주잖아요.

스텔라 언니.. 언니의 글을 못 읽으시겠어여? 어쩐지...
그맘 이해가 갈거 같아요. 하지만, 멋진 글이던걸요~

lo초우ve 2010-09-13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 ㅡ,.ㅡ;;
아무거나 좋은거지만...... 독후감이라는 말은 왠지 정감이 가는듯해요 ^^
그리고 본인의 글을 못읽겠다는 말... 왜 일까요? 부끄러운걸까????? 거거참..ㅡ,.ㅡ;;


노란장미 2010-09-1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왠지 독후감 이라고 하면...그 책의 줄거리를 꼭. 필히. 써야할꺼 같은 압박감이 느껴져요..;; 아무래도 어렸을때 학교에 제출했던 그 독후감의 영향인듯..;;
거기엔 내용이 80%. 감상이 20% 정도 였으니까요.ㅋ
그래서 전 서평이란 말이 더 자유로운것 같아요.
굳이 내용은 안써도 될꺼 같은 기분?
아마도 제가 쓰는건 독후감도 서평도 아닌...........감상문? 정도인듯..ㅋㅋ

Monitor 2010-09-1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Q84 퀴즈대회 - 발표언제하나요?

감은빛 2010-09-17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뭔가 굉장히 공을 들인 서평인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이런 책도 있었군요. 저는 이거 잘 못하겠던데.
저는 서평 쓰기 위해 거의 2번씩은 읽고 쓰는 편이거든요.
아내는 그런 저를 보고 안 읽고도 읽은 것처럼 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저런 책이 있었다니 한번 보고 싶네요.

저, 돌발퀴즈 맞췄어요! ^^

stella.K 2010-09-17 10:43   좋아요 0 | URL
ㅎㅎ 오랜만에 나타나서는 댓글만 다시면 어쩝니까? 추천도 하셨어야죠!>.<;;
감은빛님 같이 공들여 읽고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제가 오히려 부끄럽죠.

돌발퀴즈, 참 잘했어요! 도장 셋!ㅋㅋ

글샘 2010-11-0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쓴 책에 대해서 리뷰를 쓴 걸 <우수 리뷰>라고 준 건 무효라고 봄. ㅋㅋ
잘 읽고 갑니다.
저 변정수 처럼 깔끔떠는 사람 저는 싫습니다. 그럼 리뷰는 쓰는 사람 <자격증> 주자는 건가요? 쳇, 대통령도 자격증 없는 판국에...

stella.K 2010-11-06 12:21   좋아요 0 | URL
ㅎㅎ 이게 언젯적 글인데...칫!
변정수씨가 그런 말을 했단 말입니까? 거 몹쓸 사람이네요.ㅎㅎ
 

오늘 책 한 꾸러미를 받아 버렸다.  

먼저, <쉐프1, 2> 1권은 쉐프의 탄생이고, 2권은 쉐프의 영혼이란 소제목이 붙어 있다. 미국의 인기 시트콤 <키친 컨피덴셜>의 원작이라고 하는데, 물론 난 이 미드를 보지 못했다.  

이 책은 화려한 레스토랑 주방의 이면을 파헤친 책인가 본데, 난 또 이렇게 이면을 들여다 보는 책을 좋아한다. 왠지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만화책이라고 해서 덥석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지난번에 보았던 <나는 왜 저항하는가>와 그림의 필치가 비슷하다. 흑백톤으로 어둡고, 강렬하고. 좌파적 성향이 강해 보인다고나 할까? 현 미국 사회를 강하게 비판 상징성을 지닌 만화다. 

이래저래 나는 올해 만화를 생각 보다 많이 접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오랫동안 심리학 책은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즈음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되면서 심리 상담학이나 인생론에 관한 책이 보고 싶어진다. 

특히 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희곡집의 대사들을 예로 <자아> <소통> <사랑> <인생>을 풀어 놓았다니 어떨지 궁금해진다. 

  

이제 다음 주면 내가 안 읽을 책을 추려 모 병원에 기증을 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자리가 약간 비겠지. 벌써부터 또 어떤 책으로 채우나 머리가 돌아가고 있다.

 알라딘에서 요즘 50% 세일하던데 돌아다녀 보니 이 책이 눈에 띈다. 필진도 빵빵하고 역시 사랑은 영원한 글쓰기의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책들 중고샵에 싸게 나왔던데 담주 내 생일을 빙자하여 질러볼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미쳤지. 100년치 읽을 거리를 쌓아놓고 또 지를 생각을하고 있으니. 핑계가 좋잖아.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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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1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주 생일이세여? 아! 축하드려여~
(현재 금전 상황상... 이번에는 말루만 때울게염. 죄송. ^^)

stella.K 2010-09-13 11:56   좋아요 0 | URL
말씀만으로도 고맙소.
내 그대에게 뭘 바라겠소? 그대 자체가 나에겐 선물인 것을.ㅎㅎ

책가방 2010-09-1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생일 지나면... 그러니까 명절 쇠고 와서 생일 오픈하는 거... 어때요??
양철나무꾼님도 이번주!! 스텔라님도 이번주!! 저도 이번주!!
어쩌면 겹칠지도 모르잖아요.ㅋ 재밌겠당...^^

stella.K 2010-09-14 09:4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지 마세요. 저는 그냥 내일이라 말하렵니다. 15일요.^^

책가방 2010-09-15 08:30   좋아요 0 | URL
ㅋ생일 축하합니당~~~
전 어제였어요..ㅎㅎㅎ

stella.K 2010-09-15 10:37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랬군요. 늦었지만 저도 축하드려요. 좋은 시간 가지셨는지요?^^

꿈꾸는섬 2010-09-1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생일 잘 보내셨을까요? 위에서보니 팥빙수 드셨다고 보긴 했는데 말이죠.ㅎㅎ
 
사랑니 - Blossom Aga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런 경험이 없지는 않다. 한때 좋아했다 헤어지고, 어느 날, 어떤 장소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옛날에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과 닮았다. 거나 똑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데 그 사람을 제3자가 볼 땐 전혀 아닌데 혼자만 그렇다고 믿는 것.  

영화는 그렇게 한 여자의 착각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은 그 상대가 17세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여자는 이미 30세인데 말이다. 여자나 남자나 30세는 나름 의미로운 나이일 것이다. 20세는 젊음이 만개할 나이고, 이제야 바야흐로 뭔가를 뜻대로 해 볼 수 있는 나이라고 위풍당당, 자신만만한 나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20대를 살아봤더니 그렇게 당당할 것도 자신만만할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30세는 실수하지 않고, 좀 더 진지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 30세에 다시 맞게 된 사랑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도 10대 미성념자와의 사랑이라니.  

누군가는 그랬다. 사랑은 미친 짓이라고. 사랑이 어디 이성적으로 다가 온 적이 있던가? 불현듯 다가와 뭔지도 모르게 마음에 불을 질러놓고, 그것을 미쳐 다 감당하기도 전에 또 홀현이 가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니던가? 사랑. 그것에 나이가 있던가? 때가 있던가? 밤낮 구분을 가리던가? 그런데 문제는 새로 시작하는 사랑은 과거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영화는 묻고 있는 것 같다. 

하긴, 매번 하는 사랑이 새로워서 좋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새로 하는 사랑은 새로운 불안과 새로운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전에 하던 사람과 같으면 얼마나 같을 수 있을까?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꼭 되짚게 된다. 여자는 첫사랑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그말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여자는 실패한 것에 연연해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영화는 또한 그렇지 않다는 가정속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남자가 첫사랑을 잊지 못해한다는 것은, 그때 내가 이렇게 했으면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그뒤에 감춰진 정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뭐 그런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비해 여지들은 가질 수 없다면 손을 탈탈 털어버리고 마는 그것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여자의 사랑은 더 현실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라고 해서 다시 시작하는 사랑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더 분석하고, 두려워하고, 자꾸만 퇴행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영화의 주인공 조인영(김정은) 참 헷갈리게도 생겼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남자친구 수가 교통사고로 죽고, 그녀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그 죽은 남자친구의 쌍둥이 형제인 석에게로 옮겨 간다. 그렇다면 인영이 정말로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석이 였을까? 아니면 수를 닮은 석이 였을까? 거기다 영화는 한술 더 떠서, 학원 강사인 인영이 나가는 학원에, 똑같은 이름과 똑같이 생긴 석이란 학생을 좋아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 꼬인다. 말하자면 인영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인 석이를 보면서 사춘기 시절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추억하기도 하고, 그리운 마음을 투사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의 진행이 다소 진부하기도하고,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추어적이라고나 할까? 

사랑은 나이가 먹음에 따라 성숙해야 하는데 인영의 사랑은 17세 그 나이에서 조금도 자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눈이 멀다가도 한 순간 하늘에 안개가 걷히듯 모든 것이 선명해 질 때가 있다. 그것은 헤어진 옛 사랑을 다시 만나게 될 때다. 다시 만나면 잠자고 있던 사랑이 다시 불타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은 남자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데도 첫 사랑을 잊지 못해 한다면 아직도 그때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는 앳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인영이 십몇 년만에 만난 석이는 지금 만나고 있는 석이와 너무도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인영이 진짜 사랑한 건 누구인가? 17세에 만난 석이만 사랑했을 뿐, 성인이 된 석이도. 예전에 사랑했던 투사했던 지금의 석이도 아니다. 하지만 17세 때 사랑한 석이도 알고보면 진짜 사랑했던 것도 아니다. 죽은 수 때문에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인영의 사랑은 집착과 미련에서 시작된 일종의 해프닝 같은 성숙하지 못한 사랑일 수 밖에 없다. 그 모든 것을 일순간 깨달았을 때 그녀가 느꼈을 그 허탈감,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는우리도 영원히 사랑의 실체를 붙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모종의 불안감 떨쳐버릴 수가 없다. 사랑인 줄 알았던 상대가 사랑이 아니고, 미움인 줄 알았던 상대가 사랑인 줄 알게 되는 때는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모른다. 그 사람과 헤어져 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을 가리켜 존재의 아이러니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미성년자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혀 이상하거나 어색하게 흐르지 않는다. 시종 상큼하고, 설레고, 진지한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보면서도 과히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도 마치 감독이 영화를 처음 찍어 보는 양 뭔가 점을 찍듯이 꼼꼼하다는 분위기를 연출한다.(원래 그런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데 감히 자신있게 추천은 못하겠다. 그러기엔 아쉽게도 김정은이 청초한 이미지가 다소버거워 보인다. 특히 어린 인영을 맡은 정유미와 대조적여 오히려 그녀의 연기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아주 형편없는 영화라고도 하지 못하겠다. 그냥 볼만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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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9-1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전 정지우의 이 영화 생각보다 참 좋았어요.
영어제목이 더 와닿아요. 이 나이에도 그런 걸 꿈꾸지 않나요?
저도 리뷰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놈의 저질 기억력이란ㅎㅎ

stella.K 2010-09-11 17:54   좋아요 0 | URL
ㅎㅎ 확실히 프야님과 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나름 작품이 좋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생각할 거리는 줬는데(사실 저렇게 길게 쓸 생각도 안했는데 쓰다보니)
작품은 좀 그렇더라구요.^^

다이조부 2010-09-1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정은 사진이 참 아름답게 나왔네요~

20대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이 영화를 무척 좋게 봤다고 했는데,

그 친구 생각날까봐 못 보는 영화목록입니다 소심하게시리~ ㄷㄷ

stella.K 2010-09-12 09:10   좋아요 0 | URL
그 여자분 많이 좋아하셨나 봅니다.
영화 내용은 생각할 꺼리를 주긴하는데 말이죠.^^

마녀고양이 2010-09-1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인지 열정인지..... 항상 헷갈립니다. ^^

stella.K 2010-09-13 11:57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죠? 흐~

다락방 2010-09-1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였나 스텔라님의 이 글을 보고서는 잽싸게 DVD 보관함에 넣어놨습니다. 사실 이 영화 개봉할 당시에 저는 김정은이란 배우를 좋아하지 않아서 볼 생각도 없었고, 지금도 역시 그 배우를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문득 이 영화라면 봐도 좋지 않을까 싶어지더군요.

언젠가 보게 된다면 저는 어떤것들을 느끼게 될지 무척 궁금해졌어요.

stella.K 2010-09-17 14:4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 영화 보고 뭐라고 페이퍼 쓰실지 궁금해집니다.
제 생각엔 이 작품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안에 내포된 의미는 자못 생각할 것이있죠.
우리가 지금 사랑을 한다면 정말 현재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맞나?
다시한번 생각하게되고, 약간은 혼란에 빠질지도 모르는...
김정은은 확실히 호불호가 있어요.^^
 

<100인의 책마을> 출판 기념회 날 모임 장소에서, 우연히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agnes님과 동석을 하게 되었다. agnes님은 전에도 한번 만난 적이 있어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였고, 다시 만날 수 있게 돼서 내심 꽤 반가웠다. 왜 내가 "꽤"라는 말을 썼냐면, 사실 agnes님은 현재 대학을 다니는 아직 20대 초반의 아가씨이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라고는 하지만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와 있었고, 나를 포함해 그들은 더 이상 젊다고만 할 수 없는 사람들 속에 나이 어린 사람이 오도카니 와 앉아 있으니 반가울 수 밖에.  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이야 좋지만 당사자로선 좀 쑥스러울 것도 같다. 나도 그 나이 때 그랬으니까. 그래도 이 아가씨 성격이 좋아 사람들과 이야기도 잘하고 웃기도 잘한다. 이 아가씨는 현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재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말하면 의학 전공한 친구가 없다는 것이 금방 탄로가 나겠지만, 언젠가 agnes님이 게시판에 자신이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바쁘게 지내는지를 간략하나마 써놓은 글을 읽어 본적이 있다. 읽어봤더니 공부하느라 바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다른 개인적인 볼일로 바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밑에 '공부는 안해요?' 했더니, 너무도 당연하게, '지금은 방학이라 공부 안해요.' 라고 써 놓은 것이다. 순간 아, 내가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많이 받구나 싶었다. 드라마나 영화 보면 가장 바쁘고 치열하게 공부하는 학생으로, 법학도나 의학도가 나오지 않던가?    

마침 그날 내 옆에 앉았길래, 진짜 의학도들 방학 때 공부 안하냐고 했더니, 진짜 안한단다. "물론 골수 의학도들은 하겠죠. 하지만 골수라 봤자 손에 꼽을 정도고, 나머지는 방학 때 딴일해요." 한다. "드라마나 영화 보면 의학도들 밤새워서 공부하고 막 그러던데...난 솔직히 밤새워 공부하는 게 싫어서 의학 전공은 꿈에도 생각 못했거든." 그러자 이 아가씨 웃으며, "아, 물론 시험 때는 밤새워서 공부해요. 족보 가지고. 족보가 뭔지 아시죠? 그런데 족보 한 권이 거의 전화번호부 수준이죠. 그거 전부 다 외워 시험 볼려면 머리가 터지긴 해요. 후후."  과연 그럴만도 하겠다. 하기야 학교 공부가 뭐 그리 좋아 방학 때도 주구장차 하겠는가? 확실히 이 아가씨한테 방학 때 공부 안하냐고 묻는 건 우문이고, 그녀는 현답을 했을 뿐이다. 

나는, 의학하면 떠 오르는 게 해부학이다. 사람의 시체를 직접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바로 이것 때문에 어렵게 들어간 의대를 포기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기도 했으니까. 그러자 agnes님은 웃으며, "글쎄요, 옛날엔 그랬을런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워낙에 처리 방법이 많이 발달이 돼서 그런 이유로 의대를 포기했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어요. 그리고 나름 재미있기도 하구요." 역시 난 하나마나한 얘기를 했던 셈이다. 순간 속으로, '그래. 맞아 지금은 21세기지?!'  

그런데 얘기하다 보니 그 아가씨가 모르는, 그 아가씨가 다니는 학교의 인물사(?)를 알려주게 됐다. 그녀는 현재 연세대 재학중이다. "혹시 가수 윤형주 알아요?" "...??" "모르기도 하겠다. 7,80년 유명한 통기타 가순데. 아마 어머니나 아버님은 아실 거예요." "...아...." "아참, 왜 음료 선전 중에 오란씨 선전 알아요?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나 두 손에 담아 드려요.... 뭐 이런 노랜데. 그 CF 노래 작곡한 사람인데." "...잉??" "윤석화 모르나? 그 여자가 불렀는데!" "......??" "아, 연극 신의 아그네스. 그거 초연한 주인공." "...??" 나는 답답해서, "닉넴이 아그네스잖아. 그 정도는 알아야징." "아, 미안해요." "아니 뭐, 미안할 것 까지는 없고, 아무튼 가수 윤형주가 agnes님 학교 같은 꽈 선밸 거예요. 물론 졸업은 못했지만. 그 사람이 해부학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도저히 피를 볼 수가 없어서... 그래서 부모님과 싸워서 연예계로 나왔던가 그랬지 아마." 그러자 조금 이해한다는 표정이다. "아......! 그렇지 않아도 저희꽈에 유명한 연예인 선배가 있다는 건 들어본 것 같아요." 그때 나의 전광석화 같이 이 아가씨를 깨닫게 해 줄 확실한 일화가 생각이 났다. "그 사람이 누구냐면, 시인 윤동주 알지?" "네. 알아요." "그 사람의 6촌 동생이래요." 그러자 이 아가씨 거의 '헐~'하면서 웃는 분위기였다. 하긴 말이 좋아 6촌이지 거의 남이나 다름 없는 거 아닌가? 길거리에서 만나도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사이. 그러니 헐~하는 거야 당연하다. 

그러고 보니 이 아가씨와 내가 대화를 한다는 건 거의 20년의 간극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그러니 요즘 젊은이들이 나이 먹은 기성 세대들과 이야기가 통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또 꼭 그것 때문에 자격지심 같은 걸 가질 필요는 없다. 이 아가씨가 모르는 학교사를 그 학교 출신도 아니면서 내가 알려준 것과, 요즘 문단계에 한창 주목 받고 있는 전아리가 그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도 알려 줬으니까 오히려 고마운 일 아닌가? "하긴, 워낙에 학교가 크기도 하구요, 원래 이공계 학생들이 자기 분야가 아니면 학교에 뭐가 있는지도 몰라요."하며 쑥스러워 한다.   

아무튼 그러고 돌아와서, 그렇다면 이 아가씨 학교 공부를 안할 때는 뭘할까? 뭐에 관심이 있을까? 궁금했다. 그걸 <100인의 책마을>에서 조금 알 수가 있었다. 이 아가씨 고등학교 때부터 최근까지에쿠니 가오리와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에쿠니 가오리라. 내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가다. 그런데도 난 항상 온다 리쿠와 헷갈린다. 영화와 책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작품을 영화로 본적이 있다. 일본문학이 각광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일본식 감성을 내뿜는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에쿠니 가오리는 늘 나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쓴 글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동한다. 글도 다른이와는 다르게 존대말을 쓰면서 조심스럽고도 낮은 목소리로 조근댄다. 물론 그녀가 소개해 준 책을 다 읽을 생각은 없지만 개중 몇권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약간 놀라운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저자들은 하나 같이 책 소개를 하면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있는 반면, 이 아가씨는 싫으면 싫다고 솔직히 말한다. 얘를 들면, 에쿠니 가오리의 <장미 비파 레몬>이란 책을 두고 한 말이다. 

  "그녀의 장면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은 책. '코'자 돌림 여자 9명이 우르르 나와서 우리도 우리만의 사랑과 생활이 있다고 외치는 통에 산만하기 그지없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러면  어떤 사람은 오히려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무엇을 얼마나 못 썼길래 하며. 하지만 귀가 얇은 나로선 거의 믿는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볼 건, 이 아가씨와 나와는 20년의 간극이 있다고 앞에서도 밝혔다. 정서나 감성은 유동적이기도 해 어쩌면 난 이 책에서 그녀가 발견하지 못한 걸 발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어쩌랴? 일단 제껴놨으니 나와는 인연이 없다고 할 밖에. 

그런데 비해 <낙하하는 저녁>은 극찬을 했다.  아, 이거다! 하면서. 

주인공보다도 더 주인공 같은 '하나코'가 사랑스럽다. 한 남자에게 차인 후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기까지의 과정이 기본 내용이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됐고, 하나코를 주인공으로 책 한 권 더 써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오, 정말? 그렇다면 나는 좀 끌린다.  실연 안 당해 본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이 아가씨 당차게 한 권을 더 써 달라니? 과연 어떻길래? 작가가 실연에 대해 한 번 쓰기도 어려울텐데 말이다. 

 그런데 이거야 말로 그녀의 글을 읽고 정말 읽고 싶게 만든다. 

그녀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 쓴 에세이집. 꼭 소설 같이 쓰는 바람에 자꾸 읽는 동안 에세인지 헷갈린다. 그래도 분명히 소설과 다른 맛이 있다.   

 오호,  그렇다면 오묘한 맛이겠군! 책 하나에 에세이와 소설이 동시에. 내가 읽고 싶은 글형태다. 

그날 누군가, 책 읽는 사람은 가족 모두가 책을 좋아해서 읽지는 않는 것 같다고 하자, agnes님은 바로 동감했다. "맞아요. 저희집도 저 밖에 책을 안 읽어요. 어떻게 책을 안 읽을 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서점에 가면 이 책 저 책 아~ 너무 읽고 싶어져요."라고 말하는데 그 표정이 정말 귀여웠다. 마치 김이 모락 모락 나는 갓 구워낸 빵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냐고 갖은 표정으로 말하는 것 같아 아직도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하긴, 나도 우리집에선 내 동생과 나 밖엔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좀 특이동물로 취급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 아가씨처럼 나도 한 때 그런 표정을 지으며 책이 얼마나 좋은지 아냐고 말하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책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런 표정은 다시 못 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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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5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잼있어요^^

루체오페르 2010-09-05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감을 주는 아가씨인가 보군요.^^

저도 주위를 보면 책 좋아하는 사람이 잘 없어요.ㅋ

lo초우ve 2010-09-06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내려서인지 .. 아이겅 허리야~!
며칠전에 골다공증 검사햇는데 뼈가 약할뿐 이상무.
그런데 왜 허리가 아플꼬... ㅡ,.ㅡ;;
스텔라님~~ ^^
비오는날 들으면 딱 좋은 음악중에
Jose Feliciano - Rain
이곡 들어봐야겠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든요 ^^
그리고, 오랜만에 윤형주씨의 노래도 함께 들어봐야겠요.. 후훗~ ^^

요즘 20대는 윤형주씨 거의 모르지싶네요 ^^
울 아이들은 알지만요(주루룩 연녕생 25,24,23 이렇게 낳는것도 신기하다는 남편사무실 직원말)한때 인터넷방송을 남편이랑 했기때문에 그덕분에 알고있는듯해요 ^^

그리고 우리나이 학창시절때에나 피 터지게 공부하고 머리에 쥐날정도로 공부했죠
요즘 아이들 그다지 공부에 연연하지 않나봐요
그러니 맹장 떼어내려고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오히려 배짼 뱃속에 연장 집어넣고 나오자나요
쯧쯧...
책 열심히 읽고 리뷰 잘 쓰면 뭐합니까?
정작 해야 할 일들은 개판인것을요..
이말은 누구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구요
현실이 그렇다는거에요 ^^;
괸히 비오는 아침부터 우울해지려고 하는군요 ㅋ


마녀고양이 2010-09-06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쿠니 가오리,, 이 작가한테도 한때 홀랑 빠져서 현재
보유한 책 5권(생각보다 적네요..), 읽어본 책은 절대 다수. ^^
확실히 제가 일본 작가를 좋아하네여. ㅋ

우리집도 저 밖에 책 안 읽어여. 그리고
막 구워내서 자르지도 않은 식빵을 손으로 뜯어먹는 맛은.... 아흑~

순오기 2010-09-0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아가씨 글 나도 읽었어요, 덩달아 잘 아는 사람처럼 동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에쿠니 가오리를 하나도 안 읽었다는...
오늘 110, 총 180288 방문

stella.K 2010-09-0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래서 저도 이번 기회에 에쿠나 가오리 한번 읽어보려구요.^^

책가방 2010-09-0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는 실명으로 되어 있는 아가씨네요..^^
저도 이 분 덕분에 에쿠니 가오리의 "그녀들"이 궁금해졌답니다.
전 (반짝반짝 빛나는)만 읽어봤거든요..^^
글쓴이를 직접 만나는 일은 가슴 벅찬 일일것 같아요..^^

blanca 2010-09-0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유쾌하게 읽었어요. 의대생이었군요. 사실 저도 에쿠니 가오리 전작주의를 시도해 봤었는데. 무겁지 않고 잘 읽히면서도 참 이쁜. 그러나 새로울 것 없는 얘기들이 계속. 그 지점에서 멈췄어요. 스텔라님이랑 이 아가씨랑 얘기하는 장면이 막 그려지면서 혼자 막 웃었어요. 오란씨. 윤석화. 윤형주. 이젠 이런 것들을 가지고 얘기할 수가 없군요. 이십 대와. 근데 윤동주 육촌이었군요, 몰랐어요 ㅋㅋ

stella.K 2010-09-08 12:31   좋아요 0 | URL
그때 나름 재밌었어요. 거의 뭐 조카뻘이니.
그 아가씨 몰랐던 것을 알아 나름 신기해해서
저도 나름 뿌듯했습니다.ㅋㅋ

라로 2010-09-08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쿠니 가오리 하나도 안 읽었어요,,,에고 <100인의 책마을> 덕분에 읽을 책이 갑자기 몇 백개 더 늘었다구요,,ㅠㅠ

기억의집 2010-09-10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본소설 좋아해도 에쿠니는 도저히 못 읽겠던대요. 저는 첨엔 일본소설 안 좋아했는데 그 이유가 에쿠니하고 바나나 때문이었어요.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더라구요. 일본소설 수준이 다 에쿠니나 바나나 수준인 줄 알았다는. 지금도 둘은 도저히 안 읽혀지고 읽을 생각도 안 해요. 네이버에 바나나 에세이 연재하던데..것도 읽다가 말았네요. 스텔라님, 교보문고 한번 갔다오세요. 에쿠니스탈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 한 번 하심이.

stella.K 2010-09-10 16:2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하긴, 저도 바나나 소설 한번 읽고 이게 뭐야? 의아해 했던 적이.ㅎㅎ
그래도 밑의 두 권은 왠지 끌려요. 언제 읽게될지 모르겠지만. 언제고 교보 나가게 되면 한 번 볼께요.^^
 
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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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만화책 치고는 좀 비싸지 않나 했다. 그런데 받고 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었다. 이건 내가 아는 기존의 만화책과는 판형도 다르고, 디자인도 다르다. 한마디로 고급스럽단 생각이 든다. 하긴 만화책이라고 고급스럽지 말라는 법 없다.  그림의 질감도 기존의 그것과 달라서 수채화톤이다.  또한, 그래서도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지 않아도 작가는 이런 작업을 하는데 있어 약간의 부담감을 작업노트에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나 개인으론 이런 책은 함부로 대하기가 어렵다.  

옛날의 만화책은 어떠한가? 누런 갱지에 그려 나왔던 것 같다. 지금은 그 보단 사정이 조금 나아져 종이의 질이 좋아진 것 같긴 하지만,  아직도 왠지 함부로 굴려도 별로 아쉬울 것이 없는 것처럼 취급해도 될 것만 같다.  물론 나의 이런 말도 어느 만화 매니아가 들으면 발끈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만화를 두고 제 9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 대우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것 같아 나도 아쉬운 마음에 괜히 한마디 해 본 것 뿐이다. 

이 작품은 수채화톤이라고는 하나 그렇다면 밝은 느낌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가 아무래도 밝지마는 않아서일까? 아니면 작가의 작풍이 원래 그래서인가? 약간 후줄근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후줄근함에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매력과 장점을 잘 살린 듯도 하다.  

하지만 스토리상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원래 생각했던 것 보다 작품의 길이가 길어졌다고 했다. 작가는 아무래도 쳅터를 나누면서 쳅터 하나 하나에 나름의 완결미를 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내용은 짧지만 간결한 인상을 주는 그 무엇으로. 물론 그것에 다가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하기엔 또 웬지 해결되지 않은 아쉬움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원빈의 캐릭터가 좋긴 하지만, 그 존재감은 작품속에 그리 살아있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아직 다 피지 못한 꽃봉오리인 양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것 같아 아쉽다. 이것은 아마도 작가가 그림과 스토리를 함께 한 것에 대한 취약함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적절한 예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영화에 있어서 각본 감독을 따로두지 않고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모르는 사람은 그만한 실력이 되니까 그러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은 각본과 감독을 따로 둘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이 둘을 겸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봐야한다. 물론 요즘 실력있는 감독들은 각본도 하면서 그 밑에 어시스트를 두고 있기도 하는가 본데, (그래서 크레딧이 함께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만화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림 따로, 이야기 담당 따로. 이 둘을 함께 하려고 하다보니 조금은 애매하고 버거운 작업이 된듯도 하다. 

하지만, 난 솔직히 이 강원빈의 역할이 알려진 것에 비하면 크지 않아서 그렇지 결코 적지않은 매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작가의 의도이기도 하겠지만, 왜 우린 예쁘고, 멋있는 인물에만 촛점을 맞추려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래야 그 작품의 주가가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다. 말하자면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엔 잘나고 예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옛날에 비하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는 평범하거나 그 아래인 경우가 훨씬 많다. (그것의 기준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쩝!) 그렇다면 이 평범함에서 인물을 만들어내면 안되는 것인가? 나는 항상 영화를 봐도, 드라마를 봐도 그게 늘 불만이었다. 물론 이것이 현실화 되면 나 같이 반가워할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반기를 들 것이다. 예쁜 사람 씨 말랐냐? 평범은 질린다. 예쁜 사람 복귀시켜라! 각 방송국과 영화 제작사에 피켓들고 난리칠 것이다. 그건 또 얼마나 국가적 낭비랴? 그러니 못 생긴 사람은 이래 저래 주목 받지 못한다. 그래도 가끔은 그런 인물에 애정을 가지고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가들이 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그런 작가 정신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그처럼 작품은 작가가 말했던대로 찌질한 인생, 불가촉 루저들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든 것 같다. 그래서 안정감이 느껴지고, 내가 모르는 미술학원의 이야기를 알게돼서 좋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작가는 상당한 비판정신의 소유자인 듯도 하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비판하려고 했다. 특히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교육정책이 아니라 고용정책이라고 썩소를 날리는 만화 한 컷은, 정말 통쾌하면서도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신랄하게 반영하는 좋은 장면 같다. 언제 한 번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정말 교육을 위한 기관인 적이 있었나?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을 취직하게 만들가를 위한 기관 아니닌가? 나는 대학교는 고용을 위한 곳인 줄 알았지, 학문의 전당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감히 비판할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니. 나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미술학원은 원생끼리 묘한 유대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난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것은 서로 좋고, 서로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구 하나 손해보지 않고 누구 한 사람만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 묘한 이기주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좀 더 많은 대학입학생을 내야하는 학원으로선 가능성이 있는 한 사람을 위해 나머지를 희생시켜야 하는 부조리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오늘 날 청소년의 문제가 기성세대와 잘못된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고 어떻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학원을 계속 다니고 생활을 위해 꽃다운 청소년들이 시급 7천원을 받기 위해 술집을 나가야 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다고 , 한창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그런 곳에 가는 것은 그들을 원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천박한 자본주의가 어디 있는가? 모든 것을 돈이 아니면 그 어떠한 잣대로도 잴 수 없게 만드는 이 천민자본주의가 있는한 우리의 아이들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찌질하다고는 하지만 이들도 다른 잣대로 재면 얼마든지 주목받고 행복한 인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꼭 돈이어야 하고 자본주의의 잣대로만 세상을 봐야하는가? 그러니 그들을 향하여 '찌질한'과 '불가촉 루저'란 딱지를 그 어디가서도 뗄 수가 없다.  

이 작품은 페이소스가 짙은 작품이다. 작품 곳곳에 베어있는 개그적 대사가 정말 웃기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쓸쓸하고 우울하다. 그래서 하나 같이 다가가 안아주고 싶고, 등을 토닥거리며 용기를 잃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들도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지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그들에게도 살다 보면 그런 날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잘난 사람은 계속 잘되고, 못난 사람은 끝까지 안 되야하는 것인가? 이 운명에 춤추지 말고, 탓하지도 말고 각자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도 울기가 애매하거든 차라리 웃어라. 세상을 향해 썩소든, 미소든 한방 날려주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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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9-0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이 충만한 멋진 리뷰네요~~~~~
고용정책이라는 한마디, 수능 답지에 표시하는 기계들~ 충분히 공감되지요.ㅜㅜ

stella.K 2010-09-04 18:25   좋아요 0 | URL
언니, 저 이번에 저자와의 대화 떨어졌어요. 슬퍼요.
분명 그날 못 가는 사람 있어서 징징대면 가게 해 줄 것도 같은데
그냥 포기할래요. 사실 그날 저녁에 강의 듣는 게 있걸랑요.
거기 가라는 뜻으로 알고 마음 접었답니다.ㅜㅜ

순오기 2010-09-04 20:1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발표 보니까 없더라고요.ㅜㅜ
그런데 떨어졌어도 무조건 찾아가면 입장시켜 준대요.^^
하지만 강의 듣는 거 있으면 결석하지 말아야지요.
최규석 만남은 언제 기회가 또 오겠죠~ 분명히!!

다이조부 2010-09-04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보고싶어요~

작년에 우연히 시청에서 최규석씨를 본 적이 있어요~

옆에 친구분인 영화기자 허지웅씨랑 같이 있더군요~

그 분들은 저를 모르지만, 제가 팬이라서 아는 척을 하니까

최규석씨가 씩 웃으면서 아이처럼 난 유명인 하면서 함박웃음 짓던게 생각나요 ㅎㅎ

stella.K 2010-09-04 18:27   좋아요 0 | URL
아, 허지웅이랑 친구였군요.
허지웅 책 읽어봤는데 재밌던데.
이 책 참 잘 만들었어요. 함 꼭 보세요.^^

순오기 2010-09-04 20:21   좋아요 0 | URL
허지웅이랑 최규석이랑 색깔이 좀 비슷하지 않나요?
허지웅 대한민국 표류기를 보니까 그렇게 느껴지던데...^^

stella.K 2010-09-05 11:19   좋아요 0 | URL
허지웅이 독특하긴 하죠.
최규석의 산문은 아직 읽어 본적이 없는지라...
그런데 뭐랄까? 최규석은 나름의 섬세한 감성이 느껴져
저 개인적으론 더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