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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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작가는 한 권도 읽지 않을 수는 있어도 한 권만 읽게 되지 않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나의 삼촌 블루스 리'를 재밌게 읽어서 곧이어 이 책을 읽었다.    


첫 번째 수록작인 '프랭크와 나'는 문학상 수상작이라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남편의 사촌 형이 랍스터 사업을 같이 하자며 그가 살고 있는 캐나다로 시찰을 하러 오라며 남편을 불러들이면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그때부터 아내인 나의 불안은 시작된다. 남편은 착하고 좋기는 한데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경제력은 별로다. 또 그렇게 먼 곳으로 혼자 보내는 건 왠지 불안하고 미덥지가 않다. 한마디로 물가에 내놓은 아아 같다. (이런 사람 집에 한 사람쯤 있지 않나?)


어쨌든 남편은 물 건너에 있으니 매일 전화로 자신의 안부를 전해주지만 그 전하는 말들이 실로 범상치가 않다. 갱단을 만났다고도 하고, 갱단 두목이 자기 사촌 형과 이름이 같은 프랭크라고도 하며 그 두목이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 자세히 말해주기도 한다. 


또 그러다가 어떤 땐 연락이 두절되기도 한다. 그러니 아내인 내가 겪는 불안은 그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다. 더구나 남편을 캐나다로 보낼 때 없는 돈에 오빠에게 꾸기까지 했다. 연락이 두절됐으니 행방불명이면 대책이 없다. 피가 바짝바짝 마를 것이다. 물론 나중에 남편과 연락이 닿고 후에 무사히 귀국해 예전의 일상을 되찾는다.  


나름 재밌고 작가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스타일리시한 면이 느껴져 좋았다. 그러면서 (이국적이라기 보단) 무국적 느낌의 하루키 단편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이런 기시감은 이 작품에서만 느껴지는 건 아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천명관 작가가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게 지난 2천 년 초였으니 아무래도 하루키의 영향을 안 받았을 리 없다.    


기왕 '무국적 느낌'이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한국 작가가 썼다고 해서 등장인물을 꼭 한국 이름을 쓰란 법도 없다. 프랭크('프랭크와 나') 토마스(유쾌한 하녀 마리사' '프랑스 혁명사-제인 웰시의 간절한 부탁'), 마리사(유쾌한 하녀 마리사') 등 외국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다못해 '더 멋진 인생을 위해-마티에게'는 미국식 이름이 대거 등장(?)하면서 작가의 주특기인 영화 그것도 마틴 스코세이지의 애정을 드러낸다. (근데 내용은 영화와는 별로 관련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일종의 맥거핀 같은 건가?)     


그나마 국적을 알 수 있는 건 '프랑스 혁명사-제인 웰시의 간절한 부탁'과 앞서 언급한 '더 멋진 인생을 위해-마티에게 정도를 제외하면 짐작하기가 어렵다.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무슨 프랑스나 프라하의 어떤 여자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작가는 도도하리만치 글쓰기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말에 갇히지 않으려는 작가의 어떤 의지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쨌든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힘이 느껴진다.   


게다가 '프랭크와 나', 표제작 '유쾌한 하녀 마리사', '비행기'의 공통점은 화자나 주인공이 여자다. 가끔 남성 작가가 여자를 또 반대로 여성 작가가 남자를 화자나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보곤 하는데 난 그게 좀 신기하다. 뭐 여러 등장인물의 한 사람으로 그릴 수는 있겠지만 보통의 자신감이 아니면 그렇게 쓸 수 있을까.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쓸데없는 기우란 생각도 든다. 뭐 그러니까 작가겠지만 특히  중편 '비행기'는 50대 여성의 불안하고도 다채로운 심리를 잘 표현한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기대하지 않고 읽다 빠져들었다.   


또한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알아채고 남편에 대한 살의와 증오심을 화자의 하녀 마리사의 수다스러움과 유쾌함에 슬쩍 묻어버리는 '유쾌한 하녀 마리사' 역시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잘 쓰지 않는 고백체로 썼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건 '프랑스 혁명사- 제인 웰시의 간절한 부탁'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일화를 각색했는데 참신한 시도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난 작가들 너무 자기 창작에만 매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가끔은 각색에도 도전해 봤으면 한다. 


이 이야기는 그 유명한 토마스 칼라일과 존 스튜어트 밀에 관한 이야기다. 거 알지 않나? 토마스 칼라일이 '프랑스 혁명사'를 쓰고 어찌어찌해서 존 스튜어트 밀이 검수해 주기로 했는데 그만 하녀가 그 원고를 불쏘시개로 쓰는 바람에 일순간 재로 날려버렸다는 그 유명한 일화 말이다.


사실 이 일화는 여타의 설교가들이 즐겨 사용화는 예화이기도 하다. 즉 후에 토마스 칼라일은 그 원고를 다시 쓸 수밖에 없었고, 초고 때 보다 훨씬 잘 써서 세계적인 명저가 되었다는 훈훈한 미담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이 작품에서는 흥미롭게 살이 더 붙는다. 그리고 그 관점을 원고의 주인인 칼라일이 아닌 존의 관점이다. 즉 존이 볼 때 토마스의 원고는 형편없었다. (거기엔 토마스에 대한 시기심도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 뭐 때문인지 자신도 바빠 죽겠는데 선배의 원고를 봐주겠다고 해서 그 원고를 집으로 가져온다. 물론 후회하면서. 일종의 공명심 같은 거였겠지. 그런데 하녀가 그런 실수를 한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하녀의 잘못도 아니다. 왼쪽과 오른쪽을 잠시 착각해서 말한 존의 잘못이었다. 즉 왼쪽(?)의 것이 평소 불쏘시개용 종이 묶음이었는데 말을 잘못하는 바람이 그런 사단이 일어난 것이다. 


처음엔 남의 원고를 날려 먹었으니 소스라치게 돌란다. 그런데 이내 뒤따라 오는 감정은 묘하게도 잘 됐다는 회심의 미소가 지어진다. 어쩔 것인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그렇지 않아도 자신도 원고를 불쏘시개용으로 쓰고 싶을 정도였는데 그걸 자신의 하녀가 대신해 줬으니 손 안 대고 코 푼 거 아니겠는가.  마침 자신의 집에 온 토마스는 존의 미소를 보고 내가 모르는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냐며 호기심을 드러낸다. 알면 경천동지할 일인데.  


물론 그렇게 초고를 잃을 수밖에 없는 칼라일에겐 비극적인 일이지만 원고는 쓰면 쓸수록 더 좋은 글이 된다는 건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아무리 유명한 철학자라고는 하나 어디 초고만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만들려고 하는가. 그건 완전히 날로 먹겠다는 거지.  아무튼 재미있었다. 주변의 등장인물과 배경을 살려서 이야기가 훨씬 풍성하고 코믹하다. 


'숟가락아, 구부러져라'라는 작품은 확실히 독자에게 작가가 386 세대라는 것을 새삼 각인시켜준 작품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찌 보면 386 세대라면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유리 겔라를 아는지 모르는 가로 알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단순한 마술사가 아니었다. 초능력자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숟가락을 구부리는 신공을 펼칠 뿐만 아니라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따라 해 보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정말로 구부러지는 기적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이 숟가락이 구부러진 기적을 체험한 사람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적이 늘 가능한 건 아니라는 것. 그 때문에 그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심지어 집을 나와 노숙자 신세가 된다. 또한 하나밖에 없는 딸에겐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숟가락을 구부린 기적을 잊지 못해한다.


왜 작가는 그때를 소환하는 걸까. 바로 그 386 세대가 오늘날 어떤 삶을 사는지를 작가 특유의 웃픈 현실로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당시 386 세대는 대단했지. 하지만 세월 흘러가면 그냥 추억을 먹고 사는 평범한 시민이 되는 것이다. 


마침 이 소설을 읽은 즈음 한 TV 프로에서 유리 겔라의 근황을 전하는 방송을 봤다. 역시 한번 초능력자는 영원한 초능력자인가 보다.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그에 대해 열광할 즈음이 미국이나 유럽 같은 데서는 그를 좋게 말해서 쇼맨 정도로 보고 외면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다 운 좋게도 우리나라를 만난 거지. 지금도 자신의 SNS를 통해 다소 황당한 주장을 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대통령 선거 때면 후보로 나와 황당한 공약을 펼쳤던 누가 생각나기도 했다.) 


우린 그때 유리 겔라에 열광했지만 그보다 앞서 프로 레슬링이나 프로 권투에 열광하기도 했다. 그것을 생각하면 우린 그렇게 열광할 어떤 존재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나의 삼촌 브루스 리'에서 작가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소설 자체가 아니라 소설을 쓰는 시간들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작품은 무슨 대단한 의미보단 정말 이야기의 재미 그 자체에 많은 공력을 들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물론 모든 작품이 다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작품은 그저 그런 범작도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작가는 장편에 특화된 작가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작품 속에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건 일종의 작가의 트레이드마크 같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서 천명관 작가의 발견은 좀 늦긴 했다. 그래서 이제 와 이런 얘기 하는 건 좀 어색하긴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내줬으면 좋겠다. 나에겐 어떤 신통력이 있는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알아볼 때쯤에 문을 닫던가, 멀리 떠나던가 그러더라. 이 작가에게만큼은 나의 그런 신통력이 안 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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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7-13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은 별 넷이로군요?^^
혹시 <고래>는 읽어보셨나요?
전 아직 읽기 전이라 궁금하네요.

stella.K 2023-07-13 17:31   좋아요 1 | URL
네. 지금 읽고 있어요. 왜 부커상 후보에 올랐을까를 생각하며 읽고 있는데 마르께스도 생각이나고. 암튼 잘 쓰긴 했는데 갠적으로 나의 삼촌 브루스 리가 젤 좋다는 느낌이어요.^^

니르바나 2023-07-14 0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생명력은 독자의 발견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스텔라님 처럼 자신의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만나는 것이
작가가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니까요.
요즘은 그 가치가 하락했지만 전에는 얼마나 많은 예비작가들이
각 신문의 신춘문예에 응모하며 당선되기를 고대했는지 모릅니다.
좀 과장하면 요즘 로또 복권 당첨처럼 어려운 일이었지요.
사법고시 패스보다 제자의 신춘문예 당선을 높이 평가해주시던
소설가 황순원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stella.K 2023-07-14 10:41   좋아요 2 | URL
맞아요. 안타까운 일이죠. 첫 작품이 마지막 작품인 경우도 많고, 젊을 때 한창 이름을 나렸던 작가도 벌써 5,60줄 타면 작품활동 잘 안하잖아요. 옛날이나 그렇지 요즘 5,60은 원로축에 끼지도 못하는데ᆢ 독자들이 안 봐주면 위축도는 건 사실이지만 언제 독자들 보고 글 썼나요? 그냥 가오 잡고 계속 쓰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저같이 눈에 띄는 날도 있을텐데.ㅎㅎ

물감 2023-07-14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태클은 아닌데요, 저는 고령화가족 한 권만 읽어봤습니다...ㅎㅎㅎㅎ

stella.K 2023-07-14 10:42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럼 나의 삼촌 브루스 리까지만 보세요. 그럼 안 잡아먹지~요. ㅋㅋㅋ
 


지난 한달동안 이용하는 통신사에서 컨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해 줘서 나름 부지런히 원없이 봤다. 나이 드니까 영화도 시큰둥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액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왜 이 영화에 사람들이 환장하는지 알 것도 같다. 예전 액션 영화는 주인공이 반드시 어려움에 직면하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를 보여주는데 이건 그런 게 없다. 그냥 보면 범인을 찾아내고 무조건 응징한다. 그게 관객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는 걸 영화 관계자들이 알았나 보다.


내가 쫌 좋아하는 손석구 피의 칼부림을 하는 건 확실히 보기가 역한데 마동석 때문에 그게 상쇄가 된다. 거침이 없고 두려움도 없다. 확실히 악을 응징하는 캐릭터는 언제나 환영을 받는다. 나름 귀엽기도 하고 매력적이다. 특히 그의 핵주먹은 믿음을 준다. 마지막 버스 대결신은 가히 압권이다.     


자막 많고 대사 많은 영화 이젠 별로다. 벌써 10년도 더된 작품인데 지금 봐도 좋다. 하긴 애니매이션의 장점은 그런 거 아니겠는가. 대사가 거의 없다. 그냥 보고만 있는 것으로도 그림을 보는 것처럼 너무 편하고 좋다. 

난 내가 이 작품을 이미 본 줄 알았다. 그랬더니 처음 봤다. 그럼 내가 뭘 보고 봤다고 착각하는 걸까...



클레이 애니매이션이다. 미국과 호주, 보모의 방치속에 살아가고 있는 18세 소녀와 44세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의 일종)을 앓고 있는 아저씨와의 무려 22년간의 우정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음산하고 괴기스럽다. 팀 버튼의 애니매션을 연상하게 되는데 놀라운 건 실화를 바탕으로했고,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람이 불행한 환경속에서 산다고 꼭 그 사람의 운명도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걸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작품. 작품을 논한다는 게 별로 의미가 없어보이긴 한데, 고백하자면 난 이 작품을 이번에 처음 봤다. 멋지긴 한데 아무래도 시리즈로 보는 건 좀 부담스러운 것 같아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우연히 영화 채널에서 봤는데 아쉽게도 끝까지 보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봤는데 나름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70년대 미국 이민 사회를 그렸다. 

난 한예리의 차분한 연기도 좋고, 윤여정의 자기중심적인 연기도 좋긴한데 왠지 스티브 연의 연기가 마음이 간다. 가장으로서 한 가정을 책임지고 산다는 게 쉬운 일인가.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가장이 된다는 건 역시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아내의 바람대로 장모를 모셔와 함께 살기로 했는데 이번엔 손자와 외할머니가 잘 못지낸다. 할머니는 좋아하는데 데이빗은 할머니가 너무 이상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데이빗을 연기한 앨런 김의 연기가 정말 좋다.) 아무튼 그럭저럭 살아갈 것만 같은데 이번엔 외할머니가 뇌졸증에 걸린다. 또 그런 중에도 어렵게 오랫동안 바라 온 일을 처음으로 성사시키고 가족 모두와 기쁨을 나누고 싶은데 그 순간 아내는 남편의 진실을 깨닫고 또 싸운다. 그리고 정말 이혼을 결심한다. 그런데 가만히 있기로 한 친정 엄마가 뜻하지 않게 화재를 내 헛간을 태우고 만다. 헛간엔 납품할 물건을 쌓아뒀다. 그걸 잃어버리게 생겼다. 

하지만 그게 꼭 불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은 평소 땐 죽일듯이 싸우다가도 그런 뜻하지 않는 일이 닦치면 놀라운 응집력을 발휘한다. 그게 가족이다. 친정엄마가 불을 냈으니 적어도 한동안은 이혼의 이자도 내지 못하게 생겼다. 남편의 입장에선 좋은 일일 것이다. 또한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외할머니와 손자의 관계도 처음으로 손자가 할머니를 걱정하는 어른스러움이 발휘된다. 

한국의 사위 같으면 그런 장모라면 의식하건 말건 마구 원망을 퍼부었을지도 모르는데 미국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지 장모를 탓할 마음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장모가 심어놓은 미나리 밭을 아들과 함께 나와 미나리를 딴다. 그게 참 짠하다.         

좀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 굳이 흠을 잡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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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7-13 1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범죄도시 같이 주인공이 승리하는 장면이 많은 게 저도 재밌더라고요. 더글로리, 도 그래서 성공했던 것 같아요. 예전 영화는 주인공이 당하기만 하고 관객이 마음 졸이게 한 게 많았어요.
더글로리처럼 이미 계획해 두었던 것(복수)을 보여 준다면 승리할 승산이 높으니 리얼리티가 없다는 평가를 피할 수 있을 듯요.
가족이란 그런 거죠. 제가 본 외국영화도 그런 게 있었어요. 둘이 이혼하려고 결정했는데 그때 아이가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서 부부가 합심하여 아이 찾기에 나서고 그러면서 서로 위로하고 결국 아이 찾고 부부가 화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예요. 불행에도 장점이 있는 셈이죠. 간단 리뷰 좋습니다.^^

stella.K 2023-07-13 14:42   좋아요 1 | URL
이번에 지니 TV가 예쁜 짓을 했어요.
예전엔 아주 가끔 5천원 3천원 TV 쿠폰 주더니.ㅋ
어제 자동종료 했는데 좀 아쉽긴 했지만 그렇다고 월정액 사서 보진
않으려구요. 계속 TV만 보게되서.ㅠ
더 글로리도 그렇군요. 힘 자랑하는 거 별론데 마동석 정말 매력적이예요.
귀엽기도 하고.
본 중에 제일 좋았던 건 ‘일루셔니스트‘랑 ‘미나리‘가 좋았던 것 같아요.
두 작품은 언니도 꼭 보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니르바나 2023-07-14 0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영화 많이 보셨네요.
니르바나도 <미나리> 좋게 보았던 것 같아요.
남들이 좋다하면 그저 따라가보는 영화 관람 수준이라서 좀 그렇지만
봉준호감독의 <기생충>에 이어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stella.K 2023-07-14 10:31   좋아요 2 | URL
잘 계시죠? 늘 저의 볼품없는 글에 댓글 달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ㅎ
영화는 정보력이 중요하죠. 아무거나 볼 수는 없잖습니까? 잘 하셨습니다. 저도 두 작품 모두 재밌게 봤습니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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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오래전, 앞으로 소설을 쓸 사람은 필수로 시나리오를 배워야 한다고 하셨던 나의 사부의 말씀이 생각났다. 하지만 난 그때 그 말을 별로 믿지 않았다. 사부는 시작은 소설로 시작했다 후에 시나리오로 전향하신 분이셨는데 그냥 하시는 말씀이려니 했다. 소설은 소설처럼 쓰고,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처럼 쓰는 거지 뭘 새삼스럽게 그런가 싶었다. 그렇다면 소설이 본래 가지고 있는 형태나 의미가 퇴색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게다가 사부가 말씀하시는 건 상업화된 허리우드 시나리오를 가리키는 것일 텐데, 난 허리우드 영화에 대해 약간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그런 저항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사부가 말했던 그 전범(典範)을 보았다. 굳이 말하자면 나의 사부가 이긴 것이다. 


물론 내 멋대로의 생각이겠지만, 내가 사부에게서 공부했을 때가 2008년쯤 되었던 때다. 그 시절엔 이렇게 소설을 쓰는 작가가 없었다. 그나마 이 작품이 2012년에 나왔으니 2010년대나 들어서 가능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시기적으로도 나의 사부의 말을 어느 정도 부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알게 된 건데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의 또 다른 작품 <고래>가 2005년도 작품이며, 작가는 이미 그 작품에서 그런 시도를 했었다고 한다. (난 아직 이 작품을 읽지 못했다.) 유구무언이다.                   


물론 굳이 소설을 영화처럼 쓰지 않더라도 훌륭한 소설은 많고, 사부의 그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소설을 쓸 소설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영화적 글 쓰기가 뭔지 그 전범을 본 이상 나에겐 개안에 가까운 경험임엔 틀림없다.  


사실 영화적 글 쓰기라는 건 설명하기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소설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쓰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 소설을 시나리오의 기법으로 쓴다는 말이다. 


그때 나의 사부는 말씀하셨다. 시나리오 쓰기가 소설 쓰는 것보다 몇 배는 어렵다고. 나는 그 말도 역시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니 사부의 말씀이 완전 이해가 갔다. 흔히 침대를 두고 과학이라고 하는데 영화야 말로 과학이다. 즉 쓸데없이 존재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처음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장면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시간이 갈수록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뭐 일종의 추리 기법과도 비슷한데 이것이 곧 시나리오다. 


그런데 그 형식을 소설로 썼다면 이게 또 단순히 시나리오를 쓰는 것보다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시나리오는 그 영화의 설계도란 말이 있다. 그래서 작가 특유의 문체 같은 건 그다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어차피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니까.) 그냥 누구라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만 쓰면 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를 소설로 옮긴다고 생각해 보라. 무엇보다 작가 특유의 문체가 살아 있어야 한다. 그 또한 만만한 작업은 아닐 터. 소설 쓰기가 더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 어려운 작업을 천명관 작가는 자꾸 해냈다. 한때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판을 굴렀다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구나 싶다. 


물론 앞서 나의 사부가 그런 말씀을 했다고 해서 시나리오 작가 모두 소설 쓰는데 유리할 거라고만 보지는 않는다. 시나리오 작가가 소설을 쓰는 건 또 다른 문제고, 새롭게 공부하고 개척한다는 뜻이겠구나를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단지 자신이 익힌 시나리오 작법이 이롭게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그렇게 생각하면 미안한 얘기지만, 기존의 소설가들은 서사 보단 문체에 집중하고, 주인공 외에 나머지 등장인물은 소홀히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더 분발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작품을 보면 주인공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에 라이프 스토리가 확실하다. 그리고 그것을 작가는 새끼 꼬듯,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능청스럽게 잘도 엮는다. 배우 송강호가 영화 <기생충>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 역시 계획이 다 있었다. 그리고 그 계획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사라진다. 그러니 시나리오 쓰기보다 소설 쓰기가 더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영화에서 단역은 있을지 몰라도 하찮게 존재하는 인물은 없다고 한다. 하다못해 엑스트라도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보이기 때문에 쓸데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만큼 어떤 인물일지라도 언제 나타났다가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합리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천명관 작가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보여준다. 예를 들면, 내가 기억하기론 도치란 인물이 초반에 나왔다가 가장 먼저 사라지는 인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을 보면 도치는 그렇게 비중 있는 인물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캐릭터고, 어떻게 최후를 맞고 이야기 바깥으로 사라지는가 확실하게 보여 준다. 또한 토끼는? 마 사장은? 언제 나타나도 평범하게 사라지는지 법이 없다. 


그런 만큼 인물 하나하나도 그냥 대충이 없다. 예를 들면, 오순의 경우도 그렇다. 얼핏 그 이름만 보면 촌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지만 오순이야말로 전갈과 같은 여자다. 그런데 비해 마 사장은 표독스럽지만 내면의 연약함을 가지고 쓸쓸히 죽어간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등장인물의 끝판왕은 역시 주인공 권도훈이다. 어찌 보면 가장 불온하고 연약한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인물처럼 외유내강형의 인물도 없다. 또 주인공답게 최후까지 살아남아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한다. 특이한 건 권도훈은 말이 없다. 그리고 정중동의 사람으로 죽음도 그를 비켜간다. 그런데 문제는 그는 그리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어떻게 이런 인물을 창조해 낼 수 있을까. 보면 볼수록 놀라운 캐릭터다.  


게다가 이소룡을 추종하고, 원정이란 여자를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사랑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현대사(1권에서)와 영화사(2권)를 아우르고,  80년대 삼청교육대를 다녀오고, 살인자로 누명을 쓰고 도피 생활을 하지만 오로지 원정을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기꺼이 영어의 몸이 되며, 결국 그의 바람대로 나이 들어 사랑을 이루는 고진감래, 사필귀정의 인물이다. 


그런 걸 보면 예전에 보았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나기도 한다. 포레스트가 지능이 떨어지는 인물인지만 미국의 현대사의 주요 장면마다 그가 있었고, 무엇보다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인물 아닌가. 모르긴 해도 작가는 이 영화에서 모티프를 얻어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도훈이 끝내 사랑을 이루는 것을 보면서 사랑을 믿지 않는 세상에서 우직한 바보만이 사랑을 이루는구나 하면서 이내 뭉클하기까지 했다. (최고의 사랑엔 최고의 서비스만을 바라지 않는가.) 그러면서 사람이 여러 가지를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한 가지만이라도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연스럽게 믿음과 사랑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불신의 시대에 믿음을 얘기할 수 있을까? 이 세대는 사랑이 가능한가? 예수님도 마지막 때에 믿음을 보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하시지 않으셨나. 그렇게 묻는다는 건 정말 몰라서가 아니라 통탄하셨기 때문이고, 있기를 바라서가 아닌가. 사랑과 믿음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겠는가. 이 이야기는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어딘가에 도훈이 있을 것만 같고, 없다면 꼭 있기를 바라게 된다. 


천명관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그런 말을 한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실패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런데도 왜 구원 없는 실패담을 읽는 것일까?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행에 빠진 사람이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 위해서 그리고 그 불행과 실패 속에서도 여전히 구원을 꿈꾸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이 자기 혼자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다. 하지만 난 읽는 내내 어린 왕자를 탄생시키고 별이 된 생텍쥐페리를 생각했다. 그리고 작가는 생텍쥐페리의 후예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지난 몇 달간 개인적인 일로 꿀꿀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다. (난 만화책은 사람을 웃길 수 있어도 소설이 이렇게 웃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작가들은 독자들이 좋은 책을 읽으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해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험하고도 지루한 세상에서 재밌는 책을 읽을 수 없다면 그 얼마나 삭막하고 불행한가. 


개인적으로 이렇게 재밌고 훌륭한 이야기가 왜 지금껏 영화화되지 않았던 건지 의아스럽다. 비록 부커스상 후보에서 만족해야 했지만 그런 권위 있는 상의 후보는 또 아무나 하겠는가. 이 기회에 주목을 받았으니 그의 작품이 영화화될 날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이 작품은 소설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텍스트가 될만하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겠다. 

작가의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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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3-06-27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요즘 거의 사용하지 않는 영화 관련 단어 중에 <각색>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설을 시나리오화 하는 일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만큼 예전에는 소설을 영화화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각색을 잘 했던 분이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 작가입니다.
김승옥 작가가 쓴 소설을 읽으면 영화 장면이 그려지는 것을 보면
작가 스스로 나중에는 영화화를 전제로 소설을 쓰시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소설 쓰고 각색하다가 스스로 영화감독도 했지요.
또 다른 인물로 소설가 최인호씨도 같은 경로로
소설가, 각색 그리고 영화감독까지 했구요.
스텔라님이 쓴 천명관의 소설 리뷰가 이 책을 다시 회생시킨 글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stella.K 2023-06-27 09:49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저도 그 두분에 대해선 들어본 것 같습니다. 근데 워낙 오래된 분들이라 떠올리기가 쉽지않았네요. 그리고 굳이 말하면 두분은 소설가의 자리를 끝까지 지켰던 분들이고, 그렇게 시나리오를 간간히 썼던 반면 천명관은 아예 소설로 전향했다는 거죠. 행로도 소설에서 시나리오로 나갈 거 같지만 이분은 시나리오에서 소설로 갈아탔다는 거죠. 리뷰에서도 밝혔지만 그건 또 다른 공부고 작업이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이 소설 정말 재밌었습니다.
참고로 니르바나님께만 말씀 드리는건데 그의 소설집은 별로예요. ㅋ

책읽는나무 2023-06-27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 천명관 작가의 소설 중 유일하게 읽었었는데 아주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고래>도 재밌으려나요?
옛날에 독자들 평이 좋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스텔라 님 리뷰를 읽으면서 브루스리 삼촌은 확실히 영화에 나올법한 캐릭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소설도 영화 보듯 장면들이 생생했던 것도 같구요. 시나리오 작가가 됐었어도 잘 풀렸으려나요?^^
예전엔 시나리오 같은 소설들이 굉장히 재밌게 생각되어지긴 했는데 요즘은 나이가 들었는지? 잔잔한 인생 이야기가 왠지 더 끌리고 감동스럽게 느껴져 소설 취향이 바뀌어감을 느낍니다.
그래도 <고래>는 꼭 읽어보고 싶네요.
책장에 사다 놓은지가 몇 년째인지????
책등이랑 책장이 바래져 있네요.ㅋㅋㅋ

stella.K 2023-06-27 19:10   좋아요 1 | URL
ㅎㅎ 이마도 천명관 작가가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이미 시나리오를 썼다 소설을 쓰는 거거든요.
작품도 여러 권 되고. 나이들면 영화 감독도 영화판을 떠나는데
시나리오 작가라고 안 떠나겠어요?
모르긴 해도 천명관 작가는 소설로 전향해서 성공한 작가는 아닌가 싶어요.
장르소설에선 이렇게 쓰는 작가들이 많을 거예요. 특히 미국 소설가들.
근데 우리나라 순수 문학에서 이렇게 쓰는 작가는 드물지 않나 싶어요.
없진 않겠지만 대중에 알려지기는 쉽지 않겠죠.
저도 <고래>를 얼마 전 적립금 탈탈 털어서 중고샵에서 샀는데
지금 전 그의 소설집을 읽고 있는데 그건 그닥 재미가 있진 않더군요.
그러다 보니 고래는 또 재밌을까? 은근 걱정중이어요.
외국 사람들 우리나라 작품 이상하게 쓴 거 좋아하잖아요.ㅎ
근데 얼마 전 레삭매냐님 리뷰 읽어보니 재밌다고 하셔서 읽어 볼 생각입니다.
천명관 작가는 아마도 30년 안에 무리나라 현대 문학사에 이름을 올릴만한
작가는 아닐까 싶어요. 계속 글을 써 줬으면 좋겠어요.^^

페크pek0501 2023-06-29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리하여 천명관 작가의 시대가 탄생하게 되나 봅니다. 신문에 부커상 후보로 나올 때부터 심상치 않다 했어요. 재밌는 소설이라고 하시니 관심이 가는군요.
위즈덤하우스 책이 잘 팔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장사를 잘하는 출판사랄까, 그런 느낌이에요.
책 기획에 공을 많이 들일 것 같은 출판사, 게다가 작가를 보는 안목도 있고 그런 출판사 같아요.
이 책이 4백 쪽이 넘더군요. 두 권을 합하면 8백 쪽이 넘겠군요. 올 여름 더위를 잊으시고 지내시게 만들 소설 같군요. 저도 올 여름은 더위를 잊을 만한 책을 몇 권 쌓아 놨어요. 그나마 책에 빠져 이 더운 여름을 버텨 보려 합니다. 리뷰 잘 읽었어요. 좋군요.^^

stella.K 2023-06-29 19:4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예담이 위즈덤 하우스의 임프린트였네요.
근데 ‘나의 삼촌- ‘도 그렇고 ‘고령화 가족‘은 표지가
별로 맘에 들지 않더군요.
고령화 가족‘만이라도 리커버로 다시 나와줬으면 좋겠어요.ㅎ
전 요즘 그의 소설집 읽고 있는데 앞에 두 편 정도만 좋고
내내 이거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비행기‘란 중편소설은
괜찮더군요. 여성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 하며 읽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라는 건 인정해야겠더군요.
장편이긴 하지만 금방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나중에 함 읽어보세요.^^
 

 

내가 보는 G TV에 월정액을 한 달간 무료로 볼 수 있는 쿠폰이 생겨 그동안 못 본 영화를 몇 편 챙겨 보았다. 한 일주일쯤 지난 것 같긴한데 앞으로 몇편이나 챙겨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려견을 키웠던지라 마음이 짠해질 것 같아 영화를 보는덴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일단 내가 유인석을 좋아하고 코미디라 부담없이 봤다. 하지만 이야기의 깊이는 없다. 그냥 유기견을 만들지 말자는 캠페인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퀼>이란 일본 영화를 본 적있는데 그거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싶다. 유인석과 차태현이 업치락 뒤치락하는 건 볼만하다.  


브랜든 프레이저가 누군지 내가 모르는 배운 줄 알았다. 그런데 한참 생각하니 오래 전에 이 배우가 나온 영화를 본 것 같다. <조지 오브 정글>이란 영화. 오래 전 본 영화니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저렇게 살이쪘으니 못 알아보는 수 밖에. 그때만해도 날렵했는데.


특수분장을 했고 실제로 살을 좀 찌웠다고도 했던 것 같다. 말에 의하면 브랜든은 거의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휩쓸고 제 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남우주연상을 다고해서 크게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도 있는데 그런 기대없이 보면 그럭저럭 볼만하다.


우린 이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귀를 기우릴 필요가 있다. 먼저는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그도 한계는 있을 것이다. 


워낙에 거구라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비 오듯이 쏟는다. 병원엘 오지 않으니 의사가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는가 본데 친구처럼 잘 지낸다. 가끔은 찰리의 넓은 어깨에 기대기도하는데 뭐 영화니까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땀냄새 장난 아닐 것 같다. 특히 겨땀은. 어떻게 참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을까 싶다.ㅋ


최근에 본 영화중에 가장 실망한 영화다.

탕웨이를 좋아해 기대를 많이했는데 역시 난 봉준호는 좋아해도 박찬욱은 좋아할 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탕웨이를 좋아해도 박찬욱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만 얻었다. 결국 보다 엎었다. 박찬욱은 나에게 '공동경비구역 JSA' 거기까지라고 생각한다. 난 이제 탕웨이 아냐 탕웨이 언니가 나온다고 해도 박찬욱이 만든 영화는 안 볼꺼다.


비교적 오래된 영화긴 한데 화가 클림트에 관심이 있다면 꼭 보라고 추천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클림트에게 이런 과거가 있었다는 게 좀 놀라웠다. 물론 클림트는 나오지 않는다. 영화만 보기엔 좀 난해할 수도 있다. 클림트에 대한 예비 지식을 갖고 본다면 의미있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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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3-06-21 14: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좋은 영화 많이 보셨네요.
한달 무료면 아직도 시간이 남아 있으니 재미있게 영화감상 하세요.
따지고 보면 월정액을 내니까 무료라는 것도 공짜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G TV는 한달에 이용료가 얼마나 되나요.

stella.K 2023-06-21 18:00   좋아요 1 | URL
제가 알기론 기본 요금이 3만원인 줄 알고 있어요.
저희는 이것저것 결합상품이어서요. 정확히는 잘...
그런데 말씀하시는 것처럼 사실은 무료가 아니죠.
그래도 가끔 TV쿠폰도 넣어주고 이렇게 무료 월정액을
주는 건 첨 있는 일은 아닐까 싶어요.
저도 몇년 전에 월정액 써 봤는데 그게 다달이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3개월, 6개월, 1년 이렇게 단위별로 쓸 수 있게 되있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영화비 정도로 거의 무제한으로 볼 수 있긴한데
어떤 건 안 되는 것도 있어요.
그리고 괜히 돈 아깝다고 열심히 보게 되니까 다른 일을 못하겠더라구요.
이것도 무료니까 보는 거지 일부러는 못 보겠더라구요.ㅋ
대신 요즘엔 그동안 못 본 최신 영화를 볼 수 있어 좋긴하더군요.
네. 그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나리자 2023-06-24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어질 결심> 대본이 블로그에서 엄청 보였던 것 같은데 그 영화인가요?
탕웨이가 나오는군요. 많이 실망하셨나봐요.ㅎ
저는 넷플에서 가끔 드라마를 보는데 최근엔 어쩌다가 중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동양이라 그런지 우리와 비슷한 감성이구나, 했네요. 재밌어서 아껴가며 조금씩 보고 있어요.ㅎ
주말에 좋은 에너지 충전하시길 바랄게요. stella.K님.^^

stella.K 2023-06-24 19:20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저도 많이 보여서 꽤 괜찮은줄 알았는데 탕웨이 거니까 왠만하면 참고 봐줘야하는데 박찬욱은 정말 용서가 안되더군요. ㅋ 다음 사이트에 엄청 욕을 많이해 놨더군요. 그러고 보면 서양사람들 꽤 동양에 대해 묘한 신비감을 갖는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모나리자님도 좋은 주말보내십시오.^^

얄라알라 2023-06-26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어질 결심

만족스럽지 않으셨나봐요

저는 그 영화를 극장, 심야 극장에서 무서워하면서 보았던지 꼭 1년이 다 되어가네요

stella.K 2023-06-26 14:05   좋아요 1 | URL
엇, 무서우셨어요? 박찬욱 감독이 그로테스크한 면은 있지만 무서운건ᆢ하긴 좀 몇몇 장면은 좀 거시기하긴 하죠? 더구나 심야에 보셨다니 좀 그랬겠어요. 근데 심야영화가 하긴하는군요. 전 심야에 주로 자기 때문에 좀 낮설어요. ㅎㅎ

2023-06-26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6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로 지은 집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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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나는 '책으로 지은 집'으로 오독을 했었다. 오독을 하던 제대로 읽든 제목은 뭔가 상징성이 있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정말 책으로 집을 지을 수도 있을까? 얼핏 페트병이나 아이스크림바(일명 하드)를 먹고 나오는 나무 막대기를 모아 집을 지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아주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책의 재질은 나무가 아닌가. 집 짓는데 나무가 사용되기도 하니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다.


이 책은 1958년 이어령 교수와 저자가 결혼해 살아온 과정을 집의 연대기로 풀어간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발간 때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다. 발행 시점이 이어령 교수의 타계 1주기에 맞혀 나온 걸로 알고 있다. 이어령 교수는 자신을 위해서는 글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어느 때가 되면 평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때까지는 이어령 교수에 대해서는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집 이야기다.


나는 왜 집 이야기를 좋아할까. 그것은 나의 향수를 가장 많이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다른 것들도 많을 텐데 하필 집이라니. 더구나 난 이사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집에 관해서는 (저자만큼은 아니어도) 꽤 쓸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집을 부동산의 가치로만 보는 것 같은데 집도 오래 살면 영혼이 깃드는 법이다.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보이는데, (교수도 누구도 아닌)남편 이어령 교수와 직업인, 아내, 어머니로서 치열하게 살았던 저자와 집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이들 부부가 함께 어울렸던 당대 문인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등장한다.


남녀가 결혼하면 아이 낳고, 살림 늘리고, 좀 더 넒은 평수로 이사하길 바라는 건 70년 전이나 후나 똑같은 것 같다. 이어령. 강인숙 부부도 부부의 연을 맺은 이상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서재를 꾸밀 수 있는 집을 갖게 되길 바랐다. 어쩌면 그것을 위해 그처럼 많은 이사를 하고 살았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왜 이들에게 서재가 그처럼 중요했을까. 저자는 책에서 몇 번씩, 남편은 평론을 쓰려면 늘 책을 펼쳐놓고 써야하기 때문에 서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썼다. 그러자 평론가들을 조금 이해가 된다. 요즘엔 서재나 연구실을 갖지 않은 평론가가 있을까. 하지만 이들이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50년대 후반 60년대는 여간 부자가 아니면 서재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했다. 어느 시인에게 왜 시인이 되었느냐고 묻자, 종이와 펜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평론가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런데 이 책 읽으면 읽을수록 묘하게(?) 빠져든다. 나 역시 저자가 살았던 세대 안에 교집합처럼 살았으니까.


그렇게 저자는 고진감래 끝에 드디어 2층 집으로 이사를 하고, 남편과 자신을 위한 각각의 서재를 만들어 좋아라 했단다. 그러나 그도 잠시. 2층 집이 그렇게 추운 줄은 몰랐다는 쓴다. 그때는 새마을 운동 때문이었을까. 2층을 올리는 집도 많았다. 하지만 나의 엄마는 가장 쓸모없는 집이 2층 집이라고 했다. 아직 가스나 기름을 쓸 수 없고 대부분 연탄을 썼는데 그 연탄이 2층까지 덥히진 못했다.


지금도 기억하는 건, 피아노 선생님댁이 2층 집이었는데, 추운 날 피아노를 치러 갔더니 선생님이 입고 온 오버코트를 벗지 못하게 했다. 입에선 허연 김이 나왔고, 피아노 치는 손이 굳어질까 봐 선생님은 조그만 전기 곤로를 켜고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손을 쬐게 하곤 했다. 그래서 대개 2층 집은 겨울 한 철은 비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불편하고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런 집을 저자는 7년인가를 살았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정말 입에서 김이 나올 것만 같다.


그렇게 이 책에 빨려 들어가고 있을 때 내 눈이 저자가 시구문 근처에서 살았다는 사실에 멈춘다. 와, 시구문! 우리 집도 시구문 근처에서 살았다. 지금은 철거된 지 오래지만 조선시대 시체가 나가는 문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저자의 삶의 배경과 내가 자꾸 오버랩되니 무슨 퍼즐을 맞추듯 이 책이 자꾸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지 않아도 저자의 세 분의 자제 중 한 분이 나와 나이가 같거나 비슷한 연배인 걸로 알고 있다. 실제로 두 분은 나의 큰아버지, 큰어머니 벌쯤 된다. 아, 이거 너무 오버하나? 우리나라 사람들 누구와 조금만 비슷해도 뭔가의 동질성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던가. 이해하시라.ㅠ


그러다 결정적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저자는 윤남경 씨가 학교 선배고 친하게 지냈다고 짧게 밝히고 있다. 이럴 수가.


윤남경 씨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분은 소설가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80년 대 초중반 K 본부에서 했던 '사랑방 중계'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원종배라는 아나운서와 YMCA 총무를 역임했던 전택부 선생이 MC를 맡고, 가끔 이분이 게스트로 나오기도 했다. 제목 그대로 내 이웃의 이야기를 사랑방에 온 느낌으로 오손도손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였는데 나름 인기가 있었다.


이분의 백부가 윤보선 대통령이다. 그러니 어떤 집 자제인지 알겠지. 그런데 나의 아버지는 그 프로에 나온 윤남경 씨만 보면 왕고모, 왕고모 했다. 촌수에 그리 밝지 않은 나는 사촌 이상만 넘어가면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와 이분을 둘러싼 복잡한 촌수를 정리했다.


정확히는 이분의 어머니가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나의 친할아버지의 누이시다. 그러니까 이분과 나의 아버지와는 고종사촌 지간이 되고, 따라서 아버지가 왕고모라고 했던 건 이분의 어머니가 나에겐 왕고모님이 되신다는 말이었다. 처음엔 이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 집은 그렇게 뼈대 있는 집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런 뼈대 있는 가문과는 단 1도 연관되어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년 시절 명절 때면 할아버지가 고모가 사는 집으로 심부름을 보내곤 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명절 선물을 드리고 오라는 것이다. 그런 것으로 봐 남매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긴 출가외인이고, 워낙 세도가다 보니 처가에서 무슨 말이라도 잘못 흘러 들어갈까 봐 조심이 지나친 거겠지.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렇게 내외를 하는데 아버지라고 그 심부름이 쉬웠겠는가.


그래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도 한동안 왕래가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이 책을 엄마한테 소개하면서 저자와 윤남경 소설가의 관계를 말씀드렸더니 엄마도 이분에 대한 기억 한 자락을 털어놓는다. 엄마가 시집온 지 얼마 안 돼서 자매가 놀러 왔는데 얼마나 자로 잰 듯 바른지, 나의 큰 고모 즉 아버지의 누나가 머리를 잘못 빗어서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흘러내렸다고 한다. 그러자 그걸 그냥 안 지나치고 콕 집어 지적하더란다. 나는 역시 양반은 다르구나 했다.


내가 왜 이 얘기를 털어놓냐면, 사실 그때 내친김에 윤남경 소설가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그 시절 기자도 하고(대단하지 않은가? 하물며 여자가.) 소설도 꾸준히 써서 그 편수가 꽤 여러 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하면 동명이인의 책은 있지만 이분의 책은 단 한 권도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절판된 것으로도 나오지 않는다. 이분의 출신학교 도서관에 가면 찾을 수 있으려나.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 작가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 좀 이 분의 책을 발굴해 줬으면 좋겠다.


누구는 6명만 건너면 (누구는 4명이라고도 하고) 우린 어떤 식으로든 아는 사람으로 연결되어 있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저자와 나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먼 친척이 아는 사이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이 책이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면서 본의 아니게 사심 가득한 리뷰가 되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 이 책을 안다는 이유만으로 모일 사람이 어느 학교 운동장 한가득은 되지 않을까.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책은 이렇게 저자와 독자가 어느 지점에선가 만나고, 공감하고 더불어 사고의 폭이 함께 넓어지는 책은 아닐까. 


요즘 저자는 어떻게 지낼까 감히 상상해 본다. 워낙에 이어령 교수가 드리운 그늘이 크다 보니 오늘도 홀로 영인문학관을 지키고 있을 저자의 고독이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모쪼록 건강하고 평안하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좋은 책을 내주셔서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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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3-05-09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그러고 보니 뼈대있는 가문이시군요.
왕고모면 5촌이니 아주 가까운 친척이니까요.

집도 오래살면 영혼이 깃드는 법이란 말씀 맞습니다.
사람이 떠나가면 집에 귀신이 산다고 하지 않습니까.
시골에 있는 빈집 뿐 아니라 잘 지어놓은 집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방 표시가 납니다.
집은 사람이 살면서 호흡하면서 관리를 해주어야 제 구실을 하니까요.
스텔라님 피아노 배우셨구나. 어디까지 치셨어요?
저는 바이엘로 졸업했습니다.



stella.K 2023-05-10 16:40   좋아요 1 | URL
ㅎㅎ 이론상으로는 그렇긴하죠.
하지만 저의 선대분들이라 그냥 풍문으로만 듣는 거죠.
저희 집은 사촌하고도 친하지 않아 안 보고 산지가
꽤 됐니다. 아마 길거리에서 만나도 잘 모르고 지나칠 걸요. ㅋ

저는 체르니도 치고, 하논도 친 기억이나요.
바이엘이면 가장 먼저치는 건데
니르바나님 정말 피아노와는 별로 친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yamoo 2023-05-10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소설도 꾸준히 읽으시는 스텔라님~^^

작가와 평론가는 하늘과 땅 차이죠..ㅎㅎ
우리나라 평론가의 글 쳐놓고 좋은 글을 거의 못봤습니다.
평론은 창작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가는 루트...

작가는 책이 없어도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되죠..ㅎㅎ
책이 필요한 평론가는 아마도 대가는 아닐 겁니다..^^

stella.K 2023-05-10 16:52   좋아요 0 | URL
아유, 전혀요. 그냥 관심만 많습니다.ㅠ

그렇긴 하죠. 사실 우리나라가 책을 안 읽으니
평론집이라고 읽겠습니까? 평가절하된 것도 있죠.
근데 가끔 평론집도 읽으면 읽을만 해요.
우리나라 문학의 흐름도 알 수 있고.
특히 요즘 젊은 평론가들은 나름 톡톡 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 같더라구요.
어쨌든 튀어야 사니까.^^

서곡 2023-05-10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한 가지 배웠습니다 시구문 ㄷㄷㄷ

stella.K 2023-05-10 16:52   좋아요 1 | URL
시구문을 모르신다니 서곡님은 저 보단 젊으신 분이신가 봅니다.ㅋ
그것도 모르긴 해도 사람을 살리기 위한 방편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옛날엔 역병이 워낙 많았으니 산 사람과 죽은 자를 빨리
격리시켜야 하지 않았을까요?
예전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없애는 것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결국 철거됐죠. 시구문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없어졌는지 모르게 없어진 것 같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3-05-12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책을 가까이 하는 이들이라 얘기가 잘 통했을 듯하네요.
각각의 서재를 꾸며 놓는다면 멋질 것 같아요. 우선 집이 커야겠지요...
저는 집 구경이 재밌어서 그런 프로가 눈에 띄면 채널 고정하고 시청합니다.

stella.K 2023-05-12 19:34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먹방이나 집방 같은 예능은 또 의외로
거의 안 보죠. 어차피 저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좌절을 느끼게 해 줘서 싫어한답니다.
대리 만족이 절대로 안 되는 인간이죠.ㅠㅠ

transient-guest 2023-05-20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각자의 서재를 따로 가졌다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 인연을 맺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강남인지 사대문 안인지 몇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 겹치는 경우가 있다던데 정말 그럴 수 있겠습니다. ㅎㅎㅎ

stella.K 2023-05-20 10:20   좋아요 1 | URL
저자의 서재는 조그만 방이 남아서 그렇게 했다고 하더군요.

어디 어느 특정지역 만이겠습니까? 페이스북만 봐도 알 수 있죠. 나는 잘 모르는데 내 아는 사람이 안다고 그러기도하고 나 아는 사람 때문에 오래 전에 알았던 사람과 다시 알게되는 연극같은 일이 있지않나요? ㅋ 그래도 또 안 만나게되는 사람은 안 만나긴 하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