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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희경 빠다. 그런 내가 이 드라마를 안 볼 리가 없다. 물론 노희경 말고도 잘 쓰는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작품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그래서 가끔은 보다가 다른 데로 채널을 돌리거나 영화를 본다. 하지만 노희경 작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난 이 작가가 김수현 작가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오래 작품을 썼으면 좋겠다.

 

노희경 작가는 이번엔 경찰 지구대를 배경으로 드라마를 썼다. 이 작가는 또 언제 거친 경찰 지구대를 조사를 했을까? 놀랍기도 하다.

 

드라마의 기능중 하나는 사회적 기능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어쩌면 그녀가 쓴 작품중 가장 사회성이 짙은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요즘  한창 이슈인 미투 운동에 부응이라도 하듯 성폭력을 다루기도 한다. 물론 지금까지 드라마가 직간접적으로 여성의 성폭력을 다뤄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투 운동 때문일까? 노 작가가 성폭력을 다뤘다는 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지구대 시보인 한정오(정유미 분)는 고등학교 때 성폭력을 당한 전력이 있다. 단순히 스펙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경찰 시험을 통과했을 때만해도 성폭력 사건은 그녀가 수시로 접해야 할 사건이라는 걸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 사건을 다룰 때마다 옛 상처가 건드려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그녀가 경찰로서 일하려면 이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진정한 경찰로 거듭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난 13회였던가? 어느 학교에서 성폭행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건을 지구대에서 초동대처를 잘해 무사히 잘 넘어갔다. 그로인해 그 학교 학부모들은 지구대 경찰관들이 치하를 받는 자리를 마련했고, 그 자리에 한정오도 함께한다. 그때 한 학부모였던가?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구대 사람들에게 형식적인 조언을 부탁한다. 그러자 그들 역시 형식적인 답변을 하거나 그냥 넘겨버릴 뿐인데 유독 한정오는 심각한 어조로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해 오히려 학부모들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는다.

 

한정오는 좀 더 적극적인 성교육을 통해 성폭력에 취약한 학생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는데, 오히려 듣는 학부모는 마치 한정오가 자신의 아이가 잠재적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같아 반발을 한 것이다.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징계를 받도록하겠다고 들고 일어나는 정도가 되어버리고 만다.

 

사실 한정오의 입장에선 경험(?)에서 나온 실질적인 조언이었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성폭행이 날로 심해져 가는 것은 알겠는데 설마 내 아이가 성폭행 가해자나 또는 피해자가 될 거라고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성폭행은 가해든 피해든 다 남의 일인 것이다. 

 

한정오의 조언 중에 남자 아이들도 이젠 콘돔 사용법을 익혀야 하고, 학교에서도 이를 적극 가르쳐 줘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된다면 사후 피임약을 사용할 것을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조언을 들을 준비가 안 돼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정말 우리나라 성교육의 실태는 어디까지 왔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난 얼마 전에 읽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이 생각이 났다.

 

부모가 내 아이를 붙들고 성교육을 가르칠 수 없으니 학교로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조차 제대로 가르칠 리 만무하다. 결국 아이들은 야동을 통해 배운다. 그러나 야동은 야동일뿐 그건 성교육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내 아이는 야동도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대다수다.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해도 적극적이 아닌 소극적인 대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성폭행을 어디서부터 줄여 나가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 부모들이 이 책에서 소개한 뉴질랜드의 진보적인 성교육 방법을 소개 받는다면 어떨 것인지 일견 궁금하기도 하다.

 

네덜란드 정부는 22세 모든 여성이 부모의 동의 없이도 무료로 골반 검사, 피임, 낙태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중략)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친밀한 신체 접촉을 할 때 자기 자신과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자위와 오럴 섹스, 동성애, 오르가슴을 공개적인 토론 주제로 삼았다. (중략) 네덜란드 정부는 성교육 커리큘럼에 상호작용기술을 추가하여 어떻게 하면 기분 좋은지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는법과 분명하게 경계선을 긋는 법을 가르쳤다. 그 결과 2005년에는 네덜란드 청소년 다섯 명중 네 명이 첫 번째 성경험은 자신이 한 시기에 이루어졌으며 즐거웠다고 답하게 되었다.(351~352p)  

 

나는 그 드라마를 보면서 노 작가가 그 부분을 다룰 때 혹시 이 책을 참조하여 쓰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이 책 생각이 많이 났다. 사실 이 책은 성교육 자체를 다룬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 교육을 성교육에서부터 담아내자는 취지가 더 강하다. 그리고 꼭 우리나라가 네덜란드의 성교육 방법을 따라가자는 것도 아니다. 분명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에 맞는 성교육이 있을 것이다. 그게 좀 더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정말 우리의 아이들이 콘돔 사용법을 알게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 빈번한 성행위가 이루어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 누구는 원치않는 임신을 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사후 피임약이 있다는 것을 알면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할 생각과 의지가 있다면 성폭력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것은 그냥 기분 더럽다. 엿 같다. 그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디어에서도 성폭력을 다루면 사건에만 치중해서 보도하지 그 당사자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간과하거나 소극적으로만 다루고 만다. 물론 일견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실수로 뒤통수를 맞아도 사과를 받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인데, 왜 성폭력을 당하고도 말할 수 없고, 그에 합당한 사과를 받을 수 없느냐는 것이다.

 

나는 요즘 김형경의 <세월>을 읽고 있다. 알다시피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녀 역시 과거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로 이 책 1권 거의 말미에 보면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 사실을 고백했을 때 단번에 쓰지 않았다. 그 부분을 고백해야 할 부분에서 작가는 일단 팬을 놓을 수 밖에 없었고, 몇번인가의 쉼호흡 끝에 그 부분을 써 내려갔다. 

 

그녀가 성폭력을 당했던 것은 역시 모르는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대학 때 연극 서클의 선배로부터 당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것도 술이 취해 여관방에서. 모르는 사람들은 그러게 술은 왜 마시냐고. 그러니까 당하는 것 아니냐고. 여자에게 고의성의 혐의를 두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여자의 음주가 성폭력을 은폐하거나 축소시킬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을까? 여자가 의지적으로 마셨던 것이 아니라, 가해자쪽에서 의도적으로 마시게 한 것이라면 어떻게될 것인가? 그리고 책은 다분히 그런 의도가 있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 순간을 묘사한 장면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그 남자가 이제부터 자신에게 하려는 행동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한꺼번에 알아차린다. 그 여자는 몸을 비틀며 소리 지른다. 그 남자는 여자의 두 손을더 힘껏 누르며, 제 입으로 비명을 지르는 여자의 입을 막는다. 여자는 고개를 뒤튼다. 입에 와 닿는 그의 입을 견딜 수 없다. 그는 점점 더 난폭해지고, 그 여자는 점점 더 필사적이 된다. 이런 일을 당하려고, 이런 모욕을 당하려고, 넉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어머니의 돈으로 등록을 한 것이 아니다. 여자는 그런 생각을  한다. 

그건 전투다. 삼십 분, 혹은 한 시간쯤 지속되는 전투.

그 여자는 손이 묶이고 몸이 짓눌리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몸을 비틀어 달아난다.

                              (중략)

여자는 다시 잠을 깬다. 그 남자가 또 그 여자 위에 있다. 그제야 그 여자는 자신의 어리석음과, 위험을 감지하는 기능이 잘못된 그 대책 없음을 깨닫는다. 그가 포기한 것이 아니었구나, 그저 잠깐 휴식이었던 모양이구나. 공포는 두 배쯤 되고 절망은 세 배쯤 된다. 그래도 그 여자는 최선을 다해 피한다. 다시 손이 머리 위로 묶이고 몸이 짓눌리고 입으로 입이 틀어막힌다. 고개를 저으며, 몸을 비틀며, 다리로 허공을 차며......

                                                                    (429~430p)

 

 

이책의 주인공 그 여자는 한 날 한 방안에서 같은 남자로부터 두 번의 성폭행을 당한다. 말 그대로 여자는 어리석은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싫을 것 같으면 1차 성폭행이 있고 당장 자리를 피하지 왜 2차까지 갔느냐. 두 번 해 주길 기다린 것 아니냐고 자기식의 왜곡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성폭행 가해자들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상대가 소극적이니까 내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하는 망상. 그러나 나중에 주인공이 어떤 피해의식을 갖게 되는지 보자.

 

그때부터 그 여자에게 성이란 다만 부정적이고 불길한 무엇이 아니라 전투이고 치욕이다. 전투중에도 패전군의 부대에서 치르는 전투다. 내내 수세에 몰리다가 온몸에 상처를 입고 탈진하여, 두 팔을 들고 투항하거나, 힘들게 모욕을 참아내거나, 혹은 혀를 깨물고 자결하는 게 차라리 더 낫지 않을까 싶은, 그런 전투다. 하늘을 향해 배를 들어내고 자빠지면, 그것만으로도 치명적인 패배가 되는 거북이나 말똥구리나 풍뎅이같은, 그런 전투다. 그렇게 성은 부정적이고 왜곡된 형태로 자리 잡는다. 그 후로도 오래도록.    

                                                                         (431p)  

 

이렇게 성폭행으로인한 상처가 깊은데 여자가 겉으로 반응하는 건 굉장히 소극적이다. 훗날 그 여자가 남자에게 했던 말이 뭔줄 아는가?

"그 일은 없었던 걸로 생각할게요. 그러니 내게 부담 갖지 말아요." (445p) 

 

그러면 남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그 말을 믿거나, 내가 그렇게 별것 아니었나? 오히려 더 자신을 증명하려 들거나 둘중 하나일 거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소극적인 반응만 가지고는 이 여성 성폭력 피해는 해결할 수 없다.

 

이 소설이 처음 나온 건 1995년이다. 그로부터 20년이 훨씬 넘어서야 미투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미투 운동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운동이 아니다. 그동안 성폭력 사건은 많이 있어왔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 문제는 그냥 하나의 사건으로만 인식될뿐 인식의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김형경 작가는 요즘의 미투 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작가는 그것을 고백하면서 우리나라의 전래 동화 '선녀와 나무꾼'이 얼마나 남성주의적 사고로 쓰였는가를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남자의 나뭇꾼의 시각에서 쓰였지 옷을 잃어버린 선녀의 입장을 하나도 대변하지 못하며, 오히려 최초의 성폭행 문학이며, 아름답고 슬프지만라고까지 냉혹하고 잔인한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나는 그것과 더불어 뻑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녀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여관이나 모텔에서 다음 날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 잠에서 깨는 그렇고 그런 클리셰도 없어졌으면 좋겠다. 클리셰가 없을 수 없겠지만 이건 단순한 클리셰가 아니다.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남성주의적 연출 방식이며 여자들이 은근  성폭력을 원하고 있다고 조장하고 있는 것 같아 불쾌하다. 남자는 여자가 원치 않으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말아야 하다. 하지만 부부끼리의 성폭행은 또 얼마나 많은가.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서, 사실 한정오는 옳은 것을 가르쳐 준 것이다. 아니 적어도 성교육에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문제는 그런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학부모들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좀 꺼림한 건, 드라마에서 학부모로 설정된 대부분은 엄마들이라는 것. 이해 못할 것은 없지만 아버지들은 예나 지금이나 늘 성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다. 또한 그로인해 징계를 받지 않으려면 한정오는 학부모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정말 엿같은 경찰 세상이다.

 

그런데 경찰은 그들만의 위로의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사수인 오양촌(배성우 분.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좀 깡패스럽다)이 한정오를 나무라는듯 하지만 현실적인 충고를 한다. 그런 식으로 학부모를 흥분시킬 것이 아니라 정하고 싶다면 교육청 홈페이지에 얘기하고, 너는 하나라도 범죄에 대해 연구하라고. 하지만 난 너의 뾰족함이 좋다고. 배성우를 아주 좋아하지 않지만 이 드라마에선 그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낸다. 이 드라마를 통해 경찰의 애환을 드러내주니 요즘 경찰들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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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30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5-01 14:5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전 남자들이 자기 할 거 다해놓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자기 합리화하고
왜곡하는 거 그것부터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남자는 할 말없느니까 나중엔 나 좋아하냐고
그러던데 말인지 막걸린지 질리겠더군요.
남자도 성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의 아픔이 어떤 건지 똑바로 봐야하구요.
남자적 사고 방식의 이야기 구조도 좀 발라내야 하구요. 흐~

서니데이 2018-04-3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 이제 끝난건가요. 한번도 못봤네요.;;
오늘까지 4월인데, 이제 1시간도 채 남지 않았어요.
오늘은 바람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는데, 어제보다 기온이 조금 더 올라갔더라구요.
stella.K님, 4월에는 좋은 시간 보내셨나요.
5월에는 기다렸던 기쁜 일들이 자주 찾아오는 시간 되셨으면 좋겠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stella.K 2018-05-01 14:49   좋아요 0 | URL
아뇨. 아마 이번 주에 종영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드라마는 드라마 잘 안 보시는 서니님이라도
한 번 봐 줄만하죠.
나중에 tv다시보기로라도 함 챙겨보세요.

고마워요. 서니님도 멋진 5월 되세요.^^

페크(pek0501) 2018-04-3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라서 여자로 태어나서 슬픈 일, 괴로운 일은 정말 싫은데 현실은 그렇더군요.
미투 운동을 관심 있게 보면서 너무 많은 폭로에, 너무 많은 상처에 충격을 받았어요.
어떻게 여자라고 해서 늘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할까요? 남자들은 2차, 3차 가서 술을 마셔도 되고 여자는 그렇게 하면 욕 먹고... 이 불공평함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자들을 단체로 교육시켜야 할까요?

stella.K 2018-05-01 14:53   좋아요 0 | URL
<세월>이란 소설 읽으면서 할 수만 있으면
이 남성주의 편향의 이야기가 뭔지 싹 속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끔찍한 세상을 만든 건 남자면서
여자들에게만 조심해라 그러는 거 옳지않다고 봐요.
성교육은 남자들이 더 많이 구체적으로 받아야 할 텐데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어요.ㅠ

cyrus 2018-05-0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폭력 사건을 바라볼 때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편견의 문제점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줘야 해요. 이렇게 알려줘도 일부 부모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stella.K 2018-05-01 19:03   좋아요 0 | URL
맞아. 이 드라마 보면서 없는 얘기 썼을 리는 없고
의식의 변화가 이렇게 어려운 걸까 싶기도 하더군.ㅠ

transient-guest 2018-05-05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현재의 사회구조와 왜곡된 힘의 논리라면 ‘남자라서‘ 더더욱 성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단순히 섹스와 임신을 다루는 차원이 아닌 보다 더 감성적으로 다뤄져야 하는데 문제는 그걸 제대로 가르칠 사람이 없다는 거죠. 저는 그런 의미에서 종교적인 관념에 치우친 성교육도 큰 문제라고 봐요.

stella.K 2018-05-05 19:00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말하면 좀 외람되긴 한데
남자들은 아랫도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서
그것으로 여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내가 몇 명을 평정했노라고 자랑하잖아요.ㅋ

혹시 기회되시면 저 소설 읽어보세요.
작가가 되게 잘 썼구요,
남자들이 여자를 쟁취하는 방식이 이런 거겠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자는 좀 더 인격적이고 잰틀하길 바라는데.
근데 일견 작가가 말하는 그 남자가 나름 순수하기도 해요.
제가 알기론 영화평론가 하재봉으로 알고 있는데,
문제는 그 순수가 남자가 생각하는 것과 여자가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거죠.
여자가 볼 땐 독선, 독점이런 것으로 보이거든요.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제공>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남의 사랑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지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쫌 보다 말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된다. 안판석의 드라마는 희안하게도 약간 우중층하다. 전에 봤던 <풍문으로 들었소>도 화면이 꼭 밝다고마는 할 수 없었다. 뭐 PD마다 자기 고유의 연출 색깔이 있을 것이고, 안판석도 그중 하나일텐데 그걸 뭐라고 해야할지, 왜 그런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6회째였나? 윤진아가 전 애인과 심한 몸싸움을 하는 바람에 스마트폰이 내동댕이쳐지고 그 바람에 고장이 났다. 아무튼, 진아와 준희는 어느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지하철역에서 헤어지는데 잠시 있다 준희가 전동차 타는데까지 헐레벌떡 내려온다. 마침 진아는 전철을 기다리는 중. 그는 진아에게 새로운 핸드폰을 살 때까지 자신의 핸드폰을 빌려주기로 한다. 그리고 곧 전동차가 오고 진아는 올라 타고, 준희는 밖에서 손으로 전화하라고 하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전동차가 제속도를 낼 때까지 같이 달려준다. 그는 그렇게 해서라도 단 1초라도 진아의 모습을 자기 눈에 더 담아두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게 은근 나의 마음을 뺐는다. 남이 볼 땐 닭살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역시 게으른 사람은 사랑을 못하겠구나 싶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어도 지하철역 앞에서 한참 아쉬운 작별을 하고도 애인을 그냥 보내기가 아까워 기어이 지하철 전동차 타는데까지 들어 와 주는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또한 그런 남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역시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더니 움직여도 한참 많이 부지런히 움직여줘야겠구나 싶다. 하지만 사랑하면 그 정도 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ㅋㅋ

 

그 장면을 보면서 (아무리 드라마라지만)이들은 절대로 헤어지지 못하겠구나 싶다. 또 우린 바로 절대로 헤어지지 못할 것 같은 상대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나? 하지만 지금까지의 드라마의 법칙을 보면 남녀가 너무 살갑게 사랑하면 신이 질투해 둘을 갈라놓게 만들기도 한다는데 이 드라마는 웬지 거기까지는 안 갈 것 같고, 난 이 드라마를 어디까지 보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게 됐다.

 

그런데 웬지 이 두 사람을 보면 실재로도 저렇게 사랑을하게 될 것만 같은 다. 느낌적 느낌이 든다. 그래서 왠지 송송 커플만큼이나 화제를 낳게될 것만 같은데, 내 예감을 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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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4-21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예진 배우에 대해 호감도 비호감도 아닌 상태였는데 여기서 참 예쁘더군요. 중간중간 잠깐씩 본 거긴 하지만요. 챙겨볼 것 같진 않지만 남자배우도 예쁘고^^; 두 사람 잘 어울려서 진짜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싶었어요. 호호^^

stella.K 2018-04-23 13:3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 요즘은 정해인이 대세여요.
어느새 CF를 거의 다 점령했더군요.
둘이 잘 어울려요.^^

페크(pek0501) 2018-04-22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을 갖고 봐야겠군요. 내일 재방송을 찾아야겠어요.
드라마는 갈등을 보여 줘야 하니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사건이 생기거나 방해꾼이 나타나 둘이 헤어질 뻔한 장면이 연출될 듯. 그러다가 이별 또는 해피엔딩이겠지만 어쨌든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봐야겠군요.

드라마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할지 몰라요. ‘자, 보시라. 갈등을 이들이 어떻게 풀어 나갈지 잘 지켜 보시라.‘라고.

이런 전개의 기술보다 더 훌륭하게 생각되는 건 캐릭터의 일관성인 것 같아요. 각 인물들에게 딱 자기 캐릭터에 맞는 대사만 주는 작가의 솜씨. 거의 신의 한 수처럼 여겨져요. 그래서 드라마 작가들이 존경스러워요. (하늘은 왜 내게 이런 재능을 안 주셨는지... 크응)

stella.K 2018-04-23 13:4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요. 왜 신은 내가 원하는 재능은 안 주시는지 모르겠어요.ㅋㅋㅋ
이 드라마에서 방해꾼은 윤진아의 전 애인 이규민이죠.
직업이 변호산가 하는데 어찌나 진상으로 나오는지.
변태, 또라이기도 있어보이죠.
그가 그러면 그럴수록 서준희는 더욱 남자다워지고
둘의 사랑은 불타오르죠.
이규민의 역할은 이제 끝난 거 같구요,
사랑의 불똥은 이제 가족들에게로 옮겨간듯 해요.
저는 이 드라마를 언제까지 봐야하나 고민중이어요.ㅋㅋ
 

 

사진제공 =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하얀 거탑>에서 존재감을 알린 안판석PD. 그후 <풍문으로 들었소>를 기대하고 봤다 점점 이야기가 꼬이는 바람에 싫증이나서 안 봤다. 그후 그의 작품을 볼 기회가 없었다.

 

솔직히 <풍문...>은 연출이 잘못됐다기 보단 작가가 누군지 작가의 잘못이 더 크지 않나 싶었다. 그래도 TV 드라마는 작가 보단 PD가 더 책임이 더 큰지라 그도 이제 한물간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그는 계속 어디선가 작업을 계속했을 것이다. 그러다 실로 몇년만에 만난 그의 작품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 뭐 별것있겠나 특별히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아니 솔직히 난 안 PD 보단 저 손예진과 정해인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손예진이야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서 주인공은 따로 있긴 하지만 정해인이 눈에 들어왔다.    

 

글쎄, 그냥 훈남이라고 말해도 되겠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뭔가 다부지고 똘똘하고 그러면서도 다분히 감성적이게 생겼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정보를 더 알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 보았더니 나이는 30세라고 한다. 드라마에선 제 나이대로 나오는가 본데 문제(?)는 손예진이다. 드라마에선 35세로 나오지만 실제 나이는 그 보다 2살을 더한 37세. 그러니까 둘은 실제로는 7살 차이가 난다는 말씀.

 

하지만 이런 건 이야기꺼리가 못 될지도 모른다. 요즘 워낙 연상연하 커플이 많은지라. 게다가 손예진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도 탱탱하다. 오히려 정해인이 이야기 거리가 더 있는데, 그가 무려 조선 시대 존경 받는 실학자 정약용은 6대손이란다.  그가 똘똘해 보이는 이유가 있긴 있었나 보다. 일단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솔직히 난 이 드라마를 조금 보다 말려고 했다. 2, 30대의 알콩달콩한 다람쥐 같은 사랑이야기 별로라서. 아무리 좋은 배우가 나오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 뭔가 사로잡는 게 있다. 일단 난 손예진이란 배우를 좋아하는데 그녀는 확실히 작품을 장악하는 장악력이 있다.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뭔가가 있다. 마치 그 드라마가 그녀를 위한 작품인 양 또는 배우를 하기위해 태어난 사람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만큼 연기를 잘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출연하는 영화마다 후에 무슨 영화상을 획득한다. 그녀는 멜로퀸이란 수식어를 일찌감치 가지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이 작품을 맡지 않으면 누가 맡겠는가.

 

정해인이 손예진 앞에 출연하는 것도 좀 재밌다. 길을 걸어가는데 그가 탄 자전거가 그녀 주위를 빙빙돈다. 과연 그다운 출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설정이 좋다. 아, 그래서 말인데 조만간 그녀가 나온 영화를 봐야할 것 같다. <공범>을 볼까, <덕혜옹주>를 볼까? 언젠가 누가 허진호 감독 역사성이 발바닥이라고 막 몰아 세워서 볼 생각을 별로 안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일단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영화는 꼭 역사를 통째로 왜곡했으면 모를까 난 허진호 감독의 영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음악이 있다. Stand by your man’과 ‘Save the last dance for me’가 그것인데. 이 두 곡은 이미 오래된 팝이고, 솔직히 난 이 음악 때문에 안판석이 한물 간 사람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음악도 적당히 쓰면 좋은데 너무 빈번히 나온다싶은 것이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 두 음악은 리메이크 곡이기도 한데 드라마를 위해 편곡을 한 것인지 아니면 리메이크 저작을 사서 쓰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쁘진 않는데 역시 형만한 아우없다고 음악은 역시 오리지날 버전이 좋다.

 

내용은 특별히 이렇다하게 극적인 것이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있다면 이들의 연애가 언제 표면에 드러날 것이냐인데 특별히 이렇다하게 놀랄 것은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우리의 삶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별로 놀랄 것이 없이 잘 먹고, 잘 산다. 또 살 먹고 잘 사는데 무슨 놀랄 것이 있겠는가? 그러니 드라마라고 해서 꼭 드라마틱하란 법은 없다. 그러면서 계속 보게 만든다면 그거야 말로 진짜 능력이다. 더구나 지상파은 60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데 반에 종편은 그런 것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렇다보니 거의 70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16회 한다고 생각해 보라. 제작진은 머리털 빠진다. 그래도 좋다고 하고 또 하는 걸 보면 운명이고 팔자소관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뭐라고 말하리?

 

아무튼 그래서 난 요즘 다시 주말에 하는 드라마 보기가 즐거워졌다. 이 드라마는 금토로 하지만,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노희경의 <라이브>는 토일로 한다. 배종옥이 언젠가 <릿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다지. 이 세상에 드라마와 영화, 소설이 없었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했겠냐고. 나 역시 그 말에 동감한다. 벌써 또 주말이 기다려진다.주말이여, 빨리 오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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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4-09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방금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니
카롤라 브루니가 부르는 Stand by your man
전에 이미 나왔단다. 샹송풍으로.
그러니 드라마를 위해 나온 노래는 아니란 말씀.

서니데이 2018-04-0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예진은 정말 예쁘네요. 요즘은 재미있는 드라마가 많은 것 같은데, 보고 싶어도 어쩐지 잘 되지 않는 요즘입니다. 한 편을 보고 나면 다음 편이 보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것은 가끔 마법같은 기분입니다. stella.K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8-04-09 20:21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죠. 그래서 가급적 드라마 안 보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정말 괜찮은 명품 드라마가 있어요.
그런 건 꼭 봐줘야 합니다.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어요.
요즘 울나라 드라마 정말 잘 만들어요.
전 미드 좋다고 하는데 옛날 같으면 모를까 요즘엔 굳이
보고 싶지 않더군요. 영어를 위해서라면 모를까.
자막을 보는 게 이젠 싫더라구요. 눈도 나쁘고
빨리 빨리 읽지도 못하겠더라구요.ㅠ

지금행복하자 2018-04-09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ve the last dance for me 는 브루스윌리스가 부른 버전이라고 해요~ 저는 장면마다 이 노래들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

stella.K 2018-04-10 13:23   좋아요 0 | URL
앗, 브루스 윌리스가 부른 거예요?
전혀 몰랐네요. 브루스 아직도 활동하는가 봅니다.
반가운데요? 국내든 국외든 옛날 배우들
뭔가를 한다고 하면 반갑더라구요.
브루스 윌리스 예전에 대단했는데 말입니다.ㅎ

페크(pek0501) 2018-04-1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보다가 그냥 지나쳤는데 앞으론 봐야겠네요.

stella.K 2018-04-10 13:27   좋아요 0 | URL
ㅎㅎ 특별할 건 없는데 이상하게 보게 만들더라구요.
그게 능력인 것 같습니다.
<라이브>도 꼭 보세요. 노희경은 다 좋더라구요.
아, 거기 정유미 좋아하는 경찰 선배로 나오는
남자 배우있는데 진짜 훈남이에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사죠.ㅋㅋ

후애(厚愛) 2018-04-1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화유기가 끝나고 나서 볼 드라마가 없어서 티비를 잘 안 봐요.^^;;
화유기 정말 재밌게 봤는데 결말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stella.K 2018-04-10 13:29   좋아요 0 | URL
화유기 저도 첨엔 좀 봤는데
전 역시 판타지가 좀 안 맞더라구요.
차승원 땜에 볼까 했는데...ㅠ

후애님도 좋은 하루요!^^

서니데이 2018-04-12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보다는 조금 조용한 느낌이 드는 오후예요.
요즘 봄날씨, 꽃샘추위, 그리고 이른 초여름 같은 날씨가 매일 매일 다르게 오는 것만 같아요.
그러다 4월이 많이 지났어요.
stella.K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TV를 본다면 난 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편이다. 그것도 없는 시간 쪼개서 보는 것이라(누가 보면 내가 엄청 바쁜 줄 알겠다. 하루는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가는지...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물론 간혹 예능이나 교양을 보긴 하지만 정말 그야말로 '어쩌다 예능', '어쩌다 교양'이다. 

 

K본부에서 하는 <인간극장>은 또 얼마나 오래된 교양 프로그램인가? 아침 시간 늘상 하는 거니까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건 정말 간혹 꽂혀서 보는 것이 있다. 나에겐 이번 주 방송이 그랬다. 한때 잘 나가던 교수였는데 5년 전쯤 간암 판정을 받았단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으리라. 그러다 우연히 길에 버려진 유기견을 발견하고 그 개의 처지가 자기 같고, 자기가 그 개 같은 감정이입이 생기고 그래서 그 개를 데려다 키우면서 간암이 완전히 나은 것이다. 그 이후 그녀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야말로 유기견, 길고양이에게 헌신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인간극장' / 사진=KBS 온에어 방송화면 캡처(http://stoo.asiae.co.kr/news/naver_view.htm?idxno=2018032308142656853)

 

난 이런 내용이 좋다. 물론 우리집도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런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그런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뭐 하나가 계기가 되서 지금까지 살아 온 것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 말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삶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남 보다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가는가. 스펙 쌓고, 경력 쌓고, 결혼하고, 애 낳고 살다가 늙어가고. 그렇게 짜여진 듯한 삶 가운데서 뭐 하나가 툭 섬광 같이 나타나 삶을 완전히 바꿔놓는다면 얼마나 스릴있고, 놀랍고, 짜릿하겠는가? 우린 그렇게 짜여지고 정해진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짜여지고 정해진 가운데 나를 변화시켜 놓을만한 한 순간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일찌감히 생을 포기하고 사는 건 얼마나 손해 보는 일인가?

 

지금의 세대를 가리켜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세대라고 한다. 그건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정해진 틀에서 보면 말이다. 하지만 틀을 조금만 벗어나면 무한히 새로운 삶이 펼쳐지기도 할 텐데 왜 개천에서 용이 나오길 기대한단 말인가? 

 

어쨌든 우린 그런 순간을 두고 삶이 선물이 되는 순간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또 저 사진 속 주인공은 확실히 그랬다. 삶이 자신을 배반하고 저주한 것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순간이 왔다고 해서 그 이후의 삶이 탄탄대로고 완전무결한 행복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녀의 삶은 더 많이 힘들고 고난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라. 60마리나 되는 유기견, 유기묘를 매일 같이 돌보고 산다는 게 쉬운 일인지. 누구에겐 돌보다 나가 떨어질 상황이다.

 

실제로 주인공은 암은 고쳤는지 모르지만 과로로인해 없던 병도 생길 판이고, 또 그러니만큼 암이 언제 도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 풍전등화와 같은 삶. 매일 매일 작은 불꽃을 피워 올려야 하는 상태. 우린 그런 속에서 어떤 삶을 선택하며 살아야 하는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겐 그녀의 삶은 몹시 가깝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낱 개와 고양이들에게 바쳐진 삶이라니. 어디 여행을 갈 수나 있나, 사람을 맘놓고 만날 수나 있나? 하다못해 자기 딸 대학원 졸업식에 그 먼 거제도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는 하룻밤은 고사하고 밥 한끼도 못 먹고 다시 돌아가야 한다. 이게 사람 사는 것인가 한숨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로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건 남의 삶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고 재단하는 것이다. 그의 삶이 그것으로 즐겁고 만족한다면 우린 그것으로 그의 삶을 축복하고 격려해줘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인간의 DNA는 나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살도록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만을 위해 산다는 건 피곤하고 위험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녀는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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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3-23 18:2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뭔가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할 텐데..요.ㅠ

저희집이 반려견을 키우고 있어서
이번 주 방송분은 유난히 관심있게 보게 되더군요.
개중엔 정말 흠없고 예쁜 녀석들도 많던데
원주인은 어떻게 이런 녀석들을 버릴 생각을 했을까?
보는 내내 짠하더라구요.
누가 좀 자원봉사해 주는 사람 없을까 안타깝기도 하고.ㅠ
 

 

사진출처: http://sbsfune.sbs.co.kr/news/news_content.jsp?article_id=E10008964905

 

이제까지 올림픽에 대해 좀 비판적이긴 했지만 또 막상 개막식을 보니 역시 느낌이 다르긴 했다.

지난 주말 우연히 올림픽의 명암을 다룬 시사 논평 프로그램을 보면서 역시  뭐든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도 있는 거구나 싶었다. 분명 올림픽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또 나름의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당장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같게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여자 하키에서 남북 단일팀이 조성되지 않았는가?

 

어제 개막식 설명을 들으면서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게 약 70만년 전이라고 한다. 선조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지는 모르지만 우린 너무 빠른 시간에 남과북의 사선을 긋고 너무 오랫동안 갈라져 산 것은 아닐까? 과연 우린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깊은 한숨이 나왔다. 

 

사실 나는 이제까지 올림픽 개막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 지나놓고 하이라이트로만 봐 온 것 같은데 어제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해서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볼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선수 입장은 너무 길어 중간에 샤워를 했는데 마치고 나와서도 계속 하더라. 그런 건 역시 건너 뛰어도 좋을 것 같다.

 

개막식은 가히 훌륭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것을 위해 3년 간 고생을 했다고 하는데 제작진들은 만족할지 모르겠다. 그런 거 하면 정말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빠질 텐데 괜찮은지 모르겠다. 아무튼 난 수고한 제작진을 비롯한 출연진들에게도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앞으로 나의 생애 또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치뤄지는 것을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하계 올림픽을 치르고 30년이 걸렸다. 앞으로 그만큼의 세월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긴 100세 시대니 잘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생애 마지막 우리나라에서 치뤄지는 올림픽이 될지도 모르니 진짜 평창을 가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와 후회한들 뭣하리? 그냥 깨끗하게 tv로 첨부터 끝까지 봐 줄 것만으로 만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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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2-1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지만 저도 올림픽 개막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건 어제가 처음이었답니다^^
남북한이 함께 입장하는 걸 보는데 뭉클하더라고요.
제 아들은 하키 경기할때 평창 가서 보고 오자고 지금도 조르고 있어요 ㅠㅠ

stella.K 2018-02-11 18:1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놈의 민족애라는 게 뭐라고
우리 세댄 5.26 격지 않았고 이산 가족도 없는데
왤케 뭉클하던지..

사실 평창 간다는 게 마음만 그렇지 용기가 필요하긴 하겠죠?
그래도 아드님 가자고 조를 때 못 이기는 척 다녀오세요.
저도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 있었으면 따라 나섰을지도 몰라요.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기횐데.^^

cyrus 2018-02-1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2 월드컵 개막식을 생중계로 봤는데 뭘 봤는지 기억이 1도 나지 않아요.. ㅎㅎㅎ

북한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평창 올림픽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도 개막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생중계로 봤어요. 저도 만족스러웠어요. 개막식 호응 분위기가 이어갔으면 좋으련만 ‘김일성 가면‘ 때문에 다시 실망했어요.

stella.K 2018-02-11 18:18   좋아요 0 | URL
ㅎㅎ 기억 안나지. 그 시절 나 젊었던 기억 밖엔 안 나.ㅋㅋㅋ

그게 걱정이다. 당장 올림픽이 끝나면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김정은이 문 대통령 방북 초청했다는데
아무래도 좀 우유부단한 면이 있지?ㅠ

2018-02-1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2-11 18:20   좋아요 0 | URL
당연하죠. 현장감이란 게 있잖아요. 그걸 못 봤으니.ㅠ
근데 저는 추운 걸 싫어해서 만약 서울에서 했어도
못 갔을 겁니다. 흐흑~

페크(pek0501) 2018-02-1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창 올림픽 중 아이스댄스와 스노보드 대회를 감동적으로 봤어요. 얼마나 노력을 했길래 저 경지에 가 있나, 하고 감탄했죠. 인간의 위대함이 느껴졌어요. ㅋ

stella.K 2018-02-14 13:57   좋아요 0 | URL
어제 최민정 선순가? 실격해서 은메달 놓친...
참 속이 많이 상했겠다 싶더군요.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을 텐데.
그래도 그런 경험들이 나중에 더 큰 선수가 되는데 밑거름이 되겠죠.
진짜 스포츠는 인간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전 이 드라마를 못 보겠더라구요.
누구는 심장 쫄깃거리는 맛에 본다고 하지만 저는 조마조마해서
못 보겠더라구요. 안 보면 궁금하고.
지면 내가 봐서 그런가 하는 쓸데없는 자책도 하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