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무도 간단하게 부숴진 한 가족의 삶. 그 시작은 우연히 대형마트에서 한 눈을 팔았던 부부의 방심에서 시작되었다. 윤석은 휴대폰 매장에서, 미라는 화장품을 구경하며 각자의 꿈을 꾸었지만 그 대가는 잃어버린 현실과 끝없는 악몽으로 이어졌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의 유괴속에 한 가정은 파괴되었다. 가장인 윤석은 파괴된 가정을 복구해보고자 나름대로 꿈을 꾸고, 이루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결국 자신이 꿈꾸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 속의 절망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작가는 유괴범에 대해 무척이나 제한된 정보를 제공하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유괴범이 40대의 간호사라는 사실만 알려준 채 범행의도, 자살동기 등을 추측하며 성민이의 인생에 미친 영향에 대해 평가하게 한다. 일종의 열린 배경을 통해 성민의 인생에, 윤석의 가정에 미친 배경을 그려나가게끔 의도한 것이다. 

 한편 주인공인 윤석은 그 후 아이를 찾는다는 꿈을 이루고자 노력한다. 잠시 아이에게서 눈을 뗀 댓가는 11년의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는 다니던 자동차회사의 정규직 자리를 관두게 되고 육체노동자로 전락했으며, 조현병에 걸린 아내를 보살피면서도 끊임없이 아이를 되찾는다는 꿈을 꾼다. 아이만 찾으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그를 살아가게 하는 목적으로, 그는 현실도 미래도 전부 내던진 채 아이의 행방에 인생을 바친다.

또 다른 주인공인 미라는 아이를 찾는다는 꿈을 포기해 버렸다. 그녀에게 내재되어 있던 조현병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을까, 아이를 찾느라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던 그녀는 비슷한 아이를 데려가려다 경찰에 잡혀 들어가고 주위의 불쾌한 시선과 손가락질을 받는 끝에 결국 정신을 놓아버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들의 꿈을 향한 다른 태도에 작가는 각각 다른 현실을 선물한다. 허황된 믿음으로 꿈을 좇는 윤석. 그의 꿈은 이루어졌지만 차라리 이루어지지 않느니만 못했다. 자살한 유괴범과 그 유괴범을 어머니로 알고 자란 친아들의 모습. 그가 생각했던, 그토록 꿈을 꾸며 바랬던 것이 마침내 현실로 이루어졌지만 현실과 꿈의 괴리감 속에 그에게는 절망밖에 답이 없었다. 

반대로 아이를 찾다가 지쳐버린 미라에게는 조현병의 발병이라는 장치를 통해 다가온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전개를 선물했다. 그들이 겪는 삶의 고통은 비슷했지만 삶의 마무리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윤석은 절망스런 현실 속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아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반면, 미라는 현실을 부정하는 삶 속에 실족사라는 결말을 맞이했다. 미라의 이러한 말로 속에 허황된 꿈을 쫓지는 말되 포기하진 말자라고 애써 이해하려고 해 보았다.

  사실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말까지 완벽하게 답답하다. 키워준 어미와 낳아준 어미를 둘 다 잃게 된 성민은 남들과는 다른 꿈을 꾸며 살게 된다. 성장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는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자신과 비슷한 운명이 예견된 아이를 남겨둔 채 자취를 감춘다. 혹시나 이 아이는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기대는 곧 허무함으로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무조건 재미있어야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온 글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이 해피엔딩이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역시 기대감은 끝이 보이고,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괴리감으로 바뀐다. 주인공이 그렇게 원했던 것을 제시함으로써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있게했지만, 그 클리셰를 깨버리는 씁쓸한 마무리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아니었는지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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