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책을 사지 않으려고 중고샵 조차도 나가지 않고 있다. 뭐 게으름의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책 팔러 한 번에 서너 권의 책을 추려 가지고 나가면, 싼 맛에 꼭 한 두 권의 책은 업어 온다. 중고책 사냥의 재미도 만만치 않으니 이 유혹을 물리칠 수 없는 것이다. 물리치긴 왜 물리쳐? 즐겨야지. 그럴 것이 아니라면 아예 책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무리 김영하 작가가,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 놓은 책 중에서 읽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래, 사 놓은 책 읽으려고 버텨보는 중이다.

 

그런데 이 생각에 반드시 시험을 거는 책이 등장한다. 이름하여 리커버 책. 

 

그동안 잘도 버텼다. 리커버로 나온 책이 몇 권 있었고, 지금도 리커버 책이 구매 의욕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만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더라.  

 

당장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역시 책은 반드시 읽으려고 사는 것은 아니다. 

 

안 살 수 없는 것이, 저자도 저자지만 역자가 몇년 전 작고한 신영복 선생이다. 그가 직접 그린 그림과 글씨도 한몫한다. 

 

내가 이 책을 언제 읽었더라...? 교회 청년부를 다니고 있을 때 친구 한 애가 아주 괜찮다며 내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빌려주겠단다. 거절하기가 뭐해 그냥 좀 읽다 돌려줄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친구는 나 말고도 다음 타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빨리 읽고 돌려 달란다. 

 

예나 지금이나 나의 독서에 있어 최대의 난제는 책을 빨리 못 읽는다는 것. 400페이지 넘는 책을 그렇게 빨리 읽을 수는 없을 것 같아 친구 말대로 그렇게 괜찮다면 좀 읽다 아예 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책이 나름 파격적이라고 생각했던 건, 보통의 1인칭 소설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책은 각각의 등장인물이 1인칭으로 자기 얘기를 한다. 그런 소설 기법이야 지금도 가끔씩 발견되긴 하지만, 그전엔 그런 기법은 처음 본다. 바로 그 친구는 그점을 주목하여 나에게 읽어 볼 것을 권했던 것이다. 

 

친구 말대로 나름 꽤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엔 신영복 교수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냥 번역가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 책을 돌려줄 때 친구가, 괜찮지? 괜찮았지? 하며 동의를 구하는 걸 난 뭐 때문인지 꽤 시크하게 별로 좋은 소릴 안하고 돌려줘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문체나 내용도 꽤 괜찮았는데. 하나 흠이 있다면 너무 장중하고 무겁달까? 더구나 중국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도 다 모르고 있는 판에 뭐 그리 남의 나라까지 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런 기법이 인상에 남아 나중에 한 번 사 봐야지 해 놓고 세월이 흘렀다. 

 

인연이란 게 꼭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시 볼 책도 언젠가 꼭 다시 보게 되어 있는가 보다. 이렇게 리커버로 나오니 다시 사 볼 생각도 드니 말이다. 실로 몇년만이냐? 리커버의 위력이 새삼 무시 못하겠다 싶다. 뭐 그런 점에서 알라딘에게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하는 걸까?

 

솔직히 리커버에 대한 불신도 없지 않았다. 괜히 리커버한답시고 가격만 올려 받는 건 아닌가?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책 활자는 요즘에 비하면 약간 올드한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못 볼 건 아니고, 어차피 리커버니까 불만은 없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쩐다. 어제 책을 신청할 때, 알라딘에서 하는 1천원 적립금 특별 퀴즈를 거쳐야 하는 건데 잊어버리고 그냥 신청을 했다. 건망증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니.

 

아, 글쎄, 며칠 전엔 엄마 케모포트 제거 수술 관계로 병원측과 통화를 했는데 집전화 번호를 묻길래 가르쳐준다는 것이 그만 먼저 집에서 살 때 번호가 생각나 그걸 대줬다는 것 아닌가? 그집 떠나온지가 이제 20년을 바라보는데 말이다. 전화 끊고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그런 거야 뭐 그럴 수도 있다지만(그도 심각하긴 하다), 어떻게 1천원 적립금 특별 퀴즈를 까먹을 수가 있니?

 

그래서 허겁지겁 주문 취소를 하려고 했는데 알다시피 주문 취소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결국 그 시간을 초과한 관계로 결국 1천원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영영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아.......

 

이런 거 선불로 말고 책 구입 후 나중에 서비스 받는 뭐 그런 거 좀 만들어 주면 안 되나? 원래 진짜 알라딘 램프의 지니는 뭐든지 주인이 원하는 건 다 이루어주던데...

 

그런데 말이다, 나의 기억에 문제는 또 하나가 더 있다. 이글을 쓰려고 이 책의 초판 기록일을 뒤졌다. 2005년이란다. 내가 이 책을 그 친구한테 소개 받은 건 90년 대 중반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설마...? 그럴리 없을텐데... 내가 아무리 정신이 없다고 내가 읽어 온 책을 헷갈리고 할 정도로 기억력이 썩은 건 아닌데.          

 

이럴 땐 누구라도 붙들고 하소연이라고 하고 싶다. 지니야, 내 기억력을 돌려 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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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9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09 17:55   좋아요 2 | URL
전 리커버 정말 끌리는 책 아니면 안 산다고 했는데
저 책에 무릎꿇고 말았어요.ㅠ

아, 정말 천원 적립금 못 받은 게 왤케 안타까울까요?ㅠㅠㅠ

페크pek0501 2017-11-09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문장의 ˝가급적 책을 사지 않으려고 ... ˝
- 저도 그렇습니다. 가지고 있는 책이나 잘 읽자, 하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사고 싶은 책의 유혹에 굴복하고 마는 때가 오곤 하죠.

천 원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안타까우신 님의 마음이, 이 글에 써 넣음으로써 가벼워지시길... ㅋ

stella.K 2017-11-09 18:12   좋아요 1 | URL
속상해 죽겠습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ㅠ
근데 어디서 2천원 적립금 당첨됐어요.
난 전혀 몰랐거든요.
그건 좋은데 순간 정신이...
이걸 두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거죠?ㅋㅋ

니르바나 2017-11-09 1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기억력은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안심하세요.
니르바나는 다만 검색할 뿐입니다. ㅎㅎ
이 책의 초판이 1991년에 출판된 걸로 나오는데요.
그때도 신영복선생님의 번역으로 다섯수레에서 출판했는데
뭔 이유로 초판을 2005년이라고 했을까 갑자기 그것이 궁금해지네요.^^

stella.K 2017-11-09 18:32   좋아요 0 | URL
오, 니르바나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고맙습니다.

초판이 1991년돈가요?
제가 잘못 봤나 봅니다. 그럼 그렇지. 하하.
니르바나님도 이 책 읽으셨죠?^^

2017-11-10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0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11-0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다시 나온거 보고 감회가 새로왔어요. 아마 우리 20대때 한바탕 베스트셀러 광풍을 몰고 왔던 책이었고 저도 누구에겐가 선물 받아 읽었는데, 누구에게 선물을 받았는지도 기억 안나고, 내용도 가물가물해요 ㅠㅠ

stella.K 2017-11-10 14:13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이거 그때 베스트셀러였어요.
그럼 h님도 이번에 리커버 사셨나요?
이거 알라딘에서 인기가 많은가 봐요.
천부 뽑았다는데 저는 금방 절판될 것 같아
서둘러 한 부 장만했어요.^^

희선 2017-11-1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읽어보라고 한 책이어서 더 기억에 남았나 보네요 저는 몇해 전에 우연히 이 책 봤던 것 같아요 보기는 했지만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나마 읽었다는 건 기억해서 다행이지요 어떤 때는 책을 읽었다는 것도 잊어버려요 잊어버린 건 읽었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적립금 얼마 안 된다 해도 못 받고 책 사면 무척 아쉽죠 저도 그런 적 있어요 마음이 급하면 그런 일을 저지르고 마는 듯합니다 천천히 해도 문제 없는데...


희선

stella.K 2017-11-11 13:37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면 책은 잊어버리라고 읽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다면 전체적인 이미지나 내용이지
세세한 건 기억에 남나요?
전 이 책 문체가 젤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어요. 그깐 천원 상관인데 이게 포기가 안 되더라구요.ㅎ

서니데이 2017-11-1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사고나면 적립금, 쿠폰 그런 것들 나중에 생각날 때 있어요. 금액과 상관없이 아쉬워요.^^;
이 책 알라딘에서만 리커버인데, 살지 고민되네요. ^^;



stella.K 2017-11-12 18:01   좋아요 1 | URL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ㅋ
그래서 잊어버릴까 봐 항상 염두해 두려고 하는데
그날은 정말 순간적이었어요.
알라딘에서 이런 사람들을 위해 후불 적립금 제도같은 거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요?ㅠ

갈등되죠. 그래도 전 잘 넘겼는데.
이책은 추억도 있고 워낙 유명하기도 해서 그냥 샀습니다.
저는 이제 적립금이 바닥이라
좋은 책 리커버로 나와도 못 살 것 같습니다.ㅠ

cyrus 2017-11-12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개정판이 나오면 구판 정보를 숨길 때가 있어요. 검색하는 책마다 달라요. 구판과 개정판 모두 공개된 책이 많은 편이에요.

stella.K 2017-11-13 13:19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야. 어디 좋은 데라도 다녀왔니?
그렇긴 한가 봐.
저 책 검색하면 옛날 구판은 안 뜨는 것 같더군.
워낙 유명한 책이라 리커버 금방 나갈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더라구.
 

 오전에 우체국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등기로 물건을 배달할 거란다. '응...? 뭐 시킨 물건이 없는데...'

갑자기 뭔가 모를 기대감 스멀댔다.

'혹시...? 에이, 설마...'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적지않은 블로거들로부터 적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반 정도를 나도 선물이랍시고 했던 것 같다. 그럴 경우 꼭 놀라지 말라고 받으실 분에게 미리 예고를 하곤 한다. 그럼 또 받게될  때까지 기대리는 묘미가 남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날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으로부터 기대하지 않은 책 선물을 받는 꿈을 꾸곤 하는데 그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 정신 바짝 차리자. 뭘 그런 걸 바라고 있니? 내가 베푼 적이 없는데. 꿈 깨!'

그랬더니 정말 깼다. 그러고 보니 강릉 사는 언니가 울엄마한테 보내는 물건이 있는데 아마도 그게 오늘 도착한다는 것일게다. 그러면 언니는 항상 엄마 휴대폰 전화번호를 쓰는 게 아니라 내 번호를 쓰곤 한다.  

 

드디어 우체국 아저씨 우리집 문을 두드리는데 헉, 저쪽에서 내민 물건이 엄마의 물건이 아니었다. 처음에 내가 꾼 꿈이 맞았던 것이다. 책 서프라이즈.!그것도 마태우스님의 책이다!

 

마태우스님 요즘 책 잘 내신다 했다.책 선물 받은지 얼마 안 됐는데 그새 두 권의 책이 더 나왔다. 그중 <서민 독서>가 배달된 것. 이렇게 받고 보니 반가운 건 나중이고 좀 당황했다. 나에게 보내 줄 일이 없는데... 그렇지 않아도 이책 궁금해서 한번 사 봐야지 했었다.

그런데 봉투를 뜯고 첫장을 열자 그 의문이 풀렸다.

 

 

 마태우스님의 친필 사인이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고, 뭐라고 썼는지 보이는가?

스텔라 K님

님이 내신 독서 책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책을

썼답니다. 감사드립니다! 

평생 남에게 피해나 안 입히고 살면 다행이겠다 싶은 내가 뭐 그리 대단하여 남에게 영감까지 미치겠는가?

 

작년에 내 책을 마태님께 보내드릴 수 있게 되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원래 책은 책으로 갚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인데, 그동안 마태님께 책을 받을 때마다 약간의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보내드린지 얼마되지 않아 읽고 많은 도전이 됐다라고 하셔서 난 그게 그냥 인사치레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책을 잘 받았노라고 문자를 보내드렸더니, 내 책을 읽고 내 문체까지 따라하게 되었고 한다. 음? 문체꺼정...? 그게 뭘까? 사실 그동안 독서에 관한 책은 여기 저기서 많이 나왔고 마태님 정도면 벌써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 때문에 나오기도 했다니 놀랍다.

 

물론 내가 책에 독서에 관한 생각을 잠시 언급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 같이 지명도 없는 사람이 독서에 관해 얘기해 봤자 얼마나 먹히겠는가?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책을 보면 목차를 먼저 보곤한다. 그런데 마태우스님의 책은 독서에 관해 상당히 광범위하게 다룬 것을 볼 수가 있다. 내 책과는 비교가 안 된다(오히려 비교를 한다면 이동진의 책은 아닐까?). 하긴, 마태우스님이야 워낙 여러 권의 책을 내셨고, 나는 이제 첫 권이다(두번째 책은 언제 나올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어쨌거나 첫 권치고 그 정도 나오면 훌륭한 거 아닌가? ㅋ  

 

책을 내고 딱 한 달 간 좋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1년이 훨씬 넘었다. 이대로 잊혀지겠지 했는데 이런 반전이 있다니? 아,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다. 

마태님 덕분에 오늘을 기억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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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7-10-24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읽고 보니 따뜻해요.^^
서로 오고 가는 정-
아름답습니다.
^^
스텔라님 책 이름 참 좋아요.
책에는 수명이 없잖아요.
이렇게 스텔라님 책도 빛을 다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stella.K 2017-10-25 15:1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그런데 꿀꿀이님은 몸은 잘 회복되고 계신가요?
조카도 잘 크고 있죠?ㅎ

레삭매냐 2017-10-2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마태우스님의 글이 쑥쑥 읽히네요...

문제는 로베르트 제탈러의 <담배 가게
소년>을 입수하야 절반 정도 읽고서
후순위로 밀렸네요.

stella.K 2017-10-25 15:17   좋아요 0 | URL
오, <담배 가게 소년> 재밌나요?
처음 들어 보는 작간데 왠지 흫미로울 것 같습니다.

저도 마태님 책 얼른 읽어야겠습니다.
지금 읽는 책 마치는대로...^^

2017-10-25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5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5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민 독서>를 구입하면 누님 책 옆에 꽂아두어야겠어요. ^^

stella.K 2017-10-25 15:58   좋아요 0 | URL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내 책 네 방 좋은 자리에 꽂아 있나 보다.
오래된 책은 구석으로 밀리는 법인데.
기분 좋다.^^

서니데이 2017-10-25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사인은 잘 모르고 보면 말풍선 같은데, 아마도 *** 중의 하나이겠지요.^^
저도 곧 읽으려고요.
점점 겨울에 가까워지는 날씨예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7-10-25 17:37   좋아요 1 | URL
이런 추워지는 날이 책 읽기 좋은 때인데 말입니다.
옛날엔 추워지면 할 일이 많지 않으니.
근데 요즘엔 밤에도 할 일이 많아요.
전 책 대신 드라마를 보죠. 그게 문제입니다.ㅠ

서니데이 2017-10-25 17:39   좋아요 1 | URL
저도 드라마 좋아해요. 요즘 저희집은 뉴스보다 드라마를 더 많이 보는걸요.^^
그게 저도 문제예요. 그러면 안되거든요.^^;;

stella.K 2017-10-25 17:41   좋아요 1 | URL
ㅎㅎ 드라마를 좀 재미없게 만들어야 하는데
틈을 안 줘요.ㅠㅋㅋㅋ

서니데이 2017-10-2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다섯 시가 이렇게 빨리 돌아오네요.
어제 손글씨를 쓰려고 김지안 작가님의 책을 읽었고, 오늘은 서민 교수님의 책도 읽고 있습니다.
두 책은 서로 다른 느낌이지만, 서로 좋은 기운을 나누시는 것 같아요.
저녁이 오기 전부터 바람이 차갑습니다.
stella.K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7-10-26 17:59   좋아요 1 | URL
아유, 많이 다르죠. 감히 비교나 되나요?
조끔 다른 게 있다면 저는 감성이 충만하다는 정도...?!ㅋㅋㅋ

서니님도 따뜻한 저녁 보내요.^^

transient-guest 2017-10-2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부럽습니다.ㅎㅎ 알라딘 원년(?)멤버라는 것도, 한국에 계시면서 교류하시는 것도..ㅎ

stella.K 2017-10-27 14:02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죠. 저는 알라딘이 처음 블로그를 만들 때부터 활동을 했고,
마태님도 같은 시기에 활동을 하셨던 분이라 초기에 오프에서
두어번 뵙기도하고 나름 재미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그 강도가 옅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여기만큼 교류가 좋은 곳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님도 태평양 건너에 계신다고 외로워 마시고 자주자주
알라딘 서재와 접속해 주세요.
그러다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페크pek0501 2017-11-02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그런 일이... 그건 영광스런 일입니다요. 상대가 누구가 되었건 님 덕분에
누군가가 영감을 얻어 책을 내셨다니 말이에요. 게다가 인기쟁이 마태 님이라면 더욱...
축하드립니다, 스텔라 님! ㅋㅋ

2017-11-02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3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3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읽은 책》

 

출간 때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얼마 전, 알라딘 중고샵에 갔더니 눈에 띄어 낼름 업어와 조금씩 읽고 있었다.

 

죽음에 관한 우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묻는 책이기도 하다. 여기엔 5명의 세계적인 명사들이 나온다. 프로이트와 수전 손택, 존 업다이크, 딜런 토마스, 모리스 센닥. 이들의 죽음을 조명했다. 

 

어찌보면 죽음을 통해 바라 본 그들의 삶을 조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도 우리처럼 죽음을 앞에두고 살기를 갈망했다는 것. 그러나 죽음이 닥쳤을 때 담담하게 받아 들였다는 것. 하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누구나 죽음이 닥치면 내가 왜 지금 죽어야 하나? 그런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에 가까워지면 삶에 대한 욕망은 수그러들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도 일견 생기게 되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삶이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더 이상 버틴다는 게 의미없다는 것을 아니까.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남는 것. 그것이 없다면 인생이 아닐 것이다.

 

나의 아쉬움이란, 내가 더 이상 이곳에 없을 거라는 것. 그것으로 인해 슬퍼할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과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고,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 되겠지. 그래서 오늘 책 한 장이라도 더 읽고, 한 줄의 글이라도 더 써야할 것 같은데 그게 늘 마음에만 있지 실천이 안 된다.   

 

이 책과 관련이 없는 얘기이긴한데, 오늘 우연히 TV에서 고독사를 다룬 프로를 봤는데 남의 얘기 같지 않더라. 고독사하는 사람도 자신의 최후가 그럴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데 고독사 하는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자신을 돌보지 않다가 쓰레기더미속에서 죽더라는 것. 그건 좀 민폐다 싶다. 내 시신을 치워줄 사람을 조금이라도 배려해 사는 동안은 깨끗히 정리할 거 정리하고 그러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얼마만에 완독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해를 넘겼던 것 같다. 읽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나도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지 못한 걸 예리하게 파고 들어가 송곳에 찔리는 것 같다.

그런 것을 자꾸 다른 책에 밀리고, 채이고 결국 어제 겨우 다 읽었다(앞으로 다시 안 읽을 책이라면 모를까 한번 읽기로 정했다면 끝까지 읽도록 해야겠다).

 

저자는 인문학자인만큼 철학이나 역사에 대한 식견이 대단하다. 게다가 반박할 수 없는 논리 정연함 또한 탁월하다. 노학자로서 오늘 날의 교회에 일침을 가하는 쓴소리 역시 가차없다.

 

첫장의 예수님 구유에 나셨을 때 우리는 뭐했는가는 확실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린 주로 예수님 구유에 나신 사건에 동방박사 세 사람을 대입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아기 예수를 경배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곧 아기를 낳을 산모에게 자리 하나 내어주지 못해 마굿간에서 낳게 만든 유대인은 아닐까?

 

사춘기 시절부터 신앙에 입문해 지금까지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지금은 많이 덤덤해졌다. 예전엔 예배 드리다가도 가슴이 뜨거워 눈물을 흘리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글쎄, 저자의 말대로 목사가 예언자가 아니고 제사장적이어서일까? 예언자라면 광야로 나가야 하는데 그래서 억압 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를 대변하고 그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제사장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니 교회만 지키려고 하고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만을 베풀려고 하고 있다. 그러니 그런 교회에서 매번 마음이 뜨거워 눈물을 흘리며 예배를 드린다는 건 한계가 있어보인다고 하면 핑계일까? 나름 말씀과 은혜가 살아있는 멋지고 근사한 교회를 다니고 있긴 하지만 난 그것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읽으면서 느꼈던 건 인문학의 정점은 종교 즉 신앙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신은 당신만을 경배하라고 하시지 않으신다. 신은 당신 자신을 위해 인간이 뭔가를 해 주길 바라지 않으신다. 신은 전지전능하다. 무엇을 바라겠는가? 단지 인간을 향해 인간답게 살아주길 바라는 것 아니겠는가?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짓밟지 않는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이 계율조차 온전히 지키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의 경배 따윈 받으시지 않으실 것 같다.

 

《읽고 있는 책》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다.

어쩌면 저자를 전에 한 번 봤는지도 모르겠다. 

<탄핵, 헌법으로 체크하다>가 나왔을 때 독자와의 만남에 당첨이 돼서 갔을  때 저자 중 한 사람으로 나오지 않았나? 그런데 미안하지만 지금은 워낙 오래된 일이라 코빼기도 기억나지 않는

 

다. 단지 나온 사람 중 제일 잘 생긴 사람이 있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가 이 책의 저자이길 바랄뿐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최초 보도 하면서 JTBC 뉴스룸이 상종가를 치고, 일반인들에게 헌법을 다시 보게만든 계기를 마련해 준 것도 역시 뉴스룸을 만드는 팀이었다. 거기에 왜 작가가 없겠는가?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 역시도 그전까지 뉴스는 기자가 만드는 거지 작가가 있을 거라는 걸 크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새삼 작가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여기서 새롭게 알았다. 그만큼 방송에서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지도 모르고,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너무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 작가면 드라마 작가나 생각하고, 라디오 방송의 각 코너의 멘트를 써 대는 사람으로나 생각하지 이렇게 생각 보다 쓰임새가 많다는 걸 누가 알겠는가? 작가는 이래저래 불쌍한 존재다. 그럼에도 그 길을 가겠다고 하고, 또 실제로 가는 것을 보면 제정신인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작가는 언제나 멋있다. 이런 자부심없이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겠는가?

 

     

《읽을 책》

    

오늘 도착한 책이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앞으로 읽을 이 책을 같이 읽어야 할 것 같다.

 

독특하게도 저자가 신경과 전문의란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간질병 환자라는 건 나도 들어서 알고는 있다. 또 바로 이것이 그를 예술혼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말도 들은 것 같고. 저자는 바로 도 선생의 간질병과 그의 작품을 통해  200년 전 러시아와 200년 후 한국 사회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근현대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는다고 했다. 과연 어떤 책일지 궁금하긴 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난 꼬집는 책은 별로다. 그냥 도 선생의 간질병을 앓는 삶에 대해서 연구한 책이라면 더 없이 좋았을 텐데. 아무튼 난 작가의 삶을 연구한 책들을 좋아해 선택한 책인데 이 책을 통해서도 도 선생님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그냥 막연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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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2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저 책 출판사 서평 부탁을 받아서 무료로 받은 책이에요. 그런데 그때 한창 대학 생활하느라 바빠서 서평을 못 썼어요. ^^;;

stella.K 2017-10-20 18:57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적이 있었구나.
난 김경집 교수 책은 이게 첨인데
인문학적 지식이 풍부하더군.
일침을 가하는 쓴소리도 거침이없고.
읽기가 어려운 건 아닌데 쉽게 읽히진 않지?ㅋ

북프리쿠키 2017-10-2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끼옹 <죄와벌> 얼마전 읽었는데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인줄 몰랐어요^^;

stella.K 2017-10-21 13:20   좋아요 1 | URL
ㅎㅎ 알고 있어요.
그런데 재미있었나요?
저도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생각 보다는 잘 읽혔는데, 전 되게 읽기가 어려울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결코 만만한 건 아니었죠.
다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리석음의 미학> 한 번 읽어보세요.
아, 진짜 아무리 예술혼도 좋다지만
간질을 앓고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도 선생의 삶이 생각 보다 굉장히 척박했더라구요.
정말 어떻게 살았을까?
저 같으면 하루도 못 살고 단명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직 첫 부분이지만 이 책 뭔가 흥미롭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7-10-21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선생이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대작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스텔라 님의 책 이야기는 언제나 좋습니다.

stella.K 2017-10-23 13:43   좋아요 0 | URL
오, 정말요?
그런 칭찬 첨 들어요. 으쓱 으쓱~ㅋㅋ

언니 기회있으시면 저 <어리석음의 미학> 꼭 보세요.
전 지금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인데
저자가 정말 잘 썼어요.
솔직히 전 도 선생의 책 좀 난공불낙이라
읽을 엄두가 안 났는데 이 책 읽고나면
읽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흐흐
 

 

고사 위기 내몰린 문예지…'문예중앙' '작가세계' 등 잇단 휴간

http://www.ajunews.com/view/20170718093901296

 

분명 슬픈 소식이다.

우리나라가 문학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좀 부끄럽다.

생각해 보니 나도 젊은 날 간간히 사 본 적이 있을 뿐

꽤 오래 전부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월간도 아니고, 격월간도 아니고, 계간임에도 3개월의 한 번도 사 보지 않았다니

그런데 이게 또 꼭 독자만의 책임으로만 돌려도 되는 걸까?

 

솔직히 내가 문예지를 안 보게 된 이유중 하나는 

책이 너무 두꺼운 것도 있고, 딱히 사 볼만큼 매력적인 장정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무슨 교과서도 아니고.

또 실린 작가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책 판매가 단행본 위주다 보니 문예지까지는 관심을 두기가 여의치 않다.

그러다 최근 슬림하고 모던한 문예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릿터>와 <악스트>일 것이다. 

<악스트>는 가격마저 착하다.

이러면 안 사 볼 것도 사 보게 된다.

 

문학동네에서 나온다던 <미스테리아>도 보면 표지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종이 질감이 다르다.  옷으로 치자면 무슨 벨벳 같다고나 할까? 암튼...

 

<예술가>란 잡지는 또 언제부터 나오기 시작한 걸까?

알았다면 호기심에서라도 사 봤을 것이다. ('예술가'란 글씨가 약간 후지긴 하다) 그런 것을 보면 평범한 독자가 알고 사 보기엔 뭔가 접근성이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고 서점에서 사 보라고 떠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저렇게 슬림하게 나오면 소지하고 다니기도 좋다. 카페나 도서관, 공원 같은데서 편하게 펼쳐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문예지는 좀 부담스럽다.

 

놀라운 건,  <문예중앙> 같은 경우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일부 제작비를 지원해 발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와~ 우리나라 재벌 그룹이 알게 모르게 그런 기특한 일도 했었구나!

싶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예중앙>이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면 독자들이 안 사 줬다고 볼멘 소리하기 전에 도대체 그 그룹은 얼마를 지원하길래 무기한 휴간 소식까지 전하나 싶다.

 

우리나라 재벌 그룹들 운동 선수들이나 육성한답시고 돈 쓸 줄 알지 문학을 비롯한 예술 전반에 어느 만큼 지원하고 육성하는지 모르겠다. 문학이나 예술은 그 나라의 꽃인데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된 것은 유감이나 그 책임을 독자들에게 떠 넘기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독자는 어차피 소비자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관심은 다른 데로 옮겨가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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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02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오늘은 연휴 3일차인데, 어쩐지 오늘부터 휴일같은 기분 들어요.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편안하고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stella.K 2017-10-02 17:54   좋아요 1 | URL
에고, 고맙습니다.
사실 오늘 일하는 사람도 많은가 보더군요.
특히 은행이나 관공서, 공무원들.
모처럼 거리가 한산해서 좋더군요.

서니님도 맛난 것 많이 드시고 행복한 추석되십시오!^^
 

 그냥 대충 읽으면 '비야 비디오스타'처럼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정확한 제목은 <비야 다오스타>다.

 

현재 이 책은 절판으로 나온다. 작년에 출판된 책이 벌써 절판이라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보통 1쇄를 천부 뽑는다고 했을 때 1쇄도 소진하지 못하는 책이 수두룩 빡빡한 세상에서(그중 하나가 내 책이기도 하다는 게 좀 슬프지만.;;) 이 책은 1쇄 소진은 했다는 말 아닐까? 그 속내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별점 평점도 꽤 높은 상태에서 이 책의 절판이 좀 아쉬웠다. 

 

그런데 최근 이 책이 독립출판본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물론 같은 출판사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절판본은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 반해 독립출판본은 400페이지대로 기름을 확 줄였고, 판형도 다르고 가벼워졌다는 것이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대형서점에선 구할 수 없으며, 오직 독립서점 그러니까 동네서점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점. 게다가 500부 한정판이다. 사람이 또 한정판하면 혹하지 않나. 그런 걸 나는 동네서점에 나가지 않고도 입수했다. 다름아닌 얼마 전, 모처에서 서평 이벤트를 했는데 당첨이 된 것. 

 

기대를 많이 한 걸까? 오늘 도착해서 받아보니 미안한 얘기지만 좀 허접하다. 글씨도 작고. 한정판이 무색한 그냥  가제본이다. 뭐 기름을 확 뺐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과연 이걸 돈 내고 사 볼 사람이 있을까?  좀 의문스럽다. 

 

그런데 이책 저자가 직접 보내줬다. 그럴 것 같으면 사인이라도 해서 보내줄 일이지 어쩌자고 야박하게 책만 난짝 보내줬을까?ㅠ 내용이라도 재밌어야 할 텐데...  

 

 

일본은 별놈의 주제를 가지고 책을 만드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뭐 하나가 좀 팔렸다 싶으면 비슷한 류의 책을 연달아 내는 출판 안정주의의 나라가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일본의 출판 창의력은 확실히 우리나라 보다 앞서 있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이번엔 불륜학이다.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란 말이 언제 나온 말인데 이 불륜을 지금까지 고찰해 볼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 모르니까 당한다는 책의 모토가 은근히 호기심이 동한다. 

 

그런데 일본도 만만찮은 보수주의 나라인가 보다. 이 책이 나오고 적지않은 지탄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불륜이 안 없어지나? 그럴 바엔 저자의 말처럼 불륜을 공론화할 필요도 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저자의 직업이 이색적이다. 일반사회법인 화이트핸즈 대표이사란다. 그게 뭐냐면 . 새로운 '성의 공공성'을 만든다는 이념 하에 중증 신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정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란다.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 확실히 저자는 흔한 방식으로 사는 사람 같지는 않다. 또한 성매매 산업의 사회화를 목표로 하는 '섹스 워크 서밋'을 개최하는 등 사회적인 관점에서 현대의 성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선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저자의 행보가 궁금하다.

  

 솔직히 제목은 그다지 끌리는 건 아니다. 대놓고 들이대는 것 같아서. 좀 점잖고 근사한 제목을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작가 쳐놓고 대박나길 바라지 않는 작가가 과연 있을까? 작가는 명예를 중요시해서 상업성이나 대박을 바라면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제 그런 이중적 사고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난 호르몬이 자꾸 감소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로맨스 왕국에 살고 있어서일까?  드라마고 영화고 영 심드렁하다. 그런 내가 로맨스 소설이라고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그거 아는가? 그런 로맨스 장르를 독자나 시청자의 입장에선 별로 끌리지 않는데 글을 쓴다면 로맨스에 도전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왜냐구? 솔직히 세상 이야기중 로맨스가 섞이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 그도 그렇지만 작가를 알리는데 이만큼 확실한 장르도 없다. 

 

문득 이 책을 보니까 옛날에 시나리오를 배우러 다녔을 때 워크숍 작품이 생각이 난다. 평소 같으면 야한 건 생각도 안할 텐데 내깐엔 있는 야함, 없는 야함 다 탈탈 털어서 워크숍 작품을 썼던 기억이 난다. 정말 쓰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내가 쓴 것 같지 않았다.

 

나중에 강평을 받을 때 시쳇말로 개쪽났다. 뭐 그게 꼭 야한 장면을 써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여러 가지 결함이 있었겠지. 오죽하면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짚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그냥 갖다 버리라는 거다. 그땐 또 같은 수강생 중에 괜찮은 놈과 썸을 타고 있었는데 얼마나 민망하던지. 잘 썼다면 그게 촉매 역할을 해서 조금 더 진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난 처음부터 그얘와 사귈 생각은 없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이 책 로맨스 소설 쓰는 법을 가르쳐준다면서 은근 연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도 같다. 목차가 장난이 아니다. 특히 2장 같은 경우,
로맨스를 쓰기 전에 알아야 할 남자의 모든 것  
섹시하고 은밀한 남자들의 속마음
섹스 후에 드러나는 남자의 진심
섹스와 동시에 끝이 나는 연애 게임
남자와 여자,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관계
남자는 어쩌다가, 여자는 수시로 연락한다
남자는 현재를 즐기고, 여자는 미래를 꿈꾼다

 

이 책 읽다 연애쪽으로 도 트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뜨거운 사랑 한 번 제대로 안해 보고 로맨스 소설을 쓴다는 건 넌센스일까? 하지만 제대로된 사랑 한 번 못해 본 사람의 허세는 더 깊은 법이다.

 

어제 드디어 아는 지인과 함께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왔다. 알라딘의 고운님께서 관람권을 보내주신 덕분이다. 포퍼먼스도 포퍼먼스지만 무대 장치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어떻게 그렇게 현란하게 바뀔 수 있는지 그 노하우에 입이 쩍 벌어질 지경이었다.

 

지인을 만나러 가기 전, 알라딘 중고샵에 가서 책 한 권을 팔고, 두 권을 사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적립금으로 사지 않고 현금으로 샀다.

 

책을 팔고 매장을 둘러보니 <기형도 전집>이 눈에 띈다. 벌써 몇년째 보관함에 방치되다시피 한 책인데 첫밖에 띄어 사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바이올렛 아워> 이것 역시 언젠간 사 봐야겠다는 걸 이제 사긴 했지만 늘 그렇지만 사는 것과 읽는 것은 별개의 것인 경우가 많다. 그냥 샀다고. 난 늘 김영하의 말을 따른다.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 놓은 책중에 읽는 것이라고.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한 번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이 책은 현재 출판사에서 리뷰대회를 열고 응모작을 받고 있는 중인데, 최근 리뷰대회 대해 관심이 없어 그냥 넘기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 지금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갈수록 가독률이 떨어지고 있다.

 

 내가 워낙 책을 오래 붙들고 읽는 편인데, 읽어도 읽어도 콜럼바인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을 장황하게 반복되는 느낌이다. 처음엔 안타깝고 짠한 느낌이었는데 과연 이 책이 이 디테일의 장황함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해도 좋을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이책은 얼핏 예전에 읽었던 <내 심장을 쏴라>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그 책은 끔찍한 살인 사건의 가해자를 이해해 보고자 했던 개인의 기록이기도 하다. 개인의 기록이라 어느 정도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가해자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해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가해자의 가족으로서의 아픔이 더 절절히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연민으로 작용해 또 뭔가의 무언의 호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이 좀 더 잘 읽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한 사람에게 집중해서 곁가지를 펼쳐 나갔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콜럼바인>은 범인과 관련된 인물들도 추적하다 보니 산만한 느낌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워낙 많기도 하고. 그 보단 그런 총기에 의한 사건과 사고를 통해 미국 사회를 조망하고 과연 개인의 총기 소지가 합당한 것인지 반성하고 통찰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 부러운 것이 있다면, 10년 이상의 추적 끝에 이런 결과물을 내놨다는 것인데 세월호는 언제쯤이면 규명될 수 있을지? 콜럼바인 총격 사건이 일어난지 17년만의 저작물이기도 하다. 세월호도 그만큼의 세월이 흘러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당시의 단원고 생존자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콜럼바인과 겹쳐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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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9-28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맨스 소설 쓰는 법에 대한 책은 제목이 진짜 솔직하네요. 그치면 저쪽도 진입장벽이 상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stella.k님, 밖에 바람이 정말 세게 불어요.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7-09-28 19:20   좋아요 1 | URL
그렇죠? 저 책 읽고나면 연애에 도틀 것 같습니다.
제가 연애에 관한 책을 거의 안 읽고 있는데
뭐 그거 읽는다고 연애 박사되는 거 아니잖아요.
근데 솔직히 읽기가 좀 뻘쭘한 뭔가가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자신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로맨스 소설 쓰고 싶어 읽는데 무슨 상관이예요. 그죠?ㅎㅎ

서니님도 따뜻한 저녁 되시길...^^

cyrus 2017-09-2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럼바인》 리뷰대회에 응모하고 싶은데, 예전에 읽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리뷰가 생각나서 리뷰를 쓸까말까 고민하고 있어요.

서니데이 2017-09-29 14:09   좋아요 1 | URL
두 개가 같은 사건을 쓰고 있는 것, 맞나요?? 그러면 두 가지를 비교해서 쓰시는 건 어떨까요.??(제 생각입니다만.)

cyrus 2017-09-29 14:1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한 책인데, 저자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의 위치가 다르죠. 저도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은 분들이 많아서 아마도 이 책과 《콜럼바인》을 비교하는 리뷰가 나올 거로 예상합니다. 이러면 리뷰 전개 방식과 작성자의 생각 일부가 겹치는 리뷰들이 나올 수 있어요. 누군가(《콜럼바인》 리뷰를 작성한 분들)가 ‘유사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어요. ^^

서니데이 2017-09-29 14:18   좋아요 1 | URL
네. 그게 쉽지 않아요. 같은 내용이 이전에 언급된 내용과 반복되는 생길 수 있고요. 그럴 수 있기 때문에 본문 인용을 하시면 조금더 신경쓰실 부분이 있을 거예요.^^

cyrus 2017-09-29 14:26   좋아요 1 | URL
제 생각입니만,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리뷰 일부를 인용해서 쓰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글 작성자가 예전에 자신이 썼던 글을 ‘표절‘하는 것이죠. 독창적인 글이 선정되어야 하는 리뷰 대회에 맞지 않는 비겁한 행위입니다. (리뷰 대회 응모작이 아닌 평범한 리뷰를 쓰기 위해 자신의 다른 글을 인용, 수정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래서 《콜럼바인》 리뷰 대회에 응모해야할지 고민했던 것입니다. 제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리뷰를 이미 쓴 적이 있어서 같은 소재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쓸 자신이 없어요.. ^^

stella.K 2017-09-29 14:43   좋아요 0 | URL
저 없는 동안 두 분이 가열찬 논쟁을 하고 계셨군요.ㅎㅎ

나는 차라리 <가해자의 엄마입니다>가 훨씬 낫지 않을까 싶더군.
그런데 또 생각해 보니까 <내 심장을 쏴라>와 비슷할 것 같아.
내가 그거 읽으면서 좀 가위눌리는 기분이었거든.
그래서 안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콜럼바인>도 거의 포기 상태.

그런데 리뷰대회 그렇게 고민된다면 그냥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라고 본다.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냥 내 생각이다.ㅋ

서니데이 2017-09-29 14:41   좋아요 1 | URL
앗. 들켰네요.^^;;;

stella.K 2017-09-29 14:42   좋아요 1 | URL
ㅎㅎ 들키게 하셨잖아요. 서니데이님.^^

cyrus 2017-09-29 14:47   좋아요 2 | URL
To. Stella.k // 그래서 리뷰를 안 쓰기로 결정했어요. 응모 리뷰를 쓰려면 책을 사야해요. 그러면 당장 사고 싶은 책은 못 사게 돼요. 리뷰를 써놓고도 당선 못 되면 기회비용 손실이 큽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17-09-29 14:48   좋아요 0 | URL
그것도 좋은 선택이십니다.^^

cyrus 2017-09-29 14:50   좋아요 1 | URL
리뷰 대회 선정 도서를 사서 읽고, 작성한 리뷰가 당선되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비슷해요. ^^

stella.K 2017-09-29 15:03   좋아요 1 | URL
ㅎㅎ 잘 생각했다.
딱 마음에 드는 책이면 읽는 동안은 행복한데
어떤 의무감 때문에 읽으면 부담이 되더군.
난 동기부여를 위해 샀는데 괜히 샀다 싶어.
그냥 가지고 있다 중고샵에 넘기게 되지 않을까 해.

대신 어제 <바이올렛 아워> 앞부분 조금 읽었는데
괜찮더군. 기분 업이야.ㅎ

stella.K 2017-09-29 15:06   좋아요 0 | URL
참, 그래서 넌 최근에 예스24에서 복권당첨 됐잖아.
나는 이주의 리뷰로 당선됐는데
본상에선 미끄덩이었어.
그러니까 더 쪽팔리더라.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