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남성적 정체성과 관련한 주요 요소이면서 가부장제를가능케 하는 결정적 요소이기도 하다. 무기류는 피억압 집단을통제할 때 반드시 필요할 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여성 억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전쟁 체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를 맡고 있다. 무기는 희생자를 만들어낸다. 반면에 적은 우리의 모든 부정적 특성을 체화한 존재로, 멸시받기는 하지만 적어도 지위에 있어서는 동등하다. 그런데 희생자의 입장은 결코 동등하지 않다.
희생자는 우리가 적에게 투사하는 죄를 지은 바 없으며, 적보다 훨씬 취약하다. 순수함과 취약함은 가장 소중히 여겨지면서 찬사를 받는 여성적 특성 가운데 하나이다. 남성이 전사의 속성을 드러내도록 사회화된 반면, 여성은 순수함과 취약함이라는 특성을 보여주도록 사회화된다. 이렇게 여성은 다른 피억압 집단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특성을 연기하면서 스스로를 억압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 이렇게 여성은 (자신이 보호받거나 보복당할 수 있는) 무기 생산을 이어 나갈 추진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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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억압자가 압제자에게 대항해 자기 파괴로 다다를 가능성이 큰 투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압제자의 가치관 및 세계관을 수용해서(혹은 수용한 것처럼 꾸며서) 생존하는 대응 장치, 나는 그것이 내면화라고 생각한다.
피억압자들은 압제자가 우월하고 인류의 이상적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자기 조건을 합리화했던 것이다. 이처럼 피억압자들은 다수가 생존의대가로 자신의 열등성을 수용해왔다.
차파르데트가 지적했듯이, 이 현상은 피억압자 고유의 특성을평가 절하할 뿐만 아니라, 억압의 사슬에 더해 위계질서적 관계를 유지시키고 적과 희생자를 계속 양산해낸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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