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엔젤 - City of Ang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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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설정은 나빠보이지 않는다.  

죽음의 천사가 여자를 사랑해 결국 사람이 되고,  그 사람이 되는 날 사랑하는 여인은 교통사고로 죽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더니 딱 그 얘기다. 하지만 천사는 비록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고 단 하루 그 여인과 사랑한 것뿐이지만 사람이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보면서도 혀를 끌끌 찼다.  주인공 세스가 인간이 되기 위하여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비로소 인간의 고통과 자기 몸에서 나온 빨간 피를 보았을 때 그냥 천사로 살지 인간이 된게 뭐 그리 좋다고 하면서 말이다. 

인간이 과연 천사가 부러워할만한 존재던가? 인간이 되면 신경 쓸게 너무 많다. 우선 먹고 살아야할 것부터 걱정해야하고, 미워하고 증오하며, 병들고 다치기도 한다. 외롭기도 하고. 그런데 뭐 그리 인간이 되려고 저리 힘을 쓴단 말인가?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판도라의 상자에서 상자를 여는 판도라다. 맨 마지막의 것을 꺼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인 것이다. 단 한 순간의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고, 그 사랑이 또한 한 순간에 사라질지라도 영원처럼 간직할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다. 모르긴 해도 천사는 정말 결코 모를 것이다. 인간으로 사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이런 점은 천사에게 뽐내도 될 듯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그러려면 아주 예뻐야 하며, 지적이어야 하고, 선하고 착해야 하며, 영원을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천사의 마음도 흔들어 놓을 수 있을테니까. 그런 점에서 영화는 다분히 최루성이다.  모든 사람이 천사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영화니까 가능한 것이겠지. 

이 영화, 영화 문법엔 비교적 충실해 보인다. 한 방으로 관객을 뻑 가게 만드는 효과를 살렸으니. 말미에 여자 주인공 메기를 교통사고로 죽여 놓았다. 그 죽는 순간에 영의 눈이 열리고.  



 
세스가 외로울 것 같다. 하지만 외로운 천사가 되어야 하는 건 또 맞는 얘기아닌가?  

영화를 보니 맥 라이언 늙는 태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니콜라스 케이지도 그에 못지 않고. 이들에게 이런 역할을 맡기는 마지막 턱걸이를 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보니 이 영화 1998년도 작이다. 그럼 지금은 뭐란 말인가?

<베를린 천사의 시>를 리메이크 했다고 해서 욕 먹은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애석하게도 그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딱 허리우드만큼으로만 만들지 않았을까? 허리우드를 나 역시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이해하기 딱 좋은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맥 라이언 저렇게 자전거 타고 가다 어느 지점에서부터 핸들에서 손을 놓고 팔을 뻗던데 그거 차용한 작품들이 있는 것 같다. 정우성이 신인 때 <비트>에서 그렇게 하지 않던가? 그렇게도 날고 싶었을까? 그러고 싶으면 헹글라이더를 타지 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명줄을 재촉하는 건지. 사람은 너무 기분이 좋아도 안 된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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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9-09-19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니콜라스 케이지의 얼굴이 로맨스 영화에 어울린다고 판단한 감독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

stella.K 2009-09-19 12:34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좀 어리버리 하죠? 그래도 애는 쓰는 것 같았어요.
어리버리한 고독쟁이 니콜라스 케이지!^^
 
말할 수 없는 비밀 -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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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다소 일본스럽다는 생각이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만, 홍콩 합작 영화다. 

음악이 좋은 영화라고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아픈 연인과의 애절한 사랑 영환가 싶더니 어느새 호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오싹함이 있다. 즉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의 '시월애'같은 영화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하는 것.  

그런데 영화 중반부 주인공 샹륜이 현재엔 없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결국 그가 사랑하던 샤오위가 결국 유령이 됐다는 건데 그런 점에선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샤오위를 이상한 정신병자로 설정해 놓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고. 

가끔 주인공의 연인이 병에 걸린 상태로 나오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거야 최루와 애절함을 더하기위한 상투적 장치라는 것쯤 관객들은 안다. 이젠 하도 식상한 방법이라 잘 쓰지도 않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일부 변조 차용하고 있다. 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샤오위에게 정신병자를 덧 씌웠다는 건 오히려 넌센스다. <시월애>를 보라. 병자가 나오는가? 샤오위에 대한 인물설정도 다소 엉성해 보인다.  

특히 현세엔 없는 샤오위를 위해 그녀가 어디선가 들을 것이라고 믿고 철거가 시작된 건물안에서 피아노 연주를 한다. 나름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인 주걸륜의 패기있는 시도란 생각도 들긴하지만 판타지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무모함이 느껴진다. 

그래도 주걸륜이 직접 피아노를 쳤다고 들은 것 같은데 프로 못지않은 상당한 수준급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 초중반에 전학생 샹륜(주걸륜)과 재학생끼리 펼치는 피아노 배틀은 가히 압권이다.  

주걸륜. 우리나라의 김래원쯤 되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애쓴 흔적은 인정할 수 있지만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 영화는 우리나라의 '시월애'가 단연 짜임새있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게 만든 영화다.   

이 영화를 뭐라고 해야할까?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하다가 연인은 미처 죽고 주인공은 건물더미에서 압사 당한 안타까운 영화라고 해야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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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9-1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주걸륜이 홍콩 영화를 이끄나봐요.요새 자주 눈에 띄입니다^^

stella.K 2009-09-17 13:19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유명한가 봅니다.^^
 
스핏파이어 그릴 - The Spitfire Gr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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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것 같아 보기 시작한 영화.  

하지만 어느 순간 영상만 좋은 그저 그런 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영화 말미가 또 그렇지가 않다. 나름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사람의 오해와 편견이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죽음으로써만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보일 수 있다는 게 안타깝다.  

오해는 오해 받게끔 만드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 그 보안관 아저씨 금고에서 돈 꺼내놓고 퍼시한테 뒤집어 씌울 건 뭔가 있나? 그 사단만 일어나지 않았어도 퍼시는 결국 죽음은 면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퍼시의 살신성인이 스핏파이어 그릴의 주인 할머니와 운둔의 아들이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렸으니. 

한 가지 이색적인 건 가게를 팔기위해 수필대회를 연다는 게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를 통해 스핏파이어 그릴의 새 주인이 결정되긴 했지만. 

이 영화 보고 있으면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가 생각이 난다.  

그러고 보니 식당을 배경으로한 영화들이 꽤 있어 보인다. 언젠가 본 <카모메 식당>도 잔잔하니 좋았는데. 그런 영화의 특징은 여성의 삶을 다뤘다는 것이다. 여성과 식당이라. 특별한 관련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또 그럭저럭 운치는 있어 뵌다. 

우리나라는 이런 영화가 있나? 주막에 주모가 있다는 정도가 전부 아닌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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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9-09-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모메 식당은 열 번 넘게 본, 보고있는, 늘 보는 영화에요 ㅎㅎ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얼마전에 다시 보았는데 참 좋았어요. 식당을 배경으로 한 영화중에 알 파치노, 미쉘 파이퍼의 <프랭키와 자니> 도 훌륭하지요. 우리나라 영화 중에는 퍼뜩 떠오르는 게 없네요. 신라의 달밤에서 김혜수가 라면집 했던거,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가 식당 아줌마에게 키스를 당한 것, 해바라기에서 김래원 엄마가 식당했던 것...그 정도만 떠오르네요..ㅎㅎ

stella.K 2009-09-15 20:19   좋아요 0 | URL
와우, 영화 참 많이 보시는구만요.
카모메 식당은 잔잔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더만요.
저도 다시 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09-09-15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식당 배경 영화,, 지금 퍼뜩 떠오르는 게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장진영의 호연이 너무 기억에 남는 그 영화에서
그녀의 애인 엄마가 식당하고 그녀의 애인 헐랭이는 식당에서 어슬렁거리며
잔일하고 여자 등쳐먹고 그러지요.ㅎㅎ

stella.K 2009-09-16 10:18   좋아요 0 | URL
아, 맞다! 보다가 말았는데 다시 봐야겠네요.
하지만 그 영화는 단지 식당이 삽화처럼 나올뿐이지 그 공간이 뿜어내는
뭔가의 뉘앙스(?)는 좀 없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9-09-17 08: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가 요새 장진영 생각을 많이 해서요.
스텔라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의미의 식당배경은
아니지요 ㅎㅎ
전 얼마전 장진영이 나온 영화 '소름' 디비디로 봤는데요
놀랐어요. 김명민과 함께 나오는데 두사람 모두 너무 호연이더군요.
2001년 작인데요. 영화 좋더이다. 장진영, 참 아깝단 생각이 드는
참 호감가는 배우에요. 반칙왕 빼곤 다 봤네요. 그녀가 나왔던 영화는요..


stella.K 2009-09-1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운 배우죠. '소름' 못 봤는데 김명민이 나온다니 왠지 땡기네요. 사실 장진영 보다 김명민을 조금 더 좋아하거든요.^^

프레이야 2009-09-17 21:30   좋아요 0 | URL
당시 윤종찬 감독이 두 사람의 연기대결을 부추겼다고 해요.
장진영도 김명민도 대단했어요.^^
 
선물 - Last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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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백미는 아무래도 용기(이정재)와 철수가 '개그천왕'이란 프로에서 천왕에 등극하게되는 마지막 공연을 펼쳤을 때가 아닐까? 그것은 마치 채플린의 그것을 연상케도 한다. 

그런데 용기의 병든 아내 정연(이여애)이 마지막 공연장에서 남편의 공연을 보다 조용히 죽어가고, 이를 알리없는 방청객들은 오로지 용기와 철수의 공연을 보며 웃기만할 뿐이다. 

용기는 그 공연에 자신의 아내가 왔음을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아내가 그 관객석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그의 몸은 공연을 하고 있지만 그의 눈은 울고 있으며 감독은 이 부분에서 일부러 용기의 목소리를 빼고 음악을 삽입하므로 소통이 안 되고 있음을 극대화시킨다. 용기와 정연이 소통이 안 되고 있고, 용기와 관객이 소통이 안되고 있으며, 정연과 같이 온 관객들 또한 소통이 안되고 있다. 그 순간 오로지 용기와 정연만이 무언의 텔레파시를 교환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용기는 정연에로 갈 수가 없다. 무대와 객석의 물리적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아내에게로 갈수없는 용기에게는 무대와 아내가 앉아 있는 거리가 너무 멀다. 무엇보다도 그는 희극배우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희극배우는 슬프다. 슬플 때 웃을 수 없으며 슬플 때도 웃겨야 하니. 

이 영화에 또 하나의 울림은 용기가 아들의 나무에 대고 하는 말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내를 생각하며 자조하듯이 "엄마가 네가 보고 싶어서 너에게로 갈 거래." 하는 것이다. 죽은 아들에겐 기쁜 일이겠지만 아내가 죽고도 몇 십년은 족히 더 살아야하는 용기에겐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나 조차도 가슴이 짠했다. 이 대사 한마디의 울림이 이토록이나 클 줄이야. 

조금은 비껴 나가는 얘기가 되겠지만, 너무 건강, 건강하는 요즘의 세태가 나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너무 건강해서 아웅다웅 싸우는 것 보다 건강을 잃었을 때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건강할 땐 아니 적어도 이 영화에선 용기가 아내 정연의 병을 몰랐을 땐 둘은 사는 것 때문에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사랑마져 식어 한 방, 한 침대에서 같이 잠도 자질 않는다. 그러나 아내 정연의 병을 알았을 때야 비로소 용기는 짐짓 모른척하며 건강 보조제도 출연료 대신 받아왔다고 속이며, 밤무대도 서며 그때까지 잠자고 있던 아내에 대한 애정을 다시 일깨운다. 

그렇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건강할 땐 그 사람의 소중함을 모르다가 죽음이 임박했을 때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미련하고도 얄팍한 존재.  

용기는 또 생각한다. 자신이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또 뭐가 있을까를. 우연히 아내가 초등학교적 사진을 들춰보는 흔적에서 그 시절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용기는 마침 우연한 기회에 얼렁뚱땅하게 생긴 사기꾼 형제를 알게되고 그들에게 아내의 친구들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것이 아내를 기쁘게 해 줄 진짜 좋은 선물이 되길 바라면서.  

하지만 이 얼렁뚱땅 사기꾼들은 아내의 친구들을 찾는데는 성공하나 그들을 데려오는데는 실패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아내 정연을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에 안 만난지 오래인데다가 정연을 만날만큼 자신이 그렇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 사기꾼들은 아내가 첫사랑이 있었음을 용기에게 가르쳐 준다. 그때까지 자신이 아내의 첫사랑인 줄 알았는데 아내에게 진짜 첫사랑이 있었다니?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정연이 초등학교 시절 짝꿍이었던 친구가 홀연히 정연을 만나러 와 줬다는 것이다. 이럴 때 인정을 발휘하는 건 역시 같은 여자다. 건강할 때는 모른척 할 사이일텐데도 말이다. 

영화를 보다가 문득 나라면 죽음을 앞에 놓고 어떤 선물을 바라게될까? 궁금해졌다. 유감스럽게도 난 정연처럼 친구를 다시 만나 보는 것을 바라게될 것 같지 않다. 나 역시 아픈 신센데 누구에게 이 안타까움을 전하고 싶겠는가? 난 그저 남겨진 가족들만이 마음 아플 것 같다. 그래도 뭐 하나는 바래야 할 것도 같다. 그래야 나 떠날 때 섭섭치 않을 것이며,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도 이것만이라도 이루어 주고 떠나보냈다고 위안 삼을 것이 아닌가?  

결국 아내를 그렇게 떠나 보내고 장례식도 끝나 집으로 돌아온 용기는 아내가 죽으면서 보낸 소포를 받게되고 거기서 아내의 첫사랑은 다름아닌 자신이었으며 동시에 자신이 아내의 선물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건 홀로남겨진 용기에겐 크나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언젠가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한다. 그렇다면 난 누구의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역시 나를 위해 있는 사람들에게 있을 때 잘해야겠다. 저 말 한마디 듣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사람은 그저 내가 아플 때 곁에 있어주는 그 사람이 선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가슴 뭉클하고도 따뜻한 영화다. 무엇보다 각본이 영리하다. 도입 부분이 오헨리의 단편 '선물'을 연상하게도 한다. 부부인데도 서로 모르는 척 속이려고 할 때말이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딱 그만큼의 연기를 하는 이영애의 연기가 안정적이다. 

이 영화는 참 좋은 영화다. 한 없이 이생에서의 삶과 물질만능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삶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잔잔하고도 예쁜 영화다. 너무 늦게 봐버린 내가 오히려 감독에게 미안할 정도다. 2001년도 작이라니 말이다. 혹시 아직도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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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9-05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더러 생의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물론 진심이래야하지만요.
이 영화 오래전 봤던 기억이 나요.
웃으면서 울어야하는, 뭉클한 영화였어요.
이영애와 이정재, 저때만해도 지금보다 더 풋풋하네요.

stella.K 2009-09-06 12:45   좋아요 0 | URL
여기서 저의 선물은 프레이야님이십니다.
저의 보잘 것 없는 리뷰에 댓글 달아주시고, 추천해 주시고,
좋은 페이퍼 올리시고, 오랜 인연으로 지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09-09-07 21:18   좋아요 0 | URL
제가 더 위로받게 되네요.
요즘 마음이 무척 좋지 않은데 몇줄의 글로 마음을 토닥이게 되다니요.
고맙습니다.^^

stella.K 2009-09-08 10:38   좋아요 0 | URL
앗, 이런...민망합니다.^^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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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 공식엔 공식이 있다. 즉 사람을 모은다. 자기네들끼리 툭탁거리며 싸운다. 난관을 만난다. 그 난관을 이겨낸 듯 보인다. 그러나 각자의 사정으로 흩어진다. 그러다 이러면 안 된다고 대오각성하고 하나 둘씩 다시 모이고, 으샤으샤한 뒤 아름다운 마무리. 이 영화 역시 그 공식에 충실해 보인다. 

코치가 찌질이들을 모은다. 코치는 나름 똑똑한 사람이다. 선수들 개개인들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으니. 그 욕망을 자극하면 어쨌든 없던 의지도 다시 살아나며, 궁시렁 궁시렁 말이 많아도 어쨌든 해낸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비인기 종목인 스키 점프라고는 하지만 찌질이 찌질이 그런 찌질이들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런 찌질이 발굴해내는 재주도 코치의 능력 중의 하날까?  

아무튼 이들은 툭탁거리면서 2시간여의 러닝 타임을 잘도 이끌어간다. 한마디로 스포츠 영화는 재미없다는 인식을 날려버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영화계가 스포츠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름 성공적이기도 하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성과가 좋지 않은가? 스포츠 영화도 잘만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으니 아마 모르긴 해도 이쪽에 투자를 많이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스키 점프. 알고 보면 꽤 매력있는 스포츠란 생각이 든다.  

인간이 하늘을 날고자 하는 욕망은 태곳적부터였을 것이다. 그래서 좀 많은 장치들이 고안되고 발명되었을까? 스키 점프도 그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우린 이 스포츠에 대해 너무 무관심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관심없는 종목이 어디 스키 점프만인가? 핸드볼도 그렇지 않은가? 뭐하나 재대로 관심을 주는 스포츠가 없다. 그나마 야구나 축구나 농구, 골프는 꾸준히 뭔가의 이벤트가 있어왔고 그래도 주기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으니 이나마 이끌어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벤트 없고 스포트라이트 못 받는 스포츠는 늘 그늘져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렇게 영화로나마 스키 점프가 주목을 받았으니 앞으로는 그 대우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보게 된다. 


뭐니 뭐니해도 이 영화는 하정우를 위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평소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이 배우가 나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당분간은 하정우 전성시대는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서는 배역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냈다고 생각한다. 찌질이지만 속은 영웅이다. 입양아로서 자신을 버린 이 나라와 생모에 대한 원망과 용서 그 중간에서 갈등하는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고 봐진다. 

이 영화를 보면서, 특히 하정우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내게 어떤 나라일까?에 대해서 말이다. 

비리 공화국. 하루도 사건, 사고가 안 터지는 날이 없는 나라. 데모가 끊이지 않는 나라. 누구든 대통령이 되면 찌질이가 되어버리는 나라. 외국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사람처럼 못 되게구는 나라 국민도 없단다. 살고 싶지 않은 나라. 그래서 이민을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하게 만드는 나라. 뭐하나 예쁜 구석이 없다. 그래도 외국만 나가면 왜 그리도 애국가만 부르면 가슴이 뭉클하단 말인가? 그것이 꼭 하정우가 맡은 차헌태를 생각나게 만든다.  

이 찌질이들 독일 올림픽인지 세계 선수권 대횐지에 나가 꼴등이나 다름없는 13등을 해 놓고도 선수 락커룸 캐비닛에 태극기 달아 놓고 울먹이며 애국가를 부른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뜨거운 마음으로 애국가를 부르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차헌태의 생모가 어린 시절 아들에게 토마토를 설탕에 재어 먹였던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 추억 때문에 차헌태는 차마 나라를 배반하지 못했고 생모를 원망하지 못했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못된 나라. 사니 못 사니 하는 나라여도 우리의 어머니가 아내가 해 준 뜨신 밥과 모유를 먹고 자랐기에 우린 차마 이 나라를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TV 드라마와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영화는 찌질이를 개과천선시켜 용이 되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TV 드라마는 이 공식이 처음부터 통하질 않는다(고 믿는다). 처음부터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화려해야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을 해 놓으니 나중에는 가랭이가 찢어져 용두사미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이 영화에서 처음부터 찌질이가 아닌 F4같은 왕자님들을 등장시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리 잘 사는 사람이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고는하나 그래도 아직까지 이 나라는 그렇게 잘 나가는 사람 보단 살려고 아둥바둥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아직도 살만한 나라요.라고 말해주면 좋지 않은가? 만날 물고 뜯고 싸우다 이런 영화 보면 한 줄기 소낙비를 만난 것 같아 시원하고 뭉클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내용에 비해 러닝 타임이 다소 길다는 느낌도 든다. 하긴 영화관람료 오른 걸 생각하면 본전은 빼고도 남음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영화가 어찌보면 노련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약간 넘친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뭐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현재 관객수 6백만이 넘었다고 하는데 어디까지 갈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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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9-0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CG이지만 저렇게 하늘을 나는 순간의 짜릿함을
대리만족하게 해준 것만으로 이 영화는 제게 좋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다른 부분은 좀, 갸우뚱이었지만요.ㅎㅎ

stella.K 2009-09-02 20:55   좋아요 0 | URL
앗, 이런...그래서 추천이 없으셨구만요.ㅋ

프레이야 2009-09-02 22:57   좋아요 0 | URL
아앗, 그랬나요?
아까 바빠서 깜박했나봐요 ㅎㅎ
스텔라님 글에 당연 추천이지요.

stella.K 2009-09-03 10:32   좋아요 0 | URL
앗, 그냥...부끄럽고,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