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나는 아직까지 살아 있는 이들보다 이미 죽은 이들이 더 복되다 하였으며, 그러나 그들 모두보다 태어난 적이 없는이, 그리하여 태양 아래 범해진 사악한 일들을 보지 못한 이가 더 복되다 하였노라. 

                                                                                     ㅡ전도서 4:2ㅡ3 P.277



팬데믹을 거치며 인간이란 종족이 지구에 해를 입히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거라 생각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속담이 무색할 만큼 팬데믹, 기후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와 식량위기등 전 세계인이 함께 목도하는 난제들이 지금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계층 간의 분열과 갈등을 극대화하는 국내 정치상황은 확실히 '살맛나는 세상'과 거리가 있어보인다. 마침 이럴때 이 책을 읽어 한편으로는 심증에 논리적인 확증이 더해진 기분이라 위로가 되고 한편으론 답답함도 더해졌다. 답답함은 오늘 공기 탓인 것도 같아 미세먼지 정보를 찾아보니 WHO 기준 권고치 초과라고 나온다. 요즘은 US기준으로 이런 상황도 빨강이 아닌 초록으로 표시된다.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이런 방식이 먹힌다는 게 씁쓸하다. 이렇듯 우리는 심리적, 환경적 이중 고통 속에 놓여있다. 








넷플릭스 <러브,데스,로봇> 시즌 3에 '아이스 에이지'란 이야기가 있다. 한 커플이 새로 이사한 집에서 헌 냉장고를 발견한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오래된 성에 사이로 인류를 닮은 미니어처가 그 안에 있고 문명의 시작과 끝이 빠른 화면처럼 그 안에서 진행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실제 역사와 닮아 있어서 과거로부터 현대로 이어지자 이들은 감격한다.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미래까지 이어지는데 그러나 그 결과는 전쟁으로 인한 인류 절멸이었다.  



최재천 교수에 따르면 몇십 년 전부터 WHO와 FAO가 후진국들에 가서 설명하고 피임법들을 교육시킨 결과 전 세계적으로 출생률은 이미 낮아지기 시작했지만 인구증가율은 낮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모집단 규모 자체가 너무나 커져버렸기 때문. 10억에서 20억 인구가 되기까지 약 100년이 소요되었다면 60억에서 70억으로 느는데 약 12년 밖에 안 걸렸다. 전체 규모가 큰 상태이므로 인구증가율의 기간은 점점 짧아지는 것이다. 즉 10억에서 사람이 느는 것과 70억에서 사람이 느는 규모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섬에 아무도 사는 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만일 존재했더라면 그 섬에 거주했을 행복한 사람들을 위해 슬퍼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화성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향유할 수 없었던 삶에 관해 그런 잠재적인 존재를 위해 유감으로 생각하며 애석해하지 않는다. ....우리는 존재할 수도 있었던 이들의 고통은 유감스러워하지만 부재하는 쾌락을 유감스러워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p.64



인류의 역사와 그 해악을 인간의 입장이 아닌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슬프게도 답은 더욱 명확하다.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도 않고 생각할 필요도 없게끔 그저 낳는 것이 기본값인 것처럼 유도하는 이 전 지구적 힘은 어디에 그 원천이 있을까? 농경사회나 산업 부흥의 필요에 의한 이유뿐일까? 나는 농경사회 이후로는 자본주의와 긴밀히 연결되었을 거라 짐작한다. 자본주의의는 이익을 위해 수많은 소비재를 생산해야 했고 그걸 위해서는 그걸 만들어낼 인력과 그걸 구매할 인력이 필요했다. 인류 문영은 더 편리함과 풍족을 과거에 비해 이루었음에도 끊임없이 이익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과 여기에 구조적으로 얽힌 사람들로 인해 벗어나기 힘든 자본축적의 굴레안에 들어서 있다. 때문에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더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만큼 소비해야 한다. 낙천주의 성향(낙천편향)은 그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에 맞물려 사람들의 기본 정서로 자리 잡아 이 시스템을 유지시킨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태어날 수밖에 없다면, 그다음으로 좋은 것은

우리가 왔던 곳으로 재빨리 돌아가는 것이다. 

젊은이가 그 모든 어리석음과 함께 세상을 떠날 때

누가 악 아래에서 비틀거리지 않는가? 누가 그 악에서 탈출하는가? ㅡ 소포클레스 p.41




사람들이 그렇다고들 하니까 그저 별생각 없이 나도 거기 동의했던 일들을 생각한다. 미심쩍을 때도 많았지만 그냥 그렇다니까 나도 그렇다고 하는 게 편했고 소속감을 주었던 것도 같다. 다른 생각을 갖는다는 건 내 삶의 옵션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라는 경외심 섞인 반감이 들기도 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이유로 죄인처럼 살았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좀 더 명확하게 고민했다면, 미심쩍은 것들을 파고들었다면 그런 시간이 훨씬 줄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다.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당연한 것들에 의문을 갖는 방법을 뒤늦게나마 알았다. 그리고 의문을 가져야만 하는 것들이 꽤 많다는 사실도 따라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의심없이 부여받은 낙천주의 성향에 대해 의문을 갖게된다. 그리고 세상이 많은 불행한 일들과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거기에서 완전히 예외인 사람은 ㅡ누구나 동의하겠지만ㅡ 거의 없다. 그 사람의 부나 사회적 지위, 계층에 상관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제각각의 수많은 난관에 어떤 식으로든 매번 부딪히게 되니까. 데이비드 베너타는 그 정도와 대응 방식에 상관없이 쾌락과 고통으로 분류했을때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논증한다. 서론에서 상당히 명쾌하게 핵심을 전달하는데 가능한 여러 반박에 논리적으로 근거를 대느라 일부 내용이 꽤 어렵게 느껴졌다. 흥미가 있다면 서론이라도 읽어보고 가능하다면 저자가 말하는 주요 파트를 추가로 읽어보는게 도움이 된다. 늘 그렇듯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쇼펜하우어의 견해에 의하면 삶이란 갈구하고 의지하는 끊임없는 상태, 즉 불만족의 끊임없는 상태이다. 자신이 갈구하는 것을 얻는 일은 일시적인 만족을 가져다주지만 어떤 새 욕구를 곧 낳는다. 갈구가 끝이 난다면 그 결과는 지루함, 즉 다른 종류의 불만족(dissatisfaction)일 것이다. 갈구(striving)는 삶의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는 살기를 멈출 때야 비로소 갈구하기를 멈춘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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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2-05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피엔스가 가는 곳마다 기존에 살던 종의 절멸이 뒤따랐다는 이야기를 <사피엔스>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인구 자체가 너무 커져버려서 12년만에 60억에서 70억이라니...무섭네요.
인구가 줄어야 지구가 살텐데 참 미래가 암담합니다.
아이 많이 낳는게 애국하는 거라는 말 참 싫습니다. 다 돈 때문이지요. ㅠ


청아 2023-02-05 22:45   좋아요 2 | URL
<사피엔스>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죠!^^* 인구증가가 이렇듯 무시무시한데 출산률 낮다고 돈 주는거 참 그렇더라구요. 이미 낳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23-02-06 0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놈의 사피엔스가 이제는 사피엔스를 멸종시킬거 같죠. 전 지구적 위기를 내 힘으로 막을 수는 없을거 같고 우리 애들보고는 너희는 애 낳지마라 하고싶어요.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힘든 주장을 저렇게 과감하게 하는 책은 궁금하네요. ^^

청아 2023-02-06 08:31   좋아요 1 | URL
전쟁 무기가 갈수록 정밀하게 발달하고 국가간 군비경쟁속에 방산업체가 호황을 누리니 다 죽자는 건가 겁이 납니다. 우리나라도 무기 팔아 큰 재미를 봤다고 하더군요? 도서관에서 서론만 읽어보셔도 꽤 재밌으실거예요. 더 얇게 마무리할 수 있는 책이었는데(대히트를 쳤을수도) 반박을 예상하고 펼친 논리가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예시 올리려다 깜빡함요.^^

난티나무 2023-02-06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북플에 올라올 때부터 궁금했는데 미미님 글 보니 더 궁금해져요.^^

청아 2023-02-06 08:35   좋아요 1 | URL
뒷부분이 좀 어려워서 그렇지. 서론이 재미있고 저자가 하려는 말의 핵심이 거의 다 담겨있어요.^^ 서론을 읽게되면 뒷부분이 궁금해서 안읽수가 없지만 철학적인 설명이랄까 난해한 부분 때문에 몇번 저 안드로메다로...ㅋㅋㅋㅋㅋ

은오 2023-02-06 0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로 갈수록 내가 책을 읽는 건지 글자만 훑는 건지 머리 터지겠네 하면서 읽었던 ㅋㅋㅋㅋㅋ 사실 태어나지 않는게 낫고 인생은 고통으로 점철되어있다는 건 이 책 읽기 전에도 절감하던 것들이었는데, 이걸 남이 정교한 논증으로 펼쳐주니까 읽는 쾌감이 있더라고요. 정말 다들 읽어봤으면 하는 책!

청아 2023-02-06 08:42   좋아요 4 | URL
저도 최근에는 삶이 고통이라고 느꼈지만 그래도 역시 사는 것이 죽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걸랑요. 이 책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낙천 편향이었더라구요? (예전보다는 나아졌습니다만) 그 근거는 불명확한데도 말이죠. 꽤 논리정연해서 재밌었고 저도 지적쾌락을 느꼈어요.^^ 그래서 서론만이라도 읽어보시라고 홍보중입니다.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6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뭐야 왜 나보다 먼저 읽었어요? (화를르르르르륵… 주말에 논거 반성 중) 그럼 전 이만 책일그러 갑니다!!!!

청아 2023-02-06 08:4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쟝쟝님 글 보고 그날 바로 저도 도서관으로 달려간ㅋㅋ(사실 빠른 걸음으로 걸었...)
헌사도 서론도 너무 재밌어서 돌아오는길에 읽었어요. 나머진 집에서 띄엄띄엄. 살까말까 고민입니다^^

그레이스 2023-02-06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도서의 방점은 헛됨일까요? 아님 헛되지 않게 사는 법에 있을까요?
모든 영화를 누린 솔로몬이 말년에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허무에 시달렸다는데 깊은 사유를 하게 하네요.
인구절벽! 심각한 문제인데, 그것으로 덧입혀지고 연결된 문제들을 정확하게 바라보아야 할 필요도 있겠네요.

청아 2023-02-06 10:51   좋아요 3 | URL
오~글쎄요. 직접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말씀하신 시각으로도, 또 읽을 때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느껴질듯 합니다.
일단 전도서가 너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안그래도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전체를 읽고 나면 저 문장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겠지요? ^^*

가필드 2023-02-06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상업주의와 인구의 감소라는 부분이 이렇게 긴밀하게 짜여진 교묘한 구조 공허해지네요

청아 2023-02-06 13:08   좋아요 2 | URL
오래간만에 제대로 현실직시를 한 기분이예요. 읽고 나서 좀 우울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저는 이왕 태어난김에 하던대로 삶의 가치를 계속 찾으려고요. 그렇지만 가필드님 이 책 서론은 열렬히 강추입니다!! 비관적인데 논리적이고 웃기기도해서 어쩐지 뇌가 섹시해지는 기분을 느끼실거예요~^^♡

독서괭 2023-02-06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제목만 봤을 때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미미님 소개글 읽으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얼마전에 80억 돌파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생산에 필요한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말이예요. 휴..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청아 2023-02-06 13:13   좋아요 2 | URL
그렇죠! 전 지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문제가 많다는걸 다들 목도하고 있어도 변화는 힘들듯 합니다. 괭님 읽어보고 싶으시다니 기분좋네요~♡ㅎㅎㅎ😆
서론 아주 재밌습니다. 뒷부분도 뼈때리는 내용 곳곳에 있지만 철학적으로 논리를 펼치는 글이라 어려운 구간이 다수예요.

페넬로페 2023-02-06 1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이 책이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어요. 혹시 역설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 나오는 것 같네요~~
이런 문제들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기능적으로만 볼수도 없고 ㅠㅠ
인구절벽이라 그러는데 그것도 아닌가봐요.
전쟁 나서 어떤 집단에서 사망률이 높아져도 이 지구는 지켜진다는 사실이 씁쓸해요 ㅠㅠ
ㅠㅠ의 계속, ㅠㅠ~~

청아 2023-02-06 17:18   좋아요 3 | URL
노인인구가 많이 늘었다고 60세 이상 무임승차에 대해 설문조사도 했더라구요. 이제는 72세 정도는 되야 노인이라고들 생각한대요. 한창 일해야 할 젊은 세대가 부족해지니 거기맞게 변화가 이어질듯해요.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변화가 가속화 되고 있어 무섭기도 하고요.

최재천 교수가 인구과잉으로 식량난이 몇십년 안에 온대요.
이건 최재천 교수만의 주장이 아니고 학계에선 일반화된 예측인것 같아요. 이런 일들을 초래한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지 걱정하며 읽었어요.ㅠ.ㅠ

희선 2023-02-08 03: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하기도 하는군요 없으면 없는대로 살기도 하는데... 알면 모르던 때로 돌아가기 어려울지도... 바이러스 아니면 인류 자신이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지금이라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희선

청아 2023-02-08 11:25   좋아요 2 | URL
네! 냉정하게 인간의 해악을 생각해보는 계기였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 삶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났기를 바랍니다.

오늘 바람이 불어 그런지 오후부터 공기가 나아진다니
희선님 맑은 하루 보내시길요^^*
 

그것이 받아들여지건 아니건 간에 말할필요가 있는 것은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쓴 것이다. - P10

많은 독자들은 내 논증을 기각하고 싶어 할 것이며 또 지나치게 성급하게 기각해 버릴 것이다. 인기 없는 견해를 거부할 때는 자신의 반응의 힘에 대하여 과도하게 확신을 갖기가 아주 쉽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자신이 정통 교설(orthodoxy)을 옹호하고 있을 때에는 자신의견해를 정당화할 필요성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 P10

아기를 가짐으로써 새로운 사람들을 창조하는 것은 인간 삶의 너무나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정당화를 요구한다는 생각조차거의 하지 않는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만들지 않아야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만든다. 다시 말해서 출산은 보통 섹스하다 보니 나온 결과이지 사람을 존재케 하려는 결정의 결과가 아니다. 정말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는 이들은 여러 이유에서 그런 결정을 할지 모르나, 그런 이유들 가운데 잠재적 아이의 이익은 들어갈 수 없다. 결코 아이를 위해 아이를가질 수 없다. 여기까지는 이 책에서 내가 논하는 강한 견해 - 사람들을 존재케 함으로써 이득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항상 그들에게 해를 입힌다는 견해를 거부하는 사람들까지도 포함해서 모든 사람에게 명백할 수밖에 없다. - P18

각주

고기를 먹는 것을 방어하는 특별히 형편없는 논증 중 하나는 인간이 동물을 먹지 않는다면 그 동물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그 경우 인간은 실제로 지금 번식시키는 것과 같은 수로는 그 동물을 번식시키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그 주장은 비록 이 동물이 죽임을 당하지만 그들이 치르는 이 손실은 그들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이득에 의해 능가된다고 하는 것이다.  - P19

비록 그들이 나를 존재케 하였지만, 나의 부모님께.
그리고 그들 각자의 존재가 비록 자신에게는 해가 되지만,
나머지 우리들에게는 큰 이득이 되는 나의 형제들에게


헌사

선한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고통을 겪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많이 하면서도, 아이들의 모든 고통을 예방하는 하나의 (그리고 유일한) 보장된 방법은 아이들을 애초에 존재하게끔 하지 않는 것이라는점을 알아채는 이들이 그토록 적다는 점은 매우 별난 일이다. 사람들이 이 점을 알아채지 못하고, 또는 설사 그것을 알아챈다고 하더라도그 깨달음을 따라 행위를 하지 않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러나 내가보일 바와 같이 잠재적 아이들의 이익은 그 이유에 들어갈 수 없다. - P24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비록 어느 누구도 (nobody) 태어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운이 좋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 각자는 (everybody) 태어났을 정도로 충분히 불운하다.  - P25

친출생 편향은 많은 방식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결혼해서건 아13니면 그냥 동거해서건)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보며, 불임이 아니라면아이를 낳지 않는 건 퇴행적이거나(backward) 아니면 이기적이라고본다. 퇴행적이라고 보는 것은 개체발생론적 패러다임이나 개인의 발달 패러다임을 활용한다. 즉 아이들은 아이들을 낳지 못하지만어른들은 낳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번식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온전한 어른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적절한 패러다임인지는 절대 명백하지 않다. 첫째로, 언제 아이를 갖지 않아야 할지를알고 이 앎에 따라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은 성숙의 징표이지 미성숙의 징표가 아니다. 아이들을 기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아이를 갖는 지나치게 많은 수의 청소년기) 아이들이 있다. 둘째 역시 첫째 논점과 관련되어 있다. 계통발생적인(phylogenetic) 관점에서 출산하려는 충동은 극도로 원시적이다. 만일 ‘퇴행적인‘이 ‘원시적인‘
으로 이해된다면, 출산하는 것이 퇴행적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동기를 가지고서 출산하지 않는 것은 진화적으로 더 최근 일이고 더 진보된 일이다. - P28

몇몇 공동체에서는 아이를 낳으라는, 때로는 심지어 최대한 많은아이를 낳으라는, 동료의 압력을 비롯한 사회적 압력이 상당히 높다.
부모가 자신들이 낳는 많은 수의 아이들을 적절하게 보살필 능력이없을 때조차도 그런 압력이 있다."
압력이 항상 비공식적인 것도 아니다. 정부는 드물지 않게 꼭 그런경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출산율이 하락할 때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서 개입한다. 이미 인구가 많은데도 그 인구의 대체율 이하로 출산율이 떨어졌다는 것을 우려하며 정부 개입이 이루어지기도한다. 여기서 우려라는 건 노동 연령에 더 적은 수의 사람들이 있게될 것이고 그러면 더 많아진 노인 인구를 먹여 살릴 납세자가 적어질것이라는 우려다.  - P29

친출생주의가 작동하는 또 다른 방식은 심지어 (단순히 정치적인영역이 아니라) 도덕적인 영역에서도 번식자들은 아이를 가짐으로써자신들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부양가족이 있는 부모를 어떤 이유에선지 더 중요한 존재로 여긴다. 예를 들어 희소한 자원이 있고,
예를 들어 기증된 콩팥이 있고, 잠재적 수혜자가 두 명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은 어린아이들의 부모이고 한 명은 그렇지 않다면, 모든 사정이 동일할 때, 그 부모가 수혜자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 P32

나쁜 것,이를테면 고통과 같은 것의 부재는 설사 누구도 그 좋음을 향유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좋음이다. 반면 좋은 것, 이를테면 쾌락과 같은 것의 부재는 그 좋음이 박탈당할 누군가가 있을 경우에만 나쁘다. 이비대칭성의 함의는 아예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나쁨을 피하는 것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진정한 우위점 (advantage)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존재하지 않아서 일정한 좋음들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아예존재한 적이 없는 것의 진정한 열위점(disadvantage)이 아니라는 것이다. - P35

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태어날 수밖에 없다면, 그다음으로 좋은 것은우리가 나왔던 곳으로 재빨리 돌아가는 것이다.
젊은이가 그 모든 어리석음과 함께 세상을 떠날 때누가 악 아래에서 비틀거리지 않는가? 누가 그 악에서 탈출하는가?
ㅡ소포클레스 - P41

‘살 가치가 있는 삶‘ 이라는 표현은 ‘지속할 가치가 있는 삶‘ - 이것시작할 가12을 현재 삶의 의미(the present-life sense)라고 하자치가 있는 삶 - 이것을 미래 삶의 의미 (the future-life sense)라고 하자-어느 쪽을 의미하는지 애매하다. 지속할 가치가 있는 삶은
‘지속할 가치가 없는 삶‘ 처럼 이미 존재하는 사람에 관하여 내릴 수있는 판단이다. ‘시작할 가치가 있는 삶‘은 ‘시작할 가치가 없는 삶처럼 잠재적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 (a potential non-existent be-ing)에 관하여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사람들이현재 삶 의미를 취해서는 그걸 미래 삶 의미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은 상당히 다르다. - P47

삶이 시작할 가치가 있는지 물을 때 우리는 그것이 지속할 가치가 있는지 물어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우리는 미래 삶에 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갖는 선호에 호소할 필요도 없다. 내가 다음 장의 2절에서 보여줄 바와 같이 자기 자신의 삶의 질에 대한 자기 평가는 신뢰할 수 없다. - P54

사실 나쁜 일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난다. 어떤 삶도 곤경 (hard-ship)이 없지는 않다. 가난한 삶을 사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삶의 많은 부분을 어떤 장애를 갖고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것은 쉬운 일이다. 우리 중 일부는 그런 운명을 피할 만큼 운이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부분은 삶의 어떤 단계에서는 건강이나빠서 고통을 겪는다. 고통은 흔히 극심하다. 설사 그 고통이 우리의 마지막 날에 겪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일부 사람들은 긴 기간의 노쇠함을 겪도록 자연의 저주를 받는다. 우리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20 우리는 드물게만 새로 태어난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해악을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 모든 고통, 실망, 불안, 슬픔 그리고 죽음에관해서, 어떤 아이에 대해 우리는 이 해악들이 어떤 형태로 발생할지 얼마나 심각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 해악 중 일부는 발생하리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다." 이 중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자에게는 닥치지 않는다. 오직 존재하는 자들만이 해를 입는다. - P56

 어떤 이가 자신의 삶을 즐긴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존재를 비존재보다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존재하게 되지않았더라면 그 삶을 사는 기쁨을 아쉬워할 사람이 없을 것이고 그리하여 그 기쁨의 부재는 나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삶을 즐기지 않을 경우에 존재하게 된 것을 후회 (regret)하는 것은 이치에 닿는다. 이 경우 존재하게 되지 않았다면 누구도 그 사람이사는 삶으로 인해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좋다. 설사 그좋음을 향유했을 누구도 없게 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 P94

자기 삶이 얼마나 잘되어 가는지에 관한 개인의 판단을 결정하는 것은 자기 삶이 그 자체로얼마나 잘되어 가는지보다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얼마나 잘되어 가는지이다. 그래서 자기 평가는 자기 삶의 실제 질 (actual quality)에대한 지표이기보다는 비교를 통한 상대적인(comparative) 질에 대한지표로서 더 쓸모가 있다. 이로써 발생하는 효과 중 하나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삶의 부정적 특성은 그들 자신의 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에서 작용하지 않는(inert)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이 삶의 질에 매우 유관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간과하는 것은 신뢰할 수 없는 판단에 이르게 한다. - P107

쇼펜하우어 견해에 의하면 삶이란 갈구하고 의지하는 끊임없는 상태, 즉 불만족의 끊임없는 상태이다. 자신이 갈구하는 것을 얻는 일은 일시적인 만족을 가져다주지만 어떤 새욕구를 곧 낳는다. 갈구가 끝이 난다면 그 결과는 지루함, 즉 다른 종류의 불만족(dissatisfaction)일 것이다. 갈구(striving)는 삶의 피할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는 살기를 멈출 때야 비로소 갈구하기를 멈춘다. - P118

쾌락적 감각은 일부러 구하려고 해야 한다. 그런 감각이 없으면 단조로움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이 모든 것의 결론은 지루함을 포함하여) 괴로움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애써 노력해야만 하며, 그것도 오직 불완전하게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만족은 실제로 삶에 팽배해 있고 팽배할 수밖에 없다. 만족의 순간, 아마도 만족의 기간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들은 갈구하는 불만족을 배경으로 해서만 발생한다. 낙천편향은 대부분의 사람들로 하여금 이 배경을 흐릿하게 지우도록 할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거기 있는 것이다. - P119

많은 질병도 인간행위 탓으로 돌릴수있지만, 우리 종의 일부가다른 사람들에게 가한 더 의도적으로 야기된 괴로움을 살펴보라. 한권위 있는 저자는 20세기 전에 1억3천3백만 명의 사람들이 대량 학살로 사망했다고 보고한다." 동일한 저자에 따르면 20세기의 첫 88년동안 1억7천만 명의 사람들(그리고 아마도 그 수는 3억6천만 명이 될수도 있다고 한다)이 총을 맞고, 두들겨 맞고, 고문당하고, 칼에 찔리고, 불에 태워지고, 굶주리게 되고, 동상에 걸리고, 깔려 쭈그러뜨려지고, 노동을 강제당하여 죽었다 산 채로 묻히고, 익사당하고,
[목 매달리고, 폭격당하고, 그리고 그밖의 수많은 방법으로 정부는무장하지 않은 무력한 시민과 외국인들에게 죽음을 가하였다." - P136

철학자들은 ... 괴로움을 겪는 종이 증식하도록 선동하기보다는 적은 수의 개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차라리 훨씬 더노력해야 한다.


ㅡ볼테르 <캉디드>에서 마르틴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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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톰 골드의 그래픽 노블 <골리앗>을 보고 책을 반납하면서 같은 저자의 <카프카와 함께 빵을>을 빌려옴.

한 페이지로 끝나는 짧막짧막한 그림 이야기에 풍자, 재미를 더했다. 아껴 보는 중.




아아 슬프게 공감되는 이 서재의 구성... '차라리 읽지 않는 편이 나았음'은 후딱 팔아야지?!!





벼룩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고 그러다보니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거기에는 더 큰 문제가 있어서

그걸 해결하려다 일을 크게 벌리다 보니 사람이 죽고 그래서........'뭣이 중헌디'를 고민해야 할 이유.






현실정치가 위선과 한계로 점철되어 있는 이유?







편지란 얼마나 낭만적인 것이었던지. 19세기 이전 문학을 읽으면 그런 생각에 어디론가 손편지가 쓰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거기 비해 이모티콘의 가벼움이란! 


50분 공부,10분 휴식의 10분 휴식때 기분전환용으로도 훌륭하다. 의미심장한 내용 투성이라 후다닥 한번에 다 읽어버리기엔 아쉬울 것 같다. 



   



<골리앗>은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그 골리앗이다. 네** 백과사전을 검색하면 그 유래를 이렇게 쓰고 있다. 



옛날 이스라엘에 다윗이라는 양치기 소년이 있었어요. 어느 날, 블레셋 군대가 이스라엘로 쳐들어왔어요. 블레셋 군대에는 골리앗이라는 거인이 있어서 이스라엘 군대가 당해 내지 못했어요. 그때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군대에 있는 형을 보러 간 다윗은, 이 사실을 알고 사울 왕에게 나아가 말했어요.

“제가 나가서 싸우겠습니다. 허락해 주세요.”

사울 왕은 다윗이 너무 어려서 망설였지만 결국 허락했어요.

다윗이 앞으로 나오자 거인 골리앗은 코웃음을 쳤어요.

“꼬마 녀석이 겁도 없이 나섰구나!”
“너는 칼과 방패로 싸우지만 나는 나의 신의 이름으로 싸우겠다!”

다윗은 시냇물에서 주운 차돌을 물매에 넣어 골리앗을 향해 쏘았어요. 마치 고무줄 총을 쏘듯이 말이에요. 쏜살같이 날아간 차돌은 골리앗의 이마에 똑바로 맞았고, 거인 골리앗의 거대한 몸은 힘없이 쓰러졌어요. 이스라엘 군대는 함성을 지르며 좋아했고 블레셋 군대는 도망가기에 바빴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다윗과 골리앗 (그래서 이런 고사성어가 생겼대요, 2015.05.06., 우리누리, 하민석)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골리앗을 쓰러뜨려 후세에 이름이 길이길이 남은 다윗! 이 이야기는 많은 고사성어와

불리한 처지에서도 강한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겼는데 톰 골드는 이것 자체를 뒤집었다.

요즘 이런 식으로 기존과는 다른 시각의 서사가 영화든 다큐든 그래픽 노블에서든 종종 보인다. 단순 선악 구도로 세상을 그려오던 세계에서 파열음을 내는 이런 '잡음'같은 시각은 우리가 진실로 믿어오던(실은 주입식 교육, 정치적 목적을 바탕으로 한) 것들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면에서 다분히 전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 그림이 참 잔인해 보였다. 다윗 그렇게 안 봤는데....궁금하신 분들은 도서관에서 빌려...아니 그 자리에서 다 읽고 오시는 게 이득이다. (5분정도 걸림) 난 왜 레삭매냐님 글을 보고도 들고 왔던 것일까.....




*관련해서 참고해 읽을만한 훌륭한 리뷰들*


레삭매냐님 골리앗을 위한 변론    https://blog.aladin.co.kr/723405103/14308647


바람돌이님 톰 골드의 아름다운 세계   https://blog.aladin.co.kr/baramdori/1430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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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4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2-04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톰 골드도 에디시옹 장물랭도 좋아합니다 ^^

청아 2023-02-04 13:22   좋아요 2 | URL
에디시옹 장물랭이 어쩐지 이름같아서 출판사이름 말고 혹시?하며 검색해봤습니다.ㅋㅋㅋㅋ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다수 보이네요?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

건수하 2023-02-04 13:26   좋아요 2 | URL
어른 취향 그림책이 많은데, 아이들도 좋아하더군요 :)

햇살과함께 2023-02-04 14:16   좋아요 2 | URL
저도요~!!
이 책 바람돌이님 서재에서 보고 도서관 상호대차로 빌려왔는데 제가 집에 없는 사이 남편이가 반납해버려서 아직 못읽었어요:;;;

바람돌이 2023-02-04 1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골리앗도 카프카와 함께 빵을도 좋았는데 여기 출판사가 에디시옹 장물랭이군요. 기억해둬야지... ^^
저의 부족한 글을 훌륭한 리뷰라고 소개해주시다니 너무 너무 영광입니다. 오늘도 칭찬에 춤추는 바람돌이!! 좀 있다 밖에 나가서 기분좋다고 춤추다가 이거 다 내가 계산할거야 하는거 아닌지..... 안돼는데..... ㅎㅎ

청아 2023-02-04 14:24   좋아요 3 | URL
저도 골리앗이 좋아서 연이어 하나 더 읽어본건데 역시 좋네요!! ^^*
바람돌이님 글이 부족하다니 당치 않으세요. 읽을 때마다 바람돌이님의 지혜와 위트에 감탄하는걸요!
다 계산하지 않으셨음 좋겠네요.ㅎㅎㅎ 물가가 너무 올라서 계산이 두려운 요즘입니다.ㅎㅎ

바람돌이 2023-02-04 14:41   좋아요 2 | URL
오늘 솨고기집이므로 진짜 조심조심... ㅎㅎ

건수하 2023-02-04 17:26   좋아요 2 | URL
골리앗, 카프카~ 는 아니고 문 캅 포함 마지막 세 권이 그렇네요. 사심이 있어 뭉뚱그려버렸습니다 :)

2023-02-04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2-04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리뷰들 소개가 확 공감이 됩니다 ^^

미미님 이제 카프카로~!!

청아 2023-02-04 21: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고맙습니다.
앞부분 보고 있는데 제일
재밌는 컷들 위주로 골라봤어요!!

새파랑님 유쾌한 주말 보내시길요^^*

희선 2023-02-05 0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알던 걸 다르게 생각하게 해주는 거 좋은 거죠 하나만 보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희선

청아 2023-02-05 14:54   좋아요 1 | URL
네! 스스로 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그림이 있는 이야기 책으로 어느정도 가능한걸 보면
동화나 그래픽 노블도 가볍게 여길 장르가 아닌 것 같습니다^^*

희선님 날이 좋네요. 계시는 곳도 화창하길 바라며 오늘 하루 산뜻하게 보내시길요!
 

전류같은 문장들 투성이...


오슨 웰스가 일러 주었듯 해피 엔딩인지 아닌지는 어디서 이야기를 끊느냐에 달려 있다.  - P8

여자가 꺼낸 이야기는 강렬하고 기묘해 관심을 붙들었다.  - P8

바닷속을 누비다 고개를 내밀었더니 날씨가 급변해 있더라는 요지의 이야기였고, 밝히지 않은 자기의상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는 몇 가지 단서를 흘리며(자기를 구조하러 와야 할 사람이 보트에 타고 있었다) 남자에게 이 사실을 암시했고, 자신이 폭풍을 연막삼아 정작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상대가 알아차리는지 곁눈질로 재차 확인했다.  - P9

 그런 그에게이 세상이 남자인 그뿐 아니라 여자인 그의 세상이기도하다는 사실을 온전히 전달하기란 만만찮은 일이었다.
합석을 제안함으로써 남자는 모험을 감수한 셈이었다. - P9

남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거다. 여자가 스스로를 조연으로 치부해 가면서까지 남자인 그를 주연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 P9

그런 점에서 여자인 그는 안정돼 보이던 경계를 뒤흔들고 사회적 위계 질서를 와해시키며 통상적인 관습에 등을 돌린 셈이었다. - P10

 여자는 미소로 답했고, 그 순간 나는 그가 실제보다 용감해지려 애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혼자서 자유로이 여행할 줄 알고 늦은 저녁에 홀로 바에 앉아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 모르는 이와 지나치게복잡한 대화를 시도하거나 그럴 엄두를 내는 사람이 되어 보려 노력하고 있다는 걸.  - P10

여자는 다시 미소를 지었지만 진심은 아녔다. 멕시코에서부터 콜롬비아까지 짊어지고 온 자기 내면의 소용돌이를 진정시켜야만 한다는 걸 본인도 알고있었을 터. 그는 방금 한 말을 취소하기로 마음먹었다. - P11

여자는 감사해하지도 그렇다고 무례하게 굴지도 않았다. "고마워요"라고 짧게 말했을 뿐이다. - P11

나는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만 자기 자신을 받아들여요. 다른 사람은 이미 다 임자가 있으니까." - P12

이이는 빅 실버가 당연하게 여기는자유를 동등하게 누리기는커녕, 자유를 누릴 ‘자기‘부터확보하려 고군분투해야 하는 처지였으니까.  - P12

느끼는 대로 삶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자유인데 우리는 대개 이 자유를 택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그날 내가 엿본 여자의 내면은 하고 싶은 말들,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불가사의하게 다가오는말들로 살아 생동하고 있었다. - P12

깊고 잔잔한 바닷속에서 목격한 경이로움을 묘사하는 것으로 그칠 수 있었다.  - P12

 대신 빅 실버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질문을 던졌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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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04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저는 이 책이 별로였을까요? 왜 많은 분들이 이 책의 문장들이 그토록 좋다는데 저는 왜??? 내 감성에 문제가 있는걸까요? ㅠ.ㅠ

청아 2023-02-04 14:20   좋아요 1 | URL
저 요즘 메타포에 꽂혀서ㅋㅋㅋㅋㅋ <빌레뜨>에서 샬럿 브론테가 많은 것들을 묘사하면서 은유로 그 깊이를 더하는 걸 보고 한동안 얼얼했거든요. 그 이후로 이런 문장들을 보면 마음이 흔들려요ㅋㅋ 제가 워낙 좀 감정과잉이예요. 바람돌이님의 글을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감성에 문제 없으시다고 생각합니다. 시기별로 상황별로 뭔가에 더 꽂히고 아니고가 있지 않겠어요? ^^*

바람돌이 2023-02-04 14:42   좋아요 1 | URL
위로가 되었습니다. ^^
 



  

  




  애써 외면하지만
  남들이 쉽게 발견한다

  애써 외면하는 것들은
  직시해야 알 수 있는데
  직시란 내가 나로부터 나와야 가능하므로
  거리두기가 필수적이니까.

  타인은 의도치 않게
  이미 나가 아니므로
  나를 직시하는 경지에 아무렇지 않게 오르내린다

  우리가 타인을 두려워 하는 이유
  어쩌면 타인이 지옥인 이유
  애써 나를 외면한 딱 그만큼

  ㅡ 미미



  

 

소보로




.......


그때 나는 돌아다니는 환대였으므로

개와 풀과 가로등까지 쓰다듬었다


.......


가끔 그때의 네가 창을 흔든다

그때 살던 사람은 이제 흉부에 살고

그래서 가끔 양치를 하다 가슴을 쥔다

그럴 때 나는 사람을 넘어 존재가 된다



ㅡ고명재.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건




   


사히브가 자기를 망치는 것은

무엇이든 알려고 하면서

아무것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ㅡ팡보체 셰르파 다와 텐징,검은 고독 흰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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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2-02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시를 읽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시선의 의미는 권력을 의미할 수 있는데 나는 나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내면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즉 나 자신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타인과 사회가 바라보는 나는 나의 실존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까. 등등..
제 선입견인지는 몰라도 요즘의 시는 사랑은 아이스크림 같아서 먹다가 이빨이 다 나갔다(UMC/UW) 라는 노래 가사처럼 피상적인 면만 다루고 있는 것 같아 멀리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자작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시집이 있으면 소개도 부탁드려요.

청아 2023-02-02 15:14   좋아요 2 | URL
나 자신을 직시할 수 있다면 내면의 권력을 가진 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DYDADDY님 덕분에 저야말로 생각거리를 더 얻었습니다. ^^*
시를 좋아하는 만큼 잘 알지는 못해서(어려워하는 편) 추천할 자격은 없지만
최근 읽고 있는 조혜은의 <눈 내리는 체육관>,실비아 플라스의 <에어리얼>이 무척 좋았습니다.

2023-02-02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2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3-02-02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시를 쓰셨군요!
그러니 나를 직시하자 맞죠?

청아 2023-02-02 15:17   좋아요 2 | URL
네 쿨캣님~♡ 부끄럽지만 올려봤습니다.ㅎㅎㅎ
그렇기도 하고 ‘직시해야 하는데 잘 안되지만 정신 차려야겠다‘도
있습니다. ^^*

레삭매냐 2023-02-02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득 내가 타인에게
지옥일 수도 있겠다는.

청아 2023-02-02 15:21   좋아요 2 | URL
지옥일 때도 있다면 천국일 때도 있겠죠.
레삭매냐님은 저에게 천국에 가깝습니다ㅎㅎㅎ

제가 쓰는 글들은 간혹 외부에 화살이 가 있을 때가
있지만(특히 정치?ㅎㅎ)
거의 대부분 저를 향한 자기반성, 자기성찰의 내용들입니다.^^*

페넬로페 2023-02-02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제 시까지 쓰시는 군요.
타인과 나의 관계,
나 자세히 들여다보기~~
다 어려워요^^
타인의 직시가 다 맞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청아 2023-02-02 18:58   좋아요 2 | URL
그럼요 페넬로페님~♡ 그래서 ‘오르내린다‘고 표현을 했지요ㅎㅎㅎ
실상 타인은 나 자신만큼 나에게 관심이 있지도 않고요.
결국 제대로 알기 어려움으로 인해 공허를 느끼고 불안을 안고 살아가나 봅니다. 그런면에서 읽지 않고 어떻게 살았었는지
제 삶에 책이 없던 시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ㅎㅎ

새파랑 2023-02-02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미미님에게 남은건 등단? ^^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는 확실히 차이가 있더라구요. 그래도 나를 믿고 나아가는게 중요한거 같습니다~!!

청아 2023-02-03 09:18   좋아요 2 | URL
시를 읽다보면 저도 적고 싶더라구요.ㅎㅎㅎ
쓰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보니 부끄러워져서
시에는 어떤 힘이 있길래 바보짓을 하게 만드는 걸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새파랑님 불금 기분좋게 보내시길요!!

바람돌이 2023-02-03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미님 시가 좋습니다. ^^
시를 보면서 타인이 지옥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해봅니다.

청아 2023-02-03 09:2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고맙습니다^^*
써넣을 용기는 있었는데 지울 배짱은 없어 버텼습니다.ㅎㅎㅎ
그럼요! 뭔가를 두려워하는 순간 주체가 바뀌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날이 흐리지만 상큼한 하루 되시길요!!


희선 2023-02-03 0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남이 알 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 할지도... 자기 자신을 아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고 늘 해야 하는 거겠습니다 자신을 모르는데 어떻게 남을 알지...


희선

청아 2023-02-03 09:29   좋아요 2 | URL
네 그래서 누구와 만나 말이 너무 많아지면 나중에 때때로 꺼림직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에 대해 잘 모를수록 남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게 되는 것도 같고 자기 공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희선님 공감과 댓글 고맙습니다^^*

평온한 금요일 되시길요!!

라로 2023-02-03 1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시도 쓰시는군요!! 우와~~ 멋져요!!^^

청아 2023-02-03 14:4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라로님~💕 정말 멋진 분이 멋지다고 해주시니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