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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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배우이자 글쓰는 사람 박정민이 출판해낸 <첫 여름, 완주>를 드디어 읽었다.
최근 읽은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이 좋았기에 기대하고 읽어나갔다. 역시나 재밌다!
진실은 누가 판단 내리는 게 아니라 그냥 경험하는 거라는 어저귀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손열매가 처음으로 성대모사 한 사람은 스탠리 입키스였다. 그는 짐 캐리가 연기한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으로 고대의 나무 가면을 쓰면 평소와 전혀 다른 존재로변한다. 히어로라면 히어로의 일종으로 분류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포장하기에 두꺼운 초록 버터크림의 그 얼굴은 토네이도처럼 무질서를 몰고 와 현실을 엉망으로만든다. 우리가 알던 세계는 전혀 다른 것이 된다. 그러니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실된 것. - P-1

작가는 자신을 가장 현명하게 열어젖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게 개방된 작가의 삶, 마음, 감정들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소설의 모든 것과 결합하고 최종적으로는 전혀 다른 세계가 된다. "그러니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실된 것." 하지만 나는 최근에 진실을 좇는 일은 끝없는 공회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그보다는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충고를 책에서 읽었다. 거짓 없는 사실, 완전한 올바름, 그것은 때로 삶을 수렴하기에 너무 옹색하다. 그보다는 더 수용적이고 오래고 성긴 것이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서로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여름의 방문 같은 것.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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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널 미워해 - 『정년이』 원작자가 쓴 유난한 사랑의 목록
서이레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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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에 꽂힌 딸을 위해 정년이 찾아 삼만리를 하다가 알게된 정년이 원작 작가 에세이다.
삶을 보고 만지고 문질러서 글로 써낸 내가 하지 못한 것을 해낸 작가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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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문장 시리즈
엄지혜 지음 / 유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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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극적인 태도로 그러한 의견을받아들였다. 그들의 견해를 의심할이유도 없었고, 그렇다고 무조건 믿을필요도 없었으니까.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요즘 다행스러운 건 ‘읽는 눈‘, ‘보는 눈‘의 줏대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읽은 것, 만나 본 사람을 믿을 뿐 다른 사람의 평가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의 흠결을들었다고 해서 쉬이 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그가 품고 있는 단점을 능가하는 장점을 알기 때문이다. 낙천적인 회의주의자가 되려고 애쓴다. 이건 세계를 보는 눈 너머 사람을 보는 눈에서도 통한다. 내가 본 것이 그의 진면목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를 좋아하고 신뢰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

나는 특별히 바쁘게 사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의 자식 입장을상상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성공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추억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부모는 성공한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니까. 너무나 바빠 보이는 이연복은 어떤 부모일지 궁금했다. "애들이 참 잘 자라줬거든요. 한번은 물어봤어요. 내가 너희한테 특별히 잘한 게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자랐냐고. 그랬더니 ‘엄마, 아빠가 열심히사는데 우리가 어떻게 삐뚤게 나가요‘라고 했어요." 보는구나, 보이는구나. 부모의 애씀을 자식이 모를 수가 없구나 싶었다.

부모가 최선을 다하면, 아이는 당연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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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질문 앞에 우리는 마주 앉아 - 읽고 쓰며 성장한 엄마와 딸의 책 편지
정한샘.조요엘 지음 / 열매하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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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장석주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헐어 책 사는 일에쓰는 것은 말년을 대비한 노후 보험이라면서, 왜 책을 읽느냐는 물음에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다는 소설가 최인훈의 말을 인용한다. 누군가가나에게 책을 왜 사느냐, 왜 읽느냐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아름다운 소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찾을 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

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아무 목적도 없어요."
그렇다. 책은 그저 내가 더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원천이 되어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아름다운 음악을듣는 것처럼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된다. 나의 책 읽기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고, 목적이 없는 책 읽기이기에 그 안에서 교훈이나 길잡이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양과모양새로 사람을 판단하기도 싫으며,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아이를 키우며 조금 바뀐 점이 있다면, 책 읽기의 목적이 순수한 즐거움에서 조금 확장되기시작했다는 점이다. 나는 이제 순수한 즐거움에 머물지 않고책을 통해 세상을 보려 한다. 알지 못했던 것을 알려고 하며분노도 하고 연대도 한다. 책 안에서 만난 새로운 세상을 내일상으로 끌어당겨 적용해 보려는 노력도 한다. 사는 방식이읽을 책을 결정해 주기도 하고, 읽은 책에 따라 살아가기도 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아이와 어떤 시간을 함께할까.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나 고민했던 시간을 지나,
이제 나는 아이와 어떻게 이별할까를 생각한다. 조금 이른생각일지 몰라도 잘 이별하고 싶다. 때가 되었을 때 질척대지 않고 엄마의 자리를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나의 새로운목표이다.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응원하며 바라보리라 다짐했던 것처럼 지금부터 조금씩 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듯하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존재로서의 아이를 잘 떠나보내고, 나보다 조금 어릴 뿐인 새로운 친구로서의 아이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책을 읽는 일이 타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고 공감하는것이라면, 글을 쓰는 건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인 것 같아. 

건강하고 아름다운 고민을 하는 너는 분명 두려움에 맞서 싸울 수 있을 거야. 생각하고 묻는 일을 멈추면 나쁜 일에도 쉽게 익숙해지고 편안한 타협을 찾게 될 텐데, 너는 쉬지 않고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아이니까, 네가 지닌 그 많은 질문들이앞으로 만날 두려움과 고민에 하나씩 답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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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 시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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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으로 끝까지 겨우 읽어냈다. 시는 여전히 어렵다. 언젠간 이해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좋아서 읽는 이 책들은 현재의 책이 아니라 미래의책이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까 지금 읽는 이 문장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시를 읽는 동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무용한 사람이 된다. 시를읽는 일의 쓸모를 찾기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런 목적 없

이 날마다 시를 찾아서 읽으며 날마다 우리는 무용한 사람이 될것이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최소한 1시간은 무용해질 수 있다.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뭔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걸 순수한존재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날마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그 순수한 존재를 경험할 수 있다. 시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것들, 즉 은행나무며 초승달이며 바다 같은 것들이 모두 그렇게 순수하게, 즉 존재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시를 읽는 시간 역시 그런 식으로 존재한다. 순수하게. 매일 반복적으로 행할 수 있는 이 순수한 존재의 경험을 통해결국 우리는 이 세계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의 모호한 현상들을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모두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그저 아무런 목적이나 쓸모 없이 하루 중 얼마간 시간을 내어 언어를 읽는 일이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다른 책도 좋겠지만, 시를 읽는게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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