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도 좋고 참여한 가수들도 홍대 인디신에선 잘 알려진 사람들이다. 노래도 웬만큼 좋다. 이음매가 없다시피하거나 너무 투박한 컴필레이션보다는 한 가지 컨셉을 잡고 만든 곡들이 실린 이런 옴니버스 음반이 만족감을 줄 가능성(건질 곡이 많을 가능성)이 많아서 어느 정도 기대를 했는데, 썩 만족스럽다.
편식이 심한 탓에 (대개는 한두 차례 실망한 이유로) 찾아 듣지 않던 팀의 노래도 듣게 되고, 일정 정도 재평가도 이루어졌다. 여러 팀을 묶어 놓으면 마음에 드는 팀과 아쉬운 팀이 있게 마련인데, 이 음반은 편차가 꽤 적은 편이다(사실은, 당연하게도, 검둥소가 누렁소보다 노래를 더 잘한다). 각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한 이유도 있고, 컨셉 자체가 무리할 필요가 없는 이유도 있을 게다. 다만 곡들이 전반적으로 짧은 게 아쉽다. 공연은 했으나 음반에는 없는 가수의 노래도 아쉽고. 음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한희정의 '어항'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탓도 있지만 너무 빤하거나 어느 음반에 실려도 별반 관계가 없는 노래들에 비해 한희정의 노래는 은유가 담긴 가사(물론 내 맘대로 해석이지만)에 보컬의 장점도 잘 살렸다.
하나마나 한 소리를 덧붙이자면, 음반판매의 수익금 일부가 환경보호 활동을 위해 기부된다고 한다...는데... 그 일부는 참... 환경을 살리기에는(삽질 한 번이면 무화될) 미미한 액수일 테다. 그 기부 문구 때문에 음반을 산 건 아니지만서도, 이것 역시 아편인가 싶어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