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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시청자들은 근래 보기 드물게 잘 버무리고 고루 양념이 배어든 ‘비빔밥 사극’을 즐기고 있다. 최근 시청률 30%를 돌파한 한국방송 수목 사극 <추노>가 그 메뉴다. 조선시대 도망 노비와 그들을 붙잡는 추노꾼들의 숨바꼭질을 그린 <추노>는 이야기의 힘과 상상력이 넘친다. 사극 <한성별곡>의 탄탄한 줄거리에, <대장금>에서 엿봤던 기기묘묘한 인물 캐릭터, 중국 무협물과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날품 액션과 첨단 입체 촬영까지 어우러졌다. 추노와 도망 노비의 쫓고 쫓기는 기본 구도에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 비극적 죽음에 얽힌 정치적 미스터리를 끌어들여, 픽션의 잠재적 보고는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해졌다. 억지춘향식의 여자 신윤복에만 골몰했던 2008년 사극 트렌드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역사적 사실과 야담, 블록버스터 연출의 환상적인 조합, 사극의 양질 전화다.

<한성별곡>을 만들었던 곽정환 피디와 영화 <7급 공무원>의 대본을 썼던 천성일 작가는 이 작품에서 영화풍의 압축적 감각을 바탕으로 과거 민중사를 현실의 의미 속에 한껏 교직시키는 곡예를 즐기는 것 같다. <추노>의 강력한 흥행력은 역대 어느 사극보다도 이야기 자체의 역사적 사회적 함의가 풍부하고 지금 현실을 여러모로 비춰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온다. 대길을 중심으로 한 추노꾼 3인방이 노비를 잡기 위해 벌이는 패악질은 어딘지 모르게 이 땅의 불편한 현실과 어금지금 맞닿아 있다. 대길의 나이를 가리지 않는 욕설과 반말, 잔혹한 린치는 철거민 등치는 재개발 용역이나, 돈 빌린 서민 족치는 청부 폭력배 그대로다. 대길은 기실 <똥파리>에서 양익준이 열연했던 아비도 모르고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는 손톱만치도 없는 청부 양아치와 통하는 캐릭터다. 그런 캐릭터는 다른 추노패 천지호 일당이 산중에서 정을 통한 양반집 규수와 같이 달아나던 종복을 붙잡아 미친 듯 패는 장면에서도 새삼 확인된다. 궁지에 몰린 노비들이 당을 결성해 “밤마다 양반 대갈통에 바람구멍 하나 뚫을 거야”라며 양반 사냥을 발의하는 모습이나, 국경을 넘으려는 노비에게 돈을 뜯으려는 사기꾼의 작태는 계층 갈등이나 탈북자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추노>의 여러 설정들은 신분·계층에 대한 격렬한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는 시대 상황에 대한 비유로도 비친다.

고려 말부터 조선 후기까지 지속된 추노는 노비 추쇄 사업이라고 하여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졌다. 특히 임진왜란 직후 국민 절반 이상이 노비였던 상황에서 경제력을 얻고 신분 해방의 욕구가 커진 노비들의 도망을 엄금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드라마 배경은 인조 때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18세기 숙종, 영정조 때 추노에 가담한 양반들의 극심한 행패와 이에 대항한 노비들의 양반 살해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커졌으며 결국 순조 때인 1801년 공노비문서를 불살라 사실상의 추노를 단념하게 된다.

제작진은 공개된 <추노>의 시놉시스 구상에서 ‘다른 시대를 다룬 픽션은 필연적으로 지금 이 시대 그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다’고 썼다. 드라마 판을 깔아준 한국방송의 심중이 마냥 편치는 않을 성싶다. ‘강부자’ 정권의 대통령을 위해 선거 때 그의 귀와 손 구실을 했던 언론참모가 현재 사장이며, 그의 눈치를 보는 경영진들이 포진해 있다. 인터넷의 감상평 가운데는 ‘<한성별곡> 때의 케이비에스가 아닌지라 끝까지 각본대로 갈 수 있을까’ ‘중간에 드라마 구도가 크게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해주는 글들도 드문드문 떠 있다. 그런 우려(혹은 기대)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펼쳐질 <추노> 밖의 추노를 지켜보자.

노형석 대중문화팀장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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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1-22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펼쳐질 수도 있을 이런 류의 비하인드스토리도 드라마 추노만큼이나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시나리오대로 전개된다면 정말 재미없는 드라마가 되겠군요. ㅋㅋ
과연 용두사미의 최악의 드라마가 될런지 시종일관 최고의 국민드라마로 탄생될 런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stella.K 2010-01-22 15:3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이런 건 생각도 못하고 어제도 정신없이 빠져서 봤는데...
<한성별곡>도 보면 정치 세태를 풍자하는 면도 있어 재밌게 봤거든요,
모쪼록 <추노>도 국민드라마가 되길 바래 봅니다.^^
 

요즘 공중파에서 하는 몇 개의 드라마를 지켜보고 있는데(공교롭게도 그 보는 것이 다 사극이다. 이러다 아무래도 나도 사극 매니아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중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있다면 그건 당연 <추노>일 것이다. 매주 보는 장혁과 함께 추노질 하는 그 일파들이 보여주는 초콜릿 복근(요즘엔 아예 대놓고 보여주더만)도 나름 볼만한 것이긴 하지만, 너무 대놓고 말하면 그도 밝힌다 하여 폐일언하고. 난 스토리는 물론이요 영상과 음악이 좋아 본다. 더불어 저런 영상이 가능하도록 만든 연출자가 누구인가 했더니 곽정환 PD다. 곽정환이라. 나로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얼마 전, 전호인님 서재에서 발견한 사실은, 곽정환은 이미 2007년 <한성별곡-정>이란 8부작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2007년이라. 알고 봤더니 그땐 이미 M TV에서 <커피프린스1호점>이 TV 브라운관을 점령하고 있었을 때라 당시 윤은혜도 그렇지만 나는 공유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어 이 드라마가 눈에 들어 올리가 없었다.     

결국 난 그 사실을 알고 <한성별곡-정>을 허겁지겁 꺼내봤다. 


과연 훌륭한 작품이었다. TV 드라마라고 하지만 영화를 보는 듯 하다. 특히 최루성 강한 음악이 정말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정조의 독살설을 소재로 하여 그의 죽음의 과정과 음모 과정을 추리기법을 사용하여 밀도있게 그려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인기가 없었던 것은 물론 <커프>의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이렇다 할 스타를 기용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예를들면, 좌포청군관 역을 맡은 진이한의 경우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서도 누구지? 고개를 갸웃거릴만 하고, 의녀 역을 맡은 김하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이천희 정도는 알겠는데 지금이나 알아 줄만 하지 2007년이면 그도 그다지 알려진 배우는 아니었을성 싶다. 그뿐인가? 정조역을 맡은 안내상도 그 무렵쯤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을 것이므로 대비역의 정애리 정도가 그나마 굵직한 캐스팅이었나고나 할지 모르겠다.

그것은 어쩌면 곽정환PD만의 전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스타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끌어지는 드라마 보다 드라마를 위한 드라마. 뭐 그런. 횟수도 딱 8회에서 끝을 냈다. 아무리 못해도 16부작을 하던데 8부작이니 농축된 느낌이다. 쓸데없이 긴 것보다 훨낫다. 

 박상규 (진이한 분)  
  

 

 

 

특히 이 드라마에서 내가 지켜보게 된 인물은 좌포청군관 박상규 역의 진이한이다. 원래 드라마 첫 장면부터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첫 장면부터 진이한이 등장한다. 그래서 혹 주인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이한은 처음부터 찌질하게 나온다. 목소리도 작고, 싸움도 못하며, 뭔가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하는 인물이다. 뭔가의 포스는 느껴지기는 한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진짜 주인공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진이한 이상의 주인공 포스를 느끼게 하는 인물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봐 이 사람이 주인공은 맞는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 인물 끝까지 와신상담, 개과천선 같은 거 하지 않는다. 우왕좌왕 한다는 것은 우유부단함의 태도를 이르는 말이니 그 인물 그대로를 유지하되 그런 인물의 대표격은 저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아니었을까? 나 개인적으론 딱 그 햄릿의 분신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니 초인적 힘을 발휘하는 것도 없고, 영웅이 되는 것도 없다. 그저 서얼이었기에 그 불명예를 안고, 기 한 번 제대로 표보지 못하는 고독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에게도 사랑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단 그 사랑이 끝이 닿지 않는 것이기에 애절하고 안타깝고, 그래서 묘하게도 보는이로 하여금 모성본능을 자극하게 만든다. 

극본은 어떠한가? 원래 시나리오 작가였다고 한다. 확실히 극작가가 쓰는 대본과 시나리오 작가가 TV 드라마를 위해 극본을 쓰는 것은 좀 달라 보이긴 한다. 과유불급이라 다소 산만하고 그래서 약간은 지루한 감도 없지 않지만 그것들을 나중에 잘 다듬고 연결시키는데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특히 좋은 대사들이 많다. 이 드라마에서는 정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정조란 인물이 크게 부각이 되지 않으면서 할 말은 다하게끔 만들어 놓기도 한다.  

아, 정조! 그가 정확히 어떻게 죽었는지는 미스테리다. 단지 독살설만이 그의 죽음을 대변해 주고있지만 그것에 대한 증거는 딱히 없다고 한다. 그래서 후대의 작가들이 그를 형상화 하기에 좋은 인물로 보는 것 같다. 어떻게 그려도 아우라가 확실히 살아나지 않겠는가?  

난 왜 이 작품이 아직도 책으로 나오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책으로 나왔더라면 꽤 괜찮은 추리물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요즘 책으로 내지 않는 드라마가 어딨다고? 책이었다 드라마로 나왔다면 좀 더 그 권위가 인정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드라마로 봤다 책으로 나오는 것은 전자의 경우 보다 기대감이 떨어진다. 그래도 영상은 영상이고 문자는 문자다.  

이렇게 <한성별곡-정>을 보고 <추노>를 보니 아직 초반이라 말하기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곽정환PD의 연출이 한결 업그레이드 됐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의 드라마도 좋긴 하지만 지금의 <추노>가 보기는 더 좋다. 앞으로 이 사람을 주목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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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1-2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7년이면 이산이 나온 때내요.엊그제 본것 같은데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갑니다 ㅜ.ㅜ

stella.K 2010-01-20 11:49   좋아요 0 | URL
이걸 보셨군요. 정말 시간 빨라요.
2007년도에 제가 뭐 했는지 정말 기억이 안 나더라구요.ㅜ

전호인 2010-01-2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7년?
글쎄요 제가 무얼했을까요?
당장 2009년에 한 일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네요.
망각의 동물의 본능에 충실한 건지 머리가 나쁜 건지 헷갈려하고 있답니다.ㅋㅋ

stella.K 2010-01-21 10:5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옛 기억은 점점 또렷해지고 있는데 바로 몇년 전의 일은
기억이 안 나고 있으니, 인간의 기억이란 참...흐흐
 

작년 한해 기억에 남는 드라마라면 단연 <선덕여왕>일 것이다. 그리고 또 뭐가 있었더라...? 그좋다는 <꽃 보다 남자>나 <아이리스>는 나에겐 별로였다. <결혼 못하는 남자>는 나름 재밌었는데. <열혈장사꾼>은 그 보다 더 좋다.  

암튼 베스트 중 베스트는 <선덕여왕>이었고, 워스트는 나 개인적으론 <스타일>이었다. 정말 그 드라마는 스타일 찾다 스타일 구긴 드라마라고나 할까? 김혜수는 패션은 죽여줬는데 엣지의 굴욕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올해는 어떤 드라마가 화제의 드라마가 될까?  

일단 어제 K1에서 차인표가 나온다는 <명가>를 스타트를 했다.   

알겠지만 명가는 경주 최부자로 일컫는 최국선의 일생을 조명하므로 조선의 부자는 어떠 했는가를 보여준다고 한다. 정치사 일색이었던 우리 사극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는 의미에서 나는 일단 환영한다.   

어제 첫회를 보니 배경은 김훈의 <남한산성>으로 유명한 인조 때를 배경으로 한다. 최국선은 최진립의 손자다. 최진립은 그 시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인물. 그러면 그렇지. 좋은 집안에서 좋은 인물이 나오는 설정 나름 김빠지는 설정 같긴하다만, 오늘 날 있는 사람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 못하는 현실에선 시사하는 바가 꽤 있을 것도 같다. 당분간 지켜 볼만한 드라마란 생각이 든다. 

내가 제일 기대하는 건, S TV의 <제중원>이다. 


출연진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하연거탑>을 썼던 이기원이 극본을 맡았다.  

이것 역시 사극이어도 구한말 우리나라 의료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이 흥미를 끈다.  

덕분에 M TV의 이선균과 공효진이 주연을 맡았다는 <파스타>가 어떻게 맞대응을 할지 모르겠다. 나 개인적으로는 안 보거나, 못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 

그 밖에 K2 TV의 <추노>는 또 어떨까? 장혁이 나온다니 끌리기는 한다. 이다해도 나름 매력적이고. 하지만 <공부의 신>은 유승호가 나온다고 해서 혹하긴 했는데, <울학교 ET>가 생각이 나 별로 당기지는 않는다. 뭐 그 영화를 나름 재밌게 보긴 했지만 김수로는 보면 볼수록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드라마도 대충 애들스러운 것 같고... 

그밖에 해외 드라마도 볼만한 것이 많던데...내가 하루에 보는 TV 시청 시간은 대략 2시간 반에서 3시간 내외. 볼 것은 많고, 보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올해도 그렇게 종종거리며 보내게 될 것 같다. 아,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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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10-01-04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재미있을거 같아요.
작년에...드라마...제대로 본게 한 편도 없네요.
거참...^^

stella.K 2010-01-05 11:29   좋아요 0 | URL
바쁘신가 봅니다.
어제 제중원 받는데 재밌더군요.
제가 메디컬 어쩌구 하는 드라마나 책을 좀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말이죠.
더구나 사극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메르헨님도 저중 한편만이라도 찜해서 보세요.^^

메르헨 2010-01-0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제 눈 밭에 뒹굴며 퇴근해서 ... 또 못 보고 지나갔군요.
월화드라마였군요.오호...재방이라도...^^
 

<선덕여왕>말이다. 



 뭐 드라마를 많이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몇 드라마는 챙겨본다. 그중엔 끝까지 좋은 인상을 남긴 드라마도 있고, 내 이럴 줄 알았어. 하고 허탄한 마음을 갖게하는 드라마도 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처럼 아쉬움을 갖게 만드는 드라마도 없었던 것 같다. 

예전에 K 본부 했던 <불멸의 이순신>같은 경우 100부작으로 했던 것으로 아는데 그에는 못미친다해도 한 80부작해도 되지 않았을까? 오늘이 62부인가? 아쉽게도 종영이다. 하긴, 힘도 들었을 것이다. 언제 시작했더라? 봄 지나면서였나? 출연진들 얼굴 지금보면 피곤에 찌들어 보인다. 김춘추의 승호군만 빼놓고.ㅋ 

이 드라마는 아무래도 크게 전반부에서는 덕만과 미실의 대결구도고, 후반부는 선덕과 비담의 애증구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여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의 구도는 그야말로 머릿 싸움 심리전을 여지없이 보여줬다면, 선덕과 비담의 구도는 그야말로 안타까운 애증구도다. 그리고 주연급들의 고도의 심리전이 볼만했다. 특히 선덕과 비담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이렇게까지 인물을 확장시켜 잘 보여주고 있다니! <대장금>도 재밌게 보긴 했지만 이만큼 인물구도를 잘 짜 보여주는 건 이 드라마가 압권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시청율 40%다 넘는 드라마도 우리나라 타 지역 어느 곳은 아주 저조했다고 들었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긴하다.  

아무튼 <선덕여왕> 끝나면 뭘 보나 한동안 허전할 것 같다. 뭐 이선균을 나름 좋아하긴 하지만 <파스타>가 재미있을까? 지금은 시큰둥하다.      



비담역의 김남길. 얘 나오고나서 김춘추도 김유신도 맥을 못추더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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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9-12-2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어느날 부터인가...선덕여왕 못 봤어요.ㅜㅜ
퇴근을 너무 늦게 하다보니 집에와서 밥 먹고 애 좀 살펴보고...
벌써 종영이더군요. 아효...비담과 선덕의 애증이라..궁금하네요.흠...

stella.K 2009-12-23 15:22   좋아요 0 | URL
어제 마지막 보면서 눈물이 나오더군요. 선덕도 불쌍하고, 비담도 불쌍하고.
대본은 또 왤케 잘 쓴건지? 나중에 재방송이나 다운해서 보세요. 정말 가히 명작이라 할만한 같아요. 흐흑~

카스피 2009-12-2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작품은 미실이 죽으면서 끝나는것이 맞지요.근데 워낙 시청율이 높다보니 질질 끈것인데,사실 사극이 워낙 악조건속에서 촬영하다보니 많은 배우들이 연장 방영하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이건 주몽때도 마찬가지로 송일국이 연장에 출연하나 안하네 말이 많았죠).추운 날씨에 무거운 소품(갑옷이나 선덕여왕의 가채등)등이 배우들을 힘들게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역사속 어디에도 없는 선덕여왕과 비담의 러브 러브라인으로 선덕 여왕을 어찌보면 찌질녀로 만든 과도 크다고 할수 있지요.

stella.K 2009-12-23 18:05   좋아요 0 | URL
정말 배우들 지쳤다는 게 보이더라구요.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닌데 인물 하나만큼은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덕여왕=찌질녀. 너무했다.ㅋㅋ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지난 금요일, 내가 만화 영화를 보러 그 먼 안국동까지 다녀오다니. 

아트 선재 센터에서 <신카이 마코토 특별전>을 한다기에 다녀왔다.  

이것을 소개해 준 분이 이 사람의 작품을 두고 '시적이다'란 표현만 쓰지 않았어도 안 갔을런지도 모른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만화를 두고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일까?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만화와 담 쌓고 지낸지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만화 영화란 게 거의 대부분 어린이 취향이라 이미 어린 시절과 동떨어져도 한참 떨어진 나 같은 사람에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IMF 원년에 지상파 한 방송사에서 제작비 절감차원에서 멀쩡히 하던 아침 방송을 중단하고 만화 영화<괴도 루팡>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어느 나라가 제작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그 음울한 매력이 좋아 그야말로 초등학교 이후 이토록 그 만화에 열광해 본적이 없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봤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간간히 만화를 보긴 했네. 디즈니에서 만든 극장용 만화 영화들.   

아무튼 그날 11년전 <괴도 루팡>이후 내가 열광할 애니메이션이 생겼다는 게 반가웠다. 

이미 매니아들 사이에선 꽤 알려진 사람이겠지만 나에게 이 사람은 처음이다. 

내가 본 영화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란 작품이었다. 



상영 시간을 좀 더 정확히 알았다면 앞 시간에 했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나 <별의 목소리>까지 봤을 것이다. 소개해준 분이 상영시간을 8시로만 알고 있어 시키는대로 했더니 고작 본게 이게 다다. 

이 영화는 글쎄 시적이라기 보단  좋게 말하면 좀 난해하고, 평범하게 말하면 모호한 느낌이다. 사랑과 공상 과학을 교차시키기도 했다. 얼핏보면 매트릭스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그만큼 음울하기도 하지만 잔잔한 유머도 갖추고 있다. 특히 빛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참 놀랍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특별 대담 시간이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신카이 마코토가 나온 것은 아니고 이 사람과 친분이 있는 장형윤이라는 만화 영화 감독과의 대담 시간이 이어졌다(젠장, 이럴 땐 작가 자신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확실히 누군가를 통해 그 사람을 아는 건 정확한 것 같지는 않다. 도대체 어떤게 신카이 마코토 자신을 말하고 어떤 게 장형윤 감독의 해석인 것인지 모호하다. 대담 분위기도 다소 산만하기도 하고. 그래도 장 감독 말을 들으니 정말 신카이 마코토는 이와이 슌지의 영화<러브 레터>를 많이 닮았있다고 하는데 거기에 이의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고. 내성적이라나? 정말 그럴 것도 같다. 작품 분위기를 보면.    

내친김에 집에 돌아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보았다.


그림 작렬이다! 
이런 애니메이션을 구사하는 작가가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고 내가 애니메이션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적이기는 이 작품이 훨씬 시적이다.

사실 가기 전 일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점심을 먹는데 숟깔질을 잘못하는 바람에 음식이 옷에 묻질 않나, 함께 보러 가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못 보겠다고 하질 않나, 지하철을 내려야할 순간에 무슨 생각엔가 골똘해져서 역을 지나치질 않나. 그런 실수 웬만해서 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런 일들이 이어지니 약간은 불안했다. 물론 아니나 다를까 기껏 가서 한 작품 달랑 보고 나온 것이 아쉽긴 하지만 안 좋은 일은 거기서 끝이다. 그리고 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보고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독 도서관 올라가는 길은(바로 그 앞에 아트 선재 센터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 길을 걸어서 가고 걸어서 나왔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참고로, 신카이 마코토는 1973년 생이고 국문학을 전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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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09-23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의 목소리>도 꼭 찾아보세요~ ^^

stella.K 2009-09-23 10:59   좋아요 0 | URL
그러려구요.^^

readersu 2009-09-2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터를 보니 정말! 보고 싶어지는 영화네요. 아까워아까워~~

stella.K 2009-09-23 12:02   좋아요 0 | URL
이 사람의 작품들 날 잡아서 주르륵 보세요. 정말 그림 좋습니다.^^

카스피 2009-09-2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하나요^^
그나저나 이 사람 정말 대단하지요.별의 목소리는 짧은 에니메이션이지만 혼자서 맥하나만 가지고 다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부터는 감독을 맡아 진행했다고 하네요.

stella.K 2009-09-24 11:14   좋아요 0 | URL
아뇨. 제가 갔다오던 날이 마지막 날이었어요.
그러게요. 주로 혼자 작업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던데
최근엔 별의 목소리가 대박나고나선 사람들을 고용해서 같이 작업한다고
하더군요. 작업 중간엔 꼭 티타임도 갖구요. 꽤 인간적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