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러시아가 도스토예프스키 전기 영화를 만들었나 보다. 그것도 8부작 TV 시리즈로. 무려 방연연도가 2012년이다. 우연히 올레 TV를 뒤지는데 이게 딱 걸렸다. 우리가 외국 배우를 안다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와 일본 배우 정도나 집중적으로 알지 러시아 배우의 이름을 알기란 쉽지 않다. 예브게니 미로노프란 배우가 도스토예프스키 역을 맡았다. 이 배우는 <더 레볼루션>, <스페이스 워커> 등에 나왔다고 한다.  

 

이 배우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싱크로율은 거의 90% 정도? 참고로 이 배우는 1966년생이란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과 실제 도스토예프시키의 전기는 또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다른 이의 전기 영화가 그렇듯 나름 충실하게 만들었다고 믿어야겠지? 지금 우리나라엔 도스토예프스키의 평전은 절판된 걸로 알고 있다. 

 

솔직히 도스토예프스키를 깊이 연구하지 않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극히 단편적이다. 뭐 사형 직진에 집행정지를 받은 거나, 간질이 있다는 것과 노름꾼이란 정도가 전부 아닐까? 그런데 영화는 여성 편력도 좀 있고, 신앙이 깊은 줄 알았는데 그건 표피적이고 명성에 비해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는 걸 영화는 나름 잘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도박만하지 않았어도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름빚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그의 빛나는 작품을 읽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할 때 글쎄, 작가는 등 따숩고 배 부르면 안 되는 직업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시리즈의 평점은 5점 만점에 2.9점인데 물론 다 믿을 건 아니지만 처음 점수가 낮아 보기를 좀 망설였는데 그래도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원래 전기 영화에 대한 평점은 대체로 짠 편인데 그 정도라면 양호하다고 봐야겠지. 참고로 내 개인 점수는 3.5다. 어쨌든 이 시리즈를 보니 도스토예프스키가 부쩍 읽고 싶어졌다.

 

이 영화는 영화라기 보단 뮤지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지금까지 프로듀싱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갈라쇼다. 우리가 알만한 유명한 작품들은 그의 손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캐츠>, <올리버> 등등의 작품들.

 

한마디로 그는 기념비적 인물임엔 틀림없다. 지난 2008년도에 영국 여왕 부부를 모시고 이런 공연을 한 것이다.

 

성격상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는 걸 좋아하지 갈라쇼는 별로라고 생각해서 조금 보다가 말려고 했다. 그런데 거의 세 시간하는 작품을 결국 끝까지 보고 말았다.

 

보면서 새삼 놀라운 건 등장하는 배우들이 정말 다양하다는 거였다. 인종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살찌고 늙은 노배우들 정말로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런 무대가 벅찰 법도한데 무대에 워낙 잘 적응이 되어서인지 지치지도 않고 자연스럽다. 그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굉장한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젊은 사람에게 노인 역을 맡길 망정 노배우를 뮤지컬에 직접 쓰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 뮤지컬 1세대들이 있다. 전수경이나 남경주, 최정원 등. 그들은 어느 새 중년이 되었고 앞으로 10년 안에 일선에서 물러나 있겠지만 난 이들이 10년 후, 20년 후에도 무대를 지켜줬으면 한다. 암튼 늙었든 살이 쪘든, 어떤 인종이든 다양하게 인물을 쓰는 그들의 시스템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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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23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키 선생의 가장 큰 반전은 엄청 다정다감한 남편에 아이들을 넘 ㅎ 사랑했다는거!러시아 저시절 남자들은 술-도박-폭력이런 나쁜 버릇을 일삼았는데,,,,나보코프 외삼촌이 도키선생 시베리아 유형지에 있을때 감찰관으로 가서 심문 한적 있는데 그렇게 예의 바르고 교양이 넘쳤던 젊은이였다고 하더군요. 뮤지컬 한국은 거의 아이돌들에게 점령 당해버려서 ,,,,

stella.K 2021-03-24 16:56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그런 인간적인 면들이 좀 더 들어나야 하는데
뭐 감독이 없는 말 지어내지는 않았겠지만 너무 그런 측면을
배제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더군요.
그래도 러시아의 풍광이나 사람들과의 갈등 뭐 그런 부분들은
나름 충실하게 그렸더군요. 괜찮았습니다.

맞아요. 아이돌에 의해 점령 당해버렸죠.
그 아이돌이 뮤지컬에서 잘 자라준다면 봐줄만도 한데
이거했다 저거했다 철새처럼 떠다니는 것도 좀 그렇고.
옥주현은 뮤지컬 2세대로 잘 자라고 있잖아요.ㅋ

cyrus 2021-03-24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높은 성우 대부분은 오래 활동한 분들이에요. 대표적인 예가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목소리가 박영남 씨인데, 이분 연세가 칠순 넘었을 거예요. 지금도 활동하고 계세요. 젊은 축에 속하는 성우들도 있긴 한데, 이분들의 연세가 40~50대에요... ㅎㅎㅎ 요즘에는 성우 대신에 연예인이 더빙을 맡는데, 이런 상황을 좋다고 볼 수 없어요.

stella.K 2021-03-24 16:59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양지운이나 배한성도 그 또래쯤 됐을텐데 말야.
난 옛날 시절이 그라워.
주말의 명화 시절엔 다 더빙이었잖아.
지금은 연예인 아니면 자막이니 성우들이 설 자리가 더 좁아졌지.ㅠ

레삭매냐 2021-03-30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끼 샘 탄신 200주년이라 왠지
도끼샘의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가질 않네요.

물론 언제나 도끼샘의 책들은 주변
에서 대기 중입니다.

stella.K 2021-03-31 19:51   좋아요 1 | URL
두께가 좀 부담스럽긴 하죠?
남의 나라라 그런지 쉽게 읽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영화에선 당대 베스트셀러처럼 묘사되더라구요.
아마도 그 시대엔 tv나 볼 것이 그리 많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철학적 주제를 좋아하는 것도 있을 것도 같고.ㅋ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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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반가운 새 책이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저자의 책을 세 권째 읽었다. 저자가 지금까지 10권의 책을 낸 걸 생각하면 반도 못 읽은 셈이지만 그래도 한 저자의 책을 그쯤 읽었다면 나름 인연이 깊다 싶다. 특히 이번 책은 오래전 <오래된 새책>을 읽은 후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의 책은 일반 서평집과는 조금은 다른 양상을 띠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인간의 독서행위에 대한 고찰하기도 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읽으면서 공감도 되면서 난 아직 이 정도는 아니지 하는 안도와 자존심의 스크래치 나는 소리를 번갈아 가며 들어야 했다고나 할까. (물론 그 스크래치는 오래전 인터넷 서점에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이미 나긴 했다. 독서 고수들이 어쩌면 그리도 많은지. 그전까지는 내가 독서 꽤나 하는 줄 알고 살았던 것을 깊이 회개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독서는 실존적 행위다. 누구와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는 건 그다지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문득 책을 좋아하면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먼저 저자가 지적했던 대로 샀던 책을 또 사는 것이다. 읽으면서 나도 혹시 그런 적이 있었나 생각을 더듬어 봤는데 딱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고 보면 없는 것이다. 대신 어머, 내가 이런 책도 샀어? 하는 책은 있었다. 그건 강영계 교수의 <사랑학 강의>다. 이걸 언제 왜 샀는지 모르겠다. 오래전에 절판된 것으로 아는데 모르긴 해도 중고샵에 절판본으로 싸게 나와 샀던 것 같다. 뭐 그게 아니어도 강영계 교수의 책은 사놓고 후회할 일은 없겠다 싶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까맣게 정신 줄 놓고 살다니 다소 어이가 없다.   


 


또 그래서 말인데 책을 좋아하면 절판본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절판돼 없는 책 보다 현재 있고 앞으로 나올 책들이 무궁무진한대도 굳이 절판된 책에 목을 맨다. 물론 희귀본이 될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고 구할 수 있을 때 구해야지 나중에 후회할지 몰라 사게 된다. 더구나 그게 우리가 알아줄 만한 옛 문인에 관한 책이라면 어쩔 것인가. 절판본에 대한 욕심은 중고샵이 생기고부터인데 이것이 활성화되기 전엔 절판본은 헌책방이나 나가야 사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중고샵에서 쉽게 살 수 있으니 이것에 대한 유혹이 새책에 대한 유혹보다 더 강한 것 같다. 지금은 필요한 책만 사자는 주의여서 절판본도 가급적 안 사려고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자꾸 눌러놨던 욕망이 자극을 받는다.       


 


희귀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은 구간 절판으로 나오지만 전에 엔인 랜드의 <아틀라스> 4권짜리가 중고샵에서 비싼 몸값을 자랑한 적이 있었다. 오래전 난 그 책이 궁금해서 두 권을 먼저 사 둔적이 있었는데 나름 뿌듯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얼마 안 있다 이 책이 새로운 판본이 나왔다는 걸 알았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아쉽다기 보단 그럼 그렇지 내 주재에 무슨 희귀본인가 했다. 


 


하지만 희귀본 좋아하는 사람은 꼭 있다. 솔직히 나도 능력만 있으면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헤매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다. 저자는 실제로 이 책에서 그런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느 날 동료가 무슨 책을 찾아 달라고 부탁을 하다 그것을 철회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자존심인지 굳이 찾으러 나섰다고. 그 부분 읽는데 웃음이 났다. 이걸 두고 점잖은 용어로 '젠틀 매드니스' 즉 애서광이라고 하지 않나. 책을 진짜로 좋아한다면 그 정도의 모험은 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나의 책 사랑은 아직도 어설프다 싶다.       


 


그런데 애서광은 꼭 책을 찾아 멀리 떠나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서광은 좀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단 책을 좋아한다면 애서광의 잠재적 요인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건 또 장서가들에게 있을 것이다. 물론 책을 사서 모을 땐 자신이 애서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서가라고 생각하지. 그러다 어느 날 어떤 계기로 모았던 책들을 처분해야 하는 때를 맞이해 보라. 그때 드는 정신적 반응이나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재작년 가을 큰 맘먹고 2, 30년간 모았던 책을 박스째 처분한 적이 있는데 책도 영혼의 산물일까, 그것들이 집을 나가는데 왜 자기를 파냐고 책들의 아우성을 듣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밤 텅 비워진 내 방 책이 있던 자리에서 머리 푼 책 귀신을 볼 만 같고, 내가 책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싶다. 책의 입장에선 한때는 왕의 총애를 받고 궁에 들어왔다 어느새 잊힌 궁녀가 된 처지가 되는 것인데 그것도 부족해 한 순간에 버려지게 되니 왜 그런 상상이 들지 않겠는가.  


 


요즘 책은 또 어쩌면 그리도 예쁘고 미끈하게 잘 빠졌는지 모르겠다. 못 생기면 버리기도 쉬울 텐데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지 않으면 사람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으니 각 출판사마다 그야말로 오지게 신경 쓰겠지. 그런 책을 또 몇 년 후에 통째로 드러낸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내가 그것들에 깔려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중고샵에 팔 수도 있다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으니. 그래서 책 좋아하는 사람은 방 하나를 서재도 꾸미는 것도 부족해 아예 집 한 채를 사서 서고 겸 서재로 꾸미기도 한다던데 이해가 갈 것도 같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오래전 나도 엄마랑 책 가지고 대립한 적이 있었다(모녀가 사이가 다정하고 좋기란 글쎄...). 나는 책을 좋아하고 엄마는 옷을 좋아한다. 서로 좋아하는 취향이 다른 건데 엄마는 그놈의 책을 어디다 쌓아두겠다고 자꾸 사냐고 구박을 한다. 쌓아놔 봤자 방안을 넘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도 그럼 엄마는 왜 옷을 자꾸 사는 건데 하며 맞섰다. 그러자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자도 아내의 분의 눈치 꽤나 보고 사시나 보다. 그래서 책을 사면 그 책을 받는 경로가 세 군데나 있다고 해서 놀랐다. 그만큼 책을 둘 장소가 세 군데나 있다는 말인데 왠지 부러운 생각이 든다.     


 


또 책을 좋아하면 있을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그 책이 문학과 관련이 있다면 여러 개의 번역본을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스토옙스키의 주요 작품만 해도 번역자가 많고 그에 따른 판본 역시 많다. 이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하나 달랑 읽었다고 자랑하면 우스워진다. 어느 출판사의 누구 번역을 먼저 대고 말해야 하는 시대가 왔는지도 모른다. 나는 저자 덕분에 채수동이란 우리나라 러시아 번역 1 세대에 속하는 번역자를 알게 되었는데 과연 그가 어떻게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번역했을지 궁금해진다. 조만간 사 봐야 할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지금까지 책을 좋아하면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지만 그래도 이 책의 미덕은 각각의 책에 대한 이면과 사연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에 있지 않나 한다. 특히 '잃어버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4번의 행방은?'은 한 편의 단편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 책이 아니면 그 미스터리를 어떻게 풀겠는가. 더구나 앞서도 채수동 번역가 얘기를 했지만, 저자가 그토록 그에 대해 온정을 담아 쓰지 않았다면 우리는 채수동 번역가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바둑 소설 <명인>을 번역했던 민병산 선생의 이야기와  <성문 종합 영어>의 저자 송성문 선생에 관한 이야기 역시 감동적이었다. 솔직히 나는 성문 영어 책이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도 학창 시절 저 시리즈 중 한 권 정도는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도 몰랐다. 그냥 남이 사니까 나도 산다는 정도였을 뿐. 알고 나니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렇게 오랜 세월 책을 읽어 왔지만 책은 역시 관심 있는 사람에게 자신을 열어 보이나 보다 싶다. 읽으면서 이 많은 사연들을 어떻게 끌어 모았을까 저자의 돈키호테적인 노력과 수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오탈자에 예민해진 건지 아니면 원래 이 책이 많은 건지 암튼 오탈자가 생각보다 많이 발견됐다. 오지랖 일지 모르겠는데 31p의 <경선지련>은 <경성지련>이다. 혹시 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제목을 바로 입력해야 할 것 같아서 알린다. 또한 243p의 '닐스의 모험'에서 작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여류' 작가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건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제 여류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으며 '여성'이라고 해야 한다. 아직도 이 말을 간혹 사용하는 예가 발견되기도 해 한 번 더 각성하는 의미에서 여기 밝혀둔다. 저자의 양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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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1-02-25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족한 책인데 이토록 자세한 서평을 남겨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말씀하신 부분은 2쇄때 꼭 반영하겠습니다 ^^ 편안한 밤 되셔요...

stella.K 2021-02-25 20:12   좋아요 1 | URL
오, 아닙니다. 읽으면서 정말 좋았고 뿌듯했습니다.
2쇄 곧 들어가나 봅니다.
다음 책도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책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균호 2021-02-2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곧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저의 희망사항이었습니다 ^^ 거듭 고맙습니다 !!

stella.K 2021-02-25 20:17   좋아요 1 | URL
ㅎㅎㅎ 곧 들어가게 될 겁니다.
이렇게 좋은 책이 쇄를 거듭하지 않으면 어떤 책이...ㅋㅋㅋ

희선 2021-02-2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사람보다 책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가 봐요 꼭 가져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서... 꼭 읽고 싶은 책은 어떻게든 찾아서 보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없으면 없구나 해요 두권 산 책은 없어요 책이 있지만, 다른 데서 예쁘게 나온 걸 산 적은 있어요 그것도 겨우 한권이네요 다른 것도 잘 못 버리지만 책 잘 못 버려요 아주 많은 사람보다 많지 않지만 정리를 해야 할 텐데...


희선

stella.K 2021-02-26 13:11   좋아요 1 | URL
저도 희선님과 비슷했어요. 없으면 말지하는데
이상하게 언제부턴가 없으면 기분이 안 좋더라구요.
실제로 읽지도 않을 거면서...ㅎㅎ
책 욕심은 없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전 항상 피천득 선생을 생각해요. 그분은 평생 2백권의 책만
가지고 사셨다잖아요.^^

cyrus 2021-02-2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제 방을 새로 도배했을 때 저와 어머니가 방에 있는 모든 책과 (무거운) 책장을 옮겼어요. 이때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어머니는 책을 많이 샀다고 구박했는데, 저는 화가 나서 “그러면 책 팔아 치우자”라고 했어요. 그래도 어머니는 아까운 걸 왜 파냐고 하시더라고요.. ㅎㅎㅎ 저 때문에 어머니 많이 고생했어요. 도배 이후로 책을 사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는데, 요즘 들어 다시 그 병이 도지기 시작했어요. ^^;;

stella.K 2021-02-26 13: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와, 그래도 어머니가 좋은 분이시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울엄마 같으면 옳다구나 팔자고 했을텐데.
그런 어머니한테 왜 맘에도 없는 소릴하고 그러니?
업어드려도 부족할 판에.
근데 네가 꽤 힘들긴 힘들었던 모양이다.
빨리 돈 모아서 책만을 위한 집을 하나 장만하도록 해.
그게 널 위해서나 여러 사람을 위해 좋지 않을까?ㅎㅎ
 
일본 근대는 무엇인가 - 정당정치, 자본주의, 식민지제국, 천황제의 형성
미타니 타이치로 지음, 송병권 외 옮김 / 평사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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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을 좀 했다. 내 나라 역사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남의 나라 역사를 안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싶어. 더구나 내가 역사를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일이긴 하다. 왜 난 이렇게 역사를 안 좋아하는 것일까. 그래도 학교 땐 국사든 세계사든 나름 좋아했다고 생각하는데 학교 졸업하고 나니 그나마 조금 가지고 있던 역사에 대한 지적인 근육이 알지도 못한 사이에 퇴화되어 버린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을 읽어 볼 생각을 했던 건 그런 없던 근육을 키워보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나마 내가 역사에서 관심 있다면 우리나라 근현대사다. 생각해 보면 일본은 악연이다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는 측면도 있을 테니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특히 우리나라 근대사는 기독교사와도 중첩되어있기도 하다. 과연 일본은 우리나라 기독교를 박해했던 나라로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다.    


일본의 우리나라 기독교 박해에 대해서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기독교는 유일신 사상이고, 일본도 천황을 신격화했으니 우리나라를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처음 읽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짧아 적잖이 실망감을 안겨줬다. 물론 유독 그 부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기독교 박해가 있기 전에 넓게 보자면 조선 침략사에 관해서도 특별할 것도 없이 거의 언급이 없다.   

     

굳이 보자면 무슨 개론서 같기도 하다. 역사 개론서. 대중서라고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살이 없고 재미나 흥미도 없이 건조하기만 하다. 새삼 이 책의 분류가 뭐지 싶기도 했다. 역사가 맞나 혹시 일본 정치학 개론서는 아닐까 싶기도 했다. 결국 저자에 대해 다시 알아봤다. 일본 정치학회 이사장이란다. 또한 한일역사공동위원회 일본 측 좌장이라고도 했다. 그러니까 또 좀 이해가 갔다. 이 책은 일본 역사를 다뤘다기 보단 일본 근대 정치를 소개한 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다. 


그렇더라도 좀 아쉽긴 하다. 저자가 한일역사공동위원회 일본 측 좌장이라니 아무리 중도적 입장을 취한다고 해도 당연 자기네 나라에 경도됐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니 우리나라나 중국 침략에 관해 이렇다 할 견해를 밝히지도 않은 채 일본이 자라 온 정치적 배경이나 그 역할에 대해서만 서술했을 뿐 아니겠는가. 우린 또 우리 나름의 입장과 시각이 있고. 그래서 역사를 규명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일본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구나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일본은 왜 과거를 반성하지 않을까란 관점만 가지고는 그 나라를 절대로 알지 못하겠구나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 이 책에 대한 기대를 잘못 가지고 있었고 선택 또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선택할 땐 내 기호나 이해를 위해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그것의 대척점에 있는 책도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솔직히 난 저자는 이렇게 쓸 수 있다고 해도 왜 이 책을 번역 출판할 생각을 했을까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세상엔 나의 기호나 이해를 위한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오해도 받지 않았을까. 난 그냥 이런 책도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일본에 대해 결코 알지 못했을 부분도 있었으니까. 또 그런 의미에서 정치사적으로 어느 일본 역사학자가 이런 책을 썼다면 우리나라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인가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면 이와 비슷한 성격의 책 즉 우리 정치사에 관한 책이 일본에 번역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하지만 이렇게까지 생각을 넓게 가지려고 해도 이 책은 선뜻 읽어 보라고 권하기는 몹시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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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21-02-07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잘 쓴 책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문장의 구조라든지..

stella.K 2021-02-07 20:15   좋아요 1 | URL
그죠? 정말 읽다가 빡치겠더군요.ㅋㅋ
 
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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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는 아니지만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 있고 그런 건 찾아보면 의외로 많을 것이다. '심미안'이란 단어도 그렇지 않나 싶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 보면, 심미안이라고 하면 뭔가에 쉽게 흔들리고 빠지고 마는 나약한 심성이나 또는 호사가와도 짝을 이루면서 돈 많고 하릴없는 사람들이 취미 삼아 예술을 즐기는 심리 뭐 그런 걸 연상하지 않나 싶다. 또는 제 눈에 안경이라고 남들은 별 볼 일 없는 걸 혼자만 좋다고 우길 때 농담 삼아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다지 긍정적으로만 쓰이지 않는 이 단어를 글 잘 쓰기로 유명한(기자 출신 작가들은 글을 잘 쓴다) 윤광준이 전면에 내세우며 아예 수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심미안이란 단어는 지금은 고풍스럽지만 과거 우리 세대(모르긴 해도 작가의 세대가 386이나 그 보다 조금 윗세대가 아닐까 싶은데)에서는 매우 익숙한 말이라고 했다. 고풍스럽단 말엔 동의하지만 익숙하다는 말엔 좀 갸웃거려진다. 과연 그랬던가? 적어도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해도 우리나라 대중이 심미안에 익숙하기까지 엄혹한 80년대는 지나야 가능하지 않았을까. 또한 심미안은 인간이 가진 (어떤) 능력보다 우월한 능력이며 '아름다움을 살피는 능력'이라고 했다.  


저자는 자신을 가리켜 딜레탕트라고 했다. 그것은 예술 애호가란 뜻으로 어원은 이탈리아어의 '딜레타레'고 기쁘게 하다는 뜻에서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기쁨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예술이 어디 그리 쉽게 찾아지는 것이던가. 그건 예술이 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공기와 같아서 그것을 알아보고 구체화하고 내면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남자용 소변기가 예술품이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금도 그것이 예술품인 것에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그런 걸 보면 무엇이 예술이고 예술이 아닌지 경계가 모호한 것 같다. 그러니 예술을 살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그래서 경험하고 공부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저자는 예술을 교과서에서만 배우고 마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학교에서 배우는 건 한계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타인의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미술이나 음악을 배우도록 강제하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당연히 자녀가 관심과 소질이 있다면 적극 밀어줘야 한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본인의 의지나 의향은 무시하고 남의 집 아이가 하니까 내 아이에게도 시킨다는 건 별로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요즘 그런 거 안 가르치는 부모가 어디 있냐고 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원하든 원치 않던 그건 기본이라면서. 하지만 저자가 말하지 않는가 예술은 스스로 하는 거라고. 그건 정말 스스로 알을 깨는 노력과 기쁨이 있어야지 누가 망치로 깨 주면 즐겁지 않고 부작용만 있다. 


사실 이건 내 얘기다.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게 해 주시면서 나더러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하셨다. 그건 내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모님의 일방적인 선택이었고 바람이었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피아노를 좋아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난 피아노를 좋아하지 않았고 피아니스트란 단어만 들어도 오글거리다 못해 주눅이 들었다. 또한 그걸 배우느라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난 피아노가 좋아지기도 전에 질려 꽤 오래도록 뭐가 그렇게 좋은 악긴지 알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나를 위한 부모님의 그런 노력이 전혀 무가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경험은 나름 오랫동안 내 안에 조용히 잠자고 있다가 초등학교 6학년 우리 반이 합주 경연 지정반이 되면서 깨어났다. 나 스스로가 합주를 하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사실 난 처음에 내가 무슨 합주를 하나 그저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멜로디혼은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건 내가 음악을 하기로 선택한 것과 같다. 피아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습하면서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 물론 연습하는 동안은 힘들고 지겹긴 했다. 하지만 학교를 대표해 합주 경연 대회에서 값진 3등을 하고 그 경험은 내가 클래식을 아는데 귀한 밑거름이 됐다. 예술은 이렇게 경험되는 것이고 심미안이란 그렇게 생겨나는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그때 나는 사춘기가 막 시작되었다. 사춘기를 잘풍 노도니 반항 기니 하지만 이때만큼 예술에 대한 갈증이 증폭되는 시기도 없는 것 같다. 한마디로 빅뱅이 일어나는 시기는 시기다. 아무리 예능의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지만 차라리 이 시기에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을 공부한다면 엄청날 것 같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의 부모님은 이미 오래전에 나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나 역시 더 이상 부모님께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책이나 많이 읽게 해 주면 좋겠다는 정도? 어찌 보면 부모님은 너무 일찍 나를 포기하신 것 같다. 뭐 그게 아니어도 초등학교 6학년이면 상급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다. 이미 아이들에게 예능 교육을 시켰던 부모도 그만두게 하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할 때다. 그러니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무슨 (얼어 죽을) 심미안이겠는가. 


아무튼 그때 이후 내가 들었던 클래식과 팝송, 사 들였던 음반들, 영화와 책 대한 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없지만 친구들 중에 가장 앞서있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대단한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다 상대적이다. 나는 그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런 잡사에 관심이 많았지만 내 친구들은 그런 부분엔 거의 문외한인 대신 학과 공부는 충실했으니 말이다. 그러데 저자는 말한다. 심미안은 마음의 눈을 뜨는 일이며 미적인 가치를 느끼는 능력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무기가 된다고. 그건 맞는 말 같다. 학과 공부를 열심히 쫓던 친구들은 졸업과 동시에 공부를 잊지만 그 시절 내가 들었던 음악과 책들과 영화들은 졸업 후에도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있다. 가끔 아티스트들 중엔 학력은 낮지만 자신의 분야에선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것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의 무기가 될 것이다.  


이 지면에 나의 어렸을 때 경험을 얘기했지만 그 이후로도 나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크게든 작게든 했다. 물론 그건 또 어느 순간 약화됐다가 강해지기도 했고, 어떤 건 이내 사라지기도 하며 그 대상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린 예술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눈에 들어오고 관심이 생기거든 한때의 심미안이라고 접어두지 말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앞으로의 시대를 문화의 시대 또는 문화 전쟁의 시대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은 적중했고 이제 한 나라의 국운까지 좌우하게 됐다. 지금도 보라. K팝 때문에 우리나라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거기엔 예술이 있고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안목 즉 저자가 그렇게 강조해 마지않는 심미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말한다. 미적 감각은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아니라 더 나은 아름다움을 선택하고 골라내는 능력이라고. 이것은 또 즐기지 않으면 절대로 얻지 못하는 거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그것을 역행하기까지 하니 안타깝다. 내가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기 전 피아노가 얼마나 멋진 악기인지 어느 음악회에서나 그 누구의 음반에서라도 체험해 봤다면 나의 시작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듣기도 전에 치기부터 했으니 이건 걷기도 전에 뛰기부터 하라는 것과 같다. 그러니 무엇이 기쁘고 즐거웠겠는가. 무턱대고 아티스트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먼저는 예술을 즐길 줄 아는 딜레탕트로 키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저자는 딜레탕트에 대해 좋게 말하면 예술 애호가지만 나쁘게 말하면 예술에 관심은 많지만 많이 알지 못하는 사람, 어떤 분야를 깊이 탐구하지 않고 피상적으로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겸손해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요즘 흔히 하는 말로 공공의 적이다. 나는 이 책을 받고 목차를 보다 기겁했다. 아무리 즐긴다고 하지만 사실은 공부한 거다. 한 가지 분야도 쉽지 않은데 무려 다섯 가지 즉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을 공부하고 이런 책을 냈으니 말이다. (농담이지만, 저자가 문학이나 연극을 다루지 않은 것을 얼마나 다행으로 여겼는지. 만일 그것까지 다뤘다면 나도 질투에 눈이 멀어 그를 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ㅋ) 


이 책을 읽으면 왜 저자가 겸손해했는지 알 것 같긴 하다. 사실 이 책은 각 분야에 대한 입문서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관심을 끌기엔 충분히 좋지만 깊이를 기대하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이 분야는 이렇게 즐기라고 조언을 담고 있는데 또 그러기엔 나름의 격조를 담고 있어서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읽으면서 진정한 딜레탕트가 되려면 진짜 부지런한 사람이 되야겠구나 싶었다. 어느 한 가지 분야만 공략을 해도 그런데 저자는 무려 다섯 가지 분야를 섭렵했으니 과연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싶다.


그래도 이 책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 아쉽다. 예술 전반을 다루긴 했지만 정작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뭔지 모르게 간과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심미안도 결국 사람의 눈 아닌가. 못 생겨도 아름다운 사람이 있고, 평범한 것 같은데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이것도 심미안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런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가 너무 엉뚱한 상상을 한 걸까. 


그런 말이 있다. 평생 아름다운 것만 봐도 다 못 보는 세상이고 인생이라고. 그렇다면 시간 낭비하지 말자. 누굴 미워하거나 게으름 피울 새가 없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도 실연의 아픔을 잊는다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아름다운 것을 찾고 연구하는데 전력투구해 보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사람만큼 아름다운 존재도 없다는 말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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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1-01-11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이야기네요 ^^
특히나 심미안과 취향의
경계를 생각한다면요.
예술의 사조만큼이나 심미안이 걸어온 발자취도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문장 ˝사람만큼 아름다운 존재도 없다˝라는 희망도 늘 가져야겠어요.^^


stella.K 2021-01-11 14:42   좋아요 1 | URL
ㅎㅎ 이 책은 어렵지 않아요.
쿠키님은 금방 읽으실 거예요.^^

cyrus 2021-01-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F만 아니었으면... 피아노 연주를 더 열심히 했을 거예요. IMF로 살기 힘들었던 시기에 피아노 학원을 그만뒀어요. 그 때부터 피아노 건반에 손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어요.

stella.K 2021-01-11 19:3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아픈 추억이...!
지금이라도 다시 배워 볼 생각은 없니?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꼭 다시 해.
너의 심미안을 위해.ㅎㅎ

레삭매냐 2021-01-13 10:27   좋아요 0 | URL
이 이야기는 참 슬프네요.

머니 때문이라니.

레삭매냐 2021-01-13 1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술도 즐기려면 돈이 드는 지라...

갠춘한 미술관 정도 가보려면 지방
에 사는 이들에게는 언감생심이지요.

모든 게 다 서울에 몰려 있으니깐요.
음악회, 뮤지칼, 빨레 기타 등등...

문화에 대한 접근성 문제도
결국 기승전 아파트로 귀결되나 봅니다.

stella.K 2021-01-13 13:32   좋아요 2 | URL
그건 그래요. 그래도 잘 찾아보면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곳만해도 구청에서 주관하는
음악회가 무료로 즐길 수 있어요.
지금은 온라인으로 하지만.
물론 항상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나름 노력하는 단체들이 공연을 하죠.
그래서 지방지자체 의원들의 활동이 중요한 것 같아요.
 

출연 배우들 모두가 내가 애정하는 배우라 눈에 띄여 봤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주지훈 때문에 봤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 이 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좋던지. 그런데 이 영화 2014년도 작품이다. 그때도 나름 지명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난 그냥 인기가 있나 보다 했고, 그 시기에 봤다면 주지훈 보단 지성 때문에 봤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배우니.

 

처음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아무리 주지훈이 나온다지만 범죄나 스릴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영화의 시작도 도대체 이걸 가지고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거지 좀 의문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근데 이 영화 잘못된 욕망은 파멸을 낳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달라 오히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이를테면 아무리 정없는 모자지간이라지만 엄마가 왜 죽었는지 끝까지 파헤치고, 아무리 친구들이라지만 확실히 응징하는 뭐 그런 방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건 그냥 암시만 줄 뿐이다. 대신 인철(주지훈 분)을 십분 활용한다. 정말 이 영화는 주지훈이 7할은 살린 영화다. 주지훈은 지신이 맡은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어찌나 허세 쪄는 양아치 역할을 잘 하는지. 그러면서도 내면에 인간의 순수함 내지는 친구의 의리가 뭔지도 안다. 

 

친구 즉 현태(지성 분)의 엄마를 죽게 만들고도 마지막까지 그 친구에게 괜찮은 친구로 보이고 싶어했던 그 마음. 공항 화장실에서 칼을 맞고도 먼 발치의 친구에게 그것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다 의자에 앉아 죽어가는 장면은 정말 서늘하면서도 영화사에 남을만한 장면은 아닐까 싶다. 무슨 프랑스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도 같고. 짐승 같은 남자들의 찐한 우정이란 이런 건가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제목이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중에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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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1-01-0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가 있었군요@_@;; 제목 보고 로버트 드니로 나오는 영화 생각했네요(옛날 사람-_-)

stella.K 2021-01-04 18: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는데 로버트 드니로가 나왔었죠.
본 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 함 보세요. 좋아하실 거예요.^^

2021-01-04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4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1-06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0^

transient-guest 2021-01-09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Good Fellas 생각했네요.ㅎ 한국영화는 요즘 못 보고 지나가는 것이 많습니다. 예전처럼 DVD를 모으지도 않고 극장이 아니면 아무래도 집중이 어렵네요. 언제 다시 영화관에 앉아서 가끔은 본편보다도 더 기대되는 예고편들을 보면서 1-2시간 조용히 즐길 수 있을런지요?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21-01-09 11:26   좋아요 1 | URL
아, 고맙습니다. 새해 벽두에 저의 서재도 찾아주시고.
아무래도 바쁘시고 코로나도 있고 극장 가시기가 쉽지 않으시죠?
올해는 모쪼록 코로나가 줄어들어 한결 여유롭게 극장을 다니실 수 있는
날이 오게되길 바랍니다.
그래도 가끔 한국 영화 다운 받아보시구요.ㅎ
님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바라시는 소망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