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다.

기억이 흐릿하긴 한데, 그때 이미 집엔 계몽사란 어린이 책 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50권짜리 <소년 소녀 명작 전집>이던가 하는 전집류와 같은 출판사인지는 모르겠는데 20권짜리 <어린이 전래 동화>인가 하는 책이 있기는 했다. 둘 다 몇 년 된 책들인데 이 책들은 나를 위한 책은 아니었다.

엄마가 나 보다 먼저 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언니와 오빠를 위해 방문 판매를 온 책 장사에게 그 책을 샀던 것이다. 엄마는 언니와 오빠가 초등학교엘 다니고 있었으니 그런 책 한 질쯤은 두고 읽어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땐 또 서열 의식이 강해서 오빠가 나와 동생에게 함부로 그 책들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 읽어야 한다면 꼭 오빠의 허락을 받고 읽어야 했다. 하지만 나와 동생은 아직도 한글을 떼기 전이었으니 그 책에 욕심 낼 처지가 못 됐다. 그러니 오빠가 그 책 가지고 위세 부려봤자 나와 동생에겐 그다지 먹히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그래? 그럼 그냥 오빠 가져. 어차피 우린 책도 잘 볼 줄 모르잖아.’ 뭐 그런 식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서열 의식도 다 같이 욕심 낼만한 것에서 내야 빛을 바라는 거지 한글도 다 못 뗀 조무래기들을 데리고 내 봤자 알아주지도 않는다라는 걸 오빠도 알았는지 나중엔 책에 대해 그다지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전집들은 무료한 날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좋은 놀잇감이 되어 주곤 했다. 이를테면 그 50권 자리를 책꽂이에서 빼서 다 흩어 놓고는 걸레로 깨끗이 먼지를 닦고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누가 빨리 찾아서 다시 책꽂이에 꽂아 놓나 시합을 하는 것이다. 중간에 두 세 권 정도를 잃어버려서 항상 그 놀이에선 아쉬움이 남았지만 우리 같은 조무래기들에겐 전집류는 그런 존재였다.

나중에 한글을 깨쳤으니 슬슬 읽어 볼만도 할 텐데 나는 왠지 그 전집엔 손이 가지 않았다. 이제 초등학교를 갓 들어갔으니 한글만 깨쳤다 뿐 왠지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제 초등학교엘 갓 들어 간 아이가 <소공자><소공녀>를 어찌 알겠으며, <쿠오레>는 또 어찌 알겠는가? 그런 것들을 읽으려면 적어도 언니 나이쯤 되야 하는데 그때 되면 그 책들은 구닥다리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받았던 생활통지표(그때는 성적표가 아니었다. 통지표였다)에 담임 선생님은 나의 뭘 보고 그런 평가를 내리셨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책 읽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쓰셨다.

솔직히 난 그렇게 써 있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언니가 읽어줘서 알았는데 언니는 또 뭐가 좋다고 읽으면서 깔깔대고 웃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애 처음으로 받아 본 생활통지표에 국어가 였으니 점수로 치자면 빵점을 맞은 거나 다름없으니 그것과 연관 짓다 보니 웃을 수 밖에. 하지만 그게 웃을 일인가? 오히려 언니라면 가슴 아파하며 격려해줘도 부족할 판에 생판 남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언니도 알고 보면 날 것도 없었다.

솔직히 그 무렵이 70년 대 초였고, TV가 흔한 시절이 아니었는데 그런 시절에 아이에게 전집류를 사 주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그런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언니를 위해 산 그 계몽사 전집을 몇 권 읽고 안 읽었던 것이다.[1] 그러면서 내 통지표에 담임 선생님이 그런 평가 좀 썼다고 킥킥대고 웃을 수 있는 것인가? 하여간 언니라고 하나 있는 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 역시도 생애 첫 통지표에 국어 성적이 라는 건 어린 마음에도 충격적이긴 했다. 이런 성적이라면 앞으로 이 험난한 학교 생활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좀 캄캄하긴 했다. 그리고 정말 선생님은 나의 뭘 보고 책 읽기를 싫어한다고 했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선생님 말씀은 곧 진리요 법인데 의문을 품었다간 오히려 반항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그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나 자신을 두고 봤을 때 선생님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글을 남들처럼 빨리 읽지를 못하는 것이다. 아주 천천히 읽는 편인데 그것을 선생님은 내가 책을 읽기를 싫어한다고 본 것 같았다. 책을 천천히 읽는 것과 책을 싫어하는 것과는 다른 것인데 그때 선생님은 나를 좀 더 인내하고 지켜봐 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아무튼 그런 담임 선생님의 평가도 있었고, 언니의 조롱을 받고 나니 확실히 이 부분에서 은연중 열등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언니는 일찌감치 책과 담을 쌓고 살지만, 나는 거북이 경주하듯 빨리 읽지 못하여 많이 읽을 수는 없지만 길게 꾸준히 읽어 지금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언니의 웃음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또한 담임 선생님의 그런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독서는 시간을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람도 봤다.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는데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이 있고, 느리게 읽는데 많이 읽는 사람도 봤다. 물론 빨리 많이 읽으면 그 보다 좋을 수야 없겠지만 어떻게 읽든 그것을 시간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책을 읽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성적에 있어서 영원한 는 있을지 모르지만 영원한 는 없다. 나는 훗날 학교를 다니면서 국어에서 썩 괜찮은 성적을 거둔 적도 있으니까. 물론 그것이 내 인생에 스크래치는 좀 남겠지. 그러나 사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말인데 열등감은 열등감으로 있지 않는다. 무엇이든 자신의 한 가지의 것에 가만히 응시해 보라. 그러다 보면 그것에 휘말리는 나 자신 보단 뭔가 그것을 이겨보고 싶다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나는 바로 그 열등감을 응시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인 독서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1] 사실 이것도 분명치는 않다. 나중에 언니는 그 책을 다 읽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나는 언니가 그 책을 산 초기 때를 제외하고 읽는 걸 보지 못했다. 단지 내가 지금 와 이렇게 밝히는 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를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객관성 유지 차원에서 밝혀두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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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4-30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게 빠르셨네요. 저는 초등학교 전에 책 읽기를 조금 좋아하다가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교 입학까지 독서의 공백기였죠. 학업이 분명 관련되었겠지만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독서의 시작은 대학입학이지만 대학시절에는 도서관에서 책만 빌렸지, 독서는 부진했죠. 정작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독서는 대학 졸업과 함께 시작했죠. 저도 왜그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책 읽기 좋은 학창 시절 책을 안 읽다가 남이 책을 안 읽는 그 시절부터 책을 읽게 된 이유를요.

stella.K 2014-04-30 18:31   좋아요 0 | URL
와우, 이 글 올리기 잘했군요.
이렇게 마립간님 댓글도 받고.
제가 빠른 거군요. 전 남 보다 책을 빨리 읽지 못해
무지 열등감 느꼈었는데. 이거 벗어난 거 얼마 안 되요.ㅎㅎ

2014-04-30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30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4-04-3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4학년 때부터 책과 친해지다니... 저에 비해 많이 빠르군요.
원래 4학년 때가 뭔가 알기 시작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해요.
저도 4학년때부터 공부에 흥미를 느끼면서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거든요.

으음... 추천 수도 높고 방문자 수도 200명이 넘고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신 듯하네요.
축하드려요...

stella.K 2014-04-30 18:31   좋아요 0 | URL
제가 빠른 거군요. ㅋ

지지난주부턴가 이래요.^^
 

얼마 전에 읽은, 정수복 교수의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에 소개된 크리스티앙 가이라는 작가가 소개되어 있어 여기 발췌 정리해 본다. 

그는 1948년 생이라고 한다.  

청년기에 들어서 그는 고독을 이기기 위해 색소폰을 불기 시작했다. 이내 재즈 음악의 세계에 매료되어 한때 재즈 연주가의 길을 걸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 이곳저곳 전전하며 손님들의 구미에 맞추어 하기 싫은 연주라도 억지로 해야하는 생활에 회의를 느껴 재주 연주가로서의 삶을 접었다고 한다. 그러고 난 다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은 돈이 되지 않았다. 먹고 살기위해 궃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글을 쓰고부터는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재주 연주가의 길을 떠났지만 재즈는 그가 글을 쓸 때 그가 글을 쓸 때마다 종이 위에 얼굴을 내밀었다. 재즈는 그에게 모국어와 같은 것이었다. 어쩌다 모국을 떠나 외국에 살게 되어서 모국어를 거의 쓰지 않아도 모국어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듯이 재즈는 그의 몸속에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책이 없는 집에서 자랐고,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소년 시절에 무슨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고 한다. 그는 요즘에도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문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글의 분위기 속에 빠지면서 '문장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즐기기'가 아니며 '일'의 성격을 지닌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문장의 구성방식이나 어휘 선택을 살피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추측해보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자기를 문득 발견한다는 것이다.  

그는힘들여 쓴 첫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는데, 얼마 후 편집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 편집 담당자는, '당신의 작업은 재미있는데 한번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나서는 그에게, '당신이 쓴 원고의 현재 상태는 지나치게 시뮈엘 베케트의 영향 아래 있다. 베케트를 벗어나 당신 스스로의 이야기를 당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써보라'고 주문을 하더란다. 그래서 그는 몇 달 동안 아파트에 쳐박혀 자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긴 독백 형식으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계속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1987년 그의 첫 작품  <그는 말한다>가 출판되었고, 그후 지금까지 12권의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 책들은 각각 개별적인 작품들이지만 모두 자전적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반 고흐가 파리 시절에서 시작하여 아를과 생-레미 그리고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절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여러편의 자화상을 그렸다면, 크리스티앙 가이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줄곧 자화상을 그린 셈이 되는 것이다.  

그는 자기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글을 썼다. 그러다보면 자기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을 때가 오리라고 생각하며 글을 썼다. 그렇게 해서 나온 열두 편의 소설은 모두 자신의 모습을 분명히 하기 위한 자기 모색과 자기 탐구의 작업이었다. 그는 지금 글을 쓰지 않고 있다. 그는 지금 여백 속에 있으며, 그 여백 속에서 새로운 글이 떠오르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모습을 더 분명히 그리기 위해서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 글을 읽으니,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현실은 단 한 줄도 쓰지 않겠다했던 아니 에르노가 생각이 났다.  그 역시도 자전적 소설을 쓰는 작가로 유명한데, 크리스티앙 가이도 그렇고, 그런 작가군이 있는가 보다.  글을 쓰다보면 정말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반 고흐가 한번도 아닌 몇 번에 걸쳐 자회상을 그렸다니 새삼 놀랍다. 그는 아마도 자신의 모습을 그릴 때마다 낮설게 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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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 <독고준>을 읽었다.  

232p를 읽다가, 독고준이 '서해문화'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새얼문화재단에서 펴내는 계간지라고.  거길 읽자 바람구두님이 생각이 났다. 자의든, 타의든 그분이 알라딘을 떠난 것이 내내 스산한 바람이 일듯, 아쉽다. 지난 번, 물만두님 돌아가셨을 때 잠시 나타나셔서 고인의 서재에 예를 표하고 가셨던데 내심 반갑기도 했지만 알은 척 하기가 쉽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한때 나는 그분을 무슨 장군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 오래 전, 알라딘 서재 초기 때 오프 모임에 나가 딱 한 번 뵌적이 있는데, 그 포스가 장난이 아니어서 후기에 그렇게 썼던 것 같다. 그래도 이 분은 살가운데가 있어서 나 뿐만이 아니라 알라딘 서재인들 모두가 좋아했었다.  어느 때는 자신이 무슨 행사에 찍사(사진 기자)로 가게 됐는데, 서재인들에게 휴대폰 문자 한 통을 구걸하길래 나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 돌아 온 문자 역시 어깨에 으쓱 힘이 들어가 보이는 것이 느껴졌다. 

늦게 아들 보시고 사는 재미가 여전히 쏠쏠한지 궁금하다.  

<독고준>의 저자 고종석은 '서해문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해문화>는 인천에 있는 새얼문화재단에서 펴내는 계간지인데 이번 가을호가 통권 32호다. '전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모토대로 <서해문화>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세방화世方化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지역민들의 염원을 담고 출발한 잡지다. 초기에는 인천을 비롯한 서해안 지역의 쟁점을 중요하게 다루었지만 요사이엔 그 비중이 다소 줄었다. 가을호 계간지들 가운데 <서해문화>를 특히 꼼꼼히 읽는 것은 이 잡지가 다른 의제들이 다른 계간지들의 경우와 비교해 현실과 더 밀착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32p)  

이 책의 특징은 등장하는 사람이며 책들이 다 실명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종석은 왜 '황해문화'를 '서해문화'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 새얼문화재단을 언급한 것을 보면 분명 황해문화가 맞는데. 중간에 명칭을 개명한 것일까?  

아무튼 이 책을 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방의 현대문화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가 있어서 나름 아껴가며 읽고 있는 중이다. 고종석은 내가 좋아하는 저자 중 한 사람이고. 

무엇보다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독고준을 이해하려면 최인훈의 <회색인>과 <서유기>를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게 만든다. 이걸 사서 읽으면 내 밀린 독서는 어쩌라구... 

하지만 이 책이 고마운 건, 게으름과 무지로 인해 너무 오래된 문인인 최인훈을 (적어도 20세기의 작가가 아니던가? 물론 이름 정도는 안다) 책으로나마  독대해 볼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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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2-2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1학년때 <회색인>을 읽은 느낌이 지금까지 강하게 남아서인지 '독고준' 하시길래 회색인부터 떠올렸어요. 그런데 그 제목의 책이 있었군요.
'황해'라고 표기하는 것에 의의를 가지신 분들이 있으시던데 혹시 그래서 '서해문화'라고 표기하신 것인지 모르겠네요.

stella.K 2010-12-27 18:10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독고준의 그 일기는 2001년으로 되어있는데
거기엔 서해라고 나와있어요. 하지만 그것으로 클릭을 해 보면
아무 자료도 찾을 수가 없고, 황해문화라고 하면 좌악 나오죠.
내친김에 최인훈의 소설을 읽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독고준의 말년을 그린 작품입니다.
더 정확히는 일기문이고 그의 전생애를 두루 아우르고 있죠.
아주 읽을만해요. 강추!^^

cyrus 2010-12-2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이 책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눈여겨 봤었지만,,,
최인훈의 <회색인>과 연관되어 있는 소설이었군요.
스텔라님의 생각처럼 저도 역시 최인훈의 소설을 먼저 읽어보고
고종석의 <독고준>을 읽어보면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서재의 달인 되신거 축하드립니다. ^^

stella.K 2010-12-28 09:17   좋아요 0 | URL
헉, 새삼스럽게 뭘.ㅋ
회색인 읽고파요. 조만간 질러버리고 말꼬예요.ㅋㅋ

양철나무꾼 2010-12-28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여기서도 만나게 되네요.
저도 고종석 님은 좋아하는데,
이 책은 나오기 전부터 뭇 상을 거부한다 그래서 회자되기도 했었죠.

여러 분들이 추천하시니, 읽긴 읽어야 될텐데...
저도 밀린 책들은 어쩌냔 말이죠~ㅠ.ㅠ

stella.K 2010-12-28 10:40   좋아요 0 | URL
전 참 고종석이란 작가가 새삼 고맙더라구요.
이렇게 잊혀질뻔한 작가 최인훈을 다시 살려내
새롭게 각인시켜주고 있으니 말여요.
그런데 상을 거부한 일이 있었군요. 왜 그랬을까요?

읽을 책이 너무 많아요. 그죠?^^

릴케 현상 2010-12-2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좋네요^^ 회색인도 다시 읽고 싶고 여직 서유기를 안 읽었구나 하는 반성도 드네요. 독고준에서 서해문화라고 한 것은 실명을 조금 비튼 정도의 의미일 것 같은데요. 다른 고유명들도 그대로 쓰지 않고 다 조금씩 바꿔 쓰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서재의 달인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stella.K 2010-12-28 14:31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저는 작가가 다 실명 그대로 썼다고 생각했는데.
예리하시네요.ㅎ
이러다 이 작품으로 최인훈 읽기 운동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인훈 너무 유명한 작간데...ㅜ
산책님도 잘 지내시죠?^^

다이조부 2010-12-3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돌아온거 진심으로 반갑네요~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 고유명을 그대로 쓴 부분이 상당히 많더라구요.

하지만, 강준만 오규원 같은 경우는 가명을 썼고, 문학평론하는 김명인 이나 권성우도

마찬가지 로 알고 있어요. 그 이외에도 비틀어서 표현된 게 있겠지만, 과문해서 세세히는

잘 모르겠더군요.

stella.K 2010-12-30 11: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100인의 책마을> 출판 기념회 날 모임 장소에서, 우연히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agnes님과 동석을 하게 되었다. agnes님은 전에도 한번 만난 적이 있어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였고, 다시 만날 수 있게 돼서 내심 꽤 반가웠다. 왜 내가 "꽤"라는 말을 썼냐면, 사실 agnes님은 현재 대학을 다니는 아직 20대 초반의 아가씨이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라고는 하지만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와 있었고, 나를 포함해 그들은 더 이상 젊다고만 할 수 없는 사람들 속에 나이 어린 사람이 오도카니 와 앉아 있으니 반가울 수 밖에.  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이야 좋지만 당사자로선 좀 쑥스러울 것도 같다. 나도 그 나이 때 그랬으니까. 그래도 이 아가씨 성격이 좋아 사람들과 이야기도 잘하고 웃기도 잘한다. 이 아가씨는 현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재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말하면 의학 전공한 친구가 없다는 것이 금방 탄로가 나겠지만, 언젠가 agnes님이 게시판에 자신이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바쁘게 지내는지를 간략하나마 써놓은 글을 읽어 본적이 있다. 읽어봤더니 공부하느라 바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다른 개인적인 볼일로 바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밑에 '공부는 안해요?' 했더니, 너무도 당연하게, '지금은 방학이라 공부 안해요.' 라고 써 놓은 것이다. 순간 아, 내가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많이 받구나 싶었다. 드라마나 영화 보면 가장 바쁘고 치열하게 공부하는 학생으로, 법학도나 의학도가 나오지 않던가?    

마침 그날 내 옆에 앉았길래, 진짜 의학도들 방학 때 공부 안하냐고 했더니, 진짜 안한단다. "물론 골수 의학도들은 하겠죠. 하지만 골수라 봤자 손에 꼽을 정도고, 나머지는 방학 때 딴일해요." 한다. "드라마나 영화 보면 의학도들 밤새워서 공부하고 막 그러던데...난 솔직히 밤새워 공부하는 게 싫어서 의학 전공은 꿈에도 생각 못했거든." 그러자 이 아가씨 웃으며, "아, 물론 시험 때는 밤새워서 공부해요. 족보 가지고. 족보가 뭔지 아시죠? 그런데 족보 한 권이 거의 전화번호부 수준이죠. 그거 전부 다 외워 시험 볼려면 머리가 터지긴 해요. 후후."  과연 그럴만도 하겠다. 하기야 학교 공부가 뭐 그리 좋아 방학 때도 주구장차 하겠는가? 확실히 이 아가씨한테 방학 때 공부 안하냐고 묻는 건 우문이고, 그녀는 현답을 했을 뿐이다. 

나는, 의학하면 떠 오르는 게 해부학이다. 사람의 시체를 직접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바로 이것 때문에 어렵게 들어간 의대를 포기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기도 했으니까. 그러자 agnes님은 웃으며, "글쎄요, 옛날엔 그랬을런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워낙에 처리 방법이 많이 발달이 돼서 그런 이유로 의대를 포기했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어요. 그리고 나름 재미있기도 하구요." 역시 난 하나마나한 얘기를 했던 셈이다. 순간 속으로, '그래. 맞아 지금은 21세기지?!'  

그런데 얘기하다 보니 그 아가씨가 모르는, 그 아가씨가 다니는 학교의 인물사(?)를 알려주게 됐다. 그녀는 현재 연세대 재학중이다. "혹시 가수 윤형주 알아요?" "...??" "모르기도 하겠다. 7,80년 유명한 통기타 가순데. 아마 어머니나 아버님은 아실 거예요." "...아...." "아참, 왜 음료 선전 중에 오란씨 선전 알아요?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나 두 손에 담아 드려요.... 뭐 이런 노랜데. 그 CF 노래 작곡한 사람인데." "...잉??" "윤석화 모르나? 그 여자가 불렀는데!" "......??" "아, 연극 신의 아그네스. 그거 초연한 주인공." "...??" 나는 답답해서, "닉넴이 아그네스잖아. 그 정도는 알아야징." "아, 미안해요." "아니 뭐, 미안할 것 까지는 없고, 아무튼 가수 윤형주가 agnes님 학교 같은 꽈 선밸 거예요. 물론 졸업은 못했지만. 그 사람이 해부학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도저히 피를 볼 수가 없어서... 그래서 부모님과 싸워서 연예계로 나왔던가 그랬지 아마." 그러자 조금 이해한다는 표정이다. "아......! 그렇지 않아도 저희꽈에 유명한 연예인 선배가 있다는 건 들어본 것 같아요." 그때 나의 전광석화 같이 이 아가씨를 깨닫게 해 줄 확실한 일화가 생각이 났다. "그 사람이 누구냐면, 시인 윤동주 알지?" "네. 알아요." "그 사람의 6촌 동생이래요." 그러자 이 아가씨 거의 '헐~'하면서 웃는 분위기였다. 하긴 말이 좋아 6촌이지 거의 남이나 다름 없는 거 아닌가? 길거리에서 만나도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사이. 그러니 헐~하는 거야 당연하다. 

그러고 보니 이 아가씨와 내가 대화를 한다는 건 거의 20년의 간극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그러니 요즘 젊은이들이 나이 먹은 기성 세대들과 이야기가 통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또 꼭 그것 때문에 자격지심 같은 걸 가질 필요는 없다. 이 아가씨가 모르는 학교사를 그 학교 출신도 아니면서 내가 알려준 것과, 요즘 문단계에 한창 주목 받고 있는 전아리가 그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도 알려 줬으니까 오히려 고마운 일 아닌가? "하긴, 워낙에 학교가 크기도 하구요, 원래 이공계 학생들이 자기 분야가 아니면 학교에 뭐가 있는지도 몰라요."하며 쑥스러워 한다.   

아무튼 그러고 돌아와서, 그렇다면 이 아가씨 학교 공부를 안할 때는 뭘할까? 뭐에 관심이 있을까? 궁금했다. 그걸 <100인의 책마을>에서 조금 알 수가 있었다. 이 아가씨 고등학교 때부터 최근까지에쿠니 가오리와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에쿠니 가오리라. 내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가다. 그런데도 난 항상 온다 리쿠와 헷갈린다. 영화와 책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작품을 영화로 본적이 있다. 일본문학이 각광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일본식 감성을 내뿜는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에쿠니 가오리는 늘 나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쓴 글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동한다. 글도 다른이와는 다르게 존대말을 쓰면서 조심스럽고도 낮은 목소리로 조근댄다. 물론 그녀가 소개해 준 책을 다 읽을 생각은 없지만 개중 몇권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약간 놀라운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저자들은 하나 같이 책 소개를 하면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있는 반면, 이 아가씨는 싫으면 싫다고 솔직히 말한다. 얘를 들면, 에쿠니 가오리의 <장미 비파 레몬>이란 책을 두고 한 말이다. 

  "그녀의 장면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은 책. '코'자 돌림 여자 9명이 우르르 나와서 우리도 우리만의 사랑과 생활이 있다고 외치는 통에 산만하기 그지없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러면  어떤 사람은 오히려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무엇을 얼마나 못 썼길래 하며. 하지만 귀가 얇은 나로선 거의 믿는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볼 건, 이 아가씨와 나와는 20년의 간극이 있다고 앞에서도 밝혔다. 정서나 감성은 유동적이기도 해 어쩌면 난 이 책에서 그녀가 발견하지 못한 걸 발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어쩌랴? 일단 제껴놨으니 나와는 인연이 없다고 할 밖에. 

그런데 비해 <낙하하는 저녁>은 극찬을 했다.  아, 이거다! 하면서. 

주인공보다도 더 주인공 같은 '하나코'가 사랑스럽다. 한 남자에게 차인 후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기까지의 과정이 기본 내용이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됐고, 하나코를 주인공으로 책 한 권 더 써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오, 정말? 그렇다면 나는 좀 끌린다.  실연 안 당해 본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이 아가씨 당차게 한 권을 더 써 달라니? 과연 어떻길래? 작가가 실연에 대해 한 번 쓰기도 어려울텐데 말이다. 

 그런데 이거야 말로 그녀의 글을 읽고 정말 읽고 싶게 만든다. 

그녀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 쓴 에세이집. 꼭 소설 같이 쓰는 바람에 자꾸 읽는 동안 에세인지 헷갈린다. 그래도 분명히 소설과 다른 맛이 있다.   

 오호,  그렇다면 오묘한 맛이겠군! 책 하나에 에세이와 소설이 동시에. 내가 읽고 싶은 글형태다. 

그날 누군가, 책 읽는 사람은 가족 모두가 책을 좋아해서 읽지는 않는 것 같다고 하자, agnes님은 바로 동감했다. "맞아요. 저희집도 저 밖에 책을 안 읽어요. 어떻게 책을 안 읽을 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서점에 가면 이 책 저 책 아~ 너무 읽고 싶어져요."라고 말하는데 그 표정이 정말 귀여웠다. 마치 김이 모락 모락 나는 갓 구워낸 빵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냐고 갖은 표정으로 말하는 것 같아 아직도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하긴, 나도 우리집에선 내 동생과 나 밖엔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좀 특이동물로 취급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 아가씨처럼 나도 한 때 그런 표정을 지으며 책이 얼마나 좋은지 아냐고 말하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책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런 표정은 다시 못 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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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5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잼있어요^^

루체오페르 2010-09-05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감을 주는 아가씨인가 보군요.^^

저도 주위를 보면 책 좋아하는 사람이 잘 없어요.ㅋ

lo초우ve 2010-09-06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내려서인지 .. 아이겅 허리야~!
며칠전에 골다공증 검사햇는데 뼈가 약할뿐 이상무.
그런데 왜 허리가 아플꼬... ㅡ,.ㅡ;;
스텔라님~~ ^^
비오는날 들으면 딱 좋은 음악중에
Jose Feliciano - Rain
이곡 들어봐야겠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든요 ^^
그리고, 오랜만에 윤형주씨의 노래도 함께 들어봐야겠요.. 후훗~ ^^

요즘 20대는 윤형주씨 거의 모르지싶네요 ^^
울 아이들은 알지만요(주루룩 연녕생 25,24,23 이렇게 낳는것도 신기하다는 남편사무실 직원말)한때 인터넷방송을 남편이랑 했기때문에 그덕분에 알고있는듯해요 ^^

그리고 우리나이 학창시절때에나 피 터지게 공부하고 머리에 쥐날정도로 공부했죠
요즘 아이들 그다지 공부에 연연하지 않나봐요
그러니 맹장 떼어내려고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오히려 배짼 뱃속에 연장 집어넣고 나오자나요
쯧쯧...
책 열심히 읽고 리뷰 잘 쓰면 뭐합니까?
정작 해야 할 일들은 개판인것을요..
이말은 누구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구요
현실이 그렇다는거에요 ^^;
괸히 비오는 아침부터 우울해지려고 하는군요 ㅋ


마녀고양이 2010-09-06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쿠니 가오리,, 이 작가한테도 한때 홀랑 빠져서 현재
보유한 책 5권(생각보다 적네요..), 읽어본 책은 절대 다수. ^^
확실히 제가 일본 작가를 좋아하네여. ㅋ

우리집도 저 밖에 책 안 읽어여. 그리고
막 구워내서 자르지도 않은 식빵을 손으로 뜯어먹는 맛은.... 아흑~

순오기 2010-09-0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아가씨 글 나도 읽었어요, 덩달아 잘 아는 사람처럼 동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에쿠니 가오리를 하나도 안 읽었다는...
오늘 110, 총 180288 방문

stella.K 2010-09-0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래서 저도 이번 기회에 에쿠나 가오리 한번 읽어보려구요.^^

책가방 2010-09-0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는 실명으로 되어 있는 아가씨네요..^^
저도 이 분 덕분에 에쿠니 가오리의 "그녀들"이 궁금해졌답니다.
전 (반짝반짝 빛나는)만 읽어봤거든요..^^
글쓴이를 직접 만나는 일은 가슴 벅찬 일일것 같아요..^^

blanca 2010-09-0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유쾌하게 읽었어요. 의대생이었군요. 사실 저도 에쿠니 가오리 전작주의를 시도해 봤었는데. 무겁지 않고 잘 읽히면서도 참 이쁜. 그러나 새로울 것 없는 얘기들이 계속. 그 지점에서 멈췄어요. 스텔라님이랑 이 아가씨랑 얘기하는 장면이 막 그려지면서 혼자 막 웃었어요. 오란씨. 윤석화. 윤형주. 이젠 이런 것들을 가지고 얘기할 수가 없군요. 이십 대와. 근데 윤동주 육촌이었군요, 몰랐어요 ㅋㅋ

stella.K 2010-09-08 12:31   좋아요 0 | URL
그때 나름 재밌었어요. 거의 뭐 조카뻘이니.
그 아가씨 몰랐던 것을 알아 나름 신기해해서
저도 나름 뿌듯했습니다.ㅋㅋ

라로 2010-09-08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쿠니 가오리 하나도 안 읽었어요,,,에고 <100인의 책마을> 덕분에 읽을 책이 갑자기 몇 백개 더 늘었다구요,,ㅠㅠ

기억의집 2010-09-10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본소설 좋아해도 에쿠니는 도저히 못 읽겠던대요. 저는 첨엔 일본소설 안 좋아했는데 그 이유가 에쿠니하고 바나나 때문이었어요.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더라구요. 일본소설 수준이 다 에쿠니나 바나나 수준인 줄 알았다는. 지금도 둘은 도저히 안 읽혀지고 읽을 생각도 안 해요. 네이버에 바나나 에세이 연재하던데..것도 읽다가 말았네요. 스텔라님, 교보문고 한번 갔다오세요. 에쿠니스탈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 한 번 하심이.

stella.K 2010-09-10 16:2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하긴, 저도 바나나 소설 한번 읽고 이게 뭐야? 의아해 했던 적이.ㅎㅎ
그래도 밑의 두 권은 왠지 끌려요. 언제 읽게될지 모르겠지만. 언제고 교보 나가게 되면 한 번 볼께요.^^
 

박범신의 소설 <은교>를 읽고 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한달 반 동안 받아 적는 듯 썼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어떠한 인용문도 없이 주로 서술형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의외로 인용문도 눈에 띈다.  

특히 <군도>를 쓴 독일의 문학가 실러의 말을  인용한 글이 눈에 띈다.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면서,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되어 있다." 

과연 맞는 말이고, 멋진 말이다.  

그래서 그럴까? 난 이 5월이 너무 좋고, 앞으로 다가올 여름도 좋은데 이 좋은 계절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서성거리고만 있는 것 같다. 여름 한철이 지나면 가을이 오지만 서서히 한 해도 저물어 간다는 것을 알기에 현재는 너무 짧고 어영부영하다 또 한 세월을 보내게 될 것 같아 아쉽다. 그러나 과거는 영원한 것. 과거속에 살아야 하는 건가? 그건 좀 무의미한 건 아닐까?   

<군도>는 실러가 쓴 희곡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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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4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4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