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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
카르멘 G. 데 라 쿠에바 지음, 말로타 그림, 최이슬기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책의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공감가는 문장들. 책을 읽는다는 건, 나를 잃지 않기 위함이라니. 내 인생이 위기의 순간마다 책을 붙들고 있었던건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나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있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동안 몰랐었는데, 나 역시 느리지만 당연하게 그 길을 향해 걸어왔고 말이다. 이제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할 용기도 생겼다. 근데 왜 그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까. 작가가 아닌 나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살아왔지만 내 생각과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건 두려웠다. 솔직하게 다 쏟아내고는 다시 읽고 고쳐쓰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다듬다가 지워버린 글들도 많았다. 그 누구에게도 불편함을 줘서는 안 된다는 듯이. 나와 같은 몇몇의 공감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을, 다수의 비난이 무서웠다. 그래서 아직도 난 작가가 되지 못했나 보다. 글을 쓰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는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세상에 나와 비슷한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에 자매애를 느낀다. 시대를 앞서간 멋진 언니들 덕분에 여성으로서의 나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니, 나도 뒤이어 올 여성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멋진 언니가 되어야 할 것만 같다.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전 세대에 대한 부채감은 이렇게 갚고 싶다. 이제 긴 침묵에서 깨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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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당신이 글을 쓰기 위해서, 자기만의 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 당신을 앞서간 다른 여성들을 관찰하고 그녀들의 말을 듣고 그녀들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기만의 방을 얻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는 그렇게 진지한 일이 되었다.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발견하기 위해, 저항할 수 없이 나를 끌어당기던 다른 사람들의 낯선 인생에 가닿기 위한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누구든 될 수 있었다.
마치 한 줄 한 줄 쓸 때마다 찰나의 시간을 벌어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윈스턴은 이렇게 썼다.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진다.”
보부아르는 독립적 여성은 직업적 관심과 여성이라는 불안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원하는 존재가 되는 것과 외부에서 기대하는 것 사이에 균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으며, 가까스로 찾는다 해도 “그녀에게 끝없는 긴장을 요구하는 곡예와 같은 양보와 희생”으로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여행은 마치 책이 그랬던 것처럼 나의 일부를 구성했다. 읽지 않고 인생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외국으로 떠나 사는 것이 의미하는 새로운 감각 없이는 인생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삶은 재빨리 변한다. 삶은 한순간에 변해 버린다.
나는 내가 기대한 삶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강이 보이는 난간에 기대어 다시 밖을 내다본 어느 날, 나는 내 자신을 믿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내 인생이라는 것을. 옳든 그르든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