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유튜브를 뒤지다가 <공범자들>이 있는 것을 보고 냉큼 보게 되었다.

이 필름은 알다시피 지난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와 그에 대한

저항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걸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엊그재까지만 해도 취재 현장을 함께 뛰고

방송사에서 한솥밥을 먹었을 사람들이 권력에 시녀 노릇을 하느라

남의 밥줄을 끊어놓고 나몰라라 한다. 

그러므로 혈압에 이상 있는 사람은 안 보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이걸 보면서 지금 MBC와 KBS의 장기 파업에 대해 뭐라고 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든다.

모르면 특히 KBS 같은 경우 시민들의 시청료 받으면서 왜 방송 정상화 안하나,

우린 언제까지 재방송이나 봐야하는 거냐고 볼멘 소리를 할 수도 있을텐데,

안다면 그들의 파업에 같이 동참해 주진 못할망정 돌을 던져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다보면, 방송사 간부들이 그런 말을 한단다.

늬들 없어도 방송은 돌아간다고.

해직  기자들, 우리들 없으면 안 된다는 자존심 하나로 발로 뛰는 사람들에게

그 말은 거의 인격모독은 아닐까?

 

MBC와  KBS는 공영방송이지 국영방송이 아니다.

방송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있어야지 어떻게 이 나라 권력의

시녀노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참 알 수 없는 건 역시 사람의 마음이다.

이런 와중에도 오히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지들이 잘못해 놓고 이제와 누구한테 뒤짚어

씌우냐며 좌빨이란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보낸 낙하산 사장들을 옹호하고 나선다.

 

이는 또 박근혜를 옹호하는 세력과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래. 나도 그러리만치 지난 정부가 깨끗하고 정직하게 국정을 잘 운영했더라면,

방송의 독립성을 오래 전부터 보장해 줬더라면 그들 편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는가?

국정을 농단하고, 방송의 질을 저하시킨 그들이 전혀 책임질 의향이 없는데

내가 뭐 때문에 정부를 옹호하는 시민이 되길 자처하겠는가?

 

그래도 난 그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비난할 생각이 없다.

우리나라는 민주국가니까.

100%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그럼 그거야 말로 공산당 독재지.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이 지은 죄가 참 많구나.

어떻게 개인의 권력을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하고,

방송을 사유화 할 수 있을까?

이를 어찌할꼬, 한숨이 나온다.

이러고도 이 나라가 이렇게 건재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기도 하다.

이 사실에 대해 자기 식의 해석을 할 사람도 있을까?

 

어쨌든 그래도 보면 좋겠다.

해직 기자들, 방송사 관계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는지 보면 좋겠다.

기자들을 가리켜 기레기들이라고 욕들 하지만,

그래도 방송의 독립성과 진실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무한 응원과 신뢰를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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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10-3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 번 형식적 민주주의의 폐해
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현재 혹은 과거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은
후과를 현재 혹은 미래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죠. 문득 유시민 선생의 후불제 민주
주의가 떠오르네요.

stella.K 2017-10-30 15:18   좋아요 0 | URL
앗, 후불제 민주주의!
그렇군요!

저는 이거 보면서 지금 KBS 진행자들
다 옛날 사람들이 나와서 하잖아요.
그게 시위의 의미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하잖아요.
노조는 노조대로 운동하고. 협업체제로 말입니다.
근데 어쩌면 노조 운동 반대해서 늬들 아니어도
방송진행한다는 의민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서니데이 2017-10-30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 너무 춥습니다.
stella.K님, 따뜻하게 입으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7-10-31 13:10   좋아요 1 | URL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이 오려나 봅니다.
금욜날 비오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다면서요?
겨울에 먹는 따뜻한 음식들 생각하고 먹으며
또 한 겨울 나야겠죠.
서니님도 따뜻하게 보내시길...!^^

서니데이 2017-10-31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금요일에 다시 비가 오면 더 추워지겠네요.
계절이 갑자기 한 달쯤 빨리 오려나요. 왜 이렇게 급하게 추위가 오는지 모르겠어요.
오늘이 꼭 11월 말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stella.K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블루레이]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카미키 류노스케 목소리 / 기타 제작사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신카이 마코토를 안지는 거의 10년쯤 되오는 것 같다.

아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무슨 초대권 비슷한 걸 받았는데 마침 피지못할 사정이 있어

못 가게 됐는데 간다면 양도하겠다고.

 

에니메이션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으니

딱히 좋아할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뭐 때문인지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아 딱히 같이 볼 사람도 없으면서

안 되면 혼자라고 보자했다.

마침 그때 시나리오 학원을 다닐 때였고

같은 수강생중에 에니메이션 전공자가 있어

보러가지 않겠냐고 했더니 거절했다.

제깐엔 뭔가의 핑계를 댔던 것 같은데,

웬지 느낌이 내가 마음에 있어 보러가자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

나도 오해받고 싶지 않아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가 딱 이맘 때였던 것 같다.

그때 본 작품이 <초속 5센티미터>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그리고 한 작품을 더 본 것 같은데 그게 뭔지 헷갈린다.

<별의 목소리>였을까,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였을까?

 

아무튼 세 편 모두 좋기는 한데 스토리가 약한 게 흠이었다.

또한 그걸 보면서 일본이 달리 애니매이션 강국이 아니로구나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았고.

우리나라야 하청 받은 거나 잘하지 뭐하나 창의적으로 잘하는 게 있나?

쓴 입맛도 다셔졌다.

 

애니매이션이면서 영상이 어찌나 사실적이던지

감독의 완벽주의가 빛을 바란다 싶었다. 

 

그날 관객과의 대화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정작 중요한 감독은 안 나오고 감독 밑에서 일하는 조감독인가,

무슨 문하생이었나 하는 사람이 대신 나와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후에도 위에 열거한 작품들을 TV로 다시 봤는데

역시 보면서 그림은 좋은데 스토리가 약한 건 용서가 안 됐다.

아니 약하다기 보단 전달이 잘 안 된다고나 할까?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보는 사람에게 와닿지 않았는 것.

 

이 작품도 그렇지 않을까 솔직히 그리 많이 기대했던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림이 좋으니 그거 하나 볼 맛에 본다했다.

더구나 언제나 그렇듯 SF 판타지다.

감독은 SF 판타지 넘 좋아하는 것 같다.

 

오, 근데 이번 작품은 정말 잘 만들었다.

스토리를 제대로 엮는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말하면 우리 영화 <시월애>를 연상케도 하고,

혜성이란 우주과학과 시간과 공간, 황혼, 기억상실 일본 민화 등을 

억지스럽지 않게 잘 엮었다. 

 

감독의 작품을 본지 가히 10년만의 결실 아닐까?

그동안 감독은 자신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부단히 많은 노력을 했겠구나 싶다.

과연 노력파는 아닐까 싶었다.

 

물론 어느 감독이 노력파가 아니겠냐만,

특히 애니메이션은 작풍을 많이 따지는 편이라

그럼 점에서 작품은 한층 더 발전되고 노련해진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내가 본 일련의 작품들은 좋긴한데

뭔가 넘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은 백화만발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꽤 만족스러웠다.

언제고 다시 보고 싶어질 것 같다.

 

사람이 무슨 일이든 10년 동안 노력하면 결실을 맺는다더니

감독 역시 이를 잘 증명해 준 것 같다.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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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0-1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태그를 눌러 확인해 봤더니,
2009년 9월에 신카이 마코토 특별전에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한 작품만 본 것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나머지 모든 작품은 다 TV로 본 것이다.
아, 인간 기억의 취약함이라니...ㅠ

cyrus 2017-10-19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내 만화영화산업의 안습한 현실로 봐서는 향후 우리나라에 십 년 넘게 만화영화 제작에 종사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기가 힘들어 보여요.

stella.K 2017-10-19 18:0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다.
뭐는 좋은 시스템이겠니?
그런데 만화는 좀 더 안타깝지.
가능성이 굉장히 많은 분얀데 말야.ㅠ

서니데이 2017-10-19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얼마전에 보았어요. 중간이 될 때까지는 조금은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그래도 후반부가 재미있었어요. 후반부는 동일본대지진을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참, 전에 페이퍼에 소개해주신 <색, 계>도 보았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생각을 못했지만, 보고 나서 다시 페이퍼를 읽으니, stella.K님이 쓰신 내용과 비슷하게 느낀 점이 많았어요.
오늘도 저녁이 되면서 바람이 차갑습니다.
stella.K님, 따뜻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7-10-19 18:10   좋아요 1 | URL
오, <색,계>보셨습니까?
공감하신 부분이 많다니 기뻐요.

저는 신카이 마코토 이번 작품은 만족합니다.
전작이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긴 했죠.
놀라웠습니다.
서니님도 따뜻한 저녁 시간되시길...^^

transient-guest 2017-10-20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니매이션은 구해놓기만했고 책을 읽었어요. 내용도 좋고 일본특유의 뭔가 10대때의 감성을 끌어내는 솜씨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애니매이션은 비쥬얼효과에 있어 이런 감성을 더욱 잘 끌어냈을 것 같아요.

stella.K 2017-10-20 13:2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일본 애니매이션은 정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더군요.
제가 볼 때 한국 영화 이제 노쇄의 길로 접어든 것도 같은데
지금이라도 애니에 투자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걸 안하네요.ㅠ
 

 

어제 영화 <박열>을 보았다.

최근 이준익 감독의 영화가 좋아져 이 영화도 관심이 갔는데

글쎄..생각 보다는 별로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게 한국 영환지 일본 영환지 헷갈릴 정도로 한국어 보다는

일본어를 많이 쓰고 자막을 많이 사용했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솔직히 좋지는 않았다.

물론 박열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 살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영환데 좀 더 친절해질 수는 없었을까? 

 

시점도 좀 아쉬웠는데,

차라리 박열의 동거녀였다던 가네코 후미코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갔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후미코에게 시점을 내어주기가 그리도 싫었나 싶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나의 예상을 빗나간 것도 있다.

즉 나는 당연 박열이 일본놈들의 등쌀에 일찌감치 죽고,

그의 삶을 후미코가 글로 남겼을 거란 생각을 했더랬다.

실제로 그녀가 쓴 <나는 나>란 책도 있지 않던가.

 

그런데 영화를 보니 오히려 후미코가 박열 보다 일찍 죽었다.

그리고 그건 그녀의 선택이기도 했다.

박열은 생각 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그것도 감옥에서.

후미코가 왜 박열을 선택했는지도 별로 나타나지도 않았다.

요즘 같은 감성으로 사랑은 작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설명이 너무 없다.

 

박열을 변호해 준 일본인 변호사를 우리나라가 언젠가 훈장을

수여했다는데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몹쓸 일을 많이한 건 사실이지만

잘한 건 잘했다고 인정을 해 줘야지.

그런 점에서 훈장 수여는 잘한 일 같긴 하지만 좀 늦은 감이 없지않다.

 

영화가 좀 단조롭다. 

박열이란 인물을 총제적으로 드러내주지 못하고 너무 한정적으로만

보여주는 것 같다. 이를테면 재판에만 포커스를 맞혔다고나 할까?

 

게다가 좀 의도적이란 느낌도 든다.

요즘의 한일관계도 썩 편치마는 않은데

그렇다고 어디다 데고 공식적으로 욕할 수 없고

그러니 영화에 대고 욕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도 너무 많이 쓰면

작위적이란 느낌도 든다.

과유불급이라고 적당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야 역사적으로 한일관계에 대해선 파고 파도 끝이 없겠지만,

일본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나가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이런 계보를 잇는 영화 자꾸 만들어져야겠지만

그 생각 끝에 늘 켕기는 건 베트남이다.

물론 우리가 베트남을 침략한 적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못된 짓을 많이했다고 하던데

그 과거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제훈은 나무랄 때 없는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하지만

후미코 역의 최희서는 별로다.

일본어를 잘해서 캐스팅 했다던데,

그냥 영화 <동주>에서처럼 안전하게 나오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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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0-1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봐야겠어요 ㅎㅎ;;;

stella.K 2017-10-11 14:54   좋아요 0 | URL
동주는 좋았는데 말이죠.ㅠ

2017-10-11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1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국 역사가 영화 소재로 많이 사용하다보니 영화로 역사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영화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정리된) 책을 보는 게 유용하다고 생각해요.

stella.K 2017-10-11 16:19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다.
영화 덕분에 책을 볼 사람도 많겠지만
대충 영화만 보고 안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
영화에선 다 담을 수 없는 것들도 많은데...

후애(厚愛) 2017-10-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지요.
늦은 인사 드립니다.^^;;

날씨가 싸늘해졌어요.
감기조심 꼭 하세요.^^

stella.K 2017-10-12 13:4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오늘은 공기가 어제완 많이 다르네요.
후애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7-10-17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본 느낌은 선전에서 나온 클라이맥스를 이어붙인 것 같다는 것입니다. 흐름이나 구성이 지루했고 몇 가지 장면의 신선함으로 영화를 끌어가기엔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입니다. 말씀처럼 박열보다는 가네코 후미코의 눈으로 영화를 가져갔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일단 영화화하기엔 그 한 순간을 지나면 박열의 삶이 너무 지리했다는 생각도 합니다.

stella.K 2017-10-17 13:30   좋아요 0 | URL
제가 영화를 허투로 보진 않았군요.ㅋ
영화를 너무 진지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감독의 영화를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이 영화에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어요.
혹시 작가주의 감독이되는 건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순정
이은희 감독, 디오 (EXO)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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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는 영화마다 실망을 했던터라 이 영화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평식이, 평순이의 평점을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어, 근데 이 영화 정말 쓰레기 더미에서 건져낸 보석 같은 영화다.

 

얼핏 <써니>를 만들었던 사단에서 만들었다나,

아니면 그 영화와 계보를 같이 한다나..

하나 확실한 건, <써니>의 계보를 잇는다는 것.

형식이나 구조도 흡사하다.

혹시 <써니>를 보고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도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써니>와 비슷하다면 다소 식상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

솔직히 이야기도 어디서 본듯하긴 하다.

그런데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빠져 드는 데가 있다.   

 

확실히 영화는 음악과 함께할 때 그 효과는 배가가 되는 것 같다.

90년대 인기 팝송을 차용해 추억을 자극한다.

 

나도 가끔 사춘기 시절을 추억해 보는 때가 있다.

물론 사춘기는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인생의 한때 이긴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풋풋하고 좋았던 시절도 없었던 듯하다.

온전히 나 하나로만 꽉 찬 시절 아닐까?

누구를 먹여할 책임도, 누구의 인생을 책임져 줘야할 것도 없다.

오로지 친구와 공부와 미래에 대한 고민과 공상만 하면 된다.

부모가 입혀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뭐가 걱정이랴.

그런데도 그 시절은 또 그렇지만도 않다.

그 고민으로도 머리가 터진다.

지나놓고나면 아무 것도 아닌 걸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진해야 하는 것인지.

인간은 걱정 기계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어찌보면 황순원의 '소나기'의 또 다른 버전 같기도 하다.

수옥이 왜 다리를 저는 불구의 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다리를 고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있다 그것이 좌절되자 절망한다.

또 그때 수옥을 좋아하던 범실이 수옥에게 비로소 사랑을 고백하는 건

확실히 순정이다. 그 사랑을 약속하는 것 또한 순정이다.

 

인상적인 건, 범실이 그 사랑을 고백한 후 수옥의 입술에 키스하지 않고,

입술을 정조준한 투명 우산에 키스한다는  것.

아, 이렇게 순박하고 인상적인 키스라니...

 

나중에 수옥이 그런 절망과 함께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고,

게다가 범실의 사랑 고백까지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결국 바다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데 워낙 바다 물결이 거세어 수옥의 시체를

구할 수가 없다. 그러자 범실이 물속에 들어가 구하는데 성공한다.

그 장면이 어찌나 마음이 짠하던지.

 

암튼 전편에 흐르는 다섯 명의 친구들의 우정이 정말 진하다.

과연 저런 우정이 있을까 싶은데

영화가 아기자기 하면서도 마음을 후빌 땐 제대로 후빈다.

약간의 트릭도 있고.

 

굳이 흠이라면 영화가 너무 수학적이고 퍼즐 맞추듯 한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도 좋을 텐데 그런 점에서는 

너무 열심히 만들었단 티가 난다.

그래도 이만하면 훌륭하다.

모처럼 좋은 영화를 본 것 같아 뿌듯했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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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10-07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써니>를 본 사람으로서 이 영화에 관심이 가는군요.
옛 시절을 자극하는 영화가 좋을 나이에 (제가) 와 있는 것 같아요.

추석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stella.K 2017-10-07 11:04   좋아요 1 | URL
아, 언니!
명절 잘 지내셨습니까?
저도 잘 지냈습니다.

<써니>를 재밌게 보셨다니
꼭 보셔야 할 것 같네요.
후회 안하실 거예요.^^
 
그래, 가족
마대윤 감독, 이요원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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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이 대체로 좋은 편이라 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난 이제 한국 영화도 식상한 편이라

그리 많은 기대를 한 건 아니다.

 

아니나다를까 정말 보다가 끌까 하다가 겨우 다 봤다.

나 참, 이렇게 배우랑, 시나리오랑, 연출이 따로 노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그나마 이 영화의 공신은 이요원과 11살 소년으로 나온 정준원은 아닐까 싶다.

정준원은 확실히 연기 꿈나무다.

순박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 해 낸다.

 

문제는 시나리오다.

그나마 영화는, 이요원과 정준원이 방송사 사장 집에

잠입해 녹취에 성공하지 못한 것 까지는 봐줄만 했다.

사실 방송사 사장이 뭔가의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데

그곳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요원이 그 비리를 파헤치는 역할을 맡은 것.

 

아무튼 그 이후 영화는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로 흐르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제목 봐라. 뭔지 안 봐도 알 것 같지 않은가.

단지 한글 네 자일 뿐인데.

 

그래. 가족은 그런 거다.

별로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가족이기에 엮이고 설켜야하는 관계.

그래도 끌어 안아야 하는 관계.

가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그저 정치적 올바름일 뿐이다.

 

근데 시나리오 정말 후지다.

난 이렇게 무식하고 성의없는 시나리오는 첨본다.

과연 작가가 일년이면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시나리오를 쓰는지 묻고 싶다.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나 많이 보면 됐지 무슨 책이냐고 한다면

이런 작가는 희망이 없다.

이런 작가는 영화사에서 애저녁에 싹을 잘라야 한다.

 

내가 정말로 불쾌하게 생각했던 건,

막내 낙이(정준원 분)의 탄생 비화가 밝혀지는 과정이다.

그건 세째 주미를 통해 밝혀지는데,

엄마가 원래 지병이 있어 누워만 있었단다.

게다가 말을 하지 못한다.

그 사이에 막내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더 웃긴 건 그걸 주미는 엄마가 배가 부른 게 복수가 차서

그런 줄만 알았단다.

물론 11년 전의 일이니 주미는 어렸을 때고 어린 마음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설정이 상당히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엄마가 아파 누워 있을 때 임신이 됐다?

과연 아플 때도 성욕이 동하던가?

죽어 가면서 아이를 한 명 더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던가?

과연 그렇게까지 대사를 쳐 바를 생각이 나는가 말이다.

 

난 그 대사를 귀로 듣는데 연상이 되는 건

부부가 정말로 사랑해서 막내를 낳은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를 강간해서 낳게 되었다는 것으로 들린다.

더구나 아내는 말 못한다잖나?

 

사실 낙이는 아버지 장례 때 처음 알게된 동생이다.

그런 설정이라면 차라리 아버지의  배다른 자식 설정이

차라리 자연스럽다.  

그런 개구라가 어딨나?

 

어쨌든 부부가 막내를 낳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딱히 설득력 있게 와 닿지 않는다.

부부가 사랑했다면 어느 정돈지 그 관계도 모호하다.

시나리오는 과학이란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국 영화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잘하는 줄 알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봐야 우물안에 개구리 아닐까?

항상 얘기하는 거지만 한국 영화는 시나리오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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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04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나온지 얼마 안 되는 영화네요.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영화를 볼 때, 우리 나라 영화를 많이 봐야 할텐데, 외국영화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소설도 그런 편이고요.

오늘이 벌써 5일째 되는 날이니까, 중간쯤 되는데, 남은 날들도 즐겁고 좋은 시간 되세요.^^
stella.K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stella.K 2017-10-05 18:07   좋아요 1 | URL
서니님도 연휴 잘 보내고 계십니까?^^

그러게요. 저도 영화나 소설이나 외국작품을 선호하는 편인데
단지 잘 안 보는 유일한 분야가 있다면 그건
허리우드 메이저급 영화들입니다.
그 유명하다는 가디언 오브 갤럭신가 하는 영화 평점이 아주 높던데
앞부분 조금 보다 말았습니다.
저는 비허리우드 영화를 좋하하죠.^^

stella.K 2017-10-05 18:10   좋아요 1 | URL
ㅎㅎ 저 방금 서니님 서재에 있다 왔는데
자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