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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안인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복안인>은 신비로운 이야기다. 타이완의 신화와 현대의 기후재앙이 버무려져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길고 깊은 동화같은 이야기다.
처음부터 바다의 신화가 펼쳐진다. 태평양의 와요와요섬- 아트리에와 우르슐라의 이야기는 태고의 원시적 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이어서 주인공인 앨리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앨리스(그녀는 대학교수이자 작가이다.)는 바다의 집에서 남편 야콥센과 아들 토토와 함께 산다. 어느날 남편과 아들이 암벽 등반을 하러 갔다가 실종되고, 남편의 시신만 발견되자 삶의 의미를 잃고 죽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대지진과 홍수 이후 그녀의 집이 바다에 잠기고, 오하요라는 고양이 한 마리를 구출하면서, 그녀는 삶의 이유를 찾아나간다. 그녀에겐 따뜻한 친구들이 있다. 다허와 하파이. 특히 현명한 다허는 항상 앨리스를 도와주며 그녀를 보살피는 최고의 친구이다. 어느 날 앨리스는 쓰레기 섬과 함께 떠밀려 온 아트리에를 만나고, 그를 아무도 모르는 오두막에 숨겨주고 보살펴준다. 아트리에는 태평양의 섬 와요와요에서 차남의 슬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 사랑하는 우르슐라를 남겨둔 채 섬을 떠나야 했던 청년이다.
책의 후반부에 아트리에와 앨리스가 서로를 보살피며 우정을 나누다가, 결국 아트리에가 우르슐라를 찾기 위해 다시 떠나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이 책이 아득하고 신비롭게 여겨지는 이유는, 시적인 문체들과 신화같은 이야기들 때문일 것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허, 하파이, 우마프, 아누, 볼트와 사라 모두 각자의 삶에서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들이다. 특히 다허의 삶은(샤오미와의 사랑, 우마프의 탄생 등) 애잔한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가 앨리스에게 보여주는 우정과 헌신은 타이완 사람들의 깊은 정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환경에 대한 깊고 강력한 암시와 경고가 작품의 주요 뼈대를 이루는 점도 놓치면 안된다. 강력한 기후변화로 타이완에 다가온 대지진과 홍수, 떠밀려온 쓰레기섬, 물범이나 고래를 사냥하는 인간들의 잔혹함. 이 모든 재앙 속에 인간이 겪는 고통과 시련이 얼마나 허무하고 무의미한지를 독자들은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며 느끼게 된다. 복안인이라는 신비로은 존재는, 어쩌면 인간에게 강력히 경고하고자 대자연이 변신하여 나타난 존재가 아닐까.
복안인의 존재가 과연 무엇일지, 우밍이가 말하고자 하는 숨은 뜻이 달리 또 있을지, 책을 덮고 나면 풍성하게 토론해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된다.
타이완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환경 소설이자 신화이자 철학서인 이 책이 주는 아릿한 여운을 꽤 오랫동안 간직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