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감정을 차단하면 나머지 감정들 또한 차단된다. 영혼의 일부를 부정하면 영혼 전체가 모습을 감춘다. 내가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사랑으로 안아줄 때 영혼이 춤추고 노래하기 시작한다.(...)
목욕탕에선 벌거벗은 몸이 부끄럽지 않다. 모두가 벗고 있으니 벗는 게 당연하다. 누군가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하나 둘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게 당연해 진다. 목욕탕에서 옷을 입고 있는 게 더 이상해 보이는 것처럼, 가면을 쓰고 자신을 숨기는 게 더 이상한 세상이 된다. --박나은
그는 그날까지 처리해야 할 일거리를 들여다보고 있었고 나는 읽어야 할 책을 속독하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는 위스키와 치즈, 레몬, 육포, 먹기 좋게 썰어진 망고, 초콜릿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급조한 안주들이지만 충분하고 훌륭했다. 작년에 사놓고 써먹지 못했던 고양이 얼음틀도 이날 한몫을 했다. 술에 취하고 서로에 취해 아른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 걱정하는 그 사람에게 음주 독서는 내 장기라고 답했다. 단정한 순간들조차 그와 단둘이 있으니 에로틱하게 흘러갔다. 서로가 그날의 분량을 채웠을 때 첫 단추를 풀어내는 듯한 말을 던졌다. 내가.
혼자 살게 된 후로 여름에는 다 벗고 지낼 때가 많다. 익숙해지면 이것만큼 편한 차림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릴 때 좋아하던 모델이 있었는데 집에서는 늘 전라 상태로 춤도 추곤 해서 이웃들이 알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자유분방함이 내게 각인되어 이렇게 된 걸 수도 있다. 수화기 저 편에서 페럴만이 묻는다. "지금 뭐 입고 있어요?" " 다 벗고 있죠" 감탄과 괴로움, 그리움이 섞인 한숨소리가 내 귀를 타고 흘러든다. 기분이 좋다.
사드는 말했다. 나는 항상 바다를 두려워했다. 아니 놀라울 만큼 증오했다.
물은 최초의 화면이다. 두번째 화면은 피부의 내벽이다. 이어 두 눈의 거울, 이어 유방의 유두, 이어 우유의 막, 마지막으로 반짝이기 때문에 우선 끌리는 거울 같은 세상의 그 모든 표면이다. 움직임도 화면이다. 저녁도 화면이다. 그리고 또 안개가 있다. - 파스칼 키냐르 , [성적인 밤]
이번에 주문할 책들...두근두근...냠냠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이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전혀 다른 드라마로 느껴진다. 내가 무너져도, 내 모든 걸 내보여도 떠나지 않고 내 곁에 남아주는 사람,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