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이 장악한 현대인 식단에 대한 반란의 바람이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내달리던 패스트 푸드점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그 틈새를 비집고 ‘웰빙 음식’이 부상하고 있다. 각종 화학 조미료와 식품첨가물의 위해성이 알려지면서, 이제 웬만큼 무던한 사람도 먹거리에 깐깐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 십 년간 길들인 입맛, 아니 유전적인 입맛의 변화가 쉽지만은 않다. 얼큰한 라면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정말이지 어렵다. 때로는 의지가 부족해서, 때로는 실천 노하우가 부족해서 ‘식단혁명’은 번번이 좌절된다.
어떻게 하면 깐깐하고 세련된 웰빙 먹거리에 입맛을 길들일 수 있을까?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한영실 교수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양팀 이정민 과장의 도움말로 ‘식단혁명’에 이르는 여덟 가지 노하우를 정리했다.
1. 현미밥에 도전하자
식단 혁명의 출발이자 기본이다. 현미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 영양소와 비타민이 풍부할 뿐 아니라 식이섬유가 백미의 10배 가까이 높아 변비를 해소시키고 중금속 등 기타 유해물질을 배설시킨다. 또 현미는 당 지수(음식이 체내에서 당으로 바뀌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가 낮아 비만과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백미(10분도미)와 현미를 8대2의 비율로 섞다 차츰 5대5, 또는 그 이상의 비율로 바꾼다.
●처음엔 5분도미를 먹다 익숙해지면 3분도미에 도전해 본다.
●처음 시도할 때 현미찹쌀을 섞거나 압력밥솥에 밥을 지으면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취학 전 아동이나 노인, 위염·위궤양 환자에겐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
2. 라면을 줄이자
‘라면 줄이기’는 가장 힘들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라면 한 개의 열량은 500~600㎉에 달하며,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으면 1000㎉ 가까이 된다. 그러나 영양소는 탄수화물과 지방뿐이어서 실속 없이 살만 찌게 된다. 몸에 좋을 것 없는 산화방지제와 색소도 첨가돼 있다.
●라면이 정말 먹고 싶으면 뜨거운 물에 면을 한 번 삶아낸 뒤 다시 뜨거운 물에 끓인다.
●라면 대신 생라면 또는 생우동을 먹는다. 값이 2~3배 비싸지만 튀기지 않은데다 칼로리는 절반 정도다. 최근 다이어트용으로 유행하는 곤약 라면 또는 곤약 우동은 칼로리가 50~70㎉ 수준이다.
●라면 대신 먹을 수 있는, 간편하고 신속하게 조리 가능한 대용식을 개발한다.
3. 국물을 마시지 말자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2000㎎(소금 5g)이지만 한국인 평균 섭취량은 4900㎎(소금 12.5g) 정도다. 주범은 국물이다. 칼국수 한 그릇엔 약 2900㎎의 나트륨이, 우동이나 라면엔 약 2100㎎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대부분은 국물에 녹아 있으므로 국물만 남기면 나트륨 섭취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식품을 구입할 때는 나트륨 함량을 체크한다.
●소금이나 간장 대신 고춧가루, 후추, 마늘, 생강, 양파, 식초로 맛을 낸다.
●국이나 찌개는 끓인 후 먹기 직전에 간을 한다.
●국물보다 건더기를 많이 먹고, 아무리 맛있어도 국물은 남긴다.
●장아찌, 젓갈, 절임 및 조림 음식의 ‘맛있는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애쓴다.
4. 쓴맛에 익숙해지자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 단맛을 찾고 쓴맛은 뱉는다고 한다. 단맛은 대부분 칼로리가 높아 에너지원이 되지만, 쓴맛에는 독(毒)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의 본능도 마찬가지여서 아이들은 단맛만 찾는다. 그러나 이제 본능을 극복하고 쓴맛에 익숙해져야 한다. 첫째 현대인의 단맛은 칼로리만 높고 영양분은 없는 설탕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둘째 건강에 좋은 나물과 야채, 차(茶) 등은 대부분 쓴맛이기 때문이다.
●흑설탕을 포함해 모든 설탕은 아예 끊는다. 캐러멜을 섞어 만든 흑설탕도 영양적으로 백설탕보다 좋다고 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다.
●청량음료, 주스 대신 물을 마신다. 청량음료엔 설탕이 12~13%며, 대부분의 주스에도 설탕이 들어간다. ‘무가당’ 주스도 과일 자체의 과당 때문에 칼로리가 높다.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은 ‘다방커피’를 끊고, 세련된 블랙커피나 녹차를 마신다.
5. 퍽퍽한 닭 가슴살을 즐기자
음식의 맛은 지방이 좌우한다. 닭 가슴살보다 닭 다리나 닭 날개가 더 맛있고, 쇠고기도 지방이 촘촘히 박힌 꽃등심을 최고로 친다. 찌거나 삶은 것보다 볶거나 튀긴 요리가 더 맛있는 것도 조리 과정에서 기름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은 비만의 원인이 되며, 혈관을 공격한다. 기름에 튀긴 인스턴트 식품은 트랜스 지방으로 변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콩·옥수수 기름보다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콩·옥수수 식용유를 착유할 때 핵산이란 유기용매와 합성 산화방지제, 방부제가 첨가된다.
●볶을 땐 충분히 센 불로 단시간에 볶고, 튀길 땐 기름이 충분히 달궈진 상태서 튀긴다.
●볶음, 튀김, 전 보다 구이, 찜, 무침에 입 맛을 길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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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을 위해, 병 치료를 위해 식단을 바꾸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딸과 함께 친환경식품 전문 매장에서 야채를 고르는 주부의 모습. 이진한기자 magnum91@chosun.com | |
6. 가공식품은 ‘똑똑하게’ 먹자
인스턴트·가공식품에는 여러 종류의 화학 조미료와 방부제·색소 등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햄이나 소시지 등에는 발색제, 산화방지제, PH조정제(부패 방지와 고기 산도 조정 목적), 인공색소 등이 들어 간다. 과다 섭취하면 호흡 장애와 신경쇠약, 두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가공식품을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똑똑하게’라도 먹어야 한다.
●햄이나 소시지 등은 끓는 물에 한 번 데친 후 조리한다. 어묵에도 방부제가 들어 있으므로 조리 전 미지근한 물에 담가뒀다 가열해서 먹는다.
●통조림 식품은 함께 들어있는 기름이나 국물을 버리고 조리한다.
●화학조미료를 끊고 다시마, 멸치, 버섯 등을 이용한 천연 조미료를 만들어 사용한다.
7.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이겨내자
패스트 푸드와 인스턴트 식품은 영양학적으로 열량과 포화지방산,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아 비만과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의 원인이 된다. 또 과일과 야채를 덜 먹게 돼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 부족을 초래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해결책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직접 요리하는 것뿐이다.
●장을 볼 때 인스턴트·가공 식품 코너는 아예 쳐다 보지도 않는다.
●구입한 음식 재료는 필요에 따라 씻거나 데치거나 절이는 등 잘 다듬어서 한 번 먹을 양으로 나누어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한다.
●밑반찬 등을 활용해서 조리 시간을 단축시키도록 노력한다.
●식단혁명의 주역인 주부를 도와주고 격려한다.
8. 조금씩 덜 먹자
비만 인구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든 동물의 유전자는 아사(餓死)를 대비해 가능한 많이 먹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그러나 이젠 살기 위해 이 유전자를 개조시켜야 한다.
●칼로리가 낮은 음식부터 먹어 포만감을 유발한다. 물은 포만감은 들지만 소화액을 희석시켜 소화장애를 초래하므로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다.
●반찬을 먼저 많이 먹고 밥을 나중에 조금 먹는다. 탄수화물은 한국인 비만의 제1 원인이다.
●‘좀생원’ 소리를 듣더라도 식당에선 주문량을 줄인다. 음식을 많이 시키면 요즘엔 “미련하다”고 말한다.
●하루에 500㎉씩 줄이면 한 달에 2㎏ 빠진다. 매끼 밥 3분의1 공기만 줄여도 하루 300㎉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