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를 보느라 영화를 안 봐도 너무 안 본다 싶어 어젠 큰 맘 먹고 영화를 봤다. 


이 영화 괜찮다. 별점을 준다면 3개 반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영상도 좋고 저 두 사람의 사랑도 야하고 진지하다. 하지만 그 유명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설을 잘 살렸더라면 4개도 줄 수 있었을 텐데 끝이 약간 흐지부지다. 워낙 바그너의 오페라로 더 잘 알려진 작품이긴 하지만 영화도 볼만했다.


트리스탄 역의 제임스 프랑코의 눈빛 연기가 장난이 아니다. 잘 생긴 사람이 어린 때 부모를 잃고 얼마나 외롭고 고독하게 자랐을까. 그나마 영국의 한 군주의 눈에 띄어 그의 도움으로 자랐지만 나중에 천신만고 끝에 사랑하는 연인을 차지할뻔 했는데 그 기회를 군주에게 바쳐야 한다. 그때의 울분에 찬 표정이 좋다. 나중에 닭똥 같은 눈물도 흘리는데 모성을 자극한다.


        


근데 낮설지 않다 했더니 <127시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왔단다. <127시간> 하니까 알겠더라. 그런데 <먹고......>는 분명 봤는데 정말 나왔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ㅠ 이 영화가 4년쯤 전에 만들어졌는데 <127시간>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싶다. 이 배우 영화를 많이도 출연했다. 


이졸데 역의 소피아 마일즈도 연기도 좋다. 무엇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인으로 나오는데 원래 앵글로색슨의 여인상이 그런 건지 아니면 영화를 위해 새롭게 재현된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이졸데의 나이라면 모를까 이 나이 먹고 사랑에 목숨걸 것 같지가 않다. 난 사랑 보다 내 목숨이 더 소중하다. 그냥 다음 생에서 보자고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나이들면 들수록 로맨스를 못 읽고 못 봐준다. 젠장... 


이 전설을 알고나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 이야기를 차용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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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12-20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이요? 요즘 이마트에서 한 근에 얼마 하나요? ㅋㅋㅋ

Falstaff 2021-12-20 20:09   좋아요 2 | URL
제가 이런 댓글 십수년 전에 달았다가 코피 터진 적 있습니다. ㅎㅎㅎㅎ

stella.K 2021-12-20 20:11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그러게요. 전 이용해 보질 않아서.
당근 마켓은 없던데요?ㅋㅋㅋ

근데 누구한데 코피를...?ㅎㅎ

페넬로페 2021-12-20 20:12   좋아요 2 | URL
아! 사랑이라는 말이 아직 있었군요^^

stella.K 2021-12-20 20:15   좋아요 2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있다는군요 글쎄.ㅋㅋㅋ

새파랑 2021-12-20 2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야하고 진지하다‘가 이 영화의 핵심이군요^^ 전 처음 들어본 이야기네요 😅

stella.K 2021-12-20 20:23   좋아요 2 | URL
그렇죠! 요점을 잘 아시는군요.
새파랑님 책을 많이 읽으시더니 척하면 착이네요.
너무 그짝으로만 읽으시는 거 아닙니까? ㅋㅋ
농담입니다.^^

Falstaff 2021-12-20 20:27   좋아요 2 | URL
전 영화는 안 봤는데요, 바그너 오페라에선 2막이 통째로 에로틱 자체랍니다. 음율도 거 참 신기하게 에로틱하다니까요. 물론 가수들은 빽빽 소리를 지르긴 합니다만.
3막, 마지막 막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다 죽어 자빠져서 오페라 역사상 생상이 작곡한 <삼손과 데릴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등장인물이 죽는 작품이기도 합지요.
ㅋㅋㅋㅋㅋㅋ

stella.K 2021-12-20 20:33   좋아요 3 | URL
그렇군요. 함 찾아봐야겠는데요?
영화도 야하긴 한데 15세 관람가로 되어 있어서
길이는 그리 길진 않습니다.
솔직히 말이 15세 관람가지 15금이란 소리죠.ㅋ

Falstaff 2021-12-20 20:37   좋아요 3 | URL
오오.... 스텔라 님, 정말 보실 생각은 아니지요?
영화가 얼마나 짧은지 모르겠는데요, 오페라는 네 시간 넘어가요.
조는 게 아니고 푹 자고 깨도 아직 하고 있답니다. ㅠㅠ

stella.K 2021-12-20 20:49   좋아요 2 | URL
어멋, 몰랐네요. 4시간? 그럼 전막은 못 보고
그 야하다는 2막만 보죠 뭐.ㅋㅋㅋ

미미 2021-12-20 2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소처럼 일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데요(정작 저는 베짱이st)제임스 프랑코가 그렇더라구요,게다가 학구파. 혹성탈출서 보고 눈여겨봤는데 위노나 라이더랑 나온 <더 레터>도 괜찮았고요. 워낙 다작하는 배우라 이상한 영화도 막 있어서(병맛) 여러번 깜놀ㅋ근데 미투까지...ㅠ아무튼 이 영화 보고싶네요😄🧔

stella.K 2021-12-20 20:47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구나. 그렇지 않아도 그의 필모가 111개나 되요.
대단하지 않아요?
<더 레터>에도 나왔어요? 나 그 영화 봤는데...
근데 미투를 했다구요? 그건 또 뭐죠?

이 영화 좋아요. 사극 영화 별론데 이 영화는 편안하게 봤어요.^^

미미 2021-12-20 20:52   좋아요 1 | URL
저도 <먹고..>봤는데 생각안나요ㅋㅋㅋ미투도 있고 페북이었나 트위터였나 둘 중 한곳에서 미성년자한테 만나자고 한적도 있어요. 이건 뉴스에서 봄요.😳

stella.K 2021-12-20 20:56   좋아요 2 | URL
어머낫, 정말요?
충격요!

mini74 2021-12-20 20: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야하고 진지하다라고요?! ㅎㅎㅎ

stella.K 2021-12-20 20:50   좋아요 3 | URL
넵. 함 보세요.^^

꼬마요정 2021-12-21 0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는 사랑에 목숨 걸지는 못해도 그래도 인생에 목숨을 걸만한 게 있다는 열정이 부러워서 로맨스 사랑해요 ㅎㅎ 눈빛 연기가 장난 아니라면 제 목숨 아니니까 뭐 이졸데가 목숨 거는 거 울면서 볼 수 있어요 ㅎㅎㅎ

stella.K 2021-12-21 15:16   좋아요 1 | URL
ㅎㅎㅎ 뭐예요, 요정님. 그러니까 사랑은 안 해도
로맨스는 보신다. 그뜻인 거죠?ㅎㅎ
러닝 타임 2시간인데 엔딩이 좀 아쉽긴한데
프랑코 때문에 훈훈하게 볼 수 있어요. 함 보세요.^^

근데 저 배우 가슴이 넘 큰 것 같아요.
나만 이러나요?ㅋ

페크pek0501 2021-12-21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로맨스를 못 봐 주겠더라고요. 꼴보기 싫다고나 할까? ㅋㅋㅋ채널을 딴 데로 돌리고 싶어요. 샘나서는 아니고 유치하고 별로 얻을 게 없단 생각이에요. 빨리 이야기나 진행시켜,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 이런 생각이 마구 나요. 베드신도 그냥 침대에서 이불 뒤집어 쓰는 걸로 마무리하고 이야기나 빨리 전개했으면 좋겠어요. 애들도 있는 가정에서 키스 장면 같은 걸 적나라하게 보여 주면
저건 시청률 높이려는 전략이야, 이런 생각도 들고...
아, 나이가 들면 이렇게 매말라가는 건가요? ㅋㅋ

stella.K 2021-12-21 15:15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전 키스씬이 별로 감흔이 없어요.
어히려 저러다 병나지 걱정된다니까요.
더구나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하고 있는데
너무 배우들 배려 안한다 싶기도 해요.
더구나 오미크론은 확산이 더 빠르다는데 언제까지 키스씬에만
목매달건지 ㅉ...
전 오히려 연애 감정 드는 순간 손잡는 게 되게 야릇하고 좋던데 말이죠.^^


희선 2021-12-22 0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힘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 여자까지 빼앗다니... 그런 이야기는 많기도 하네요


희선

stella.K 2021-12-23 20:53   좋아요 0 | URL
그럼요. 더구나 이 이야기는 14세기예요.
영화에선 이졸데가 꽤 당찬 이미지로 나오는데
과연 당시론 가능할까 싶기도 해요.
하긴 이건 그 시대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라는데
가능했을 것 같기도 하고...
 

평점도 높고, 장르가 코미디인데다 그 유명한 <캐롤>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 등의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이 다시 한 번 주인공으로 나와 봤다. 근데 내가 뭘 놓친 걸까? 뭔가 꽤 괜찮은 게 나와줄 줄 알았는데 끝이 좀 흐지부지다.


한때는 잘 나가는 건축가였는데 지금은 문제적 인간이 되어버렸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고만 친다. 그러면서 자신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환경이 상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러면서도 옛날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초라함에 우울해 한다. 이런 인물을 케이트 블란쳇은 현실감있게 잘 표현했다. 약간의 유머를 살려.  


근데 가족 여행으로 남극에 가기로 했는데 못 갈 상황이 벌어진다. FBI의 의심을 받고, 가장 믿고 의지할만한 남편은 남극행을 포기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상담을 받아 보라고 그러고. 화가 난 버나뎃은 그 즉시로 집을 탈출해 증발해 버리는데 알고 봤더니 혼자 남극에 갔다. 그리고 거기서 새 일을 발견하고 또 가족과도 재회한다. 


뭐 코미디니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한데, 받으란 상담은 안 받고 낮선 곳에서 새 일을 발견하고 좋아라한다는 게 웬지 믿음직스럽지가 않다. 오히려 남극까지 와서 또 사고치고 문제적 인간으로 살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든다. 삶과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어야지 새 일을 발견했다고 과연 그 사람이 바뀌는 걸까? 물론 또 지나치게 사람을 문제적 인간으로 몰아가는 정신 의학적 태도도 맘에 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조금 더 깊이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빨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 같아 석연치가 않다. 


한 가지 놀라운 건 있더라. 버나뎃의 스마트폰이다. 그런 어플이 있는 걸까? 버나뎃이 말을하면 그걸 자동으로 받아 써 준다. 그렇지 않아도 점점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육필도 아니고 키보드로 쓰는데도 어깨와 손목이 아파 이러다 팔을 못 쓰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마이크로 엣지는 글을 읽어주는 기능이 있어 읽는 수고를 많이 덜어준다. 얼마나 좋던지. 쓰는 기능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을텐데.ㅠ 

노트북아, 내 글을 받아 써 주오.            


약간의 중성적 매력이 있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빛났다. 그녀는 스크린을 장악할 줄 아는 흔치 않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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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12-05 2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트북은 몰라도 스마트폰은 머지않아 내 글을 받아 써 줄 것 같아요. 지금도 간단한 문장을 받아쓰기는 하지만… 음성 인식과 관련된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고 신기술 개발이 계속 되고 있어요. ^^;

stella.K 2021-12-05 20:31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영화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의집 2021-12-05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톡도 음성으로 가능한 것 같은데요. 블란쳇 카리스마 작렬이죠. 예전에 오션일레븐의 여성 버젼(제목이 기억 안 나는데) 전 산드라 블럭, 케이트 블란쳇이 괜히 톱이 아니더라구요~

stella.K 2021-12-05 21:08   좋아요 1 | URL
엇, 정말요? 카톡 매일 쓰는데...

산드라 블록 저도 좋아해요. 근데 이제 한물갔죠? 배트맨 시리즈에서 캣우먼으로 나왔을 때 정말 멋졌는데ᆢ
케이트도 이제 슬슬 나이테가 느껴지더군요.ㅠ

기억의집 2021-12-05 21:13   좋아요 2 | URL
전 아이폰 쓰는데 음성으로 넘어가던데요 근데 말로 하는 게 어색해서 한번도 시도 안 해봤어요. 산드라 블럭이 베트맨에 나왔군요. ㅎㅎ 몰랐어요. 그래도 넷플릭스에서 버드박스 보니 멋있게 늙고 있었어요. 여전히 매력뿜뿜이더만요~

hnine 2021-12-05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이 영화 막 보고난 후랍니다.
저도 끝이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꼈지만 케이트 블랑솃 연기 때문에 용서해주기로 하면 그래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바뀐 대문 사진 너무 예뻐요 ^^)

stella.K 2021-12-05 21:25   좋아요 1 | URL
ㅎㅎ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책도 있던데 관심이 가다 말았어요. 저도 정말 케이트 땜에 용서해요. 😂

얄라알라 2021-12-05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발음도 어렵고 표기도 매번 알쏭달쏭이지만, ‘케이트 블란쳇‘ 아우라와 카리스마 대단하죠! ^^

stella.K 2021-12-06 09:41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암튼 멋진 배우임엔 틀리없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1-12-06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블란쳇, 캐롤과 벤자민에서도 좋았고
저는 블루재스민,에서 제일 좋았어요.
에르메스 가방 딱 끼고 무너져가는 허영덩어리의 자존.
나중엔 왠지 짠하고 그렇더라구요.
말씀대로 중성적 매력과 아우라가 뿜뿜이죠.
이 영화는 미루어 두었는데 봐야겠어요 스텔라 님^^

stella.K 2021-12-06 09:45   좋아요 1 | URL
저는 블루재스민을 봐야겠군요.ㅋ 이 영화 내용은 좀 별로라 큰 기대 안하고 보시면 의외로 볼만할 수도 있어요.^^
 

17살 소녀가 어느 날 납치되어 무려 7년 동안 방에 감금된다. 제목이 그래서 그렇지 사실은 가로 X 세로 3.5미터 남짓의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공간이다. 거기에 없는 것이 없다. 화장실은 물론이고, 샤워 시설도 있고, 간이 싱크대와 침대, 벽장도 있다. 그뿐인가, TV도 있고, 천정엔 조그만 창문도 뚫려있다. 더구나 그녀를 납치한 남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생필품을 가지고 온다. (가지고 오면 한나절을 지내다 간다.)


처음에 소녀는 반항도 하고, 탈출도 감행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서서히 납치범에게 길들여져 갔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가스라이팅. 그러나 영화는 그 모든 있을 법한 상황들을 배제하고 그녀의 아들 닉의 5살 생일이 되는 날부터 시작을 한다. 사실 성별을 말하지 않으면 여자 아인 줄 착각하겠다. (이 아들 역은 '굿 보이즈'에 나왔던 제이콥 트렘블레이다.) 곱상한 외모에 머리를 태어나 한 번도 자르지 않았다. 이것은 또 이들 모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되기도 한다.


가스라이팅이 될 수밖에 없는 건 납치범 닉의 완력도 있겠지만 좀 허접해서 그렇지 방에 있을 건 다 있다. TV가 있어 세상 소식을 들어 볼 수 있고, 작지만 하늘도 바라볼 수 있다. 더구나 생필품을 공수해 주지 않는가. 최소한 굶어 죽을 일은 없다.


그러나 소녀 조이는 어느새 여인이 되었고 자신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 그것은 그녀가 언제까지나 무력하게만 있을 수 없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동시에 완전범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납치범 닉은 어설픈 납치범이라는 말이다. 그는 조이를 납치하는 데 성공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납치가 성공하려면 그녀에게 임신을 시키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이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고, 룸에 자신만 있는 것 같으면 탈출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을지 모른다. 자신은 룸에 갇힐지라도 아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게 해 줘야 한다. 하지만 잭은 이제 막 5살이 되었다. 탈출을 감행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다. 엄마와 TV가 전부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아이가 이 방을 나가야 한다는 걸 무엇으로 납득할 수 있겠는가. TV로 사물을 인식하는 것과 세상에 나가서 직접 몸으로 체득하는 건 확실히 다른 것이다. 바로 그것을 조이는 엄마로서 아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이들에게 필요한 건 용기다.


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다 죽은 것으로 가장하고 카펫에 돌돌 말아 닉에게 맡긴다. 그러면 닉은 그런 줄만 알고 장례든 매장이든 한다며 잭을 바깥으로 반출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 룸을 빠져나간 잭의 시선이 참 인상적이다. 닉이 운전하는 차에 짐짝처럼 실려서 처음으로 본 세상과 하늘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고 동시에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잭의 탈출극은 처음 시도한 것치고는 아슬아슬했지만 성공적이었다. 그 덕분에 조이도 구출이 되고 납치범의 만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거기서부터다. 조이는 방을 나가면 그리운 부모도 만나고 모든 것이 다 좋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막상 나오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더구나 그녀의 아버지가 무조건 자신을 받아주고 좋아해 줄 줄 알았는데 뭔가 모를 벽이 느껴진다. 거기서 오는 괴리감. 자신이 그럴진대 아들은 과연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하다. 결국 그것을 폭발시킨다. 그런 불안한 엄마와 딸의 중첩된 감정을 조이 역을 맡은 브리 라슨은 실감 나게 연기한다.


어쩌면 아이는 어른 보다 현실 적응이 빠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주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인지도 모르고. 영화는 어린아이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사회성이 아직 발달되지 않은 아이들은 종종 사물을 의인화한다. 잭도 갇혀있는 동안 그 안에 있는 사물을 모두 의인화한다. 그게 참 특별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 친구가 그리웠으면 사물을 의인화할까 싶기도 하고,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쥐에게조차 친절을 베풀지 않는가.


여담이지만, 사물을 의인화하는 꼭 어린아이의 특징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어른도 가끔은 의인화한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아이들은 눈에 띄는 모든 걸 의인화하지만 어른은 선택적으로만 한다는 정도? 가령 나 같은 경우엔 버려지는 음식을 보면 이상하게도 안쓰러움이 있다. 이것들도 누군가의 위로 들어가 영양을 공급하는 에너지로 바뀌길 소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건 무사히 사람의 위에 도착이 되고 어떤 건 사람의 입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버려져야 한다니 그것들의 입장에선 좀 억울하고 원통할 것도 같다. ㅋ 그뿐인가? 책의 원성은 어떻고.


별것 아닌 장면 일 수도 있는데,(사실 영화에서 별것 아닌 장면은 없다. 모든 건 철저하게 짜인 각본대로다. 별것 아닌데 지나칠 수 없다면 그걸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잭이 엄마의 집에서 계단을 오르지 못해 비틀거리는 장면이 있다. 순간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며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은 마당이 좁은 대신 옥상이 있었다. 거기에 오르는 계단이 제법 길었는데 난 너무 어려서 한동안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조금 더 자라서 오르기 시작한 옥상은 아래에서 보던 세상과 너무 달랐다. 그렇게 세상을 깨우쳐 가기에도 아이는 너무 바쁘다.


조이가 그렇게 부모에게 화를 내고, 나는 좋은 엄마가 못 되는 것 같다고 자책한다. 그때 잭이 딱 한마디 한다. 그래도 엄마잖아. 그게 또 마음을 울린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자신이 좋은 엄마가 못 된다는 걸 너무 잘 아는지도 모른다. 그걸 아이도 알고. 그래도 엄마란다. 엄마는 역시 스스로 되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한 김춘수의 시처럼 누군가 엄마가 되도록 해야 엄마가 되는가 보다.


영화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요즘 들어 자발적 은둔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요즘의 세상이 굳이 사람을 만나거나 사귀지 않아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sns가 있는데 뭐 굳이 귀찮게 사람을 만나고 사귄단 말인가. 게다가 인간이 좀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는 생물체인가. 오해도 잘하고, 삐지기도 잘 하고. 그걸 일일이 맞추기도 피곤하다. 우정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도 오래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방에 갇히고 싶을 지경이다. 더구나 지금의 팬데믹은 자발적 은둔자를 만들기에 최적 아닌가. 자꾸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하니.


하지만 지금의 팬데믹이 어디 그렇기만 하겠는가. 그것의 전제는 은둔을 합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배려를 바탕으로 한 거리 두기다. 인간은 절대로 혼자서 살 수 없다. 다소 힘들고 어렵더라도 함께 있는 이득이 혼자 있는 것보다 크다.


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방은 혼자 있기 좋은 공간임에 틀림없다. 방은 깃들이고 쉬기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겐 탈출을 위한 공간이고, 누구에겐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출격을 다짐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하는 건, 어떤 의미가 됐든 거기에 언제나 머물 수 없다는 거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소설이 먼저 나왔고 소설을 쓴 작가 엠마 도노휴가 시나리오를 써서 여러 유수한 영화제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실제로 수상으로 가지는 이어지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후보가 어딘가. 우리나라에 번역본이 나오긴 했지만 절판됐고 그나마 중고샵에선 일부 돌고 있는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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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0-29 0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로는 더 오래 갇혀 살았나 봐요 뭐든 다 있다고 해도 한곳에만 갇혀 살면 답답할 듯합니다 사람 만나지 않는다 해도 사람은 밖에 나가기도 하잖아요 아이한테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겠습니다 아이가 있어서 용기를 냈겠네요 밖으로 나왔을 때 다 좋기만 하지 않았군요 그것도 잘 넘겼겠지요 갇힌 것보다는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게 좋지요


희선

stella.K 2021-10-29 10:03   좋아요 1 | URL
솔직히 모든 것엔 양면성이 존재하잖아요.
알을 깨고 나온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죠.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얻는 이익이 그전보다 더 크다면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어도 나와야 하는 거죠.
직장생활이 그런 것 같아요. 분명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이
많지만 그 자체는 꼭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운 거죠.
영화 괜찮습니다. 전 범죄 스릴런줄 알았는데
휴먼 드라마 같아요. 감독이 연출을 잘 했더만요.^^

페크pek0501 2021-10-30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건 아쉽네요. 먼저 책을 보고 나서 영화를 보면 좋을 듯합니다.
가스라이팅. 이런 얘기 접할 때마다 인간의 비밀스런 실체가 한 꺼풀씩 벗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인간은 완전히 아는 게 불가능한 존재 같아요. 또 뭐가 있을지...

stella.K 2021-10-30 16:44   좋아요 1 | URL
그래도 중고로는 살 수 있어요.
그렇죠? 인간은 참 알다가도 모를 존재여요. 언니도 저 너무 많이 좋아 하지마세요. 그러다 언니 뒤에서 어흥~할 수도 있어요.🤭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전기 영화다.

19세기를 살았던, 에디슨의 뤼미에르 형제의 보다 앞서 활동사진이라 불렸던 영사기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저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서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활동사진을 꿈꿨던 사람의 전기 영화를 본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를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근데 이 영화 오프닝 시퀀스가 좀 파격적이다 싶다. 하얀 백발의 노인이 딸 같은 여자와 베드신을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닌가. 뭐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딸 같은 여자와..? 했는데 그의 나이는 50이 됐거나 임박했을 무렵이다. 그가 그렇게 백발노인이 되었던 건 젊은 시절 어떤 사건으로 인한 사고로 역변을 겪은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리다니. 근데 그는 그것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하긴 19세기 때 50이면 할아버지다. 무엇보다 그는 활동사진에 미쳐 있었다.


그는 스튜디오를 만들어 놓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까만 배경에 여러 개의 카메라를 일렬로 늘어놓고 사람의 움직임을 동시에 찍는다. 당시 사진기란 오늘날의 그것을 상상하면 안 된다. 19세기 미국이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잠깐 나오기도 하는 나무로 된 사각 휴지통 같은 통에 가운데 렌즈가 들어가 있는 그런 형태다.


에드워드는 여러 사람의 다양한 표정과 생생한 움직임을 실험하던 중(그것은 당시 모델을 지원받아 한다) 그는 옷이 그것을 가린다며 사람의 나체를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나도 좀 놀랐다. 뭐 좀 벗는 척하다가 다른 장면으로 전환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관람 등급이 15니까. 그런데 웬걸, 진짜 벗는다. 순간 손으로 눈을 가려야 하나? 하긴 뭐 그래봐야 나 외에 누가 보며 손으로 가린다고 해도 손가락 사이로 다 볼 거 아닌가.

         

         

      

        


무엇보다 당시의 모델들이 카메라 앞에서 벗는 것에 전혀 스스럼없는데 200년 후의 이름 없는 관객이 뭐라고 이리도 호들갑인가 싶다. 그런데 당시는 역시 보수적인 시대다. 결국 소문이 높으신 나라 일을 하시는 분 귀에 들어가 진정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의 에드워드 진정 좀 받았다고 뒤로 물러설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했을까? 맞다. 옷을 벗는다. 그렇게 벗는 것으로 벗는 것 자체는 외설이 아님을 몸소 증명한다. 그건 영화의 내용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실제로 15세 관람가를 받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긴 이 영화 등급이란 게 좀 웃기긴 하다. 어떤 영화는 야한데 청소년 관람가고, 어떤 영화는 뭐 이 정도 가지고 하는데 불가를 받기도 한다. 이 영화도 그렇다. 야하다면 앞서 말한 오프닝 시퀀스 때 베드신이 문제지 이 장면은 문젯거리도 못 된다.) 그 정면을 보면서 인간의 벌거벗은 몸이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순간 나체족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그는 확실히 외골수다. 그는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의 미세하고도 생생한 움직임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너무 강한 나머지 살아있는 거북이의 배를 갈라 아직도 팔딱거리는 심장을 손바닥 위에 얹는다. 그런 것을 보면 요즘엔 영상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연구를 한다고도 하던데 다소 엉뚱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엉뚱한 상상은 무려 200년 전에도 있어 왔다.


게다가 그의 이 집착은 아내를 의심하는 촉으로도 작용하기도 한다. 하긴 남편이 연구에만 몰두하고 아내는 뒷전이니 20대 초반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더구나 결혼 전 아내는 모델이었다. 게다가 아내가 유산 끝에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인 줄만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촉은 귀신같다. 그렇지 않아도 아내 주위를 뱅뱅거리는 신문 기자 내내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결국 에드워드는 그 신문 기자를 권총으로 쏘고 자수를 한다.


어찌 보면 에드워드는 당시의 발명가의 전형인지도 모르겠다. 외골수고, 가정을 돌보지 않고,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 하지만 이 남자, 여러모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 그의 살인은 미국에서 정당 살인의 마지막 케이스가 되어 무죄로 풀려났다. 그리고 아내는 그 충격으로 병을 얻어 24살 젊은 나이에 죽었고, 당시론은 친자 확인을 할 수 없으니 그의 아들은 외모가 닮았다는 말만 할 뿐 아버지가 확실히 누구인지 모른다. 그는 한참 세월이 흘러 1893(?) 년 만국박람회에 활동사진 주프락시스코프를 내놓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성능의 영사기에 선수를 빼앗기도 한다. (이건 영화의 내용이고 그에 대한 네*버의 설명은 좀 다르다. 감독의 해석으로 봐야 하는 건가?) 하지만 그의 수만 장의 사진은 동물연구에 기여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정말 여러모로 의미 있는 영화다. 지금 우리가 흔하게 보는 영상 기법들을 의미 깊게 살려냈다. 이를테면 에드워드 자신이 상상하는 것들을 슬로모션이나 분할 기법 등으로 표현했는데 정말 인상 깊다. 영화는 주로 녹색과 초록색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무겁지 않고 오히려 밝은 느낌이다. 정말 강추다.


 혹시 그의 전기가 있나 해서 찾아봤더니 번역된 건 없고 그나마 이 책은 품절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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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16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마이브리지. 처음 들어보는 인물인데 완전 호기심 가네요. 전기영화 좋아하는데 찾아봐야겠어요. 리뷰 고맙습니다 ^^

stella.K 2021-10-17 20:24   좋아요 1 | URL
전기영화 좋아하시는구나.ㅎ
혹자는 전기영화는 잘 해야 본전치기란 말을 하기도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꼭 봐야하는 영화 같습니다.
이런 영화를 이제야 뱔견하다니 저도 저 자신한테 놀랐습니다.ㅠ

mini74 2021-10-17 0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분 말 달리는 사진 연속으로 찍으신 분 아닌가요 예전 알라딘에서 달리는 말 그림 그려진 책받침 비슷한 걸 사은품으로 받았던 ㅎㅎ 이 분 사고 당하기 전엔 천재성은 없지만 성격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오. ~ 영화가 있군요. 스텔라님덕에 흥미가 막 생깁니다*^^*

stella.K 2021-10-17 20:27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영화에선 좀 독특하게 나오던데.
근데 분위기는 괜찮아요. 꼭 보십시오!^^

페크pek0501 2021-10-25 1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품절된 건 아쉽네요.
대중 목욕탕에선 다 벗잖아요. 벗은 내 몸을 누가 보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쓰잖아요. 누드 모델도 그런 생각을 하면 벗는 게 어렵지 않을 수 있겠다 싶어요.
의미 있는 영화의 추천, 기억해 놓겠습니다. ^^

stella.K 2021-10-25 13:19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처음에만 어색하지 누가 신경 쓰나요?
근데 전 어렸을 때 외엔 공중 목욕탕은 가지 않았어요.

전 외국어와 친하지 않으니 아쉬울 건 없는데
번역된 평전이 있으면 좀 기웃거려 볼까 했는데 없더군요.
하지만 영화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활동사진이었던만큼 영상 기법을
잘 활용했다고 봐 집니다. 꼭 보소서!^^
 

다소 신파가 없지 않지만 꽤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알겠지만, 지난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 해 재구성한 영화다. 실제로 이 사건의 재심을 담당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일명 재심전문 변호사로 유명해졌다. 말이 좋아 재심이지 우리나라에서 재심의 승률은 그리 높지 않다. 지금은 박 변호사 덕분에 좀 좋아졌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법의 정신은 살아있다. 뭐 이런 흔한 얘기 할 필요있을까. 법이 있는 사람 편이라는 건 이제 코흘리게도 다 아는 일이다. 영화는 그렇게 법이 사익만을 추구하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 다음은 상상도하고 싶지 않다. 


근데 그도 문제지만 법이 악을 두둔하는 건 더 위험하지 않은가.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말이다. 1심에선 사형이었지만 지금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상태다. 그 이유가 김태현이 반성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거기에 죄를 지은 사람의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뭐 그런 건데 그거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차라리 그렇게 사형을 못하겠으면 종신형을 도입해라. 살아서는 절대로 세상에 나올 수 없게 말이다. 말이 좋아 무기지 교도소에서 착한 척하면 20년으로 감형하고, 또 착한 척하면 특사로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서민은 불안해서 어떻게 살란 말인가. 알다시피 죄라는 게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아무리 천인공노할 죄를 지어도 무기다. 대한민국에서 죄 짓는 거 쉽다. 게다가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은...


왜 영화 얘기하다 이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하도 우리나라 법이 뭐한 년 널뛰는 것 같아서 말이지. 영화 <변호사>와 비슷한 분위기다. 배역도 좋다. 특히 그 사건의 누명을 쓴 현우의 엄마 역을 맡은 김해숙은 정말 연기를 잘 한다. 한 번쯤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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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0-15 15: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 명이나 죽였는데 감형이라니. 저도 뉴스에서 보고 너무 놀라고 화가나더라구요. 우리나라 법은 그거같아요 ‘일단 산 사람은 살리고 보자. 그게 범죄자라도‘😔

stella.K 2021-10-15 15:35   좋아요 3 | URL
ㅎㅎㅎ 산 사람은 살리고 보자.
정말 그러네요. 개뿔~ 마땅치 않아요.ㅠ

mini74 2021-10-15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성과 사과능 왜 판사앞에서만 하는걸까요. 형량 500년 막 이렇게라도 내리면 좋겠어요.

stella.K 2021-10-15 18:12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미국은 죄질이 안 좋으면 2백몇십 년 이렇게 때리잖아요.
사람이 2백년 넘게 살겠냐고요? 교도소에서 죽으란 소리지.
그렇게 때려야 하는데. 전혀 피해자의 가족과 서민들을 고려치 않은
판결을 내리고 월급이라고 받아 먹고 있으니...우이씨~ 부들부들.
제가 오늘 좀 과격하죠?ㅋ

막시무스 2021-10-15 1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주말에 명화로 찜해 두겠습니다!ㅎ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

stella.K 2021-10-15 19:24   좋아요 2 | URL
오, 이런 영광이...! 막시님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ㅎㅎ
고맙습니다. 막시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