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솔직해도 괜찮은 걸까.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나만 그렇게 느꼈던 건 아니었나보다. 다 읽고나니 뒷장 추천사에 영화 <윤희에게>의 감독님도 그렇게 쓰셨더라.사실 마냥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왜 그런가 들여다보니 나와 비슷한 현실에 놓였던 그녀의 삶이 내 삶과 오버랩 되는 순간들 때문이었다. 이제는 굳이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어느 시점의 내가, 특히 학창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를 여과없이 쓴 부분에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내 학창시절도 소환되었다. 나 말고도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니(있겠지만) 나는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괜찮아도 이 사람은 TV에 나오는 아나운서이기도 한데 이렇게 감정적으로 솔직한 글들을 세상에 내보이는게 괜찮을까 싶었다. 덕분에 나는 이렇게 매사에 전전긍긍 하며 때때로 구질구질하게 사는 것이 나뿐만은 아님을 오랜만에 시원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MBC 아나운서이자 작사가라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이 에세이를 읽고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열심히 사는 사람이구나 하고, 그래서 앞으로도 응원해주고 싶다.밑줄친문장 : )나는 이제야 사람에게 꼭 ‘지는 날‘만 있지는 않다는 걸 안다. 기다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기는 날이 오기도 한다는 것. p.25도망치는 건 조금은 비겁하지만, 용감한 일이기도 하다. p.48N잡러가 된다는 것은 지금처럼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일이다.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그래도 좋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 것. 행복하지만 힘들고, 힘들지만 행복하다. p.59자기 연민에 취하지 않기. 나를 혐오하지 않기 위해 끝없이 되새겨야 할 말이다. p.120#김수지 #에세이 #때로는워밍업없이가보고싶어 #어차피준비된인생은없으니까 #서사원
#엄마만의방그림은 귀엽고 내용은 뭉클하고제목은 그동안 내가 궁금해하지 않던엄마의 진짜 속내를 생각하게 한다.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연재 만화로 보고 있었다. 그래님의 귀여운 그림체에 담긴 따뜻한 시선을 오래전부터 좋아했기 때문이다. 엄마만의 방이라니, 당연한건가 싶을만큼 낯선 감정들에 당황스러웠다. 내 방이 없던 시절에 난 그토록 서러웠는데 엄마는 엄마만의 방이 없어도 괜찮을거라 생각한 이유는 대체 뭘까. 우리 엄마들에게 당연스레 주어진 것들이 뭐가 있었을까. 나조차 엄마는 괜찮겠지라고 뭉개버렸던 그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엄마들은 참으로 용감하다. 생의 매순간들마다 그렇다. 근데 그걸 내가 자주 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줄만 알았는데, 어떤 시점을 지나고 나면 할 줄 아는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진 부모님의 세월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 기어이 오고야 마니까. 그래서인지 엄마가 그동안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을 기록한 그래님의 엄마만의 방은 보는 내내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어서 뭉클했고 열렬히 응원하게 되었다. 어쩌면 엄마라는 이름에 갇혀있던 한 사람의 인생이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됨으로써 다시 한번 자기 자신으로 우뚝 서는 과정이 쉽지 않은 일이어서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 우리 앞으로도 잘 지내자. 따로 또 같이, 오래오래 함께.
제목만큼이나 강렬했던 스토리 구성. 초반에 느꼈던 충격 이후 이어진 주인공의 여정은 마치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열심히 사는데 뭐가 이렇게 안 풀리는지.. 이제 좀 뭐가 되려나 싶은 순간조차 약올리는 것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포기 못한 꿈에 드디어 기회가 주어진 줄 알았는데 거기엔 눈부시고 반짝이는 지원만큼이나 가혹한 조건도 따라 붙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 라는 자조섞인 한탄의 말을 중얼거리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로버트재단 자체가 거대 자본이 쌓아올린 철옹성이고 그들은 진실과 거짓, 진짜와 가짜 따위를 구분하는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본인들이 믿고 싶은 걸 진실로 만들고 진짜로 믿게 만드면 되는거니까. 자본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서 머리가 띵해졌다. 작가의 작품활동을 전방위로 도와주는 등의 친절을 베풀다가 결국에 완성된 작품 하나를 소각해버리는 잔인함. 작가의 행복한 순간을 가장 뼈아프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었다. 다행히 소설 속 주인공인 작가는 소각될 자신의 작품을 구해내지만 기가 막히게도 소각되지 않은 작품은 진짜가 아니고 불타는 작품만이 진짜라는 말을 듣게 되고 거기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알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숨겨진 의미까지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진실과 거짓을 드러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게 의미가 있을 것 같냐는 의문을 남겼고 그 점에 대해선 좀 더 생각해 보려고 한다. #북리뷰 #윤고은 #장편소설 #불타는작품 #은행나무 📝 p.47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그 때는 내 인생의 몇 페이지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다고 믿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가 서 있는 지점은 오래전에 운 좋게 통과했다고 생각했던 그 예전 페이지였다. 페이지의 교란이 있었던 것처럼 다시 그 불안과 초조 속에 놓인 것이다. 조금 더 무뎌진 채로. 📝 p.80너무 앞서 생각하는 것은 나의 오래된, 그리거 불편한 버릇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끝을 걱정하던 시기를 지나 언제부터인가는 시작과 동시에 불발을 걱정하는 시기로 접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불미스러운 단어를 집어넣어도 끌려나오는 사건들이 없는 것처럼, 지금 이 모험이 불발탄이거나 오발탄일 리는 없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 p.292어떤 사람들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고치면서 매일을 살아나간다. 발트만이 그런 인물이었다. 이미 지나온 삶에 대해 뒤늦게 꿈꾸는 것이 무모한 일일까. 이미 흘러온 시간은 바꿀 수 없는 것이므로 영 가망 없는 일일까. 📝 p.294어떻게 트리밍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 p.312진실이요? 잘 보관하지 못해 부패해버린다면 다 의미 없는 이야기죠. 때로는 알맹이가 아니라 껍데기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버트 재단의 액자 틀이 있으면 그 안에 있는 건 모두 믿고 싶은 얘기가 되지요. 그게 썩지 않는 진실입니다. 📝 p.341불타는 작품만이 진짜라고. 불타고 있을 때, 그 순간의 화력만이 사람의 영혼을 움직인다고. 그런 의미에서 화염을 피해 밖으로 나온 건 진짜일 수가 없다고.
뉴욕이라는 도시에 끊임없이 매료되는 나는 이전에 봤던 책의 개정증보판까지 보고 싶었다. 공허한 일상을 지적 허영심으로라도 채우고 싶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책 제목도 나의 뉴욕 수업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의 개정판인지 몰랐더라도 결국 소장하고 말았을 이유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언제나 궁금한 나는 여행을 통해 그 갈증을 해소하려 했었다. 낯선 곳에 나를 놓아두는 것이 두렵고 겁이 나는 것만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자극했기 때문에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감수하면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기회를 만들어 가며 떠났던 것 같다. 생활은 여행과 분명 다를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은 해외에서 거주하는 삶을 꿈꾼다. 외노자의 삶이든, 유학생의 삶이든. 그래서 곽아람 작가님의 이 책을 다시 보며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흥미로웠던 것 같다. 나 대신 내가 꿈꾸는 삶을 살아본 사람의 이야기. 늘 그런 대리만족과 간접경험을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림을,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한 화가의 그림을 통해 뉴욕을 만나는 기분이라니. 이는 마치 영화 캐롤을 보며 설렜던 그 감정과 비슷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작가의 사진 속 뉴욕을 보는 것처럼. 호퍼의 그림은 그의 시선 속 뉴욕이 어떤지를 보여주었다. 쓸쓸하고 건조한데 웬지 모를 위로가 느껴지는, 외롭지만 따뜻한 느낌. 그림 속 이 도시의 고독함을 그냥 지그시 오래 쳐다보고 싶어졌는데, 다행히 실제로도 그럴 기회가 서울에 생겨 기쁘다. 그녀의 가감없이 솔직한 글들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고 읽는 동안은 뉴욕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청강생이 된 기분이었다. 미술관에서 하는 수업이라니 설레지 않을소냐. 지나고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림도 그런 매개체였단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을 건너 그 시절이 내 앞에 당도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아서 전시회 보러 가는걸 그렇게 좋아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알고보니 나는 오래 살아남은 것들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공통점. 유럽도, 종이책도, 필름사진도. 세월을 견디고 오래 사랑받는 것들, 참 소중하고 아름답다.[내가 밑줄 친 문장😌]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좋은 것보다 싫은 것이 많아진다. 싫은 걸 영원히 멀리하는 꽉 막힌 중년이 되고 싶지는 않다. p. 109한번쯤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보고 싶었다.p. 168책읽기란 오래전부터 내게 또다른 세계와의 만남, 일종의 접신과도 같은 것이었다.p. 204“운명이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삶이란 어떤 면에서 동화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p. 217그림이란 결국 현실의 간난함과 고통스러움을 거르고 가려주는 장치가 아닐까, 이런 순간이면 그런 생각을 한다.p. 246결국 사람이 어떤 장소를 사랑한다는 건 그 장소에 얽힌 추억을 사랑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닐까.p. 279 예술가들에게 여행은 자극이다.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자기 안의 세계에 또다른 문을 열어주는 일인 걸까.p. 308#북리뷰 #나의뉴욕수업 #곽아람 #아트북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능력을 배울 만한 것이었다. 때로는 그 모든 게 만족할 만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 스텝을 얼른 밟고자 하는 의지로 일할 때도 있다. 이런 때, ‘과거보다 나아진 환경에 나를 데려다둔다’는 마음이야말로, 일에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