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3개 반 


이 영화를 보니 기억이 나긴한다. 뉴스에서 한때 론스타니 페이퍼 컴퍼니가 어쩌고 한창 떠들어 댔었지. 우리나라 뉴스가 그렇게 친절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뉴스의 문해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어서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 잘 몰랐다. 뭔가 불온하다는 것만은 확실한데.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까 좀 알겠다. 가끔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 고발성 짙은 영화가 있다. 이 영화가 그렇다. 물론 영화인만큼 만든 사람의 해석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알고봤더니 그 사건은 나라에 적잖은 손해를 입히는 중대 사건이었다. 놀라운 건 은행을 헐값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모했던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한 사람도 구속된 사람이 없다는 것. 그리고 이건 아직도재판중이며 재판 결과에 따라 나랏돈 5조원을 내줘야할 판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좀 허탈하다. 세상이 믿을 놈 하나도 없고 특히 우리나라 엘리트 집단은 더더욱 믿으면 안 된다는 교훈만 얻게 만든다. 그래도 영화 자체는 잘 만들었다. 엔딩이 좀 아쉽긴 하지만.


검사 역을 맡은 조진웅의 우직한 연기가 마음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신인 땐 TV 드라마에도 종종 나오더니 누구처럼 영화에 뼈를 묻을 모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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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6-26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검머외로 위장한 엘리트 계급들이
사회 곳곳에 빨대를 꽂고 우리나라
의 부를 유출한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아마 우리나라를 그만큼 잘 아니
쪽쪽 빨아 먹지 싶습니다.

아무도 책임 지지 않는 사회, 그게
가장 큰 문제이지요.

stella.K 2021-06-26 18:5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나 할까?
알고나면 허탈하고 화가납니다.
이완용의 후예가 아직도 살아있구나 싶더군요.
미쳤습니다.ㅠ
 
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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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역시 장서가는 돼도 애서가는 못 된다. 이 책도 (아마도)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샀던 것 같다. 하지만 애서하지 못하고 결국 장서하고 말았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책 겉표지는 비교적 깨끗한 편인데 책장을 펼칠 때마다 테두리가 누렇게 바래 있다. 더구나 이 책은 저자가 2006년에서 2009년 사이에 쓴 것으로 우리나라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 사고를 가지고 칼럼도 썼는데 잊고 있었단 사실에 새삼 놀라웠고 무슨 역사 칼럼을 읽는 것 같았다. 책이 꼭 유행을 타는 건 아니겠지만 내가 이 책을 안 읽어도 너무 안 읽었구나 왠지 찔끔거렸다.

 

장서가와 바람둥이의 공통점이 있다. 바람둥이가 상대를 알겠다 싶으면 곧 다른 사람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처럼 장서가 역시 갖고 싶은 책을 손에 넣으면 바로 다른 책에 눈을 돌린다. 책의 입장에선 꽤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나 좋다고 한 때는 언제고 독수공방 홀대를 하다니. 내가 이러려고 당신 손에 팔려 온 줄 아냐고 매일 밤 환청을 듣는 것 같다. 이를테면 이 책도 그런 책중의 하나였다. 더구나 저자의 유명세를 생각하면 독자인 나는 너무 책을 읽을 줄 모르거나 게으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몰락의 에티카>로 유명한 그 저자가 아닌가.

 

책을 계획에 따라 읽는 것과 마음 내키는 대로 읽는 것 어떤 것이 좋은 독서법인지 모르겠다. 올해 또는 이달에 무슨 책을 읽을 것인지를 계획했다면 이 책은 좀 더 빨리 읽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읽을 생각을 안 하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그나마 내키는 대로 붙들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이제야 읽은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아주 만족스럽게 끝까지 읽었다. 책을 어느 정도 읽어 온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 갈수록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그게 책 읽는 사람의 게으름이나 타성일 수도 있고 그 책이 지니는 한계 때문일 수도 있다. 

 

책에서 저자는 레이먼드 커버의 <대성당>을 읽고 쓴 글에서 일본은 이 책을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역했지만 너무 부러워하지 말라고 위로 겸 주위를 일깨운 대목이 나온다. 우리나라엔 소설가 김연수가 있다고 하면서. 김연수가 누구인가. 일이 년에 한 권씩 책을 내는데 그러고 나면 당신이 책 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상이 주어지고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그런 부류의 작가가 번역했다고 강조한다. 문득 이 부분을 읽는데 이거 저자 자신을 빗대어도 되는 말 아닌가 싶어 약간 실소했다. 물론 저자에게 책을 냈다고 상이 주어지거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론 저자가 책 내기만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번역에서 김연수와 하루키를 비교한다는 건 어딘지 난센스란 생각이 들긴 한다.) 왜 그런지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이 책은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저자가 문학평론가인만큼 우리나라 문학 전반을 다루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난 작년 무렵부터 그런 문학사나 문학 전반을 다룬 책이 좋아지고 있으니. 또 그건 문학평론가들의 일 아닌가. 하지만 문학평론가들은 꽤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먼 존재들이었다. 기껏해야 이미 고인이 된 김현이나 김윤식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고 그나마 그것도 전공자나 문학에 지극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아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는 사이 문학평론가들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못해 가혹할 정도가 되었다. 도대체 문학평론가가 뭐길래 이런 비난에 가까운 소리를 감내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하긴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에 책을 읽지 않는다는데 소설이나 시를 읽기도 버거운 판에 평론까지 읽어야 하나 의아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들은 굴을 파고 스스로 안주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21세기 문학평론가들은 다르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적이 됐다. 물론 그건 시작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그러고 나니 평론가들에 대한 시각이 잠차 바뀌기 시작하는 것도 사실이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자들은 아직도 잘 모른다. 왜 평론을 읽어야 하는지. 게다가 평론과 서평이 어떻게 다른지 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독자는 잘 알려진 유명인의 독서에세이나 서평집이 좋지 문학평론가의 평론은 왠지 어색하다. 예를 들어 이 책을 보면 내내 흥미롭게 읽다가 마지막 쳅터는 이것이 평론이다고 보여주듯 전통(?) 평론 몇 꼭지가 들어있다. 글쎄,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안 읽고 책을 덮으려고 했다. 물론 다 읽긴 했지만. 요는 나 같은 생각을 할 사람도 있을 거란 거다. 그럴 때 평론은 어떻게 독자에게 다가갈 것인가. 

 

저자가 언제 어떤 개기로 독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모르긴 해도 미문에 가까운 저자의 문체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다른 요소들도 존재할 것이다. 특히 어느샌가 모르게 글 하나가 끝날 때마다 마지막 문단에 꽂히게 만든다. 어떤 저자의 어떤 글이더라도 마지막 문장 또는 마지막 문단이 좋기란 쉽지가 않다. 하다못해 어떤 시인의 시도. 몇 개의 예를 들어 보자.

애국심이란 내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자를 증오하는 졸렬한 배타주의가 아니라 그 어떤 타자도 내 나라 동포를 대하듯 포용하는 박애 정신과 더 가까운 어떤 것이라고 믿는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을 사랑하는 일은 끝내 나 자신만을 사랑하는 일과 다르지 않아서 그 사랑은 가련한 사랑이다. -<그냥 놔두게, 그도 한국이야>

 

잘 알려진 대로 톨스토이의 문학과 그의 삶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문호 톨스토이는 인류의 교사를 자임했지만 인간 톨스토이는 자기 자신의 가장 열등한 제자였다. 그러나 그는 그 괴리를 좁히기 위해 고뇌했고, 그것이 톨스토이를 위대한 인물이 되게 했다. 고뇌는 공동체의 배수진이다. 그 진지가 무너지면 우리는 괴물이 되고 말 것이다. -<고뇌의 힘> 

   

카를 프리드리히 폰 바이체커는 1930년대 말에 뒤늦게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1927년)을 읽은 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이것이 철학이다." <봄빛>에 대해서라면 내 생각은 이렇다. "나는 한 편도 다시 읽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소설이다.- <한편도 다시 읽고 싶지 않다- 정지아의 '봄빛'>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생각했다.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만약 생존자가 하나가 아니라 적어도 둘이라면, 그리고 그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사랑하게 된다면, 거기에서 희망이라는 것이 생겨나겠구나 하고 더 짧은 결론, 눈먼 노인을 만난 남자가 자기 아들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 아이가 신이라고 하면 어쩔 겁니까?(196p) 그래, 무신론자에게는 희망이 신이다. -<무신론자에게는 희망이 신이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

 

7월 31일에 선생이 영면 하셨다. 소설이란 그저 재미난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많아졌다. 요즘에는 일부 작가들도 더러 뜻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청준의 책을 전부 태우지 않는 한, 소설은 이야기 이상이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삼국지> 세트를 구입할 생각이 없지만, 완간되면 삼십여 권에 이룰 고인의 전집은 구비하려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피 끓는 영웅들의 활극이 아니라 피맺힌 윤리학적 상상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고 이청준 선생님을 추모하며- 이청준의 [그곳을 다시 맞아야 했다]>

문득 내 글들의 마지막 문장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면 다시 볼 마음이 전혀 나지 않는다. 특히 그 알량한 서평인지 독후감 인지도 모를 글들을 볼 자신이 없다. 많은 경우 어떻게 마무리를 져야 할지 몰라 일독을 권한다란 말을 적잖게 썼던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마무리를 못하는 걸까 괜히 자책을 하게 된다. 이 글의 마지막 문장도 어떻게 써야 할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아무튼 독자는 이런 문장에 감탄해 저자의 책을 자꾸 사 보게 되는 건 아닐까. 독자를 사로잡는 서사와 문장이 없다면 우리가 왜 책을 사 보겠는가. 결국 작가의 이런 노력이 독자를 가깝게 만들 것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 책은 에세이지만 일정 수준 평론도 갖추고 있다. 또한 에세이라고 해도 평론가의 눈으로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난 작가가 평론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좋아 보였다. 우리가 왜 평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독자인 나로선 아직은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저 어렴풋이 느끼는 건 여러 관점에서 문학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문학적인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고나 할까. 아무튼 우린 평론을 일상 가까이서 접해보지 못했다. 독자가 평론을 가까이서 접해 볼 수 있게 해 주는 건 평론가의 숙제가 아닐까. 평론가도 소설가나 시인 못지않게 독자와 가까이 있어 줬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좀 바빠지겠구나 했다. 저자의 나머지 책도 읽어야 할 것 같고 저자가 책 속에서 소개한 몇 권의 책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아, 내 글의 마지막 문장은 결국 이렇게 마치는구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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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23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책은 또다른 책을 읽게 만드네요

stella.K 2021-06-24 11:08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런 책 넘 많지 않나요?
독서에세이나 서평집 백퍼죠.
사실 오래 전에 저자를 본 적이 있었죠.
나름 미남이긴한데 내 스타일은 아니라
뭐 글 잘 쓰는 사람이 한 둘인가요?
그래서도 오랫동안 읽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번에 읽어 보니까 정말 글을 잘 쓰더군요.
읽을 책이 늘어난다는 건 즐거우면서도
괴로운 일 같습니다. 언제 다 읽냐고요.
안 그래도 읽을 책도 많은데.ㅠㅠ

페크pek0501 2021-06-25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1부 시인, 2부 시집, 3부 세상, 4부 소설, 5부 영화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는 재미가 있어요. 그렇게 목차에 나눠 있어서 좋더라고요. 저는 완독은 못했어요. 지금 책을 찾아보니 반 이상은 읽었네요.
하루에 몇 꼭지씩 읽고 나서 목차에 나온 각각의 제목 옆에 읽었다는 표시를 해 놓았어요. 여러 책을 병행해서 읽는 습관 때문에요. 오늘 꺼낸 김에 몇 꼭지 읽어야겠어요.
글을 잘 쓰는데다가 목소리는 성우 같이 좋아요. 이 저자가 하는 팟캐스트를 예전에 반복해 듣곤 했어요. 팬이었죠. 멘트가 좋았거든요.
파란색 글 - 글을 뽑아 옮기신 것, 좋습니다. ^^

stella.K 2021-06-25 19:44   좋아요 0 | URL
ㅎㅎ 언니도 병행해서 읽으시는군요.
언제부턴가 저도 그렇게 읽고 있는데 이제부터라도
웬만하면 완독해 보려구요. 이 책은 저한텐 완독하기
좋은 책이었어요.
저도 한 번 팟캐스트 들어봐야겠어요.^^
 

별점:★★★★

 

오리지날버전은 상당히 오래됐다.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먼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여서 과연 새로운 버전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더구나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래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멜렉이 남들은 다 좋다고 난린데 나는 어딘가 어색해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꽤 괜찮은 연기를 펼쳤다. 프래디 머큐리 대역이 좀 모험이긴 했지 기본은 하는 배우다.

 

하긴, 오리지날버전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보기엔 투톱 같지만 사실은 각각 스티브 맥퀸과 찰리 헌냄을 위한 영화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만큼 더스틴 호프먼과 라미 멜렉은 주연에 가까운 조연이라고 해야하고.

 

새로운 버전은 오리지널버전에 충실했다고 본다. 난 그런 감독이 오히려 믿음이 갔다. 물론 감독의 새로운 해석이나 모험도 좋긴하겠지만 형만한 아우 없다고 오리지널에 경의를 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만큼 연출에 충실했고.

 

이 영화를 보면 당연 <쇼생크 탈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 자체만 보면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이 영화와 비교하면 웬지 비교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차이를 어디서 봐야할까. <빠삐용>은 인간 자체에 촛점을 맞추지만 <쇼생크->는 웬지 MSG가 다소 첨가된 느낌을 받는다.  

암튼 언제고 <빠삐용> 오리지널버전을 함 봐야겠다. 그거 본지가 언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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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6-05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래디 머큐리가 어색했던 건 이빨 교정기? 뭐 그런 걸 끼어서가 아닐까요? 이에 뭘 씌웠다고 알고 있어요. 입이 튀어 나와 보였었던 것 같아요. 못생겨 보이려고 일부러 그랬던 듯.

그저께 티브이 영화 채널에서 유해진이 출연하는 <럭키>를 봤어요. 참 재밌더라고요. 여러 군데에서 웃음이 터지면서, 내가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싶었어요. 앞으로 코미디 영화와 음악 영화를 주로 봐야겠어요.

빠삐용은 유명한 데도 제가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ㅋ

stella.K 2021-06-05 20:02   좋아요 1 | URL
그런 건 아니구요, 나름 연기도 좋긴한데
진짜 프래디 보단 얄상한 편이잖아요. 그게 좀 아쉽더라구요.
보는데 약간 심술이 나더라구요.ㅋ

빠삐용은 정말 명작이어요.
둘 다 좋긴한데 전 오리지날버전을 추천합니다.^^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이종화 지음 / 홍성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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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에서 그리스도를 찾다>란 책이 있다. 기독교인으로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인하된 가격으로 팔고 있다.) 마음 같아선 한 권 장만하고 싶은데 700쪽이 넘는 분량을 읽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 망설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 신부로 무려 1700년대에 중국 선교를 파송받고 웬만한 중국 고전을 독파하며 그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찾아갔다. 그것을 책으로 쓴 것이다. 심지어 저자인 프레마르 신부는 공자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것을 예견했었다고 한다. 


문득 오래전 교회 청년부를 다니고 있을 때 성경공부 리더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진짜 기독교를 이해하려면 동양 철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알다시피 기독교는 서양에 영향을 주었고 동양철학과는 배치된다는 것이 보통의 인식인데 왜 그런지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동양철학이 서양철학 보다 훨씬 깊고 우위에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세월이 한참 흐르긴 했지만 아마도 이 책이 그 리더의 말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 프레마르 신부가 자꾸 생각이 났다. 연구하느라 얼마나 고독했을까. 얼마나 지난했을까. 


신부의 중국식 이름은 마약슬이다. 그는 30년 중국 사역 동안 경전과 고전, 주석서들과 중국 고대 역사서를 백여 차례나 읽고 또 읽으면서 기독교의 본원적 흔적으로 여겨지는 모든 구절을 수집하였다. 신부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없을까 생각하던 중 마침 그 책의 역자가 소설을 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일단 소설을 사서 읽었다.


제목 <물이 바다 덮음같이>는 '물이 받아 덮음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란 성경 이사야 11장 9절의 말씀에서 따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좀 놀라운 책이다. 무엇보다 저자 이종화는 전문 소설가가 아니다. 대학 때 불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는 경제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귀국 후 대학에 국제통상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는 수년 전(이 책이 나온 건 2016년이다) 유교 경전을 읽다가 그 내용이 성경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 오강남 교수의 <장자> 조금씩 읽고 있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딱히 하나님이 거론되지 않을 뿐이지 대입하면 성경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튼 저자는 그 후 혹시 고대 중국과 유대인들과의 교류가 있었는지 자료를 찾다가 프레마르 신부를 알게 되었고 <중국 고전에서 그리스도를 찾다>를 읽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친김에 번역까지 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프레마르 신부가 1725년 라틴어로 완성한 것을 그로부터 약 150년 후인 1878년 두 명의 프랑스 신부가 불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저자가 프레마르 신부의 책을 출판하기 전 일종의 예고편 같은 것이다.


이야기의 형식은 역사 추리다. 조선시대 경종 1년을 배경으로 신부가 중국에서 활동하던 시기 조선의 사신들이 서양 문물을 습득하기 위해서 북경 천주당을 왕성히 드나들던 때를 상정한다. 만약 신부의 그 책이 성리학의 나라인 조선에 전해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상상하며 썼다고 하는데 내용이 흥미롭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이해하려면 <서경>이나 <역경>을 알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선 프레마르 신부의 책을 읽기 위해 알아야 한다. 버겁다. <사서삼경>도 제대로 읽지 못한 내가 서경이나 역경을 읽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내용에도 보면 마약슬 신부가 자신을 만나러 온 조선 사신에게 중국의 상형문자와 기독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알 수도 없고 그저 이런 게 있었구나 나의 무지함을 또 한 번 일깨우는 정도 밖엔 되지 않았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전문 소설가도 아니면서 다양하고도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역사 소설에 고어나 사어들을 살짝살짝 써 주면 고급스러워 보이긴 하다. 하지만 요즘엔 아무리 역사 소설을 쓴다고 해도 현대적 감각을 내세워 익히 아는 단어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보거나 잊힌 단어가 심심찮게 많이 발견했다. 이를테면 구실아치, 서쾌, 액흔, 치의, 맨드리, 곰비임비, 구메구메, 번주그레, 실천스럽게, 지망지망히 나부댔다, 바르집기, 생게망게 하다, 옹긋쫑긋 등. 운종가란 단어를 들어 보긴 했지만 이 책에서 그 뜻을 알았다. 사람이 구름 엉기듯 모이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뿐인가, 성경을 알려면 나라나 사람 이름도 알아야 하는데 그걸 한자어로 옮겨 놓은 것도 이색적이다. 예를 들면, 히브리를 희백래로, 이스라엘은 이색렬국, 앗시라아는 아서리아, 메시아는 미새아, 모세는 마서다. 중국 사람들은 코카콜라도 가구가락으로 고쳐 부른다던데 과연 대단한 중국이다 싶기도 하다. 


원래 바울은 아시아를 선교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복음은 유럽에 전파되었다. 몇 세기가 흐른 후 복음이 아시아에 전파된다면 그건 중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많은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 선교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중국이 공산화하면서 그 길이 막혔다. 선교사들은 일본도 겨냥했지만 그 역시 전제군주주의와 제국주의에 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복음 전파에 성공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모르긴 해도 이 책도 그 맥락에서 쓰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의 작품을 폄하할 생각은 없는데 일종의 신앙적 애국주의로 읽히기도 한다. 그 보단 프레마르 신부는 중국 고전을 연구하는 동안 중국 복음 전파의 당위성을 확신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프레마르 신부의 일생이나 그가 추구하는 바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일종의 전기적 기법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비전문 작가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저자는 우치무라 간조의 신실함, 도스토옙스키의 인간성에 대한 통찰, 니체가 도달한 지성 최고의 경지, 카잔차키스가 갈망한 영혼의 자유를 사랑하고 그것이 조금이나마 소설에 표현되기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히고 있다. 웬만한 소설가 못지않은 노력과 지성을 겸비했다. 하지만 읽을 책을 항상 많이 쌓아놔서일까 아니면 게을러서일까 아쉽게도 이 소설을 읽었다고 <중국 고전에서 그리스도를 찾다>를 읽어 볼 마음이 당장 생기지는 않는다. 예전엔 동양 철학이 고리타분하고 어려워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조금씩 관심이 가고 있다. 또 그러다 보면 신부의 책도 읽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저자에겐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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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5-26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보니 우리나라 성경이 중국에서
건너온 지라, 중국 말들이 여적 사용되
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애굽이니 약대니...

어려서 성경 읽을 때는 당최 무슨 말인
지 너무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stella.K 2021-05-27 19:22   좋아요 1 | URL
ㅎㅎ 원래 경전은 다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매냐님 성경 읽은지 한참 오래되셨나 봅니다.ㅋ
지금은 한글로 많이 순화되었구요, 버전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소설처럼 풀어 쓴 것도 있구요.
나중에 천천히 읽어 보시죠.^^

scott 2021-05-26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케이님 아니시면 이런책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을뻔 ,,,

stella.K 2021-05-27 19:30   좋아요 1 | URL
그렇다고 읽으실 것도 아니믄서...ㅋㅋ
어제 <칠극>이란 책을 발견했는데 그책 역시
중국에서 선교한 판토하 신부가 써서
18세기 조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정민 교수가 번역했다는데
마약슬 신부의 저 책과 일맥 상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이러고 징징거리고 있다 어느 날 확 질러버릴지도 몰라요.ㅠ
 

장르는 법정 스릴러 정도?

내용은 엄마와 딸의 모정 내지는 애증관계를 그렸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감상을 최대한 배제하고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려 만족스러웠다.

 

배종옥이나 허진호의 연기도 인상적이고, 딸겸 변호사 역을 맡은 신혜선의 연기가 신뢰가 갔다. 

 

대천을 배경으로 해서일까 등장인물들 거의 대부분이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데 얼마 전 본 <국제수사>도 충청도 사투리 쓴다. 이제 사투리하면 충청도인가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경상도 아니면 전라도가 대세였던 것 같은데.

 

장예모 감독의 영화엔 항상 공리가 나온다.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영화가 좀 오래되긴 했다. 2007년도 작이니. 지금도 장예모 영화에 공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의 영화를 선택한다면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 영화 역시 최소한 눈호강은 한다. 그런데 영화적 내러티브는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눈호강이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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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16 2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황후화 눈호강 정말 끝내주죠. 저는 영화내용에 관심 일도 안가고, 그냥 세트와 의상에 와와 침흘리면서 봤어요. ㅎㅎ

stella.K 2021-05-17 18:1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중국 영화는 확실히 스케일이 다르군하면서 봤습니다.ㅋㅋ

scott 2021-05-17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예모 중국 정부에 붙어 살고 부터 영화의 수준이 확! ㅎㅎ
국두와 홍등, 인생 영화 장예모+공리 최고의 영화인것 같습니다. ^.^

stella.K 2021-05-18 19:49   좋아요 1 | URL
아하! 그렇군요. 맞아요.
장예모 영화가 원래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근데 제가 국두나 홍등을 봤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
언제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