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에다마처럼 모시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조 겐야라는 인물이 민속학에 기반하여 마을 괴담과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어가는 이 이야기는 탐정소설의 전형이다.

일본 어느 한 지방에 고대로부터 이어지는 네 가지 기이한 괴담을 시작부터 상세히 풀어놓으며, 이 책은 독자들을 오싹한 미스터리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초반부의 괴담은 이야기의 중요한 줄기가 되어 다양한 인물들의 복잡하게 얽힌 갈등과 욕망의 사연을 흥미로움 속에 지켜보게 만든다.

어느 지역의 전설이나 예로부터 전해지는 것이 괴담의 형태를 갖추면 누구라도 그 현장에 갔을 때 큰 흥분과 기대에 부딪히게 되는 법. 그런 인간 본연의 심리를 미쓰다 신조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공포와 도파민을 느끼는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영리한 작가와 그가 풀어내는 비밀. 무서운 이야기에 우리가 꼼짝없이 빠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비밀의 바닥을 보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기 때문이 아닐까.

괴기소설이나 탐정소설을 집필하는 인물인 도조 겐야는 편집자인 소후에 시노, 대학 후배인 오가키 히데쓰구와 함께 불가해한 괴담이 일어나는 고라 지방으로 탐방을 나선다. 괴이한 현상이 전해지는 도쿠유 촌과 지금도 괴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유리아게 촌은 그런 걸 좋아하는 겐야에게 어지간히 끌리는 지역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네 가지 괴담이 전해지는 고라 지방에는 겐야의 선배인 민속학자 노조키 렌야가 먼저 들어가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겐야는 시노와 히데쓰구를 데리고 무서운 이야기의 배경인 마을로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거기서 노조키 렌야(그는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를 비롯한 네 건의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겐야가 만나는 여러 인물들의 행동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엿보이며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이 책의 미덕은 미쓰다 신조의 유머 감각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인공 겐야의 뛰어난 추리력과 겸손이 매력을 더한다. 하에다마 님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바다 암초의 전설을 풀어가는 시작 부분에는 독자들에게 잔뜩 긴장감을 주다가도, 겐야와 시노의 티키타카 뿐 아니라 여러 순박한 인물들의 좌충우돌은 귀여운 시트콤을 연상케 한다. 독자의 추리를 엇나가게 만드는 구조, 인물들의 유머러스한 행동과 말투, 스즈카케를 둘러싼 삼각 관계, 연쇄 살인범의 단서로 쓰인 사사부네의 비밀 등은 잘 짜여진 동력으로 독자의 궁금증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마지막에 겐야가 시노에게 풀어놓는 추리의 전말이 한번 뒤집히고 또 다시 뒤집히면서, 거의 끝에 도달해서야 살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진다.(마을 사람들이 숨기고자 한 무서운 진실과 함께) 그러나 최종 결말, 히데쓰구의 전화 한 통이 또 한번 끝을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독자들을 끌고 가는데......

책을 덮으면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과 주변에도 기이한 전설이 있는지 한번쯤 찾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