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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피 (Sweetpea) - 거절하지 못할 제안
스위트피 (Sweetpea) 노래 / 파스텔뮤직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이틀 동안 몇 번 반복해서 들어본 느낌은, 딱 스위트피스럽다, 정도. ("십여 년의 음악 생활을 회고하며, 동시에 앞으로의 길을 제시하는 ‘중간점검 지점’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는 음반 소개는 그러고 보면 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음악가들이 참여한 이 음반에는 참여한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이 엿보이고, 어떤 곡(이를테면 타루가 피처링한 <떠나가지마>라든가 <인어의 꿈> 같은 곡)은 아련하고, 어떤 곡(<하루>나 <한번만 더> 같은 곡들)은 발랄하지만 일상과 연애를 다루는 스위트피만의 '무심한듯 시크한' 정서는 음반 전체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음반에 실린 노래들도 대체로 만족스럽긴 하지만, 옆길로 새는 이야기(혹은 사소한 불평)나 적어둬야겠다. 몇몇 곡은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 부분은 왠지 익숙해'라든지 '이 부분은 누구(대개는 스위트피나 델리스파이스)의 어느 곡의 어떤 부분과 비슷해' 하는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이런 것들은 무성의한 자기복제나 표절처럼(얼마 전에 모 인디밴드의 음반을 듣다 대놓고 오래 전 외국 유명 밴드의 곡 일부를 카피곡 연주하듯 갖다 베낀 걸 알고는 정나미가 확 떨어진 적이 있는데 그런 경우처럼) 빈정 상하는 경험 같은 거라기보단 오히려 '어, 이 부분은 그 곡이랑 비슷하려는 줄 알았더니 저쪽으로 튀네'라든가 '이런 연주를 이런 곡에 쓰니 이런 느낌이 나네' 하는, 잠깐씩 피식거릴 수 있는 재미 정도다. <뱀파이어는 이렇게 말했다>나 <오, 나의 공주님>처럼 (개인적 취향이지만) 독특한 느낌으로 한 번에 귀에 확 들어오는 곡이 없어서(<안타까운 마음> 정도가 이런 느낌에 좀 접근했지 싶은데, 2% 약하다) 별을 세 개 반을 줄까 했는데, 반 개 표시가 안 되는구나.
스위트피의 일상을 짐작할 수 있는 thanks to와 hates to는 음반을 사서 속지를 들춰본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보너스다. 아마도 김민규는 이 음반을 만들면서 <초속5cm>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봤고, 나 역시 좋아하는 GS25 편의점에 가서 (내 취향을 기준으로 추측컨대) 연어마요네즈 삼각김밥을 사먹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