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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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앞부분만 읽었는데 확 빠져드는 작품이라 뒷 얘기가 너무 궁금해졌다. 시니컬한 주정뱅이에서 섬뜩한 스릴러로 변신한 작품의 전개가 몹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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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의 정도 -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강현주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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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고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입시에 관심있는 학부모들에게 아주 유용한 현실적 조언들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표지문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입시의 정도 를 알려주는 책이랄까

저자는 사교육의 대기업에 속하는 메가스터디에서

그것도 대한민국 사교육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서초/강남 지역에서

20여년 간의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 사교육게에서는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력의 소유자 였다.


입시는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먼 얘기가 아니다. 어쩌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체험되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입시라는 건 없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한 시기는

입시가 코앞이 아니기에 더욱,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지 모를 아이를 위해 사교육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시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은 예체능부터 학습까지 다양한 사교육이 열려있는 시기이다.

먼 이후의 이야기일 것 같은 이 시기부터 벌써 입시를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있을진대,

초등고학년 부터는 입시 라는 단어가 체감되기 시작한다.


중학교를 앞두고 본격적인 입시교육이 시작된다.

어느 고등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느냐에 따라 중학교 3년은 고등학교 입시 기간이고

어느 대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느냐에 따라 고등학교 3년은 대학교 입시 기간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6년은 어느쪽으로 갈지 모르기에 모든 방향성을 타진하는 전천후 입시 기간이다.

그래서 저자 또한 우리 아이의 12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냐고 묻는 물음 속에 입시기간을 12년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입시 라고 하면 학교의 공교육 보다는 사교육의 소문들이 학부모들의 귀를 팔랑거리게 한다.

대학입학 제도가 조금이라도 수정될때마다 학부모보다 먼저 사교육계가 들썩이고, 그 소문들에 학부모들은 더욱 불안해진다.

하지만 불안해할뿐 정작 입시제도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는 학부모가 많다.

금수저 입시니 학종은 사교육없이는 안된다느니 수시보다 정시를 늘려야 한다느니 온통 현행 입시제도에 반대하는 소식들은 잔뜩 알고 있으면서 정작 학종에 어떤 내용들이 기재되는지 생기부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수시의 장점과 정시의 장점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분석하는 학부모들은 많지 않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제도를 알아야 방법이 보인다.

아이의 미래가 불안하다면 그 불안함을 다른 사람이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까

아이의 불안함을 채워줘야 하는 것은 남이 아니라 부모여야 한다.

아이에게 믿음을 주고싶은 부모라면 입시제도에 대해 제대로 배워서 스스로 판단해야지 일부분만 확대한 이야기들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아이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도 무책임하지만, 아이의 미래를 다른 사람이 준비해줄 것이라는 떠넘김도 무책임한 것이다.

저자는 사교육업계에 종사하지만 무조건 사교육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교과서를 중심에 두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사교육을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교육이 필요할 때도 있다. 적절한 수준을 적절한 시기에 해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체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은 부모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저자는 현재의 고입 입시와 대입 입시에 대한 제도를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언제 해야 하는지 조언해준다. 최상위권 학생을 위한 조언들은 더더욱 현실적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얼마나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느냐 일 것이고 그 기본은 현행 입시제도의 파악이라고 강조한다.

부풀려지거나 왜곡된 정보 에 대한 맹신 이 아닌 변경된 제도 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 말로 아이에게 알맞은 입시 로드맵을 설정해 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사교육의 최전방에 있으면서도 입시의 중심을 솔직하게 잡아주는 것 같아서 좋았던 책이었고, 수험생을 둔 부모라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그야말로 입시의 바른길, 정도를 알려주는 책이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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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아시아 제52호 2019.봄 - 이 사람 An Asian Profile : 모든 생명의 친구
아시아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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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어보는 계간지 였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계간 ASIA 는 문학잡지로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문학을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잡지라서인지 중간중간 영어로 번역되어 있어서 영문과 함께 있는 잡지인것도 새로웠다.

이사람 코너 에서는 '모든 생명의 친구, 미야자와 겐지' 를 다루었다.

시인이자 동화작가로서 사후에서야 진가를 인정받은 미야자와 겐지는 1896~1933 을 사는 동안 주변에서 인정받지 못해도 힘없고 못사는 이웃과 함께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제국주의의 광기를 더해가는 일본 내국인으로서 국가주의가 아닌 자연과 생물을 사랑하고 농촌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인용된 작품들을 보면서 권정생, 김연수 작가가 왜 그의 작품들을 좋아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ASIA 의 작가 코너에서는 박민정 작가의 소설작법에 대한 글이 실려 있다.

아내들의 학교 라는 작품을 통해 내가 좋아하게 된 작가라서 특히 관심이 가는 코너였다. 소설의 인물에 대하여 작가 스스로 밝히는 고민의 지점들이 공감이 갔다. 결국 소설의 인물과 캐릭터성은 작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할지라도 애초에 작가가 가졌던 의지대로 읽히긴 어려우며, 오히려 그렇게 읽히는 것이야말로 프로파간다적인 것은 아닌가 라는 작가의 생각에도 수긍이 갔다. 상대방과 직접 마주한 대화로서만 교육을 하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와 스승의 뜻을 이해했기에 글로 남기는 작품에 부정적이었음에도 글로 쓸 수 밖에 없었던 플라톤도 생각이 나면서, 직접적인 전달과 간접적인 전달 사이의 어쩔 수 없는 간극은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ASIA 의 시 코너에서는 베트남의 쩐 꾸앙 다오 와 중국의 레이핑양 글이 있어서 다른 나라의 작품을 읽는 신선함이 있었다.


ASIA의 소설 코너에서는 일본의 나카지마 교코 의 단편과 중국 쉬쿤 의 단편이 소개되었다.

나카지마 교코의 '네거티브 인디케이터' 는 히키코모리 를 화자로 하여 너무나 자연스럽게 별이유없이도 집안에만 있게 되는 현실이 내가 몰랐던 부분이라 신인류를 관찰하는듯한 느낌이었다.

마음이 가는 구절이 있었는데,

"상처만 받지 않으면 편안해질 수 있는데도 제멋대로 상처받고 마는 자신을, 그는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았으나 문득 누군가를 원망하려 하는 자신을, 가쓰로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숨기고 싶었다"

"방에 틀어박히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나가지 않는다' 가 '나갈 수 없다' 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고치에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이 들고 나니 지하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 지하감옥도 싫었지만 이곳에서 나가는 건 더한 지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문 안과 밖의 세상은 차안과 피안의 거리만큼 멀어지고 말았다"

라는 부분에서 누구의 탓도 아닌데도 집안에만 있게 된 히키코모리 의 감정이 공감이 되서 마음이 짠했다.


쉬쿤의 '어떤 외국인이 중국에서' 는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교수를 바라보며 10년 사이에 중국의 경제발전이 얼마나 급격하게 이루어졌는지 그로인해 중국인들의 외국에 대한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얼마나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어서 '한강의 기적'보다 더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중국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의 급격한 변화가 느껴지는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E 시대라고! 세계화의 물결이 사람들을 휘감아 지구 전체에서 데굴데굴 뒹굴게 하는 시대라고! 외국을 숭상하고 아첨하는 초라함은 이미 지나가버렸어. 외국인 교수도 학생들 눈에는 학교와 가르치는 계약을 한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할 뿐이야. 왜 당신이 자기 나라 말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우리가 당신을 숭배해야 해? 그런 논리는 좀 황당하잖아!"

10년 전 소설 속의 교수가 처음 중국에 왔을 때는 외국인을 높이 보고 외국에 나가고 싶어서 결혼을 갈망하는 여학생이 주변에 넘쳤는데, 10년 후 돌아온 중국은 교수가 적응할 수 없을 만큼 변해 있었고 오히려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수를 불쌍히 묘사하면서 묘한 역지사지의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중국의 이러한 급격한 시선 변화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50년 넘게 미국인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건가 하는 새삼스러운 질문이 떠오르면서 씁쓸하기도 했다.


K 포엣 에서는 이영광 의 시 몇편이 영문 번역과 함께 소개되고

K 픽션 에서는 우다영 의 창모 라는 단편 영역본과 그에 대한 평론이 실려 있었다.

'창모' 라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에 대한 단편 에 대한 작가의 창작노트 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울타리를 세운 방어행위가 창모를 울타리 밖으로 밀쳐낸 공격의 행사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웅크림이 주는 폭력을 이해하게 된다' 부분에서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인물의 이해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추천장이나 사용설명서도 아니고 입체영상을 보게 해주는 안경 같은 것이라 이걸 쓰면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자기 내면을 관찰할 수 있다' 는 평론을 통해 더 잘 이해되었다. 우연이라고 인식되는 불행을 마주하는 우리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마지막 구절이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메아리 코너에서는 윤동주의 시를 다루고 있었다.

익숙한 윤동주 의 시들이 영문 번역과 함께 있으면서, 한국 현대시를 번역하고 있는 다니엘 토드 파커 의 글을 통해 번역자의 입장을 읽게 되서 좋았다. 한국 시인의 작품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은 외국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난제를 포함 하고 있다는 것에 수긍이 가면서, 한국인들에게는 영웅일 수 있지만 한국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에게는 시 자체로서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번역에 참 어렵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가 윤동주가 남긴 시들이 그가 기록했던 개인적 위기들을 견뎌내길 바라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으리라는 평에서 정말 그렇게라도 전달이 되는 뭔가가 있게 번역이 되면 참 좋겠다 싶기도 했다.


ASIA 통신 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대학풍경과 베트남의 문예창작 흐름이 소개되었다.

우리는 개발도상국 내지는 후진국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으로 지칭되는 나라들의 모습이 그 새롭고 활기차 보여 호기심이 생겼다.


계간 아시아 라는 잡지를 처음 읽어봐서인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나라 글들을 접해볼 수 있어서인지 읽는내내 전반적으로 새롭고 신선한 시간들이었다. 다음 호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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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1cm - 너를 안으며 나를 안는 방법에 관하여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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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책이다. 글도 그림도.

몇년전 우연히 1cm+ 라는 책을 읽었었다. 저자 직업이 카피라이터라더니 광고문구 처럼 톡톡 튀는 표현들이 재기발랄해서, 뒤이어 1cm art 가 나왔을 때도 언능 찾아 읽었다. art 편에서는 명화의 다시보기 랄까 익숙하던 명화를 캐릭터화 시킨 일러스트들이 통통 튀는 책이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의 제목은 '너와 나의 1cm' 이다. 김은주의 허깅에세이. 너와 나. 표지 문구들을 보면서 앞선 책들이 저자의 일상을 담았다면 이번 책은 저자의 사랑을 담은 듯 했다.


여전히 따듯한 정감있는 그림들, 그리고 메세지 같은 글들 속에 곰양 과 곰군 의 사랑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1cm 의 사랑은 인간적이라 좋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왕자와 공주 아니면 재벌이나 미녀만 할것 같은 사랑이 아닌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따듯한 사랑.

연인의 설레임 부터 만남이 주는 사소한 기쁨들 뿐만 아니라 연인 사이에도 지켜줘야 할 각자의 영역과 배려, 예의 까지 표현한 글들이 좋았다.

사랑하니까 다 된다 아니라 사랑하니까 이것만 이라서 좋았다.


저자의 재치가 돋보이는 짧은 글들은 예를 들어,


행복이 가장 싫어하는 세 가지 단어 - 지금 말고 그때 / 이곳 말고 거기 / 당신 말고 그 사람


편하지만 감성어린 시 같은 표현들은 예를 들어,


시작하는 연인 사이에 필요한 거리를

아름다운 이목구비는 보이되 얼굴의 뾰루지는 보이지 않을 거리

이웃과 이웃 사이에 필요한 거리는

건네는 다정인 인사는 들리되 늦은 밤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을 거리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필요한 거리는

놓인 책상만큼 가깝되 주말을 방해하지 않을 거리

친한 친구 사이에 필요한 거리는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되 고독 또한 허락할 수 있는 거리

가지를 자유롭게 뻗기 위해서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하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산문이 운문처럼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들은 예를 들어,


어떠한 악의 없이 그저 각자 살아온 시간 동안 어릴 적부터 차곡차곡 쌓여왔던 습관과 고정관념 때문에 생긴 단단한 인식이라는 두 지층은 결국 서서히 부딪히면서 마침내 관계를 뒤흔드는 지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와 얼굴뿐 아니라 생각조차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그와 나 사이 '틈'을 통해 몰랐던 세상을 들여다보고, 다른 관점과 정의를 배우고, 그렇게 시선을, 나를 넓혀 가는 것. 서로의 틈을 메우며, 나의 단점을 인정하고 타인의 단점을 감싸 안을 너른 사람이 되는것. 사랑을 통해 성숙해진다는 것이 바로 그런 의미일 것이다.


때로는 통통 튀고, 때로는 재치있고, 때로는 웃음이 나며, 때로는 마음을 울리는 글들을

때로는 페이지를 접었다가, 때로는 페이지를 기울여 봤다가, 때로는 글보다 먼저보이는 그림들과 함께 보노라면

마음이 따듯해지고 편안해 진다.


사랑을 담고 위로를 주고 힐링을 선물하는 책들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너무 가볍거나 너무 상투적이거나 너무 오글거리는 책들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1cm 시리즈는 산뜻하지만 울림이 있고, 편안하지만 새롭고, 익숙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쉬운 표현 속에 깊이가 느껴져서 좋다.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이 예쁜 책을 다 읽자마자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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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Off - 휴대폰을 내려놔. 그때부터 인생이 시작될 거야!
스테판 가르니에 지음, 최진영 그림, 권지현 옮김 / 큰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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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차고 유쾌한 책이었다.

핸드폰 보다는 크지만 휴대용탭 보다는 작은 사이즈인 책으로 표지가 책을 굉장히 잘 드러내 주고 있다.

표지엔 실제 사이즈의 핸드폰이 떡 놓여져 있고, 한 개의 메세지가 떠 있다.

휴대폰을 내려놔. 그때부터 인생이 시작될 거야!

이 메세지는 2018년에 출판된 프랑스 원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OFF! Ta vie va enfin pouvoir commencer


저자는 프랑스에 살면서 언론인이자 작가로 활동중인 사람이라고 한다. 짧지만 통통 튀는 글들이 술술 읽힌다.

차례를 보고 92개의 제목이 가득 차 있는 페이지를 보면 헉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거 없다. 모든 글들의 분량이 아주 짧다. 거의 시 의 길이에 가깝다고나 할까. 부담없이 때로는 큭큭 웃어가며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가볍게 읽히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내용들이 곳곳에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스마트폰의 무용성과 해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이야말로 스마트폰을 해로운 것으로 만든다는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이다. 누구나 들어가 있는 새로운 가상의 현실 같은 존재가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어느새 목숨줄이라도 되는 양 24시간 가상의 세계에 연결되어 살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을 조금씩 바꾸었고, 그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서 우리의 생활 전체가 달라졌다. 하지만 이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저자가 깨달은 것은 결국 저자의 어리석음이 더 커졌다는 사실 뿐이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도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조금씩 중독에서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매일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기를 바라며. 서두부분부터 경고를 시작한다. '전화기를 내려놔. 그때부터 인생이 시작될 거야!'


노래방기기가 나왔을 때 우리는 어느새 가사를 외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었다. 휴대전화기가 나왔을 때 우리는 어느새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었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우리가 외우지 못하는 것들은 셀수없을 정도다. 우리가 외우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스마트폰만 저장하고 기억하고 있는 것을 그게 무엇무엇들인지를 우리는 과연 알고 있는 걸까?


저자는 스마트폰을 OFF 하면 삶을 ON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스마트폰은 훌륭한 도구이지만 문제는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다. 그러나 유혹은 크고 공짜로 제공되는 느낌의 서비스와 앱들이 우리를 현혹한다. 전부 공짜라고? 저자는 '누가 공짜로 뭘 준다면 당신이 상품이라는 얘기다' 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ON 에 두면 현재와 진짜 삶을 OFF 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삶의 질, 행복한 순간, 발견의 기회는 버튼 하나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ON 또는 OFF. 스마트폰을 ON 해놓고 우리도 모르게 호구의 삶을 살 것인가? OFF 해놓고 우리가 선택하며 살 것인가? 질문만 보면 너무 당연한 대답이 있을 것 같지만, 아마 OFF 하겠다고 쉽게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책 속의 내용들은 유쾌하게 빵빵 터지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다시 보면 그 문장들은 뒤통수를 치는 명문장, 명표현 이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싸우자는 거지? 다른 곳은 늘 지금, 여기보다 더 위급하다 누군가와 만나고 있으면서 쉴 새 없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신호이다. 내가 만약 [적을 만드는 법] 이라는 책을 쓴다면 한 꼭지 전체를 그런 식으로 무례하게 구는 법에 할애할 것이다. 휴대전화 저 편에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당신보다 더 중요하다.

휴가기간에만 네트워크의 '비건' 이 되는 것과 휴대전화 사용을 매일 절제하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 중 무엇이 더 합리적일까?

대기업들은 기적과 같은 신기술을 내놓는다고 하더니 우리에게 신기루만 팔았다

누구나 운전을 할 때 속도계를 주시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자는 운전을 하면서도 남아 있는 휴대전화 배터리 막대기를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 보듯 살펴본다.

디지털 붕대를 풀어라. 새해 복은 휴대전화를 타고. 어른들의 곰 인형. 타임아웃의 아웃. 제발 나를 퍼가요. 멜라토닌 킬러.

휴대전화가 우리에게 아직 제공하지 못하는 유일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할 시간, 삶을 살아갈 시간을 찾아주는 것이다.

영어로 smart 가 똑똑하다 라는 뜻인 것 틀림없는데 스마트폰을 쓰는 우리는 모두 바보가 되었다.


가장 현실적인 역효과 는 부메랑 부분에서 많이 느껴졌다. 수시로 자신의 사생활을 올리고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은 성장과정이 온 세계에 공개되는 판이다. 나중에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갈때 면접관들이 SNS 를 찾아 보는 것이 관행처럼 될 것이고, 무심코 올렸던 개념없는 사진들이 부메랑이 되어 수험자의 인성평가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때 과연 완전히 과거를 삭제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요즘 범죄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압수하는 게 범죄자의 스마트폰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까지 스마트폰은 기억하고 있으며, 우리가 지운 것까지 인터넷은 기억하고 있다. 과시와 허영에 들뜬 시기를 현명하게 관리하며 지나올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누구나 우리도 모르게 실수를 할 수 있고 책임을 망각할 수 있으며 우리 삶의 리모컨을 애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쥐어주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제일 뒤편에 스마트폰 중독 테스트가 나오는데, 어렵거나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태확인 차원에서 해보았다. 너무 양호하게 나와서 문항을 좀더 빡빡하게 했어야 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 해보고 나는 괜찮네 하면서 더 스마트폰을 하면 역효과일 테니. 하지만 뭐 이런 테스트라는게 재미삼아 보는 심리테스트 같은 거니까 믿거나 말거나 이긴 하지만....


프랑스인이 쓴 책인데 우리 현실과 너무나 흡사해서 놀랐다. 스마트폰 중독현상은 세계적인 현상인가 보다. 44살에 꼰대 소리 들을 만큼 스마트폰 사용의 중독성을 경고하는 저자의 입지는 매우 좁아 보인다. 우리도 주변에 스마트폰 중독 이라고 조언하면 비슷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기준은 법적 으로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식 수준에서 지금보다는 좀더 인간적인 삶을 지향하는 쪽으로 세워지면 좋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지 말아야 할텐데, 우리는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어떻게 고치지 하며 스마트폰 검색만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팍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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