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메이트 - 영혼의 치유자, 반려견과 함께한 나날들
하세 세이슈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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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개를 언제부터 키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모르긴 해도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키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워낙에 개를 좋아하셨고, 당시는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개 한 마리 정도는 키우지 않았을까. 지금이야 족보 있는 개를 키운다지만 나어렸을 땐 그런 것도 없었다. 그냥 점잖게 불러 잡종견이지 개를 키운다면 무조건 똥개였다.



개도 자신을 좋아하는 주인을 알아 본 단지 않는가. 그래서일까? 우리 집에서 키웠던 개들은 숭덩숭덩 새끼도 잘 낳았다. 그러자 집안의 어르신들은 우리 집은 개가 잘 되는 집안이라고 대견해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 그렇게 대견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개야 특별히 스트레스가 없으면 새끼를 잘 낳지 않는가. 그런데 그 말에 약간의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건, 그렇게 개는 새끼도 잘 낳고 우리를 잘 따르는 것 같은데 고양이는 그렇지가 못했다. 사람을 잘 따르지도 않거니와 좀 키워볼까 싶으면 어느 틈엔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개와 고양이는 앙숙지간이라는데 고양이도 그걸 아는 걸까? 개가 잘 되는 집에 자신이 머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 우리 집이 개가 잘 되는 집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도 알고 보면 나의 자의적인 해석일 뿐 근거 있는 소리는 아니다. 최근 어느 고양이 전문 수의사의 말을 들으니 만일 집에서 고양이를 키울 마음이 있다면 중성화 수술을 꼭 해 주라고 한다. 발정이 나면 집을 나간단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집은 고양이 특유의 음침함과 도도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개의 담백한 성격을 좋아하는지라 개가 잘 되는 집안이란 말은 일견 일리가 아주 없어 보이진 않는 것 같다. 개도 자신이 주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지 안 받는지 정도는 알 테니. 그러다 아버지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가 보신탕을 드시기도 한다는 엄마의 첩보를 들은 것이다. 그게 좀 실망스러웠다. 그때는 지금만큼이나 보신탕 문화가 문제가 됐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닭, 돼지도 잡아먹는데 개라고 못 잡아먹을까.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은 못 잡아먹는다. 닭과 돼지를 사랑했다면 못 먹을 것이다. 그런데 개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어떻게 잡아먹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럼 개를 마당에서 키웠던 건 언젠가 잡아먹을 생각을 하고 사육을 했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는 살아생전 보신탕을 잡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뭐 어디서 보신탕을 잡숫고 들어왔다는 말조차 들어 본 적이 없으니 한참 오래된 과거지사였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러다 아버지가 암에 걸리고 잘 먹어야 낫는다는 말에 집안 어른 누가 보신탕을 해 온 적이 있었다. 개고기만큼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도 없으니 망가진 아버지의 몸을 보호해 줄 거라며 권했지만 아버지는 끝내 그걸 다 드시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개가 잘 되는 집이라면 아버지는 그 개고기를 먹고 나았어야 하지 않을까.



아버지가 건강하셨을 때, 하루의 시작은 녀석들의 배설물을 치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꼭 녀석들에게 밥을 주고 출근을 하셨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다른 가족들은 아버지만큼 개를 돌보지 못했다. 그나마 엄마가 아버지의 일을 대신했지만 가끔 배설물을 제때 치우지 못하면 추운 겨울 그것이 그대로 얼 때도 있었다. 개가 잘 되는 집이라는 건 아마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제시간에 모습을 드러내 녀석들의 주변을 살뜰히 챙겨주는 것. 그런 주인이 있는 한 그 개는 건강할 것이다.



우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도 계속 개를 키웠다. 물론 중간에 한 3년 정말 개를 안 키울 생각으로 버틴 적도 있긴 하다. 하지만 다롱이(요크셔테리어 수컷)을 다시 키우게 되면서 우리 집은 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집안인가 보다 했다. 그렇게 거부하는데도 다시 맡아 키우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그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기뻤다. 그리고 애지중지 키웠다.



그런 다롱이가 작년 여름 정확히 광복절 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18년 전 겨울 다롱이가 우리 집으로 쑥 들어왔다면, 이 책 역시 보는 순간 나의 마음에 쑥 들어와 버렸다. 성격상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어떤 물건이나 흔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마음이 될지 알면서도 나는 기꺼이 이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다롱이에 대한 그리움보단 오히려 살아있다면 녀석의 따뜻한 체온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개가 등장하는 아니 더 정확히는 개와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개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7편의 단편 소설이 실렸다. 멋부리지 않고 담백한 문장이 흡사 개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제목도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견종을 제목으로 삼았다. 견종이 어디 7마리만 있겠냐마는 모르긴 해도 일본에서 가장 핫한 견종들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각 견종에 대한 특징을 작품 중간중간에 서술해 놓은 것으로 보아 저자가 개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이 작품 전에 <소년과 개>란 작품을 썼고, 그 작품으로 지난 2020년 나오키상을 받았다고 한다. 문득 문학 작품에 개가 등장하는 작품이 꽤 되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건 사람이 늑대를 길들이기 시작한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하나의 장르로 봐도 되지 않을까.



게다가 영화는 또 얼마나 될까. 재작년 <퀼>이란 영화를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 영화 역시 일본 작품인데 보면서 곧 죽게 될 다롱이를 생각하며 더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많이 울어두면 혹시 다롱이 죽는 날이 와도 덜 울게 되지 싶었는데 역시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다롱이와 헤어지는 슬픔은 그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7편의 작품이 모두 좋긴 한데, 역시 난 마지막 수록 작품이 가장 인상 깊지 않나 싶다. 그것은 '실린 버니즈 마운틴 도그'라는 견종의 카타라는 이름을 가진 개의 이야기다. 이 개의 원래 이름은 카타리나인데 그렇게 줄여 부르는 거다. 그러고 보면 모든 작품에 나온 개의 이름은 하나같이 외국 이름이다. 서양 사람들이야 개에게 서양식 이름을 붙여주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일본도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하구나 했다. 우리나라도 개에게 서양식 이름을 많이 붙여주지 않던가. (물론 요즘은 한국식 이름도 심심찮게 쓰기도 하지만.) 하긴 견종 자체가 외국산이니 자연 그렇게 되는가 보다.



카타에게 걸린 병은 '조직구성육종'이란 병으로 일종의 혈액암이라고 한다. 암이라는 게 그렇듯 고칠 방법은 없고, 단지 양질의 치료로 생명을 연장시키거나 고통을 감해주는 정도 밖엔 없다. 좀 놀라운 건 일본은 자연요법이 발달되어 있는가 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는 것 같다.) 주인공 부부는 병원 치료가 카타에겐 좋지 못할 거라고 판단하고 자연요법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카타의 치료를 의뢰한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카타의 치료와 죽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안타까운 건 이 견종은 12년 안팎으로 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원래 대형견의 수명이 길지 않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대형견의 수명 연장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중형견이 대형견 보다 좀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통은 15년 전후로 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요즘엔 그보다 더 오래 사는 것 같다. 수의학의 발달과 영영 상태가 좋아진 결과고, 20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하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인간에게 암이 흔해진 건 수명 연장의 결과라고 한다. 예전에 암은 그렇게 흔한 병이 아니었다. 그건 사람이 암이 걸릴 때까지 살지 않기 때문이다. 개도 비슷하지 않을까. 다롱이 전에 우린 제니라는 몰티즈 암컷을 키웠었다. 그 개야말로 15년 가까이 살다 죽었는데 개에게 실제로 흔한 병은 백내장이다. 하지만 제니는 백내장은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따져 보자면 제니는 백내장에 걸리도록 살지 않았다는 말도 되지 않을까. 다롱이도 다행히 암은 걸리지 않았지만 14, 5살 무렵이 되자 백내장이 시작이 됐다. 18년을 살았으니 그 운명을 피해가 진 못 했던 셈이다.



사람이 무병장수하면 그것 이상 바랄 것이 없는데 개도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사람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병들었다고 그 생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건강했을 땐 무심했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때가 많다. 주인공 역시 카타가 건강했을 때 카타의 사랑이 형식적이었다. 하지만 병들자 그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카타의 생명을 연장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카타가 죽어가고 있음을 막지는 못한다. 그런 것을 보면 사랑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죽음을 이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명을 잠시 연장시킬 수는 있어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 하다가도 바로 이 죽음이 두려워 키울 수 없다고 말한다. 그건 맞는 말 같다. 오랜 세월 키워왔던 개의 죽음을 보는 건 괴롭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롱이를 보내고 남은 건 슬픔과 고독뿐이었다. 18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녀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니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살아있을 때 죽음을 자주 상기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숨 쉬고, 이렇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자고 먹고 싸고 있는데 죽을 거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대체 이 녀석의 몸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또 누구는 말한다. 반려견이 죽는 건 확실히 슬픈 일이지만 키우는 기쁨과 즐거움이 더 커서 감수하고 키운다고. 그도 맞는 얘기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으면 슬플 필요는 없겠지만 기쁨 또한 없다. 결국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우린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안다. 기쁨도 영원하지 않지만 슬픔 또한 영원하지 않다. 그냥 살아 있을 때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우리가 다롱이를 무지개다리로 보낼 때 슬플지언정 섭섭하지 않은 건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해 줬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죽음과 슬픔까지도 감내할 때 진정한 사랑이 되는 것이다. 녀석은 그걸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개가 잘 되는 집이란 여기까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저 단순히 새끼를 숭덩숭덩 잘 났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개가 무지개다리를 무사히 건널 수 있게 해 주는 것까지 함께해 주는 것. 그리고 잊지 않는 것.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우리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개도 많았다. 개가 사람과 친한 건 맞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니 나는 저자의 필력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우리 집을 거쳐간 개들에 대한 회상록은 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에도 학대받은 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아직도 버려지고 학대받는 개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가 없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어떻게 나보다 작고 힘없는 개를 학대할 수 있을까다. 인간의 마음 어디에 그런 악한 마음이 작동할 수 있는 건지 할 수만 있으면 꺼내서 해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이 널리 널리 읽히면 버림받고, 학대받는 개가 좀 줄어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은 인간과 개가 얼마나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가를 넘어, 개가 인간과 인간을 어떻게 이어줄 수 있는가에 대한 아름다운 보고서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을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이런 책은 개를 키우던 안 키우던 널리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끝으로 저자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언제부턴가 SNS에서 떠돌던 '개를 위한 십계명'을 앞에 실어 놓았다. 그런 것을 보면 개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다. 이 책을 읽던지 안 읽던지 이건 꼭 한번 찾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우리 집은 현재 개를 키우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키울 계획은 없다. 그러나 다롱이처럼 키울 수밖에 없는 운명 같은 개를 만난다면 키워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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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6-30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팔년이 된 고양이가 자주 눈에 밟힙니다. 세월의 길이가 다르기에 대부분의 경우 반려견/반려묘를 먼저 보내야 하는 건 숙명이죠. 현재에 충실해 살아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듯 합니다.

stella.K 2022-06-30 18:15   좋아요 0 | URL
그러시군요. 고양이도 잘 키우면 15년은 산다더군요.
팔년이면 중년은 넘었겠는데요?
사실 다롱이는 막판에 죽을 때 애를 좀 먹었습니다.
그렇게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개는 첨봤어요.
소위 개가 잘 되는 집에서 뭔 일이랍니까.ㅎ
여건만 허락되신다면 계속 키워보시죠.
잉크냄새님 아직도 젊지 않으십니까? 아닌가...ㅋㅋ
저희집은 개와 함께 나이들어서 돌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건 산책을 시켜줘야 하는데 성격상 집에 들어오면
잘 나가지 않는 성격이라.
뭐 요즘엔 펫시터도 있다는데 그도 좀 그렇고.
나이들수록 고양이를 많이 키운다더고 하긴 하는데...
역시 키우다 보내는 건 힘들긴 하더군요.

레삭매냐 2022-06-30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댕댕이 귀엽긴 하지만
키울 자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서식하는 아파트에서는
더더욱. 아무래도 댕댕인 단독
주택이 낫지 않을까요.

stella.K 2022-06-30 18:15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다롱이가 성격이 예민해서
초기 땐 민원도 받고 좀 눈치가 보이더군요.
한때 계속 키울까 마당이 있는 언니네로 보낼까 고민을 했습니다.
개 키우는덴 마당이 있는 집이 좋죠.
맘놓고 키웠던 옛날이 그립긴 하네요.
누가 키우라고 그러면 못 키울 것 같아요.
그래도 치매예방, 건강을 위해선 키우는 게 좋다고 그러긴 하는데...ㅠ

희선 2022-07-01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는 아픈 개하고 살려고 시골로 이사했다고도 하더군요 《소년과 개》를 쓰고 쓴 건가 했는데, 이걸 먼저 썼네요 사람이 오래 살게 되고 암이나 치매가 나타나게 되다니, 오래 사는 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개는 사람하고 살아서 그런 병에 걸린다고도 하던데, 그것보다 개도 오래 살아서 병이 생기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프지 않으면 좋을 텐데...

동물을 때리는 사람은 어떻게 그러나 싶기도 합니다 자신보다 약해서 그런 거겠지요 그런 사람보다 동물이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함께 사는 사람이 더 많기를 바랍니다


희선

stella.K 2022-07-01 09:48   좋아요 1 | URL
오, 그런 말이 있군요. 암튼 작가가 개를 정말 사랑하는구나란 게
느껴져요. 소년과개도 읽어보고 싶어요.

정말 동물학대는 좀 뿌리뽑혀야 하는데
그것도 알콜중독처럼 치료받아야 할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22-07-06 1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가 잘되는 집, 듣기 좋네요. 화초가 잘 자라는 집도 있죠.
티브이 속의 개를 보면 귀여워요. 저는 개와 가까이 지낼 기회가 없었어요. 어릴 때 친구집에 가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를 보았던 게 인상적이었죠. 아직 새끼라 방에 두었더라고요. 겨울이었나 봐요. 꼬물거리는 게 얼마나 귀엽던지...
다롱이 생각나네요. 떠난 지 벌써 1년이 되어가는군요. 저는 정 드는 게 무서워용.
드러운 게 정, 이라고 하던데 저는 무서운 게 정, 이에요. ㅋㅋ

stella.K 2022-07-06 19:06   좋아요 2 | URL
맞아요. 드럽고 무서운 게 정이죠.ㅎㅎ
고독을 견딜 수만 있으면 뱐려동물은 키우지 않는 게
좋은 것 같긴해요. 다롱이가 없다는 건 외롭고 쓸쓸하지만
육체적으로 힘은 훨씬 덜 드는 것도 사실이예요.
물도 훨씬 덜 들고.ㅋ
그래도 어떤 땐 키울 수 밖에 없는 운명이
또 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가져 본다는.ㅋㅋ

mini74 2022-07-08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개가 잘 되는 집에 대한 스텔라님의 정의가 맞다고 상각해요 ~ 죽을때까지 함께 하기 ~ 당선 축하드립니다 *^^*

stella.K 2022-07-08 18:05   좋아요 3 | URL
옷, 제가 당선됐군요. 기쁜 소식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미니님도 축하드려요.^^

희선 2022-07-09 02: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 축하합니다 저는 이 글 보면서 당선작으로 뽑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게 맞았다니 신기합니다 stella.K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강나루 2022-07-09 14: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당선 축하드려요^^

thkang1001 2022-07-10 0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tella. K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07-12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셨네요. 진심 축하드립니다. ^^

 
가운을 벗은 의사들 - 우리가 모르는 곳까지 날아갔던 새들이 있었다
박종호 지음 / 풍월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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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지만, 저자의 전직은 의사다.


그야말로 어느 날 가운을 벗고 클래식 전문가가 되어 '풍월당'이란 클래식 전문 음반숍의 주인장이 되었다. 그것은 확실히 놀라운 행보고, 한때 인구에 회자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고민 많은 의학도들로부터 심심찮게 상담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내가 TV를 봐도 너무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의학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면 의사들은 하나같이 잘 생기고 진지하지 않는가. 그래서 은연중에 의학도들은 그 어려운 공부를 선택한 만큼 선택에 후회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의대 청춘들이 자신의 선택을 고민하고 있었다. 하긴 그게 온전한 자신의 선택이겠는가. 대부분 부모의 권유나 강요가 더 많지 않을까. 어쨌거나 그들은 청춘이다. 흔들리니까 청춘이다.



저자도 고민이긴 할 것이다. 본인은 과감하게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 하지만 남에게까지 그렇게 하라고 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래도 후회는 남지 않겠지.) 안 그래도 저자는 오래전부터 의학도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로부터 공공의 적이 되어왔는지도 모른다. 괜히 어렵게 의대 들어가서 공부 잘하고 있는 아이에게 쓸데없는 바람만 넣는다고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저자는 정말 그런 것에 아랑곳 않는 걸까? 그냥 저자가 선택한 길도 만만치 않다며 하던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해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역사적 인물 중 의사 가운을 벗고 자신의 길을 간 사람을 찾아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물론 저자가 그러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좋게 말하면 대범하고, 어찌보면 다소 선동적이란 느낌도 든다.



아쉽다면, 의학의 길에서 잠시 방황하다 뭔가의 경험이 오히려 그 길로 더욱 정진해 나간 사람 한두 사람쯤은 다뤄준다면 형평에 맞지 않을까. 마치 의사는 전혀 할 일이 못된다는 듯 하나같이 그 길에 등을 돌린 사람만을 다뤘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사람이 전혀 없진 않다. 저자가 다룬 슈바이처는 평생 가운을 벗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의사 말고도 여러 일을 함께 해서 솔직히 지구인 같아 보이진 않는다. 존경은 할 수 있지만 저자의 카테고리에선 참고가 될만한 사람은 아닌 성싶다.



게다가 인물들이 너무 행적 위주로만 다루고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떠나온 의사의 길을 훗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다루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의학도면서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기보단, 오히려 자녀에게 의사만이 길이라고 하는 부모가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단점은 있다. 그렇다면 여기 나온 사람만큼이나 성공할 자신 있다면 그렇게 하라고 강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중요한 건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가 되는 것 아닌가.



아니면 나 같이 의학은 쥐뿔도 모르는 일반인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솔직히 나는 읽으면서 새롭게 알거나 막연히 알았던 걸 구체적으로 알게 된 이야기도 많았으니까.



이 책을 보면, 의사 가운을 벗고 가장 많이 선택한 직업은 작가였다. 안톤 체호프를 비롯해 서머싯 몸, 모리 오가이, 미하일 불가코프, 아서 코난 도일은 소설가로, 정신과 의사였던 슈니츨러와 신경과 의사인 올리버 색스나 조너선 밀러는 저술가가 됐다.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건 그 어떤 직업과도 겸해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밖에 대통령 되거나 혁명가의 길을 간 사람이 있고, 음악이나 교육자가 된 사람도 있다. 이렇게 저자가 다룬 사람들은 우리가 알만한 위인들이다. 한국인으로 딱 한 사람 서재필을 다룬 건 이례적이란 느낌마저 든다. 글이 너무나 평이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은 아닐까 싶다. (결코 폄하할 생각은 없는데) 위인 전기를 읽는 느낌이고, 조금은 단조롭다는 느낌이다. 저자의 책을 많이 읽어 본 건 아니지만 이제까지의 문체나 결이 좀 다르다는 느낌도 든다.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나에게도 어느 의학도가 진로를 상담해 온다면 뭐라고 했을까를 생각했다. 더구나 나는 의학적 지식도 없는 사람 아닌가. 앞서도 말했지만, 차마 적성에 안 맞으면 그만두란 말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사실 마음으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란 말을 굴뚝같이 하고 싶지만 말이다. 괜히 그랬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생이란 게 그렇게 모 아니면 도로 두부 자르듯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냥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본캐니 부캐니 하면서, 요즘은 옛날과 달리 자기 전공도 살리면서 다른 일도 취미 삼아 하는 경우도 많으니 정 원하면 그렇게 하라고 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면, 결국 무엇을 선택해도 네가 하는 거고 그에 대한 책임도 네가 지는 거라며 적당히 마무리하겠지.



그래도 그 사람이 태어나 처음으로 진지한 고민과 선택을 하는 것이라면 난 당연 응원해 주고 싶다. 의사가 되는 것만이 길은 아니니까.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나는 이 책과 함께 A. J 크로닌이나 이국종 교수의 책도 읽어 보라고 권할 것 같다. 의사가 되는 것만이 길은 아니지만 의사도 분명 길은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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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6-25 2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별3개를 주셨지만
(제 경우 3개는 비추, 조금 나쁜책ㅋ)흥미롭게 써주셔서
읽어보고 싶네요. 작가가 된
경우가 많다는것도 재밌고요.
누구나 겸할 수 있는 직업이긴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책에서 언급될 정도까진 아니지 않나 싶네요. 누구나 스텔라님처럼
쓰지도 못할테고요*^^*

stella.K 2022-06-25 20:21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적어도 별4개 이상은 돼야 마음이 동하긴 하죠.
저 같은 경우엔 3개면 그냥 읽으려면 읽고입니다.
사실 박종호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예요.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글을 잘 쓰거든요.
이 책도 나쁘진 않은데 뭔가 기획을 잘못한 건 아닌가 싶어서요.
조금 더 신중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마음에 안 들면 때려 쳐라는 식으로 선동적이 될 수 있거든요.
그점 땜에. 본의 아니게 평점이 짰습니다.ㅋㅋ

전 이제 리뷰는 자신 없어졌어요.
좀 더 꼼꼼하게 써야하는데 그게 웬지 안 되고 있어요. 흐흑~
예쁘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2022-06-25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2-06-25 20:25   좋아요 2 | URL
그렇구나. 제가 느끼고 있는 게 아주 근거가 없는 게 아니었군요.ㅎㅎ
보기에도 부티나 보이잖아요. 사진 보면...
근데 글은 참 잘 쓰는 것 같아요.^^

2022-06-25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6-26 1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의학 드라마 보면 의사들은 출혈 보는 수술 끝내고 밥맛이 좋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들 중 대학교수를 겸하고 있는 이들도 많아요. 주로 국문과나 문창과.
논문 쓰는 일과 작가로서 작품을 쓰는 일은 많이 다를 것 같네요. 하나는 학문적, 하나는 예술적.
저는 요즘 춤꾼이 멋져 보이더군요. 제대로 시간을 즐기는 걸로 보여요. 실제로 제가 발레 배우다가 현대무용도 배워 봤는데 확실히 매력 있는 장르예요. 다재다능한 사람 보면 부럽죠.
아니 한 가지라도 뛰어나게 잘해도 부럽 부럽.^^.

stella.K 2022-06-26 20:26   좋아요 1 | URL
언니는 활동적인게 맞나봐요.
저는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생각만.ㅋ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도 그림을 배경으로 하고 있죠.
주인공이 화가고 주변 인물도 그렇거든요.
이제 이 나이 먹어서 책보며 골머리 썩혀가며 공부하는 건
그렇고 미술이나 악기 하나쯤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yamoo 2022-06-27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3개...주례사 리뷰보다 아쉬우면 아쉬운 책이라고 솔직히 밝히는 리뷰가 좋은 리뷰인거 같아요. 박종호는 몰루는 저자라 제가 뭐라 할 수는없고 스텔라님이 좋아하는 작가라니 괜찮은 글을 쓰는 작가인듯 합니다..그래도 별3개라 저는 찾아 읽지 않을 듯해요....그나저나 근 한달만레 글 오리셨네요~!!ㅎ

stella.K 2022-06-27 18:09   좋아요 1 | URL
야무님이 저한테 괸심이 많으신 줄 몰랐습니다.ㅎㅎ
그러게요. 점점 리뷰 쓰는 게 귀찮네요.
예전엔 책 읽으면 2, 3일 안에 쓰고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도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리뷰 잘 쓰시는 분도 많고
공들여 써도 이달의 거시기도 안 되고 그러니 의욕이 바닥을 치네요.
뭐 다른 일도 해야하기도 하고.ㅋ

이 책은 약간의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아요.
전 좀 아쉬웠습니다. 기대를 많이해서 그런가 봐요.^^

희선 2022-06-28 0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대도 많을 것 같아요 다른 거 하다가 의사가 된 사람... 그건 더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의사였다 작가가 된 사람 여럿이죠 의사가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아도 하는 사람 있겠습니다 지금은 의사면서 작가기도 한 사람도 있군요 하나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데 여러 가지 잘하는 사람 부럽습니다 저는 그런 거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네요


희선

stella.K 2022-06-28 17:58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는 적성에 안 맞으면 잘 못하죠.
그래서 학교 성적도 들쑥날쑥이었습니다.
그런데 싫어도 해내는 사람들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더군요.
비싼 공부하는데 적성에 안 맞으면 정말 난감할 것 같긴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자기 좋아하는 일에 올인해 봐야할 것도 같고.
역시 인생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ㅠ
 
일터의 문장들 - 업의 최고들이 전하는 현장의 인사이트
김지수 지음 / 해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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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큼 자신의 존재를 공고히 하는 게 또 있을까.

예전, 적어도 새마을 운동에서 민주화 운동 세대까지는 일에 목숨 걸었던 세대다. 그래서 그 인력들이 독일도 가고, 중동도 갔다. 열사의 기후를 이겨내고 일하는 민족은 우리나라 사람들 밖엔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뭐든지 빨리빨리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에 대한 태도다. 하지만 우린 어느새 그 세대의 일하는 방식을 경멸하거나 비아냥 거리게 되었다. 누가 들으면 섭섭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이제 일은 삶에 전부가 되거나 제일의 수단이 아니라는 말도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즉 하나의 사고와 철학 체계로 보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솔직히 철학이란 게 배고파서는 절대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지 않는가.


사람은 배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딴짓하는 존재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래가지고 딴짓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단계에선 철학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온 18인의 인터뷰이들은 근면 하나만큼은 인정해 줘야 할 사람은 아닐까 한다. 즉 자신이 이룬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부단히 연마하는 존재들이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건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길거리에서 호떡을 팔아도 자신만의 노하우와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달라 보인다. 사람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것에 있지 않았을까.


개미가 열심히 일만 하는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개미 집단을 보면 70%만 일을 하고 나머지 30은 빈둥거린다고 한다. 또 그것에 대해 70의 일개미들은 별 불만이 없다고 한다. 그건 하나의 질서로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어려움에 처하면 그 빈둥거리는 개미들이 대신 해결해 준다나 뭐라나. 즉 게으른 개미는 그 상황에 맞게 존재하는 것이다. 게으름을 악덕이라고 보는 건 인간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러므로 누구는 절대로 100%의 힘을 발휘해서 일하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매 순간 그렇게 힘들게 일하면 아프거나 번아웃이 됐을 때 구재 받을 수 없다고. 나를 구할 사람은 나 밖엔 없기 때문이다. 새삼 일에 대한 사고가 이렇게까지 진화했나 놀랍기도 하다.


난 이 말에 동의한다. 난 원래 그렇게 애써 공부하고, 힘써 일하는 타입이 못된다. 물론 한때는 열심히 일한 적도 있다. 그런데 웬걸 열심히 일했더니 일종의 신경쇠약 같은 것에 걸려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 후로 나는 절대로 그렇게 일하지 않는다. 난 무조건 피곤하거나 힘들면 쉰다.


'짧고 굵게'란 인생 모토도 건강하고 멋모를 때나 가져 봄직한 거지 나이 들면 이 모토도 바뀐다.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지니 '가늘고 길게'가 된다. 까짓 거 죽기 밖에 더하겠어란 말도 그다지 만만한 말은 아니다. 죽으면 누구 손해인데. 그래서 누구는 근근이 살라 고도 한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인프라가 좋은 시대다. 맨땅에 헤딩이란 말도 옛말이 된지 오래다. 사람들은 이제 맨땅에 헤딩하지 않는다. 물론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지금은 있는 것을 가지고 변형시키고 발전시키는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이다.


늘 우리나라 교육은 주입식이 문제인데 가장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할 고등학교에선 일의 기능이나 방법은 가르쳐 줄지는 몰라 일의 철학 같은 건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건 역시 그 분야의 멘토를 만나야 (조금이나마)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 할 수 있으면 멘토를 만나라고 권하고 싶다. 일에서든, 삶에서든 멘토를 만나 자기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첫 번째로 실린 김미경 대표의 말은 울림이 있다. 그녀는 울고 있는 나를 도울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내가 나를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부라고 했다. 맞는 말 아닌가. 그래서 이런 책도 읽는 것이고.


또한 내 상처에 내가 답하는 것이 철학이라고도 했다. 상처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있을까. AI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상처도 받는다. 그래야 성숙할 수 있다. AI는 모든 것을 프로그래밍화하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는다. 일을 지시하고 해결해야 하는 고용인의 입장에선 사람보단 AI가 훨씬 좋고 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계는 성능이 좋아질 수는 있어도 결코 성숙하지는 않는다. 성능이 좋아지는 것을 가지고 성숙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사람을 믿어 줬으면,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일하는 기계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자기 성취를 이루어야 하는 인간을 위해 썼기 때문이다. 그걸 자꾸 일 못한다고 구박하거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계로 대치한다면 인간은 어디서 자아를 실현하며 성숙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AI가 발달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사람의 숨결이 미처야 가능한 분야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은 멋진 책이다. 인터뷰 전문 기자가 발로 뛰어가면서 쓴 글이다. 가끔 어떤 글은 자신의 말을 조금 줄이고 인터뷰이의 말을 더 많이 쓰면 좋지 않을까 싶은 곳도 간혹 보이긴 했다. 하지만 뭐 크게 흠이 될 건 아니고 일에 관해 즐겁게 보고 사색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사람 백현진이나 장기하 등의 이야기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그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만 하지 않는다. 난 그렇게 말하는 게 정말 좋았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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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5-26 0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사람들은 일에 미쳐 있지 않죠. 저같은 사람도 피부로 와 닿아요. 이제 주 사일 근무 시대라니깐… 씨제이는 금요일 두시면 퇴근하는 기업도 있다 하던데요. 동생이 말해주더라구요. 이제 개인의 시간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어요!!!

stella.K 2022-05-26 19:49   좋아요 1 | URL
왓, 주 4일 근무 추진한다더리 벌써 그렇게 시행하는 곳이 있군요.
금요일도 두 시 퇴근이면 완전 일할 맛 나겠어요.
예전엔 학교나 기업체도 토요일만 기다리며 다녔는데
정말 격세지감입니다.
하지만 또 그에 못지않게 아직도 열심히 일해야 돌아가는 기업체도 많겠죠?
기업 환경이 일하는 사람을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데...

페크pek0501 2022-05-30 2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 무조건 피곤하거나 힘들면 쉰다.˝ - 현명하십니다. 저도 그렇게 해요. 이젠 체력이 바닥 나면 몸살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바닥 나기 전에 스톱 합니다. 건강을 우선으로 챙기기, 입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멘토가 없었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었어요. 멘토가 있었다면 많이 성장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독서 지도 같은 거요. 선배로서 후배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추천해 주는 그런 멘토가 있었다면 나의 삶이 지금과 많이 다를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땐 놀기 바빴죠. 그때 독서 동아리 같은 것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지금 생각해도 젊은 시절을 알차게 보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

stella.K 2022-05-31 10:41   좋아요 2 | URL
젊었을 때 한때 열심히 살아왔으며 됐잖아요.ㅎㅎ
그래도 제 나이 또래 사람들 여전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그들 생각하면 존경스럽기도하고, 안쓰럽거든 하고.
그들을.생각하면서 너무 게을러지진 말자 생각해요.ㅋ

우리 땐 아예 멘토란 개념이 없었잖아요.
그래도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해요. 그죠?^^

희선 2022-06-14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다려야줘야 한다는 말씀 맞네요 누구나 처음엔 실수하기도 하는데, 잘 하는 사람은 그때를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실수하면 안 되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잘 하는 사람이 도와주면 되겠지요 기계는 실수하지 않고 일을 잘 하겠지만, 사람 같은 마음은 없어서 안 좋을 듯도 합니다 사람을 믿으면 좋을 텐데...


희선

stella.K 2022-06-14 10:13   좋아요 1 | URL
저는. 키오스크도 사실 마땅찮아 않더군요.
물론 기계치이기도 하지만 직원과 고객이 서로
돈 주고 받으면서 인사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대면을 잘 안하려고 하니 이러다
자발적인 대인기피증이 걸릴 것 같아요.😂

2022-06-21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1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1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2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2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2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식물의 방식 - 서로 기여하고 번영하는 삶에 관하여
베론다 L. 몽고메리 지음, 정서진 옮김 / 이상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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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식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중학생일 때 부모님은 한때 화초를 거의 공격적으로 사들인 적이 있다. 부모님이 40대 중후반쯤 되셨을까. 그 화초들을 봄이면 마당에 내놓고 찬바람이 불면 안으로 들여놓아야 하는 게 번거롭지는 않을까 싶은데도 두 분은 그 일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셨다. 그걸 보면서 사람은 나이가 들면 식물을 좋아하게 되는 걸까 싶기도 했다. 그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식물을 좋아하는데 따로 정해진 나이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나도 나이가 들수록 나무와 꽃이 좋아진다.

올봄 울진에 큰 산불이 났다. 이글거리는 불에 타들어 가는 나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저것들이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얼마나 뜨거울까, 발 달린 짐승이면 피하기라도 해 볼 텐데 그 뜨거움을 온몸으로 맡고 있으니 보는 나도 타들어 가는 심정이었다. 놀라운 건 그렇게 새까맣게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도 새싹이 돋고 나무가 자란다는 것이다. 숲의 복원력이 놀랍다. 그만큼 식물의 생명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하긴 동네 공원에 볼 품 없이 서 있는 나무도 나보다 나이가 많을지 모른다. 600년 이상을 사는 소나무도 있다니 않았는가. 어디 그뿐인가. 시멘트 바른 담벼락에서도 풀꽃이 자란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싹을 틔우는가 궁금하고 관심이 갈 만도 하다.

이 책은 이런 막연한 식물의 생장 방식에 대해 보다 정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식물은 환경에 맞추어 자신을 조율하고 조절한다. 또한 경쟁하고 협력하며 친족 범위를 넓힌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경을 변화시키고, 다양성의 호혜적 이익을 인식하고, 서로를 돌보기도 한다. 그냥 어느 곳엔가 심어져 땅으로는 뿌리를 단단히 하고 위로는 가지를 뻗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식물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뭔가를 끊임없이 작동시키고 있었다. 참으로 은밀하고 긴밀하지 않은가.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명이 사는 방식은 경이롭고 놀랍다. 어쩌면 그래서 우린 앎의 경지가 넓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참, 그래서 그렇게 시작된 나의 부모님의 화초 가꾸기가 나름 오래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사이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고 한동안 엄마 홀로 화초를 돌보다 이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키우지 않게 되었다. 글쎄 아버지가 좀 더 오래 살아 계셨다면 화초 키우기가 좀 더 오래갔을까. 두 분이 함께 화초를 애지중지 돌보는 모습도 좋았는데 지금 엄마는 연로해서 돌볼 여력이 없다. 성격상 긴밀하고 은밀한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꽃과 나무를 좋아한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은 동물보단 식물을 더 좋아하고 반응하는 존재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이 작고 가볍지만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알차다. 식물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 번쯤 읽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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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5-19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식물도 경쟁이 심할 거예요 서로 돕는 것도 있겠지만... 소리가 나지 않아도 식물은 나름대로 힘을 다해 사는군요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살고... 식물, 나무는 산불이 나도 피하지도 못하네요 세상에 사람만 있으면 안 좋겠지요 식물이 사람보다 더 빨리 세상에 나탔겠습니다 함께 살아야 할 텐데,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네요


희선

stella.K 2022-05-20 15:15   좋아요 2 | URL
그렇겠죠? 지구에서 일생을 산다는 건 다 쉽지 않은 일 같아요.
경쟁도 해야하지만 서로 협력해야 공존한다는 걸 식물도 알고 있다는 게
참 신비로운 것 같아요.

mini74 2022-05-20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바라기를 심었는데 아직 아기해바라기라서 햇빛 따라 움직이더라고요. 아침 위치랑 저녁 위치가 다른 ㅎㅎ 넘 신기했어요. 전 식물연쇄살인마라 ㅠㅠ 파나 심어놓고 먹을까 했는데 언니가 해바라기씨 하나를 주더라고요. 또 보고있으니 좋긴 합니다 *^^*

stella.K 2022-05-21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식물연쇄살인마! 저도 그런데ᆢㅋㅋ 지금 한창 예쁘겠어요. 아기 해바라기. 예쁘게 잘 키우세요.🤗

페크pek0501 2022-05-24 16: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식물도 서로 경쟁하며 자란다는 걸 어느 책에서 읽고 놀란 적이 있어요. 많은 나무가 함께 있을 경우에 힘이 있는 나무가 더 좋은 자리를 확보하여 줄기를 뻗으며 자라겠지요.
제가 화초에 물을 줄 때 처져 있던 잎이 갑자기 확 올라올 때가 있어요. 이때 놀라운 생명력을 느끼죠.

stella.K 2022-05-24 16:43   좋아요 1 | URL
언니도 화초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언니와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종들은 다 경쟁을하면서
사 나봐요. 또 그러면서도 경쟁만하며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게도 되고.^^

프레이야 2022-05-28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식물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니 어찌보면 훨씬 강한 것 같아요 동물보다. 제가 식물 가꾸기에 능력이 부족한데 그게 정성과도 연관있겠죠. 이 책 마음 가네요 찜!

2022-05-28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8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빨간 피터의 고백 - 프란츠 카프카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마히 그랑 지음, 서준환 옮김, 프란츠 카프카 원작 / 늘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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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보았을까? 사춘기 시절 있었던가. 연기를 잘했던 배우 추송웅이 원숭이 분장을 하고 찍었던 연극 포스터가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난 오랫동안 이 연극을 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리기도 했거니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이 독특한 배우를 좋아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그는 세상을 떠났고 그에 따라 이 작품은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다 이렇게 그래픽 노블을 대하니 감회가 새롭다.

새롭게 안 사실은 아직도 <빨간 피터의 고백>이 계속 공연되고 있었다. 추송웅이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공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좋은 작품은 그 누구를 통해서라도 계속 이어진다.

난 원작을 카프카가 쓴 줄도 몰랐다. <성>이나 <변신> 같은 대표작이나 쓴 줄 알았지 이 작품을 카프카가 썼다니. 예전에 알았다면 한 번이라도 읽어 볼 생각을 했을까? 그래도 안 봤을 것 같긴 하다. 솔직히 프란츠 카프카는 내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작가라서 말이지. 누구는 <변신>을 재밌게 읽었다고도 하던데 카프카는 내게 늘 독서의 좌절을 안겨줬던 작가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래픽 노블이어서일까?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카프카가 이런 작품도 썼나, 읽으면서 새삼 놀라기도 했다. 섣부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 작품으로 카프카를 다시 가까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기도 한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봤던 어느 애니메이션이 생각난다. 로봇 사용이 일상화된 미래에서 인간은 이제 그것을 노예처럼 부리며 편하게 살고 있다. 그러다 중앙 컴퓨터의 오작동으로 로봇이 인간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무력으로 인간을 착취하게 된다. 그 가운데 주인공의 모험과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런 이야기에 로봇 대신 원숭이를 대입시키면 꼭 이 작품이다. 그 애니메이션의 원작자 보다 카프카가 시대를 먼저 살았으니 모르긴 해도 그가 카프카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인간은 참 특이한 존재다. 뭐든지 인간 좋을 때로 다듬고 길들이는데 선수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알고 보면 모든 분야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 책도 바로 그런 것을 일깨운다. 원숭이가 인간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숭이의 동물성을 줄이고 인간성을 극대화 시켜 서커스에 이용한다. 그래서 인간이 된 원숭이 '빨간 피터'가 나중에 어떤 형상을 하게 되는지 지켜 보라.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다른 누구도 아닌 인간에게만 다스리는 권세를 주셨다. 그것은 인간이 하나님과 같은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이 다스리는 권세는 죄가 들어오고 나서 오염이 된다. 즉 하나님은 선함으로 다스리기를 바라셨지만 그것은 다분히 파괴적 된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어떤 건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이 진지하고도 흥미로운 작품을 보면서 문득 카프카는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을 썼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좀 더 인간적이 되길 바라서 쓰지 않았을까.

개인적 취향이고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난 지금도 동물을 의인화한 동화나 애니메이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작품은 주로 어린아이를 위해 만들어지고 상상력을 고취시키기도 하지만, 이면에 동물을 동물 자체로 보기 보다 인간이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만드는 건 아닐까 싶어 편한 마음으로 보게 되진 않는다. 또한 동물을 희화화시키기도 하지 않는가. 물론 동물에겐 인격이 없으니 그런들 누가 뭐랄 사람은 없겠지만 거기에 인간이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이 투영되기 마련이니 인간은 삼가 자기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나의 오랜 질문 중 하나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노크하고 도전을 주는 게 작가의 역할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카프카는 진정 대단한 작가고, 위대한 작가란 생각이 든다. 이 작품으로 오래된 옛 작가를 만나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출판사에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참고로, 이 책은 출판사에서 서평 도서로 받은 건데 독일어 원서가 함께 왔다. 평생 프랑스어로 책을 읽을 것 같지 않은데 그래도 받고 보니 뿌듯하고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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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5-15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프카가 썼다는 것은 저도 지금 알았어요. 카프카는 정말...천재야 천재.
저희 세대에게 빨간 피터의 고백 = 추송웅 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극 포스터가 각인되어 있지요.
아직도 공연중이라니. 이제라도 보고 싶네요. 딸, 아들, 사위 모두 연극인들이니 혹시 그들이 관련되어 있으려나요?

stella.K 2022-05-15 20:35   좋아요 0 | URL
아, 사위도 연극인인가요? 정말 연극인 집안이군요.
따님인 추상미 씨는 얼마 전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던가, 뭐 그랬던 것도 같던데...
독실한 크리스찬이더군요.
뭐 하나 했더니 CBS 기독교 방송 프로 진행을 맡고 있더군요.
이젠 아줌마가 다 됐어요. 나름 미인이었는데.ㅋ

프레이야 2022-05-15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독일어 원서가 따라왔군요. 좋으시겠어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멋짐요. 카프카 원작이었다는 건 저도 처음 알았네요. 나인 님처럼 저도 추송웅 배우가 생각나는데 말이죠.

stella.K 2022-05-15 20:35   좋아요 1 | URL
첨엔 좀 부담이 되더군요.
독일어 까막 눈인데 이걸 어디다 써 먹나 싶은 게.
가지고 있다 나중에 사 보고 싶은 책 있고 적립금 궁해지면
중고샵에 팔까 봐요.ㅋ
책이 참 좋더구요. 인상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을 수 있어 좋더군요. 제가 책을 워낙 굼뜨게 읽는데 넘 빨리 읽어 오히려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ㅋㅋ

2022-05-15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5-19 17: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예전 어떤 영화가 떠오르네요. 오랑우탄이 나오는 영화인데 주인공 남자와 오랑우탄 사이에 우정이 가능한가, 하는 걸 지켜 보았었죠. 서로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오해를 낳고 그래서 오랑우탄이 폭력적으로 변해 버려서 안타깝게 보았었죠. 저는 우정을 쌓는 게 가능하다는 결말을 기대했었거든요.
인간은 정말 신비로운 존재예요. 길들이면 길들여지고 권력을 잡으면 독재적이 되고 또 겸손해지다가도 아쉬울 게 없어지면 교만해지고요. 가장 궁금한 게 인간에 대해 탐구한 결과물이에요.
실제로 외계인이 나타나서 함께 사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인간의 또 다른 특성이 나타날 것 같아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마음의 변신이 가능한 게 인간이니까요.

스텔라 님의 서재에 몇 번 들어왔었는데 새 글이 없어서 오래 쉬나 보다 했다가
오늘 이 글을 보니 반가운 맘에 댓글 남깁니다. ^^

stella.K 2022-05-19 20:31   좋아요 1 | URL
아웅, 언니!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작년인가 무슨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에 오랑우탄이 나오는 영화
하나 본 것 같네요. 근데 왜 제목이 생각이 안 날까요. 나름 재미있었는데.ㅠ
인간이 뭔가를 장악하고 다스릴 수 있다고 하는 건 정말 오만한 거라고 생각해요.
함께 어울리고 공존하는 거지.

요즘 갱년기라 그런지 의욕부진에 몸도 찌뿌듯하니 안 좋으네요.
지난 주 초에 1박2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이후로 다리도 안 좋아졌어요.
오늘 서평 하나 새로 올렸는데 그것도 얼마만에 올린 건지 몰라요.
또 하나가 남았는데 서평은 읽었으면 바로바로 남기는 게 좋은데
오래 전에 읽은 책을 리뷰하려니 좀 거시기 하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