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낸다진짜 할머니라니그럼 가짜 할머니도 있다는 건가?병원에 계신 친정엄마만 봐 온 자신의 아이를 위해 이 글을 쓰신 작가님 책을 읽고 나니 그 마음이 보이고들려오는 것 같다내 기억 속의 할머니도 늘 아랫목에 누워 계시거나가래 끓는 기침을 하며 힘겹게 앉아방문을 반쯤 열어 두고툇마루 넘어 마당 입구에 들고 나는방문객 할머니들을 맞이하고 배웅하셨다나는 할머니가 두 발로 서 계신 모습은사진에서만 봐서사실 할머니가 그 시절 신교육을 받고양반집에서 시집온 콧대 높은 도시 여성이라는 게 썩 와닿지 않았다무겁지만 고운 비단 요 위에서 할머니는 약을 드셨고 기침을 하며 하얀 가루약을 털어 넣으셨다할머니는 동네에 어르신이라매일같이 문 닫을 틈 없이 손님이 오셨고노인정이 없던 그 시절 할머니 방은 노인정이었다내 할머니는 그러한데우리 아이가 친구에게 이야기한다"우리 할머니는 할머니인데 젊으셔~"그 말에 풉 하고 웃었는데생각해 보니 재미있기 보다정말 감사하고 뭉클한 고백 같았다젊은 할머니...친정 엄마도 이제 곧 칠순을 앞둔적지 않은 연세인 것을 알 리가 없는 아이들할머니는 방학을 맞아시골집 마당에대형 풀장과 그늘막을 설치해 두셨고자전거와 아이들 읽을 전집을 사두셨다친정아버지는 냉동실 가득아이스크림을 채워 두시고딸들 좋아하는 아이스커피를 위해휴가 내내 얼음 양을 체크하셨다건강... 당연하지 않은 것들인데당연하게 받아들였다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마음을 들여다보는 자식이고 싶었는데나 살길 찾느라, 내 자식 보느라가끔 미루고 잊고...내 아이들이 값없는 그 사랑을 알게 해주셔서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내 아이를 보고 나를 알고나를 보고 내 엄마를 떠올린 하루그리고 책.
노래를 본다그림책을 듣는다몇 곡의 노래 그림책을 읽어 봤지만이번 책은 정말 한없이 보고 또 보게 된다뮤직비디오가 담지 못할그림 넘어의 스케일은나와 내 추억의 몫이다블루투스 스피커로 선우정아의 노래를 켜고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장을 넘기는이 간단한 준비로 나는 아주 멀리 여행을 떠났다비 오는 시골길을 걷고해변에서 파도 소리를 들었다불멍과 함께 시계 따위는 필요 없는캠핑은 세상을 잠시 멈추게 했다그 여행에는 지금은 만날 수 없는 내 친구들을초대해 함께 했는데다들 더없이 행복해 보였고말이 필요 없는 그 표정에그저 고맙고 벅차고 뭉클했다아마 이 가사를 쓴 이가 또 이 그림을 그린 이가 이러했으리라혼자만 알기가 아까워친구 일터에 가서 음악을 켜고페이지를 넘겨가며 책 한 권을 다 읽고돌아왔다역시 집을 나서기 전보다기분이 맑아졌다다행이다.
바다 여행에서 막 돌아와 아이들과 읽은 책이에요아이스크림이 녹는 소리일까얇은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일까어둠 속에서는 아주 작은 소리들도거대한 그림자가 되어당장 침대를 덮칠 것만 같은 아이들에게바닷속 정체불명의 소리는역시 궁금증이나 설렘 대신두려움이나 서늘한 공포인가 봐요뭘까? 뭘까!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기던 아이는그림자를 보고 움찔 거리면서도빛이 스며들듯 조금씩 궁금해하고기대하는 눈빛으로 변하더라구요^^그림자가 있다는 것은그 뒤에 진짜가 있다는 거야우린 이제 그 진짜를 보는 거란다 하고이야기 해주며 페이지를 넘겼더니아이가 베시시 웃어보입니다오늘 밤은 아주 조금 용기가 생겼을것 같아요좋은 책 감사합니다
검은색은 보편적으로어둡고 암울하고 부동(不動)적인 느낌이 강한데그림책에서 간혹그와 상반된 검정을 만날 때가 있어요오늘 이 책에서 그 다정하고온기 있는 색을 만났답니다노란색의 경쾌함과 발랄함이이리도 대비되는 흑색과 잘 어울리다니이게 그림책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글 없는 그림책의 장점은작가의 의도에 메이지 않고누구나 각자 내면의 소리들을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인데책을 읽으며 내 안에 욕구와또 아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좋은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