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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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간절히 바래온 미래를 그려낸 이야기가 있다면 이런 것이겠지. 꿈도 희망도 없는 시니컬한 SF들만 읽다 오랜만에 만난 달콤한 가능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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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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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다. 매체나 주변 인물에게서 무수히 많은 썰을 전해듣기는 하지만 내가 직접 당사자가 되기 전까지는 깊은 공감이나 이입이 어렵다. 육아에 대한 이야기들은 극히 감상적이거나 극히 현실적이어서 그 간극에서 어리둥절하게 된다. 마치 외계인이나 초끈이론에 대해 듣는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핍진한 감정들에 숨이 턱 막힌다. <듄>의 사막에서 샌드웜을 맞닥뜨리는 것 만큼이나, 갓 복직한 워킹맘이 맞닥뜨린 어린이집의 2주간 휴가도 끔찍스럽다. 그런 점에서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속의 육아 SF는 장르에 딱 맞다.
내가 읽은 두 편의 단편은 나 같은 육아 미경험자에게는 생경함으로, 육아 경험자에게는 바라마지않던 상상력으로 다가올 법하다. 표제작 <오늘 밤 황새가~>와 다른 한편 <한밤중에 스카스가드~>에 제시된 기술들은 모두 보육자의 고뇌와 우울을 덜어줄 혁신이다. 아이를 정해진곳까지 운반해주는 할머니 형상의 상냥한 AI와, 이상적인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홀로그램 AI가 부착된 젖병소독기. 이들은 너무 달콤하고 이상적이라, 슬프게도 현실의 회사들이 수익성을 점쳐보고 고개를 저을만한 제품들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소설의 장르는 SF고 보육자들에게는 환상이 필요하다. 현실 안쪽에서 환상으로 새로운 사고의 결을 펼치고 가능성을 점쳐보게 하는 것이 SF라면, 이 두 단편이야말로 제 일을 제대로 해내는 픽션이다. 남은 단편들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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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자화상
전성태 지음 / 창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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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유심히 읽을 것

 

은근한 시선으로 세태를 조망했던 작가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두번의 자화상>역시 우리 시대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격렬한 장면이나 그에 따른 충격을 기대하고 책장을 연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사건들은 대단치 않다. 누군가의 생의 결정적 순간은 이 단편집에 없다. 그러한 순간들의 전조나 예감, 혹은 후일담 같은 것들이 가만히 제 몫의 이야기만 하며 욕심내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그러나 인물들은 이러한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도 기민하게 눈동자를 움직이고 조용한 탈바꿈을 거친다. 한 가족의 주말을 그린 첫 번째 단편 <소풍>에서 화자는 장모를 모시고 처자식과 함께 숲으로 나들이를 간다. 그들은 어느 가족이라도 할 법한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네잎클로버를 찾는 등 또래다운 평범한 면모를 보인다. 아이들을 위해 숲에서 보물찾기를 하던 와중 화자의 장모가 화자의 백 달러 지폐를 숨겨둔 곳을 잊어버리고 찾지 못하며 소설은 일단락되는듯하다.

하지만 개개인의 사소한 지점들을 눈치 챌 수 있다면 이 소설이 평온하고도 지루한 일상의 한 조각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자 아버지의 죽음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고통을 받으며, 남몰래 커피에 술을 탈 만큼 위험한 상태다. 쾌활하나 다소 신경질적인 데가 있는 아내는 어머니의 치매증세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또 아이들은 순진한 듯 보이나 그들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이런 단서들을 찾는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레 이 가족의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아버지를 잃은 남자의 미래는 어떨지, 어머니의 치매가 확정되면 아내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생각하며 마치 화자의 아이들처럼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소설을 되새기게 된다.

단편집의 다른 단편인 <로동신문>은 경비의 시선을 빌려 아파트의 거주하는 새터민들을 보여준다. 다리를 저는 여자나 수줍은 남자, 불안정한 소년 등의 인물에 경비 나 씨는 살갑게 구나, 그의 정치적 이념은 또 별개다. 사람 좋은 그는 한편으로 새터민들이 과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여기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그들을 은근히 감시하기도 한다. 아침에 신문더미에서 발견한 로동당의 신문은 그를 예민하게 자극하는 도구이자 그의 본성과 무관하게 자신이 성립한 국가안보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단편집 <두번의 자화상>은 아무것도 내세우지 않는다. 문장은 온화하고 다소 평이하기까지 하며, 강렬한 기미들은 일상으로 포장되어 불안정한 예감으로만 남는다. 기승전결이 꽉꽉 조여진 단편들에 익숙한 독자들은 이러한 그의 방식이 다소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분명이 말하고 있다. 다만 호들갑을 떠는 대신 우리의 일상 한 조각 한 조각들을 빌려 천천히 읊조리는 길을 택한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그러나 놓치는 순간들이며 장면들이다.

그러니 이 책을 집어든 당신, 부디 유심히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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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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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는 갓 나왔을때 첫장을 훌쩍 보고 누군가에게 선물한게 전부. 지난 방학중에 떠올라 빌려다놓고 그대로 반납한 부끄러운 전력이 있다. 신간과 함께 도로 빌려와 읽었다. 신간을 읽기 전에 읽어서 다행이었는데 앨리스씨와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잇는 독서가 한편으로 뱀과 사닥다리 주사위판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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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백 희곡전집 1 이강백 희곡전집 1
이강백 지음 / 평민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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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이 장르적특징상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알레고리 서사를 우화적으로 보여주는게 좋았다 시리즈가 나아갈수록 그 매력이 사라져가는게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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