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널 미워해 - 『정년이』 원작자가 쓴 유난한 사랑의 목록
서이레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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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에 꽂힌 딸을 위해 정년이 찾아 삼만리를 하다가 알게된 정년이 원작 작가 에세이다.
삶을 보고 만지고 문질러서 글로 써낸 내가 하지 못한 것을 해낸 작가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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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문장 시리즈
엄지혜 지음 / 유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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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극적인 태도로 그러한 의견을받아들였다. 그들의 견해를 의심할이유도 없었고, 그렇다고 무조건 믿을필요도 없었으니까.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요즘 다행스러운 건 ‘읽는 눈‘, ‘보는 눈‘의 줏대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읽은 것, 만나 본 사람을 믿을 뿐 다른 사람의 평가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의 흠결을들었다고 해서 쉬이 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그가 품고 있는 단점을 능가하는 장점을 알기 때문이다. 낙천적인 회의주의자가 되려고 애쓴다. 이건 세계를 보는 눈 너머 사람을 보는 눈에서도 통한다. 내가 본 것이 그의 진면목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를 좋아하고 신뢰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

나는 특별히 바쁘게 사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의 자식 입장을상상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성공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추억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부모는 성공한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니까. 너무나 바빠 보이는 이연복은 어떤 부모일지 궁금했다. "애들이 참 잘 자라줬거든요. 한번은 물어봤어요. 내가 너희한테 특별히 잘한 게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자랐냐고. 그랬더니 ‘엄마, 아빠가 열심히사는데 우리가 어떻게 삐뚤게 나가요‘라고 했어요." 보는구나, 보이는구나. 부모의 애씀을 자식이 모를 수가 없구나 싶었다.

부모가 최선을 다하면, 아이는 당연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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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질문 앞에 우리는 마주 앉아 - 읽고 쓰며 성장한 엄마와 딸의 책 편지
정한샘.조요엘 지음 / 열매하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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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장석주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헐어 책 사는 일에쓰는 것은 말년을 대비한 노후 보험이라면서, 왜 책을 읽느냐는 물음에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다는 소설가 최인훈의 말을 인용한다. 누군가가나에게 책을 왜 사느냐, 왜 읽느냐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아름다운 소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찾을 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

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아무 목적도 없어요."
그렇다. 책은 그저 내가 더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원천이 되어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아름다운 음악을듣는 것처럼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된다. 나의 책 읽기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고, 목적이 없는 책 읽기이기에 그 안에서 교훈이나 길잡이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양과모양새로 사람을 판단하기도 싫으며,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아이를 키우며 조금 바뀐 점이 있다면, 책 읽기의 목적이 순수한 즐거움에서 조금 확장되기시작했다는 점이다. 나는 이제 순수한 즐거움에 머물지 않고책을 통해 세상을 보려 한다. 알지 못했던 것을 알려고 하며분노도 하고 연대도 한다. 책 안에서 만난 새로운 세상을 내일상으로 끌어당겨 적용해 보려는 노력도 한다. 사는 방식이읽을 책을 결정해 주기도 하고, 읽은 책에 따라 살아가기도 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아이와 어떤 시간을 함께할까.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나 고민했던 시간을 지나,
이제 나는 아이와 어떻게 이별할까를 생각한다. 조금 이른생각일지 몰라도 잘 이별하고 싶다. 때가 되었을 때 질척대지 않고 엄마의 자리를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나의 새로운목표이다.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응원하며 바라보리라 다짐했던 것처럼 지금부터 조금씩 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듯하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존재로서의 아이를 잘 떠나보내고, 나보다 조금 어릴 뿐인 새로운 친구로서의 아이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책을 읽는 일이 타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고 공감하는것이라면, 글을 쓰는 건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인 것 같아. 

건강하고 아름다운 고민을 하는 너는 분명 두려움에 맞서 싸울 수 있을 거야. 생각하고 묻는 일을 멈추면 나쁜 일에도 쉽게 익숙해지고 편안한 타협을 찾게 될 텐데, 너는 쉬지 않고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아이니까, 네가 지닌 그 많은 질문들이앞으로 만날 두려움과 고민에 하나씩 답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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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 시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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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으로 끝까지 겨우 읽어냈다. 시는 여전히 어렵다. 언젠간 이해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좋아서 읽는 이 책들은 현재의 책이 아니라 미래의책이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까 지금 읽는 이 문장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시를 읽는 동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무용한 사람이 된다. 시를읽는 일의 쓸모를 찾기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런 목적 없

이 날마다 시를 찾아서 읽으며 날마다 우리는 무용한 사람이 될것이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최소한 1시간은 무용해질 수 있다.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뭔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걸 순수한존재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날마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그 순수한 존재를 경험할 수 있다. 시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것들, 즉 은행나무며 초승달이며 바다 같은 것들이 모두 그렇게 순수하게, 즉 존재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시를 읽는 시간 역시 그런 식으로 존재한다. 순수하게. 매일 반복적으로 행할 수 있는 이 순수한 존재의 경험을 통해결국 우리는 이 세계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의 모호한 현상들을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모두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그저 아무런 목적이나 쓸모 없이 하루 중 얼마간 시간을 내어 언어를 읽는 일이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다른 책도 좋겠지만, 시를 읽는게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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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멀리 간다
김지은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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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향한 애정이 담긴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

「바둑이 방울을 작사·작곡한 김규환의 다른 창작 동요 중에 「그림」이라는 노래가 있다. 오래전 동요 대회에서종종 불리곤 했던 애잔한 음률의 명곡이다. 이 곡은 동생이야단맞는 장면을 목격한 언니가 동생의 상처를 헤아려 보는 내용이다. 동생은 집에서 신나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본 어른에게 물감을 가지고 장난한다고 호되게 혼난다. 어머니의 눈에는 그림에 몰두한 어린이의 마음은 안 보이고 잔뜩 어지럽혀진 집 안의 풍경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또래인 언니에게는 동생의 마음이 보인다.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며 반짝반짝 빛나던 동생의 두 눈이 자꾸 떠오른다. 가단조의 쓸쓸한 멜로디에는 어린이의서투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어린이의 항변이 담겨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노래의 마지막 소절에 상냥한 어른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튿날 학교에 가 보니 게시판에 동생이 전날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동생의 담임 선생님은 이그림을 듬뿍 칭찬하고, 그런 선생님을 보면서 언니는 마음을 놓는다. 한 사람의 어른이라도 우리 마음을 알아준다는 안도감이었을 것이다.

이 노랫말처럼 어린이는 누군가로부터 이해받은 경험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다. 동화는 수많은 몰이해를 뚫고 만들어 내는, 약자를 마중 나오는 세계에 대한활자화된 증거들의 모음이다. 책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땠는지 알아? 나를 반겨 주었어. 나를 응원했다니까!"라고 드끼는 경험은 자라는 어린이를 조금 더 마음 놓고 자라나게한다. 자신도 어서 자라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 어린이들의 용기 있는 말을 지키고 존재의성장을 응원하며 대신 공격받기 위해서 어른인 동화 작가가있다. 하지만 책과 노래 바깥에서 만난 실제 어른들이 다짜고짜 화를 내고 야단만 친다면 책과 노래도 별다른 도리가없다. 문학과 예술의 힘은 딱 거기까지다.
어린이들이 보기에 어른들은 시선을 높은 곳에만 두고사는 사람들이다. 뭘 잘 모르거나 서투른 것이 있어서는 안되며, 시험 점수는 백 점이 기준값이다. 어른들에게 돌발 상황은 이해 불가능하고 짜증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태도는권력자의 속성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우리에게 ‘책‘이란 어떤 의미일까. 어린이의 성장은 기억을 덮어 쓰는 과정이라서 아무리 즐거웠더라도 자라고 나면 희미한 잔상만 남는 경우가 많다. 그림책 작가 기타무라 사토시( )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영국 유학 시절 어느 맞벌이 가정의 아이를 돌보는 일로 돈을 벌었다. 아이를 만나러 갈 때마다 자신이 쓰고그린 습작을 들고 가서 읽어 주었는데, 최초의 독자인 아이는 수십 번 다시 읽어 달라고 할 정도로 그의 작품에 환호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일본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그에게 아이의 부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이의 대학 졸업식에 그를초대하고 싶다는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영국까지 달려간기타무라 사토시의 눈앞에는 몰라보게 장성한 청년이 서 있었다. "아직까지 나를 기억해 주다니 고마워요."라고 말하자 그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사실 저는 선생님이 기억나지 않아요. 좋은 분이었다고 부모님이 늘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만.
그때 읽어 준 책들도 다 잊었느냐고 묻자 청년은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기타무라 사토시는 2010년 서울국제작가축제의 강연에서 이 일화를 들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문학은 어린이에게 잊히고 마는 숙명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들려준 이야기들이 결국 그 아름다운 사람 자체가 되었기때문에 저는 그 숙명이 조금도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당시나는 그 일화를 들으면서 기억에서는 서서히 엷어지지만 마침내 존재 자체가 되는 것, 이것이 어린이책의 본질임을 깨달았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어린이와 책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하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제목을 까맣게 잊은 뒤에도 두고두고 그리워할 만큼 견고한 것이 책과 어린이의 관계다. 어린이는 그 책을 넘어 성장한다. 책을 흡수하고 추억을 뛰어넘어 나아간다.

 만약 그 청년이 "선생님의책이 준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뜻대로 살겠습니다."라고 답했더라면 그건 더 멋진 일이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기억을 하건 못 하건 청년은 오늘로부터 가장 멀리,
우리보다 더 먼 곳으로 갈 사람이다.

동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저 고양이도 나만큼 아플 거라는 짐작, 내 친구도 나만큼 슬플거라는 안타까움 속에서 발견될 것이다. 다른 존재의서러움이나 아픔 앞에서 "괜찮아?"라고 묻는 그 순간의 진심을 겨룬다면 우리는 어린이를 이기지 못한다. 어린이들은여러 놀이를 하면서 이기기도 지기도 하지만 공감의 놀이만큼은 언제나 아픈 상대에게 져 주려고 애쓴다. 그들의 모험은 수많은 져 주기를 통해 그들 모두가 이기는 세계를 향한다. 어른들과 크게 다른 대목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모든것이 놀이이기 때문에 세상보다는 안전하다는 것이다. 어린이는 그 안전한 사고 실험 속에서 공감으로 이어진 공동의승리가 얼마나 빛나는지 배운다. 긴장감 속에 온갖 모험에뛰어들면서도 친구와 저릿저릿하게 마음이 통하던, 놀이터에서 느낀 그 잠깐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그렇게 남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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