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는 법정 스릴러 정도?

내용은 엄마와 딸의 모정 내지는 애증관계를 그렸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감상을 최대한 배제하고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려 만족스러웠다.

 

배종옥이나 허진호의 연기도 인상적이고, 딸겸 변호사 역을 맡은 신혜선의 연기가 신뢰가 갔다. 

 

대천을 배경으로 해서일까 등장인물들 거의 대부분이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데 얼마 전 본 <국제수사>도 충청도 사투리 쓴다. 이제 사투리하면 충청도인가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경상도 아니면 전라도가 대세였던 것 같은데.

 

장예모 감독의 영화엔 항상 공리가 나온다.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영화가 좀 오래되긴 했다. 2007년도 작이니. 지금도 장예모 영화에 공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의 영화를 선택한다면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 영화 역시 최소한 눈호강은 한다. 그런데 영화적 내러티브는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눈호강이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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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16 2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황후화 눈호강 정말 끝내주죠. 저는 영화내용에 관심 일도 안가고, 그냥 세트와 의상에 와와 침흘리면서 봤어요. ㅎㅎ

stella.K 2021-05-17 18:1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중국 영화는 확실히 스케일이 다르군하면서 봤습니다.ㅋㅋ

scott 2021-05-17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예모 중국 정부에 붙어 살고 부터 영화의 수준이 확! ㅎㅎ
국두와 홍등, 인생 영화 장예모+공리 최고의 영화인것 같습니다. ^.^

stella.K 2021-05-18 19:49   좋아요 1 | URL
아하! 그렇군요. 맞아요.
장예모 영화가 원래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근데 제가 국두나 홍등을 봤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
언제고 봐야겠습니다.
 
가버나움
나딘 라바키 감독, 자인 알 라피아 외 출연 / 플레인아카이브(Plain Archive)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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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뭐 이런 영화가 있나 싶었다. 

극영환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큐멘터리 아닌가 했다. 그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음악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건 극영화가 맞다.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사회 고발성 짙은 영화다. 등장인물은 시리아 난민 출신들로 영화를 찍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각각의 등장인물은 실제로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는데 영화에선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고 심지어는 가족 지간인 양 자연스럽다. 이름도 실명을 쓴다.


솔직히 이런 영화를 본다는 건 즐거운 건 아니다. 뭔가 고통스럽고 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영화가 아니면 난민국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어찌 알겠는가. 또한 보면서 국력이 얼마나 중요하며 교육을 통해 문명을 깨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국력이 약하면 제일 고통당하는 건 어린아이와 여성이다. 무엇보다 그런 난민국가에서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절감하게 된다. 한 가정의 가장은 자신의 가정조차 지킬 수가 없다. 주인공 지인을 보라.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한다. 


이야기는 어린 지인이 조혼의 구습으로 여동생이 어느 아저씨뻘 되는 남자에게 강제로 끌려가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다 사망자 홧김에 그 남자를 살인을 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법정에 서게 되면서 시작이 된다. 물론 처음부터 이 상황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다소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엔 그저 주인공 지인이 자신을 방임한 부모를 고발하기 위해 법정에 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 가지고 부모를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 갸웃거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인이 사는 곳은 난민 지역이다. 과연 어디가 출생신고를 한단 말인가.  


난민 지역이라고 해도 조혼 풍습을 버리지 못해 이제 막 월경을 시작한 어린 동생이 팔려가는 걸 막을 수 없었던 지인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해 가출을 한다. 가출해 일자리를 찾던 중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젊은 여자를 알게 되고 그녀의 어린아이와 동거를 하면서 묘한 가족애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여자도 불법 체류자의 신분이라 그것은 언제 깨질지 알 수가 없다. 여자 역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을 수 없어 몸이라도 팔아야 할 지경인데 하필 그 일을 하기로 한 날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자식조차 잃어버랴야 할 위기에 처해진다. 그 사이 지인은 여자의 아이와 버텨보지만 결국 아이를 영아 인신매매단에 팔아버린다. 


집에 돌아온 지인은 아버지로부터 심한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다 여동생이 임신 중 사망한 것을 알게 된다. 아버지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던 지인이 극도의 분노로 칼을 들고 동생을 그렇게 만든 남자를 죽이겠다고 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그것을 그저 단순한 어린아이의 치기로만 볼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다행히 살인미수에 그치지만 한마디고 지인은 찢기고 부서진 영혼이다. 과연 이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게다가 재판 후 구치소에 수감 중인 지인은 자신을 만나러 온 어머니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잔뜩 독이 올라 마구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죽은 동생을 대신해서 태어날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저주를 받는 거라면서. 자신이 얼마나 불행하면 자신의 엄마에게 그런 독설을 퍼붓는 것일까. 그게 보는 내내 참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이 영화가 뭔가모를 일말의 의문이 남는다. 물론 난민의 어느 한 비극적인 가정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지인에 대해선 다소 감상적으로 봐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솔직히 지인의 꿋꿋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치료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그래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일수 밖에 없겠지만.    


나라가 없으면 이런 비참한 데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도대체 어린 지인은 누구를 원망을 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지인의 나라는 회생하게 될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러다가 남의 나라도 남의 나라지만 난 이내 학대당하는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집중적으로 아이들의 학대피해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나름 복지 국가로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물론 나라가 없었던 시절에 비하면 아이들의 불행은 몰라보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들의 행과 불행을 수치로 계산한다는 건 확실히 난센스다. 아이들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훈육을 한답시고 아이들을 학대하다 훗날 늙고 힘없어질 때 어떤 대우를 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영화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두루 석권했다. 보면서 국력과 인권, 아동과 여성에 대해 두루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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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5-14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 같군요.
이번 코로나 사태는 국가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벌써 영국과 미국은 백신 맞은 국민 수가 월등히 많잖아요.

stella.K 2021-05-14 18:30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이어요.
근데 그에 대한 부작용이랄까? 백신 패권주의가 나타나기도 한다더군요.
잘 사는 나라나 백신 백신하지 지구상엔 아직도 백신 그림자도
못 본 나라가 많다더군요. 그런 나라를 상대로 동맹을 맺는다고도 하던데
과연 이걸 믿어야하는지 모르겠어요.ㅠ

영화 괜찮긴해요.

scott 2021-05-17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을 이런 불행한 삶을 살게 하는 부모 더나아가 국가는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인도는! 이나라는 답이 없어요.
도덕 윤리는 겐지스강에 첨벙 첨벙하면 죄가 씻겨내려가는 줄 ㅜ.ㅜ
이란 어린이들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 영화제 통해서 보고 며칠 맘 아파 앓아 누움 ㅠ.ㅠ

stella.K 2021-05-18 20:05   좋아요 1 | URL
와, 앓아 눕기까지...!
그렇다면 스콧님은 이 영화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자꾸 지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고 용기있게 살아갈 것처럼 보여주죠.
그 감상주의가 거슬렸습니다.
어른과 국가 권력이 붕괴된 사회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갈 수가
없어요. 물론 그런 것을 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면 좋은 거긴한데
말입니다.
나중에 등장인물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막으로 보여주는데
나름 다행이다 싶긴한데 앞으로 잘 살까 싶기도 해요.
또 다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나 마얀마 사태에
민간인들 사상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아픕니다.
기도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속이 상하고.
저는 이렇게 편하게 오늘도 잘 살았는데 말입니다.ㅠ
 

 나도 생각이 난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던 날을. 그 일이 있기 전날까지만해도 일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박 대통령이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믿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얼떨떨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 아니 우리나라엔 대통령은 오직 한 사람 밖에 없는 줄 알았다. 바로 그 분이 돌아가셨는데 아무 일도 없이 학교를 가야한다는 게 좀 이상했다.   

 

 날씨가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몹시도 흐리고 을씨년스러웠다고 생각한다. 교실은 거의 초주검 상태였다. 반 아이들 거의 대부분은 훌쩍거리거나 침통한 표정이었다. 난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분이 몹시 침울했다. 그러던 중 나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같은 반 아이 하나가 밑도 끝도 없이 "너도 안 우네."하는 것이다. 침통했던 건 사실이지만 울어야 하는 것인지 의아스럽긴 했지만 얼떨결에 쏘듯이, "안 울긴 왜 안 울어?" 했다. 그리곤 내 자리에 가 앉았는데 그렇게 말하고 보니 좀 미안하긴 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쏠 필요는 없었던 건데 다시 돌아가 사과할 수도 없고. 때가 때인만큼  그 친구도 이해할 거라고 믿고 넘어갔다.

 

그때 울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울어야 한다면 그건 박통이기 때문이라기 보단 사춘기 소녀적 감성이거나 그 보다 4년 전 영부인을 잃어 본 연장선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국민은 참 박복도 하지. 어떻게 대통령 부부가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나 병사가 아닌 비명황사를 봐야만 한단 말인가. 이건 정말 누구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한 나라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죽기 1년 전인가, 2년 전에 대통령 대의원 선거가 있었다. 그게 어떤 의민지 알지 못했던 초등학생인 나는 박통이 무난히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이런 끔찍한 일을 보다니. 그 직후 계엄령이 내려지고 한동안 밤 10시 이후 통행금지가 내려졌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물론 그때 무슨 일이 왜, 어떻게 있었는지는 단편적으로는 알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렇게 전체를 조망하는 것을 보기는 이 영화가 처음은 아닌가 한다. 또 이 영화는 김충식의 <남산의 부장들>에 힘 입은 바 클 것이다. 워낙에 원작이 탄탄해서일까 영화 역시 탄탄한 구성과 사실적 연출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책의 내용을 다 다루지는 못한 듯 하다. 그저 박통이 왜 암살 당했는가에 대한 전후 사정에만 집중했다. 그에 비해 책은 훨씬 광범위하게 다뤘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지만 영화의 등장인물은 실명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게끔 각 등장인물의 싱크로율이 꽤 높다. 김규평(실제론 김재규겠지만) 역의 이병헌의 연기도 인상 깊지만 나는 웬지 박통을 연기한 이성민 배우의 연기가 더 인상적이다.

 

 

 

그의 연기에서 정말 살아있는 고뇌에 찬 박정희를 보는 것만 같았다. 외모는 물론이고, 특히 당나귀 귀처럼 일부러 쫑긋 세운 귀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다. 그뿐인가, 말투와 걸음걸이 역시도 박통을 빼닮았다. 그런 것을 보면 이성민이란 배우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정말 연구를 많이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이 저렇게 조그맣고 단단한 체구였나 새삼 의문스럽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나는 아직 다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다 나보다 컸다. 그러니 당연히 그도 컸을 거라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갖지 않았다. 더구나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아닌가. 키 작은 최고 지도자는 상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40여년만에 영화속에 송환되어 나온 박통은 정말로 작고 단단해 보였다. 게다가 권력에 찌들었다. 대통령을 세번을 연임했으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그쯤하면 자신도 언제까지나 대통령을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몇해 전엔 아내가 비명횡사를 했다. 권력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은 있어도 아내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추앙을 받는 존재다. 물론 그 총탄은 애초에 자신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게 빚나가면서 자신은 살 수 있었지만 대신 아내가 총알받이가 되어야 했다는 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권력과 먼 선량한 아내도 비명에 간 마당에 권력의 피를 한껏 빨아 먹고 그 자리를 차지한 그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했을까. 아니 어쩌면 그것을 넘어 우울했을지도 모른다. 죽으면 그만인 걸 뭐 그리 권력에 눈이 멀어 한 세상을 살아왔을까 후회스럽기도 했겠지. 그것은 그의 십팔번이었던 당대 유명한 노래 <황성 옛터>에 고이 실어 불러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권력을 쉽게 놓지도 못한다. 그건 당연하다. 그는 권력의 피를 마시며 자란 한마리 외로운 늑대다. 그런 그가 권력 외에 무엇을 더 추구할 수 있겠는가. 원래 드라마고 영화고 흡연 장면은 생략하거나 간접적으로만 나오도록 되어있는데 이 영화는 이례적으로 직접 표현되기도 했다. 그런데 감독은 오래도록 털지 않은 담뱃대의 재도 계산에 넣은 듯 하다. 그것은 곧 박통의 오랜 고뇌와 신음을 표현해 주는 것만 같다.     

 

그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것은 권력자의 생리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항상 그렇게 말하지 않는가. "임자하고 싶은대로 해. 임자에겐 내가 있잖아." 말 자체로야 얼마나 신뢰를 주는 말인가.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또는 아버지가 자식에게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최고의 남편이고, 아버지일 것이다. 하지만 권력 관계에서 그 말은 제법 살벌한 말임에 틀림없다. '네 뜻대로 해 봐. 그것이 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의 또 다른 말 아닌가.

 

하지만 특이하게도(?) 독재자에겐 대신 짖어주고, 아부하는 개가 항상 있다. 독재자는 그 개에 의해 눈이 점점 멀어간다. 영화에선 곽상천이 바로 그 개다. (실제론 차지철 아니었나?). 박통은 그렇게 자신을 대신하여 충실히 짖어주고 아부하는 개가 좋지 김규평 같이 입바른 소리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그건 어느 독재자든 그의 말로를 보여주는 첫번째 징조이기도 하다. 측근 부하의 충언은 독재자에겐 그 자체로 들리기 보단 자신에게 도전하거나 반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렇게 지쳐있다가도 김규평이 무슨 말을 하면 금방 표정이 바뀌고 독기를 드러낸다. 그런 것을 통해 그는 자신은 죽지 않았음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박통은 권력의 최정점에 올라설 줄만 알았지 어떻게 내려와야 하는지는 조금도 알지 못했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박통을 살해한 김규평은 어떤 사람일까. 실제로 그때 난 박정희 대통령을 죽게 만든 김재규를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는 김일성만큼이나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 원수를 죽이지 않았는가. 그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영화에서 그는 제법 똑똑하고 명민한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미 박통의 신망을 잃은 관계로 그는 매번 그의 의견은 묵살 당하곤 한다. 신망을 잃은 자의식이 강한 인물의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독재자가 그리 강하게 나온다면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조용히 독재자의 시야에서 사라지던가 아니면 하극상을 보이던가.

 

박통은 김규평을 무시하고 냉정히 대하는 중에도 그를 품으므로 자신이 그의 상관임을 다시 한 번 인식시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술자리에 초대하기도 했는데 그건 확실히 박통의 늦은 제스처임에 틀림없다. 바로 그 자리는 김규평이 박통에게 하극상을 보이기 좋은 자리였다. 그러고 보면 박통은 때로 자신의 심복에게 관대함을 보이는데 있어 인색하거나 타이밍을 못 맞추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김규평의 입장에선 친구이기도 한 박용각을 박통이 죽도록 내버려뒀다는 것도 화가났을 것이다. 그것도 부족해 부산 시민이 들끓고 일어나자 곽상천이 탱크로 밀어버리면 그만이란 말에 아무런 제지도 안함으로 그 생각에 동조한다.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했다고 언제나 그 방법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가. 그런 것을 보면 지금도 정치 윗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생명을 놓고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시민을 개 돼지로 표현했던 어느 정치인의 말이 전혀 틀린 말도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 권력자들은 하나 같이 나라란 거대한 판을 놓고 도박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정치는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있는 거지 도박을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닌데 권력을 얻으면 왜 하나같이 도박꾼으로 변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실제로 김제규는 똑똑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박통을 더 이상 살려뒀다간 이 나라가 어찌될지 모르니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글쎄, 만일 그때 박통이 암살 당하지 않고 조용히 하야하거나 독재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임기를 채우고 권좌에서 내려왔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김규평은 좀 미스터리한 인물이긴 하다. 그런 거사를 그의 부하들과 함께 공모하면서 그 다음엔 어떻게 할까요란 질문에 이렇다할 대답을 못했으니. 자신은 그렇다고 쳐도 그 공모에 끌어 들였던 부하들은 살 길은 열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양심은 살아있었을까 박통을 죽이고 그를 실은 차가 남산을 향해 가려던 것을 돌려 육군본부로 돌린다. 육본으로 간다는 건 자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사형을 언도 받은지 47일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하지만 역시 우린 참 박복한 국민이란 생각이 든다. 이왕 그렇게 돼버린 거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 이후에도 독재의 그림자를 거둬내지 못하고 도탄에 빠져 허우적 대야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반대머리에 제복을 입은 전두혁이 빈 대통령 집무실의 책상을 곁눈질 하는 장면은 짧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가.

 

또 우리나라는 그 험한 세월을 지나쳐왔다지만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의 군사 구데타를 보면서 남의 일 갖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린다. 언제까지 이것을 지켜만 봐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 지도자를 잘 세우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 역사를 통해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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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08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제 러시아가 도스토예프스키 전기 영화를 만들었나 보다. 그것도 8부작 TV 시리즈로. 무려 방연연도가 2012년이다. 우연히 올레 TV를 뒤지는데 이게 딱 걸렸다. 우리가 외국 배우를 안다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와 일본 배우 정도나 집중적으로 알지 러시아 배우의 이름을 알기란 쉽지 않다. 예브게니 미로노프란 배우가 도스토예프스키 역을 맡았다. 이 배우는 <더 레볼루션>, <스페이스 워커> 등에 나왔다고 한다.  

 

이 배우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싱크로율은 거의 90% 정도? 참고로 이 배우는 1966년생이란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과 실제 도스토예프시키의 전기는 또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다른 이의 전기 영화가 그렇듯 나름 충실하게 만들었다고 믿어야겠지? 지금 우리나라엔 도스토예프스키의 평전은 절판된 걸로 알고 있다. 

 

솔직히 도스토예프스키를 깊이 연구하지 않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극히 단편적이다. 뭐 사형 직진에 집행정지를 받은 거나, 간질이 있다는 것과 노름꾼이란 정도가 전부 아닐까? 그런데 영화는 여성 편력도 좀 있고, 신앙이 깊은 줄 알았는데 그건 표피적이고 명성에 비해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는 걸 영화는 나름 잘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도박만하지 않았어도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름빚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그의 빛나는 작품을 읽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할 때 글쎄, 작가는 등 따숩고 배 부르면 안 되는 직업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시리즈의 평점은 5점 만점에 2.9점인데 물론 다 믿을 건 아니지만 처음 점수가 낮아 보기를 좀 망설였는데 그래도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원래 전기 영화에 대한 평점은 대체로 짠 편인데 그 정도라면 양호하다고 봐야겠지. 참고로 내 개인 점수는 3.5다. 어쨌든 이 시리즈를 보니 도스토예프스키가 부쩍 읽고 싶어졌다.

 

이 영화는 영화라기 보단 뮤지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지금까지 프로듀싱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갈라쇼다. 우리가 알만한 유명한 작품들은 그의 손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캐츠>, <올리버> 등등의 작품들.

 

한마디로 그는 기념비적 인물임엔 틀림없다. 지난 2008년도에 영국 여왕 부부를 모시고 이런 공연을 한 것이다.

 

성격상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는 걸 좋아하지 갈라쇼는 별로라고 생각해서 조금 보다가 말려고 했다. 그런데 거의 세 시간하는 작품을 결국 끝까지 보고 말았다.

 

보면서 새삼 놀라운 건 등장하는 배우들이 정말 다양하다는 거였다. 인종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살찌고 늙은 노배우들 정말로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런 무대가 벅찰 법도한데 무대에 워낙 잘 적응이 되어서인지 지치지도 않고 자연스럽다. 그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굉장한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젊은 사람에게 노인 역을 맡길 망정 노배우를 뮤지컬에 직접 쓰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 뮤지컬 1세대들이 있다. 전수경이나 남경주, 최정원 등. 그들은 어느 새 중년이 되었고 앞으로 10년 안에 일선에서 물러나 있겠지만 난 이들이 10년 후, 20년 후에도 무대를 지켜줬으면 한다. 암튼 늙었든 살이 쪘든, 어떤 인종이든 다양하게 인물을 쓰는 그들의 시스템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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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23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키 선생의 가장 큰 반전은 엄청 다정다감한 남편에 아이들을 넘 ㅎ 사랑했다는거!러시아 저시절 남자들은 술-도박-폭력이런 나쁜 버릇을 일삼았는데,,,,나보코프 외삼촌이 도키선생 시베리아 유형지에 있을때 감찰관으로 가서 심문 한적 있는데 그렇게 예의 바르고 교양이 넘쳤던 젊은이였다고 하더군요. 뮤지컬 한국은 거의 아이돌들에게 점령 당해버려서 ,,,,

stella.K 2021-03-24 16:56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그런 인간적인 면들이 좀 더 들어나야 하는데
뭐 감독이 없는 말 지어내지는 않았겠지만 너무 그런 측면을
배제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더군요.
그래도 러시아의 풍광이나 사람들과의 갈등 뭐 그런 부분들은
나름 충실하게 그렸더군요. 괜찮았습니다.

맞아요. 아이돌에 의해 점령 당해버렸죠.
그 아이돌이 뮤지컬에서 잘 자라준다면 봐줄만도 한데
이거했다 저거했다 철새처럼 떠다니는 것도 좀 그렇고.
옥주현은 뮤지컬 2세대로 잘 자라고 있잖아요.ㅋ

cyrus 2021-03-24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높은 성우 대부분은 오래 활동한 분들이에요. 대표적인 예가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목소리가 박영남 씨인데, 이분 연세가 칠순 넘었을 거예요. 지금도 활동하고 계세요. 젊은 축에 속하는 성우들도 있긴 한데, 이분들의 연세가 40~50대에요... ㅎㅎㅎ 요즘에는 성우 대신에 연예인이 더빙을 맡는데, 이런 상황을 좋다고 볼 수 없어요.

stella.K 2021-03-24 16:59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양지운이나 배한성도 그 또래쯤 됐을텐데 말야.
난 옛날 시절이 그라워.
주말의 명화 시절엔 다 더빙이었잖아.
지금은 연예인 아니면 자막이니 성우들이 설 자리가 더 좁아졌지.ㅠ

레삭매냐 2021-03-30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끼 샘 탄신 200주년이라 왠지
도끼샘의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가질 않네요.

물론 언제나 도끼샘의 책들은 주변
에서 대기 중입니다.

stella.K 2021-03-31 19:51   좋아요 1 | URL
두께가 좀 부담스럽긴 하죠?
남의 나라라 그런지 쉽게 읽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영화에선 당대 베스트셀러처럼 묘사되더라구요.
아마도 그 시대엔 tv나 볼 것이 그리 많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철학적 주제를 좋아하는 것도 있을 것도 같고.ㅋ
 

출연 배우들 모두가 내가 애정하는 배우라 눈에 띄여 봤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주지훈 때문에 봤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 이 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좋던지. 그런데 이 영화 2014년도 작품이다. 그때도 나름 지명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난 그냥 인기가 있나 보다 했고, 그 시기에 봤다면 주지훈 보단 지성 때문에 봤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배우니.

 

처음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아무리 주지훈이 나온다지만 범죄나 스릴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영화의 시작도 도대체 이걸 가지고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거지 좀 의문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근데 이 영화 잘못된 욕망은 파멸을 낳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달라 오히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이를테면 아무리 정없는 모자지간이라지만 엄마가 왜 죽었는지 끝까지 파헤치고, 아무리 친구들이라지만 확실히 응징하는 뭐 그런 방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건 그냥 암시만 줄 뿐이다. 대신 인철(주지훈 분)을 십분 활용한다. 정말 이 영화는 주지훈이 7할은 살린 영화다. 주지훈은 지신이 맡은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어찌나 허세 쪄는 양아치 역할을 잘 하는지. 그러면서도 내면에 인간의 순수함 내지는 친구의 의리가 뭔지도 안다. 

 

친구 즉 현태(지성 분)의 엄마를 죽게 만들고도 마지막까지 그 친구에게 괜찮은 친구로 보이고 싶어했던 그 마음. 공항 화장실에서 칼을 맞고도 먼 발치의 친구에게 그것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다 의자에 앉아 죽어가는 장면은 정말 서늘하면서도 영화사에 남을만한 장면은 아닐까 싶다. 무슨 프랑스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도 같고. 짐승 같은 남자들의 찐한 우정이란 이런 건가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제목이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중에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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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1-01-0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가 있었군요@_@;; 제목 보고 로버트 드니로 나오는 영화 생각했네요(옛날 사람-_-)

stella.K 2021-01-04 18: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는데 로버트 드니로가 나왔었죠.
본 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 함 보세요. 좋아하실 거예요.^^

2021-01-04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4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1-06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0^

transient-guest 2021-01-09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Good Fellas 생각했네요.ㅎ 한국영화는 요즘 못 보고 지나가는 것이 많습니다. 예전처럼 DVD를 모으지도 않고 극장이 아니면 아무래도 집중이 어렵네요. 언제 다시 영화관에 앉아서 가끔은 본편보다도 더 기대되는 예고편들을 보면서 1-2시간 조용히 즐길 수 있을런지요?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21-01-09 11:26   좋아요 1 | URL
아, 고맙습니다. 새해 벽두에 저의 서재도 찾아주시고.
아무래도 바쁘시고 코로나도 있고 극장 가시기가 쉽지 않으시죠?
올해는 모쪼록 코로나가 줄어들어 한결 여유롭게 극장을 다니실 수 있는
날이 오게되길 바랍니다.
그래도 가끔 한국 영화 다운 받아보시구요.ㅎ
님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바라시는 소망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