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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희경의 단막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20년만에 리메이크 됐다.

 

오리지널 때 주인공이자 며느리 역을 나문희 씨가 맡은 걸로 알고 있는데  20년이나 지난 지금 그녀가 다시 며느리 역을 맡기엔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리메이크에선 원미경 씨가 그 역을 맡았는데 비교적 무난하게 해냈다. 

 

 

무엇보다 원미경 씨를 보면 정말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그녀가 리즈 시절 얼마나 미인이었는지 요즘 젊은이들은 알까 싶다. 난 이 배우가 연기를 훌륭하게 잘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미모와 열심히 하는 점에선 싫지 않았다.

 

지금도 새삼 놀라운 건 지금 노희경의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알고 있는데 20년 전에 이런 드라마를 썼다는 것이다. 30대 초반 아닌가. 그 나이에 노인이나 중년의 심리를 어쩌면 그리도 잘 표현하다니. 작년에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배우들이 대거 많이 출연했는데 그나마 지금은 자연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노년에 대해 보통 자신감이 아니면 그렇게 쓸 수 있을까 싶다. 

 

20년. 그동안 나에게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이사를 했고, 연극 대본을 쓰기도 했으며, 사람들과 옥신각신 싸우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빠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드라마의 주인공 역시 난소암으로 세상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보면서 오리지널 때와 또 다른 감정을 가지고 신음 같은 한숨을 쉬면서 봤던 것 같다. 보면서 어느 때 죽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자. 원망하지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가끔 드라마를 보며 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도 이번만큼은 울지 않을 수도 있겠다 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고 모르긴 해도 오리지널 때 울었을텐데 뭘 또 울겠는가 싶어서. 하지만 그걸 믿었던 내가 바보였다. 영화가 공학이듯 드라마도 공학이다. 적어도 작가는 시청자로 하여금 감정을 그러모아 어디에서 터트려줘야 하는지를 계산에 넣었던 것 같다.

 

마지막회에 치매 걸린 시어머니에게 절구공이로 머리를 맞은 주인공 인희(원미경)가 그날 밤 약을 먹으러 주방으로 나왔다 방에서 자고 있는 시어머니를 측은한 눈빛으로 내려다 본다. 그러다 갑자기 이불로 질식시키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아니면 당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 차라리 자신의 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을 것이다.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도 용납이 안 되는데 상황적으로나 감정적으론 너무나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설혹 그 살인이 성공했더라도 그 누구도 며느리를 비난할 사람은 없다. 법의 심판을 받는다고 해도 크게 죄될 것도 없다. 이것을 그녀의 딸 연수가 발견하고 중지가 되지만, 이내 인희는 시어머니에게 나랑 같이 죽자고 울부짖는다. 그 장면이 왜 그리도 서글프던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난 그때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던 것이다. 할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쯤 있다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인생이 덜 떨어졌는지 나는 아버지의 임종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할머니의 임종인들 제대로 지켰겠는가.

 

살아생전 할머니는 당신외엔 관심이 없으셨다. 언니나 오빠는 첫 손주고, 장손이어서 예뻐하셨지만, 나나 동생은 그다지 예뻐하시지 않으셨다. 그나마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이렇게 저렇게 할머니와 멀어졌고, 오빠가 있기도 했으니 특별히 임종이라고 해서 찾아뵈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게다가 당신에겐 다른 손주들도 있었으니 아쉬울 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0년 넘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요즘 자꾸 할머니가 생각난다.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래도 나는 지켜야할 도리를 지켰어야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죄송함과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다. 

 

한번 무너진 감정은 이후의 다른 장면들에서도 계속해서 무너졌다. 주인공 인희가 자신의 죽음을 알고 그것을 받아들이면 들일수록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서 뭔가를 해 주면 해 줄수록 나는 자꾸 뭔가가 치받히는 느낌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드라마다. 요즘 드라마가 막장인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착한 드라마가 있을 수 있나 싶다. 물론 조금씩의 이탈은 보여지고 있지만 그건 주인공이 죽음에 가까워 올수록 모든 것은 정상을 회복한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난 속으로, '현실은 저렇지 않아. 현실은 저렇지 않아. 우리의 삶이 얼마나 허점 투성인데  현실은 안녕을 고해야할 때 제대로 고하지 못하며,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죽어가는 사람은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난 이 드라마가 오히려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바아냥거리고 싶었다.

 

드라마를 보고 우는 것처럼 바보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로된 드라마라면 시청자들을 제대로 울릴 줄 알아야 한다. 솔직히 천재지변이 아니면 일상에선 울 일이 별로 없다.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다. 그러니 드라마라도 보며 울어야 한다. 비록 드라마가 끝나면 날아가버릴 눈물일지라도 안구정화를 제대로 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드라마 잘 쓰는 노희경도 옥의 티는 있어 보인다. 개차반 같은 남동생을 올케한테 맡기면서 참고 살라고, 본시 악한 사람은 아니니 나이들면 잘할 거라고 유언처럼 말하는 장면이다. 자기 죽어간다고 아직도 인생이 창창한 올케에게 과연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 그동안은 그래도 시누이로 힘들면 의지처가 되게 했다지만 이젠 그럴 수도 없다. 차라리 그럴 땐 빈말이어도 동생 바라보지 말고 이제라도 인생 찾아가라고 해야 맞는 거 아닌가?

 

왜 여성만 참아야 하는 것일까? 세상 살아갈 힘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 말이 (개차반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남자들이 온전한 정신을 찾고, 성실히 살아가는 삶을 지연시키거나 영원히 회복불능의 상태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 봤을까? 오히려 참지 말아야 여성이 세상을 변화시킬 기회를 얻고, 그날을 더 앞당길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무래도 작가가 그 부분은 감정을 너무 많이 앞세웠다 싶다.   

 

주인공 인희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웃는 때가 더 많아졌다. 물론 주위의 가족들이 그렇게 해 주기도 했지만 스스로가 그렇게 하기도 했다. 그게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죽으면서까지 자기연민을 갖는다는 건 자기에게나 남아 있는 사람에게나 다 안 좋다. 어차피 정해놓은 시간만큼만 사는 것이다. 그걸 사느라 모르고 살았을 뿐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자기 생에 감사하며 마감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어느 유명 아이돌 가수가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인은 우울증이라고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그게 얼마나 깊었으면 우울증의 표식이라고 하는 '블랙독'란 문신을 살갗에 새길 정도였을까?

 

하지만 또 그가 꼭 그런 문신을 새겼어야 했을까 싶기도 하다.그게 자신이 우울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한 방편이기도 한다지만 그러면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 침잠해 들어 가는 것은 아닐까?  우린 또 그러리만치 우울증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화려하고 멋있게 살았을 것만 같았는데도 단 일분일초도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그런데 난 왠지 그가 단순히 자기 삶을 비관해서 자살했을 것 같지가 않다. 원래 삶에 집착이 없는 사람은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욕심히 없다. 오히려 그것이 많은 사람이 그것을 주최할 수 없어 결국 우울에 빠지고 자살하지 않나 싶다. 동물은 자살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직 인간만이 자살한다 한다. 

 

지금은 너무 흔한 병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누가 암에 걸렸다고하면 너무 열심히 살았겠구나 싶어 측은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때야말로 생의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한다. 살 사람은 그때 건강 회복에 전력해야 하고, 죽어야 한다면 생을 정리할 마지막 기회를 얻은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짜 승자라는 말이 있듯, 드라마 속 인희처럼 마지막에 내 삶에 미소를 보내려면 자주 미소 짓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즉 나를 자주 끌어 안아주고, 수고했다고 다독거리고 화해해야 한다.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에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어느 때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 위해 리허설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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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12-2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배종옥 씨가 연기하고 김지영씨가 시어머니역으로 나온 걸 봤는데요. 김갑수씨였나.. 그 분이 남편 . 개차반 남동생 유준상 . 올케 서영희 . 자식 둘은 기억도 안나네요.ㅎㅎ 그런데 제가 본 영화에선 유준상과 사는 서영희가 그 개차반 같은 인간 앞에 여자였어요 . 남자가 그간 모아둔 돈을 들고 뜯어 말리는데도 나가죠. 나가면서 순간 여자의 신체 어딘가를 잡아요 . 그때 여자가 맥없이 스르륵 풀어지는 표정을 연기하는 서영희가 저는 오래 오래 인상에 남았었어요 . 그가 반듯하고 성실해야 여자가 좀더 행복할지는 몰라도 그런 가능성은 남아 있고 , 여자와 남자는 서로 봐줄 여력이 있는게 영화에선 보였네요 . 여자가 행복하기 위해서 , 홀로서는거 ... 그건요 . 가장 쉬워요 . 어찌보면요 . 함께가 정말 힘든거죠 . 그저 제 생각이 그렇단 것 뿐이고 영화가 전작만 봐서 리메이크 작은 또 어떨지 모르겠어요 .
저도 한번 더 볼까봐요 . 덕분에 기억이 새록새록해지는 글 넘 잘 읽고 갑니다. 연말 잘 보내고 계신거죠 ?

stella.K 2017-12-22 16:27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럼 완전히 잘못 봤나요?
전 나문희 씨가 며느리 역이고, 김영옥 씨가 시어머니 그대로 인 줄
알고 있는데..뭐 어쨌거나...ㅠㅋㅋㅋ

그나저나 그장소님 넘 오랜만이어요. 와락~!
잘 지내시죠?
네. 얼마 안 남았네요. 그장소님도 좋은 연말 보내십시오.^^

[그장소] 2017-12-22 16:54   좋아요 1 | URL
아..화면을 다시보니 tvn 단막극이라고 ... 저는 영화로 봤어요 . 드라마로도 나온줄은 몰랐어요 . 아마 영화여서 지지리궁상의 남동생부부를 짧은 시간에 이해시키느라 그런 표현을 넣은건지도 모르겠네요 . ^^ 어쩌면요~
나문희씨가 연기했어도 넘 좋긴 했겠어요 .
와.. . 연기력이 워낙 좋아야죠 . 김영옥씨도 그렇지만요 .
영화도 한번 보세요 . 비교체험으로요!^^

저도 와락~~ 반갑습니다~!! ^^
stella.K 님도 좋은 연말 👋 내세요~^^

서니데이 2017-12-22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stella.K 2017-12-23 13:33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어제 보니까 제가 댓글을 많이 단 사람중의 하나더라구요.
아니 댓글을 다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보고 좀 놀랐습니다.ㅋ

솔직히 서재의 달인은 안해도 되는데 싶더군요.
전 알라딘 달력외엔 컵도 다이어리도 별로 거든요.
내년엔 달인이 안 되는 방향으로 노력해 볼까 해요.ㅋㅋ

2017-12-22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2-23 13:33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 말입니다. 이흑~

깐도리 2017-12-2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2017년 서재의 달인 축하합니다.^^

stella.K 2017-12-23 17:49   좋아요 0 | URL
앗, 고맙습니다.
깐도리님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17-12-2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은 정말 하루하루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stella.K님의 서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서 좋은데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stella.K 2017-12-23 19:01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지나가는 건 지나가는대로 내버려 둬야겠죠.
동지 하루가 지났어요.
아직 의식하지 못하지만 오늘부턴 해가 조금씩 길어지죠.
그렇게 생각하면 전 왠지 묵은 해는 어제로 끝나버린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새해를 며칠 더 앞당겨 맞이해 보는 거죠.ㅎ

서니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서니데이 2017-12-2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까지는 날씨가 추울 것 같아요.
Stella.K님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stella.K 2017-12-27 18:04   좋아요 1 | URL
아, 내일 오후부터 풀릴 거라네요.
이젠 추워도 오래 춥진 않을 모양인가 봅니다. 다행이죠.
근데 날씨가 안 추우면 미세먼지 걱정해야하고.
이래저래 좋은 날은 그리 많지 않은가 봅니다.
하는 수 없죠. 인간이 조심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서니님도 조심하고 따뜻한 저녁 시간 보내요.^^
 

 

고 김주혁을 추모하며 얼마 전부터 tv 다시보기로 드라마 <아르곤>을 보기 시작했다.

사실 이 드라마가 시작했을 땐 김주혁 보단 천우희 때문에 챙겨보겠다고 했다. 그걸 김주혁 때문에 보게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 앞날 모른다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건, 용병으로 들어 온 계약직 천우희를 김주혁이 뺑이 돌리니까 하도 어이가 없고 화가나 "저 새끼가..."란 한마디를 흘리는데 그게 왜 그리 기억에 남던지. 명장면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천우희는 혹시 연기 천재는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아르곤>은 HBC라고 하는 가상의 방송국 뉴스 프로를 만드는 보도국 사람들의 치열한 보도 전쟁을 그린 드라마다. 그런데 드라마가 늘 그렇듯, 잘 나가는 사람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찌질이들의 까이고 채이는 걸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보고 공감하고 박수쳐 줄 테니까.

 

아르곤은 그 뉴스 프로의 이름이고, 김주혁은 이팀의 팀장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비록 찌질하지만 올바른 정도의 길을 가는 정의파 앵커. 

 

오늘 새벽 잠 자다말고 깨어 마지막 남은 8회분을 보았다. 

요즘 내가 이런다. 초저녁 잠이 많은 엄마를 닮아 밤 10시 골든 타임 때 TV 켜놓고 잠이 깜빡 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TV 끄고 본격적으로 자야지 하면 말똥말똥 하고. 그나마 나도 모르게 잠이 들면 새벽에 이렇게 깨는 날도 많아졌다. 그러니 이제 나에게 본방을 사수한다는 건 먼 남의 나라 말이다.

 

아무튼 이걸 보는데 참 아쉬운 드라마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16부 내지 18부도 하더만 8부면 단막이다. 작가도 3명이 붙었던데. 그걸 단 8부에서 끝내버리다니. 아무래도 연출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력상 연출이 맡는 작품마다 시작은 좋은데 끝은 말아 먹으니 장막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지. 그것도 하나의 전략이라면 전략일 것이다. 이렇게 단막에서 만회하면 다음에 다시 장막을 맡을 때 유리하지 않을까?. 

 

어쨌든 아쉬운 드라만데, 끝이라도 좋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렇게 올곧아 채이고 까였으니 그래도 사필귀정이라고 정직한 사람이 나중엔 승리한다는 뭐 이런 거면 좋을 텐데, 예전에 탐사 보도를 다시 한 번 들쑤셔 보도가 얼마나 정의로운가를 보여주려 했건만, 결국 제가 내리친 도끼에 제 발등을 찍은 결과를 낳고 끝나버린다.  

 

그래도 드라마는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매력인 것 같다. 정말 인간 세계를 팩트만 가지고 다 보여줄 수 있을까? 팩트안에 감춰진 인간과 인간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또한 겹겹이 쌓인 팩트의 팩트를 벗겨주는 그 묘미가 아주 괜찮았다.

 

비록 발등을 찍었지만 김백진 그러니까 김주혁의 퇴진은 제법 멋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동안 보여준 그의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늘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자신이 손해 보더라도 팀원들을 챙겼다. 그러니 퇴진이 아름다웠던 것.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보는데 짠했다. 김백진이 등을 보이며 방송국을 나서는 장면인데 저때만 해도 자신이 그 가을 날 죽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마치 자신의 마지막을 예고하듯 등을 보이며 방송국을 떠났고, 또 세상을 떠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죽기 전 영화 미개봉 영화 두 편을 찍어놓은 상태라고 하니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개봉하면 위로가 되겠지.

 

나......? 나는 글쎄... 김주혁이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건 인정하지만 아주 많이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광식이 형 광태>나  이미 고인이된 장진영과 함께 나온 <청연>에 나온 그를 기억할지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방자전>에 나온 그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 잘 찍기로 유명한 김대우 감독의 작품이기도 했으니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최근엔 <좋아해줘>에서 최지우와 나름 좋은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그가 죽은지 얼마 안되서 찾아 봤던 영화다. 

 

그러고 보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렇게 저렇게 그의 작품을 제법 많이 챙겨 봤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살아있을 땐 몰랐는데 가고없으니 그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내친김에 그의 나머지 영화도 챙겨봐야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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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11-29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아르곤이 김주혁씨 유작이 될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군요 저도 김주혁씨 하면 다른 작품들보다 방자전이 먼저 떠오르네요

stella.K 2017-11-29 17:49   좋아요 2 | URL
아, 이하라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안 되겠습니다. <방자전> 다시 한 번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 2017-11-29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르곤을 아직 보지 못해서, 나중에 보려고 생각중이예요. 그런데, 계속 나중으로 미뤄지네요.
화면 안에서 친근한 이미지여서 그런지, 부고를 듣는데 아는 사람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녁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바람이 어제보다 차가워요.
stella.K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7-11-29 17:52   좋아요 2 | URL
말 나온 김에 보십시오.
언제고 봐야지 하면 언젠간 안 보게 됩니다.
아주 훈훈합니다.^^

아까 오전에 잠깐 나갔다 들어왔는데 정말 춥더군요.
겨울 날씨 답습니다.^^

hnine 2017-11-29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때맞춰 잘 보는 편이 아닌 저도 이 드라마 <아르곤>은 제목이 궁금해서 초반에 몇부 정도 봤어요.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금방 끝나버리더군요.
아직은 고 김주혁이라고 쓰고 읽는게 이상할 정도로 안타깝고 허무하게 가버렸어요. 안타깝고 허무하게...

stella.K 2017-11-29 18:31   좋아요 1 | URL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르곤 마져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2017-11-29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30 12:4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비연 2017-11-30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랄까. 왠지 무색무취해서 아주 도드라진다거나 아주 좋아진다거나 그렇진 않았는데...
막상 갑자기 떠나니 오히려 마음이 더 아픈 배우인 것 같아요.
웃음이 참 따뜻하고 소탈했는데...
다시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17-11-30 12:47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네요.
생각해 보면 배우로서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있을 땐 몰랐는데 없고보니 빈자리가 커요.
저는 김주혁 보단 그의 아버지 김무생 씨를
보며 자라 온 세대라 아버지를 더 많이 생각하죠.
지금쯤 천국에서 부모님과 잘 지내고 있겠죠.

프레이야 2017-12-03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르곤은 보지 않았지만 그의 비보 전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석조주택살인사건이에요. 비보 후에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홍상수영화였구요. 방자전에서 처음 그가 섹시하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방자전 좋은 영화인데 좀 폄하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 벚꽃잎 흩날리던 풍경이 특히 기억나요. 청연도 참 좋아요. 청연은 두 주인공 모두가 세상을 뜬 영화가 되었군요.

stella.K 2017-12-03 19:39   좋아요 0 | URL
그가 출연한 영화는 적어도 평균 이상은 다 되죠.
그만큼 작품 볼 줄 알았다는 얘긴데 말여요.
어제 저는 사실 다른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좀 엉뚱하게 <광식이 동생 광태>를 다시 봤죠.
옛날에 봤는데 어쩌면 그렇게 새롭던지?
혹시 안 보고 봤다고 착각했나 싶기도 하더군요.
옛날 영화라 약간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참 좋더군요.
요즘은 가벼운 연애에 대해 딱딱 떨어지는 맛이 있는 게.ㅎ

프레이야님 책 넘 궁금해요.
김주혁이 나왔던 영화에 대해서도 쓰셨나요?
저도 영화 에세이 써 보고 싶은데 아직 그럴 깜냥은 못되는 것 같고.
언제 또 그리 쓰셨는지? 많이 느끼고 배우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조금 늦게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를 챙겨 봤다.

이 드라마 꽤 괜찮다. 

스토리도 좋고, 연출도 꽤 훌륭하다.

막장이라고 해서 다 막장이 아니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줬다.

한마디로 우아한 막장이다.

.

솔직히 드라마치고 막장 아닌 게 얼마나 될까?

시청률 때문에라도 꼬고, 비틀고, 부딪히고, 깨지게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왜 막장인가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보여주지 않으면

막장은 막장으로 끝나버릴 수 밖에 없다.

그저 시청률에 연연하는 그저 그런 드라마로.

근데 이 드라마는 한 가지 목소리를 끝까지 일관성 있게 가져갔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갈 수 있으며, 그 끝은 무엇인가를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드라마에서 교훈적인 걸 보여줘야 하니,

욕망으로 막장인생 살지 말고 건강한 멘탈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실하게 살아라 이런 것도 보여줘야 한다.

또 그것이 메인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우아진 역을 맡은 김희선이 나름 잘 보여줬다.

 

솔직히 나는 김희선의 연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과연 그녀가

연기를 잘하는 배운지 아닌지 잘 알지 못했다.

잘 생긴 배우는 연기를 못 한다는 선입견 역시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런데 여기선 제 역할을 잘 해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이 드라마는 박복자 역을 맡은 김선아가 위한 드라마는

아니었을까  싶다. 

 

이 드라마는 우아진과 박복자를 위한 드라마고,

그들의 연기 대결이 볼만 했다.

물론 우린 드라마를 보면서 박복자가 잘 되면 안 되는데

시종 박복자가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더 노련한 드라마라면 박복자에게 악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우아진 역시 선하고 착한 면만을 보여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그것을 잘 보여줬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도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1%의 부자들이 어떻게 살까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부자들이 어떻게 살까를

어느 만치는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항상 서민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의 부자들이 이 드라마를 볼까?

당연히 안 볼 것이다. 봐도 얼마나 시크하게 볼 것인가.

드라마가 서민편인 건 당연 시청률 때문이고,

드라마의 기능 중 하나는 우린 저렇지는 않지 하는 위로, 위안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만 하던가 아니면 그 보다 못한 사람에게선

최대한의 위로는 나오지 않는다.

그들에게선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받으려면 우리 보다 잘난 사람에게서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보다 잘난 사람을 어떻게든 희화화시켜야 하는데

그럴 때 잘 쓰는 방법이 부자를 희화화시키는 것이다.

그래, 늬들이 아무리 고상한 척 해 봤자 늬들도

나을 게 없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야란 끌어내리기 동류의식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부자는 종종 졸부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그것을 비껴가지 않았다.

그래서 부자는 고집불통에, 자기 밖에 모르는

무례한 꼴통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선 안태동 일가를 대표한다.

 

그런데 이걸 보면서 역으로,

우리나라 부자들이 과연 저렇기만 할까?

만일 안 그렇다면 어쩔 것인가?

오히려 그들은 똑똑하고, 예의도 바르며,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면

거기서 오는 그 묘한 실망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러므로 드라마를 너무 믿지 말 것.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어쨌든 여기선, 군계일학이랬다고 다른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우아진이다.

그렇다면 우아진은 어떤 사람인가?

그야말로 평범한 서민 가정에서 자라 상류사회에 입성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안태동 일가와는 뼛속부터 다른 존재다.

굳이 우아진과 같은 존재라면 그건 박복자다.

물론 박복자는 우아진 보다 더 불행하지만 굳이 같은 카테고리에

넣을 수도 있다. 상류사회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선 말이다.

 

이 드라마가 여타의 드라마와 다른 건,

그런 두 여자가 상류사회란 그라운드에서 서로 대결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상류사회에서 우아하게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잔혹동화로 보여줬다는 것 아닐까?

 

나는 특히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물에 의미있는 캐릭터와 대사를

부여할 수 있을까? 대단하다 싶다.

 

이 드라마가 놀라운 건 또 있다.

박복자를 죽일 것이냐 말 것이냐로 시간 끌지 않고 아예 죽는다는

전제로 시작한다는 점.

그렇다면 왜 죽는가를 역으로 추적하는 것인데

작가가 스토리에 웬만치 자신있지 않으면 이런 시작은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박복자가 흘린 피조차도 우아했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 작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좋은

교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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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10-21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 재밌다는 얘길 들었는데 한 번도 못 봤어요.

저 역시 많은 인물에게 각기 다른 캐릭터와 대사를 주는 드라마 작가를 대단하게 보는 사람이에요. 천재 같다고나 할까요...

stella.K 2017-10-23 13:39   좋아요 1 | URL
안 보셨으면 보셔야죠.
정말 우아하게 잘 만든 드라마예요.^^

서니데이 2017-10-2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 시가 지나니까 저녁느낌이 많이 나요.
stella.K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7-10-23 17:51   좋아요 1 | URL
아, 친절한 서니님!
그렇죠? 오늘은 제법 쓸쓸하고...ㅠ
서니님도 따뜻한 저녁 시간 보내요.^^
 

<크리미널마인드: 한국판>를 보고 있다.

처음엔 이걸 볼까 말까 망설였다.

범죄수사 드라마 잔인해서 보면 내 영혼이 상처를 받을까봐.ㅎㅎ

그런데 달달한 로코를 졸업하고나니 달리 대안이 없더라.

난 정말이지 로코는 끝까지 못 봐주겠다.

 

미국에서 크리미널 마인드가 처음 방영된 건 상당히 오래다.

그걸 우리나라가 한국판으로 만들었는데,

어떤 블로거가 미국판과 한국판을 비교한 글을 봤다.

그런데 이 사람 한국판을 좀 낮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과연 그런가 싶어 미국판 1편을 찾아 보았다.

 

뭐 다 보지도 않고 이런 말 하는 건 좀 그럴지 모르겠으나

난 한국판이 더 괜찮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더 탄탄하다.

미국판도 처음 방영됐을 당시 나쁘지 않은 스토리라고 자평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을 표현히는데만 집중했지 등장인물에 대한 심층은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이게 가면 갈수록 드러나는 구조일 수도 있을지 모르나

주요 등장인물의 음울한 과거사가 보여진다는 점에선 한국판이 더 좋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너무 늦은 시간에 해서 그게 흠이긴 하다.

물론 늦게 자는 사람에겐 11시가 아직 초저녁 일수도 있지만

어제는 정말 이걸 끝까지 볼 수 있을까? 못 보면 재방송 보면 되지만

재방송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약간은 우려됐다.

 

아니나 다를까, 눈꺼풀이 자꾸 가라앉는다.

오, 근데 어느 순간 잠이 확 달아나는 장면이 전개된다.

그건 NCI 팀장인 강기형이 리퍼에 의해 그의 아내가 죽는 걸 무능력하게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장면. 그것도 그의 집에서.

 

범인을 잡으러 도착하면 아내는 이미 죽어 있을 거라는 걸 빤히 아는 상황. 

부부는 전화로 서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피가 낭자한....  

그걸 보는데  확 깼던 것이다.

                        

나쁜 놈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죽는 상황을 대면한다는 건

생각지도 않았는데 살해 장면을 보는 것 보다 몇 배 더 잔인하고 안타깝다.

죽는 장면의 기술력이 여기까지 왔다니 새삼 놀랍기도 하고.

 

매회 마지막에 누군가에 의해 명언을 남기는 엣지가 나름 인상적이도 하다.

잘못 쓰이면 촌스러울 수도 있는데.

악마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인간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란 말을

톨스토이가 했군. 그만큼 악마는 확실히 있다는 소리겠지.

 

이 드라마 전체적인 구성은 마음에 드는데

캐스팅은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특히 문채원은 이제 아줌마 역이나 맡아야 하는 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

분발해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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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8-04 12:10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가끔 CJ 엔터가 드라마를 잘 만들어요.ㅋㅋ

페크(pek0501) 2017-08-0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자려고 티브이 끄려다가 우연히 이걸 보게 됐는데 잠이 확 달아날 만큼 집중시키더군요.
괜찮았어요.

stella.K 2017-08-04 12: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런데 그 블로거 어찌나 잰척을 하던지...
끝까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17-08-0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사과정이 좀 잘 안보여서 아쉬웠어요. 팀원들이 협조해서 수사하는 모습을 앞으로는 많이 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너무 잔인해서 반쯤 눈을 감고봐요 ㅠㅠㅠㅠㅠ

stella.K 2017-08-05 09:50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그런데 이 드라마가 프로파일링 기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잖아요.
범인의 이상 심리를 파헤치는 그래서 딱히 수사과정이란 게
보여줄 것이 없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기존의 분석 자료 가지고 대사처리를 하고 있으니.

장면은 가면 갈수록 더 잔인해질 것 같아요.
자극적이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CJ엔터가 만드는 범죄 수사 드라마가 그런 게 많더라구요.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ㅉ ㅋ
 

        

            

예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챙겨보는 프로가 있다면,

<미운 우리새끼>와 이거다. 이름하여 알쓸신잡.

솔직히 처음부터 기대에 차서 본 것은 아니었다. 

먹방이 대세인 요즘 이젠 하다하다 먹물들 까지 끌어 들이는구나 탐탁치가 않았다.

그런데 하도 여기저기서 알쓸신잡을 떠들길래 늦게 1회분 재방송을 챙겨 보고

그 다음부턴 본방사수 했다.

 

보면서 나영석PD가 크게 한껀 했군 싶었다.

잡학다식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남자 5인방.

유희열은 정말 MC를 너무 잘 한다. 5인 중에 지적인 면에서 가장 쳐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역시 그건 컨셉이었다.

모름지기 MC가 잰척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점에서 유희열은 매회 합격점이었다.

 

인간적인 매력을 뿜었던 건 곰돌이 푸우 정재승이라고 생각한다.

겸손을 무기로 할 말은 다한다. 막내라 그런지 아직 풋풋함이 가장 많이 남아 있지만

이게 또 변질이 되려면 너구리로 변할 수도 있는데 뭐 남의 이미지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못 되고.

미소천사는 역시 황교익이다.

 

분명 울거나 시무룩한 표정보다 웃는 얼굴이 좋아 보이긴 하다.

하지만 웃는 얼굴이 오히려 웃지 않는 얼굴 보다 못한 얼굴도 있더라.

그러니까 미소가 아름답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황교익은 미소가 정말 좋다.

미간을 찡긋하며 입술에 미소를 가득 담았다.  

웃으면 입이 얼마나 커지던지.

 

8회였나? 거의 끝나갈무렵 사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황교익은 자신은 이만큼도 웃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때가 신문사 기자했을 때라고.

그것을 받아 유시민이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의 얼굴을 일주일간 매일 찍어 보라고.

그것을 보고 좋은 인상이면 현재 행복한 거고

안 좋은 인상이면 불행한 거라고.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일을 그만둘 것을 신중히 생각해 보라고.

자신의 국회시절은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국회시절 사진 몇 컷을 보여주는데 정말 지금의 인상과 많이 달랐다.

 

그건 나도 이미 감지하고 있는 바다.

난 국회의원들 치고 인상 좋은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국회가 아닌 곳에선 형님 아우하면서 잘 지낸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진심인지는 그들만이 알이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데 좋게 지내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 나도 옛 생각이 났다.

연극을 했을 때 얼마나 얼굴이 안 좋았던지.

유시민의 말이 과연 맞다 싶다. 

그런 것을 오랫동안 다시 해 볼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래봐야 난 대본이나 쓰겠지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즐겁게 해 보리라 생각했는데

어줍잖은 희망 같은 건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싶다.

나의 그 성마름을 누구에게 풀려고.

그래서 미련을 버렸다.

 

사실 이 프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컨셉은 별거 없다.

그냥 각 분야에서 똑똑한 사람을 섭외해 여행시켜 주고 

맛있는 것 먹여줘 가면서 그야말로 수다 떠는 게 전부다.

이게 또 얼마나 부럽던지.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래서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거구나 싶다.

일찍이 유명한 사람이 되고보니 이런 호강도 누리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그런 호강이 그냥 얻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들의 잡학다식이 부럽다.

책을 아주 안 읽는 사람에 비하면  읽긴 읽지만

나의 지식이라는 건 일천하기 짝이 없다.

뭐 하나 제대로 깊지도 넓지도 못하다.

 

그들은 수다를 떤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그런 문화 권력이 방송에 나와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것의 파급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야말로 수다가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 뭘 그리 많이 알겠는가.

다 우물안의 개구리들이지.

그러므로 많이 알고, 많이 떠드는 건 너무 중요한 일이다.

 

그들의 수다 중 가장 희망적이었던 건 9회에서였다.

지금까지는 노동을 신성시 해서 마치 놀고 먹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에서 살았지만,

(그건 또 마르크스의 영향이 크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면 인간은 가난하게 되고

로봇이 만든 물건들은 사서 쓸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나라에서 개인에게 돈을 주고 재화를 쓸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데, 가능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처럼 들렸다.

앞으로는 잘 노는 사람이 살아남을 거라더니 그게 맞는 말 같다.

 

순간 옛날에 나 일 안 한다고 생구박을 했던 후배 하나가 생각이 났다.

물론 걔의 시각에서 보면 내가 문제있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걔는 뭔가에 쫓기듯 했고,

일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행복해 보였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그런 후배가 나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있는 건지

싫은 소리하고 싶지 않아 못 들은 척 넘기고, 넘기고 했었다.

내가 가난해지면 보태줄 것도 아니면서 잘난 척 하기는.

사람은 어차피 어느 때가 되면 멀어지고, 안 만나게 되던데

참는다고 영원히 만나는 것도 아니면서 그때 왜 내가 참았는지 모르겠다.

그런 그 후배가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여전히 노동은 신성한 거라고 우길 건지

그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 프로가 뭔가 획기적이긴 한데 아쉬운 것도 있다.

무엇보다  이 프로를 남자가 아닌 여성 출연자로 구성한다면 안 되는 건가?

솔직히 남자의 수다만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여성 출연자로 하면 누구를 섭외할 건가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쎄, 문학소녀를 읽은지 얼마 안 되서일까? 

설마 여자는 감성적인데다 지적인 능력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든지, 남자만큼 웃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건 아닌지?

 

나는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친구가 <꽃보다 누나>를 보고

나에게 하는 말이, 모르긴 해도 나영석 PD는 다시는

여자들만 나오는 꽃보다 시리즈를 찍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때 나왔던 여성 출연자들이 얼마나 짜증을 많이내고,

사람을 어렵게 만드는지 당황한 적이 많았다고. 

뭐 일견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 구조의 탓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방송이 언제 여성을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했었나? 다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에

맞추느라 가랭이가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일해 오지 않았던가.

적어도 그런 프로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여성 PD와 함께 하던가 여자에 대해 뭘 알고

덤볐어야 했던 것 아닐까? 그걸 무조건 여자의 탓으로 모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에 알쓸신잡에 나왔던 F5들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착각 안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촬영기간은 2개월이었다.

서로 잘 모르고 있다가 공통의 일 때문에 알게되면 응집력이 생기는 법이다. 

운이 좋아 좀 빨리 생긴 것도 같은데, 이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도 간다.

이걸 두고 허니문 기간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그들이 원래 인간성이 좋아서 2개월 내내 좋았을 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카메라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보지 않는 이상 말할 수 없는 것이고.

 

내 말은 여자도 카메라 안에서 저 정도는 연출할 줄 안다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 빠르고 늦고의 차이는 아닐까?

그러므로 무조건 여자에게 그런 기회도 주지 않고 재미없을 거라고 단정 짓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씀.

여자의 우정이 얼마나 끈끈할 수 있는지는 여자가 되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 아닌가.

(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 암튼...)

 

어쨌거나 내가 볼 때 알쓸신잡은 언젠가 시즌 2를 하지 않을까?

그땐 또 누가 당첨이 될까 그도 궁금하긴 하다.

내가 볼 때, 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스타 서민 교수도 한 자리 끼워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그나저나 이번 주부터 불금 때 뭘하며 지내나...?

난 삼시세끼 재미없던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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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0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쓸신잡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정말로 서민 교수님이 캐스팅되었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회식 자리에서 기생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 나머지 패널들의 표정과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요. ^^

stella.K 2017-08-01 14:40   좋아요 0 | URL
ㅎㅎ 나도 그 생각을 해.
얼마나 웃기겠어?
PD의 관건은 섭외력에 있다고 하던데
나 PD 과연 어디까지 발을 뻗혀 줄 수 있을까?
빨리 시즌2 해줬으면 해.
아, 그리고 못 쓴 말도 있는데,
이 프로보면서 우리나라도 정말 볼게 많구나 하는 거였어.

페크(pek0501) 2017-08-0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제인가 저녁 때 5~6명의 사람들이 나와서 과학 이야기를 하는데 꽤 흥미롭게 봤어요.
인간이 만든 로봇의 지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예견 등 들을 만한 게 많았어요. 프로그램 제목은 모르겠어요.
앞으로 이런 프로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마치 독서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식과 정보가 풍부했거든요. 그런데 왜 이런 프로에는 남자들이 대부분일까요?

stella.K 2017-08-03 13:5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어요.
얻어 듣는 게 많아요.
요즘 아침마다 알쓸신잡 재방송 해 주거든요.
잠깐 받는데 또 새롭더군요.
복습이 필요하겠구나 싶어요.
진짜 이런 프로 여자들은 거의 없죠.
있어도 한 두 명.
이러니 남자들이 여자를 언제 이해하겠습니까?ㅠ

transient-guest 2017-08-03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재미있게 봤어요. 유시민은 정말 인간의 능력치를 넘어서는 듯, 모르는게 없고, 안 읽은 책이 없는 것 같은, 게다가 두루 세상경험도 많이 해본 고수의 풍모가 느껴집니다.. 알쓸신잡 시즌 2는 여자고수들로 편성해도 흥미있을 것 같아요.

stella.K 2017-08-03 13:33   좋아요 1 | URL
저도 같은 생각인데 그런 모험을 할까 싶어요.
나 PD가 좀 보수적인 것 같아서리..

transient-guest 2017-08-03 13:4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사회적인 걸 무시할 수 없으니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