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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 -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
브랜든 심스 지음, 곽영완 옮김 / 애플미디어(곽영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역사를 좋아해서 평소에 역사 관련 도서를 즐겨 읽어요 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이는 한국사에 국한된 이야기다. 학창 시절, 건축을 전공하면서 배운 세계의 건축사 정도만 알고 있었지 세계사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할뿐더러 세계사는 내게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게 세계사는 외워야 할 지식이 어마어마할 거라는 선입견과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유럽 I, II>의 부제, '1453년부터 현재까지의 패권투쟁의 역사'를 읽고, 이 책은 내게 유럽 국가의 역사에 대해 대략적인 방향과 범위를 잡아주는 책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1453년이라고 기점을 단정 지어놨을까. 유럽 역사에 대해 워낙 아는 것이 없다 보니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유럽 역사가들은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의해 함락된 해이자,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이 막을 내린 해인 1453년을 기점으로 근세가 시작되는 해로 보고 있다. 천 년을 유지했던 비잔티움 제국 즉 동로마 제국이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함께 역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그 이유다. 어쨌든 근세로 접어든 이후 유럽 국가들은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대내외 정책과 제도를 정착시켰고, 힘을 얻기 위한 전쟁 역사를 반복하면서 외교와 동맹 관계를 발전시켜 오늘날 세계를 주무르는 강력한 세력으로 떠올랐다.
역사적으로 부와 힘이 옮겨갈 때는 예외 없이 폭력과 전쟁이 일어난다. 유럽 국가들의 분쟁 중심은 신성로마제국이 있었다. 신성로마제국은 서쪽으로 브라반트와 홀란드, 동쪽으로 슐레지엔, 북쪽으로 홀슈타인, 남쪽으로 시에나, 남동쪽으로 트리에스테까지 광범위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오늘날의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대부분과 프랑스 동부, 이탈리아 북부, 폴란드 서부가 제국의 영역이었다. 신성로마제국은 유럽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고, 어느 나라보다 많은 인구가 거주했다. 무엇보다 신성로마제국의 제위는 샤를마뉴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기에 독일 제후들뿐만 아니라 이웃 국가의 왕들, 심지어 프랑스 왕들에게 큰 관심사였다. 신성로마제국의 제위는 로마 황제의 후계자이자 보편적인 권위를 상징하는 독보적인 자리였다. 때문에 여러 나라가 이해관계를 놓고 전략적으로 다툼을 벌인 곳이 신성로마제국의 영토였으며 분쟁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수백 년 동안 유럽을 지배하고 싶어하는 헨리 8세, 카를 5세, 프랑수아 1세, 루이 16세 등의 인물이 신성로마제국의 법통을 차지하고 싶어 했다. 이제야 신성로마제국의 영토가 유럽의 패권투쟁 과정에서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유럽연합이 탄생하기까지 지난 500여 년 동안의 유럽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십 차례의 전쟁, 정치체제, 인물, 문화, 종교, 사회, 그리고 국제관계까지 두루 담고 있었다. 철저하게 입시 중심으로 교육을 받은 내가 미처 배우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했다. 1,0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처음 봤을 땐 두꺼운 데 지루하기까지 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끄는 저자의 글솜씨에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나간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한 번 읽고 서평으로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유럽의 역사를 제대로 배운 사람의 입장에서 단언컨대, <유럽 I, II>는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갑자기 미드 튜더스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