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들에서 학생들의 배경 차이(이전의 학업 성취, 점수, 인정, 사회경제적 지위, 교육적 열망), 학교의 선별성, 명성 , 학급 규모, 교육과정, 투입 자원을 통제하면, 그 결과는 단성 학교나 학급이 질적 측면에서 일관해 우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가변 변수가 통제되면, 대부분의 연구는 남녀 공학과 단성학교 간의 성취도 차이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p.157



나는 여중,여고를 나왔다. 여학교 다닌 사람들은 비슷하겠지만 학교를 다닐 때 여자들끼리 다녀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때로는 또래 남학생들과 어울려 다닐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도 했다. 체육 활동이 끝나고 교실에서 아웅다웅 서로의 땀 냄새를 방향제 삼아 맡을 때는 '남학생들은 냄새가 더 심하겠지?' 하며 조금 안도했던 것 같다. 남자들은 땀 냄새가 더 고약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으니까. 그것도 사람 나름 일 텐데.. 내가 졸업한 학교는 많은 여학교가 그렇듯 여성의 공부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해외 선교사가 세운 곳이었다.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에는 미국에도 1960~70년대 그런 여학교들이 세워졌다고 나온다. 그런데 이후에 남녀 공학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성별분리를 시도한 학교들이 있었고 이것으로 법적 공방이 이어졌는데 연구 결과는 애초에 의도한 것과 달랐다. 단성학교의 성취도가 '더 좋다'는 증거는 없었다.



여성학을 통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러한 '분리'가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요즘은 혼성 프로나 여자들끼리 하는 방송도 종종 볼 수 있지만 남자 연예인들끼리만 출연하는 예능 프로부터 스포츠, 음악 경연 등 남성 위주인 경우가 아직 많다. 이게 다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왜 꼭 성별을 분리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의문없이 방송 관계자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되기만 기다리는 한 이런 방식은 오래 계속될 것이다. 이게 자연스러운 걸까?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지하철을 지옥철이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그때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는데 학교 가려면, 출근하려면 어쩔 수 없이 나도 그곳에 몸을 구겨 넣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성추행을 비롯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고 잠시였지만 여성전용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뉴스에 오르기도 했다. 그 방식도 꼬리칸 하나를 여성전용으로 하자는 거였는데 그 한 칸에 여성들이 다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납득이 잘 되지 않는 급조된 아이디어였다. 결국 흐지부지되었지만 당시에는 답답한 마음에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만약 어떤 방식으로든 지하철에서 남녀를 분리하면 어떻게 될까? 어떤 일들이 생길까?



불행한 아이들, 불행한 사회를 만들어내는 한국 입시교육의 문제를 지적한 김누리 교수의 말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대학 입시로 인한 경쟁이 없기 때문에 (고등학교 입학 시험에만 합격하면 대학은 어디든 원하는 곳에 원하는 때에 갈 수 있음. 유럽 여러 나라가 비슷하다고 함. 일본도 그렇게 바꾸고 있는 추세) 아이들은 자유롭게 파티도 하고 연애도 한다고 한다. 그들도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청소년 시기에는 입시 경쟁이 아니라 마음껏 사랑하고 놀고 누려야 하는 것으로 사회가 합의했기에 가능한 모습이겠지 싶어 부러웠다. 하지만 한국 같은 경쟁 사회에서는 남성과 분리된 여성은 함께 어울리는 대상이라기보다는 능력의 척도로 성공의 트로피로 간주되기도 한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이른바 공부자극 글귀 중에는 '3시간 자면 와이프 얼굴이 바뀐다'는 나름 유명한 말도 있으니까. 아마 여학생들에게도 그런 비슷한 말이 있겠지? 



인종을 분리하는 것처럼 남녀 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차별을 강화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남성 대다수인 군대에서 일부인 여군을 향한 계속되는 성폭력이라던지 아프가니스탄에서 히잡, 부르카를 써야 하는 여성들이 그러한 외양적 억압과 마찬가지로 일,교육,일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규제를 받는 것등 누군가를 어떤 장소, 권리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때로 보호라는그럴싸한 외양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과연 그게 전부 일까? 곱게 포장된 감옥 일 수도 있고 권력을 수월하게 작동하게 하기 위한 연막일 수 있다. 결국 그 포장지 안에 있는 사람의 자유는 억압되고 존엄을 위협할 수 있다. 본래 목적이 어떤 것이든 그 파장과 악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연구 결과가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의문 없이 수용하기만 했던 체제에 질문할 필요를 느꼈다. 조금 미친 생각일 수도 있고 극단적이지만 남녀 화장실 분리나 목욕탕을 구분하는 것도 오히려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궁금하다. 이렇게 남녀를 구분하고 성교육은 현실적 궁금증과는 거리가 꽤 있다 보니 몸에 대해 환상을 갖게 되고 금기를 만들고 숨어서 보게 된 것은 아닐까? 유럽에서 혼성 사우나에 (속옷은 입을 수 있는)간 적 있는데 막상 들어가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남자 유치원 선생님이 이상하지 않은 사회. 스포츠도 인종 구분 없이 하게 되었으니 남녀 같이 할 수 있는 야구나 축구가 가능한 사회를 한 번 상상해본다. 



남성만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한 가지 중대한 문제점은 그것이 성차별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만의 단결심은 "남성들로 하여금 그들이 여성에 비해 우월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인종차별주의나 동성애 혐오적 태도를 조장하는 '마초적인 기풍'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포츠 팀과 남학생 사교 클럽과 같은, 남성만 있는 다른 집단에 대한 관찰 연구는, 여성이 배제된 과정에서 남성 정체성이 형성되면, 남성성은 여성 혐오와 남성 우월주의로 정의되게 된다고 말한다. 통합되기 전, 시타델의 학생들은 여성들을 종종 "돼지"와 "창녀"로 불렀다. p.157





*독일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3가지중(성,정치,생태) 성교육이 첫번째인 이유는 성교육이 가장 중요한 정치교육이기 때문이다.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약한 자아라고 말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개념에는 자아,초자아,성충동이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초자아가 성충동을 느끼는 자아를 공격하고 이로인해 자아는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을 내면화한 자아는 권력앞에 굴종하게된다. 이것이 권위주의적 성격 이론이다. (...)독일교육은 모든 지식의 배후를 읽어내는 통찰력을 기르는 것을 교육이라고 믿는다.-김누리 


사유하고 비판하는 인간-차이나는 클라스(김누리 교수편) ㅡ>영상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6-19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3-06-19 13:03   좋아요 1 | URL
제가 글을 잘 정리하지 못했네요. (이따가 조금 수정해 보겠습니다.) 제가 다닌 여학교도 설립 취지는 여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어요. 맞아요. 지금 읽고 있는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의 4장 교육과 스포츠 부분에 조금 다른 상황이 나오는데 그걸 생각하다가 우리나라 여학교도 다 그런 것처럼 비춰지게 써버렸군요. 제가 요즘 이렇게 정신이 없습니다. 안그래도 황당한 소릴 써 놓은 것 같아 올리지 않으려다가 저도 함께 읽고 있다고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이유로 여학교가 세워졌다가 이후에는 다른 목적으로 단성 학교가 만들어지기도 해서 법적 공방이 있었더군요. 여러 연구결과 목적과 다르게 긍정적 효과는 없던 것으로 나오길래 제 나름대로 충격을 받았고 그래서 생각을 해봤어요. 다른 것들은 어떨까? 여성을 보호하고 권리를 지켜준다고 만들어낸 분리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분명 더 효과적인 걸까? 오히려 차별을 강화하고 혐오를 조장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 하고요.

정희진의 공부에서 언급된 것처럼 ‘여성의 날‘도 그렇고 개인적인 생각에는 임산부석도 그렇고 ㅡ이건 딱히 분리라고 할 순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ㅡ 오히려 역차별 논란을 만들고 뉴스에 관련 기사가 나올때마다 좋은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다가 남녀화장실, 남녀 목욕탕 이런 것들에도 의문을 갖게 됐어요. 지금 갑자기 절대 군주가 나타나서 이걸 다 혼성으로 통합시키자고 한다고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만이 남녀 문제의 전부라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다만 물음표는 갖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써봤습니다.

저는 김누리 교수의 주장처럼 무엇보다 학교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것부터 잘못되어 있고 다락방님과 함께 하고 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어쩌면 초등학교,중,고등학교때 그 어떤 주제보다 더 다루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를 잘 해서 써 올렸어야 하는데 어설픈 부분들 인식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또 덕분에 생각하고 집중해서 댓글 쓰다보니 의욕이 생깁니다.ㅎㅎ

다락방 2023-06-20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출근길에 이 책의 이 부분 읽었거든요. 미미님이 이 페이퍼에 쓰신 글이 어떤 뜻인지 지금 더 잘 알겠어요. 그런 한편 분리 자체가 차별을 불러온다는 것도 이해가 더 잘됐고요. 책속에서 사례들을 보다보니 그렇네, 분리 자체가 차별일 수 있겠네 싶더라고요. 저는 범죄나 차별 혹은 혐오로 인한 분리만 생각했는데, 분리 자체에서 오는 차별과 배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까지 인지를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아침 회사로 걸어오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아, 미미님 글처럼 어쩌면 모두 합쳐두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는거구나 하고요.

덕분에 오늘 더 깊게 읽고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청아 2023-06-20 09:35   좋아요 0 | URL
단성반의 문제는 저도 이 책으로 처음 생각해 봤는데
연구 결과도 그렇고 놀랍더라구요. 이 책도 그래서 소장각으로 분류했습니다.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 판례들이
그 사회의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느꼈어요. 좋건 나쁘건 간에요.

다락방님
책 고르시는 안목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의 존재가 서로에게 깃들고, 이렇게 서로를 비춰주는 조그만 빛이 될 수 있게 해준 그 힘이. 말도 통하지 않고 종마저 다른 둘 사이에 사랑의 시간이 쌓여 서로가 서로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기적이 아닐까?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비도, 천둥도 곧 그치고 어둠은 새벽의 빛으로 허물어질 거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아침이 늦게 찾아오더라도 괜찮다고 나는 생각했다. p.121





고비 때마다 많이 울어서 막상 이별하면 눈물이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네요.
사랑이(츄츄)가 며칠 전 아침에 떠났어요.
노견이라고 몇 번 글을 올렸는데 염려해 주셨던 분들이 떠올라 간략히 소식 전합니다.



사람처럼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것도 아닌데 눈빛으로, 서로의 체온으로, 목소리 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넘쳤던 관계. 그래서 더 특별했고 소중했습니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실컷 뛰어놀고 실컷 짖고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다시 볼 수 있기를... 마침 사랑이가 떠나고 날씨가 계속 안 좋아 위안이 되었습니다.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3-06-10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이의 영원한 자유와 안식을 빕니다.

청아 2023-06-10 21:55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열반인님~♡

stella.K 2023-06-10 1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ᆢ 많이 슬프겠어요. 저도 많이 울어서 막상 죽으면 안 울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새로운 슬픔이 시작되더군요. 슬플 때 그냥 그 슬픔과 함께 하세요.
츄츄는 지금 아프지 않은 곳에세 잘 지낼거예요.
그저 미미님 마음 잘 추스르기 바래요. 저도 울컥하네요. ㅠㅠ 다롱이가 사랑이하고 잘 놀아주면 좋겠어요.

청아 2023-06-10 21:58   좋아요 3 | URL
막상 닥치니 다르네요. 다롱아 잘 부탁해! ㅠㅠ
고맙습니다. 스텔라님~♡

독서괭 2023-06-10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미미님 큰일 치르셨네요 ㅠㅠㅠ 츄츄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군요.. 마지막까지 사랑을 듬뿍 받아서 좋은 곳으로 갔을 겁니다..

청아 2023-06-10 22:00   좋아요 2 | URL
못해준 것만 생각나요ㅠㅠ 고맙습니다. 괭님~♡

페넬로페 2023-06-10 1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고,
사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갔군요 ㅠㅠ
이곳에서 미미님의 사랑 듬뿍 받았으니 행복하게 갔을거예요.
슬픈 마음 잘 추스리시기를 바라요^^

청아 2023-06-10 22:01   좋아요 3 | URL
남편 꿈에 사랑이가 막 달려가더래요.ㅠㅠ
고맙습니다. 페넬로페님~♡

2023-06-10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0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0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0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0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0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3-06-10 1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퍼요.
상심이 크시겠어요.
마음이 넘 아프네요.

청아 2023-06-10 22:09   좋아요 3 | URL
다시는 반려동물 못 키울 것 같아요ㅠㅠ
고맙습니다. 그레이스님~♡

책읽는나무 2023-06-10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 친구네 강아지를 무지개 다리를 잘 건널 수 있게 함께 다녀온 적 있었어요.
꽃무덤에 누워 있는 모습이 꼭 잠 자고 있는 것 같던데 사랑이도 꼭 그러한 모습입니다.
며칠 전 백수린 작가님의 에세이에서도 봉봉이(애완견) 이야기도 생각이 나네요.
큰일 하셨어요. 돌봐주느라 애쓰셨어요.
사랑이도 미미 님의 마음을 잘 가지고 갔을 것 같아요. 남편분과 미미 님께 위로를 전합니다.

청아 2023-06-10 23:33   좋아요 1 | URL
제 마음 가지고 갔다는 표현이 뭉클합니다.ㅠㅠ
친구분과 함께 해주시고 다정한 나무님!
고맙습니다. 나무님~♡

서곡 2023-06-10 2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 전 키우던 강아지가 저 세상에 있답니다...신시아 라일런트의 책 강아지 천국 추천합니다!

청아 2023-06-10 23:34   좋아요 2 | URL
서곡님도 보내셨군요ㅠㅠ
책 찾아볼께요. 고맙습니다 서곡님~♡

러블리땡 2023-06-11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강아지 이름이랑 같아서 매번 반가웠는데 무지개 다리 건넜다니 맘이 쓰이네요 미미님도 고생하셨고 츄츄도 좋은곳으로 가길 바랍니다 ㅜㅜ

청아 2023-06-11 12:07   좋아요 1 | URL
이름이 같군요ㅜㅜ
고맙습니다 러블리땡님~♡

새파랑 2023-06-11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츄츄 ㅜㅜ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네요 ㅜㅜ 잘 극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ㅜㅜ 이별은 언제나 힘든거 같아요 ㅜㅜ

청아 2023-06-11 12:08   좋아요 2 | URL
1년은 더 살 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웠어요ㅜㅜ
고맙습니다 새파랑님~♡

책먼지 2023-06-11 17: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이에게 그간 잘 버텨줘서 기특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ㅠㅠ 미미님 마음이 어떠실지 차마 다 헤아릴 수조차 없네요ㅠㅠ 나중에 정말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요!!!

청아 2023-06-11 19:24   좋아요 3 | URL
괜찮다가도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느닷없이 눈물이 쏟아지기도해요. ㅠㅠ
고맙습니다 책먼지님~♡

건수하 2023-06-12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못 오시는 것 같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알려주시니 서글퍼요. 떠나보낸 반려동물들 (지인과 가족과 함께 살던)이 많고 언젠가 떠나보낼 반려동물도 있다보니 가끔 그들끼리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곤 한답니다. 이제 사랑이도 함께 생각할게요.

2023-06-12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년 2023-06-12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다른 인연으로 만나지 않을까요? 희망의 재회를 생각하며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요?

청아 2023-06-13 23:05   좋아요 1 | URL
네. 양자역학 생각하며 내가 보지못할 뿐 함께 있다고도 생각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청년님~♡

Yeagene 2023-06-13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미미님 토닥토닥ㅠㅠㅠ 저도 16년 동안 함께했던 아이가 5월 28일날 강아지별로 떠났어요.미미님도 힘내세요♡

청아 2023-06-13 15:41   좋아요 2 | URL
아ㅜㅜ 사랑이 나이랑 비슷하군요ㅠㅠ
예진님도 토닥토닥~♡
고맙습니다 예진님~♡

모나리자 2023-06-13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들었을 텐데 많이 슬프시겠어요.
위로합니다. 미미님. 토닥토닥.^^ 좋은 곳에 갔을 거예요.^^

청아 2023-06-13 19:54   좋아요 2 | URL
네. 부디 좋은 곳에서 맘껏 뛰어놀았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모나리자님~♡

자목련 2023-06-14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이가 준 사랑만큼 사랑이도 미미 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떠났을 것 같아요.
그 따뜻한 사랑과 기억으로 미미 님도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청아 2023-06-14 11:44   좋아요 1 | URL
네 사랑이가 부디 그랬으면 해요. 다정한 말씀 고맙습니다. 자목련님~♡
 

스포츠를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이 남성의 몸에 맞추어 정의된다. 남성의 필요에따라 자동차와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결정되고, 남성의 모범적인 생애 주기에따라 회사 임원이 되기 위한 출세 코스나 근무 여건이 결정된다. 남성의 입맛에따라 학문의 질이 결정되고, 남성이 경험하고 매달려온 것들이 성과 기준이 된다. 예술이란 남성의 삶을 객관화한 것에 다름 아니다. 군대를 다녀온 자만이 시민의 자격이 있고, 아버지가 없는 가족은 가족이라 부를 수 없으며, 남자들이 서로 잘 지내지 못해 일어난 전쟁과 독재는 역사가 되고, 신은 남자의 형상을 하고삽입하지 않으면 섹스가 아니다. ㅡ캐서린 맥키넌 - P41

가부장제에서는 남성 역시 만들어진다. 가부장제는 전통적 남성성에 부합하는 특성을 높게 평가하고 이에 따라 남성은 무뚝뚝하고 감정을 절제하도록교육받는다. 남녀 모두 낡아빠진 성별에 맞는 특성을 장착하기 위한 사회화과정을 겪는다. 전통적 남성상에서 벗어나거나 여자처럼 행동하는 남자는남성성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여성과 똑같은 2등 시민 취급은 물론 성역할의 질서를 어지럽힌 대가로 처벌받는다.  - P42

표를 얻는 데에는 짐승 같은 촉을 가진 정치인들은 최고 수컷(Alpha male)을 선호하는 유권자들의 무의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이용한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AmoldSchwarzenegger)는 2004년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공화당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자들을 "계집애 같은 놈(girliemen)"이라고 불렀다.  - P42

비판적 인종 페미니즘은 인종의 분류는 생물학적으로 당연하다는 생각에의문을 제기한다. 인종과 능력 사이의 생물학적 상관관계를 인정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평등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의 정당성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인종별 학력 평가 점수 정규분포곡선은 해당 인종의 "지적 능력(merit)"48을 반영한다고 보는 벨 커브(Bell curve) 이론도 타당할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인종주의란 자연발생적 차이를 고스란히 사회에 적용한 정당한 이념이 된다. - P46

"차이란 고유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관계적이다" - P47

포스트모던 페미니스트 법 이론가들은 따라서 하나의 진실이라는 개념을 거부하며, 대신에 진실은 복수이고, 일시적이며, 개인들의 체험, 관점, 세상에서의 지위와 연관되어있다고 인식한다. - P58

포스트모던적 관점에서, 지식은 확정되거나 실증적으로 인정받을수 없는데, 피터 생크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지식이라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믿음에 불과하다." - 그리고 "언어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거나 조응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76 진실을 뼈대가 드러날 때까지 끓이면 남는 것은 연기뿐이다. - P59

포스트모던 명제는 다음과 같다.
깊이 파고 들어가면 정의, 아름다움 또는 진실 같은 것은 없다.
ㅡ권력, 그리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만 있을 뿐이다. - P60

포스트모더니즘에 따르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독해이고, 따라서 거짓말은 있을 수 없다. 홀로코스트가 거짓인지, 여성들이 강간당하는 것을즐기는지, 흑인이 백인에 비해 유전적으로 지능이 떨어지는지, 동성애자들이 아동 성추행범들인지 여부는 분명히 알 수 없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게, 이러한사실적 사항들은 정확히 가늠할 수 없고, 불확정적이며, 실전에서는 모두 해석의 문제가 된다.  - P6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6-06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3-06-06 19:10   좋아요 1 | URL
네! 시대적 변화 양상과 법률에 끼친 영향을 함께 보고 있는데 좀 어렵지만 흥미진진해요^^
 

 

  




2011년 "강간당하지 않으려면 여자가 창녀처럼 입지 말아야지"라는 토론토 한 경찰관의 한 마디가 캐나다, 인도, 싱가포르, 멕시코, 핀란드, 독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및 미국 수많은 도시에서 이에 항의하는 잡년 행진(sult Walk)이라는 이름의 가두시위를 촉발했다. p.40


얼마 전 강남의 한 거리에서 3명의 여성들에게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자기들 일행과 같이 놀자고 제의한 것인데 여성들은 거절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남자는 여성들의 곁에 계속 머물며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여성들은 '결혼했다, 남친 있다'고 재차 말하고 그럼에도 그가 떠나지 않자 분노한 한 여성은 그에게 화를 내며 담배꽁초를 직접적으로 혹은 그 옆으로 던졌다.( 해당 여성은 그 남성에게 직접 던지지 않았다고 하나 개인적으로 둘 다의 경우 큰 차이가 없다는 전제 하에 글을 남기려 한다.) 그러자 가까이에서 이를 지켜보던 그 남성의 친구는 화가 났는지 달려와서 담배를 던진 여성에게 주먹질을 한다. 그 모습이 마치 길거리에 있는 오락 기구인 펀치머신에 주먹질하는 것처럼 보여서 일명 이 사건은 '압구정 펀치남'으로 명명된다. 이 모습이 인근 카메라에 잡혀 지상파 방송에서도 취재하고 한동안 sns와 블로그 등에서 논란이 있었다. 


처음에 여론은 남성의 폭력에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담배 불을 던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이 여성은 일부 누리꾼에게 비난을 받았다. 그 행동 역시 '폭력'이며 담배 불에 화상을 입을 수 있었다는 둥 쌍방과실이라는 둥 말이 많았다. 이 논란을 보며 든 생각은 역시 '피해자다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이정도구나 하는 답답함이었다. 담배불을 던진 행위로 당시 여성들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만남을 요구하던 남자의 집요함은 지워졌다. 그 남성에게 직접 혹은 옆으로 담배 불을 던졌다는 그 행동으로 친구인 남성에게 주먹질 당해(담배 불을 맞은 혹은 맞을 뻔한 당사자도 아닌 친구가 대리 복수)이 여성은 얼굴 뼈가 내려 앉았다는데 이 잔인한 사실마저 무뎌졌다. 뉴스 사회면을 보다 보면 헤어지자는 여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보복하는 남성들의 사건 사고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이혼 하고도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하거나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는 여성을 스토킹하거나 결과는 참혹했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이런 만큼 여성들의 '거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해 흉악 범죄를 일으키는 사건들이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겠구나 느꼈다. 이게 과연 사법부 만의 문제일까? 



남성과 여성간 권력관계에 주목하는 지배 이론(급진 페미니즘)은 1979년 캐서린 맥키넌에 의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배 이론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정형화된 양식이 경제, 정치, 가족 영역에서 여성이 경험 하는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본다. 이 이론은 사회제도나 축적된 문화 체계가 남성은 지배하고 여성은 지배받는 양상을 공고화하고 있다고 본다. 법 역시 여성을 성적 대상이자 열등하고 남성에게 의존적인 존재로 본다는 점에서 여타 사회제도와 공모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p.39





경찰 신고에 기분 나빠...전 연인 살해 30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52715330003875?did=NA


비슷한 시기 두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폭력 신고에 불만을 품고 조사 받고 나오자 마자 연인을 수 차례 찌른 사람은 신상공개를 하지 않고 초면인 또래 여성을 살해해 유기한 사람은 신상공개를 했다. 여성을 향한 남성들의 살인이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사체 유기와 계획성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가 아니었을까싶다. 여기 관련해서 최재천 교수의 논리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성폭행범 혀 깨물자 "멀쩡 남 불구 만드냐" 대한민국 법이 이랬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7416

59년전 성폭행범 혀 깨문 그녀 평생 죄인 꼬리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6751






여성 형량이 남성보다 무거운 이유? 최재천...사회적 맥락을 고려해 형량을 내려야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6-05 18: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 책 시작하셨군요.
저 담배꽁초 사건은 모르던건데 아니, 싫다는데 집요하게 매달린 놈들의 잘못이 지워지고 다 잘못한게 되어버렸네요.
새삼 느끼지만, 여성을 욕하기는 얼마나 쉬운가요. 남자의 잘못-설사 그게 성범죄여도-이 밝혀지면 일단 중립 기어 박고 양쪽 말 들어보겠다, 라고 하면서 여자의 잘못이 밝혀지는 순간 그 여자는 손가락질 받는 쌍년이 되잖아요. 아무리 그게 잘못됐다고 해도 세상이 바뀌는 속도는 정말이지 너무나 더디네요.
저도 곧 따라 읽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어제 책장에서 꺼내서 펼쳤는데 글씨 너무 작아서 바로 덮었어요 ㅠㅠ 언제 읽죠 ㅠㅠ

청아 2023-06-05 18:13   좋아요 6 | URL
더뎌도 너무 더디죠. 문제를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더 답답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사람 얼굴이 박살이 났는데 ...기다렸단 듯이 가해자를 옹호 하더라구요.
강간범 혀 깨문 최말자씨도 59년이 걸렸으니 말 다했죠.
그래도 다락방님이 선별해주신 책들 읽으며 문제의식 갖고 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ㅠ.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 아웅...ㅠ.ㅠ

은오 2023-06-07 01: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남 저 사건 보고 열불이 나더라고요. 여자들이 거절할 때 하는 단골 멘트가 ˝남자친구 있어요˝잖아요. 근데 이게 사실 애인 유무 상관 없이 그냥 ˝싫어요˝ 하면 남자들이 지 자존심 상한다고 뭔 일 낼까봐 다들 돌려서 하는 말이고 말이죠. 근데 이렇게 말해도 저런 일이 생기고.... 어휴. 진짜 X같습니다.

청아 2023-06-07 08:13   좋아요 3 | URL
네! 은오님. 여성의 의견을 묵살해 벌어지는 사건들이 대부분이죠. 언제쯤 여성의 거부가 존중 받을 수 있을까요? 사회 전방위적인 각성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미디어에서도 더 노력해줬음 좋겠고 어설픈 성교육 보다는 이런 문제를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하고요.

그레이스 2023-06-07 18: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법적으로는 담뱃불을 던진 행위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요구하는 태도에서 받는 폭력성은 증명할 방법이 없는 답답함이 있네요.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한 폭력이야 말할 것도 없구요.
편견의 시선은 더 답답하고!

청아 2023-06-07 21:31   좋아요 3 | URL
네~계속 거절했음에도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했는데 담배를 던진 행위로 얼굴가격과 동급으로 취급되어 결국은 맞을 짓을 했다로 이어지는걸 보고 경악했습니다. 온전하고 완전한 피해자가 되기 위해서는 언제까지, 그야말로 티끌하나 없어야 되는건가 하고요.
이런 기이한 현상,문제야말로 사회적으로 깊이있게 논의되면 좋겠어요

베터라이프 2023-06-07 19: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실 많은 여성들의 ‘노‘를 남자들은 좋지만 부끄러워서 대꾸하는 ’예스‘로 받아들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그리고 여혐은 커뮤니티마다 자정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 다른 사회정치적 배경 다 떠나서 나중에는 이 점이 사회를 병들게 할 거라 여겨지네요. 얼마전에 일독한 스리니바산의 글에서도 극단적인 남자 일부가 자신에게는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오판하더군요. 섹스할 권리라니 참으로 충격적입니다. 불행하게도 체제가 이런 문제 대부분을 개인의 책임으로 몰았으니 이 지경에 이른게 아닌가 싶네요.

청아 2023-06-07 21:38   좋아요 2 | URL
그렇죠! 특히 미디어에서 그런 함의를 알게 모르게 퍼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걸 보고 자란 청소년들이 이런 결과를 낳고 있겠죠. 특히 포르노가 그 역할을 앞장서 하고 있고요. 정치의 양극화가 심각해지면서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각종 혐오를 낳고 있고요. 자살,출산률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구조적 문제라 제대로된 성찰과 문제의식이 시급합니다.

기억의집 2023-06-16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무조건 화가 나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쌍방폭행으로 걸린다고. 엘리베이터에서 성추행한 남자 때렸던 여자도 폭행으로 걸린다 하니깐.. 법이 문제가 많죠. 법이 개법이라 그런가 봅니다…..

청아 2023-06-16 22:31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예요. 우리 사법부에서는 정당방위의 범위가 너무 협소하죠. 현실이 이러니
대리 복수해주는 드라마도 나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에휴...
 




페미니스트 이론은 권력과 불평등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페미니스트 이론은 최악의 상태에 있는 이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그들을 끌어올린다. (중략) 그것은 소녀들과 여성들의 삶과 투쟁을 직접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이분법적으로 설정된 성역할을 상대로 싸우는 남성과 여성을 포함한 모든 개인들을 위하여, 삶의 기회를 왜곡하는 관행을 이해하고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반영한다. p.9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발췌한 문장은 내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이해하고 그래서 페미니즘을 계속 덕질 하게 한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좋은 가치가 이런저런 이유로 훼손되고 폄하 되는 일을 적지 않게 목격하면서 이 가치를 추구하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실감한다. 민주주의가 그렇듯 여성의 권리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고난의 시간들이 있었다.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많은 법적 권리도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거저 주어진 것은 없었고 피와 땀과 눈물이 소모되었다. 지금도 약자들의 많은 요구가 말도 안된다며 무시되고 불법으로 치부되고 당연한 듯 침해 당하고 있다. 







나는 책을 한가득 사 놓고는 죄책감을 느끼며 곁눈질로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트윗 하나만 더 올리고. 독서량은 여전히 많았지만 해가 갈 수록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오르는 기분이었다. 당시 나는 막 40이 되었고, 동년배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마다 우리는 집중력이 없어진 것을 개탄했다. 마치 한 친구가 어느 날 바다에서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것처럼. p.12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중력을 도둑맞은 내게 아픈 제목이다. 뭐든 심각한 문제는 그냥 벌어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누적의 결과다. 외면하고 덮어두고 미루고 별것 아니라고 유지하다 보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누군가를 깔아뭉갠다. 예전에 읽은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게으른 자가 한가로이 누워 있는데 도둑이 집에 들어온다. 게으른 자는 그대로 누워 생각한다. '아니 도둑이 들어오다니 마당에 들어오기만 해봐라 가만 안 둘 테니!' 도둑은 마당에 들어선다. 게으른 자는 생각한다. '아니 감히 마당에 들어와? 집 안으로 들어오기만 해봐라 내가 혼쭐을 낼 테다! 도둑이 집 안에 들어선다. 게으른 자는 분노하며 생각한다.' 방 안으로 들어오면 절대 참지 않겠어!' 결국 도둑이 방안에도 들어오고 게으른 자는 고가의 물건들을 도둑에게 다 털린다. 떠나는 도둑을 향해 게으른 자는 혼자 생각한다. '다음에 다시 오기만 해봐라' 뭐 이런 식의 내용이었다. 어처구니 없지만 냉정하게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다. 많은 사례에 적용이 될 것이다. 그저 게을러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은 물론,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는 사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가령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무기력하게 바라봐야만 하는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아프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프다. 







이 작품에 대해 글을 남겼던 것 같기도 하고 생각만으로 그친 것도 같다. 학폭을 다룬 시리즈다. 주인공이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사실을 드라마를 다 본 뒤 알고 살짝 놀랐었다. 제법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어 당연히 배우 출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원빈을 좀 많이 닮아서 내 맘대로 영화 '아저씨'의 어린시절 성장기라고 생각하며 봤다. 스토리도 제법 탄탄한 편이고 고구마 없이 시원시원하다. 기존에 학폭을 다룬 드라마와 차이점을 두 가지 정도 짚는다면 주인공이 싸움 실력이 본래 뛰어나기 보다는 머리 회전이 빨라 주변 사물을 잘 활용한다는 점, 연대하던 친구의 배신이 인간성의 어두운 면을 잘 드러냈다는 사실 정도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폭 문제가 심각해진지 오래다. 누적되고 오래 묵은 것은 묵히는 사람들이 더 힘이 세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징글징글해진 이 현실이 어느 정도 스토리에 담겨야 보면서도 납득하게 된다. 이 시리즈는 그런 측면이 만족스럽고 개인적으로는 1화만 으로도 퀄리티가 꽤 높다고 느꼈다. 주인공 연시은은 우등생이다. 아버지와 단 둘이 함께 사는데 그의 아버지도 선생님이고 엄마는 이른바 일타강사라 바빠서 잘 만나지 못한다. 친구도 없고 외톨이인 연시은이 진심인 것은 오로지 공부! 그런 그에게 일진들이 어느 날부터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시은은 일단 건들지 말라고 잘 타이른다. 그들과 문제에 휘말려 성적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였겠지. 하지만 그가 성적에 예민하다는 걸 눈치챈 일당들이 잠이 오는 패치를 그의 몸에 붙여 시은은 시험을 망쳐버린다. 채점 하면서 점점 분노한 시은은 펜(존윅의 영향일까)과 책, 커튼으로...


싸우는 장면을 보면 꽤 잔인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속이 후련했던 건 물리적인 폭력 이상으로 치가 떨리는 현실의 위선 때문인지 모른다. 학폭으로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려 놓고도 아버지 찬스로 응분의 대가를 치르지도 않고 오히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가해자들. 드라마를 통한 대리만족으로 현실이 달라지진 않지만 갑갑한 상황 속에서 숨 돌릴 틈을 주었다. 







난 내가 뭘 안 원하는지 밖에 몰랐어. 늘 옆구리를 찌르는 가시 하나가 있거든, 그래서 항상 생각을 해. 이 가시만 빠지면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한데 막상 그 가시가 빠지고 나면 또 텅 빈 기분이 되더라고. 그러다 금세 또 새로운 가시가 옆구리를 파고들지. 그러면 또다시 그 가시에서 벗어날 생각밖에 할 수가 없는 거야. 도무지 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없어.p.31



어디에 어떻게 집중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내 옆구리를 찌르는 가시에 집중할 수도 있고 아님 외부의 다른 문제에 집중할 수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영드 '보디가드' 중에서>



여기 데이비드라는 한 남자가 있다. 군 시절 아프가니스탄에 다녀 온 후 트라우마로 마음 고생중인 경찰. 그로 인해 알콜 문제가 생겨 아내와도 별거 중이다. 아이 둘을 엄마에게 데려다 주기 위해 열차를 탔는데 폭탄 테러범이 탑승했다는 걸 눈치챈다. 그의 순발력과 기지로 승객들은 무사히 구조되고 능력을 인정받아 정부 고위급 인사(내무부 장관 몬터규)의 보디가드가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몬터규(사진 우측)는 극우 보수로 군의 파병을 누구보다 앞장서 추진했던 사람이었다. 데이비드는 다름아닌 자신을 사지로 내몬 장관을 호위하게 된 것. 함께 파병 가서 동고동락했던 전우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이 황당한사실을 이야기하고. 역시 전쟁 후유증으로 얼굴까지 망가진 그 친구는 분노하는데. 그럼에도 계속되는 테러 위협으로 불안하던 상황에 몬터규와 데이비드는 급격히 가까워지게 된다. 더구나 남녀사이라 수많은 변수가 묘한 분위기로 급반전 되기도 함. 상황은 그렇게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로멘틱하면서스릴넘치게 흘러가게 된다.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다 보면 초반에는 재미있다가도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때가 더러 있는데 이 드라마는 시종일관 탄탄한 구성과 긴장감을 동력으로 끝까지 완성도가 높았다. 데이비드는 아내와도 멀어지고 한번씩 트라우마로 괴로워했었다. 그런 그가 위협적인 상황에 놓이자 오히려 힘을 얻는 것 처럼 보였다.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행복추구' 같은 뜬구름 잡는 목표만이 아니다. 때로 외부의 적이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분위기를 깬다는 것은 삶을 열어젖히는 것이고, 삶을 위한 공간, 가능성과 기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ㅡ행복의 약속. 사라 아메드



지금 민주주의가 바보들에 의해 후퇴하고 있다. 당연한 권리들이 도둑맞고 있다. 도둑들이 똑똑했다면 덜 억울했을까? (똑똑했다면 애초에 그들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겠지) ㅡ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이란 인간은 욱일기를 욱일기라 말하지 못하고 기레기들은 욱일기를 '햇살무늬 자위함기'라고 하질 않나. 이른 새벽에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국가 경보 문자와 사이렌이 울려 불안하게 만들고 대통령 말을 들리는 대로 기사화 했던 정직한 기자가 이상한 이유를 핑계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황당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ㅡ바보들이 사회를 혼돈 속에 빠트리면서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은이가 주변에 있던 물건들로 일진 패거리들을 혼쭐낸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바보들이 똑똑한 사람들이 두려워 도서관 지원금을 대폭 삭감한다면 더 가열차게 읽고 쓰고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적어도 그들이 싫어하는 걸 하는 거지.흐흐  여러분 이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읽고 씁시다. 저도 그럴께요.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3-06-03 0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꾹꾹 눌러 포장한 선물세트, 미미님 페이퍼!
슬금슬금 중앙까지 침범하는 도둑에 비유하시다니, 뜨끔뜨끔.

저도 지금 얼렁 알라딘 로그아웃 해야 공부를 할텐데요^^

청아 2023-06-03 09:32   좋아요 3 | URL
알라님 어쩜 그렇게 예쁜 표현을! ㅎㅎ
저 이 책 영향인지 스마트폰에 각종 앱을 지웠어요^^

독서괭 2023-06-03 1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렇게 긴 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반갑네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한탄스런 마음이 절절히 느껴집니다..ㅠㅠ 이럴때일수록 더 열심히 읽고 쓰자! 저도 그럴게요! 힘내요 우리!

청아 2023-06-03 10:40   좋아요 4 | URL
질 보다는 양으로 채운 글인데 반가워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괭님^^
이 맘때 꽉 찼었던 도서관 신간 코너가 휑하더라고요.ㅠ.ㅠ 아웅...
이럴 때일수록 같이 더 파이팅 해요!!

잠자냥 2023-06-03 1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시 긴 글을 쓰게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청아 2023-06-03 13:02   좋아요 3 | URL
오래간만이라 더 힘들었는데 자냥님 말씀 감사해요!! ^^

새파랑 2023-06-03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미님의 필력은 대단하십니다~!!
요새는 드라마도 많이 보시나봐요.
북플에 미미님이 잘안보이셔서 썰렁합니다 ㅋ

6월에도 많이 읽고 쓰시길 바라겠습니다~!!

청아 2023-06-03 14:37   좋아요 3 | URL
진짜 필력 대단하신 분들이 돌 던지실 것 같은데요?ㅋㅋㅋ
얼마 전까지 많이 봤어요. 이제 다시 책에 집중하려고요,
새파랑님이 계셔서 알라딘이 늘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

자목련 2023-06-03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 좋은 글 감사해요. 열심히 읽고 즐겁게 쓰는 미미 님을 응원할게요^^

청아 2023-06-03 16:31   좋아요 1 | URL
자목련님 응원 고맙습니다. 쉬어 보니 읽고 쓰기가 제게 보약이었음을 실감합니다 ^^

건수하 2023-06-03 16: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 오랫만에 읽으니 반갑고 이제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뻐요.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아요 :)

도둑맞은 집중력 도서관에 있나 (있겠죠?) 찾아봐야겠어요.

청아 2023-06-03 16:33   좋아요 3 | URL
수하님 프사 사진 바뀐 거 넘 사랑스럽네요!ㅎㅎ
네. 읽고 쓰면서 스스로 치유하고 힘도 기르고 싶어요. 견디는 힘.

이 책 인기 있어서 있을 것 같네요 ^^

잠자냥 2023-06-03 17:59   좋아요 3 | URL
앗 진짜 바뀌었네요?! ㅋㅋㅋㅋ 요즘 을집 애들도 털 때문에 벌써 더운지 낮엔 다 저러고 잠만 쿨쿨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6-04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행 에스컬레이트 뛰어오르는 기분 !
비유가 넘 좋아요.
저 그 기분 뭔지 백퍼 알아요.

청아 2023-06-04 15:12   좋아요 1 | URL
네!ㅎㅎ 생각만 해도 조마조마한 ㅎㅎ

거리의화가 2023-06-05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제 자주 뵐 수 있을 것 같아 기뻐요^^ 저도 출퇴근 길, 아니면 짬짬이 드라마 보고 원서 읽고 책 읽고 그러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집중력은 아무래도 SNS가 들어온 이후에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불굴의 의지력이 아니면...ㅎㅎ 미미님 글 보니 저는 뭔가 막혔던 기가 뚫리는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읽고 쓰자구요^^

청아 2023-06-05 17:40   좋아요 1 | URL
화가님 말씀 고맙습니다^^ 화가님 원서 읽기 꾸준히 하시는 모습 귀감이 됩니다. 집중력 문제로 요즘 고민입니다 방법을 찾아 헤매는 중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