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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로 기대 안하고 봤는데 의외로 재밌다.

만화적 상상력이 좋다. 특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키스 싸움 즉 키스를 하려는 쪽과 그것을 저지하는 씬은 정말 웃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이승재(오정세) 같이 허세 작렬 캐릭터는 별론데 영화를 위해서는 이런 인물이 필요했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한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나 하나 같이 남녀가 만나면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그 다음 장면은 건너 뛴 채 그 다음 날 침대에서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는 것일까? 아무리 클레셰라고는 하지만 너무 식상하다.

그리고 남녀가 그 전엔 어땠을지 몰라도 어쨌든 첫날 밤을 지내는데 술 먹고 인사불성이 되어 뭔지도 모르게 훅 보내는 게 가당키나 한가? 왜 그런 건 맨정신으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유아적이란 느낌이 들어 이제 이런 거 좀 안 했으면 한다.

 

  ★★★☆ 

<러브, 마릴린>

 

마릴린 먼로는 내가 그리 좋아는 배우는 아니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서 내가 그녀에 대해 얼마나 피상적이다 못해 편견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반성하고 싶을 정도였다. 금발은 백치미란 속설이 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내가 그녀에 대해서 백치였단 생각이 든다. 그녀는 배우로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그녀가 개발한 걸음걸이도 있었고, 책도 많이 읽고 연기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했다. 하지만 불행했던 개인사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삶은 그것을 넘지 못했다. 

 

 

 

 

내내 보면서 같은 여자가 보아도 마릴린 먼로는 정말 매혹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죽은지도 반세기가 넘었는데 아직도 회자가 되고 있고 아직도 그녀에 대한 책과 영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놀랍다. 물론 그녀가 젊은 나이에 요절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 늦게까지 살았더라면 이만큼 얘기할 수 있겠는가? 영화를 보면서 문득 캐롤 오츠가 쓴 <블론드>란 소설이 읽고 싶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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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5-01-20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정세씨는 사실 잘 기억하지 못한 배우였는데 개과천선에서 김명민의 친구로 나올적에 참 느낌있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의외로 많는 한국영화에 나오셨더군요.위에 남자사용설명서의 허세작렬 캐릭터도 잘 어울리지만 하이일에서 조폭 두목으로 난폭한 연기를 펼치는 것도 의외로 잘 어울리는 배우더군요^^

stella.K 2015-01-20 13:51   좋아요 0 | URL
오정세는 평생 주인공은 못할 것 같긴하지만 의미있는 조연은
정말 잘할 것 같은 배우죠. 색깔도 좋고.
하지만 개인적으론 연기 잘하는 배우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어요.ㅋ

blanca 2015-01-20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릴린 먼로 참 궁금해요. 언젠가 사진을 찾아보니 대중에 잘 안 알려진 사진 중에 아주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사진도 많더라고요. 아, 스텔라님이 언급하신 <블론드>가 궁금해지네요!

stella.K 2015-01-22 13:09   좋아요 0 | URL
마릴린 먼로는 요절했기 때문에 더 많이 회자가 됐던 것 같아요.
게다가 세계 최초의 섹시 아이콘이라는 점도 한몫했겠죠.
당대 쌍두마차로 엘리지베스 테일러를 꼽기도 하지만
아시다시피 엘리자베스테일러는 아름답지 섹시한 건 아니잖아요.
저 영화 기회되면 한 번 보세요. 아주 괜찮아요.

저는 <블론드>1권을 어제 구입했어요.
마침 중고로 나온 있고, 마일리지가 이번 달로 소멸되는 게 있어서
다른 책과 함께 김에 질렀죠.
그 유명한 캐롤 오츠가 과연 이 여자를 어떻게 소설에서
복원했을까 저도 궁금해요. 그런데 언제 읽을지는 아직 예정에 없다능...ㅠㅋㅋ
 

 

지난 주말 본의 아니게 영화를 많이 봤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이용하고 있는 IP TV 컨텐츠의 자회사 지원을 오늘부터 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별포인트 50% 지원을 받고 회원이 50% 내서 볼 수 있었던 것을 20%만 지원해 준단다. 별포인트가 처음 생겼을 때 100%  지원을 받았는데 어느 날 50%만 지원한다더니 올해부터는 20%로 한단다. 이런 제길! 

아무래도 단통법 때문에 손해 보는 것을 이런대서 만회하려는 건 아닌가 기분이 그닥 좋지는 않다. 물론 월정액은 변함이 없는데, 이것을 내고 볼만큼 내가 IP TV의 컨텐츠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대신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을 하겠다고 하는데 입에 발린 소리 같아 믿을만 하진 않다. 어쨌든 그래서 어제까지 영화를 좀 많이 보게 된 것.

그런데 본 영화 중 두 편이 나의 독서욕구을 자극한다. 여간해서 영화로 본 작품은 책으로는 땡기지 않는데 말이다. 

 

 ★★★

 

이 영화를 보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던데 왜 그런지는 알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그런 기법은 그 영화 하나면 족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웬지 그 이후에 나온 건 다 아류작 같아서 말이다. 

 

아무래도 유럽 영화라 그런가? 이국적인 건 고사하고 좀 낮설다는 느낌이 든다. 배우도 그렇고. 그래도 영화 자체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고 허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한다고 하지 않을까? 그런데 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잠깐 언급하고 지나가지만 레이건을 좋게 말하지 않아서 말이다.

 

유희로 다루긴 했지만 영화가 역사적 인물을 다루고 있으니 이런 건 책으로 읽어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얼마 전, 라디오를 들으니 작가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스트레스가 하도 많아 머리도 식힐겸해서 쓰기 시작한 게 이 책이라고 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확실히 신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는 밥만 먹고 글만 써도 이런 책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쓰는 사람도 있을텐데 스트레스 풀겠다고 이 책을 썼다니 얼마나 불공평한가. 덕분에 하던 일 때려 치우고 지금은 아예 작가로 나섰다는데 운도 억세게 좋은 남자다.

 

★★★☆  

 

프랑스 영화를 좀 좋아라 하는 편이어서 이 영화 역시 즐겁게 보았다.  

영화를 상상력 풍부하고 자유롭게 만들었단 생각이 든다.

주인공을 맡은 귀욤 고익스의 극과 극을 달리는 1인2역 연기가 뛰어나다 싶다. 

물론 이 영화는 원작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제목에서 풍기듯 이 영화는 마르셀 프루스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그래서 주인공 폴이 두 살 때 사고로 돌아간 자신의 부모를 기억해 내기 위해 쓴 차를 마시고 마들렌을 한입 베어문다. 그러면 기억으로 통하는 문을 통과한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 책을 눈 딱 감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어렵다고 이리 빼고 저리 뺄 것인가 싶기도 하다. 

꼭 프루스트가 아니어도 문학이란 기억의 산물이 아니던가? 거기에 더해진 허구, 허풍, 허세.

 

아무튼 영화가 참 아기자기하면서도 강렬하다. 훗날에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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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0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쿡TV를 SK티브로드로 바꿨는데 무료 영화가 많이 없어서 이제 영화 보는 낙이 사라졌어요. 집에 와이파이 그거 하나 설치하고 싶어서 IPTV도 바꿨거든요.

stella.K 2015-01-06 14:21   좋아요 0 | URL
그래? 쿡이면 올레잖아. 요즘 올레에서 무료 전환률이 좀 많아진 것
같은데. 비교적 최신영화들. 이를테면 역린이나 폼페이 최후의 날 같은 거.
난 50%에서 20%로 낮췄다는 게 괘씸하더라고 IP TV로 벌어들이는 돈도
엄청날 것 같은데 말이야.
새해 서비스 차원에서 별포인트 결제하면 TV 포인트 준다던데
그거 기대해 보고 있어. 얼마나 줄 건지 원...ㅠ

참,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셀린저.ㅋㅋ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별점: ★★★☆

 

요즘도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곤 하나? 더구나 실수가 아닌 간호사의 고의로 그렇게 됐단다. 아기가 태어난 것을 너무 기뻐하는 게 화가나서. 그런다고 아이를 바꿔치기를 하냐? 

그런데 그 간호사 운도 좋다.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원하면 벌을 받게 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 료타가 이를 취하한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이나 이슈없이 이 잘못된 운명을 긴 시간을 두고 바꿔놓는 것에 집중을 한다. 아이가 받을 충격. 부모의 마음, 바뀐 아이의 상대 부모와의 관계를 별 무리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새삼 잘 사는데 형제가 없는 집과, 못 사는데 형제가 많은 집 어느 집이 자신이 크는데 유리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는 거기까진 다루지 않고 온전히 부모의 마음, 심리 묘사에만 집중했다. 

나중에 료타의 아내가 자신의 아인 줄만 알고 키웠던 아들 케이타가 원래의 부모에게 가고, 자신이 케이타를 점점 잊어가고 있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는 장면에서 공감이 갔다. 원래 자신의 아이를 찾았음에도 좀처럼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게 괴로워도 하고. 역시 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 더 앞서는 법일까?

조금은 지루하지만 폭풍 같은 사건을 이렇게 잔잔하게 그리기도 쉽지 않은 것 같은데, 황금종려상인가 뭔가 하는 상을 받았다. 그 연출력이 대단하다 싶다. 의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사전>  ★★★☆

 

가끔 그런 사람이 있긴 하다. 샌님 같이 조신하고, 얌전해서 남이 잘 안 할 것 같은 일을 스스럼없이 해 내는 사람. 그런 사람 보면 묘하게 끌리긴 한다. 나에겐 별로 없는 재주라 그런가.

 

사전 편찬의 작업이 이렇게 지난한 작업일 줄은 이 영화를 보기 전엔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요즘 같이 인터넷 전자 사전이 있는데 종이사전이란 얼마나 가치없는 일일까? 남이 알아주건 말건 의미 있다고 생각한 그 일에 무려 17년을 바친 사나이의 이야기다.

 

그동안 어렵게 하숙집 주인 딸과 결혼을 했고, 자신과 같이 일했던 편찬진들 바뀌고 갈리는 걸 봐야했고, 자신의 상사가 죽는 것도 봐야만 했다. 그동안 새로 생긴 단어들을 편집해 넣고, 작업이 끝나는 날 파티도 한다. 참 조촐한 파티다. 

 

한 작가가 17년 동안 소설을 써서 세상에 내놨다면 역작이니 하며 추켜세울 텐데 그러기도 뭐하다. 도무지 뭐가 행복한 사전이란 말인가. 

확실히 인간의 언어는 진화의 진화를 거듭한다. 예전엔 듣보 보도 못한 단어들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가? 은어 같은 단어가 표준어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영화를 못 만드는 걸까 살짝 아쉽기도 했다.

 

오늘 뉴스를 보니 표준어 13개를 추가 시켰단다. '삐지다'(삐치다), '딴지'(딴죽), '개기다'(개개다), '허접하다'(허접스럽다) 등이 포함됐다는데 나머진 또 뭔지 모르겠다.

새삼 사전편찬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해 주는 영화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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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미생'만한 드라마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왜 이리도 재밌는지, 왜 이리도 공감이 가는지.

우린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드라마에 끌리게 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드라마를 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 드라마를 통해 계약직 사원들이 얼마나 차별을 받는지도 알게 되고, 말도 안 되는 또는 저건 좀 너무하지 않아 하는 부조리를 현실감있게 묘사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엔 계약직이라는 것도 뭔가 사람을 구제해 주기위한 장치로 만들어진 제도였을 것이다. 실업자 또는 한번도 직업을 가져 보지 못한 사람에겐 얼마나 희망이 됐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차별의 문제를 불러왔다. 드라마가 저 정도라면 실제는 더 하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요즘엔 이 차별의 문제 때문에 계약직을 없앤 회사도 있다고 하던데 그게 좋아할만한 일인지 그도 의심스럽다. 계약직이 없어졌다고 각 기업체의 머릿수 제한이 완화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럽더라도 계약직이 더 난 건 아닐까? 그래도 이력서 쓸 때 한 줄은 더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아, 사람 구실하며 사는 게 왜 그리도 어려운 건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대사도 어쩌면 그리도 뭉클한지. 어젠 장그래에게 묘한 열등감을 느낀 장백기가 장그래를 처음으로 이해하는 순간이 다다르면서 작별 인사를 하는데, "장그래 씨와 나의 시간이 다르지만 아무튼 내일 봅시다."하는데 이 멘트가 뭔가 있어 보인다. 

 

우린 나 보다 잘 난 사람에게는 열등감 같은 건 잘 느끼지 않는다. 주로 나 보다 못할 것 같은 사람이 나 보다 인정을 받으면 열등감을 감추는 대신 뭔가 알지 못하는 분노에 사로잡힌다. 그러므로 장백기를 욕하다가도 나도 저런 때가 있지 오히려 이해가 된다. 솔직히 장그래는 흠잡을 구석이 없다.

 

자신의 모자람을 누구 보다도 잘 알고 무조건 노력하는 사람한테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그저 안쓰럽고, 잘 되기를 바라며,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지.

오리려 욕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다. 어제 같은 경우 장백기, 장그래와 함께 인턴으로 일하다 잘린 거 누구더라...? 뺀질이 말이다. 자기가 그 회사에서 잘린 것이 장그래 때문이라고 생맥주집에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며 씩씩거리던 그놈 말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는 스펙을 쌓기위해 장그래 못지 않은 노력을 했을 거란 건 인정하겠다. 그를 보며 세상은 노력해도 안 된다는 걸 알았을 때의 그 상실감이란 대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장그래에게 뒤집어 씌운다는 게 좀 그렇긴 하다. 그래봐야 장그래는 계약직이다. 있는 사람으로 없는 사람의 그것까지 배 아파한다는 건 좀 너무하지 않는가? 그런데 보통의 사람들도 그러지 않는가?(나 황희정승 다 됐다.ㅋ)

 

안영이나 장그래를 보며 의욕만 너무 앞서도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좋은 사업 아이템인데도 회사는 좋다는데 직속 상관한테는 협박반, 까이는 것 반 접어야할 상황이다. 아무리 장그래, 안영이라도 나중에 5년차되고 10년차 되면 적당주의자 되고 후배 가르친다면서 그들의 선배처럼 될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런 선례가 없다며 계약직에게 사업 지원을 맡기지 못하는 건 또 얼마나 장그래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인가.  드라마는 한 예를 보여주는 거지만 그런 회사가 한 둘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산업이 구조적인 문제를 나을 것이며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젊은애들 기 살려주면 버릇없어진다는 건 도대체 어느 발상인가? 회삿밥 먹고 늙어버린 노땅들이 그렇게 젊은 사람 발목이나 잡아서 나중에 더 나이 먹어 얻을 건 뭐란 말인가. 그래서 젊은 사람이 나이 먹은 사람 싫어한다는 거란 말 밖에 더 듣겠는가? 특히 마 부장은 정말... 

 

그런데 나 개인적으론 감정이입 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한석률이다. 물론 외모는 내가 결코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는 악하지는 않은데 '누구든 당한만큼 갚아 준다주의'의 사람이다. 그게 참 나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드라마에 나온 사람 보고 그렇게 느끼기는 또 이번이 처음은 아닐까?ㅋ). 누구는 그런 성격을 두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의 사도쯤으로 말하기도 하겠지만, 그건 그저 다듬어져야 할 인격일뿐이다. 젊어서 그럴 수도 있고, 자기 영역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인정을 받아야 일하는 타입일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이 사회생활을 잘 하기란 쉽지 않다. 겉으론 아무 문제없이 사람도 잘 사귀고 차별없는 좋은 성격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옛날 모 협회에서 무임으로 일했던 나의 짧은 간사 시절이 생각난다. 나를 그 협회로 인도했던 분은 처음엔 봉사 정신으로 하는 거라며 쉽게 얘기를 했지만, 달이 나만 쫓아 온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은 다 나 같거나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며 산다. 그분도 그랬겠지. 나 역시 나의 능력을 잘 모르고 그의 손을 덥썩 잡은 것도 있고. 훗날 협회가 정식 인증을 받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을 때 난 정식 간사에서 제외 됐다. 물론 그때 받은 상처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난 역시 장그래가 아니다. 될 수도 없다. 나 자신을 알았더라면 애초부터 간사 제의는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물론 덕분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어서 꼭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그땐 그분이 참 야속했는데 지금은 감사할 수 있다. 뭐 덕분에 나의 폼나지 않는 이력에 한 줄은 넣게 되지 않았는가? 전 00협회 간사라고. ㅋ 

역시 분수를 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석률이 나의 페르소나는 아닐까 생각하면서, 벌써 1년 넘게 이 인간만큼은 밟아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왜 그런지 생각이 복잡하다. 리더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 어떤 망상에 사로잡혀 그것이 믿음인 양 휘젓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목소리 높여 싸울 수는 없고, 그래서 혹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요즘 읽기 시작한 책이다. 요즘 미생이 인기 있는 것만큼 그것을 키워드로 삼고 책소개를 해 읽고 있는데, 미생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나 역시 싸우게 되면 목소리부터 커지는 족속이라 그게 싸움의 가장 안 좋은 자세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 않아도 맨 첫장에 "말로써 이기려 하지 마라"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벌써 그 사람을 말로써 이겨 버렸으니. 

"말로써 흥하기를 바라지 말고, 말로써 망할 것을 두려워 하게. 그렇지 않으면 주변의 분노를 살 수도 있으니 도움이 될 게 없지."(16p)    

그렇다. 모래를 꽉 쥐면 손아귀를 빠져 나간다고 난 말로써 이겼는지는 몰라도 그 사람과 더 멀어졌다. 물론 그 사람은 누구도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런 인간류긴 하지만.

 

그래서 싸움의 고수가 돼 보고자 모처럼 읽는데 이런 책류는 또 하도 오랜만에 읽는 것이라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아주 오래 전, 로버트 그린의 <권력을 경영하는 48법칙>이던가 하는 책을 읽었는데 위의 책과 비슷한 맥락의 책인데 역사적 사건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내가 권력에 엄청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착각하리만큼.

 

그런데 나는 그 보단 역사 이야기가 재밌었던 것이다. 위의 책도 역사적 인물과 그 행적을 다루기는 했지 저자가 중국인인만큼 내가 중국 역사를 잘 아는 것이 아니라 로버트 그린의 책만큼 재미있을런지 잘 모르겠다. 

 

그 보단 난 미생을 보고 있으려니 오래 전 읽다가 조용히 모셔둔 이 책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속이고 짓밟는 인간처럼 더럽고 치사한 인간류가 없지만 그런 인간한테 당하고 씩씩거리는 건 또 얼마나 초라한가. 그러지 않거나 덜 그러기 위해 읽어줘야 할 것 같다.

 

이제 미생도 종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거 끝나면 꽤 허전할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요즘 막장이 아니면 드라마가 아닌 것 같은 세상에서 모처럼 건강하고 위로를 주는 드라마가 있어 좋았다. 제2, 제3의 미생 같은 드라마가 나와 줬으면 좋겠고, 우리의 장그래가 계약직 사원이 됐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줬으면 좋겠다. 그런 뻔한 결말은 제작진이 허락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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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영화가 지닌 미덕은 아무래도 전장에서 피어나는 진한 인간애 때문에 보게되는 것 같다.

러닝타임이 다소 길다는 느낌이 들긴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영화에 감탄하게 만든다. 

감독의 우아하고도 장중한 느낌이 역시 이름값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한껏 중국 여인들의 매력을 잘 살렸다. 아무리 외국인 선교사가 지은 성당을 배경으로 했다지만 없는 게 없어 보인다. 어디서 그렇게 도구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없는 거 빼고 다 있어 보인다. 그게 흠이라면 흠일까?ㅋ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난징을 소재로 했는데 역시 일본을 쉽게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별점: ★★☆

영화가 겉보기엔 참 그럴 듯 한데 가만히 뜯어 보면 참 별볼 일 없어보인다. 보면서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고 허리우드 영화가 다 그렇지 싶다.

가끔 작가가 등장하는 영화들이 있던데 난 그게 그다지 탐탁치가 않다. 이 영화도 그렇다. 물론 때로 작가의 글이 사람의 인식을 변하게도 하지만 그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글 읽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아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영화에선 작가가 뭐 대단한 일을 할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좀 오버란 생각이 든다.

영화는 1960년 대를 배경으로 했는데 노예해방 되고도 거의 1세기가 흘렀는데도 인종차별은 여전하다.

당시 백인 아이들은 거의 흑인 가정부에 의해 자라났다고 한다면 그 상황을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의식 있는 흑인 가정부라면 백인 어린 아기를 돌보면서 알게 모르게 평등사상을 심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저 그들에 의해 백인들을 고발하는 정도로만 보여진다. 뭐 대체적인 그 시대 상황을 그린 거겠지만 책도 난 영 신통치가 않았는데 영화도 별로였다. 그래도 책과 영화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영화가 훨씬 낫다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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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7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8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