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잔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물일까요? 아니면 마지막 한방울의 물일까요?-30쪽
생계대책이라는 것은 물론 경제에 대한 것이지만 단지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먼저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과 나의 행복에 대한 그림이 있고, 그것을 뒷바침하기 위한 경제적인 계획이 나올 때 그것이 정말 현실성 있는 생계 대책이 아닐까? -58쪽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대신 맑은 공기와 새소리가 있고, 편리한 교통과 문화적 혜택이 없는 대신 교통체증과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도 없다.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적지만 자급자족하는 것들을 늘여가는 재미가 있다. 불편하고 심지어 더러운 일도 있지만 어느 다른 것에 산다고 힘든 일이 없기야 할까? 다음에 어떤 다른 환경에서 삶을 꾸릴 기회가 생기더라도 나는 그곳의 장점을 누리면서 만족하고, 그곳의 단점을 인정하면서도 줄여나가려 애쓸 것이다. -67쪽
범준 . 길연 부부의 시골 가기 대작전 5가지
1. 정말 가고 싶은지 확인하라. 스스로에게 또 함께할 사람에게 반복해서 질문을 던지고 확인했다. 그 결과 정말 두 사람 모두 가고 싶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그때부터는 일이 쉬워졌다.
2. 상황에 맞게 준비하라. 경제적인 형편이든, 주변 여건이든, 개인적인 특성이든 모든 상황이 개인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교본을 찾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았다.
3. 발품을 많이 팔아라. 다녀보면 무엇이라도 배울 것이 있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 들어간 사람도 만나고 시골 어르신도 만났다. 지역마다 장단점이 있고 각양각색의 체험과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4.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지 말아라. 아무리 도시를 떠나도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자동차를 타든, TV를 보든, 수세식 화장실을 쓰든 자기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당당하게 포기하지 마라. 단, 도시에서 누리던 모든 것을 다 가져갈 생각도 곤란하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몇 가지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할 각오도 했다.
5.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라. 결심을 하고 준비를 마쳐도 결행을 하지 않으면 관성에 의해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쉽다. 그러므로 도시를 꼭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는 덩지와 민이를 데리고 더 이상 도시에서 살 수 없었다. -78~79쪽
옛날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은 자상하고 건실했지만 이상하게도 수만 먹고 들어오면 막대기를 찾아서 죄 없는 아내를 때렸다. 그러고는 술이 깨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내에게 잘못을 빌고 잘해 주었다는 것이다.
아내로서는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다가 다음 날이면 착한 사람으로 돌아오는 남편이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탁발을 온 스님에게 시주를 한 아내는 그 스님에게서 남편의 나쁜 버릇을 고칠 묘책을 들었다.
갈대 백개를 묶어서 두었다가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오면 그 갈대다발로 맞으라는 것이었다. 며칠 뒤 술을 먹고 들어온 남편은 어김없이 아내를 때리려고 막대기를 찾더니, 아내가 준비해놓은 갈대 다발을 찾아서는 아내를 때리기 시작했다. 별로 아프지도 않은 갈대 다발로 밤새도록 아내를 때리던 남편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러자 다음 날부터 남편의 술버릇이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술을 먹어도 아내를 때리지 않는 것이었다. 얼마 후 탁발을 나온 스님에게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자 스님은 그 부부의 전생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동안 남편이 아내를 때린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전생에 농부였던 아내가 전생에 소였던 남편을 수십만 대나 때렸기 때문이다. 전생의 업을 갚기 위해 남편은 아내를 때려야 하는데 평소에는 못하다가 술만 먹으면 아내를 때려 그 숫자를 채워갔던 것이다. 그러다가 갈대 다발로 밤새 맞은 덕분에 남은 몇 십 만대를 채운 남편은 더 이상 아내를 때릴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내는 스님의 지혜 덕분에 남은 평생 술주정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전생에서 매질을 한 아내도, 술을 먹고 아내를 때린 남편도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173~176쪽쪽
"제가 어느 커다란 사찰에 가 있었어요. 사랑하던 사람이 출가를 해서 중요한 관문을 통과하는 날이었는데 너무나도 궁금한 마음에 찾아갔던 거예요. 그 중요한 관문이란 것은 통과하면 출가자로 인정을 받게 되지만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위험한 시험이어서, 어느 쪽이든 제 입장에서는 그 사랑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의 안위가 염려되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곳을 찾아갔는데, 잠시 기다리니 한 스님이 제게 다가와서는 '그 분은 무사히 통과하였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는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이제는 그이를 영원히 볼 수 없겠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저는 그 스님께 '여원히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라는 말을 남기며 돌아서는데, 그 알 수 없는 영원이라는 시간의 아득함과 감히 '영원히'라고 말 할 수 있을만큼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듯한 절절한 감정이 뒤범벅되어 너무나도 애틋하고 슬픈 마음이었어요.
이렇게 전생을 보고 나니 그 동안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나의 여러가지 상황들이 많이 설명이 되더군요. 그 중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포기할 수 잇는 사람'에 대한 괜한 두려움 같은 것도 있었어요. 아마 전생에 그런 사람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그랬던가 봐요."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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