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어록 -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들 사기 (민음사)
김원중 지음 / 민음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결국 정치를 잘해야 되는 것이었고, 나는 매번 거기서 무너졌다. 그럴 때마다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을 주던 문장들이 사마천의 사기에 출처를 두었기에 언젠간 꼭 읽어보리란 생각을 했었다. 어리석은 나의 사회생활에 한줄기 빛이 되어줄 지혜를 얻기 위해서. 하지만 나는 고전에 매우 취약한 사람....고전이 영원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렵고 잘 안 읽히는 책을 읽어낼 인내심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기를 읽을 시도는 더더욱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올해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 것이 결국 끝끝내 사기를 읽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오랜 시간을 건너온 고전임에도 요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뼈아픈 조언들엔 잠시 가슴을 부여잡기도 했다.
사기어록은 한문으로 쓰인 명문들을 이해하기 쉽게 완역했기 때문에, 나같은 독자도 끝까지 읽으며 사기가 전하는 삶의 지혜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읽으면서 밑줄 친 문장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내가 뽑은 최고의 문장은 역시 이거다.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 정치의 비책이다.’
나에겐 정치가 가장 취약하고 쉬이 극복되지 않는 부분이어서 크게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작은 마음을 가지고 어찌 큰 일을 도모하겠나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다. 주자! 아깝다 생각말고. 마음보를 크게 써야 정치가 조금이라도 쉬워지는 것이었는데 그걸 못해서 이 고생을 한거였다. 어렵지만 단순하고 명확한 답을 얻었으니 이제 주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이런 다짐을 하게 한 것만으로도 내게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빛났음이야.

#북리뷰 #민음사 #김원중 #사기어록 #인간과권력의본질을꿰뚫는문장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모순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시들. 나는 뭐가 되어가는 기분일까, 그런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 쉴 새 없는 이야기에 나를 잃어 버리고 또 나를 찾았다. 시를 잘 모르는 나는 시 한 편을 한 편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문장과 문장으로 받아들일 뿐이었다. 언젠가 내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던 의문들, 그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던 내 안의 고민들도 이 안에 담겨 있었다. 여태 나는 행과 행, 연과 연을 구분하고 문제에 답을 찾는 그런 시만을 배워 왔는데 모든게 시가 될 수 있는거구나, 시에는 사실 정해진 틀도 형식도 없었구나, 그래서 모든 시험을 졸업한 후에 오히려 시가 더 어렵게 느껴졌던거구나, 그렇게 이해가 되었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하면서도 갖춰진 틀안에 나를 끼워 맞추는 일이 더 쉽고 편한 그런 삶에 익숙해 있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쉽게 거부감을 느꼈었다. 앞으로 알든 모르든 내가 시를 읽어야 될 이유는 또 하나 늘었다. 그리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으니 울타리를 허물고, 안과 밖을 구분짓는 일 따위는 그만 둬야겠다. #나는되어가는기분이다

#북리뷰 #창비시선 #439 #이영재 #시집


#밑줄긋기 - ‘암묵’, 제2부 기형 편에서 발췌

착각하면서, 솔직해진다 솔직하다는 말이 얼마나 솔직하지 않은 말인지 생각하면서

생각하지 않아도 생각은 되고 만다
되는 것들에 굳이 관여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다고 또 생각하면서

알고 있다 모르는 것마저 알고 있다
지금 적고 있는 문장조차 비켜나고 합리화하려는 노력이라는 걸

결국 욕망은
여기를 향해봐야 저기로 도착하고 만다 나는 무엇도 바라거나 기대한 적이 없다 이미 저기에 모두가 모두와 함께 있고 만다 웃지 않는 표정으로
웃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
카르멘 G. 데 라 쿠에바 지음, 말로타 그림, 최이슬기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책의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공감가는 문장들. 책을 읽는다는 건, 나를 잃지 않기 위함이라니. 내 인생이 위기의 순간마다 책을 붙들고 있었던건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나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있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동안 몰랐었는데, 나 역시 느리지만 당연하게 그 길을 향해 걸어왔고 말이다. 이제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할 용기도 생겼다. 근데 왜 그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까. 작가가 아닌 나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살아왔지만 내 생각과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건 두려웠다. 솔직하게 다 쏟아내고는 다시 읽고 고쳐쓰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다듬다가 지워버린 글들도 많았다. 그 누구에게도 불편함을 줘서는 안 된다는 듯이. 나와 같은 몇몇의 공감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을, 다수의 비난이 무서웠다. 그래서 아직도 난 작가가 되지 못했나 보다. 글을 쓰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는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세상에 나와 비슷한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에 자매애를 느낀다. 시대를 앞서간 멋진 언니들 덕분에 여성으로서의 나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니, 나도 뒤이어 올 여성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멋진 언니가 되어야 할 것만 같다.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전 세대에 대한 부채감은 이렇게 갚고 싶다. 이제 긴 침묵에서 깨어날 때다.

#북리뷰 #엄마나는페미니스트가되고싶어 #을유문화사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여성주의 #여성연대 #책추천


#밑줄긋기

당신이 글을 쓰기 위해서, 자기만의 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 당신을 앞서간 다른 여성들을 관찰하고 그녀들의 말을 듣고 그녀들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기만의 방을 얻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는 그렇게 진지한 일이 되었다.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발견하기 위해, 저항할 수 없이 나를 끌어당기던 다른 사람들의 낯선 인생에 가닿기 위한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누구든 될 수 있었다.

마치 한 줄 한 줄 쓸 때마다 찰나의 시간을 벌어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윈스턴은 이렇게 썼다.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진다.”

보부아르는 독립적 여성은 직업적 관심과 여성이라는 불안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원하는 존재가 되는 것과 외부에서 기대하는 것 사이에 균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으며, 가까스로 찾는다 해도 “그녀에게 끝없는 긴장을 요구하는 곡예와 같은 양보와 희생”으로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여행은 마치 책이 그랬던 것처럼 나의 일부를 구성했다. 읽지 않고 인생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외국으로 떠나 사는 것이 의미하는 새로운 감각 없이는 인생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삶은 재빨리 변한다. 삶은 한순간에 변해 버린다.

나는 내가 기대한 삶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강이 보이는 난간에 기대어 다시 밖을 내다본 어느 날, 나는 내 자신을 믿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내 인생이라는 것을. 옳든 그르든 내 인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식인의 두 얼굴
폴 존슨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세히 들여다 보고도 존경할 수 있는 인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은 이런 의문을 갖는 나도 존경할 만한 삶을 사는, 본받고 싶은 사람을 찾아(당연히 있으리라 믿고) 꽤 많은 자서전을 읽고 동경의 시선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는 걸 지나온 시간과 경험을 통해 차츰 알게 되면서 사람의 인격과 업적을 분리해서 봐야 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고, 더불어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지식인의 두 얼굴이라니, 제목은 흥미로웠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지식인들의 (어쩌면 시대가 만들어줬을 수도 있는)업적에 가려진 삶의 이면을 보여주는 내용들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분명 다 다른 인물들인데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부정적인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이를테면 자신의 아이를 인정하지도 않고 돌보기는커녕 무관심 했으며 버리기까지 했다는 것과 같은. 불멸의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들을 써낸 작가들이 사생활에 있어서는 자신의 글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는 사실은 또 한번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타고난 재능을 가졌어도 인격적으로는 부족한 사람일 수 있고,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고는 하나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듯 실상은 어땠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니, (결국 인간인)지식인에게서 언행일치, 지행일치의 삶을 기대하는 것은 나의 욕심인걸까 하는. 그리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누군가를 볼 수는 있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 누가 누굴 평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문 또한 남는다. 하여 읽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북리뷰 #지식인의두얼굴 #폴존슨 #을유문화사 #지식인 #철학자 #이중성 #도덕성 #윤리성 #반전 #페르소나

#밑줄친문장
그 무엇보다도 우리는 지식인들이 습관적으로 망각하는 것, 즉 인간이 관념보다 중요하고 인간이 관념의 앞자리에 놓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고 있어야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한홍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가깝고도 먼 나라, 알다가도 모를 나라, 그리고 결코 좋아하기는 힘든 나라. 우리에게 일본은 그런 나라였고, 그런 나라이고, 그런 나라일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어두움이 깔린 한일관계의 지난 역사와 현재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보다 객관적인 동기부여를 얻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의문을 가졌을 일본은 왜 역사반성을 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근거와 '종족주의'라는 말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쩌다 정치에서 보수는 이토록 부정적인 말이 되었을까. 진보가 아닌 다른 대안은 결코 찾을 수 없도록 말이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보수와 진보의 균형잡힌 양날개의 역할을 현재로선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여느 사람과 같이 과거를 바로잡아야 현재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의 저자는 현재를 바로잡아야 과거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움직일 것을 제안하는 부분이 나에겐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수동적인 태도를 능동적으로 전환하여 주도권이 지금 현재에 있는 것 같아 희망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나는 한번도 이렇게 생각해 볼 생각을 못했을까. 좁고 편협했던 나의 역사에 대한 시각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아 앞으론 깊이를 더해 볼 생각이다.

#북리뷰 #한일우익근대사완전정복 #이영채 #한홍구 #창비

근대국가가 등장한 이래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노력은 모든 국가들의 공통 과제였습니다. 일본은 야스쿠니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애국심을 고취해왔는지를 되돌아보자는 것입니다. 국가가 개인의 죽음을 미화하고 영웅화하면서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추도 방식이 우리에게도 있었는데, 우리 역시 그 방식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면 야스쿠니 문제는 다른 방향에서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P.71-72
죽은 자와 어떻게 직면해야 하는가. 일본인들이 야스쿠니라는 이데올로기 장치를 통해서 추도해왔다면, 우리는 과연 국민 또는 민중의 희생을 어떤 형태로 추도해왔는가. 야스쿠니 문제는 역사인식에 대한 문제인 동시에 국가 속에 살고 있는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야스쿠니를 비판하는 동시에 우리 속에 존재하는 국가관과 애국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P.74-75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볼 때 민족적 관점이 중요하긴 하지만, 오로지 민족적 관점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보편적 관점이 중요합니다. 인권의 문제, 평화의 문제로 여겨야 합니다. P.79
과거를 연구하고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해야 하지만 실제 싸움은 지금 여기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과거사 청산은 현실을 개혁함으로써 해야 합니다. 지금을 바로잡으면 과거가 바로잡힌다는 생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과거를 바로잡아서 지금을 바로잡으려는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우리의 과거 청산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던 중요한 이유가 그런 방식이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을 바로잡는 작업에 더 힘을 모아주기를 부탁합니다. P.143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은 갈등과 혐오가 필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한국과 공통점이 많은 덕에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일본을 직시하고 배울 건 배우면서 연대해야 합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과거사 청산은 물론이고 새로운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P.2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