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5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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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사는 전쟁사라 불릴 정도로 서양은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미국· 영국·프랑스 등 서양의 선진국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국가의 발전 모델로 자주 언급되면서 긍정적인 면만 주로 부각되지만 그들이 과거에 행한 침략은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역사에서는 유럽 외부의 세계를 침략하여 식민지로 만들었던 근대의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서양열강을 가리켜 제국주의 국가라 말한다.

 근대세계사를 서술할 때 제국주의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그만큼 제국주의 국가가 행한 폭력은 세계에 큰 상처를 남겼고 지금도 제국주의는 소멸되지 않고 성격만 경제적으로 바꾸어 존속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서양의 제국주의 역사를 소개하며 비판하고 있다.

 

 서양은 이익을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근대에는 군사력을 자주 사용했다. 이 책의 차(茶) 편에 나오는 아편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19세기, 영국은 차와 도자기를 수입하면서 은을 계속 중국에 지불하게 되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아편을 중국에 수출한다. 중국은 영국이 수출한 아편 때문에 국내에 아편중독자가 늘고 유입된 은이 아편의 지불수단으로 다시 유출되자 아편 수입을 금지시킨다. 그러자 영국은 자국의 의회에서 비윤리적이라는 지탄을 받으면서도 아편수출을 재개하고자 군함을 이끌고 중국을 침략한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영국은 난징 조약을 맺고 배상금을 획득하고 5개의 항구를 개항시키는데, 정의롭지 못한 전쟁을 하는 것도 모자라 침략한 국가의 국부까지 강탈하고 만 것이다.

 서양의 침략은 군사적인 성격만 지닌 것은 아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서양은 군사적 침략의 한계를 깨닫고 기업에 의한 경제적 침략에 주력한다. 바나나 편에 나오는 유나이티드 푸르트 사는 자사가 과테말라에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휴경 농지(거의 과테말라 경작지의 4분의 3에 다다랐다고 한다.)를 아르벤스 대통령이 몰수하여 자국의 농민에게 분배하려 하자 미국 정부를 움직여 과테말라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아르벤스 대통령을 과테말라에서 내쫓고 우익 군부세력을 집권시킨다. 타국의 노동자·토지를 대상으로 착취를 자행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국가의 정부마저 자신의 꼭두각시로 전락시키는 다국적 기업의 경제적 침략은 영국의 아편전쟁만큼 잔인하다.

 

 아편전쟁·유나이티트 푸르트 사의 사례 외에도 이 책에 나오는 아일랜드 침략·소금법·스페인의 정복자 등의 예를 보고 있으면 제3세계 국가들의 많은 지식인들이 제국주의를 증오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도 일제에 의한 식민지 역사가 있는 만큼 제국주의는 나에게도 냉정한 태도로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분노를 자아내는 이념이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여 중동에 개입하고 있고, 중국은 동아시아 해양 영토를 확보하고자 경제력을 이용하여 협박을 하고 있는 등 강대국에 의한 제국주의적인 행동은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 각지의 비판은 높아가지만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침략과 세력확장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인류는 제국주의가 초래한 두 번의 세계대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반성하여 잘못된 일은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제국주의 폭주로 인한 끝없는 침략이 결국 승자와 패자 모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 것을 목격했지만, 여전히 제국주의가 형태를 바꾸어 반복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인류의 진보를 의심하게 된다.

 인류는 제국주의를 극복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극복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다시 한 번 세계대전과 같은 파국을 맞을지도 모른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제국주의의 동기가 끝없는 탐욕이었던 만큼 국가는 이익보다 정의를 위해서 행동해야 하며, 타국을 착취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존중하는 태도로 대함으로써 대립보다는 신뢰관계를 구축하려 노력해야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제국주의의 원인은 인간을 차별하는 인종주의에도 있다. 그렇기에 개인도 타인을 자신에 비해 우월·열등으로 구분하여 대하기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존재로 대해야 한다.

 제국주의가 금방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험성을 인식하고 저마다 작은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제국주의도 인류가 극복한 많은 질병처럼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은 감자, 소금, 닭고기 등 식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을 중심으로 총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은 해당 음식과 관련된 일반상식과 역사 이야기가 친근한 말투로 서술되어 있다.

주목할만한 특징을 하나 꼽자면 단순한 역사 이야기를 넘어 바이오연료·FTA·종속이론과 같은 과학·경제·시사상식도 나오고 있는데, 역사가 다른 학문과의 교류가 필요한 학제적(interdisciplinary)인 학문임을 다시 한번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상식을 다루는 역사 서술방식은 작가를 꿈꾸는 나로서는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이라는 책을 읽은 후, 세계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던 가운데 선택한 책이다. 청소년문고지만 결코 내용의 깊이가 얕지 않고 세계사에 입문하기에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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