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선더볼트 1
아베 가즈시게.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민음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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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이시카 고타로와 아베 가즈시게가 함께 쓴 소설 '캡틴 선더볼트'를 읽었다. 아베 가즈시게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시카 고타로는 '밤의 나라 쿠파'를 통해 나에게 이미 나름의 검증(?)을 받은 작가이기에 책을 읽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캡틴 선더볼트'를 읽는 내내 내가 아는 이시카 고타로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낯선 장소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캡틴 선더볼트'가 다른 작가와 함께한 공동 작품이라 그런지 '밤의 나라 쿠파'를 읽었을 때처럼 이시카 고타로만의 당혹(?)스러운 독특한 신선함을 느낄 수 없었지만, 퍼즐 조각을 찾아 맞추듯 흘러가는 빈틈없는 전개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만의 필체를 통해 이시카 고타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이사카 고타로구나… 하고 말이다. 

 

2. 이 책의 주인공 '아이바 도키유키'와 '이노하라 유'는 어린 시절 사람들이 '히어로 전대물'이라고 부르는 장르를 좋아했고(서른을 바라보는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함께 야구부 활동을 한 초등학교 동창이다. '아이바 도키유키'는 철부지 어른 아이로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철없는 행동으로 목돈이 급하게 필요해진 그는 친구에게 사기 친 사람을 혼내주고 한몫 챙기려다 큰 함정에 빠진다. '이노하라 유'는 계획적인 인물로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이다. 복사기 영업사원으로 착실하게 생활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아들의 약값 때문에 사채를 짊어지게 되어 불법 정보원으로 투잡을 뛰고 있었다. 이런 아이바와 이노하라는 십여 년 전 어떤 사건이 있던 후로 지금까지 만나 적이 없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치명적인 전염병, '무라카미 병'과 관련된 그 무언가 때문에 사람도 서슴지 않고 죽이는 괴물 같은 러시아인에게 쫓기게 되는데…. 그때까지 두사람은 몰랐다. 자신들이 하루아침에 세계를 멸망시킬 거대한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질주하게 될줄을… 

 

3. 2차 세계대전 이후 걸리면 70%가 사망한다는 '무라카미 병'의 바이러스와 백신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을 다룬 '캡틴 선더볼트'. 이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우리나라에 퍼져있는 '메르스' 바이러스와 대응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국가가 해를 끼치는 것은 악의 때문이 아니라 '정보 부족'이나 '무지' 때문이다. 그것을 숨기려고 그때그때 땜질하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을 내세우거나 권력 투쟁이 얽혀 들기 때문에 더 곪아 들어가는 것이라는…. 작가는 철부지 어른 아이와 그의 동창생을 통해 가볍게 모험 이야기를 던지고 있는 듯하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만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4. 나처럼 서른이 넘은 남자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핑크색의 코스튬을 입은 다섯 명의 히어로들을 응원하던 아련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 내게 '캡틴 선더볼트'는 바쁜 현실 때문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잠깐이나마 떠오르게 한 고마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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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카드
마이클 돕스 지음, 김시현 옮김 / 푸른숲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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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기에 무관심까지는 아니지만, 정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 내게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하우스 오브 카드'는 내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하우스 오브 카드'를 드라마로 챙겨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원작 소설인 이 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든 생각은 만약 내게 충분한 시간이 생긴다면 '하우스 오브 카드' 드라마를 반드시 정주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 프랜시스 어카트는 여당의 원내총무로 직접 사람들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당의 모든 일을 관리하는 직책을 갖고 있다. 선거가 끝난 뒤 어카트는 총리가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그를 끌어내리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직책을 적절히 활용해 조용히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작업을 한다. 그렇게 어카트는 자신이 총리가 되는 데 방해가 되는 정치인들을 정치 스캔들로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한편 이 모든 사건에 관심을 두고 이상하게 생각하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정치부 여기자 매티. 어카트의 작업이 진행될수록 나도 모르게 매티가 모든 걸 밝혀내 주길 응원을 하고 있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즉 카드로 지은 집이란 말이다. 어카트는 치밀하게 카드로 집을 지어가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를 아슬아슬함이 늘 있었다. 과연 매티가 어카트가 지은 집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소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배경은 영국의 정치판이지만, 프랜시스 어카트가 자신의 적을 온갖 음모와 거짓으로 하나하나 짓밟고 권력을 차지하는 것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란 것은 또 권력이란 것은 결국 어디나 똑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글귀를 적고 글을 줄이겠다. 

 

정치는 희생을 필요로 하네. 물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희생이지.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얻는 성취가 아무리 크다 한들, 남들을 먼저 희생시켜 얻는 성취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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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배치의 방정식 - 안락한 집과 공간을 만드는 건축의 기본정석 25
이즈카 유타카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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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처음 공간이란 것에 대해 공부하던 때가 생각난다.
열정을 가지고 대지 선정, 매스와 볼륨, 조닝, 동선계획, 모형, 패널작업등을 고민하던 때가 말이다. 그때는 밤을 새워가며 준비한 자료로 PT를 만들어 발표하고, 교수님의 컨펌을 받은 후 수정하고 또 수정하면서 참 열심히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은 대지와 건물을 보면 그 공간은 어떤 배치가 가장 일반적(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즘 들어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던 어린 생각이 담긴 대학 시절 작품집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어설픈 실력의 스케치, 모형, 패널이 귀엽기도 하지만 기대를 할 수 없는 일률적인 정답만 늘어놓고 있는 지금의 나와 달리 때가 묻지 않은 시선을 마주할 때가 있어 가끔은 괜찮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대지의 선정부터 효율적인 공간배치까지 아이디어와 실제 사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이런 내게 또 다른 자극으로 다가왔다. 나처럼 건축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건축학도나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건축주가 꼭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읽으면 지금 그들이 하고 있을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지만 한정된 공간에 방이나 수납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마법의 치수 455mm와 실내에서 시선이 쭉 뻗어 나가는 공간을 만들어 다이내믹한 공간배치를 하는 방법이 인상 깊었다. 내가 주택 설계를 하게 된다면(그런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한번 적용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 이 순간 공간배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많은 사람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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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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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을 파는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들어왔지만, 아직 이케아 매장을 방문해볼 기회가 없어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긴 제목이 인상 깊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책을 읽기 전까지 이케아가 스웨덴 가구 회사라는 것조차 몰랐는데, 지금은 이케아 매장 분위기와 이케아 가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된 것을 보니 저자가 '이케아'라는 소재를 이야기 속에 읽는 잘 녹여놓은 듯하다. 물론 읽는 독자로 하여금 거부감 없이.

 

인도에서 태어나 일생을 마술과 고행으로 살아온 아자타샤트루 라바슈 파텔. 그는 못 박힌 침대를 사기 위해 프랑스에 있는 이케아 매장을 찾는다. 이 책은 그가 프랑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케아 매장을 가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만난 택시기사와 파텔의 갈등이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또 파텔은 이케아 매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사실 못 박힌 침대를 살 돈이 부족했던 파텔이 그녀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접근했지만) 뜻밖의 여행에서 그녀는 그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가 뜻밖의 여행을 하는 과정이 웃기다.
프랑스 이케아 매장에서 사정상 몸을 숨긴 옷장이 영국으로 옮겨지는 것을 시작으로 트럭과 열기구 등에 실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페인, 리비아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되는 설정이다. 말 그대로 뜻밖의 여행이다. 저자는 비라지라는 인물을 통해 영국 정부의 밀입국자 추방 방법을 꼬집기도 한다. 이 여행에서 마리, 비라지, 소피 모르소를 만나면서 파텔은 작가라는 직업을 갖게 되고, 자신의 미래도 새로이 써내려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저자의 데뷔작이라 그런지 조금 억지스러운 상황이 없는 건 아니나 그러려니 하고 유쾌하게 넘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소설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가벼운 느낌이랄까. 100세 노인 스타일의 소설을 찾는 분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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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그림 여행 IN EUROPE - 75일간 유럽의 보통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다
김소영 지음 / 효형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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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건축 전문 출판사로 더 익숙해 믿고 읽는 효형출판사의 신간이라 주저 없이 선택한 책.
이 책은 조금 독특한 여행 에세이이다. 전에도 <엄마의 도쿄>라는 효형출판사의 여행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도쿄라는 타지에서 돌아가신 엄마와의 추억을 돌아보는 에세이로 지극히 사적인 기록이 담겨 있었다. 작가와 비슷한 상황 될지도 모를 상황 때문인지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다.

 

손그림. 천부적인 재능도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는 내겐 손그림에 대한 로망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스물여섯 어린 나이에 임용 고시를 그만두고 이스탄불, 아테네, 나폴리, 로마, 시에나, 피렌체, 베네치아, 베로나 그리고 파리를 75일간 여행하며 보고 느낀 유럽 사람들의 일상을 손그림으로 그려 이 책에 담았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조금 독특한 여행 에세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다른 여행서적과 달리 여행지에 대한 사진이나 정보가 없다. 그저 여행 중 그녀의 눈에 들어온 평범한 동네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린 손그림이 담겨 있을 뿐이다. 인물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담긴 독백과 함께 말이다.

 

양손 가득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를 따라 나온 풍경. 목마와 함께 목말 탄 꼬마, 베키오 다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여인 등 그녀의 손그림은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 담겨있었다. 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정말 기분 좋게 읽은 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유럽까진 못 가더라도 여행을 떠나 만난 일상을 손그림으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글을 적고 여기서 글을 줄이겠다.
여행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건히 기도하는 뒷모습을 고요히 바라보다 그곳에 없었던 사람처럼 되돌아 나오는 것뿐 -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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