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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기억해 - 곁에 있어줘서 고마운 당신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시원북스 / 2022년 5월
평점 :
ㅇ 한줄 리뷰
_ 부모 돌봄에 관한 조언과 공감, 위로와 가족의 의미까지 담은 책
ㅇ What it says
_ 알츠하이머에 걸려 돌봄이 필요했던 80대 아버지를 간병하며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낸 책
_ prologue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며
Chapter 1: 어른이 된 내 앞에 기억을 잃은 아버지가 서 있다
Chapter 2: 기억을 잃은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Chapter 3: 부모라는 꽃에 변함없이 물을 주자
Chapter 4: 가족은 서로에게 존재 자체로 공헌하고 있다
Chapter 5: 부모 돌봄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
Chapter 6: 나이듦과 돌봄에 대해 더욱 성숙한 사회로
epilogue I, II
ㅇ What I feel
_ '긴 병에 효자없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부모에 대한 효심이 깊은 사람이라도 오랜 시간동안 간병하고 돌보다 보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온 열과 성을 다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뉴스를 보다 보면 드물지 않게 오랫동안 간병을 하던 가족이 환자의 생을 놓아주는 소식도 나오는거 보면 맞긴 맞는 말이다. 우리는 모두 어린 아이였다가 장성한 후 모두 빠짐없이 노인이 된다. 유병장수 시대에 오래 살면서 몸은 노화하기 마련이고 많은 병, 특히 치매가 찾아오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모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된다. 이러한 돌봄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보고, 또 준비가 되어있을까? 아마도 nobody. 눈 앞에 현실이 닥쳐서야 급급하게 생각하게 되고, 생각할 새도 없이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 일이 아닐까? 미리 한번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보자 라는 생각에 읽게 됐다.
_ 저자가 무려 베스트 셀러 <미움받을 용기>를 지은 기시미 이치로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대가라고 불리는 사람답게, 스스로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느꼈던 점을 심리학적으로 잘 분석하기도 했고, 심리학자가 아닌 그냥 평범한 아들로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심리학자로서 간병하는 사람을 심리학적으로 분석만 해놨다면 이 책이 얼마나 현학적이고 재미없게 들렸을까. 자신이 힘들었던 점, 마음을 놓지 못하고 걱정하고 아버지가 다친 것을 자책하고, 또 긴 돌봄을 못견뎌하는 모습까지 충분히 인간적으로 다가와서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_ "부모의 인생을 존중하여 부모가 병에 걸려도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존엄성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족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부모의 인격을 경시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보
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30p)
> 함부로 간병을 위해 생활환경을 바꾸지 말고, 저차원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말고 위엄과 품위가 있던 고차원적인 존재였던 시간을 항상 기억하라는 점도 분명 좋은 조언이었지만, 무엇보다 돌보는 사람이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간병하는 사람이 부담을 모두 지게 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돌봄 받는 사람한테 전해지기 마련이다. 돌보는 가족도 한 숨 돌릴 시간, 돌봄의 걱정에서 벗어날 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의지처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_ "치매의 이상행동 증상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물건을 어디에 두고 깜빡 잊어버리고서 누가 훔쳤거나 숨겼을 거라는 '망상', 배우자가 바람을 편다거나 존재할 리 없는 사람이 함께 산다는 '억측', 목적 없이 어떤 곳을 계속 어슬렁거리는 '배회, 자신의 변을 문대는 '농변',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격'이다." (82p)
> 모든 치매환자에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많은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이상행동 증상이다. 기억을 잃는 병 자체보다 이런 이상행동 때문에 간병인이 더 지치게 된다. 온 힘을 다해 돌보고 있는데 오히려 말과 행동으로 공격해오면 그걸 감당해내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간병이 더이상 한 사람, 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장수국가 중 하나이고, 고령화사회가 우리나라보다 더 빨리 진행되어 왔다. 미리 이러한 상황을 겪은 사회를 타산지석삼아 우리도 간병에 대해 사회와 국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시기가 훨씬 지나지 않았을까 싶다.
_ "부모는 자식에게 자신이 베푼 만큼 돌려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부모인 나도 그렇다. 부모가 언젠가 자신을 돌봐주길 바라
는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던가?" (104p)
"부모를 돌보는 일은 육아와는 다르다. 어제 할 수 있었던 것을 오늘 못하게 되고, 오늘 할 수 있던 것을 내일 할 수 없을지
도 모르는 부모를 보살퍼야 한다. 아이의 성장이 기쁨이라면 어른의 퇴보는 슬픔이다. 육아는 아이가 자립하면 끝나지만 간병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수 없다" (142-3p)
> 부모 간병을 아직 해본 적이 없는 나는, 부모 돌봄이 어느정도는 아이 돌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생아때부터 24시간을 함께 하며 손과 발이 되어주어야 하고, 행여나 다치지는 않을까 누가 데려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내 시간을 다 할애해야하는 육아. 지금도 나는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 키우는 사람에게 가장 큰 선물은 아이 옷도, 엄마를 꾸미기 위한 화장품도 아닌 잠시 걱정없이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서너 시간 아이를 맡아 돌봐주는 것이라고. 잠시나마 머릿속을 지배하던 돌봄에서 벗어나 나 혼자만을 즐길 수 있는 여유시간을 주는 것. 그런 점에서 참 비슷하지만, 성장을 바라보는 희열이 있고, 언젠가는 스스로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육아는 간병과 결국 다르다. 바라지 않는 '죽음'만이 출구이고, 시간이 갈수록 뒷걸음질치는 슬픔을 동반하기에. 몸도 힘들지만 마음은 더욱 잔인하다.
_ 저자의 알츠하이머 아버지는 결국 2년뒤 별세하셨다. 간병 끝에 저자가 얻은 깨달음은 첫째, 인간의 가치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 있다는 점과 둘째, 살아있음 자체로 가치를 지닌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기 보다는 함께 있는 이 시간을 소중히 보내보자. 지금의 추억이 훗날의 어려움을 조금은 덜어줄 수도 있으니.
_ 부모를 돌보는 시간에 대하여
돌봄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돌봄은 지금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
돌봄은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
돌봄은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 것
돌봄은 서로를 응원하는 것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심껏 읽고 정성껏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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